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2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26화(527/547)
외전 (4) 비독은 반정부 혁명분자들을 추적한다
사냥모, 파이프, 그리고 외눈 안경.
어쩐지 교외로 유희라도 나갈 듯한 신사의 차림새.
하지만 걸치고 있는 남자는 꽤나 거칠게 생겼다.
어두운 파리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하수구 냄새나 맡으면 딱, 어울릴 정도로.
거친 외눈 안경의 남자, 외젠 프랑수아 비독이 이를 드러냈다.
“그래서, 누가 이 팜플렛을 만들었는지 불 수 없다는 거냐?”
반면 상대는 그야말로 학자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청년이다.
사실 청년이라기엔 얼굴이 앳되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게 확실한 신입생이랄까.
문득 몸을 떨던 청년이 비독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아,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냥 수학도일 뿐이에요.”
“이봐, 에바리스트 군. 자네가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이란 건 알겠어. 하지만, 자네 방에서 불온문서가 발견되었단 말이야.”
“갈루아.”
에바리스트 갈루아가 이를 악문 채 외쳤다.
“무슈 갈루아라고 부르시오. 무슈 비독. 당신이 고위수사관인 건 알지만, 나도 시장의 아들이오!”
후일 원역사에서 이른바 갈루아 군론을 발표해 유명해지는 수학자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파리 최고 공과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학생일 뿐.
때문에 유명한 수사관, 비독 앞에서 쩔쩔 맬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불온분자]로 낙인 찍혀 소환되었다면 더욱 그렇다.
문득 가슴에 매달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만지작 거리다, 비독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지. 메테르니히와 자네는 무슨 관계인가?”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소리요? 메테르니히? 옛날 오스트리아 수상? 그런 퇴물 따위는 모르오. 그자가 수상일 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 퇴물이지. 하지만 런던을 중심으로 반제국 운동을 하는 장본인이기도 하고.”
비독은 히죽 웃었다.
“자코뱅 고위 간부들이 그자와 접촉했다는 첩보가 있어. 그런데, 자네 방에서 발견된 게 바로 자코뱅들이 휘갈긴 팜플렛이란 말이지. 자, 내가 왜 자네를 불렀는지 알겠나?”
그때서야 갈루아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애초에 메테르니히는 표면적인 세계에서는 퇴출된 지 오래인 인물이다.
그러니 갈루아가 누군지도 알 수가 없다.
반면에 퇴물 운운한 순간, 갈루아는 메테르니히가 누군지 안다고 자백한 셈이다.
런던에 도사리며 프랑스의 유럽 지배를 뒤흔들고자 획책하는 음모가, 메테르니히를.
이렇게 된 이상 해법은 하나다.
수학도 갈루아는 눈을 감았다.
“고문하시오.”
“뭐?”
“내 결백을 고문으로 입증하겠소! 하시오, 정부의 개!”
호기로운 말이지만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언뜻 봐도 눈에 띌 정도다.
비독은 코웃음을 쳤다.
사실 ‘옛날’에는 비독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백을 받아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현대’ 19세기가 아닌가?
가볍게 일어나 문을 열며 비독이 일렀다.
“어이가 없군. 가봐.”
“뭐, 뭐요. 가라니?”
“우리 [현대적] 프랑스 치안국에선 고문 같은 중세적인 짓은 하지 않아. 다만.”
순간, 비독이 외눈 안경 뒤의 눈을 번뜩였다.
“자네는 당분간 파리를 떠날 수 없어. 혹시 떠나게 되면 즉각 체포되어 시테 섬의 감옥에 처박힐 걸세.”
한때 혁명가들은 시테 섬 감옥에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그곳에 현 황제의 모후인 조세핀 보나파르트도 갇혔다던 전설도 있다.
당연히 그랬다면 몸이 망가져 황제의 동생들을 낳을 수 없었을 테니 거짓말일 것이다.
그만큼 시테 섬은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고문도 안 당했는데 파르르 떨다, 갈루아가 뛰쳐나갔다.
-후다닥!
그 꼴을 구경하던 동료, 세자르 에르보가 혀를 찼다.
“자네, 치안국 수사관 더 이상 아니잖아. 진작에 은퇴해서 탐정 회사 차렸다고 말해줄 걸 그랬나?”
“닥쳐, 에르보. 치안장관이 내게 의뢰했으니, 치안국 얘기해도 돼.”
“아직 반역자에겐 고문하지 않나? 저 친구 그냥 보내줘도 돼?”
고문은 이미 대혁명 시기에 인권선언문을 통해 금지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법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 법이다.
예전에 에스파냐 왕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폭사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시만 해도 고문을 통해 배후를 밝혔을 정도니까.
비독은 피식 웃다 에르보를 채근했다.
“내 수법 몰라? 놓아줘야 뒤를 추적하지. 자, 에르보, 빨리 저 친구를 미행하게.”
한때 비독의 감옥 동기였던 남자, 에르보가 투덜거리며 중절모를 쓴 채 나섰다.
“아이구, 내 신세야. 내가 저놈에게 빚만 안 졌어도!”
물론 갈루아가 얼마나 뛰어난 수학도일지 비독은 모른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딱히 뛰어난 지하운동가는 아니라는 거다.
다만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지하 [반제국운동] 분자들을 잡으려면, 일단 종적을 잡은 [쥐]부터 쫓아다녀야 할 필요가 있다.
가볍게 보고서를 하나 작성하다, 비독도 일어났다.
“그럼, 진짜 상관을 만나러 가볼까?”
이번 의뢰의 보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만나야 하는 자다.
***
당대 치안장관은 실로 장수 장관으로 이름이 높다.
“실망이네, 무슈 비독. 요새 자네 실적이 정말 안 좋군. 크흠!”
66세로 무려 20년이 넘도록 치안장관직을 맡아온 남자.
황제의 사냥개로 반제국분자들에게 악명이 높은 치안관료.
본래는 황제와 사이가 나빴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한 가지를 말해준다.
지극히 황제의 마음을 잘 읽고,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거다.
비독이 마른 기침을 뱉는 조세프 푸셰를 향해 킬킬 웃으며 대꾸했다.
“제가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요. 푸셰 장관 각하. 부하들에게나 말씀하시죠.”
“황제 폐하의 특임 수사관이라는 영광된 칭호가 하사되었다는 걸 잊었나? 폐하의 적을 모조리 잡아내는 게 자네에게 부여된 임무야.”
“이런, 저는 황금만 믿습니다. 칭호가 아니라.”
손에 쥔 금화 주머니를 튕기며 비독이 일침을 놓았다.
“또한, 제 정보원들도 그렇죠. 아니면 메테르니히에게 넘어갈 겁니다.”
시대는 실로 자본주의가 활짝 개화하는 때다.
누구나 금전을 탐하며,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가족이라도 팔아 넘길 정도다.
그러니 명예를 운운하는 구시대적 전직 혁명가의 말에 비독이 비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초에 푸셰도 명예를 지키고자 했다면 진작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하지 않을까?
푸셰는 낯을 찡그리다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확실한가?”
“메테르니히가 반제국봉기를 기획하고 있는 게 확실하냐면, 당연히 그렇습니다.”
“7월에 봉기를 일으킬 거라는 이 보고서가 확실하냐고.”
비독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거야 계획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정보 아닙니까?”
“어이, 비독. 그따위 보고나 듣자고 내가 자네에게 1만 프랑이나 지급한 줄 알아?”
“단, 바로 어제까지의 시점이라면 기획되고 있는 게 맞습니다. 특히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 에콜 폴리테크니크, 그리고 에콜 쌍트랄. 이 세 곳의 학생들이 함께 들고 일어날 겁니다.”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 곧 파리 고등사범학교.
에콜 폴리테크니크, 파리 공과대학.
에콜 쌍트랄, 파리 중앙대.
통칭 [그랑제꼴]이라 불리는 프랑스 핵심 고등교육기관들이다.
그야말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핵심 인재들이 집결해 교육받는 장소.
이른바 귀족이 없는 제국에서 사실상 통치 엘리트가 될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곳에 반제국분자들이 득실거린다니, 기가 막힐 소리였다.
“사관생도들이 없는 게 다행이군. 생 시르 교장에게 단단히 단속하라 일러둬야겠어.”
“혹시 추가될 수도 있죠.”
“대체 뭐가 문제야! 제국은 번영하고 있고, 세금은 낮아! 식량 위기도 없는데 뭣 때문에 봉기한다는 거야!”
비독은 어깨를 으쓱였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장관 각하. 요새 청년들은 투표권을 위해 싸웁니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돈을 위해 싸운다고 하더군요.”
옛날 대혁명이 일어나던 구시대, 18세기에는 달랐다.
국가 재정이 파탄에 이르러 부도 위기, 아니 거듭된 부도 발표가 연속으로 일어났다.
소빙하기 기후와 중과세가 겹쳐 식량난이 매년 발생했다.
파리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모두가 죽기 싫어 죽이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풍족하다.
도대체 왜 혁명을 꿈꾼단 말인가?
한때는 열혈 혁명가였던 푸셰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부르짖었다.
“그런 빨갱이 놈들은 당장 척살해야지!”
“옛날 자코뱅 상징이 빨간색이었던 것 같긴 하더군요. 자코뱅이셨죠, 장관님?”
“모욕적인 말이로군. 난 청색을 좋아해. 황제 폐하의 상징이지!”
전직 [빨갱이] 푸셰가 악을 썼다.
“모조리 잡아들여. 단 한놈도 빠짐없이! 절대로 봉기 같은 건 생각도 못하게 해야 해!”
물론 경찰도 아닌 비독에게 명령한 얘기는 아니다.
그때까지 옆에서 듣고 있던 치안국, 경찰국, 보안국 국장들에게 외친 얘기다.
세 명의 국장들이 바삐 부동자세로 경례를 취한 후 뛰쳐 나가려 했다.
그때 비독이 여유롭게 외눈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일렀다.
“저라면 부하에게 다른 일을 시키겠습니다.”
“흥, 부르봉이 왜 무너졌는지 알아? 로베스피에르나 나 같은 사람을 진작에 잡아 처넣지 않았기 때문이야.”
“만약 혁명가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면 봉기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비독이 묘하게 웃었다.
“적당한 인물이 있습니다.”
메시지를 공격하기보다 메신저를 공격하라.
고래로 아주 유용한 수법이다.
정보 공작 전문가, 푸셰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었다.
“누군데. 설마, 오늘 심문했다는 수학자?”
“아니요. 바뵈프입니다.”
“잠깐만, 그자가 아직도 살아있나?”
비독은 놀란 푸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스파이 마스터, 필립 오베르뉴와 함께 곧 입국할 겁니다.”
비록 혁명을 꿈꾸는 이들은 청년들이지만, 그 배후에는 늙은이들이 있다.
또한 그 혁명을 막으려는 자들도, 역시 노인들이다.
노인, 푸셰가 눈을 번뜩이며 화답했다.
“매국노로 몰아붙이기 좋군. 승인하지!”
19세기 반제국혁명을 막기 위해, 18세기 혁명가가 내린 결단이다.
***
아무리 19세기 [현대]라도 말만 한다고 자동으로 범인이 잡히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추운 날 바닷가에서 반역자를 기다려야 하다니. 에취!”
에르보가 재채기를 하며 눈앞의 바다를 노려보았다.
이곳은 프랑스 북동부 해안 브레스트 항구 부근.
한때 영국인들이 프랑스 내부의 반혁명파를 돕기 위해 군대와 물자를 보내던 장소다.
비독도 그립다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여자 침실이 좋지.”
“언제 온대?”
“그야 런던의 날씨에 달렸지. 언제 이곳에 올지 아무도 몰라. 응?”
비독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온다.”
멀리, 비바람을 뚫고 폭풍 속에서 해안가에 상륙하는 이들이 있었다.
“자, 상륙해라! 응?”
찰나, 총격이 요란하게 울렸다.
-철컥, 탕!
해안가 바위 너머, 수십 명의 사복 [탐정]들이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통칭 비독 소시에테, 그러니까 비독 탐정회사의 직원들이다.
전직 군인이나 경찰로 이루어진 자들로, 격투와 총격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이제 막 비바람을 뚫고 상륙한 영국 스파이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문득 비독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후후, 오랜만이야. 스파이 마스터!”
대열에 있던 오베르뉴가 부들부들 떨다 비명을 질렀다.
“빌어먹을, 저 도둑놈에게 또 잡히다니!”
비독은 킬킬 웃으며 오베르뉴와 그 일당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럼, 반제국봉기를 일으킬 범인이 되어주실까? 후후!”
범인을 만들기 위해 스파이를 잡는 탐정.
비독이 바삐 보낸 3월의 1주간 있었던 일이다.
7월 혁명, 혹은 7월 반란이 예고된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