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6화(57/547)
(56) 유진과 나폴레옹을 파리 스캔들이 맞이하다
반란은 실패해도 심각한 상처를 모두에게 남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뒤무리에가 배신했다니!”
프랑스 혁명군의 라인-플랑드르 전선을 책임지는 군대는 [북부군]이다.
북부군 사령부는 지금까지 브뤼셀에 있었다.
그러나 실제 전투는 라인 강변에서 많이 벌어졌다.
때문에 북부군 주력 부대의 사단장들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급거 귀환해 상황을 알게 되었다.
뒤무리에를 놓친 헌병대장,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소장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했다.
“피슈그뤼 소장, 이미 말한 대로요. 뒤무리에 장군이 배신했고, 전쟁장관은 납치됐소. 다행히 생 쥐스트 의원과 카르노 의원은 구해냈고.”
기가 막혀 피슈그뤼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잡았어야죠, 보아르네 소장!”
하지만 이미 뒤무리에는 오스트리아 진영으로 도주한 뒤다.
물론 북부군의 주력 지휘관들은 멀쩡하다.
해서, 오스트리아 군은 감히 진격해오지 못한 채 정찰만 하는 중이다.
허나 곧 틈을 보고 진군해올 가능성은 높다.
피슈그뤼가 북부군의 장군들을 돌아보며 부르짖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뒤무리에는 플랑드르를 정복한 주역 중 하나라고! 우리 북부군의 허실을 모두 알아!”
“배신할 거라는 얘기 많았습니다, 이미.”
“그래도 의원들을 납치 시도한 건 상황이 다르잖나, 주르당! 전쟁장관은 납치당했어!”
주르당, 켈레르만, 피슈그뤼.
이 북부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던 장군들이 모두 공황에 빠진 상태다.
당연하게도 무능해서 헌병이나 지휘하던 보아르네도 마찬가지였다.
사령관이 정부 수뇌부를 납치하려다 실패하고, 적국에 넘어갔다.
중대한 반역 사태다.
이 사태가 파리에 알려진다면 대체 어떻게 될까?
적군보다도 파리의 반응이 무섭다.
그때 구석에 앉아 있던 청년 장군, 오슈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적들이 총공세로 나서기 전에, 임시 책임자부터 결정하죠.”
모두가 오슈를 보았다.
정론이다.
그러나 누가 정론을 몰라서 감히 말하지 못했을까?
자칫 임시 책임자를 멋대로 정했다가 파리에서 책임을 물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평소 오슈를 질투하던 피슈그뤼가 이를 갈며 말했다.
“뭐가 잘났다고 자네가 나서는 건가, 오슈?”
“모젤군 사단장으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뿐입니다. 피슈그뤼 장군.”
“그래, 자네는 아직 준장이야. 사단장 대리라고. 이 자리에서는 가장 후임임을 잊지 말게!”
군대는 그 어떤 것보다 계급이 먼저다.
명령에 따라 죽음을 불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 군계급에서 [준장]은 엄밀히 말해 ‘여단’급 병력을 지휘하는 여단장을 의미한다.
반대로 프랑스 군대는 지금 급격히 확장되면서, 병력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 거대 병력을 통솔하기 위해, 공안위원회의 카르노는 [사단]이라는 편제를 만들었다.
만 단위의 병력을 통솔하는 부대.
그 부대를 지휘하는 자가 바로 사단장, 곧 소장이다.
나아가 소장이 되어야 사단이 모인 [군단]을 다루는 사령관이 될 수 있다.
아직 군단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된 시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준장급인 오슈는 완벽한 사단장이라 할 수는 없다.
단지 로베스피에르의 배경을 이용해 [모젤사단]의 사단장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슈는 전혀 굴함 없이 당당히 말했다.
“후임이라도 의견은 제시할 수 있죠. 전 주르당 장군을 추천합니다.”
“뭐? 무슨 소리야! 켈레르만 장군이 가장 최선임이야!”
“하지만 플랑드르를 정복한 지휘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켈레르만 장군과 같은 노령으로는 대처가 어렵습니다. 켈레르만 장군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겁한 피슈그뤼가 오슈를 향해 호통쳤다.
“무례하군! 켈레르만 장군께서는 7년 전쟁 때부터 전장을 누벼오신 분이다. 그런데, 너 따위가 장군을 평가해!”
지금 피슈그뤼와 오슈의 말은 현재 북부군의 미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본래 북부군의 사령관은 당연히 도망간 뒤무리에다.
그러나 네르빈덴에서 패한 후, 뒤무리에는 파리의 신임을 잃었다.
그 대신 주도권을 잡은 게 주르당과 오슈다.
주르당은 오슈와 함께 플랑드르(벨기에) 정복을 완수했고, 오스트리아 군대를 성공적으로 막는 중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혁명 전에는 그저 하사관이거나 하급장교였다는 거다.
반면 피슈그뤼, 그리고 7년 전쟁 때부터 전쟁에 참가한 켈레르만은 혁명 전부터 고급 장교였다.
이를테면 혁명기에 출세하기 시작한 신진군인과 구왕실 시절 경험많은 군인간 대립인 셈이다.
그때 노장 켈레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
“장군!”
“피슈그뤼, 지금 이 격변기의 전장에는 젊고 변화 대처에 빠른 장군이 필요해.”
피슈그뤼의 반발을 누르며, 켈레르만이 물었다.
“주르당 소장, 어떤가. 할 수 있겠나?”
주르당이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할 찰나다.
-탕!
불쑥 사령부의 문을 박차고 붕대를 감은 한 청년이 들어섰다.
“그건 공안위원회가 결정할 일이지, 군대가 결정할 일이 아니오!”
생 쥐스트, 단두대의 대천사로 불리는 자.
아직 공포정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생 쥐스트의 고발로 죽은 귀족이 2자리수가 넘는다고 한다.
잔혹하기 그지 없는 공안위원회 의원을 보다, 오슈가 낯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전선이 급박한 상황입니다, 생 쥐스트 의원.”
“그러니까 더욱 문민통제의 원칙이 중요한 거지! 지금도 배신자, 뒤무리에가 날뛰게 된 이유가 뭔가! 군이 자율성을 가졌기 때문이지!”
“의원님!”
결국 참지 못한 오슈가 외쳤다.
“무슈 로베스피에르라면 제 판단을 존중해 주셨을 겁니다!”
그 순간, 생 쥐스트가 피슈그뤼에게 명령했다.
“이 새끼 잡아, 피슈그뤼.”
“예?”
“잡으라고! 감히 의원에게 대들다니, 반역 혐의가 짙다!”
혁명 정부 최고위 의사결정기관이 공안위원회다.
생 쥐스트는 그중에서도 로베스피에르의 오른팔로 유명한 자다.
게다가 피슈그뤼는 평소 오슈를 시샘하던 터였다.
피슈그뤼의 부하들이 재빨리 오슈를 붙잡았다.
오슈가 고함치며 항변했다.
“의원님!”
“자, 가자고. 일단 감옥에 보내주마!”
“하지만 판단은 존중하지, 오슈.”
문득 생 쥐스트가 차갑게 웃으며 주르당을 응시했다.
“주르당 소장. 당신을 북부군 임시 사령관으로 선임합니다. 최종 결정은 파리에서 내려질 거요.”
군에서 주도권을 빼앗을지 모를 오슈는 잡는다.
그러나 그 안목은 존중해 주르당을 발탁한다.
이로써 군을 장악하면서 오스트리아 군대는 막는 형국을 만든다.
이게 권력구도에 능한 청년 의원, 생 쥐스트의 선택이다.
다만 최종 결정을 할 자는 따로 있다.
의원, 생쥐스트가 눈을 번뜩였다.
“빌어먹을 뒤무리에 반역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바로 공안위원회, 그중에서도 최고위 권력자 로베스피에르다.
***
바로 이게 파리가 방데를 내버려둔 진짜 이유다.
“소식 들으셨어요, 공주님? 세상에, 뒤무리에가 배신했대요!”
어쨌든 줄리에 레카미에, 그러니까 규방의 여자인 마담 레카미에까지 알 정도니 말이다.
이곳은 ‘카페 저택’으로 불리는 장소다.
한때는 왕비였던 여자와 공주였던 여자, 그리고 왕자였던 아이가 산다.
요주의 대상이라 출입하는 이들은 아예 감시자거나, 혹은 아주 대담한 이들 뿐이다.
대담한데다 남편이 거물 은행가인 레카미에 부인처럼.
딱 한 살 차이라 허물없는 사이인 전직 공주, 마리 테레즈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제 들었어요, 마담 레카미에?”
한때는 왕실의 복스러운 상징이었던 ‘디스비’다.
복실한 털이 탐나는 듯, 줄리에는 디스비를 보았다.
하지만 이 저택에 출입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디스비가 주인 아닌 사람을 질색한다는 사실을 아는 줄리에가 손을 살짝 거두며 물었다.
“어떻게 아세요, 공주님?”
“그야 편지로 알았죠. 요새 전방에 있는 오슈 장군과 편지 교환 중이거든요.”
“오슈요? 혁명군의 영웅요?”
문득 디스비의 털에 낯을 부비며, 마리가 웃었다.
“예, ‘나의’ 유진이랑 친한 분이니까.”
줄리에는 낯을 붉히며 감탄했다.
“유진도 참 좋겠어요. 이렇게 공주님이 생각해 주시니!”
문득 옛날 일이 떠올라 살짝 마음이 아리다.
한때 줄리에도 유진을 조금 좋아한 적이 있었다.
늑대 습격 사건 때, 목숨을 구해준 일도 있지 않은가?
허나 유진은 지참금이 없는 줄리에가 손대기에는 너무 거물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자신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자크 레카미에가 결혼을 권하기도 했다.
결혼을 통해 유산을 상속받고, 자신이 죽고 나면 좋은 혼처를 알아보라고.
아마도 출생의 비밀이 있을 거라, 줄리에도 짐작할 뿐이다.
그런 처지에 유진을 넘볼 수 없었던 것이다.
살짝 아린 심장을 누르며, 줄리에가 마리 테레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유진은 어때요? 편지 잘 보내요? 우리 아빠, 아니 남편 얘기 들어보니 마르세유에서 사업 또 크게 한다던데.”
“후훗, 또 아빠래. 남편 보고. 무슈 레카미에 덕에 유진이 많이 도움받고 있어요. 우리 집도 그렇고. 편지는 요새는 거의 못 받아본 것 같아요.”
“아니, 왜요? 설마, 또 여자라도 생긴 건가요!”
바로 이게 줄리에와 마리가 처음 만난 계기다.
유진이 마르세유에서 여자가 생긴 것 같다며, 마리가 레카미에 저택을 찾아온 것이다.
동업자 레카미에를 통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당연히 데지레를 오해한 거라, 사건 자체는 파리에서 유진도 모르는 사이 헤프닝으로 끝났다.
그후, 엉뚱하게 동년배인 마리와 줄리에가 친해진 것이다.
살짝 집착이 강한 전직 공주, 마리가 낯을 흐렸다.
“아녀요. 지금, 방데로 가 있대요.”
방데라는 말에 줄리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세상에! 거긴 반란군이 설치는 곳 아니에요? 그런 위험한 곳에 가다니!”
“어쩌겠어요. 군인인데. 그래도, 이겼대요.”
“이겼다구요? 그 꼬마가요?”
마리는 살짝 미소지으며 자랑스럽게 답했다.
“그래요, 아직 꼬마죠. 하지만 보통 꼬마가 아니니까.”
어쩐지 줄리에는 마리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사실 사회적 신분으로 본다면 비교도 할 수 없다.
마리는 그저 몰락한 왕실의 영애고, 줄리에는 혁명기 손꼽히는 거부 금융가의 아내다.
그렇지만 유진과의 거리는 마리가 훨씬 더 가깝다.
이렇게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물론 정작 유진은 당장 디스비를 보면 질색하긴 할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상념을 떨쳐버리며, 줄리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다시 마르세유로 가나요? 아니면.”
설마 또 다른 전쟁터로 가는 걸까?
혹시 사령관이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했다는 라인 전선으로 끌려가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빼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리가 고개를 저으며 활짝 웃었다.
“편지가 간만에 왔어요. 파리로, 온대요.”
줄리에는 정말 기뻐 손뼉을 치며 마리의 손을 붙잡았다.
유진이 파리로 온다.
설사 아무 사이도 아니라도, 그저 동업자의 아내일 뿐이라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공주님, 잘됐네요!”
“잘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난 기쁘지만, 아마 유진을 공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그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니까 파리로 와야 해요.”
줄리에가 남편으로부터 들은 말을 읊었다.
“뒤무리에 장군이 나라를 배신했잖아요. 그럼, 국정이 흉흉해질 수밖에 없어요.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고, 또 반역자라고 공격할 거예요! 그러니 파리에서 자신을 방어해야죠!”
이 말은 금융가 레카미에의 분석이다.
군부 최고위층의 반란과 적국 망명 사건.
만약 관대한 군주, 루이 16세가 지배하던 프랑스라도 처형과 유배가 연일 벌어질 일이다.
한데 지금 정권은 구시대 귀족 장교들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혁명정부다.
문제는 유진도 구귀족 출신이란 점이다.
살짝 흐려진 낯으로 입술을 깨물며, 마리가 눈을 번뜩였다.
“그래요. 저 잘난 혁명가들이 얼마나 싸울지 지켜보죠. 유진을 해치려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는 강렬한 결의가 눈에서 번뜩인다.
새삼, 줄리에는 깨달았다.
저 정도의 집념이 없다면, 유진을 얻으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이미 혁명의 폭풍 속에 몸을 던진 소년이기 때문이다.
***
그럼 정작 폭풍으로 다가오는 유진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폴레옹과 노닥대는 중이다.
“이 페이퍼 카트리지, 종이 탄환을 후장식 소총에서 쏘는 방법이 있다고?”
여유로운 마차와 기마, 그리고 조랑말의 행렬.
마르세유 우편 특수연대의 행군이다.
그 사이로 3천 명의 죄수들이 마차에 실린 채 움직이는 중이다.
선두 마차에 탄 카리에가 연일 화를 내고 있지만 행군 책임자는 모두 이를 무시했다.
파리를 눈앞에 둔 지금도, 오히려 유진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일 정도다.
유진이 행군 책임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물론 하나가 더 필요하죠, 장군.”
“뭐지?”
“격발 시 폭발하는 특수한 화약입니다. 이를테면 ‘뇌전’처럼.”
바로 [뇌전수은], 혹은 ‘뇌홍’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본래 18세기 말, 총알은 부싯돌로 화약을 격발시켜 그 폭발력으로 쏘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뇌홍이 1799년 노포크 공작가 출신 귀족 화학자, 에드워드 하워드에 의해 발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굳이 부싯돌, 곧 수석을 충돌시켜 불꽃을 튕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충격을 주면, 바로 폭발이 일어나 총탄을 발사시키는 점화제.
이것이 바로 후장식 소총을 가능하게 만든 합성물질인 뇌홍(Mercury fulminate)이다.
그런데 왜 유진이 이걸 나폴레옹에게 말하고 있을까?
아주 간단한 이유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신병기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검증 안 된 신병기보다, 검증된 전통 병기를 이용해 작전을 구사하는 게 나폴레옹의 주된 전법이다.
하지만 지난 방데 내전에서 나폴레옹은 검증 안 된 패트릭 라이플을 썼다.
왜?
유진이 밀수로 화약을 잔뜩 사들여,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병기라는 것을.
그 후, 나폴레옹은 신병기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이틈을 이용해 후장식 소총의 관념을 나폴레옹에게 박아두려는 유진의 속셈이다.
그때 옆에서 말을 탄 채, 페이퍼 카트리지를 만지작대던 이폴리트가 물었다.
“그게 가능해? 화약은 [수석]을 튕겨 발화시키는 게 전부 아니었어?”
“글쎄, 동방의 화약공들은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더군. 동방의 [칭]에서 가능하다면, 우리 화학자들도 가능하지 않을까?”
“헤에, 근데 화학자 중에 처형을 면한 친구들이 있어? 대부분 귀족일 텐데.”
나폴레옹도 관심이 돋는 듯 유진을 주시했다.
사실 뇌홍 자체는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최소한 화학자가 연구해야 할 정도의 레벨이긴 하다.
해서, 유진도 파리로 가면 이 뇌홍을 연구할 화학자를 찾을 생각이었다.
유진은 가만히 생각하다 싱긋 웃었다.
“아직은 라부아지에가 살아있을걸.”
그 순간 나폴레옹이 기겁했다.
“그 왕의 세리 출신 의원 말인가? 어째 우리 소년기수가 영입하려는 친구들은 다들 위험분자들이군.”
질량보존의 법칙을 만든 장본인, 라부아지에.
또한 흑색화약 합성법을 개량한 화약감독관이기도 했던 자다.
그러나 지금은 혁명정부로부터 역시 요주의 대상으로 오른 인물이다.
구왕실 시절, 세금 관리를 맡은 탓에 민중의 분노 대상 중 하나인 탓이다.
유진은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었다.
“알고 보면 제가 가장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장군.”
“웃기는 소리! 그보다, 파리로 가면 자네 모친은 잘 계시겠지?”
“예, 아. 그야 당연하죠.”
그때서야 비로소 ‘불효자’ 유진은 모친을 떠올렸다.
사실 파리에 돌아가면 유진이 가장 먼저 보려 했던 사람은 따로 있다.
마리 테레즈, 유진의 공주다.
허나 나폴레옹은 다를 것이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꼭 보셔야죠.”
조세핀, 유진의 모친.
또한 나폴레옹이 첫눈에 반한 이혼녀다.
그 만남은 원역사에서도 세기의 만남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나폴레옹이 두 손을 비비며 흥분해 외쳤다.
“좋아! 일단,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자네 집부터 가지!”
“예? 저희 집이요?”
“그래! 부인께선 아직도 미인이시겠지? 정말 기대되는군!”
우선 몸단장부터 하라고 하거나, 유진의 본래 거처는 조세핀의 집과 다르다거나, 아직 미인이긴 할 거라는 얘기는 미처 할 틈도 없었다.
너무 흥분한 나폴레옹에게 유진은 쓴웃음만 머금을 뿐이었다.
그때다.
전방에서 정찰 겸 선두로 달리던 쥐노가 외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파리가 보입니다! 응?”
일단의 병력이 마르세유 연대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르세유 연대 병사들이 황급히 유진의 손짓에 경계 태세를 취했다.
쥐노와 마르몽, 마르소가 나폴레옹을 지키듯 가로막았다.
그런데 병력의 선두에 선 장교가 경례를 취하며 물었다.
“보나파르트 장군이십니까?”
나폴레옹이 방금 전까지 떨던 호들갑은 거짓말인양, 엄숙한 태도로 대꾸했다.
“무슨 일이오?”
“로베스피에르 의원이 찾고 계십니다. 일단 퇼르리로 와주셔야겠습니다. 공안위원회의 소환입니다.”
“공안위원회가? 나를?”
유진은 낯을 찌푸렸다.
공안위원회가 나폴레옹을 왜 소환할까?
설마 방데 문제를 벌써 문제 삼으려는 걸까?
오히려 방데 문제는 공안위원회의 약점이 아닌가?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유진이 다그치듯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그러자 장교는 오히려 쩔쩔매며, 유진을 보며 고했다.
“북방군에서 사령관 뒤무리에가 오스트리아로 망명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나폴레옹도, 마르소도, 쥐노와 마르몽도 모두 경악했다.
오직 유진만이 눈을 부릅뜨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됐다.
오히려 이 사태가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고, 방데를 무탈하게 만들 것이다.
유진이 나폴레옹과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이제, 파리가 격동하겠군요. 뇌전이 폭발하는 것처럼.”
1794년 2월 1일.
뒤무리에 반란 스캔들이 벼락이 몰아치듯 폭발할 파리.
그 폭풍 속으로 유진이 도착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