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3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35화(536/547)
외전 (13) 황후는 아직도 피스톨을 좋아한다
7월, 여름의 히스파니아 반도는 햇살이 뜨겁다.
“와, 멀기도 하네. 대체 왜 이런 곳에서 통치하는 거람? 차라리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하면 될걸!”
게다가 남쪽 끝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까지 하다.
평야가 가득한 프랑스와 달리 고원과 산맥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로운 공법으로 교각이 세워진 프랑스의 하천과 달리 배로 건너야 하는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수려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관광사업]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육두마차에서 투덜대는 오르탕스는 여기까지 관광 온 게 아니다.
마차 동승자, 스테파니 보아르네 ‘볼리바르’ 후작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
사실 오르탕스가 평소에 다니는 거리를 생각할 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언니는 신대륙에서 마이애미와 뉴욕도 자주 오가면서 무슨 소리예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스테파니, 그거야 배에 몸을 맡기면 알아서 가잖아. 이건 마차든 증기자동차든 한참 운행해야 하니, 훨씬 체감 시간이 길어.”
“어차피 언니가 운전하는 것도 아니면서, 뭘 불평이에요. 게다가 히스파니아에는 이곳 사정이 있다구요.”
누에바 그라나다의 전임 수상, 볼리바르의 부인 스테파니가 손가락을 세웠다.
“마드리드에서 통치하면 아라곤이, 바르셀로나에서 통치하면 카스티야가 화를 낼 거예요. 물론 이곳 이베리아 반도가 그 두 국가만 있는 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스테파니도 누에바 그라나다에서 살지 히스파니아 반도에 살진 않는다.
하지만 누벨 프랑스에서 지내는 오르탕스보다는 히스파니아에 대해 좀 더 잘 안다.
어쨌든 아직 신대륙은 구대륙과 긴밀한 종속 관계에 놓여 있는 시대니 말이다.
게다가 남편 볼리마르만 해도 히스파니아 공동왕을 군주로 모셨던 지역 수상이었다.
하지만 듣다 보니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 있어, 오르탕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왜 마리 언니가 신경 써?”
“황후 폐하께는 비공식 자리에서도 경칭을 써주길 바래요. 그게 제국 신민의 기본 에티켓이라구요. 게다가 여기,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에선 여왕 폐하이시기도 해요.”
“애초에 그 자리는 오라버니 때문에 억지로 앉은 자리 아냐?”
오르탕스의 사촌 동생, 스테파니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황제 폐하께서는 제국 통치만으로도 바쁘시잖아요? 히스파니아의 신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달래는 게 황후 폐하의 과업이셔요.”
프랑스 제국이 유럽 서반부와 신대륙 대부분을 지배하는 시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중 절반은 히스파니아 왕국연합의 영토다.
그런데 아직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은 프랑스에 동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군주를 모시고 있음에도 체제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게 황후란 소리다.
파리가 아닌 세비야에 머무르며 히스파니아의 귀족과 의원들을 아우르고 있으니까.
오르탕스는 턱을 괴며 대꾸했다.
“내 생각엔 말야. 스테파니. 왕이 왕비와 떨어져 사는 것 자체가 국가 혼란일 것 같아.”
“여왕 폐하예요. 여기선.”
“둘 다 결국 라틴어로 레지나잖아.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스테파니가 남편에게 누누히 들었던 얘기를 읊었다.
“엄밀히 말해 히스파니아의 각국 왕위 승계권을 갖고 있는 건 황후 폐하셔요. 황제 폐하는 황후 폐하의 남편이기 때문에 공동왕으로 추대되어 있는 거구요.”
사실 스테파니는 엄밀히 말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지역 수상 부인이다 보니 일종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야 했기에 기억할 뿐이다.
허나 황제의 동생이자 대공의 부인으로서, 가끔 직접 미합중국과 교섭한 오르탕스는 달랐다.
문득 오르탕스가 스테파니의 말 속에서 묘한 구석을 알아챘다.
“잠깐만. 그럼 이혼하면 히스파니아가 제국에서 떨어져 나가는 거야?”
“지금도 법적으로는 프랑스령은 아니죠?”
“신대륙 누벨 에스파냐도 마찬가지고?”
스테파니는 가볍게 부챗짓을 하며 대꾸했다.
“전부 다른 나라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좀 진지하게 가요. 언니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부부싸움 화해시키러 가는 게 아니라구요.”
오르탕스는 기억한다.
과거 대혁명 시절, 프랑스가 아직 하나의 나라였던 에스파냐와 전쟁을 치렀던 일을.
현재 한 나라처럼 오가는 피레네 산맥이 다시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부부싸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 오르탕스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들었지? 서둘러, 라살!”
누벨 프랑스 근위대장, 라살이 낄낄 웃다 마부에게 재촉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드제 대공 부인. 히-호! 달리게, 마부!”
육두마차가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
이제 세비야는 사실상 히스파니아 왕국연합의 수도나 마찬가지다.
“마망! 고모가 왔어요! 꺄아!”
그 상징이 바로 방방 뛰며 좋아하는 금발머리 소녀, ‘잔느’다.
귀부인들이 저마다 미소를 띠었다가, 황급히 감췄다.
엄격한 얼굴의 잔느와 똑같은 금발머리 미녀가 차분히 잔느를 붙들었다.
“잔느! 이곳은 왕궁이야. 여기서는 뭐라고 부르라 했지?”
“응? 어, 마담?”
“여왕 폐하라 불러야지! 그것도 카스티야어로!”
잔느는 입술을 삐죽 내밀다 도망가 버렸다.
“히잉, 마망 너무해!”
금발머리 미녀가 풍만한 가슴을 들썩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마렝고 대공비. 늦게 낳은 아이라 공주가 아직도 철이 없네요.”
“푸훗, 우리 애들도 그래요. 언니.”
“폐하라 불러줘요. 이 궁정에는 카스티야와 아라곤, 레온의 귀족 부인들도 함께하니까.”
문득 오르탕스가 눈웃음을 치며 정중히 예를 취했다.
“그렇다면, 부디 독대를 할 수 있게 해주시지 않겠어요? 마리 황후 폐하?”
바로 옆에서 함께 시립해 있던 스테파니가 눈을 깜박였다.
나름 중재를 돕기 위해 왔는데, 오르탕스가 필요 없다고 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과연 혼자서 ‘황후’를 설득할 수 있을까?
다만 여왕이 아닌 황후라 부른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만히 오르탕스를 보던 마리아 여왕이 고개를 돌렸다.
“모두, 물러가라.”
카스티야, 아라곤, 레온의 귀족들과 귀부인들, 의원들이 눈치를 살폈다.
물론 여왕의 권력은 절대적은 아니다.
허나 권위는 오히려 높다.
한때 하나의 왕국이었던 히스파니아 반도가 조각조각 쪼개진 지 20여 년.
언제 서로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각국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오직 여왕의 군림 때문이다.
-또각, 또각, 또각.
아주 질서 정연하게 예를 취하며 사라지는 남녀를 보다, 오르탕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꼭, 군대 같네요.”
“베르사유의 에티켓을 이식하기 위해 애썼어요. 이전 마드리드 궁전의 예법은 너무 중세에 가깝더군요.”
“파리 퇼르리 궁전은 보다 자유롭던 걸요?”
순간, 이번에는 ‘황후’가 된 ‘마리’가 차갑게 대꾸했다.
“그래서 결혼한 남녀가 신에게 허락받지 않은 관계를 나누죠! 추잡하게도!”
히스파니아 왕국연합의 유이 군주, 여왕 마리아 ‘압스부르고’ [보르본]은 화를 내지 않는다.
대신 진심을 토로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프랑스 제국의 황후 마리 부르봉 보아르네 보나파르트는 참지 않는다.
이를테면 바람난 남편에 대해서.
법률상 친족과 침상을 같이 쓰는 남편에 대해서.
신에 맹세한 정절을 지키지 않는 남편에 대해서.
그렇지만 원래 프랑스에서 정절이란 성경에나 있는 단어가 아니었던가?
따지고 보면 오르탕스의 모친, 전임 황후 조세핀이야말로 자유분방의 대명사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자유연애에 익숙한 오르탕스는 쓴웃음을 머금다, 한 걸음 나섰다.
오르탕스가 마리의 손을 붙들었다.
“유진 오라버니를 용서해 주면 안 되나요, 마리 언니?”
마리는 온몸을 떨었다.
유진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전율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분노일까, 혹은 미련일까, 혹은 그리움일까?
무엇이든 간에 마리의 눈이 번뜩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오르탕스를 노려보며 마리가 속삭였다.
“그 얘기를 하러 온 거라면 집어치워요.”
“오라버니 말로는 오해래요. 추잡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퐁텐블로에 나폴리 여왕이 머물고 있나 보죠? 하지만 내가 파리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오르탕스.”
마리는 시누이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은 채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유진은 프랑스를 너무 자유롭게 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카를]이 프랑스 제국을 승계할 가능성이 더욱 적어져요. 설사 승계한다 해도 너무 어렵게 되죠.”
여왕이 아닌 황후라 해도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것도 자녀의 승계권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프랑스는 본래 마리의 부친이 다스리던 나라다.
한때는 눈앞의 여자가 공주였음을 기억하며, 오르탕스는 숨을 들이켰다.
후계 문제라면 더욱 이혼해서는 안 될 테니까.
“마리 언니, 오라버니는 제국 통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유화를 추진하는 거예요.”
“천만에. 샤를을 원하죠? 후계자로.”
“예? 아니, 그건. 선거제로 정해지는 거니까, 물론 오라버니 마음대로 되진 않아요.”
샤를.
그 이름은 프랑스에서 굉장히 흔하다.
보아르네와 부르봉, 보나파르트에도 각기 하나씩 있을 정도다.
왜냐면 카를도 프랑스어로는 샤를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마리가 말한 샤를은 아들, 카를이 아니다.
동생인 나폴리왕 루이 사를도 아니다.
선제의 아들, 샤를 나폴레옹을 말한다.
순간, 마리가 오르탕스의 손을 뿌리쳤다.
“난 용서할 수 없어요. 아들 대신 이부동생이라니! 유진의 왕좌는 피로 얻은 거예요. 내 아버지의 피로!”
분명, 이제는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마리를 보다 오르탕스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오라버니를 아직도 사랑하지 않아요?”
마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르탕스가 결국 궁전을 떠날 때까지.
***
세비야는 해안가라 비가 자주 내린다.
-툭, 툭, 툭.
어느새 빗방울이 쏟아지는 창가를 마리가 물끄러미 볼 때였다.
“마망, 졸려.”
하품을 하는 막내딸, 잔느를 토닥이다 마리는 시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데려가도록.”
“폐하, [아스투리아스] 공작께서 만남을 청하고 계십니다.”
“카를을 만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내일 다시 오라고 해. 게다가, 그 아이는 아스투리아스 공작이 아니야.”
마리는 시녀장에게 호칭을 바로 잡아주었다.
“도팽이지.”
프랑스의 구왕실이 왕세자에게 붙이던 경칭.
시녀장은 정중하게 공주를 데려가며 문을 닫았다.
막내딸이 가진 ‘잔느’란 이름도, 기실 옛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 중 하나인 요한나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왕실의 칭호들.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사실은 황후에게도 별 의미 없는 일이다.
문득 황후 마리는 자신도 모르게 유의미한 이름을 입술에 올렸다.
“유진.”
말하는 순간, 다시 떨림이 시작된다.
분노, 미련, 그리움.
아니, 가장 큰 감정은 따로 있다.
갈망.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다.
그렇지만 안아줄 손이 추잡하고 더럽고 끔찍해 참을 수가 없다.
대체 어떤 여자를 만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동안 마리를 끈적한 눈으로 보던 남자들의 시선처럼.
“보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지? 난, 그 수많은 유혹도 이겨냈는데.”
마리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창틀을 붙들었다.
온몸이 불덩이 같다.
하지만 욕망에 몸을 맡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마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어머니,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파멸한다.
카를, 유진, 잔느.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
아니, 거짓말이다.
유진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유진은 맹세를 지켰을까?
오해라 주장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분명, 마리도 본 게 있으니까.
“만약, 후계자를 나폴레옹으로 정하거나, 혹은 폴린과 잤다면.”
문득 마리는 풍만한 가슴 사이에서 은빛 쇳덩이를 꺼냈다.
-키릭.
십자가가 새겨진 피스톨이 고래기름등의 빛을 받아 번뜩인다.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된다면 피스톨에 담긴 총탄은 단 하나를 노릴 것이다.
-철컥!
황제, 유진의 심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