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4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40화(541/547)
외전 (18) 앨런 포가 뒤마와 함께 실론 특급 살인사건을 만나다
신세기에는 미지의 바다가 대서양이 아니라 인도양이다.
“돛을 올려라! 대해로 나아가자! 새로운 모험이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별빛이 맑은 밤.
태평양이나 대서양만큼은 아니지만, 인도양도 망망대해다.
특히 홍해를 지나 아라비아 반도를 건너, 인도로 가는 해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나게 갑판 위에서 노래를 흥얼대는 소년의 말과 달리, 이 배는 그저 여객선일 뿐이다.
선원들이 웃고 지나가는 모습에 소년의 보호자, 헨리는 낯을 붉혔다.
“이제 입항할 때 다 되어가는 데 무슨 소리냐, 에드거?”
“이런, 헨리 형. 저 멀리 섬이 안 보여? 실론 섬이라고. 티의 본고장!”
“그래? 어디, 저게 실론인가?”
아직 어린애인 에드거보다는 크지만, 헨리도 청소년이다.
나름 책에서만 봤던 실론섬이 보인다는 소리에 호기심 어린 얼굴로 어두운 수평선을 보았다.
섬이 보일 듯 말 듯 한 순간, 뒤에서 누군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티는 칭에서 유래한 거야. 실론에는 영국인들이 모종을 훔쳐 와서 퍼뜨린 거고. 후후.”
소년의 로망을 깨는 소리에, 에드거는 입술을 내밀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에드거도, 헨리도 깜짝 놀랐다.
상당히 검은 피부, 완연한 흑인 티가 물씬 풍기는 청년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애드거가 놀라 외쳤다.
“뭐, 뭐야. 흑인 노예가 어떻게 여객선에!”
“이런, 실례의 말씀을! 난 엄연히 프랑스 시민권자라네. 자네들은 보아하니 영국인 같은데, 노예해방이 벌써 20년 전인 거 모르나? 자네들 태어나기도 전인데.”
“우리는 미국인이에요.”
아주 간단히 대꾸하며 신기하게 보는 에드거 대신, 형인 헨리가 황급히 사과했다.
“미국에는 아직 노예가 있죠. 실례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흑인이란 곧 노예와 동의어다.
물론 이 배는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여객선이고, 영국에서도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
허나 프랑스처럼 본국까지 흑인들이 밀려와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진 않는다.
물론 청년 신사는 완전한 흑인이라기보단, 혼혈에 가깝긴 했지만.
혼혈 청년 신사는 짐짓 턱을 쓰다듬으며 연극조로 외쳤다.
“그거 정말 아쉬운 얘기로다! 미국은 언제쯤 문명의 길을 받아들일지?”
“비록 프랑스보다야 미발달했겠지만, 미국도 엄연히 서유럽 문명국가입니다. 모욕하지 마시죠.”
“그래? 그럼 내가 알만한 미합중국의 작가가 있나?”
소년답지 않게 똑부러지게 외치는 에드거를 향해 혼혈 신사가 놀리듯 대꾸했다.
“단 하나도 없을 거 같은데. 사람을 놀라게 할 작가 하나 없는 나라가 문명국이라니. 헛소리지!”
실로 맞는 말이다.
아직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미합중국을 대표할만한 작가들은 탄생하지 않았다.
미국 작가로 유명한 이들은 대부분 프랭클린을 비롯해, 정치가다.
한데 어째서 혼혈 신사는 문명 척도로 [작가]를 얘기할까?
이것은 19세기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인쇄술 발달과 함께, 19세기는 신문과 서적이 지배하는 시대다.
이른바 베스트셀러가 최초로 탄생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원역사 현대로 치면 [인플루언서]가 곧 작가라는 얘기다.
괜히 시대를 풍미한 유명 작가들이 19세기에 탄생한 게 아니다.
프랑스만 해도 샤토브리앙과 스탈 부인이 소설로 유럽과 신대륙을 풍미하고 있었다.
소년, 에드거는 놀림에 화를 내기보다 고개부터 갸웃거렸다.
“작가이신가 봅니다?”
“후후, 아직은 극작가 지망생이지. 앙리 3세라고 아나? 내가 요새 쓰고 있는 희곡의 주인공이야. 구시대 왕정 인물인데 아주 복잡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지!”
“잘 모르겠는데요? 뭐 하는 사람인데요?”
유행에 민감한 소년, 에드거를 향해 혼혈 청년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동성애자, 배신자, 그리고 암살자!”
앙리 3세, 프랑스의 왕이다.
저 유명한 성 바르톨로메오의 학살극을 일으킨 주범이란 설이 있는 남자다.
또한 신교도와 구교도가 전쟁을 벌이던 시절, 결국 신교도 군주인 앙리 4세에게 왕위를 넘긴 남자기도 하다.
일생을 유망주로 기대 받았지만 역사에 남을 업적은 후계자 선정 딱 하나뿐이랄까.
혼혈 청년의 말에 에드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사람이 있어요?”
“물론이지. 앙리 3세는 말이야. 메디치 가문의 피를 이었지. 카트린 드 메디시스! 음모로 신교도들을 모두 죽인 여자야!”
“세상에! 그런 악독한 여자가!”
혼혈 청년이 신나게 본인이 쓰고 있는 역사 희곡에 대해 읊었다.
“이 여자의 아들답게 앙리 3세도 음모가였지! 심지어 본인 형인 프랑수아 2세를 독살했다는 얘기도 있어!”
“나쁜 놈이군요!”
“그렇지만 패션의 귀재였고, 우아한 신사였으며, 그러면서도 미소년을 좋아하는 변태기도 했지. 후후후.”
실로 시대를 앞서간 [힙]한 남자, 앙리 3세에 대해 읊다, 혼혈 청년이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이 앙리 3세가 저지른 가장 놀라운 일은 기즈 공작을 죽인 사건이야.”
마치 지금 벌어지기라도 한 사건인 것처럼 은밀한 목소리다.
허나 에드거도, 옆에서 듣기만 하던 헨리도 마른 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분명 혼혈 청년은 이야기꾼 노릇을 한다면, 떼돈을 벌어들일 만한 재능이 있다.
그때 헨리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기즈 공작이라면 프랑스 왕이 될 뻔한 남자죠?”
“오, 형 쪽이 역사는 더 잘 아는군.”
“기숙학교에서 배웠거든요. 저희 사실 런던 첼시의 기숙학교 학생이에요.”
슬쩍 자랑스레 헨리가 말했다.
기숙학교는 19세기부터 영국에서 생겨난 학제로, 이른바 옥스브리지 준비학교다.
귀족은 가정교사가 가르치지만, 최근 대두 중인 [젠트리] 계급은 학교를 통해 신분을 상승시키려 한다.
비록 미국인이지만, 또한 영국에 거점을 둔 집안의 아들들이라, 기숙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신분사회에 관심을 갖기엔 어린 에드거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기즈 공작이 왜, 어떻게, 뭘로 죽었는데요?”
혼혈 청년이 유들유들한 웃음을 머금은 채 설명하려던 찰나였다.
“꺄아악!”
청년과 소년, 청소년이 시선을 돌렸을 때, 선원이 뛰쳐나와 고함쳤다.
“살인사건이다!”
갑자기 해양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순간이었다.
***
이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여객선에는 놀랍게도 경찰도 타고 있었다.
“잠시 조사가 있겠습니다.”
파이프 담배를 문 사복차림의 경찰이 거만하게 말했다.
쾌청한 갑판, 선실에 있던 승객들은 몸을 떨며 주위를 살폈다.
승객들 사이로 경찰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뭐야. 왜 런던 경시청에서 이런 평범한 여객선을 탄 거지?”
“누군가 위험분자를 추적한다고 하던데.”
“영국인에게 위험하면 프랑스인 아닌가? 혹시?”
이 배는 런던에서 출발했고 대부분의 승객은 당연히 영국인이다.
그런데 유독 프랑스식 복장이 도드라진 자가 있다.
바로 혼혈 청년 신사다.
거만한 태도로 파이프 담배를 문 경찰이 물었다.
“미스터, 성함이?”
혼혈 청년 신사가 입을 삐죽 내밀다 대꾸했다.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너무 유명한 이름이다.
작가로서는 아니다.
군인 쪽이다.
왜?
신대륙 누벨 프랑스의 [서부 인디언 정복]을 주도한 남자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출신인 에드거나 헨리는 입을 쩍 벌릴 정도였다.
런던에서 왔다는 사복 경찰도 조금 당황해 물을 정도다.
“뒤마 후작과는 무슨 관계요?”
“뭐, 족보상의 아버지라고나 할까?”
“실례했소. 하지만 어젯밤 어디 있었는지는 말해주셔야 할 것 같소.”
뒤마라는 거물의 이름을 듣고도,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객 모두의 시선이 혼혈 신사, 뒤마에게 쏠렸다.
어젯밤, 뒤마 후작의 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뒤마가 헛기침을 했다.
“으흠!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귀부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그때서야 경찰은 벌벌 떨고 있는 여자, 어젯밤 비명을 지른 쪽을 돌아 보았다.
“최초 시신 발견자로군.”
“그렇게 됐소이다.”
“프랑스 제국 귀족 후계자를 잡는 건 내키지 않지만, 아무래도 선실로 가주셔야겠군요.”
지금 여객선은 실론 섬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한데 선실로 가라는 것은 사실상 감금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배에서 내린다면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고, 현재는 다시 홀란드의 식민지가 된 실론에서 프랑스 제국 후작의 아들이 조사받아야 한다.
물론 홀란드는 친프랑스 세력이지만 특히 흑인에 대한 편견이 홀란드인들 사이에서 강하단 점을 고려하면, 아주 불리한 상황이다.
그 순간 에드거가 외쳤다.
“저분은 저랑 같이 있었어요!”
경찰과 승객, 선원들이 쳐다볼 찰나, 에드거가 부르짖었다.
“밤에는 귀부인과 있었겠지만, 그 다음은 저랑 같이 계셨습니다!”
“소년? 이름이 워지?”
“에드거,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선장이 다가와 속삭였다.
“미합중국 대상인인 앨런 집안의 양자입니다. 신대륙에선 갑부라더군요. 리치먼드 제일 부자라죠.”
“들었소. 런던에서 꽤 소란하게 다니는 가문이지요. 흐음.”
“일단, 신뢰할 만한 증언 같습니다만.”
프랑스의 거물은 영국 경시청이 잡을 수 있다.
허나 영국의 거물급 상인 양자라면, 건드리기 어렵다.
경시청 형사는 낯을 찌푸리다 뒤마에게 일렀다.
“그럼, 일단 풀어주겠소. 단, 이 배에서 내릴 수는 없습니다.”
형사가 다른 사람을 심문하러 간 사이, 뒤마는 휘파람을 불며 에드거에게 다가왔다.
“휘유, 고맙군 소년.”
“후작가 사람이라구요? 흑인이?”
“혼혈이야. 게다가 우리 프랑스는 30년 전에 노예해방 선언을 했다고. 후후.”
아주 가볍게 혈통 내력을 읊던 뒤마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건 그렇고 저 경찰이라는 자, 수상하지 않냐?”
에드거가 눈을 깜박이다 반문했다.
“왜요?”
“나 같으면 말이지. 이렇게 심문하기보다 모두 가둬놓고 자백부터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건, 재미가 없잖아요.”
에드거는 아주 흥미진진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니, 이건 실제 살인사건인데.”
뒤마가 입을 쩍 벌릴 찰나.
-탕!
총소리와 함께 형사가 바닥에 쓰러지고, 승객 가운데 한 사람이 외쳤다.
“무슈 빌헬름 뢰데.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 이 비독이!”
프랑스 제일 탐정회사 사장, 비독이 출현한 것이다.
***
일련의 활극이 끝난 후, 여객선은 드디어 실론에 입항했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에드거가 묻자, 부친의 신분을 이용해 비독에게 캐묻고 온 뒤마가 간단히 답했다.
“우리를 심문하던 자칭 런던 경시청 형사는 알고 보면 반프랑스 운동가였던 거지.”
“대체 왜 심문을 한 건데요?”
“죄를 뒤집어씌울 자를 찾고 있었다는군.”
뒤마는 실론섬 경찰과 비독에게 끌려가는 가짜 경찰을 보며 히죽 웃었다.
“혁명파 배신자를 죽인 살인죄를 말이지.”
본래 원역사에서 독일 혁명을 주도하는 혁명가 뢰데지만, 이곳에서는 그저 살인범이다.
물론 뒤마나 에드거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소재’일 뿐이었지만.
문득 에드거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와, 살인사건은 정말 두근두근하군요.”
“이야,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 소년이군.”
“실제로 벌어진 건 그렇죠. 하지만, 이걸 소설로 쓴다면?”
에드거가 활짝 웃으며 되물었다.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후일 원역사에서 최초의 탐정소설을 쓸, 에드거 앨런 포를 보다, 뒤마가 껄껄 웃었다.
“이거, 경쟁자가 생긴 기분이군. 좋아, 내가 쓴 앙리 3세의 살인극을 보여주지!”
시대는 19세기 초.
소설이 세상을 정말로 흔들던 시대.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
-촤아악!
파도가 치는 낭만적인 실론 섬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