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3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37화(538/547)
외전 (15) 피아노 연주 속에서 황제와 황후가 화해하다
예술은 항상 느리게 지속되다, 급격히 격변한다.
“하지만 아직도 천재 피아니스트의 순회공연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후후.”
화려한 음악 연주회 홀을 눈앞에 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웃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순회 공연은 본래 모차르트가 만들어 낸 개념이다.
이전 시대에 연주란 왕궁이나 귀족에게 종속된 악사들이 하는 일이었다.
허나 모차르트가 천재 소년 소리를 들으며 전유럽을 오가면서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순회 연주, 원역사 현대로 치면 아이돌의 순회 공연과 같달까.
다만 이 연주란 아이돌에 해당하는 천재 연주자가 필수다.
바로 노인이 섭외한 리스트처럼.
문득 노인, 탈레랑의 뒤에서 리스트와 똑닮은 어른 남자가 굽신거리며 외쳤다.
“이 모든 게 전부 상원의장 각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아담 리스트, 오히려 내가 고마워할 일일세. 아들이 파리에서 공부해야 할 때, 이렇게 머나먼 세비야까지 와줬으니.”
“의장님께서 부르신다면 어디든 가야죠. 게다가!”
리스트의 부친, 아담이 음악 연주회 홀을 돌아보며 부르짖었다.
“여긴 세비야의 새로 만들어진 음악 홀이 아닙니까!”
사실 연주 전문 홀이란 최근 파리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오페라나 연극이라면 모를까,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무대는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프랑스 제국이 급격히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음악연주를 대중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했다.
마침 시민의 불만을 돌릴 즐길거리가 필요했던 황제가 발안해 만든 게 바로 연주 전문 음악의 전당이다.
물론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의 도시, 세비야에 전당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탈레랑이 한 일이지만.
“이곳을 세우고 다시 빌리고, 거기에 귀빈을 모시는 데까지 반년이 걸렸지.”
“중간에 폭동도 있었는데 대단하십니다!”
“그거야 내가 대처한 일도 아니니. 아, 그렇지.”
문득 탈레랑이 느긋하게 아담에게 일렀다.
“내가 말했던가? 오늘 이곳에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의 공동여왕 폐하도 오신다네.”
아담은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듣지 못하다 눈을 크게 떴다.
이곳 히스파니아 반도는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각국이 두 사람의 군주를 모신다.
그중 진정한 왕으로 불리는 자는 단 한 사람.
왕가 혈통을 이은 정통군주 여왕 마리아 1세다.
깜짝 놀란 아담이 되물었다.
“황후 폐하 말씀입니까?”
“자네는 프랑스인이 아니라 헝가리 귀족 집안의 집사 출신 아닌가? 그리 부를 필요는 없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아이를 파리 음악 아카데미에 받아주신 그날부터! 전 프랑스인입니다! 오, 황후 폐하께서 우리 프란츠의 음악을 들어주시다니!”
한때 하이든과 친하게 지냈던 에스트라지 가문의 집사, 아담 리스트가 아들을 붙들었다.
“들었느냐, 프란츠? 네 음악을 위대한 프랑스 제국의 황후 폐하가 직접 듣게 되신다!”
하지만 아주 잘생긴 미소년, 프란츠 리스트는 냉담하게 답할 뿐이었다.
“누구라도 제게는 똑같은 청중입니다. 아버지, 그리고 상원의장 각하.”
어쩐지 어디서 많은 들은 소리라 탈레랑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본래 음악가란 귀족의 하인이었던 존재다.
허나 대혁명이 시작된 후, 음악가는 구시대의 귀족을 뛰어넘는 존재로 변모했다.
이는 신분이 아닌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혁명정신 때문이다.
혁명 후 음악을 대표하는 대음악가를 떠올리다, 탈레랑이 말했다.
“흐음, 베토벤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다만 모두가 같은 청중이라도, 또한 제 음악을 이해해 줄 분은 소수만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 오늘 오실 황후 폐하는 어떨 것 같으냐?”
만약 베토벤이라면 황후든 황제든 꺼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리스트는 그렇게 성격이 고약한 소년은 아니다.
조각처럼 눈부신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리스트가 고개를 우아하게 숙였다.
“제 음악이 필요하신 분이라 판단하여, 초대하신 것 아닙니까? 각하?”
아담이 깜짝 놀라 아들을 질책했다.
“프란츠, 그게 무슨 무례한 말이냐!”
“아니, 훌륭하군.”
“상원의장 각하, 부디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아직 어린아이랍니다.”
최고의 스폰서 앞에서 아담은 벌벌 떨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들, 프란츠의 천재성을 발견한 후, 아담은 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향후 제2의 모차르트가 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거라고 믿으면서.
그런데 파리로 왔더니 외국인이라고 아카데미에도 입학하지 못하게 되었다.
직장인 에스트라지 가문은 원격 근무를 허용하지 않았고, 아담은 빈털털이 백수가 될 신세였다.
눈앞의 탈레랑이 다가온 것은 바로 그런 때다.
아들의 입학, 아담의 직장, 여기에 순회공연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후원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해결해 준 든든한 후원자다.
만약 노여움이라도 품는다면 아직 어린 프란츠의 미래도 끝장낼 수 있을 권력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탈레랑은 여유롭게 웃을 뿐, 한 점 분노도 없이 답했다.
“음악에 있어서는 결코 어리지 않으리라 믿네. 프란츠 리스트, 그대의 피아노 실력도 자부심만큼 높아야 할 게야. 왜냐하면 한 분이 더 오시거든.”
이번에는 미소년 프란츠도 놀랐다.
“설마?”
탈레랑이 지팡이를 옮기며 껄껄 웃었다.
“맞네. 황제 폐하가 오시지.”
그러니까 오늘 연주회는 프랑스 제국의 황후와 황제가 모두 참가하는 행사다.
***
그 어떤 행사든 여왕은 의전 서열 1위다.
“파리의 귀부인들이 모두 감탄한 소년 연주자래요, 언니. 아니, 여왕 폐하!”
여왕을 수행하는 신대륙 누벨 프랑스의 대공비, 오르탕스가 호들갑을 떨었다.
보통은 신대륙에 언제 돌아가냐고 한마디 할 법하다.
하지만 우아하기 그지없는 마리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오르탕스에게 간단히 일렀다.
“음악 연주를 들을 여유는 없어요. 마렝고 대공비.”
“후훗, 음악을 여유가 있을 때만 듣나요? 오히려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듣는 게 음악이랍니다.”
“여기에 모인 귀빈들을 보니, 안식이 더욱 사라질 것 같군요.”
세비야 음악의 전당에 가득 모인 귀빈들을 보다, 마리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전부 긴장하고 상대해야 하는 대귀족들과 기업가, 그리고 성직자네요.”
아직도 옛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이다.
게다가 실권은 대귀족들과 성직자, 그리고 최근 부상중인 자본가에게 넘어가 있다.
권위는 프랑스 제국 황후이기도 한 마리를 따를 수 없지만, 절대왕정처럼 말 한 마디로 명령을 듣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마리는 만사 모든 일에 긴장한 채 왕국연합의 실력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오늘 모인 공작, 추기경, 대자본가도 마찬가지다.
“여왕 폐하! 이렇게 연주회에 오시다니, 실로 영광이옵니다!”
“파리의 콧대 높은 음악가들과 귀족, 자본가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더군요. 헝가리 출신의 천재! 우리 카스티야에 귀화시키는 건 어떨까요?”
“무슨 소리! 예술가의 도시라면 바르셀로나죠. 바르셀로나 아카데미로 유학 오게 명하소서!”
프랑스식 예복을 입고 나타난 실력자들을 보다, 마리가 대꾸했다.
“예술은 신을 위한 것입니다. 왕국연합의 대귀족, 성직자, 상인 여러분.”
공작, 추기경, 대자본가들이 서로 눈치만 살폈다.
실상 시대는 신시대 19세기.
종교 권위는 땅으로 처박히는 과학혁명의 시대다.
허나 마리가 종교적 경건성을 내세워 궁정을 통제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없다.
감히 프랑스 황후에게 저항할 수 없는 이들에게 마리가 일렀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경건하게 연주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공작, 추기경, 자본가가 서로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마, 맞습니다.”
“여왕 폐하의 말씀대로 예술은 신의 위대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지요. 암!”
“로마로 유학 보내야 할지? 어흠!”
마리는 우아하게 오르탕스와 함께 그들 사이를 지나쳤다.
언제나 의전 서열 1위인 여왕은 가장 중심에 서고 앉는다.
모두가 여왕에게 예의를 표한 후, 착석했다.
그때다.
-쩡, 쩡, 쩡!
홀로 근위병들이 징이 박힌 군화를 신은 채 들어섰다.
“모두 일어나시오.”
그런데 카스티야도, 아라곤도, 레온도 아닌 전혀 다른 군복이다.
“프랑스 제국의 황제이시며, 히스파니아 왕국연합의 공동왕, 신대륙의 지배자.”
선두에 선 시종장, 한때 베르사유의 시동이었던 아르망 가네가 외쳤다.
“에우제니오 폐하께서 오셨소!”
그 순간 프랑스 제국 근위대가 양 옆으로 섰다.
-척!
그 사이로 한 사람이 성큼 걸어 들어왔다.
마리는 경악한 눈으로 그쪽을 보았다.
절대, 이 왕국 연합에 발을 디뎌선 안 될 자가 왔다.
“유진.”
프랑스 제국 황제, 히스파니아 왕국 연합의 공동왕, 그리고 부정한 배우자.
유진은 누가 보아도 마리 옆에 설 수 있다.
하지만 마리는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
“무슨 낯짝으로 온 거지?”
“오해가 있군. 난 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
“내가, 본 게 있는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마리가 묻자, 유진이 대꾸했다.
“그것도 모두 오해야. 내가 이상한 짓 한 걸 직접 보기라도 했나? 게다가.”
찰나, 무대에서 연주가 시작되었다.
-꽝!
이 시대, 피아노의 세기적 발전으로 가능해진 연주.
스피디한 속사 연주가 펼쳐졌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솜씨로.
***
일단 강렬한 피아노 연주도 피아노 제조 기술이 발달해야 가능하다.
-딴, 따딴, 딴딴딴! 따따따따따!
강한 탄주를 피아노 건반과 선이 견뎌내야 한다.
다시, 그 소리를 울리게 만드는 건축 구조의 혁신도 필요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연주자의 실력이 천재적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잠시, 멍하니 연주에 빠져 있던 마리가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이런 연주회는 정말 오랜만이네.”
그런데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음악을 같이 들었던 건 행사 때뿐이야.”
“응?”
“우리가 함께 이렇게 연주를 들은 적은 없다고.”
어쩐지 산통을 깨는 듯한 소리를 하며 유진이 대꾸했다.
“처음이지, 그러니까.”
하지만 묘하게도 마리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분위기 따위는 잡지 못하고, 때로는 고지식한 군인.
그러나 마리 앞에서는 항상 정직했던 남자.
정말, 부정을 저질렀을까?
“파리, 지켰다며?”
“그거야 군주로서 해야 할 일이지.”
“설마 샤를 나폴레옹을 위해서야?”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황후 폐하가 돌아올 퇼르리 궁전을 위해서.”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부정을 저지른 적 없다는 말도 거짓이 아닌 걸까?
퇼르리궁 침실에서 보았던 벌거벗은 모습은 뭘까?
그때 유진이 재빨리 말했다.
“후계자는 저기 있는 카를이 될 수도 있겠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건 투표로 정해지는 거야. 역량을 보여줘야만 가능해. 우리 황후 폐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내 동생 샤를은 전혀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지.”
한 단계 낮은 단상에 앉아 있는 큰 아들을 가리키며 유진이 속삭였다.
“게다가 승계는 내가 죽은 뒤에 이뤄지는 거야. 내가 그렇게 빨리 죽기를 바래?”
마리는 눈을 부릅떴다.
가슴에 숨겨진 피스톨의 감촉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피스톨의 총탄이 유진을 겨누게 된다면 마리는 살 수 있을까?
“아니, 절대로.”
순간 머플러를 던지며 리스트가 연주를 마쳤다.
-딴!
후세, 원역사에서 유명해진 리스트의 쇼맨쉽.
난생 처음으로 본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히스파니아 왕국연합의 귀빈들이 벌떡 일어났다.
환호, 그 자체가 홀을 뒤흔들었다.
“와아아!”
마치 황제와 황후의 화해를 축하하는 것처럼, 요란한 환호였다.
마리가 파리로 3년만에 귀환한 것은 1주일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