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4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46화 (외전 완결)(547/547)
외전 (24) 프랑스 유럽제국연합이 선포되다 (외전 완)
1825년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큰 게 준비된대.”
파리, 개선문에서 시작되어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
바로 샹젤리제 거리에서 산뜻한 차림의 미소녀가 입술을 뗐다.
아직 커피를 마실 나이가 아니지만, 벌써 커피잔을 들고 있는 게 되바라졌다는 인상을 준다.
허나 소녀에게 감히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할 수행원은 없다.
앞에서 역시 어리지만 커피를 함부로 마시고 있는 불량소년, 유진 2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내가 메테르니히를 잡았다는 선언인가? 아직 못 잡았는데.”
“아냐!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아빠, 아니 부왕 전하께 들었어. 제국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랬어.”
“그런 행사를 벌일 때인가? 아직도 여론이 뒤숭숭한데 말이야.”
그러자 미소녀, 나폴리 왕국 공주 폴리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여론이 안 좋을 때, 행사로 시선 돌리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유진 주니오르 오촌 조카님?”
사실 촌수상 폴리나는 오촌 숙모, 유진 2세는 오촌 조카다.
허나 둘의 나이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폴리나 쪽이 한 달 빠르다.
예전 대전쟁이 끝나던 시절 마리보다 폴린이 살짝 이르게 임신한 탓이다.
“쉿, 폴리나 공주님. 자꾸 이러면 내가 가출 중이라는 게 들키잖아.”
“집에 돌아와놓고 뭔 소리야. 결국 메테르니히도 못 잡은 주제에.”
“로마에서 잡을 뻔했잖아. 만약.”
샹젤리제 거리 카페에서 커피잔을 튕기며, 유진 2세가 입맛을 다셨다.
“우리 작은 ‘할머니’께서 다른 남자에게 빠지지만 않았어도.”
그때 샹젤리제 거리 저편에서 호들갑을 떨며, ‘할머니’가 달려왔다.
“와, 역시 파리가 미식은 제일이야! 너희, 이거 먹어봤니? 새로운 파르페란다! 카렘의 레스토랑에서 파는 거야!”
물론 ‘할머니’의 나이는 40세, 외모는 아직 30대 초반처럼 보인다.
또한 프랑스 문화에 빠진 이탈리아 여자답게 여전히 연애에 불타오르는 ‘청춘’이다.
로마 여행에서도 젊은 추기경과 불 같은 연애에 빠졌던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도 연애에 진심인 여자, 나폴리 여왕 폴린을 보다 폴리나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모후, 그래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실 거예요? 아빠, 아니 부왕도 오신다던데.”
“새로운 애인하고 오겠지. 나도 여기 새로운 젊은 애인하고 가볼까?”
“엄마, 제발 좀!”
폴린은 가슴팍에 유진 2세의 팔을 붙이며 팔장을 낀 채 키득거렸다.
“아니면, 네가 애인이라고 하고 ‘조카’ 데리고 갈래? 응?”
문득 폴린의 낯이 굳어지고, 폴리나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채 화를 냈다.
“자꾸 그러면, 난 혼자 갈래요!”
“조용히 하렴, 폴리나.”
“내가 왜 그래야 하죠?”
폴린이 여전히 유진 2세를 반쯤 껴안은 채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낯익은 얼굴을 본 것 같거든.”
유진 2세는 마른 침을 삼켰다.
꽤나 나이 차이가 나는데다 촌수로 따지면 할머니지만, 폴린은 여전히 성적 매력이 넘친다.
특히 유전자가 성적 취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유진 2세는 폴린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
일단 부친부터 폴린에게 늘 약했으니 말이다.
전혀 몸을 떼지 못한 채 유진이 자꾸 불끈대려는 몸을 숨기며 물었다.
“누굽니까, 작은 할머니.”
“어머, 우리 작은 황자님. 폴린이라고 불러주렴. 우리 참 좋은 시간을 보냈잖아?”
“오해의 소지가 깊군요. 흠흠. 그런데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진지한 얼굴이시죠?”
유진 2세는 폴리나가 노려보는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
사실 좋은 시간을 정말 보내긴 했지만, 폴리나에게 들키면 곤란하다.
일단 폴리나와도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유진 2세의 요새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때 폴린이 유진 2세의 귀를 깨물며 속삭였다.
“카트리나 바그라티온, 메테르니히의 애인.”
유진 2세는 온몸이 달아오르는 욕망을 느끼다, 멈췄다.
메테르니히.
반드시 잡아야 할 존재.
폴린을 떼놓으며, 유진 2세가 눈을 번뜩였다.
“움직여야겠군요.”
여자도 좋지만, 사건이 더 좋은 소년.
명탐정 지망생 유진 2세가 움직일 시간이다.
***
콩코르드 광장은 축제의 장이다.
“오늘 새로운 앙페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수여될 것입니다!”
요새 개발 중인 전동식 확성기로 시종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듣는 이들은 시민, 귀빈, 그리고 황족이다.
단상 쪽에서 거닐며 이야기를 듣던 황족 중 최우선 황족 한 사람이 또 다른 최우선 황족을 돌아보았다.
“시종장은 늙었어도 기세가 좋군요. 숙부님.”
“글쎄, 워낙 건강한 사람이니까. 그보다 넌 파리에 왜 이렇게 자주 안 오는 거냐? 유진 주니오르야 가출했다고 치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전까진 저도 강제 가출 상태였어요, 숙부님.”
이제 청년이 다 되어 가는 ‘카를’ 보아르네 보나파르트가 ‘샤를’ 나폴레옹 보나파르를 향해 웃었다.
“그래도 사이가 좋아지신 거 같아 다행이군요.”
반대편, 연설을 준비 중인 흰 수염의 수상에게 다가가 신기한 듯 보는 소녀도 있다.
“와, 새로운 할아버지다!”
“어허, 공주님.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수상이랍니다.”
“수상 할아버지다! 수염 봐!”
소녀, 잔느가 수상 라파예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
라파예트는 당황했고, 주위에서는 기겁했다.
하지만 황제와 황후의 딸은 한 명 뿐이고, 감히 달려들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그때 백의의 여자가 다가와 잔느를 들어 올렸다.
“잔느, 수상님을 너무 괴롭히면 못 써.”
그러자 아픈 수염을 쓰다듬으며 라파예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플로랑스 황녀님, 간만에 뵙습니다.”
“전 파리 떠난 적 없어요. 수상님이 연설하실 때마다 구경했는걸요.”
“황녀님께서 요새 불온분자와 연애한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주의하시는 게 좋지요.”
어쩐지 수염의 위기를 구해준 황녀, 플로랑스에게 할 말 같지는 않다.
하지만 라파예트 입장에서는 전부터 조언해야겠다고 마음먹던 터다.
왜냐면 빅토르 위고는 정말 위험한 글을 쓰는 불온분자가 맞기 때문이다.
황녀 의사, 플로랑스 보나파르트가 난처한 미소를 머금었다.
“위고는 그렇게 위험한 사람은 아니에요. 나중에 인사 드리러 오라 할게요.”
단상 밖에서는 행사 상태를 점검하는 날카로운 시선도 있다.
태후 레티치아 보나파르트의 눈길이다.
허나 화려하기 그지없는 장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레티치아는 연신 시종과 시녀들을 불러냈다.
“행사에 이렇게 돈을 많이 쓰다니! 저거, 동방에서 온 실크 아냐? 얼마야, 대체?”
“태후 폐하, 촌스럽게 왜 그러세요? 35년 전에 베르사유 궁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구왕실이 망했지, 황후! 대체 현 황후는 뭘 하는 거야? 아무리 왕실 출신이라도 아껴 써야 국민들에게 지탄을 안 받아!”
전임 황후이자 이를테면 [대비]격인 조세핀도 레티치아를 막을 수는 없었다.
레티치아는 황후를 찾아 바삐 행사장을 누볐다.
그러나 그 시각, 황후는 조금 떨어진 광장의 부속건물에서 비밀 만남을 갖는 중이다.
“마리, 간만이구나.”
황후 마리가 옛날에는 왕비였던 여자를 응시했다.
“엄마는 행복하신가 봐요? 스웨덴에서 통 오시질 않네요.”
“그곳도 참 바빠. 페르젠 내조하느라 더 바쁘단다.”
“샤를이나 보고 가세요. 오늘 온다고 했어요. 아.”
부속건물 창밖을 돌아보다, 황후 마리가 앙투아네트를 향해 일렀다.
“저기, 오네요. 우리 나폴리 왕.”
허나 나폴리 왕, 루이 샤를 부르봉은 또 다른 이유로 바쁘다.
일단 행사 경호책임자를 찾는 중이다.
결국 찾지 못한 루이 샤를이 붙잡은 사람은 전임 시종장이자 이번 행사 사회를 맡은 뒤로크였다.
“황제 폐하께서는 어디 계신가?”
“왜 그러십니까, 나폴리왕 전하? 곧 나오실 예정입니다만.”
“그렇다면, 일단 나오시지 않는 게 좋겠네.”
루이 샤를이 다급히 뒤로크에게 말했다.
“메테르니히가 중심이 된 초강경 테러리스트들이 오늘 파리에 왔다는 첩보가 있네.”
나폴리 공안경찰이 입수한 긴급 정보다.
이 정보는 믿을 수 있다.
로슈자클랭 다음 가는 프랑스 제국의 정보 책임자, 살리체티가 만든 정보망이니까.
뒤로크가 낯을 굳혔다.
“일단 로슈자클랭을 부르겠습니다. 응?”
문득 뒤로크의 낯이 사색이 되었다.
루이 샤를도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바로 황제 유진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호위도 없이.
“폐하!”
그러나 황제 유진은 아주 태연하기 그지없다.
위험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위험 감지라면 따를 자가 없는 게 유진이다.
유진은 가만히 눈앞에 떠오르는 [백은문자]를 보다 피식 웃었다.
“간만에 [알림]이 오는군.”
찰나, 시민 군중 사이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뛰쳐 나왔다.
“폭군을, 죽여라. 비바 도이치 레볼루션!”
숫자는 모두 10명.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최신 화기, 수류탄이다.
비명이 광장을 울리고 호위병들이 긴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막지 못했다.
노인이라 미처 눈여겨 보지 않은 자.
메테르니히다.
희열에 찬 메티르니히가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철컥, 탕!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유진의 총구에서.
그리고, 유진 2세의 총구에서.
수류탄 폭음이 울렸다.
메테르니히의 몸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가 먼저 쏜 거예요. 부황 폐하!”
그 소란 속에서 유진 2세가 외치자,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유진?”
황후가 깜짝 놀라 뛰쳐나올 때, 유진이 차남을 보며 웃었다.
“새로운 마탄의 사수로군. 로슈자클랭, 잡아. 반역분자들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
오늘, 파리의 날씨는 아주 맑다.
-철컥, 키릭, 척!
햇빛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빛날 정도다.
훈장을 받는 이들은 각기 제국의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다.
그중에 울며 겨자먹기로 훈장을 받는 남자, 남아프리카의 주베르도 보인다.
모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단상 위에 유진이 섰다.
“오늘 불미스런 일을 일으키려 한 [반역도]들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행사는 전면 중지된다.
허나 황제는 태연한 얼굴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끔 유화적인 황제를 우습게 보던 거만한 파리 시민들도 이 순간에는 자각하게 된다.
황제가 유럽 제일의 장군이고, 또한 수많은 수라장을 거쳐온 영웅이란 사실을.
“그 반역도들이 막으려 한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진이 훈장을 받은 이들을 가리켰다.
“바로, 여기 훈장을 받은 이들이 상징하는 것.”
훈장, 레지옹 도뇌르가 상징하는 것은 하나다.
“우리 [프랑스 인]의 제국입니다.”
프랑스 제국이라고 하지 않았다.
유진의 제국이라고 하지 않았다.
오로지 프랑스 ‘사람’들의 제국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황제, 유진이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들을 돌아보았다.
“15년, 여기 내 아들 유진 2세가 생겨났던 시간과 동일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선제 나폴레옹 폐하의 유지를 받들고, [시민제정]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황후 마리가 살짝 낯을 붉혔다.
사실 엄밀히 말해 유진 2세는 유진 1세의 치세가 시작될 때 태어난 게 아니다.
당시 ‘생겨난’ 아이다.
그건 결국에 상중이었던 기간에 가졌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유진 2세가 결국 유진의 치세와 함께 했다는 것도 진실이다.
“그 결과를, 여러분은 보고, 듣고,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유진이 만든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프랑스 시민들이 유진을 본다.
제국의 모든 것을 다시 떠올리면서.
“이제, 나는 프랑스 제국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이것은 시민의 총의이며, 유럽 전체의 염원이고, 시대의 요구입니다.”
문득, 깃발이 펼쳐졌다.
-펄럭!
별이 그려진 원형.
그 중심에는 프랑스 제국의 새로운 상징, 꿀벌이 그려져 있다.
고대 메로빙 왕조 시절 무덤에서 발견되어, 유진이 새롭게 상징으로 삼은 황금꿀벌이다.
“유럽제국연합.”
황금의 꿀벌이 중앙에, 별들은 주위에 펼쳐진 깃발.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간단하다.
프랑스 제국이 중심이 된 유럽.
그리고, 세계다.
“오늘 프랑스가 중심이 된 유럽제국연합이 탄생했음을 선포합니다!”
그 나라의 황제, 유진의 선포와 함께 시민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
182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유럽 제국연합이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유진이 만들어낸 19세기, 신시대다.
에필로그-현대의 파리는 시끄럽고, 소란하고, 평화롭다
파리의 하늘은, 맑다.
-콰콰쾅!
폭음이 터지는 소리를 제외한다면, 평화롭다.
샹젤리제 거리 곳곳에서 파리 시민들이 오가며 구호를 외친다.
아주 화가 많이 난 각양각색, 다양한 인종,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더러운 부자들을 죽여라!”
물론 그렇다고 정말 부자들을 죽이면 아마도 거리에는 [최루탄]이 터질 것이다.
아직 최루탄이 터질 분위기는 아니라서, 시위대를 구경하는 시민들도 많다.
문득 곤봉을 든 경찰들이 투입되었다.
“아이고, 죽겠다! 살려줘!”
“테러리스트들을 때려잡아라! 쫓아!”
“혁명이여, 영원하라! 뒈져라, 황제!”
그 모습을 샹젤리제 카페 거리에서 느긋하게 구경하던 노신사가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까지 모욕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노신사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대체로 이 나이의 신사들이 스마트폰보다 신문을 아직 좋아한다는 점에서, 개명했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앞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안경 청년은 신문을 읽고 있지만 말이다.
청년이 노신사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슨 한가한 소리세요. 다믈랭 교수님. 지금 황제정 폐지론 여론이 무려 30프로에 육박해요. 사상 초유의 일이라구요.”
“아니, 수상이 잘못한 거지, 폐하가 잘못한 건 아니잖나. 뮈롱.”
“그게 그거죠, 교수님!”
제자 뮈롱이 그랑제콜 교수 다믈랭을 향해 역설했다.
“결국 수상을 임명한 건 황제예요. 이 모든 건 국민이 지도자를 일생에 딱 한 번만 뽑을 수 있어서라구요. 황제 임기제를 실시하든가, 아니면 불신임 투표가 가능해져야 해요!”
물론 다믈랭이 보기에는 설익은 얘기일 것이다.
만약 이런 주제로 정치학 박사 논문을 쓴다면 낙제점을 줄지도 모른다.
허나 교수가 지적하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 다른 이가 말을 걸어왔다.
“황제에 대해 불만이 많은 모양이군요, 무슈.”
살짝 검은 머리와 눈동자.
요새는 흔해진 혼혈인 모양이다.
아시아계 혈통이 섞인 걸까.
뮈롱이 검은머리 청년을 보며 마뜩찮게 물었다.
“뭐요, 당신은?”
“아, 겜블러입니다. 간만에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하던 중인데, 묘한 얘기가 들려서.”
“겜블러라면 공안은 아니겠지? 제국헌법에 따라 내 발언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고발할 생각하지 마쇼. 반역을 꾀한 건 아니니까.”
검은머리 청년이 싱긋 웃었다.
“사상의 자유는 만인에게 보장된 거죠. 행동이 항상 문제일뿐. 고견을 좀 듣고 싶은데요?”
그러자 뮈롱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연설하기 시작했다.
“어흠! 그럼, 간단히 말해주지요. 황제 개인이 문제가 아니오. 우선 황제가 보나파르트, 부르봉, 보아르네 가문에서만 선출된다는 게 문제요!”
“다른 가문에서도 선출된다면, 그건 군주제가 아니지 않나요?”
“군주제를 용인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저 선출직 대통령이나 수상은 관료일 뿐이니까!”
뮈롱은 신문으로 카페 탁자를 내려치며 목놓아 외쳤다.
“국가의 중대사를 책임 있게 결정하기 어렵죠! 하지만 그게 사실상 [하나]의 가문에 독점된다면, 그건 결국 독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뮈롱이 말하는 바에는 모순이 있다.
일단 군주제란 종신집권과 혈통계승이 기본 원칙이다.
그게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가 광범위한 피선거권자 중에서 뽑힌다면, 그저 종신집권제 공화정과 다를 바 없다.
한데 뮈롱은 군주제를 인정하면서도 전제를 부정한다.
2백년 간 존속해온 [시민제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숫자도 문제다.
검은머리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방금 3개의 가문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이 사람 보게. 프랑스 처음 살아봐요? 그 3개 가문이 오랜 통혼으로 사실상 하나나 마찬가지란 건 상식이라고!”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말입니다. 동아시아의 한국이란 곳에서 부친이 주재하셨죠.”
그러자 디믈랭 교수가 손뼉을 쳤다.
“아, 꼬레아. 거기 우리 프랑스가 개항한 첫 동아시아 국가 아닌가? 우리 프랑스 덕분에 제1세계에 합류한 나라지. 하하하!”
그것도 벌써 2백년 전 얘기다.
오랫동안 폐쇄적인 정책을 지향해 왔던 나라, 조선.
그렇지만 함포 외교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프랑스가 강화도를 점령하고 개항을 요구하자, 결국 조선은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제와서는 강제개항을 역사적 오점으로 생각하는 탓에, 한국도 프랑스도 쉬쉬하는 옛날 얘기다.
단지 한국 [한양특별시]에 만연한 프랑스어 간판만이 옛 역사의 흔적을 알릴 뿐.
검은머리 청년은 그 점을 지적하는 대신 웃었다.
대신 뮈롱이 디믈랭에게 소리쳤다.
“제1세계라뇨. 그런 식으로 따지면 ‘중화공산국’이 제2세계라도 된단 말입니까?”
“글쎄, 보통 그렇게 따지지 않나? 중화공산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2세계와 우리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제1세계, 그리고 저기 옛 히스파니아 연합의 독립국이나 아프리카가 제3세계라고.”
“남아메리카 독립국들이 어리석죠. 우리 프랑스의 지도를 따랐다면, 누벨 프랑스처럼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텐데.”
방금 전까지, 군주제를 부정하며, 자유주의를 외치던 뮈롱이다.
허나 남미 독립국을 향해서는 프랑스인답게, 지배를 받아들이는 게 좋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잠시 쓴웃음을 감추기 위해 검은머리 청년이 고개를 숙일 찰나.
뮈롱이 다시 힘 있게 외쳤다.
“하여간, 군주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어요. 그러니 저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 것도 당연하죠!”
그 순간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쉬익, 쾅!
폭발과 연기가 가득찼다가 사라졌다.
카페는 수라장으로 변했다.
파리의 시민들은 시위에 관대한 편이고, 기실 시위대에게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 한, 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탄을 던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으아아! 테러다!”
“빌어먹을 시위대 놈들! 폭탄을 쓰다니!”
“구급차! 의사를 불러!”
온갖 비명 속에서 검은머리 청년이 멀쩡한 얼굴로, 뮈롱에게 물었다.
“시위대가 정당하다면서요?”
뮈롱은 피투성이가 된 채 악을 썼다.
“빌어먹을! 누가 폭탄을 던질 줄 알았나! 테러 반대! 테러리스트는 지옥으로 가라!”
그 모습을 보다, 검은머리 청년은 카페 마스터에게 한 마디 던지고 나섰다.
“여기,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마스터는 청년을 알아보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거리의 곳곳에서 폭탄 소음도 가득하다.
아마도 [공화파] 과격분자들이 저지른 짓인 모양이다.
샹젤리제 뒷골목으로 검은머리 청년이 폭음을 피해 들어설 찰나.
“어때요. 당신이 만든 세계가?”
누군가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멈췄다가 돌아섰다.
그곳에 한 눈에도 아시아계로 보이는 검은머리 미녀가 서 있었다.
검은머리 청년은 가만히 미녀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만든 세계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유진 보아르네 보나파르트, 부정할 생각인가요?”
“그게 내 이름이긴 하죠. 내 먼 조상의 이름이기도 하고.”
보나파르트 가문의 청년, 유진에게 검은머리 미녀가 미소를 머금은 채 속삭였다.
“당신이 살았던 전생이기도 하구요.”
유진은, 그러니까 황제 유진 1세는 미녀를 차갑게 응시했다.
지금껏 다시 환생해 살아오면서 유진을 알아본 자는 없었다.
당연한 얘기다.
사람은 원래 환생 같은 것을 보통은 하지 않을 테니까.
혹시 마리나 폴린, 또는 이폴리트가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찾아본 적도 있다.
한국에 갔던 것도 실은 전생의 부모라도 있을까 해서다.
그 어느 쪽도 유진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런데 유진을 알아보는 자가 나타났다.
“누구지?”
검은머리 미녀가 생긋 웃었다.
“지금, 당신 눈앞에 뜨고 있지 않나요?”
순간, 백은문자가 떠오른다.
[마에스트로.]이 백은문자만이 유진에게 현실감을 준다.
전생이 실존했음을, 다시 환생했음을 알린다.
방금 전, 폭발을 피하게 해준 것도 알림 덕분이다.
그런데 백은문자가 말한다.
이 여자가 마에스트로라고.
“마에스트로, 설마 장인이란 뜻은 아닐 거고. 주인이란 뜻인가?”
“그래요.”
“이 백은문자의 주인. 나아가.”
유진이 검은머리 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를 대혁명의 시대로 보낸 장본인인 모양이군.”
검은머리 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세계는 마음에 들었나요?”
그러니까, 미녀는 안다.
대혁명의 시대를 유진이 살았다는 것을.
그전에 실패한 학자에 성공한 도박사였다는 사실도.
나아가 현재의 완전히 달라진 세계를 만든 사람이란 진실도.
엉망진창인 샹젤리제 거리를 돌아보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시끄럽군.”
“하지만 당신의 가문은 지켜졌죠. 국체도, 의도도, 심지어 유럽제국연합까지.”
“세계대전이 최소화된 건 나름, 자찬해도 좋을 거 같아. 내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유진은 본인이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하는 바를 읊다,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날 전생시킨 건 아니겠지. 당신은 누구고, 의도는 뭐지? 무엇보다, 왜 내 앞에 지금 나타났나?”
분명 눈앞의 여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일단 백은문자에 대해 알고 있다.
또한 유진이 전생했다는 사실도 확실히 안다.
만약 전생시킨 장본인이 혹시 따로 있다 해도, 그 비밀의 일각을 알고 있을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살아왔던 유진과 달리 말이다.
“이 모든 건 [튜토리얼]이에요.”
그렇지만 이건 너무하다.
튜토리얼.
보통 지침이란 뜻이지만, 확장된 의미는 이렇다.
본 게임을 시작하기 전, 시험적으로 플레이를 해보는 일.
유진이 당황해 외쳤다.
“뭐? 내가, 이룬 이 모든 게 가짜란 거야?”
“그건 오해구요. 여긴 진짜죠. 다만, 당신에게는 모두 시험의 단계였을 뿐이란 거예요.”
“시험이라. 당신이 나를 평가한 건가? 왜?”
검은머리 미녀가 아주 간명히 답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대전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죠.”
역사를 바꾸고 제국을 건설했으며 전쟁을 막았다.
그 모든 게 또 다른 전쟁을 위해서라니.
아주 아이러니한 얘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혁명전쟁의 장군이었던 유진이다.
나아가 대전쟁의 시대를 만들었던 나폴레옹의 아들이었던 유진이다.
생애의 모든 것이 또 다른 전쟁 준비였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유진은 검은머리 미녀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어머, 거부하지 않는 건가요?”
“자유가 있나? 아니, 뭐 있다 해도 사양하겠어.”
문득 유진이 눈을 번뜩이며 웃었다.
“난 인생을 걸 도박이 있다면 피하지 않아.”
유진은 언제나 도박사였다.
대혁명의 시대든, 학자의 생애든, 혹은 방계 황족인 지금도.
아주 흥미로운 도박판이 눈앞에 있다.
이 상황에서 피하는 도박사는 없다.
검은머리 미녀가 웃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는 않았군요.”
“그건 그렇고, 당신은 누구지?”
“글쎄요? 이름을 묻는 거라면.”
검은머리 미녀는 빙글 돌아, 앞서 나가며 속삭였다.
“역사를 바꾸는 이들의 인도자, 예진이라고 해요.”
이제, 유진이 새로운 도박에 참가할 시간이 왔다.
시끄럽고, 소란하고, 평화로운.
유진 본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파리를 뒤로 한 채로.
-와아아!
물론 혁명이 늘 함께 하는 도시란 건, 여전하다.
<본편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