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3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34화(535/547)
외전 (12) 황제가 혁명을 막다
파리 시내로 강철 증기자동차가 들어선다.
-쿠르릉!
그러니까 이른바 [전차]로 불리는 기동장갑 증기자동차다.
옛날 같으면 사람이 대포를 끌고 다닐 테지만, 지금은 증기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을 압도하는 강철의 이동 포대를 구경하다, 은행가 페리에가 커피를 홀짝였다.
“결국, 군대가 오는군.”
높다란 팔레 루아얄 5층 카페에서 그 광경을 보다, 역시 은행가인 페레고가 물었다.
“만약 군대가 발포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유혈사태가 벌어지겠지. 대혁명 때는 그것만으로도 시민들이 폭주하기 시작했지 않나?”
“부르봉 왕가와 달리 황실은 정예군단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잖아? 애초에 유럽 제일의 장군이 황제이기도 하고.”
페리에는 고개를 저었다.
“정권 교체란 그런 게 아니야. 무슈 페레고. 시민의 지지가 붕괴되면, 무너지는 걸세.”
옛날 대혁명 시절에도 국왕군은 시민군보다 무장 상태에서 우월했다.
허나 국왕은 압도적인 시민 봉기 앞에서 전의를 상실했고,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배는 시민의 지지가 없다면 절대왕정 치하에서도 무너져 내린다.
한데 프랑스 제국은 형식상으로나마 선출 군주제고, 황제만 해도 선제의 친자는 아니다.
그러니 혁명가들이 더 많은 지지를 규합한다면, 정권은 무너질 수도 있다.
대혁명 시기를 헤쳐나와 아직도 대은행가로 존재하는 두 사람도 똑똑히 보았던 광경이다.
은행가 페레고가 고개를 기울였다.
“누가 이길 거 같나? 무슈 페리에.”
“잘못된 질문이야, 무슈 페레고. 어떻게 하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을지를 물어야지.”
“그걸 어떻게 아나? 난 도저히 현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겠는데.”
문득 페리에가 간단히 대꾸했다.
“황제가 이기면 수에즈 운하 주식이 폭락할 거고, 혁명세력이 이기면 대서양 무역회사 주식이 폭락할 걸세. 아주 간단하지 않나?”
사실 혁명가들이 이기면 그 정도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 봉기를 일으킨 혁명세력은 공화파가 주류다.
그럼 군주제만 없애면 그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옛날 대혁명 시절과 달리 공화파의 대부가 바뵈프이기 때문이다.
감옥에 들어간 상태지만 바뵈프의 사상은 공화파를 지배한다.
그런데 바뵈프의 사상은 뭘까?
평등한 세상이다.
일견 좋게 들리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유재산 폐지가 핵심이다.
은행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세상이랄까.
그러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던 페레고가 눈을 부릅떴다.
“잠깐, 요새 급부상 중인 남미 구아노 인공비료 사업도 망하는 거야?”
“그렇게 되겠지? 원료가 결국 전부 남아메리카에 있으니.”
“에스파냐 왕국 연합까지 혁명세력이 장악하길 바라는 건 무리겠지?”
남아메리카는 프랑스 제국령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에스파냐 왕국연합의 군주, 에우제니오와 마리아의 공동 지배 왕령지다.
그러니 황제가 쫓겨난다면 자연히 에스파냐 왕국연합 신대륙 왕령에 프랑스인이 접근할 수 없게 된다.
혹시 혁명세력을 통해 접근할 수 있을지 페레고가 넌지시 묻자, 페리에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봐, 무슈 페레고. 프랑스 제국이 대체 누굴 통해 결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황제야. 누가 뭐래도 황제가 이 복잡한 제국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고리라고.”
비록 평등주의가 아니라도 제국 자본가들이 황제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업혁명 이후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공급을 감당하려면 거대 시장이 필수다.
동방무역에서 영국에게 아직 뒤쳐진 프랑스 입장에서는 신대륙 교역이 최고의 수요지다.
그런데 신대륙의 절반이 날아간다?
사업이 망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프랑스 본국이 갖고 있는 신대륙 영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애초에 신대륙에 영토 한 점 없던 프랑스가 어떻게 광대한 점령지를 획득했을까?
황제가 젊었을 때 신대륙을 누비며 개척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주한 시민들의 구성 성분부터 문제다.
페레고가 가만히 계산해 보다 혀를 내둘렀다.
“자네 말이 맞다면 누벨 프랑스도 튕겨 나갈 수도 있겠군.”
“당연하지. 거긴 방데 보나파르트파 소굴인데. 오히려 본고장 방데보다 더 극렬한 친황제 유권자로 가득해. 황제를 자주 못 보니 불만도 없고.”
“황제가 패배할 경우 신대륙으로 망명할 가능성도 있는 건가?”
일단 본국이 무너지면 제국도 무너진다는 게 상식이다.
그렇지만 황제는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 체제를 만들어 놓았다.
나아가 프랑스 본국과 유럽 영토 바깥 세상은 오직 황제 개인에게 얽매이도록 구성된 상태다.
국가 발전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권력 구축 면에서는 아주 이상적이랄까.
페리에가 콧방귀를 뀌었다.
“너무 섣부른 소리. 아직, 황제가 카드를 다 내지 않은 것 같던데. 응?”
갑자기 하늘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페리에가 고개를 들었다.
비라도 오려는 걸까.
아니다.
페리에는 눈을 부릅떴다.
“기구다!”
그 순간 페레고도 비명을 질렀다.
“설마, 런던처럼 파리도 폭격할 셈인가!”
유럽 제일의 명장, 유진 보나파르트.
그 명성이 생겨난 유래가 있다.
런던대공습.
사상 최초로 공중 폭격을 실시한 황제의 공중기구부대가 파리 창공에 떴다.
***
리옹의 혁명가도 창공을 본다.
“으아아! 이 황제의 개들! 시민들을, 죽일 셈이냐!”
황제의 [새]라고 불리는 공중기구부대는 누구나 안다.
출현하는 순간, 한 도시가 날아갈 수 있다는 것도.
그런데 리옹에 나타났다면 파리에도 기구부대가 출현했을 것이다.
수소 발명 이후 거의 [비행]이라 할 정도로 통제가 가능해진 기구부대라면, 시민군이 저항할 수도 없다.
문득 황제의 [개], 비독이 이죽거리며 블랑키의 뒤에서 수갑을 채웠다.
“무슈 블랑키, 얌전히 있으시오. 당신은 반국가행위를 한 혐의가 있소.”
“닥쳐! 나는 조국 프랑스를 위해 헌신한 거다! 너희 같은 개들은 모르겠지! 아아, 시민들이여. 피하라! 폭탄이 온다!”
“이런, 애석하게도 저 기구에는 폭탄 같은 흉칙한 건 들어 있지 않소.”
이미 사전에 예고를 들은 비독이 낄낄 웃었다.
“팜플렛이 가득하지. 후후.”
블랑키는 눈을 부릅떴다.
팜플렛은 혁명가의 것이다.
애초에 사람을 선동하기 위해 발행하는 게 팜플렛이다.
대체 황제 측에서 왜 팜플렛을 뿌린단 말인가?
그것도 비싸기 그지없는 기구 부대를 동원해 가면서?
“뭐? 팜플렛? 하! 황제의 개가 무슨 헛소리냐? 너희 압제자들이 뭘 한다고? 황제 업적이나 칭송하겠지!”
“이런 애송이 혁명가 양반.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혹시 황제 폐하의 옛날 별명 아시오?”
“그거야 마탄의 사수 아닌가? 사람을 쏴 죽이는 참혹한 자!”
블랑키도 안다.
황제가 한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인지를.
그럼 그 살인마답게 팜플렛에 독이라도 묻혀서 뿌리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노로 온몸을 떠는 블랑키를 보다, 비독이 혀를 찼다.
“혁명의 기수요. 애송이 혁명가께서 외치는 소리, 20년 전에 우리가 다 들었던 얘기란 말이오.”
블랑키는 눈을 크게 떴다.
혁명의 기수라니.
말도 안 된다.
황제야말로 혁명을 짓밟고 사실상 절대군주제를 운용하며 시민을 짓밟는 악인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그런 자가 혁명의 상징이었던 적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눈앞에 있는 자는 황제의 개.
거짓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펄럭, 펄럭, 펄럭!
문득 창공에서 팜플렛 더미가 떨어져 내렸다.
“이게, 대체, 뭐지?”
팜플렛을 바닥에서 본 블랑키가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다.
대체 황제는 무슨 생각일까?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될 폭거를 또 다시 저질렀다.
비독이 피식 웃으며 이죽거렸다.
“프랑스 어도 못 읽으시오? 아주 쉽게 써놨는데.”
“말이 안 되잖아!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어젯밤 황제 폐하가 선포한 포고령이오. 물론 아직 의회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문득 한 손으로 떨어지는 팜플렛을 잡아챈 비독이 친절하게 읽어 주었다.
“읽어드리리다. 24세 이상 여성에게 전면적으로 투표권을 부여한다. 아주 쉽지요?”
그야말로 미친 소리다.
여자들에게 투표권이라니, 혁명가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정치는 곧 남자들의 일이 아닌가?
블랑키가 기가 막혀 고함쳤다.
“어떻게 여자가 투표를 해! 여자는 열등한 존재야! 정치적 판단을 할 머리가 없어!”
그때 멀리서 잡히는 블랑키를 구경하던 여자들이 돌아섰다.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뭐? 열등? 아니, 세상에 19세기에 저런 구시대적인 자가!”
“야! 넌 딸 안 낳을 줄 알아!”
심상찮은 기세를 구경하다, 비독이 슬쩍 발을 빼며 말했다.
“이런, 애송이 혁명가께선 대혁명을 배운 적이 없구료. 옛날, 대혁명 초기에 여성 투표권 이야기는 벌써 나왔다오. 단지 그때는 전쟁 때문에 금방 수그러들었을 뿐.”
어느새 여자들이 달려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비독도 황급히 몸을 피해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다.
남겨진 블랑키는 돌을 맞으며 참담한 얼굴로 부르짖었다.
“이 비열한 황제의 개들아! 으아아! 이건 민중을 분열시키려는 술책, 악!”
결국 블랑키가 쓰러졌다.
그러나 평등을 외치며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혁명가에게, 동정을 보내는 자는 없었다.
***
오늘, 파리의 날씨는 참 화창한데도 어둡다.
“비바 프랑스! 비바 앙페르! 비바 유진!”
창공에 수소 공중기구부대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공포의 상징.
그러나 거리를 가득 메운 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해방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지금껏 흉흉하게 거리를 메우던 ‘남자’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은 당황했다.
“화, 황제를 몰아내라! 시, 시민이여, 궐기하라!”
아직, 투표권이 주어졌다고 해도 선거가 진행된 것도 아니다.
또한 혁명은 어차피 투표권으로 진행되는 절차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여자들은 폭력에 취약하니 밀어내면 그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노한 여자들이 남자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저 못난 이들이 감히 황제 폐하를!”
“때려죽여라! 옷을 벗겨라! 노트르담에 매달아 버려라!”
“해방자를 탄압하는 압제자다!”
어느새 파리 시가지는 또 다른 외침으로 가득찼다.
“압제자를 프랑스에서 몰아내자!”
압제자.
보통은 군주나 독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 압제자는 여성을 차별하는 혁명가 집단으로 변모했다.
사실은 혁명가들의 대열과 함께 하는 이들 중에도 여성 투표권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대열은 흩어지고, 환호가 그 자리를 메웠다.
중심에 서서 군주제 타도를 외치던 한 노인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다 오를레앙 공작이 부르짖었다.
“내 몸값은 최소한 100만 프랑이다! 살려다오! 으아아!”
하지만 여자들이라도 숫자가 많고, 또한 노인이 밟히면 죽는다.
-비바 앙페르 유진!
환호 속에서 오를레앙 공작이 죽었다.
7월 혁명의 불길도, 같이.
파리를 한때 가득 메웠던 반황제파가 일소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