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9화(520/547)
(519) 그루시가 황제 앞에 서다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다.
“필사적으로, 달려왔습니다. 폐하.”
그루시가 온몸이 땀에 젖어, 숨을 헐떡이며 고했다.
비록 성격이 모나지 않아 개성 강한 나폴레옹 총사령부에서는 우습게 여겨지곤 하지만, 그루시도 엄연히 중장으로 장군의 일원이다.
한데 수하들조차 없이 단기필마로 홀로 플랑드르의 저지대를 지나 달려왔다.
실로 시급한 일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그루시를 치하하는 대신, 황급히 물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어떻지?”
“우선 본대는 이 근방까지 와서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폭동이 일어났답니다.”
“뭐?”
그루시가 수통의 물조차 삼키지 못한 채 말했다.
“독일인들과 러시아인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다만 이 사태가 고작 20킬로미터 전방에서 벌어진 일이란 건, 그루시도 몰랐다.
단지 오는 길에 로슈자클랭의 정보원에게 들은 바를 고할 뿐이니까.
여기까지 달려오기 위해 대체 몇 필의 말을 중간에 갈아치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밀라노 보아르네 방크가 준비한 우체부 시스템이라는데, 이렇게 사용될 줄은 아마 유진도 몰랐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쓸데없이 상세한 내역을 캐묻는 대신, 또 다른 사안을 캐물었다.
“오주로는?”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나! 내가 보병을 허공에서 만들어내기라도 하란 말인가!”
결국 나폴레옹이 고지식한 그루시의 보고에 분통을 터뜨렸다.
“오주로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물론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이 그루시의 얼굴조차 워털루에서 보지 못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그루시는 실로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본인 판단이 아니라, 다른 [원수]의 결정으로 달려온 덕이긴 하지만.
게다가 오주로가 어디 있는지는, 오주로의 군단 지휘관들밖에 모른다.
설마 [릴]로 갔을 거라고는, 현재 후방에서 상황을 조율 중인 로슈자클랭도 추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성실한 그루시는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충성스런 부하에게 오히려 막대하는 나쁜 남자, 나폴레옹이 화를 내며 으르렁댔다.
“좋아, 이따위 보고를 들고 온 이유가 있겠지. 설마 마라톤 전투를 재현하고 싶었나?”
“예? 아, 당연히, 폐하께서 제게 지시하신 일은 완수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모로] 원수 각하의 후위에 배치되어 있었지요.”
“그렇다면, 정말, 왔나?”
나폴레옹이 멱살을 잡을 기세로 캐묻자, 이제서야 그루시가 자신있게 보고했다.
“누구도 막지 못할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답답한 사람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어쨌든 나폴레옹은 지금까지 그루시가 온다는 것만 설명했을 뿐, 자세한 전후사정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답답한 장본인, 마세나가 알기로 그루시는 분명, 모로와 함께 후위였다.
도대체 모로가 오기라도 한다는 걸까?
하지만 모로는 마세나가 알기로 절대로 빨리 오는 남자가 아니다.
“대체 누가 온다는 건가, 그루시? 답답하게 나만 빼고 말하지 말고! 모로야?”
“예? 모르셨습니까? 마르소 원수가 오는데요?”
“뭐라고? 마르소는 러시아 원정이 끝나고 오스만 제국 대책 때문에 귀국, 아니 콘스탄티노폴리스로 갔잖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에 마세나가 깜짝 놀랐다.
허나 마르소를 예상치 못한 이유가 있다.
사실 러시아 원정이 끝난 후, 마르소는 아예 러시아에 남지 않고 진작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갔다.
그게 거의 귀국길이라 마세나도 착각할 정도로, 콘스탄티노플이 마르소의 본거지나 마찬가지다.
언제 나폴레옹이 마르소를 부른 걸까?
“예, 그래서 보스포루스를 지나 지중해를 돌아서, 오셨죠. 지원군과 함께.”
마치 본인이 달려오기라도 할 것처럼, 그루시가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그러나 사실 대단한 여정은 맞다.
어쨌거나 콘스탄티노플에서 육로로 직선으로 달려와도 플랑드르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데 지금 듣자하니 마르소는 아예 해로로 한 바퀴 돌아 왔다는 모양이니까.
그루시가 마세나, 그리고 나폴레옹 근위대 장성들을 향해 떠벌렸다.
“저도 듣기만 한 거지만, 정말 대단했습니다! 동지중해를 시계 방향으로 돌아, 아직도 적국인 시칠리아와 나폴리 프랑스령 사이를 돌파했지요! 다시 제노바에 도착한 후, 옛 에스파냐 루트를 따라 이곳까지!”
“에스파냐 루트? 아, 옛날에 플랑드르를 지배하던 루트 말이군. 에스파냐 놈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정말 엄청난 여정이었습니다!”
이른바 에스파냐의 길이라 불리는 루트다.
이 루트는 옛날 플랑드르 지역을 에스파냐가 지배하던 시절,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길이다.
에스파냐가 사실상 지배하던 제노바 항구에서 플랑드르 땅까지,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선을 따라 올라가는 보급로.
플랑드르 땅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토가 된 이후로는 잊혀진 길이기도 했다.
그 오래된 보급로를 타고 지금 마르소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마르소가 콘스탄티노폴리스 주둔군을 끌고 온 건가?”
그런데 마세나의 질문에 그루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군대는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
“어디? 나폴리?”
“이런, 제가 그 말씀을 안 드렸군요.”
그루시는 비밀을 독점한 자의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여기 오고 있는 건, 이집트 총독부 주둔군입니다.”
이건 예상 범위 밖이다.
마르소가 온다고 한 것만 해도, 마세나로서는 놀랄 일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집트 주둔군이라니, 그런 게 존재하는지도 기억에 없을 정도다.
대체 누가 이집트에 있긴 했던가?
머리를 긁던 마세나가 눈을 부릅떴다.
“뭐야, 오슈가 온다고!”
혁명 초기, 나폴레옹과 함께 삼대 사령관으로 불리던 남자.
바로 이 플랑드르를 정복했던 장본인.
허나 이집트 정복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세워, 나폴레옹에게 경계를 받고, 아예 이집트에서 총독으로 지내야만 했던 장군.
또한 누구보다도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전 애인.
지금, 나폴레옹이 자신의 진짜 라이벌인, 오슈를 불렀다.
“짐이, 얼마나 이번 전쟁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 이제 알겠나!”
나폴레옹이 환희에 차 부르짖는 모습을 보다, 마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나폴레옹은 이번 회전에 전부를 던졌다.
***
여기도, 단 한 번의 기회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이번 전투에서 진다면, 어차피 우리는 귀국하지 못할 테지! 전력을 투사하라!”
본래 영국군이 인도에서 모집한 힌두 용병은 주로 인도 동부인 뱅골 출신이다.
뱅골은 원역사 현대의 방글라데시 일대로, 이 시대에는 아직 힌두교도가 대부분이다.
처음에 영국 동인도회사가 정착한 장소가 캘커타라 불리는 뱅골의 항구라, 자연히 그 일대 사람들이 영국의 협력자가 되었다.
하지만 머나먼 유럽까지 오기에 뱅골인들은 제약이 많았다.
일단, 인도 반도라는 거대한 아대륙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그렇잖아도 유럽까지 오는 항해 자체가 어려운데, 인도를 선회해야 하니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웰링턴은 인도 아대륙 서부, 봄베이에서 병력을 수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봄베이 일대는 마이소르 왕국령이었고, 나아가 웰링턴과 싸우던 적이다.
때문에 지금 플랑드르에 있는 세포이 병사 대부분은 엉뚱하게도 과거의 적군이다.
반대로, 그렇기에 더욱 필사적이지만.
한때 마이소르 왕국의 왕족이었던 크리슈나 라자가 부르짖었다.
“아그니의 화염을 쏘라고 해! 왜 못 쏴!”
“그 로켓인가 하는 건, 화약 때문에 못 쏜대. 빌어먹을.”
“대포라는 병기는! 그것 때문에 우리가 져서 여기까지 왔는데!”
크리슈나 라자의 친족, 차마 라자가 고함쳤다.
“그것도 못 쏜다더군. 뭐라더라, 못이 박혔다나?”
분명 인도에서 싸울 때만 해도 영국군은 무적처럼 보였다.
한데 유럽까지 와보니 그때보다 더욱 골치 아픈 상대가 눈앞에 있다.
만약 시원하게 ‘로켓’이라도 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영국군이 쏘는 콘그리브 로켓은 알고 보면 마이소르 왕국이 쏘던 [아그니의 화염]을 발전시킨 병기다.
크리슈나의 부하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돌격했다.
“에이, 다 죽이고 귀국한다!”
“와아아! 시바여, 저들을 지옥으로 보내소서!”
“내가 바로 아수라다!”
이제 적군의 총격도, 기병 돌격도 없다.
그렇기에 세포이 병사들은 더 이상 거칠 게 없었다.
행군이 아니라 구보로, 다시 질주로 벌판을 달려간다.
저 언덕 위에 있는 유럽의 황제라는 작자를 잡으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
영국이 장악한 마이소르 왕국에서 거대한 영지를 부여받는 대가를 받고서.
무엇보다 어차피 패배하면 귀국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때다.
-쾅!
굉음이 사방을 울렸다.
크리슈나와 차마는 서로 돌아보았다.
이 굉음, 분명 인도에서는 영국군이 쏘던 대포와 흡사하다.
“이건, 천둥! 인드라의 벼락? 아니면, 폭우?”
“그게 아니라 대포 소리야. 어디서 들리는 거야?”
“우리 쪽이 아닌 건 확실한데.”
또 다시 굉음이 지상 위를 울린다.
-쾅!
이제는 착각이나 천둥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분명히 누군가 폭발을 일으키고 있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인도 세포이들은 그 ‘폭발’ 때문에 져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이거, 적군이 대포를 갖고 왔나?”
“저 언덕 위에 있던 대포는 영국인들이 달려가서, 자폭했어.”
“대포부대 쪽이 자폭한 거 같던데. 그건 그렇고, 대체 그럼 이건 무슨 소리야?”
크리슈나와 차마가 부들부들 떨 찰나였다.
-쾅!
그래도 본국에선 왕족이었던 크리슈나가 명령했다.
“누가, 저 언덕 위로 가서 봐.”
차마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뛰어, 조금 높은 구릉으로 올라섰다.
-타다닥!
고지는 망원경이 없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시야를 선사한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던 적들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땅에서 상당한 대군이 몰려오는 게 보인다.
“대체, 어떤 놈들이. 엉?”
숫자는 대략 3만쯤 될까.
분명 적군이고, 유리하지는 않다.
허나 그래봐야 여전히 영국군이 수적 우위에 있고, 용맹할 정도의 무모함도 앞선다.
한데 차마는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땅이 문제가 아니다.
“어째서, 저런 것들이, 세상에 있는 거지? 서, 설마 마하바라타의 [비마나]인가!”
창공에 난생 처음 보는 [괴비행체]가 둥둥 떠 있었다.
***
인도의 고대신화, 마하바라타에는 [비마나]라는 신들이 타는 수레가 나온다고 한다.
-부우웅!
물론 창공에 떠 있는 것은 수레가 아니라, 기구다.
다만 기구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최소 수십 대로 창공 곳곳에서 오색의 기구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무엇보다 거대한 기구가 3대가 넘어, 마치 후대 원역사의 비행선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저게 대체 뭐야.”
“하늘을 나는 뭐가 있어! 세상에!”
“위, 위에서 뭐가 떨어진다!”
난생 처음 기구를 보는 영국인 촌사람 병사들이나 세포이들이 모두 놀라는 가운데, 웰링턴이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기구라니, 그걸 전장에서 쓰는 자들이 있나?”
사실 기구가 최신 과학임에도 전장에서 안 쓰이는 이유가 있다.
일단 바람이 불면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아직 수소 가스나 헬륨이 발견되지 않아 지속 체공시간도 낮다.
한데, 누가 이런 무지막지한 수법을 지금 쓰고 있을까?
그때 옆에서 역시 아연히 입을 벌리고 있던 클린턴이 펄쩍 뛰었다.
“어, 저거, 설마?”
거대한 기구 위에서 뭔가 금속성 물체가 떨어져 내린다.
-콰아앙!
프랑스 제국의 황금 독수리 무늬를 가득 새긴 기구부대가 플랑드르에 도래했다.
수류탄, 폭격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