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2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28화(529/547)
외전 (6) 빅토르 위고가 백의의 천사를 만나다
파리의 하늘은 더 이상 맑지 않다.
“못 살겠다, 바꿔 보자! 이러다 모두 과로로 죽는다!”
뿌옇기 그지없는 회색 하늘 아래, 적색 두건을 뒤집어 쓴 남자들이 나섰다.
다만 파리는 아직도 18세기 이래 복잡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옛날 대혁명 때도 골목을 둘러싸고 혁명 봉기 인원과 진압군이 맞서 싸운 적이 수도 없이 많다.
만약 도시계획이 진행되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지 모른다.
어쨌든 그 덕에 빨강 두건남들은 손쉽게 경찰 진압대에 가로막혔다.
-쿵, 쿵, 쿵!
위협적으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 진압대와 두건남들이 맞서려 할 때였다.
긴장된 대치의 전열 사이.
누군가 집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시위대 무리와 경찰들은 어이가 없어 그쪽을 보다, 갑자기 질린 얼굴이 되었다.
비틀거리던 이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콜록, 콜록, 콜록!”
그 순간 경찰 사이에서 먼저 동요가 일어났다.
“피다!”
“으아악, 전염병이다! 도망쳐!”
“투베르클로시스!”
나름 수도 경찰대학을 졸업한 지휘자 앙리가 비명을 질렀다.
“방구석 폐인들의 전염병이야, 피해!”
투베르클로시스, 그러니까 결핵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퍼진 전염병들이 있다.
콜레라, 탄저병, 그리고 결핵이다.
만약에 황립 의료원 원장인 라레이가 [세균]의 존재를 밝혀내지 않았다면 저주라 여겨졌을 전염병들이기도 하다.
허나 결핵은 아직도 대책이 거의 없어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든다.
시위대도, 경찰들도 사이좋게 전염병을 피해 도망친 골목.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증기자동차가 나타났다.
-부우웅!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증기자동차가 멈춘 곳은 환자가 쓰러진 장소다.
“휴, 또 결핵에 걸린 사람들인가요?”
증기자동차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입은 여자가 내려섰다.
결핵 환자의 특징은 창백한 얼굴이라고 한다.
한데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의 안색은 결핵 환자만큼이나 창백했다.
실로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밤을 지새는 사람의 모습이다.
문득 자동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황급히 여자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예, 일단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황녀 전하.”
“결핵균을 치료하려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해요. 일단 모두 요양소로 옮겨요.”
“일단 황녀 전하부터 피하시지요. 전염될지도 모릅니다.”
하얀 가운의 여자, 검은 머리 황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서겠어요? 자, 여러분. 모두 힘냅시다!”
증기자동차, 백색 엠뷸런스로 곳곳에 쓰러진 결핵 환자들이 이송되기 시작했다.
황녀라 불린 하얀 가운의 여자도 앞서서 나섰다.
당연히 이들은 얼굴에 방독면과 같은 격리 장비를 입고 있긴 했다.
그래도 전염 위험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결핵 전염 위험을 무릅쓰고 방역에 나선 이들 앞에 다시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저기, 호의호식하는 황립병원 의사 놈들과 간호사 년들이다!”
문득 시위대에서 빨간 두건 한 사람이 부르짖었다.
그러자 흉흉한 눈빛을 번뜩이며 시위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하얀 가운 무리 중,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흉흉한 눈빛이다.
분노와 탐욕과 정욕으로 물든 눈을 번뜩이며 시위대가 앰뷸런스를 포위했다.
“의사를 죽여라! 치료도 하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자들!”
“어떻게 전염병 환자를 피해 도망칠 수 있나!”
“앰뷸런스 증기차는 어딨소! 공장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당신들은 어디 있는 거요!”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어쩔 줄 몰라하며 머뭇거렸다.
자칫 흉포해진 시위대에게 폭력이라도 당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상황이다.
그들을 지켜야 할 경찰들은 결핵이 무서워 도망친지 오래다.
그 순간 환자들 사이에서 황녀가 뛰어나왔다.
“비켜요!”
시위대의 빨간 두건들은 눈을 부라렸다.
“이 여자는 또 뭐야!”
“건방지게 남자들이 정치를 논하는 데 나서?”
“죽고 싶은가 보지!”
그러자 황녀의 뒤에서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던 부인이 눈을 부릅떴다.
“감히 누구를 가로막는 것이냐! 플로랑스 황녀 전하시다!”
황녀란 칭호보다 우선 부인의 미모 때문에 시위대는 멈칫거렸다.
곧이어 시위대는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가운을 입은 여자가 누군지를.
프랑스 제국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여자.
선제의 딸, 플로랑스 보나파르트다.
아무리 반 황제 시위를 하는 시위대도 [선제]에 대한 존경심은 가득하다.
왜냐면 선제는 이른바 노동탄압이란 개념이 없었을 때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서로 쳐다보던 시위대는 황급히 예를 취하다, 뿔뿔히 흩어졌다.
결핵 환자들만을 뒤에 남긴 채로.
문득 씨근덕대돈 중년의 미녀 부인 간호사가 황녀를 살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황녀 전하께 감히 달려들지는 못하는군요.”
“정말 예전 같지 않네요. 옛날에는 우리 앰뷸런스 차가 이동할 때는 누구나 경의를 표했는데.”
“저 무도한 놈들에게 뭘 바라십니까? 바뵈프를 따르는 무리들입니다. 황제 폐하는 저놈들을 당장 잡아 처형하지 않고 뭘 하시는지!”
귀부인이 분통을 터뜨리자, 플로랑스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오라버니는 저들이 폭발할까 걱정하시는 거예요. 마담 폴리냑.”
한때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녀장이었던 폴리냑 부인.
지금은 자신의 암을 치료한 황립 의료원에서 봉사차 간호사 일을 도맡아 하는 여자가 낯을 찌푸렸다.
이러다가 만년에 만난 소중한 인연, 플로랑스가 다칠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멀찍이 키득 웃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흐응, 파리는 여전히 시끄럽네. 왜 이리 다들 난리야?”
플로랑스는 시선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오르탕스 언니? 파리에 왔어요?”
19세기에 어울리지 않게 말을 타고 나타난 여자, 오르탕스가 사냥모를 치켜세웠다.
“그래, 이런 꼴 보려고 온 건 아니지만. 이젠 의사 가운도 잘 어울린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파리.
선제의 두 딸이 실로 10년 만에 만난 순간이었다.
***
파리 외곽, 황립 의료원 병실을 둘러보다 오르탕스는 낯을 찌푸렸다.
“넌 아주 병원에 사는구나. 결혼은 안 해? 유진 오빠가 아예 널 처녀로 늙어 죽게 만들겠대? 차라리 그럴 거면 수녀원에 넣지.”
오르탕스는 아직 귀족가의 여자들이 수녀원에 들어가던 시절 태어났다.
허나 유럽은 이미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이다.
아무리 황족이라 해도 정말로 신심이 깊지 않는 한, 수녀원에 들어갈 리는 없다.
구시대적 얘기를 입에 담는 오르탕스를 보다, 플로랑스가 커피를 따르며 웃었다.
“언니도 참, 제가 원해서 그런 거예요. 마렝고 공작님은 잘 계시죠?”
“앙투안이라면 너무 바쁘지. 이번엔 서부 인디언 연합과 싸우러 갔어. 다들 잘 복종하면 좋을 텐데 시민권 받는 게 그렇게 싫은가?”
“어머, 또 전쟁이에요? 그곳에도 환자가 많겠네요.”
마렝고 공작, 그러니까 드제를 말한다.
선제 시절 누벨 프랑스 총사령관에 임명된지도 벌써 20여년.
적재적소를 중시하는 프랑스 제국은 여전히 드제를 신대륙에 박아두고 있다.
이제는 유럽보다 신대륙이 익숙해, 오르탕스도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환자 타령을 하는 동생을 보니, 가끔 와서 잔소리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드는 오르탕스였다.
“우리 집안에 어쩌다 이런 애가 나왔을까? 환자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걱정해. 아까도 보니까 전염병 환자들을 운반하던데? [천재병] 환자인가?”
그런데 플로랑스가 고개를 저었다.
“결핵은 천재병이 아니에요. 오히려 빈자들의 병에 가깝죠.”
“그런가? 예술한답시고 주로 방구석에 처박힌 사람들이 걸리던데. 햇빛 많이 쐬면 사라지고.”
“면역력 문제라구요. 그건. 물론 치료할 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자 오르탕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천재병]을 치료할 약이 있어? 신대륙에서도 한 번 걸리면 불치병이라고 난리인데? 심지어 죽으면 흡혈귀가 된다는 얘기도 있고.”
그러니까 이 두 황녀의 인식 격차는 신대륙과 유럽의 의학 격차 탓이다.
유럽 의학은 라레이가 현미경으로 세균을 발견한 이래, 급속도로 발전했다.
반면 신대륙은 여전히 질병은 신의 뜻이라 여기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비록 유럽과 교류는 하지만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탓이랄까.
오르탕스의 말에 플로랑스가 기가 막혀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요! 흡혈귀라니, 그런 병은 없어요. 있다면 광견병 정도일지도.”
“응? 아, 미친 개에게 물리면 같이 미치는 거? 그것도 병이야?”
“신대륙에선 대체 의학 수준이 어느 정도로 낮은 거예요? 설마 그것도 저주라고 알려진 건 아니죠?”
오르탕스가 키득거리며 대꾸했다.
“글쎄, 신부와 목사들이 퇴마한다고 난리치는 걸 본 적은 있지. 너무 걱정마. 마녀사냥은 안 해. 적어도 프랑스령에선.”
사실 이 시기, 원역사에서는 신대륙에서 마녀사냥이 광풍을 일으킨다.
허나 황제의 엄명과 드제의 단속으로 누벨 프랑스령에서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미합중국에서는 상황이 달랐지만.
커피를 건네며 플로랑스가 물었다.
“아무래도 낙후된 신대륙 의료체계를 고치러 오신 것 같진 않네요. 노동자 파업 구경하러 오신 것 같지도 않구요.”
“그딴 걸 내가 왜 고치고 구경하니? 난 마리 폐하 때문에 온 거야.”
“응? 황후 폐하가 문제라도 있어요?”
오르탕스가 입술을 벌리다 플로랑스에게 소리쳤다.
“얘가 나보다도 퇼르리 소식을 모르네? 너, 유진 오빠랑 마리 폐하가 벌써 1년 넘게 별거중이란 거 몰라?”
플로랑스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몰랐기 때문이다.
일단 황궁과 연락하지 않은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어쩐지 요새 황후 폐하가 안 보이시더라니. 세비야에 가 계신가 봐요?”
“황실 소식도 좀 듣고 다녀. 엄마는 너 보고 뭐라고 안 해?”
“어머니야 항상 파티로 바쁘시죠. 병원은 끔찍하다고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셔요. 아프면 와야 오는 곳인데.”
가볍게 말하다, 플로랑스가 진지한 얼굴로 속삭였다.
“이번에 오라버니 뵙게 되면 저 대신 전해주세요. 파리가 위험 수위라고.”
오르탕스는 눈썹을 치켜떴다.
아까, 시위대가 들끓는 모습은 보았다.
하지만 반역자들은 처벌하면 그뿐 아닐까?
“글쎄, 그게 황실 내부 문제보다 더 큰 문제일까? 어쨌든 알겠어.”
이런 생각도 신대륙과 유럽의 격차일지도 모른다.
***
간만에 본 이부언니가 사라진 뒤에도, 플로랑스의 하루는 바쁘다.
“비상! 급한 환자다. 당장 간호사들 대기!”
간호사들을 소집하는 제국 황립의료원장을 뒤따르며 플로랑스가 물었다.
“어디가 문제인 거죠, 라레이 원장님?”
“도심 시위 현장에서 온 환자요. 플로랑스 선생. 경찰 진압대와 맞붙다 다리가 복합골절됐어!”
“맙소사, 마취제 가져올게요!”
그때 이동식 침상에 실려오던 환자가 플로랑스의 팔을 붙들었다.
“난, 마취제 필요 없소!”
눈에 핏발이 선 환자를 내려다보다 플로랑스가 낯을 찌푸렸다.
“마취 없이는 수술 못 해요. 무슈.”
“아니, 난 할 수 있소. 또한 황립 병원의 약물 따위는 믿지 않아!”
“무슈, 미친 소리 집어치워요!”
순간 플로랑스가 환자를 향해 외쳤다.
“병원에서는 누구나 평등합니다. 당신이 반제국분자라 해도 상관없어요!”
뚫어져라 플로랑스를 보던 남자가 팔을 놓았다.
“목숨을 맡기지, 마드무아젤.”
“고맙군요. 기록해야 하니 성함을 말하세요. 이름이?”
“빅토르.”
아직도 눈빛이 형형한 반제국분자 시위대 일원, 빅토르가 대꾸했다.
“빅토르 위고.”
후일 [반제국혁명]을 기록할 위대한 작가가 의사 황녀를 만난 첫 날이었다.
혹은 연애가 시작된 날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