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3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36화(537/547)
외전 (14) 명탐정 탕아가 폴린과 만나다
에딘버러,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에는 바닷가에 면한 오래된 고성이 있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한때 스코틀랜드 왕들이 서로를 죽였던 고성.
그중 성탑의 방에서 경쾌한 웃음을 띤 소년이 외쳤다.
물론 상황은 결코 경쾌하지 않다.
죽은 시체, 잠긴 밀실, 그리고 눈에 핏발을 세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까.
그중 귀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소리쳤다.
“누가 범인이라는 거야! 여기 의심받을 자는 없어!”
“천만에. 이곳은 밀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밀실이 아니지. 진실은 비밀장치다!”
“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소년, ‘유진’이 슬쩍 벽에 달라붙었다.
-키릭, 철컥. 탁!
그러자 어느새 벽에 걸린 기계장치가 움직이더니, 문이 열렸다.
“보시다시피 르네상스 시절에 에든버러 귀족들이 은둔하기 위해 만든 비밀의 방입니다. 여러분.”
마치 악마의 입처럼 활짝 열린 검은 벽을 보다,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오늘 발생한 밀실 살인사건.
단지 밀실이기에 다들 한 가지만 생각했다.
유령 살인사건이라고.
에딘버러는 해가 잘 들지 않고, 이 성은 억울하게 죽은 왕과 귀족들 천지다.
그래서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항상 맴돌았다.
한데 정체 모를 소년이 트릭을 파헤친 것이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소리쳤다.
“그러니 언제든 이 성의 밀실로 살인범이 침입할 수 있었죠!”
“잠깐, 그렇다면 이 방을 아는 자가 범인!”
“맞습니다. 그러니까.”
문득 유진의 손이 방에 모여 있던 신사숙녀들 중 한 사람을 가리켰다.
“로버트 녹스! 당신이 범인입니다!”
물론 추론과정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사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논리는 중요치 않다.
오직 범인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게다가 신사, 로버트 녹스가 광소를 터뜨리자 추정은 확신이 되었다.
“하하하!”
에딘버러 의대 교수, 녹스가 터뜨린 웃음 소리에 신사숙녀들이 깜짝 놀라 물었다.
“미스터 녹스, 변명하지 않는 거요?”
“이제와서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의학의 발전을 위해, 시체가 필요했다. 단지 그뿐!”
“그럼, 처음이 아니란 거요?”
그러자 녹스가 눈을 번뜩이며 고함쳤다.
“그렇다. 너희들도, 내 시체가 되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미스터 버크, 미스터 헤어! 저놈들을 잡아!”
윌리엄 버크, 그리고 윌리엄 헤어라 불리는 청년들이 달려들었다.
이 세 사람은 19세기 초반 원역사를 뒤흔든 연쇄살인사건의 범인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신사적인 외양에 모두가 속아 넘어갔다.
소년, 유진이 에딘버러에 올 때까지는 말이다.
순간 유진의 손에 은빛 피스톨이 들렸다.
-탕!
요란한 총소리에 버크, 헤어, 녹스가 놀라 부르짖었다.
“피스톨이다!”
“연발로 쏘진 못해! 덮쳐!”
“죽여! 도끼 어딨어!”
지금껏 세 사람은 실로 두 자리수의 사람을 죽여왔다.
그러니 밀실이나 마찬가지인 방에서 소년 하나를 잡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게다가 19세기의 피스톨은 단발성 총이라 재장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때다.
-탕! 탕! 탕!
연이어 쏘아진 총탄이 한 발씩 머리를 꿰뚫었다.
녹스도, 버크도, 헤어도 모두 비틀거리다 땅 위에 쓰러졌다.
유진은 쓰러진 연쇄살인마들을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하지만 연발식 리볼버라서 말야. 최신 누벨 프랑스 제품이지.”
그러니까 유진의 손에 들린 피스톨은 기실 6연발 리볼버다.
바로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머스킷 전장식 총이 대세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비춰 보면 그야말로 세기의 과학 혁신이 만든 병기랄까.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년도 건장한 남자들을 단번에 이기게 만들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다.
밀실에서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던 사람들에게 유진이 손을 흔들며 [비밀문]으로 향했다.
“그럼, 이 몸은 이만!”
“잠깐! 하지만 아무리 살인마라도 살해는 범죄요!”
“이런, 범인을 잡아준 탐정을 체포할 셈인가?”
유진은 밀실살인사건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경찰에게 씩 웃어 보였다.
“미스터 알렉산더 블랙, 굳이 필요하다면 런던 경시청에 알려요. 미스터 폭스가 내 신분을 증명해 줄 테니!”
곧이어 유진이 비밀문으로 사라지고, 르네상스식 문이 닫혔다.
***
당연히 지금은 19세기, 에딘버러라고 오래된 성채만 있는 게 아니다.
“휴,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응?”
호텔로 돌아온 유진이 발을 멈췄다.
문 앞에 놓여 있어야 할 담뱃재가 흐트러져 있다.
애초에 담배를 피지도 않는 유진이 파이프 담배를 일부러 갖고 다니는 이유 중 하나.
침입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진은 슬쩍 리볼버를 꺼내 들며 재빨리 문으로 뛰어들었다.
-키릭, 철컥!
총구가 역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의 머리를 겨눴다.
“누구냐.”
“이젠 이 늙은이까지 죽이실 모양이군요.”
“뭐야. 미스터 다마스?”
앙리 다마스, 보아르네 카르텔 총수로 알려진 남자다.
프랑스 제일의 실업가지만, 사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황제의 재정 대리인이란 사실을.
간단히 말하면 보나파르트 가문의 집사장이라 할 수 있다.
집사장 다마스가 영어로 말하는 황제의 차남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슈 다마스라고 부르십시오. 2황자 전하. 대체 이게 무슨 꼴입니까?”
황제, 유진의 둘째 아들 유진 부르봉 보나파르트 주니오르가 피식 웃으며 총을 거뒀다.
꼴이라면 사실 꼴사납긴 하다.
사냥 모자, 영국식 레인 코트, 그리고 피지도 않는 파이프 담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니까.
성년이 되려면 꽤 남은 나이라 더욱 이상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진 입장에서는 요새 유행하는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탐정의 모습 그 자체다.
“흐음, 난 로슈자클랭이나 엘리가 날 잡으러 올 줄 알았는데. 아니면 투르네라도.”
“다들 공사다망해서 말썽쟁이 황자 전하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자꾸 황자라고 부르니까 내가 정말 무슨 승계권이라도 있는 사람 같잖아. 굳이 작위를 부르고 싶으면 지브롤터 공작이라고 불러. 아니면 [실지공작]이라든가.”
그러자 다마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는 영지 관리도 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영국이 지브롤터를 프랑스에 팔았거든요.”
유진이 멈칫거리다 입맛을 다셨다.
지브롤터, 본래 영국의 영토였던 이베리아 반도 남쪽 끝의 도시다.
사실 그곳을 작위명으로 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에 속해 있지 않은 땅.
어디까지나 주장하는 영토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딱 적합한 곳이었달까.
낯을 살짝 찌푸리며 유진이 호텔 소파에 앉았다.
“요새는 영토도 파는 시대군. 역시, 자본주의의 세기다워. 이러다 알래스카도 판다는 소리가 나오겠어.”
“그 얼어붙은 땅을 누구에게 팝니까. 시베리아 공작은 돈도 없어요.”
“혹시 동방의 나라, 지팡그라든가 코레아라든가 칭에서 산다고 할지 누가 알아? 하여간, 왜 날 찾아온 거지?”
황실의 사실상 집사장, 다마스가 일렀다.
“집에 돌아오시죠. 황자 전하.”
유진 주니오르는 피식 웃다 되물었다.
“그런가? 집이 어디지? 파리? 세비야? 아니면 마이애미?”
“파리로 오십시오. 곧, 황후 폐하도 귀국하실 겁니다.”
“엄마는 돌아갈 때는 피스톨을 갖고 돌아갈 거 같던데. 황제 암살보다는 이혼이 낫지 않나?”
다마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기 떄문이다.
황후 마리 부르봉 보나파르트가 품에 피스톨을 끼고 다닌다는 건, 황실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물론 호신용이라곤 하지만, 피스톨의 진짜 용도는 따로 있다.
황제의 정절을 지키게 만드는 도구랄까.
때문에 황후가 다시 돌아올 때 그 총으로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사실이다.
주니어 유진이 피식 웃다 덧붙였다.
“게다가 황위 승계는 숙부와 형의 일이잖아. 난 밖이 좋다구.”
그러니까 유진 주니오르가 그냥 밖을 나도는 게 아니다.
비록 선출직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프랑스는 오랜 군주제 전통을 지니고 있다.
또한 황제의 아들들이 옛 부르봉 왕가의 피를 잇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대혁명을 지지하는 이들은 그렇기에 [순수]한 혁명왕조, 보나파르트의 혈통을 원한다.
대혁명 지지자가 혈통에 의존하다니 이상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고귀한 혈통에 열광하는 것은 인간 심리의 묘한 부분이다.
때문에 유진 주니오르는 골치 아픈 승계 싸움 대신 밖에서 꿈을 찾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그 길이 다마스가 보기에는 참 괴상하다.
“이렇게 살인범이나 잡으면서 말입니까?”
“오늘은 소소했지만, 가끔 거물 범죄자도 잡았다고. 이를테면 칭에 오피움을 공급하는 자딘 일당이라든가.”
“수에즈 치안국의 골칫거리긴 했죠. 그 정도면 되신 거 아닙니까?”
그때 어두운 호텔 구석에서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제 귀국해서 정착할 준비를 해야지? 이를테면 혼사라든가.”
유진 주니오르는 시선을 돌리다 흠칫 놀랐다.
미처 알지 못했던 침입자가 둘이나 또 있다.
에딘버러 특유의 어두운 하늘 탓에 그림자가 져 정확히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늘씬한 모습은 분명 미모의 여자다.
유진 주니오르는 휘파람을 불며 일어났다.
“오우, 거기 계신 미녀분은 제가 어릴 적에 뵈었던 것 같군요.”
“미녀? 호호호! 네 아버지보다 낫구나. 최소한 아첨 솜씨는.”
“사실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누구셨죠? 제가 부인 같은 미녀를 모를 리가 없는데.”
그 순간 미녀 뒤에 있던 좀 더 어린 여자가 소리쳤다.
“이 어린 카사노바야! 네 고모 할머니잖아!”
유진 주니오르가 눈을 깜박이다 크게 떴다.
“어라, 폴리나 누나? 그럼, 저분은.”
그러자 고혹적인 미모의 여자가 한 걸음 빛으로 나서며 웃었다.
“그래, 우리 잘생긴 조카 손자. 나폴리 여왕 [파올라]가 바로 나란다.”
바로 폴린 나폴리 여왕의 이탈리아식 본명이다.
***
알고 보면 에딘버러도 런던처럼 항구 도시다.
“아버지 침실을 드나드신다는 건 정말 루머였군요.”
거대한 보아르네 카르텔 소유의 요트에 앉아 홍차를 마시며 유진 주니오르가 말했다.
일단 에딘버러는 런던과 달리 프랑스인이 간단히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곳에 폴린 여왕이 있다는 것은 프랑스에 부재한지 꽤 오래 지났다는 뜻이다.
퐁텐블로의 별궁 침실을 드나든다는 소문조차도 실은 루머란 의미기도 하다.
폴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옛날엔 그런 적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냐. 널 추격하느라 바빴거든.”
“왜죠?”
“흐응, 네가 유진을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만나보니, 겉만 닮았네.”
눈을 찡긋거리며 폴린이 속삭였다.
“속은 어쩐지 내가 보지 못한 유진의 부친을 닮은 것 같은데?”
유진 주니오르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족보상 고모 할머니에 해당하는 여자다.
하지만 그 미모는 이제 한창 성장중인 사춘기 소년을 뜨겁게 만들 정도다.
아버지 황제가 괜히 유혹을 받았다는 게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나름 밖에서 온갖 일을 겪어 본 유진 주니오르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한량이란 소리시군요.”
“아니니?”
“제겐 직업이 있습니다. 탐정이죠. 유럽의 평화를 뒤흔드는 범죄자를 잡는 게 제 일이죠.”
그러자 폴린의 딸, 나폴리 왕국 공주 폴리나가 툭 쏘았다.
“그게 백수랑 다른 게 대체 뭐야? 돈 한 푼 못 벌고 있잖아?”
시대는 자본주의가 빠르게 세상을 변혁시키는 19세기.
왕가의 사람이라 해도 돈을 벌지 못하면 기생충 취급 받는 때다.
그러니 돈 한 푼 벌지 못한 채 쓰기만 하는 승계권 없는 2황자는 검은 빵 취급 받아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유진 주니오르는 확실히 보아르네 혈통답게 뻔뻔했다.
“이런, 아름다운 오촌 숙모님. 누님께서 이렇게 사치스러운 배를 타고 에든버러까지 오실 수 있는 것도 저 같은 탐정들 덕분이죠.”
“뭐래, 네가 뭘 해줬는데?”
“제국 안보를 위협하는 적들을 잡아냅니다. 이를테면.”
문득 유진 주니오르가 눈을 반짝였다.
“지금 전 메테르니히를 추적하고 있어요. 로슈자클랭도 잡지 못한 자죠.”
실로 프랑스 제국 입장에서는 국사범이다.
폴린 여왕은 가만히 유진 주니오르를 보다 눈웃음을 쳤다.
옛날 생각이 난다.
“어머, 재미있겠구나. 나도 같이 갈까?”
“모후!”
“이런, 걱정마렴, 폴리나. 네가 유진의 침실에 들어갈 때는 알아서 비켜주마.”
폴리나가 낯을 찡그리며 붉히다 소리쳤다.
“제발 좀요!”
이리하여, 탐정 유진 주니오르의 모험에 폴린 모녀가 함께 하게 되었다.
7월 혁명이 무난히 지나간 날.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