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3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33화(534/547)
외전 (11) 전국민 보통투표권으로 혁명을 막아라
실로 파리 전체가 36년 만에 폭동으로 뒤덮였다.
“폭동이다! 파리 시내 전 경찰 병력 투입하라고 전해! 치안군은 어디에 있나!”
쉬르테, 프랑스 제국의 최고 정보기관.
이곳은 놀랍게도 파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기관이 시작된 장소가 보르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혁명의 불길에서 쉬르테는 안전하다.
물론 제국이 무너진다면 안전이고 뭐고 없겠지만.
“리옹은?”
문득 쉬르테 최고위자, 총수의 질문에 기관원들에게 명령하던 중간 관리자가 고개를 돌렸다.
“총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슐마이스터, 모른 척하지 말도록. 리옹으로 공화주의자들이 침투했어. 그자들이 움직이면 리옹에서 파리까지 불바다가 될 걸세.”
“그 애송이들이야 걱정하지 마시지요.”
베테랑 스파이, 슐마이스터가 웃었다.
“이미 비독을 보내뒀습니다.”
총수, 로슈자클랭이 희끗해진 수염을 쓰다듬다 물었다.
“비독은 푸셰 쪽 사람 아닌가?”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합니다. 이제는 탐정 회사인가 하는 이상한 걸 만들어 사업까지 벌이더군요.”
“혁명가들이 유리하다 판단하면 그쪽으로 넘어갈 작자군. 하긴, 그건 푸셰도 마찬가지인가.”
로슈자클랭은 새벽에 들어온 보고서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루이 17세도, 바뵈프도, 아예 메테르니히도 아니고. 오를레앙 공작이라니. 정말 예상 밖이군.”
그동안 쉬르테가 놀았던 것은 아니다.
불온분자들을 추적해 왔고, 위험 수위가 넘으면 감옥에 집어 넣었다.
가끔 푸셰가 이미지 공작을 하면 뒤에서 후원했다.
그러나 혁명가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을 세울 줄은 몰랐다.
이미 퇴물이라 생각해 잊고 있던 오를레앙 공작이라니, 놀라운 인선이다.
그야말로 허를 찔린 셈이랄까.
하지만 혁명이 일어난 대사건에도 시큰둥한 얼굴인 스파이도 있다.
문득 밖에서 들어오던 이탈리아계 노 스파이가 물었다.
“우리는 말썽쟁이 2황자 전하나 찾는 게 일인 줄 알았는데, 어찌 된 거요?”
“한가한 소리 하지 말게, 안젤로 피코. 2황자 문제는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 제국의 존망이 걸린 사태가 벌어졌으니까.”
“폭도야 모두 진압하면 그뿐 아니오? 하지만 황자 전하는 폐하의 셋밖에 없는 자식 중 하나란 말이오. 게다가 더 큰 문제도 있소.”
황족 전담 정보관, 피코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로슈자클랭은 눈살을 찌푸렸다.
“폭동이 아니라 혁명이네. 그러니 간단한 사안이 아니야. 그런데, 뭐가 더 큰 문제란 거지?”
혁명과 폭등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혁명을 경험했던 구왕당파 로슈자클랭에게는 그게 그거다.
오히려 위험을 경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폭동이라는 용어는 정보기관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해야 대책도 나올 테니까.
그런데 피코가 놀라운 얘기를 던져왔다.
“나폴리 여왕이 황제 폐하께 요구했소. 황후와 이혼하고 본인과 재혼하든가, 아니면 2황자를 본인 딸과 결혼시키자고.”
나폴리 여왕, 곧 폴린 보나파르트 부르봉이다.
황제와 이집트에서 스캔들이 있었고, 또한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스캔들이 났으며, 최근에는 아예 퇼르리 궁전의 안방을 차지했다는 스캔들을 낸 여자다.
문제는 이 여자가 사실 촌수로 따지면 황제의 고모란 점이다.
위대한 선제의 여동생, 폴린에 대해 로슈자클랭이 막말을 내뱉었다.
“그 여자는 지금 제정신인가! 이런 비상시국에 무슨 혼사 타령이야!”
“만약 폐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상황은 아주 간단하겠지요?”
“폐하를 모독하지 말게!”
그러나 피코는 음흉한 웃음을 머금었다.
“폐하의 침실 사안도 우리 쉬르테의 중요 첩보 사안이요. 보고서는 다 받아 보았을 텐데, 뭘 모른다는 듯이 말하는 거요? 총수.”
그러자 슐마이스터와 톨리, 여기에 엘리까지 끼어들어 떠들었다.
“사실 프랑스에선 원래 총비가 있어야 정상이지.”
“황후 폐하만 바라보면 오히려 국민적 인기가 없어. 이번 폭동도 그래서 일어난 게 아닌가 의심스럽군.”
“그럼 재혼은 안 될 말 아닌가? 어디까지나 나폴리 여왕은 침실의 상대로만 남아야 하니.”
그 순간, 로슈자클랭이 회의용 책상을 내리쳤다.
-쾅!
모두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한때는 그저 간판으로 내세운 존재였지만, 이후 로슈자클랭은 25년 동안 쉬르테를 지휘해 왔다.
아무리 허수아비라도 지성이 생길 정도의 세월이다.
이제는 쉬르테의 완전한 총수인 로슈자클랭이 눈을 번뜩였다.
“폐하는 나폴리 여왕과 부정한 짓을 저지른 적이 없다.”
부정한 짓은 뭘까?
쉬르테 스파이들은 서로 쳐다 보았다.
하지만 황제의 침실에 나폴리 여왕이 들어갔다는 보고서는 꽤 많이 올린 터다.
그럼에도 로슈자클랭은 단언했다.
“이게 공식적인 쉬르테의 정보다. 또한 사실이고.”
“아, 네. 총수.”
“나아가 황실 혼사는 궁정 시종부가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의 일이 아니다.”
2황자 유진 2세의 혼사 문제도 알 바 아니란 소리다.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하라. 이건 폭동이 아니라 혁명임을 명심하라.”
하긴 제국이 무너지면 황가의 스캔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긴 한다.
***
파리, 퇼르리 궁전은 아직 혁명군, 혹은 폭도들이 밀어닥치지 못했다.
“주도자는?”
이럴 때는 베르사유가 좋다고 생각하며 라파예트가 물었다.
사실 베르사유는 파리에서 꽤 멀다.
원래 루이 14세가 파리 반란이 지겨워 도망치듯 만든 곳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득 외무장관 마레가 보고서를 뒤적이며 답했다.
“오를레앙 공작입니다.”
“나도 이미 봤거든? 그럴 리가 없지 않나. 그저 끌려 들어간 것에 불과할 것 같은데.”
“본래는 다르테라고 옛날 국민공회 의원이 대학생들과 함께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주요 노조 간부들과 반정부세력, 왕당파까지 합세한 상황입니다.”
도망치다 다친 이마를 매만지다, 라파예트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루이 샤를 나폴리 국왕도 연관이 있나?”
마레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위험성이 있으니 나폴리에서 입국하지 말라는 서신은 보냈습니다.”
“좋아, 마레 장관. 구 러시아 제국령이나 신성로마제국령에서는 불온한 움직임은 없나?”
“이건 쉬르테가 더 잘 알 것 같긴 합니다만, 있습니다.”
나름 한때는 외교 일선에서 활약한 노련한 관료, 마레가 한숨을 쉬었다.
“혁명을 빌미로 반프랑스 시위를 벌이는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 뒤에 메테르니히와 잭슨이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이번에도 라파예트는 눈을 다시 크게 떠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이번 혁명 혹은 폭동이 국제적 음모의 결과란 걸까?
“메테르니히는 그렇다 치고, 잭슨이라면 미합중국 사람 아닌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자죠. 최근 구 신성로마제국의 이민자가 폭증했는데, 주로 미합중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 이민자들의 친족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설마 합스부르크 가문이 뒤에 있는 건 아니겠지?”
마레가 입맛을 다셨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망명 시 맨몸으로 간 게 아니니까요.”
대혁명 당시, 혁명가들은 무슨 문제만 생기면 합스부르크의 음모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그때는 음모론자들의 헛소리라 여겼지만, 라파예트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걸 느꼈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전부 다 죽여야 한다는 푸셰 장관 말이 맞을 지경이군.”
“옆에 두고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마시오. 수상. 물론 내 말은 항상 맞지. 합스부르크도 죽여 버렸어야 하고.”
“국가보험 대책 발표가 지난 주에 이뤄졌는데, 대체 뭐가 불만인 건가?”
푸셰의 말을 무시하며 장관들을 라파예트가 둘러볼 때였다.
“그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손에 당장 쥐어지는 것도 아니고, 은퇴한 뒤에나 주는 거죠. 시민들은 당장 뭔가를 얻기를 원합니다. 이를테면.”
문 밖에서 놀라운 얘기가 들려왔다.
“황제의 목이라든가.”
수상과 장관들은 모두 얼어 붙었다.
아무리 자유로운 토론이 권장되는 제국 내각이라도 한계는 있다.
황제의 목숨이라니.
장관들이 기가 막혀 부르짖었다.
“저런 대역죄와 같은 말을!”
“어, 어, 어찌!”
“누구요, 대체!”
그때 문이 열리고 아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납니다.”
수상 라파예트가 낯을 찡그리다 예를 취했다.
“대공 전하.”
선제 나폴레옹의 친자, 샤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이런 상황에 샤를 나폴레옹이 올 줄은 몰랐다.
설마 제위 찬탈이라도 노리는 걸까?
예전 혁명 때 루이 16세의 형제들이 보였던 꼴을 라파예트는 떠올렸다.
샤를 나폴레옹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을 지키기 위해 비상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폐하를 뵙게 해주시오. 수상.”
그러나 라파예트는 설사 그 역심이 사실이라 해도 막을 수단도, 힘도 없었다.
***
엉뚱하게도 황제는 파리 남쪽, 퐁텐블로 별궁에 머무르는 중이다.
“그래서, 혹시 내 퇴위를 요구하러 온 건 아니겠지?”
잠옷을 입고 나온 황제를 보며, 샤를 나폴레옹은 마른 침을 삼켰다.
어쩐지 황제가 야릇한 일이라도 하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별궁에 어떤 여자가 머무르고 있는지 제국의 최고위 관계자만이 안다.
그런데 샤를 나폴레옹은 제국 최고위 관계자다.
잡상을 떨치며 샤를이 급히 고했다.
“제 형님이라서가 아니라, 폐하께서는 이 제국을 통치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갑자기 아첨이 지나치구나, 샤를.”
“이곳, 파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샤를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산업화와 세계화. 시대는 격변하고 너무나 복잡합니다. 솔직히, 폐하의 지위는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겁니다. 대처해야 할 일이 전부 엄청나니까요.”
이것은 샤를 나폴레옹의 진심이다.
제위를 권하는 아첨가들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소한 현 황제의 후대라도 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제위는 싫어지기만 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만 가득하니까.
“그렇다고 딱히 남보다 쾌락을 즐기시는 것도 아니고.”
슬쩍 말을 흐리는 샤를을 보다 황제가 혀를 찼다.
“설마 너까지 잔소리를 할 줄은 몰랐구나.”
“폴린 ‘고모’는 아무리 그래도 좀.”
“네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샤를.”
황제가 단칼에 자르듯 말하다 몸을 돌렸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해결해야겠지.”
북쪽을 바라보는 황제의 뒤에서 샤를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이미 해법이 있으신 겁니까? 뭡니까, 그게?”
혹시 군사적 해결책이 아닐까, 두렵다.
어쨌든 황제는 유럽 제일의 장군.
그러니 군대를 움직인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샤를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다.
황제는 이 시대의 그 누구보다도 [선진적] 대책을 안다.
“세상은 남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
“예?”
“지금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믿는 자들도 모두 남자고. 하긴, 이 프랑스 자체가 원래 남자들의 나라지. 하지만.”
문득 황제가 웃었다.
“여자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어떨까?”
세상의 절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권자의 절반은 분명 여자다.
지금 혁명을 부르짖는 자들 절대 다수는 남자고 말이다.
전국민 보통투표권 정책이 갑자기, 시작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