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4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43화(544/547)
외전 (21) 괴테와 베토벤의 스캔들이 혁명을 이기다
신세기, 세상 만사를 정보가 지배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쾅, 치이익, 쾅!
거대한 롤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소리가 멈추자 종이가 나오고, 다시 검은 글자가 적혀 있다.
종이는 가볍게 접히더니 어느새 [신문]의 형태가 된다.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며 대량으로 생산되는 양상이다.
문득 그 광경을 보다 노신사 한 사람이 감탄했다.
“이게, 윤전기라는 물건인가? 허, 세상 참 좋아졌군.”
본래 원역사에서는 19세기 중후반쯤 나오는 윤전기를 보며, 젊은 청년이 외쳤다.
“그렇습니다. 무슈 데물랭! 이거야말로 신시대의 혁명! 정보혁명을 이끌 신문의 비밀병기입니다!”
“무슈 지라르댕, 그건 좀 지나치군. 결국 정보란 사람 머리 속에 있는 걸세. 혁명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거고.”
“방금 말하신 바가 바로 정보혁명의 관건입니다!”
윤전기를 도입한 언론사 사주, 에밀 지라르댕이 눈을 빛냈다.
“정보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다시 시대를 변혁하는 거죠! 그게 바로 저널리스트가 할 일이고요!”
본래 원역사에서 지라르댕은 19세기, 신문왕이 되는 남자다.
다만 현재는 아직 젊은 청년인데다, 데물랭이란 거물이 언론계를 주름잡고 있다.
잠시 지라르댕을 응시하던 데물랭이 혀를 찼다.
“확실히 아직 젊군. 자네 부친이 장군이었던가?”
“하하! 알렉산드르 지라르댕 장군이 제 부친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생아죠.”
“요새 그런 게 어딨나? 인지만 되면 되는 거지. 다들 결혼보다 결혼 생활 밖에서 애를 낳는 시대야. 저 유명한 마담 레카미에와 샤토브리앙도 그렇지 않나?”
가볍게 옛 유명인사들의 스캔들을 읊는 데물랭에게 지라르댕이 외쳤다.
“하지만 결국 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죠. 전 부친과 세상에 인정받고 싶습니다!”
보통 사생아는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해 성장하기 어렵다.
다만 상류층의 사생아쯤 되면, 일반적으로는 양육비를 지원받기 마련이다.
허나 부친의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시 결핍은 있는 모양이다.
아주 야심찬 청년 언론인을 보다 데물랭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에 지라르댕의 신문사에 투자한 게 잘했는지 의심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뭔가?”
“정보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씀드렸죠? 아주 놀라운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메테르니히가 혁명을 기획 중입니다. 그래서 허락을 받고자 모셨습니다!”
“뭐라고? 잠깐, 지금 농담하나? 그자야말로 반혁명의 기수나 마찬가지인데?”
데물랭이 입을 쩍 벌리자, 지라르댕이 낄낄 웃으며 답했다.
“지금은 프랑스가 제국인 시대입니다. 혁명으로 타도할 상대도 프랑스, 그리고 무슈 데물랭을 비롯한 프랑스의 기득권이죠! 혁명 타도 대상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하하핫!”
옛 대혁명의 주역, [말더듬이] 데물랭이 낯을 찡그렸다.
대혁명이 일어나던 시절, 커피하우스에서 시민 봉기를 주도했던 게,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혁명가들의 적, [제국주의자]가 된 셈이다.
“기가 막히군. 그럼 공안에 연락해야지, 왜 내게 말하나?”
“막을 수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우리는 그저 신문쟁이들일 뿐일세.”
언론의 무력함을 토로하는 데물랭에게 지라르댕이 단호히 말했다.
“혁명을 일으킬 사람들, 곧 도이치 계 시민들에게 더욱 놀라운 소식을 가져다주면 됩니다.”
도이칠란트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다.
단지 과거 구 신성로마제국 시절, 도이치 왕이 존재했을 뿐이다.
또한 남부와 북부의 독일인들은 서로 언어마저 상당히 다르다.
본래 언어 통일이 진행되어야 했을 상황에서, 프랑스가 개입하면서 점점 더욱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도이칠란트의 시민들이 놀랄만한 공통 관심사가 뭘까?
“그게 뭔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비리? 아니면 메테르니히의 도덕적 타락? 그자라면, 희대의 바람둥이긴 하지.”
“대중이 그런 일 따위에 관심이 있을 것 같으십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대체?”
지라르댕은 눈을 번뜩였다.
“모든 대중은 유명인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정치인 따위가 아니라!”
일견, 맞는 말이라 데물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시민들이 들었을 때, 모두가 아는 이름을 이용해, 스캔들을 일으켜야 합니다.”
“누가 있지? 오페라 배우 중에 요새 잘 나가는 사람이.”
잠시 옛날 스타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지라르댕이 데물랭에게 다그쳤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괴테, 그리고 베토벤 정도는 돼야죠!”
데물랭은 입을 쩍 벌렸다.
분명히 도이치인만이 아니라 유럽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들이다.
허나 대체 둘이 무슨 스캔들이 있을까?
설마 남자끼리 사귀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 둘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스캔들을 일으켜? 설마?”
그때 지라르댕이 히죽 웃으며 [정보]를 흘렸다.
“여자가 있습니다. 대문호와 대음악가가 모두 사랑한 여자가.”
이 정도면, 언론계의 신사 데물랭이라도 놓칠 수가 없는 얘기다.
***
날벼락은 때로 대문호에게도 찾아온다.
-〈괴테, 당신이오? 이 추잡한 소문을 세상에 드러낸 자가? 만약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소!〉
괴테는 [빈]에서 날아온 악필 서신을 보다, 우아하게 탁자 위에 놓았다.
바이에른의 날씨 좋은 초지가 창밖에 보인다.
어쩐지 휴양하기 위해 찾아온 곳에서도 세상의 시끄러움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물론 괴테는 이런 시끄러운 일에도 꽤 익숙하긴 하지만.
문득 자신을 보는 소년에게 괴테가 일렀다.
“안타깝군. 베토벤은 위대한 음악가지만, 주위를 사려깊게 살피지는 못하는구나.”
“대체 누가 이런 스캔들을 터뜨렸을까요? 세상에, 선생님께서 40살이나 어린 여자와 사랑하다니, 그것도 유부녀와! 이건 지나친 명예훼손입니다!”
“사실이네, [무슈] 멘델스존.”
우아한 프랑스어로 괴테가 대꾸했다.
“베티나와 한때 불 같은 사랑을 나눴지. 벌써 10년 전 일이지만.”
베티나 폰 아르님.
10년 전, 괴테에게 끈질기게 구혼했던 여자다.
벌써 당시에도 노인이었던 괴테는 결국 베티나의 구혼을 거절했다.
한데 베티나는 이후 베토벤과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게 되었다.
결국 베토벤조차 베티나와 헤어졌고, 베티나는 이후 아르님과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따지고 보면 나이를 제외하면 그저 정상적인 연애와 이별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문제는 나이다.
소년, 펠릭스 멘델스존이 아연히 괴테를 보았다.
“서, 서, 선생님?”
“왜 그렇게 놀라나? 예술가가 사랑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또한 사랑은 고귀한 것. 아무리 늙은 노인이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저기, 그런 건, 보통, 노인의 음침한 욕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괴테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아직 젊어서 자네는 이해 못 할 걸세. 늙은이도 심장을 뛰게 하고 싶을 때가 있지. 물론 소녀에게 강요해선 절대로 안 되지만.”
물론 멘델스존은 아직 10대의 나이다.
또한 원역사에서도 3살 어린 아내와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다 요절한다.
일생 연애를 거듭하며 살아온데다 연상녀에서 연하녀를 가리지 않는 괴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랄까.
전혀 이해가지 않는 눈으로 멘델스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선생님.”
“그건 그렇고, 이 오해는 풀어줘야 할 텐데. 베토벤도 요새 건강이 참 나빠져서 말이야. 혹시, 나랑 같이 빈에 한 번 가보겠나?”
“악성을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좋습니다!”
반색하는 소년 천재 음악가를 보다, 괴테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글쎄, 베토벤은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사람 좋은 친구는 아니야. 게다가 자네 음악도 듣지 못할 거고.”
아직 대중 연예사업이 없는 시대.
스타란 곧 예술가다.
그러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문호나 음악가는 곧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스타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멘델스존 입장에서는 실로 대스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베토벤은 그렇게 썩 성격이 좋은 [스타]는 아니다.
팬 관리도 엉망이다.
무엇보다 멘델스존이 피아노 연주를 해도 하나도 못 들을만큼 귀도 나쁘다.
멘델스존이 당황했다.
“그, 그렇다 해도.”
“일단 혹시 보청기로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연습이나 해보지.”
“어떤 음악인가요?”
괴테는 서재로 다가갔다.
“이걸세.”
사실 괴테는 단지 소설이나 극본으로만 유명한 작가가 아니다.
본래 이름을 떨친 분야는 오히려 시다.
한데 이 시대, 시란 노래와 함께 하는 것으로 일종의 작사가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천재 음악가로 슬슬 이름을 떨치는 멘델스존이 괴테를 찾아온 이유도 간단하다.
작사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괴테에게 작사를 평가받기 위해 음악가가 보낸 악보 하나가 있었다.
멘델스존은 괴테가 건넨 악보를 보다 입맛을 다셨다.
“어, 엄청난 악필이군요.”
“베토벤의 악보야. 자필 악보지.”
“뭐라구요!”
멘델스존이 경악할 찰나, 괴테가 웃으며 물었다.
“슬픔의 기쁨. 베토벤이 작곡한 몇 안 되는 가곡이라네. 연주해 보겠나?”
아주 알아보기 힘든 악보를 놓고, 멘델스존이 필사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딴, 딴딴, 딴딴딴.
결코 쉬운 음악이 아니다.
허나 멘델스존은 조금 서투르게 연주하다 곧이어, 익숙하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잠시 눈을 감고 감상하다, 괴테가 여유로이 중얼거렸다.
“언제 들어도 좋군. 스캔들 따위로 덮을 수 없는 위대한 음악가의 곡답게.”
예술은 영원하다.
스캔들 따위로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아무리 언론사에서 떠든다 해도.
괴테가 태연한 이유다.
***
지금 빈이야말로 이 스캔들이 회자되는 가장 중요한 도시다.
“독일 민족에게 고하노라! 피히테 선생이 말했듯, 독일 민족은!”
연사, 카를 레닝겐이 외치고 있을 때다.
-두두두!
빈의 시민들이 우르르 달리며 저마다 떠들어댔다.
“들었어? 괴테와 베토벤이 삼각 스캔들을 일으켰대!”
“40살 어린 유부녀라며?”
“대단하군. 노친네가 정력도 좋아. 아니, 그런데 베토벤은 그럼 애인을 빼앗긴 거야?”
대문호와 대음악가의 삼각스캔들.
그것도 대상은 유부녀라고 한다.
그런데 유부녀인 베티나가 오히려 사건을 일으켰다.
자서전 발간을 시작해 버린 것이다.
아주 시끄러워진 빈의 광장에서 레닝겐이 부르짖었다.
“이, 이런 어리석은 자들이! 민족의 고난을 이겨내야 할 시점에!”
그러나 원역사에서 독일 혁명을 일으킨 혁명가의 외침을 듣는 자는 없었다.
“자, 자, 자! 줄을 서시오! 괴테와 베토벤, 두 대예술가의 스캔들 3탄! 알고 보니 같은 침대를 썼다 편이오!”
오히려 가짜 뉴스가 명백한 스캔들이 실린, 신문을 사는 이들이 훨씬 많다.
누구도 독일의 위대함도, 혁명의 필요성도, 프랑스에 대한 저주도 생각하지 않는다.
스캔들, 이것만이 빈의 시민들을 뜨겁게 만드는 화제거리다.
레닝겐이 빈 광장에서 비명을 질렀다.
“이럴 수는 없어!”
혁명의 열기가 오늘도 짓밟힌, 1825년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