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2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24화(525/547)
외전 (2) 보나파르트 가문의 여자들은 극성맞다
아작시오, 프랑스 남쪽 바다 코르시카 섬의 작은 마을은 오늘따라 부쩍 시끄럽다.
“모두 준비해! 이곳에 정말 귀하디귀한 손님이 오신다!”
사실 작은 마을이라고 하지만 그거야 [프랑스 제국] 전체에서 보는 시각이다.
또한 코르시카는 나름 서지중해에선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시칠리아, 사르데냐, 그 다음 가는 섬이니까.
그런데 아작시오는 코르시카의 가장 중요한 도시다.
반대로 말하면, 외부에서 코르시카를 방문할 때 귀빈들이 오는 곳도 여기다.
그러니 손님이 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 콘스탄틴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간만의 일.
일꾼들은 바삐 움직이다 서로 돌아보았다.
“누가 오는데 그래?”
“보나파르트.”
“뭐? [대지주] 일가? 아니, 갑자기 여기 웬일인데? 다들 파리나 로마에서 지내잖아?”
문득 시장이 지나가다 일꾼들의 말을 듣고는 소리쳤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어이, 거기 카펫 제대로 깔아! 흙 한 톨 묻어선 안 돼!”
대지주.
한때 아작시오에서 쫓겨났던 보나파르트 가문을 고향에서 지칭하는 명칭이다.
왜?
간단한 이유인데 코르시카 땅의 거의 전부가 보나파르트 가문의 소유라서다.
물론 강탈하거나 억지로 빼앗은 경우는 없다.
대신 막대한 돈을 들여 사들인 것이다.
사실 시칠리아라면 모를까 코르시카는 거의 대부분 산으로 이뤄져 있고, 교역로에서도 벗어나 있어서 썩 가치 있는 땅은 아니다.
그러니 프랑스 제일의 부호라 불리는 보나파르트 일족이 섬을 사들이는 건, 쉬운 일이었다.
때문에 시장도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누구든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찾아온다면 깜짝 놀라는 게 당연하다.
그때 갑자기 아작시오 중심가로 거친 말발굽이 몰아쳤다.
-두두두!
당연히 흙먼지가 휘날리고 기껏 깔아놓은 카펫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흙 묻었는데요.”
“아아악! 내 카페트! 너 누구야! 잡아!”
“감히 황실 행차를 망치다니!”
도시 주요인사들이 기겁하는 가운데, 시장 콘스탄틴이 가장 펄펄 날뛰었다.
“당장 포박해서 감옥에 처넣자!”
아주 멋들어진 아라비아산 말을 탄 기수가 힐끗 시선을 돌렸다.
한데 모자 아래로 늘어진 머리칼에서 알 수 있듯, 여자다.
다만 기마를 타기 위해서인지 남장 차림인 게 이색적이다.
기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뭐야. 날 집어넣겠다고?”
“그렇다! 나는 아작시오 시장 콘스탄틴 스테파노폴리! 우리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외지인인 널 용서치 않겠다!”
“와, 내가 외지인인 줄 어떻게 아는데?”
그러자 시장 콘스탄틴이 고함쳤다.
“이 도시의 모든 [중년] 여성 얼굴은 다 알고 있다! 특히, 너 같이 반반하게 생긴 여자의 얼굴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게다가, 남사스럽게 여자가 남장이라니!”
사실 요새 파리에서는 여자들 사이에서 남장이 유행이다.
다만 기수는 그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조금 엉뚱하게도 기수가 반응한 단어는 다른 쪽이다.
“중년?”
콘스탄틴이 기수가 노려보다 잠시 움찔거리다 손가락질했다.
“그, 그래! 중년 여성! 마담! 어찌, 신이 정한 바를 어기고 남자의 옷을 여자가 입어!”
“마담? 와, 내가 벌써 그런 소리를 들을 나이인가?”
“뭐라고 하는 거야? 당장 잡아!”
그 순간 피스톨 소리가 창공에 울렸다.
-탕!
아니, 정확히는 콘스탄틴의 뺨을 탄환이 스치고 지나갔다.
“으히익!”
“이봐요, 시장 나으리. 여자에게 그따위로 말하면서도, 아직 시장이야? 누가 당신 같은 사람을 뽑아줘?”
“사람 살려! 살인마다! 피해라! 경비병!”
나름 섬의 주도라 신형 라이플을 든 경비병들이 바삐 달려왔다.
-철컥, 철컥, 철컥!
경비병들이 라이플을 겨눴지만, 남장여자 기수는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구식 머스킷과 달리 격발하면 바로 총탄이 쏘아지는 신형 병기인데도 말이다.
시장이 약이 올라 악을 썼다.
“말에서 내려, 지금 당장!”
“와, 이젠 병사들이 떼거지로 귀부인을 모욕하네?”
“누가 귀부인이냐! 선머슴처럼 입고 와선! 남장이라니, 가톨릭에 대한 모독이다!”
자꾸 시대에 어긋나는 헛소리를 하는 시장을 기수가 마뜩찮게 볼 찰나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드디어 길 저편에서 마차가 도래했다.
이두마차.
아작시오에서도 부자라면 타고 다닐 정도의 마차다.
마차에 그려진 [꿀벌] 황금 무늬가 아니었다면, 정체를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할 때, 마차에서 창문이 열리며 노년의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왜 이렇게 소란입니까?”
노년의 부인을 본 순간, 지금껏 고함만 치고 있던 시장이 놀라 외쳤다.
“세상에, 태후 폐하!”
태후.
프랑스는 제국이고 황제가 통치한다.
그런데 사실 황제의 모친은 아직 이렇게 늙지는 않았다.
다만 통칭 [태후]라고 불리는 이는 따로 있다.
전대 황제의 모친이자, 현 황제의 [양조모]인 레티치아 보나파르트다.
“온다는 사람이 태후 레티치아 폐하였어?”
“아니, 태후 폐하를 어떻게 알아? 시장이?”
“그거야 태후 폐하는 꽤 자주 드나드시거든. 토지 사용료 관리하시느라.”
시민들이 수군거리는 가운데, 시장이 급히 마차를 향해 달려가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무뢰한이 침범해서, 처리하던 중이었습니다. 즉시, 시정하겠습니다!”
레티치아는 낯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밀다 눈을 크게 떴다.
“무뢰한? 어디, 응?”
살짝 고개를 돌리는 기수를 향해 레티치아가 마차에서 뛰어내려 다가갔다.
“폴린, 너 여기서 뭐하니?”
폴린.
어쩐지 들은 것 같은 이름에 시장 콘스탄틴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요새 폴린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가 한둘이던가.
왜냐면 황실의 유명한 [바람둥이] 여왕이 갖고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순간, 이제 졸도할 기세로 시장이 비명을 질렀다.
“폴린 보나파르트? 나폴리 여왕 폐하?”
이 순간, 일꾼과 경비병, 유력시민들 모두가 확신했다.
아무래도 아작시오 시장이 슬슬 쫓겨날 때가 됐다고.
***
당연히 보나파르트 가문의 두 여자는 시장 따위는 아무 관심이 없다.
“너는 제정신이니? 일국의 여왕이란 여자애가 어떻게 호위도 없이 다녀?”
프랑스 제국 태후, 레티치아가 슈미즈를 입은 채 혀를 찼다.
본래 전대 황제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나폴리는 프랑스 제국의 속령이었다.
또한 [부왕]도 막내 여동생, 카롤린의 남편인 마르몽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허나 워털루에서 마르몽이 사망하면서 후계구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단 현 황제는 카롤린을 신뢰하지 않았다.
또한 반란이 심한 나폴리 왕국을 프랑스 제국 직할령으로 계속 삼을 생각도 없었다.
하여 원래부터 [부르봉] 가문이 나폴리를 통치했던 것에 착안해, 또 다른 부르봉에게 왕국을 맡긴 것이다.
바로 폴린의 남편, 루이 샤를 드 부르봉이다.
“엄마야말로 마차 꼴이 그게 뭐예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비웃음 받아요. 황제 할머니가 그러고 산다고 하면.”
“마차가 어때서! 오히려 그런 데 돈을 쓰면 혁명의 온상이 되는 거다! 아껴써야지!”
“어차피 세금으로 타고 다니는 마차도 아닌데. 엄마 개인재산 아니에요?”
침실에서도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는 딸을 보다, 레티치아가 소리쳤다.
“그럼 더욱 아껴야지! 내 슬하에서 자란 황제는 물론이고, 왕들과 여왕들, 대공들도 언제 쫓겨나 이 섬에 돌아오게 될지 몰라! 그러니 내가 한 푼이라도 아껴서 그때를 대비해야 해!”
폴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다 픽 웃어 버렸다.
만약 정말로 보나파르트 가문이 권좌에서 쫓겨난다면, 코르시카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아예 유럽에서 쫓겨나 신대륙쯤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당장 합스부르크 가문이 당한 꼴이 그러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대신, 폴린은 모친을 가볍게 놀렸다.
“풉! 유진이 언제 엄마 슬하에서 자랐어요?”
“황제야 내가 하숙집에서 키우지 않았니? 다른 ‘유진’이라면 정말 내가 키웠지. 마리는 에스파냐 문제로 바빴으니까.”
“이제는 에스파냐라는 건 없어요. 아라곤, 카스티야, 그라나다, 또 어디더라? 하여간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이죠.”
그래도 여왕답게 정확히 국가 명칭을 지적하다, 폴린이 눈을 반짝였다.
“마리랑 유진이 별거 중이란 얘기 들었죠, 엄마도?”
레티치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프랑스와 에스파냐를 각기 통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에스파냐는 없다니까요? 그래서, 내가 유진을 위로차 방문할까 해요.”
“넌 애도 둘이나 있는 여자애가 집에나 있을 것이지. 루이가 뭐라 안 그러니?”
그러자 폴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루이도 요새 바람피워요. 뭘 새삼스럽게. 부르봉 가문의 천성이죠.”
레티치아가 입술을 벌리다, 한숨을 쉬었다.
사실 루이 샤를이 바람을 피운 것은 꼭 천성 때문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폴린의 행실에 대한 맞바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어쩌면 결국 레티치아가 딸을 잘못 키운 탓이란 소리나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 레티치아가 다시 폴린을 타일렀다.
“그럼 네 남편을 단속해야지! 왜 애꿎은 유진의 침실을 노려! 너 때문에 마리가 에스파냐에서 나오질 않는 거 아니니?”
“이제 왕가의 의무는 다해준 거잖아요? 그럼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죠. 그리고 마리가 ‘전부’ 알았으면 벌써 내게 총을 쏘러 왔을 걸요?”
“정신 좀 차려라. 유진은 엄연히 네 조카야!”
그때 폴린이 눈을 빛내며 레티치아에게 속삭였다.
“엄마도 부르봉의 핏줄보다는 보나파르트의 핏줄이 다음 황제로 이어지길, 바라지 않아요? 설마 샤를이 차기 황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건 무리예요.”
아주 의미심장한 얘기에 레티치아가 눈을 깜박이다 기겁했다.
“설마 너 유진의 아이를 낳을 생각이니?”
“아뇨. 이젠 임신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요. ‘저번에’ 실패하기도 했고.”
“그럼?”
폴린은 묘하게 웃었다.
“대신 내 아이를 유진의 아이와 결혼시킬 수는 있잖아요? 그러려면 유진을 설득해야죠. 침실에서.”
유럽 왕실에서 사촌간 혼인은 자주 있는 일이다.
또한 엄밀히 말해 현 황제와 보나파르트 가문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없다.
물론 족보가 꼬일 테지만, 그거야 교황이 허가하거나 국가에서 승인하면 별 문제없는 일이긴 하다.
다만 그 설득을 꼭 침실에서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와 레티치아는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겠다. 난 [유진 주니어]나 찾아야겠구나.”
“응? 그 애, 설마 또 가출했어요?”
“그렇다더구나. 여기서 알아보니 코르시카에 잠깐 들렀다고는 하던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갔는지.”
그러니까 레티치아가 아작시오에 온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바로 유진 주니어, 황제의 차남을 찾기 위해서다.
폴린은 재미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기왕 나온 김에 그 애나 찾아볼까?”
레티치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다 미간을 좁혔다.
“너, 유진 주니어까지 건드릴 생각은 아니지?”
당연히 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
오늘, 아작시오 시장 콘스탄틴 스테파노폴리는 인생이 끝장날 위기에 처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소서, 나폴리 여왕 폐하!”
납작 엎드려 마치 오리엔트의 황제를 뵙는 듯 절하는 시장에게, 폴린이 물었다.
“됐구. 여기, 제2황자가 왔다며?”
“예? 아, [지브롤터] 공작 각하 말씀이십니까?”
“언제 들어도 이상한 영국식 이름이네. 어쨌든 맞아. 왔어, 정말?”
콘스탄틴 시장은 눈을 굴리다 조심스레 답했다.
“예, 하지만 어디로 가셨는지는 정확하게.”
찰나, 은색 장식이 멋들어진 피스톨이 콘스탄틴의 머리를 겨눴다.
-철컥.
콘스탄틴이 벌벌 떨었지만 폴린은 생글생글 웃을 뿐이다.
“난, 우리 모후 폐하랑 달리, 인정사정이 없는 사람이야. 또한, 성 요한 기사단 소속 군인이지. 다시 물을게. 지브롤터 공작, 어딨어?”
분명 중년임에도 전혀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는 미모가 눈부시다.
그렇지만 콘스탄틴은 프랑스 제국 전체에 이름 높은 [바람둥이 미녀] 여왕의 미모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조금만 말을 잘못하면, 당장 총탄이 머리를 꿰뚫을 위기였으니까.
“런던에 가신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은 정말 모릅니다!”
결국 지브롤터 공작의 엄명을 어기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흐응, 간만에 적국 방문이나 해볼까?”
폴린이 눈을 반짝이며 돌아섰다.
나폴리 여왕이 영국 런던행을 정한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