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8화(519/547)
(518) 그나이제나우가 폭동을 일으키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의 본대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도이치의 병사들이여! 지금이, [민족]을 위해 총을 들 순간이다!”
워털루 동쪽 20킬로미터 전방, 소도시 뢰번.
강행군을 한다면 보병은 하루 행군거리라 새벽에 출발했다면 오후에 도착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베르티에가 끌고 와야 할 전열보병, 대포병대, 그리고 보급부대는 멈춰 버렸다.
다름 아닌 [폭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군중 소란에 당혹한 총참모장 베르티에가 막사에서 뛰쳐나와 외쳤다.
“뭐야, 대체? 갑자기 왜 행군이 멈춰 버린 건가!”
“도이치 출신 병사들입니다. 총참모장 각하!”
“클라우제비츠, 설마 자네도?”
이제 프랑스 총참모부의 주요 참모인 클라우제비츠가 말을 더듬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다, 다만, 주동자는 그나이제나우 장군인 것 같습니다!”
그나이제나우, 본래 원역사라면 프로이센에서 맹활약해야 할 남자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할 무렵, 상수시 궁전에서 유진이 협상을 하며 한 가지 책략을 부린 적이 있다.
그 결과 클라우제비츠와 그나이제나우가 프랑스군으로 강제 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직 젊었던데다 나폴레옹과 유진의 팬이었던 클라우제비츠는 쉽게 넘어왔다.
하지만 그나이제나우는 늘 겉돌고 있었는데, 오늘 바야흐로 군내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갈리아 놈들에 맞서라!”
“게르만 민족이여, 민족을 위해 일어나라! 피히테 선생의 연설문을 따르라!”
“도이치 제국 만세! 하일 카이저!”
저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피히테의 연설이 일어났던 게 1807년이다.
요컨대 이미 프랑스인에 대칭되는 [독일인]이란 개념 자체는 존재하는 시대다.
한데 프랑스군이 다른 언어를 쓰는 독일인 병사들을 잘 대우해줬을까?
그럴 리가 없다.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던 불만에 그나이제나우는 불을 붙였다.
프로이센이나 바이에른, 그 외 독일 지역 출신의 장교들과 함께 말이다.
선두에서 그나이제나우가 간만에 열정적으로 포효하고 있었다.
“죽여라! 그랑다르메의 침략자들을!”
여기에 도이치 어 따위는 전혀 모르는 이들도 가세했다.
“우라!”
바로 수송부대를 전담하고 있던 러시아 병력이다.
지금까지 무거운 대포와 화약, 그리고 식량을 수송하며 낯선 땅에서 고생하던 전직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무시무시하던 그랑다르메가 혼돈에 빠지니, 러시아 병사들도 눈에 불을 켠 것이다.
“러시아 인민들이여, 제국주의자들에게 맞서자!”
“오오! 뭔지 모르겠지만, 싸우자!”
“빌어먹을 프랑스 놈들!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 먹고!”
러시아 병사들이 궐기하는 가운데, 지휘관이었던 예르몰로프도 가세하려다 넘어졌다.
“차르 만세! 억, 너희들 왜 날 때리는 거냐! 아아악!”
항명은 군대의 오래된 역사적 전통이다.
지휘관 폭행도 마찬가지다.
구타와 체벌로 병사를 부리던 러시아 장군과 장교들도 당연히 병사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병사들에게 유화적인 편인 프랑스와는 상황이 다르단 거다.
예르몰로프를 비롯한 러시아 장군과 장교들이 짓밟혀 죽는 와중에, 베르나도트가 탈출해 뛰어왔다.
“호, 혼란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도 싸우고 있소!”
“진압해야 합니다! 당장, 사격 명령을!”
“군내 폭동에 총격으로 대처한다고? 그건 미친 짓이야!”
베르나도트, 술트, 생 시르가 저마다 외치는 가운데, 다부가 대머리에 땀을 흘리며 말했다.
“총참모장 각하,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결국 현재 최고 책임자는 베르티에 총참모장이다.
군은 명령체계가 우선하며, 명령 없이 움직일 경우 오히려 혼란만 극대화된다.
하여 베르티에가 명령을 내려야만 폭동에 대처할 수 있다.
일단 이민족들의 반란이니, 프랑스 출신들은 폭동에 가담하지 않고 저항한다는 확실한 전선도 있다.
그럼에도 베르티에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각하!”
“나는 전략 계획을 세우고, 보급 계획을 실행하고, 진군 계획을 보고하는 게 일이야. 결코, 아군을 죽이는 게 내 업무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까지 일생 단 한 번도 당황해본 적이 없는 최고의 참모, 베르티에가 비명을 질렀다.
“난, 절대로 할 수가 없어!”
총참모부 막사 앞에 모여 있던 장군들은 입을 쩍 벌렸다.
그러나 베르티에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만약 여기서 아군을 죽여버리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대체 누가 진단 말인가?
다른 어떤 장군도 감히 스스로 책임지겠다 나설 수가 없었다.
-와아아!
군중 폭동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베르나도트가 묘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이 본대가, 워털루에 가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군.”
설사 워털루에서 황제가 패배한다 해도 말이다.
***
마치 직감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행군 속도는 귀신처럼 계산하는 마세나도 당황했다.
“이거, 대체 언제쯤 본대가 오는 거야!”
분명 본대에 전령을 보내, 확인한 바 있다.
오늘 오후 3시경 쯤이면 베르티에가 전장에 모습 정도는 드러낼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혹시 강행군으로 인해 실전에 참전하지 못할 정도라도 상관없다.
적군 대열이 흐트러지게 만들고, 다시 내일 전열을 갖춰 싸우면 그뿐이니까.
그런데 도무지 베르티에의 본군이 오지 않는다.
“화약이 다 떨어져 갑니다. 사령관 각하!”
“이러다 적군이 다가오기라도 하면, 어, 전진 중인데요?”
“총격이 벌어지는데, 전진하고 있습니다!”
하필 마세나 군단도 본진이 도착한 상태가 아니다.
되려 베르티에 본영보다 훨씬 행군 자체는 느린 상태다.
주요 지휘관이 전부 마세나와 함께 워털루로 먼저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저 앵글로 색슨놈들과 힌두 놈들은 둘 다 미쳤군. 거의 이반 놈들 같아.”
마세나는 마상에서 총탄을 재장전하다 혀를 내둘렀다.
분명 총격이 쏘아질 때 멈추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영국군은 문자 그대로 불굴의 의지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사실은 인도에서 벌어진 마이소르 전쟁이 유럽보다 훨씬 참혹한 백병전이었던 탓이다.
허나 그럼에도 총격에 굴하지 않고 달려드는 병사들이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데 프랑스군은 이런 병사들과 한 번 싸워본 적이 있다.
바로 러시아 군대다.
그때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 보던 마세나가 깜짝 놀랐다.
-저벅, 저벅, 저벅!
슬슬 적군의 진군이 구보로 변하고 있다.
방금 떠오른 러시아군 대처법이 유혹적으로 생각난다.
물론 도주하는 거다.
결국 마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카라콜 전술로 공격하는 건 무리로군.”
“근위대와 합류하지요.”
“에스파냐 국왕은 아직인가? 세르보니?”
참모장 세르보니가 망원경을 들어 적군 후방을 보다 말했다.
“외곽을 누비며 기회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용맹하게 쇄도하던 유진이다.
그렇지만 마세나가 나타나자, 곧바로 이탈하더니 다시 외곽을 맴도는 모양이다.
하기야 화약이 없는 것은 유진도 마찬가지일 테니, 별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세나는 이죽거리며 말고삐를 잡아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회는 없어. 역시, 에스파냐왕은 과감하지 못하군. 후퇴한다!”
-두두두!
아무리 용맹한 전열보병이라도 기병을 노상에서 따라잡을 수는 없다.
마세나 기병대 3천 기가 일제히 회군해 워털루의 초지를 달려 후퇴했다.
아직도 살아있던 구르카 용병들은 그 기세에 짓눌려 흩어지거나, 마세나 기병대에 의해 완전히 궤멸되었다.
곧이어 마세나의 기병대가 새로운 군대와 마주쳤다.
종대로 진군 중이던 나폴레옹 근위대 보병 본대라, 마세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황제 폐하! 여기 행운의 사나이, 마세나가 왔소!”
“마세나, 기쁘군. 자네 덕분에 기병 활용이 가능해졌네!”
“그래봐야 화약이 모자라면 무슨 소용이오? 차라리 근처 브뤼셀에 가서 화약이라도 약탈해와야 할 판이오!”
마세나가 어깨를 으쓱였지만, 나폴레옹은 마세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세나. 그대가 와서 시간을 여기까지 끌었으니, 이미 된 거다.”
“무슨 말씀이오, 그게?”
“설사 본대가 오지 않더라도, 아니 본대가 오지 못 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이 있지.”
지금까지 열세로 몰리고 있었던 주제에 너무 자신만만하다.
마세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건지, 수행하던 뒤로크와 루이 샤를도 입을 쩍 벌렸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허풍은 떨어도 전술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런 대책이 있으시면, 왜 내가 모르는 겁니까? 나도 나름 황제 폐하의 원수인데?”
짐짓 을러대는 마세나를 향해, 나폴레옹이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핫! 이건, 오주로도 몰라. 유진과 모로만 알지!”
“갑자기 웬 모로? 언제부터 모로를 나보다 신임한 겁니까? 란이 슬퍼하겠군요!”
“란이라, 지옥이나 아니면 천국에서 그렇게 말하겠군.”
갑자기 다시 침울해지는 나폴레옹을 보다, 마세나가 눈을 부릅떴다.
“란이, 죽었다구요?”
결코 농담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란이, 이탈리아 원정 때부터 함께 해온 20년 된 전우가 죽었다.
분명 훨씬 더 어렵고 힘들었던 러시아에서도 살았던 친구가 아니었던가?
나폴레옹이 마세나를 보다 씁쓸히 일렀다.
“자네는 죽지 말게. 이제, 전령이 도착할 시간이군.”
대체, 나폴레옹은 무엇을 계획하고 기다리고 있는 걸까?
마세나는 혼란 속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기병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두두두!
아주 낯익은 얼굴의 전령이었다.
***
문득 하늘 위로 비둘기가 떠오른다.
-삐이익!
비둘기의 발에는 편지가 매달려 있다.
전서구, 곧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을 말한다.
비둘기의 귀소성을 이용한 일방향 전달 수단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무려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도 사용된다고 한다.
다만 일방향인데다 정해진 둥지로 보내는 것이다 보니,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사전에 준비된 둥지와 비둘기여야만 이용 가능하다.
예를 들면 보아르네 밀라노 방크 우체국 소속 전서구라든가.
비둘기를 보던 한 41세, 중년 남자가 투덜거렸다.
“전서구가 너무 늦었어!”
그 옆에 있던 42세, 한 살 많지만 훨씬 위엄있는 풍모의 남자가 물었다.
“확실한 건가? 워털루라는 위치는?”
“이건 유진의 필체입니다. 각하. 확실합니다.”
“흐음, 유진이라.”
문득 위엄있는 남자, 정확히는 [터번]을 쓴 남자가 껄껄 웃었다.
“만나면 엉덩이를 갈겨줘야겠군. 5년을 약속하더니, 지금이 대체 몇 년이 지난 거야?”
반대편 41세 남자는 터번은 쓰고 있지 않지만, 대신 [페즈]라는 붉은 모자를 쓰고 있다.
오스만 제국에서 유행하는 모자인데, 유럽에는 터번보다 유명하진 않다.
그러니 페즈를 썼따는 것은 오스만 제국에서 왔다는 뜻이다.
페즈 남자가 터번 남자에게 볼멘소리로 말했다.
“엉덩이고 나발이고, 늦겠는데요. 걷어차줄 엉덩이나 남아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포탄에 날아가 버릴지도.”
“안 늦어.”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터번 남자가 페즈 남자의 질문에 간단히 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기병을 전령으로 보냈거든.”
“누군데요?”
“응? 자네는 모르나?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그 친구가 아무것도 못 해냈나? 플랑드르와 라인에서 정말 뛰어났는데.”
잠시, 눈을 크게 뜨던 터번 남자가 명쾌하게 말했다.
“그루시.”
원역사 워털루에 끝내 오지 못했던 나폴레옹의 기병.
그루시가 바로, 전령으로 달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