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4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42화(543/547)
외전 (20) 다비드의 혁명화로 독일혁명을 억눌러라
본래 혁명은 정치에서 시작되기 쉽지만, 결국 사회 전 분야를 강타하기 마련이다.
-슥, 슥슥, 슥슥슥.
화실, 수많은 데생과 미완성 그림들이 가득하다.
오직 화가 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가들의 상징과 같은 빵모자를 쓴 남자는 하나.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미완성본에 채색을 하고 있다.
이른바 집단제작의 화실 공방 현장이다.
화가가 홀로 그림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
그래도 아직 공방도 함께 하고 있는 게 신세기의 풍경이다.
그중 최종 감독이자 기획자가 바로 화가다.
지금 중앙에서 데생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때 빵모자를 쓴 남자가 목탄을 던졌다.
“이거 참 마음에 안 드는군.”
그러자 공방을 구경하던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조수들에게 맡기실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그래도 기본 데생은 내가 해야지. 그런데, 영 마음에 안 들어. 흥도 나지 않고.”
“혹시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때문에 그러십니까. 다비드 선생님?”
화가, 다비드가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리냐? 르 브룅은 내 경쟁자가 아니야. 내 경쟁자는 앵그르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구시대 부르봉 왕가의 전속 [여성] 화가다.
한때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는 전부 르 브룅의 몫이었다.
허나 대혁명 이후 망명했는데, 유진이 정권을 잡으면서 무탈히 귀환했다.
이후 프랑스를 풍미하던 다비드와 함께 화단의 쌍벽을 이루는 중이다.
그렇지만 다비드는 비제 르 브룅의 예쁜 그림에는 별로 감탄하지 않는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다비드가 신경쓰는 화가는 따로 있다.
문득 다비드가 이젤을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앵그르는 내 제자지만 이미 신시대의 화풍을 선도하고 있어. 나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
“선생님을 따르긴 어렵습니다. 지금도, 모두가 선생님을 최고라고 말합니다.”
“하하! 외젠, 그건 마치 네 아버지가 들라크루아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18세기 말, 화단을 지배한 그림은 이른바 [로코코] 양식이다.
예쁘게, 귀엽게, 깜찍하게 그려내는 그림이 대세였다.
아직도 비제 르 브룅은 로코코 양식을 좋아하는 후원자들에게 인기다.
그러나 대혁명 이후 화단은 낭만주의 돌풍으로 가득찼다.
거세고, 힘차고, 거칠다.
다비드의 그림도 어느 정도는 힘찬 면이 있지만, 부족하다.
문득 다비드가 이젤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네 진짜 아버지는 아직도 널 친자로 인지하지 않은 거냐? 외젠 들라크루아?”
다비드의 제자 겸 조수, 외젠 들라크루아가 낯을 찌푸렸다.
“제 아버지는 샤를 프랑수아 들라크루아입니다.”
“아직도 그런 소리를. 탈레랑 가문에는 후계자가 없어. 네가 친자로 인지되어야 그 재산을 모두 받을 수 있다니까?”
“재산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승님.”
들라크루아가 눈을 번뜩이며 고함쳤다.
“그런 부정한 남자와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자체가 치욕스럽습니다!”
문득 조수들이 깜짝 놀라 붓을 멈춘다.
샤를 들라크루아, 고위 외교관이다.
여기, 젊은 들라크루아는 샤를의 아들로 대외적으로 공표되어 있다.
한데 문제가 있다.
부친, 샤를이 성불구자란 거다.
성불구자가 어떻게 아내를 임신시켜 아들을 낳을 수 있을까?
파리의 사교계는 볼 때마다 비웃으며 수군거린다.
사실 다들 답을 안다.
들라크루아 가문과 친밀한 외교관 중의 외교관.
탈레랑이 불륜으로 낳은 아이라는 것을.
다만 친자확인 검사가 아직 불가능한 시대라, 외젠만 부정할 뿐이다.
“실용적으로 살아야지, 쯧. 하긴, 내가 이래서 앵그르를 못 따라가는지도 모르겠다.”
“그 말씀도 틀립니다. 스승님의 웅장한 화풍을 앵그르는 따르지 못합니다!”
“칭찬은 듣기 좋다만, 화가는 진실을 꿰뚫어 봐야지.”
다비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신화]적 그림을 돌아보다 혀를 찼다.
“그래, 사람의 욕망이야. 욕망을 분출시키는 그림이지. 앵그르의 그림은.”
그때 누군가 화실 밖에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아주 얍삽하게 생긴 콧수염 청년이 들어서며 외쳤다.
“경탄스럽군요. 이 웅장한 구도라니! 역시, 다비드 선생은 프랑스 제국 제일의 화가십니다!”
물론 다비드는 찢어 버릴까 생각하던 그림이다.
“또 다른 아첨꾼이로군. 누구신지?”
“인사가 늦었습니다. 루이 외젠 카베냐크라고 합니다. 황제 폐하의 비서관이죠!”
“아, 요새 촉망받는다는 청년이군. 높으신 분이 왜 이곳까지 왔소?”
본래 원역사에서 총리가 되는 남자, 외젠 카베냐크가 히죽 웃었다.
“황제 폐하의 의뢰입니다. 이전에 완성하지 못하신 테니스 코트의 선언을 완성해 달라는 진언을 보내오셨습니다! 의뢰 대금은 3백만 프랑!”
화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비록 인플레이션이 한창 진행 중인 산업혁명기지만, 3백만 프랑은 분명 거액이다.
특히 그림 하나의 값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작 3백만 프랑을 받게 생긴 다비드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왜냐하면 의뢰받은 그림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카베냐크 비서관, 내가 그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이유를 모르나?
그러자 카베냐크가 어깨를 으쓱였다.
“알고 있습니다. 대혁명 정국의 피바다에 질리신 탓이죠.”
“그때 태어나지 않은 나이지? 그렇게 간단히 말할 정도가 아니었네. 기요틴에 목이 날아간 명사가 하루에만 수십 명이었지.”
“다만 폐하께서는 원하십니다.”
황제의 비서관 카베냐크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전했다.
“위대한 대혁명의 시간을 대화가의 손으로 완성시키고 싶다고. 하여, 그 그림을 팜플렛으로 제국 전역에 뿌리고 싶으신 거지요!”
황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
***
그러나 다비드는 여전히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군. 왜, 혁명화가 필요한 거지? 이 제국의 평화로운 시절에?”
아주 격렬한 그림이다.
채색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흑백에 가까운 잿빛 그림.
한때는 혁명에 온 정신을 바치고 살았던 화가, 다비드가 옛날에 버렸던 그림을 응시했다.
그때 제자 들라크루아가 다가와 말했다.
“평화롭지는 않죠. 올해 여름에도 봉기가 일어났다가, 겨우 진압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 여자들이 투표권을 얻었구요.”
“폐하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거든. 정조를 잘 지키시는지라. 반면 남자들에겐 좀 인기가 별로야. 바람도 피우고, 애첩도 둬야, 프랑스의 군주답지.”
“나폴리 여왕과 스캔들이 있지 않았나요?”
나름 고위 외교관의 아들이라 소문에 밝은 들라크루아가 묻자, 다비드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낭설일걸? 만약 사실이었다면 황후 폐하가 귀국하진 않으셨겠지.”
물론 실은 황후도 그 소문을 믿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황제가 정국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불온한 그림을 원하는 이유가 뭘까?
다비드가 눈앞의 그림을 보며 중얼거렸다.
“쥬드 폼의 서약이라.”
쥬드 폼, 영어로 테니스 코트.
왕실 테니스 코트에서 최초의 시민의회가 모였다.
당시 국왕이 삼부회를 해산시키고 시민 대표들은 모여 결의했다.
새로 시민의 의회를 만들겠다고.
그 맹세가 피로 얼룩지고, 서로를 죽이며, 무참한 공포정치를 불러올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림 속 외치고 있는 당시의 혁명가들 모두가.
들라크루아가 숨죽인 채 그림을 보다 말했다.
“오래 전 스케치만 해두셨던 그림이군요.”
“이 상태에서 팜플렛으로 만들어졌지. 그래서 세상에 알려지긴 했는데, 그 후로 세상이 너무 바뀌었어.”
“원래는 혁명을 지지하지 않으셨습니까?”
다비드가 미간을 찡그렸다.
“로베스피에르가 사람 모가지를 빵을 썰듯 죽이기 전까진 그랬지.”
세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화가, 다비드라고.
그러나 젊은 시절에는 다비드도 혁명에 마음을 불태웠던 적이 있다.
기요틴 칼날이 친구들을 죽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다비드의 등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도 죽을뻔했지. 하하하!”
다비드는 여전히 뚱뚱한 살아남은 옛 친구를 돌아보았다.
“당통 상파뉴 백작님. 오랜만입니다.”
“하, 그놈의 백작 소리 집어치워. 나는 혁명의 원훈으로서 그런 작위는 거부하네. 물론 황제 폐하가 당대 귀족이라고 억지로 안겼지만!”
“그런 것 치고는 훈장은 무척 많이 갖고 다니시는군요.”
그러자 여전히 뚱뚱한 노인, 당통이 움찔거리다 가슴에 매단 훈장을 붙잡았다.
“어흠! 레지옹 도뇌르는 내 국가에 대한 헌신을 기리는 걸세. 절대로 포기할 수 없지!”
물론 이름뿐인 상파뉴 백작위와 달리, 훈장은 연금을 준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당통은 황제 욕설로 한 시간쯤 떠들 것이다.
잠시 웃음을 머금다, 다비드가 물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왜 다시 그리라고 하셨는지, 혹시 아십니까? 그것 때문에 초대했는데요.”
“황제의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 다만 지금 골칫거리가 뭔지는 알지. 뭐, 그림 한 점 정도는 줄 거지?”
“뭡니까?”
문득 당통이 눈을 번들거리며 떠들었다.
“도이치 인들이야. 해체된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옛 신하들, 그리고 젊은 혁명가 지망생들이 날뛰고 있다더군. 메테르니히의 사주를 받고!”
한때 러시아 제국을 비롯해 외교가를 돌아다녔던 당통이다.
특히 프로이센 해체 작업과 헝가리 분할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
하여, 도이치인들의 여론 동향을 쉽게 알아낸 것이다.
다비드가 입을 쩍 벌리다 되물었다.
“도이치란 나라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더 간절하지. 되려, 프랑스인들은 국가의 존재가 고맙다고 생각하는 자가 아무도 없지 않나?”
“그렇지만 이 그림이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그 순간 당통이 두툼한 손으로 그림을 가리켰다.
“일단, 그려나 보게. 간만에 옛 열정을 되살릴 기회가 아닌가?”
다시, 다비드는 그림을 보았다.
그림에 그려진 이들 중 세상에 없는 이가 반절 이상이다.
나머지 절반은 제국에 투신하여 혁명과 거리가 먼 생을 살고 있다.
다비드 본인도 그리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 마음을 뜨겁게 했던 대혁명을 아직 기억한다.
“하긴, 3백만 프랑은 충분히 열정을 되살릴 만한 돈이죠.”
일단, 받은 돈값만큼은 하고 볼 일이다.
***
대화가의 신작은 엉뚱하게도 베를린 광장에 전시되었다.
“다비드 화백의 신작이야!”
광장에 모여든 베를린 시민들이 놀라 외쳤다.
“저 웅장함! 그런데 뭐지? 저게?”
“쥬드 폼의 서약! 대혁명 시대, 압제에 맞서 싸웠던 혁명가들의 서약!”
“오오오! 웅장하다! 이것이 바로!”
완전히 옛 프로이센 신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부르짖었다.
“위대한 프랑스 [제국]의 진면목이다!”
곳곳에 쥬드 폼의 서약을 본딴 팜플렛이 팔려나가고 있다.
베를린 시민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여행객들이다.
친절히 도이치어로 적힌 팜플렛도 보인다.
그 뒤로 빵모자를 쓴 화백이 섰다.
“혁명화도 제국의 위대함을 알리는 시대라니, 것 참.”
다비드는 시민들을 돌아보다 돌아섰다.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군. 우리는.”
혁명을 버린 화가가 그린 혁명의 그림.
쥬드 폼의 서약.
이제는 혁명을 꿈꾸는 불온한 독일인들에게 팔려나갈 그림이다.
-뚜벅, 뚜벅, 뚜벅.
옛 혁명의 화가, 다비드가 쥬드 폼의 서약을 완성한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