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4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41화(542/547)
외전 (19) 캐나다의 오를레앙은 치부에 관심이 더 많다
한때 프랑스의 군주를 꿈꾸던 전직 혁명가가 대서양을 본다.
“춥군. 북대서양의 겨울은.”
퀘백의 바닷가는 황량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곳곳에 넘쳐난다.
프랑스 해안가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고향의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
어쩐지 씁쓸한 기분으로 바다를 보던 대공, 루이 필리프 앞에 관이 놓였다.
-철컹!
물론 루이 필리프 본인이 들어갈 관은 아니다.
“죄인의 시신입니다. 대공 전하.”
이제 꽤 나이가 든 뒤로크가 고하는 소리를 듣다, 루이 필리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우리 전임 시종장께서 직접 오셨군. 프리울리 공작.”
“뒤로크라고 부르십시오, 대공 전하. 또한 대공께서는 죄인이 아니라는 황제 폐하의 말씀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그거, 정말로 고맙군.”
마치 비꼬는 듯한 소리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관에 든 죄인은 루이 필리프의 부친, 오를레앙 공작이니까.
본국 프랑스로 오페라 구경을 갔다가 혁명에 참가했고, 폭도에게 맞아 죽어 돌아온 남자.
그러나 폭도는 처벌받기는커녕 오히려 혁명을 막은 영웅들로 취급된다고 한다.
아무리 사람 좋기로 유명한 루이 필리프라도 기껍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당연히 황제가 보낸 사람답게, 전임 시종장 뒤로크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신대륙에서는 자유롭게 운신해도 좋다는 허가장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근위병이 가져온 허가장을 대공의 친위병이 받아 가져왔다.
그러나 대공은 굳이 허가장을 보지 않았다.
설마 전임 시종장이 황제의 허가장을 사기칠 리는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이동 허가 범위다.
“프랑스와 달리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인가?”
“미합중국이 내전을 일으키기 직전입니다. 퀘벡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공 전하의 분전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지요.”
“그거 정말 달갑지 않은 소리로군.”
루이 필리프가 혀를 차다, 뒤로크를 직시했다.
“솔직히 말하지. 난 전쟁과 권력보다 돈이 좋아.”
애석하게도 뒤로크는 전혀 믿는 얼굴이 아니다.
뒤로크가 빤히 루이 필리프를 마주 보았다.
마치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아버지도 버릴 수 있는 냉혈한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루이 필리프가 낯을 빨갛게 물들인 후에야 뒤로크는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대공 전하.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폐하께 안부 전해주게. 가능하면, 직접 뵈러 가고 싶다는 말씀도.”
“어려울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뒤로크와 근위기병대가 퀘백 항으로 사라졌다.
-두두두!
문득 루이 필리프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셨군요. 루이.”
외모도 차디찬 미녀가 그곳에 서 있다.
세월이 흘렀어도 동토에서 온 미녀의 모습은 변함없다.
어쩌면 이곳도 동토 러시아나 마찬가지로 춥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잠시, 추위에 떨던 따뜻한 프랑스 남자, 루이 필리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알렉산드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일종의 사고 같은 거지.”
“결국 황제는 내 아버지에 이어 당신의 아버지도 죽였어요.”
“복수를 원하나? 알렉산드라?”
루이 필리프가 농담하듯 묻자, 알렉산드라가 진지하게 대꾸했다.
“아뇨. 하지만 황제가 우리의 원수인 것만은 기억했으면 해요. 당신도, 우리의 자식들도.”
해체된 러시아 제국 공주답게 표독스런 말이다.
공주의 부친은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알렉산드르 1세다.
따지고 보면 파벨이 최후의 차르일 수도 있지만, 법적인 문제일 뿐.
마지막 차르의 사위, 루이 필리프가 몸을 돌린 아내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원수라. 그렇게 따지면 난 황후의 원수들 중 하나쯤 되려나.”
부친의 관을 두고도 전혀 복수심 하나 보이지 않는 대공이 읊조렸다.
“불가능한 일에 열정을 태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지. 우리 대공비도 그걸 알아야 할 텐데.”
을씨년스런 퀘백의 해안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
그러나 화려한 퀘백 대공궁이라고 해서 대공이 마음 편히 있기는 어렵다.
“대공 전하께서 복수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보증이 필요합니다.”
간만에 찾아온 투자 동료가 하는 말부터 무시무시하다.
“아니, 왜 날 만나는 사람마다 복수 타령이지? 난 복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몸을 맡기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야.”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만, 이번 철도 사업 투자자들은 다들 우려합니다. 혹시 반역자와 함께 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죠.”
“미스터 네이선 로스차일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나와 거래한 시간이 몇 년인데!”
대공, 루이 필리프는 눈앞의 은행가를 보며 부르짖었다.
“나는 실리적인 사람이야. 복수할 시간이 있다면, 그 사이 돈을 벌겠네. 또한 이 시대는 돈이 곧 힘이지!”
그러니까, 복수보다 권력보다 돈이 더 좋다는 것은 대공의 진심이다.
물론 복수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허나 세계제일의 제국, 프랑스를 상대로 무슨 복수란 말인가?
또한 부친은 쓸데없이 노망이 나 가능성도 없는 폭동에 뛰어들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루이 필리프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예전 망명객이었을 때부터 그랬다.
복수를 꿈꾸는 망명귀족 사이에서, 루이 필리프는 좀 더 건설적인 일을 하며 살았다.
이를테면 가정교사라든가 말이다.
물론 은행가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전혀 믿지 않는 얼굴이다.
네이선이 시큰둥한 태도로 대꾸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말은 말일 뿐이죠.”
“설마 수익 비율을 낮추라고? 아니면 지분을 제한하겠다고? 그건 용납 못 하네!”
“어쩐지 유혹적인 말씀이군요. 하지만 저도 신의가 있는 사업가인데 그렇게 날강도 같은 거래는 하지 않습니다.”
복수보다 수익률이 중요한 실리주의자 대공에게 은행가가 물었다.
“아드님이신 페르디낭 소공자를 누벨 프랑스 수비군에 종군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이건 조금 도가 지나쳤다.
대공 루이 필리프는 슬슬 친위병을 부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만 눈앞의 상대는 루이 필리프가 퀘백 밖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해주는 중요한 통로다.
바로 [자본]을 통해서.
잠시, 화를 식히던 루이 필리프가 물었다.
“볼모를 보내라?”
“군무의 경험도 쌓고 좋죠.”
“그러다 괜히 미합중국 내전에 휘말려 죽으면 어쩌라고? 내 후계자 아닌가?”
그러자 은행가 네이선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대꾸했다.
“참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참전한다 해도 퀘벡 소공자를 전장에 보낼 리는 없죠. 이건 상식입니다.”
하지만 한때 프랑스 혁명의 전장을 누비기도 했던 전직 군인인 대공은 혀를 찼다.
“상식대로 돌아가는 게 전장이 아니라네. 은행가 양반. 쯧.”
전쟁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대공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단순히 분노만 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골똘히 생각하던 대공이 무릎을 쳤다.
“하지만 결국 내 재산을 물려받을 놈도 페르디낭이지. 좋아, 보내겠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투자자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대신, 군수품 계약에도 내 지분을 만들어줘야겠어. 물론 지분만큼 자본금은 내지.”
아들을 미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대공을 보다, 네이선도 입을 쩍 벌렸다.
“하, 정말 대공 전하야말로 진정한 사업가십니다!”
지독한 유대인들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미합중국 내전이 예정된 상황에서 군수품 거래는 정말 엄청난 이익을 줄 게 뻔하다.
갑자기 대공과 거래해야 할지, 네이선이 고민할 찰나, 재촉이 들어왔다.
“해줄 건가, 안 해줄 건가!”
“받아들이지요. 10프로로 제한될 겁니다.”
“일단, 그렇게 시작하지.”
대공, 루이 필리프가 눈을 빛냈다.
“내전은 오래 갈 거야. 그럼, 더욱 큰 규모의 무기 거래가 시작될 테지. 그런데, 마침 퀘벡은 무기 생산설비도 있고, 여유가 넘친다네.”
본래 원역사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는 수많은 대자본가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순간, 미합중국 내전을 노리는 자본가들은 따로 있다.
“큰 돈 한 번 벌어봅시다. 대공 전하.”
그중 유대인과 전직 혁명가가 악수했다.
실로 떼돈을 벌 거래가 체결된 것이다.
***
물론 대공은 단순한 자본가와는 다르다.
“아버지. 볼모로 저를 보내신다고 들었습니다.”
집무실 창문을 보고 있던 대공이 아들에게 대꾸했다.
“네 엄마는 화가 나서 나를 안 보겠다고 하더구나.”
“퀘백 대공령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폐지돼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니까요.”
“황제는 그렇게 쉽게 사람을 자르지 않아. 이건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서다.”
소공자, 페르디낭은 눈을 부릅떴다.
“미래라뇨? 설마?”
설마, 복수를 꿈꾸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대공 루이 필리프는 어이가 없어 외쳤다.
“너마저 날 오해하는 거냐, 페르디낭? 난 복수에 관심 없다니까?”
“그럼 무슨 미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제사후!”
그 순간 루이 필리프가 밖에서 치는 벼락처럼 고함쳤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혹사할수록 더욱 빨리 죽어. 이건 역사의 법칙이야!”
황제 유진 1세를 대공처럼 깊이 관찰한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심지어 황후라 해도 유진의 수명까지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대공은 다르다.
오를레앙 가문은 왕족임에도 역사의 변혁을 눈치챘고, 혁명에 투신한 일족이다.
그만큼 역사 변화에 민감하다.
그런데 루이 필리프가 보기에 황제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몸을 혹사해왔다.
아무리 당장 건강해 보여도 이런 사람은 반드시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아르네 가문은 장수로 유명한 집안도 아니다.
“너도 들어서 알고 있지? 황제가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리웠다는 거.”
“유명하죠. 프랑스 제국민이라면 다 아는 얘기입니다.”
“난 그걸 실시간으로 봤다. 황제는 정말 천재였어. 그런데.”
문득 루이 필리프가 아들을 보며 입가를 틀었다.
“그 개고생을 하고도 수명이 길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반면, 우리 오를레앙 가문은 장수로 아주 유명하다!”
만약 황제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군주국가라면 후계자가 승계한다.
하지만 프랑스 제국은 대혁명의 후계라는 이념 때문에 선거군주제다.
“그럼, 아버님 말씀은.”
루이 필리프가 히죽 웃었다.
“그래. 차기 황제선거다. 샤를 나폴레옹도, 카를 부르봉 나폴레옹도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위대한 황제의 후계자가 가질 숙명이지.”
“유진 지브롤터 공작도 있습니다.”
“그런 망나니는 집어치우고. 그런데 이제 전쟁이 터졌구나. 신대륙에서.”
문득 루이 필리프가 아들의 어깨를 붙들었다.
“황제의 아들과 동생이 평화롭게 숨어 지내는 동안, 전쟁터에 나가 싸운 대공의 자식. 어떠냐?”
이게 바로 대공이 은행가에게 화를 내려다 떠올린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헛소리. 넌 얼굴만 비추면 된다. 죽는 게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알겠습니다.”
아들의 어깨를 두들기며 대공은 다시 창밖을 보았다.
황량한 신대륙 퀘백.
이것이 대공에게 주어진 전부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혁명의 정신이고, 대공은 혁명가였다.
“그래. 이건 황제와 나, 루이 필리프의 대결이다. 곧, 수명을 건 인생의 대결이지.”
창밖에서 퀘백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투두둑!
인생을 걸고 유진과 대결하는 남자.
루이 필리프가 아들을 남북전쟁에 보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