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7화(58/547)
(57) 로베스피에르가 나폴레옹에게 손을 뻗다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정보수집이다.
“공안위원회로 바로 가는 게 아니었나? 여긴 어디지?”
유진은 가볍게 먼지가 쌓인 탁자 위를 슬쩍 닦다가 고개를 돌렸다.
영문 모르는 얼굴로 나폴레옹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물론 나폴레옹도 파리가 초행은 아니다.
허나 파리 토박이인 유진을 따라 길을 오다보니 엉뚱한 곳에 온 것이다.
세느 강 북쪽에 위치한 퇼르리 궁전과는 정반대인 장소.
남쪽 생 제르맹 구역에 위치한 카페 보아르네다.
간만에 본거지로 돌아온 유진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카페 보아르네죠. 아직, 멀쩡하군요. 꽤 잘 관리되었는데요?”
“뭐? 카페? 갑자기 왜?”
“사전 정보를 먼저 듣고 가야 할 거 아닙니까, 장군.”
그때 카페 안쪽에서 지팡이를 짚으며, 새하얀 머리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
“그래. 나 같은 노인의 지혜도 듣고 말이지. 후후.”
늙긴 했지만, 아직도 생기 넘치는 레카미에다.
유진이 먼저 투르네의 인편으로 보낸 서신을 받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유진은 레카미에의 얼굴을 보다 피식 웃었다.
“신수가 훤해지셨군요, 무슈 레카미에. 새 신랑이라서 그러신 겁니까?”
“무시무시한 얘기 말게! 난 신부를 손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 아니, 가끔 머리는 쓰다듬어 주지.”
“아, 그러시군요. ‘마담 레카미에’도 잘 지냅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레카미에가 음흉하게 웃으며 응수했다.
“그래, ‘공주’ 전하랑 아주 친해졌지. 후후후!”
방금 유진과 레카미에 사이에는 간만에 만난 ‘금융 도박사’들끼리 공방이 벌어졌다.
유진은 레카미에에게 딸자식 아내로 맞이해 좋냐고 살짝 비아냥댔다.
레카미에는 반대로 유진의 약점인 마리 테레즈를 언급한 것이다.
물론 서로 친밀하기에 벌이는 공방이긴 했다.
그러나 이 대화 공방을 처음 보는 나폴레옹은 어안이 벙벙해 마르소를 붙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인가? 신부를 건드리지 않다니? 마르소 소령?”
“사람마다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겁니다, 보나파르트 장군. 그보다 인사 하시지요. 레카미에 은행의 소유주, 자크 레카미에 씨입니다.”
“응? 아, 파리의 유명한 은행가시군. 보나파르트라고 하오.”
얼떨떨한 기분을 누르며 나폴레옹이 인사하자, 레카미에가 빙그레 웃었다.
“명성은 들었습니다, 보나파르트 준장 각하. 이 미천한 은행가가 ‘방데’의 영웅을 뵙다니 영광이군요.”
“하하, 지나친 극찬이시군요. 잠깐, 방데? 툴롱이 아니라?”
“툴롱의 영웅은 극찬이 아닌 겁니까? 후후.”
본래 나폴레옹의 명성은 툴롱 공방전 승리에서 비롯되었다.
누구든 나폴레옹을 만나는 이들은 모두 툴롱부터 언급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수도 파리에서 처음 본 외부인사, 레카미에는 엉뚱하게 [방데]를 언급한 것이다.
은행가 레카미에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장군께선 방데의 영웅이십니다. 파리의 모두가 이미 알지요.”
유진이 빤히 레카미에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레카미에, 당신이 퍼뜨렸군요.”
“우리 도박신동이 돌아오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계획은 있나?”
“일단 정보부터 듣죠. 파리 상황이 지금 어떻죠?”
바로 이게 유진이 파리에 도착하기 전, 레카미에를 불러낸 이유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예상치 못한 스캔들이 일어난 지금은 더욱 그렇다.
공안위원회가, 정확히는 로베스피에르가 나폴레옹을 부르는 이유가 뭘까?
군부에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 가까이 온 장군, 나폴레옹부터 손에 넣으려는 속셈인 게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파리는 대체 어떤 상태일까?
레카미에는 곰곰이 생각하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겼다.
“어떤 것부터 들려줘야 할지 모르겠군. 아주 안 좋아. 지금 물가가 10배로 폭등했어. 밀이 부족하고, 상퀼로트들이 언제 들고 일어날지 모르네.”
1794년 1월의 겨울.
소빙하기의 폭풍이 다시 프랑스를, 아니 유럽을 덮친 상태다.
여기에 전쟁으로 한창 일할 청년들을 대거 징집해야 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흉년이고, 파리는 물가 폭등을 맞이했다.
당연히 민심이 좋을 수가 없다.
유진은 또 다른 경제 문제를 확인했다.
“영국과의 교역도 끊긴 거죠?”
“결국 선전포고했네. 자네들이 파리로 오던 중일 걸세.”
“이제야 대프랑스 동맹이 결성되었다는 거군요. 꽤나 늦었네요.”
본래는 역시 1793년 3월쯤에는 이미 결성되었을 대프랑스 동맹이다.
하지만 왕과 왕비가 처형되지 않은 탓에, 유럽 각국은 프랑스에 대해 전면 선전포고를 할 명분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동안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만 명시적인 선전포고를 했고, 또한 싸워왔다.
그런데 혁명군이 플랑드르를 침공하면서, 사태가 달라졌다.
네덜란드가 프랑스 혁명군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3세 때부터 네덜란드와 우호관계가 된 영국도 참전 명분을 획득했다.
여기에 부르봉 가문이 왕가인 에스파냐와 나폴리가 전쟁을 선포했다.
에스파냐의 우호국인 포르투갈과 사르데냐도 가세했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공격하는 혁명정부에 반감을 가진 교황청까지 동맹에 뛰어들었다.
서유럽 전체가 프랑스를 공격하는 형국이다.
반대로 말하면 공식적 무역도 끊겼다.
그러나 파리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레카미에가 입맛을 다셨다.
“무엇보다 공안위원회 분위기가 안 좋아.”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뻔하지 않나? 방데에서는 마라가 보낸 로시뇰이 사고를 쳤고, 라인에서는 당통이 보낸 뒤무리에가 배신했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유진 자네는 알겠지?”
혁명정부 산악파 삼거두를 이렇게 부른다.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마라와 당통의 파벌인 장군들이 사고를 쳤다.
유진이 눈을 빛냈다.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시간이로군요.”
그때 유심히 귀 기울이던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럼, 이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소년기수?”
유진은 이미 나폴레옹이 짐작하고 있을 답을 입에 담았다.
“우선, 우리 [연줄]에게 소식을 넣어두죠.”
“과연, 그쪽부터인가?”
“그래요. 장군님의 팬.”
유진이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나아가 본래 방데에서 포로를 끌고 올 수 있게 허가서를 내준 장본인이다.
***
위기 상황에서 손을 내밀면, 고양이 손이라도 덥썩 잡기 마련이다.
“정말 힘든 상황이야. 세상에, 어떻게 일국의 군사령관이 장관을 납치하고, 적국에 도주할 수 있나? 이게 전례가 있는 일인가?”
오귀스트는 부리나케 나폴레옹의 만남 요청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나폴레옹을 배려하기 위해, 동향 출신 의원인 살리체티까지 배석시켰다.
방데가 매우 민감한 전장이었음을 고려하면, 오귀스트는 아주 온화한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절대로 나폴레옹에게 어떤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묵언의 의사표시랄까.
그러나 정작 만난 후 커피를 들이키기도 전에 오귀스트가 떠든 것은 뒤무리에 사건이었다.
나폴레옹보다는 달변인 유진이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없죠. 망명 사례는 꽤 많지만, 모두 야인일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이를테면 콩데 공작이나, 혹은 제 이름의 유래인 오이겐 공작만 해도 그렇죠.”
“맞아. 바로 그거야, 도박신동. 야인이라면 그래도 돼. 하지만 사령관이 진중 반란을 일으키다니!”
“가족들은 모두 붙잡으셨습니까?”
갑작스런 유진의 말에 오귀스트가 입을 쩍 벌렸다.
커피가 잔으로 쏟아지는 광경에 슬쩍 다른 배석자들은 눈을 돌렸다.
허나 유진은 눈을 떼지 않은 채, 태연히 말했다.
“본인을 구금하지 못했다면, 가족이라도 잡아야죠. 그게 반역자에 대한 처분 순서입니다.”
연좌제.
옛 구왕실 시절에는 반역자들에게 실제로 행했던 처벌이다.
삼족을 멸해 버리는 동양만큼 엄격하진 않지만, 유럽도 반역죄 처벌은 엄격하다.
하지만 지금은 구왕실이 무너진 혁명의 시대가 아닌가?
나름 계몽주의 철학의 신봉자들인 혁명가 앞에서 연좌제를 운운하는 대담함.
무엇보다 소년답지 않은 잔혹함에 오귀스트가 잠시 몸을 떨었다.
물론 정작 공안위원회는 지방에서 반란자 학살을 조장하고 있긴 했지만.
그때 배석자, 코르시카 출신 의원 살리체티가 나폴레옹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소년기수는 어째 코르시카인 같은 면이 있군, 보나파르트.”
“요새 제 집에서 하숙하고 있거든요. 어머니가 밥상머리 교육이라도 시킨 모양입니다.”
“어쩐지, [벤데타]부터 얘기하는 걸 보니 잘 가르쳤구만.”
벤데타, 그러니까 이탈리아어로 [복수]를 의미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피에는 피로서.
가족의 명예와 생명을 침범한 원수에게 피로 보복하라는 이탈리아식 문화다.
후일에 마피아의 행동원리가 되기도 하지만, 원조는 시칠리아가 아니다.
바로 코르시카다.
그때서야 나름 유진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깨달았다는 듯 오귀스트가 혀를 찼다.
전장은 역시 소년에게 썩 좋은 교육 현장은 아니라는 것처럼.
“우리 혁명정부는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소. 처벌은 가족이 아니라, 본인에게 내리는 거지. 게다가, 정작 뒤무리에는 가족도 없소.”
“없다구요?”
“몰랐나 보군. 젊었을 때 이혼하고, 그 후로 혼자요. 혼외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귀스트가 어깨를 으쓱이자, 유진이 차갑게 웃었다.
“그럼, 그 피의 대가를 프랑스 혁명군 장군들이 치르게 되겠군요.”
다시, 오귀스트가 낯을 굳혔다.
“그게 무슨 말이지?”
“뻔한 거 아닙니까, 오귀스트 의원님. 벤데타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 코르시카인들이 야만적이라서? 아닙니다.”
“따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복수법이 무슨 합리성이 있냐고 화를 내려는 찰나, 유진이 오귀스트에게 단언했다.
“최소한의 피로 유혈보복을 끝내기 위해서입니다. 상관없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죠.”
오귀스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의 소년은, 그리고 그 뒤의 나폴레옹은 방데에서 왔다.
방데는 혁명군의 시민 학살극이 벌어지던 장소다.
차라리 문제를 일으킨 왕당파에게만 보복했다면, 집단 학살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벤데타를 행하는 코르시카인이 야만적인가, 아니면 집단학살을 일으킨 프랑스 혁명가들이 야만적인가?
말을 잃은 오귀스트에게 유진이 다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뒤무리에는 도망갔습니다. 우리 혁명군이 오스트리아, 나아가 대프랑스 동맹을 깨지 못하는 한 처벌할 가망도 없죠.”
“제정신이라면 영국으로 도망가긴 하겠지.”
“그런데 우리 정부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내부 위기에 처했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숙청 작업을 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툴롱에서 왕당파를 학살하려던 것처럼, 방데에서 집단으로 학살을 벌인 것처럼!”
만약 이 말을 듣는 자가 당통이었다면, 앞에서 마주 호통쳤을 것이다.
혹시 마라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면, 무시한 뒤에 구왕실 시동을 처형해야 한다고 발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로베스피에르와 대면한 상황이었다면, 반대로 논리적 논파를 당한 후 기요틴을 걱정해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유진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다.
로베스피에르의 동생으로, 로베스피에르를 숭배하지만, 로베스피에르처럼 독선적이지 않은 자.
귀를 연 정치인이다.
오귀스트가 유진을 빤히 보다, 힘없이 웃었다.
“파리의 도박신동은 항상 해결책을 갖고 있다지? 내게도 보여준 적 있고.”
“그냥 저는 카드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 카드가 효과적일지는 실제로 써봐야 아는 거죠. 모든 겜블이 그렇듯이.”
“뭔가? 어쩐지 우리 보나파르트 장군이 하고 싶은 말을 도박신동이 대신하는 것 같기도 하네만.”
오귀스트가 유진과 나폴레옹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유진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 그랬듯이, 오귀스트는 결단력이나 탁월성이 모자란 대신 포용력이 있다.
아마도 그렇기에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을 발탁하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마시지 않은 커피잔을 두들기며, 유진이 일렀다.
“방데 학살을 전면에 내세워, 판을 뒤집으시죠.”
오귀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들이 데려온 12명의 왕당파 죄수들 말이지? 총사령관 이름이 로슈자클랭이었나? 그 부하는 레스퀴르 후작이고. 그 사람들을 국민공회에라도 부르란 건가?”
“그중에는 로슈자클랭만 있는 게 아닙니다. 카리에, 그리고 투로 대령도 있죠.”
“뭐?”
오귀스트가 눈을 크게 뜬 순간, 유진이 냉정하게 쏘았다.
“내란 진압과 왕당파 처벌을 내세운다면, 우리는 귀족 장교들을 모두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학살 처벌로 방향을 돌린다면 그럴 이유가 없죠.”
12명의 왕당파 반군 지도부 죄수들.
그러나 유진이 나폴레옹과 함께 파리로 데려온 진짜 ‘호송자’들은 따로 있다.
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온 파견의원 카리에, 그리고 학살극을 벌였던 라 로셸 연대다.
물론 이 중에는 딱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베스테르만 장군과 그 직속 부하들이다.
허나 그들까지 한꺼번에 처리하긴 조금 어렵다.
베스테르만의 뒤에 당통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베스테르만이 파리로 끌려온다면, 그때는 당통이 몰락할 시기가 될 것이다.
유진은 이 모든 말을 함축해, 제안한 것이다.
오귀스트도 바보는 아니다.
대충 알아들은 오귀스트가 눈을 굴릴 찰나였다.
나폴레옹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무슈 오귀스트, 이미 툴롱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압도적 우위를 갖는다면, 학살보다 용서가 더 효과적입니다.”
코르시카 억양이 섞여, 오히려 더욱 무게감이 서린 말이 오귀스트의 심장을 울렸다.
“형님에게 한 번 말해 보겠소.”
오귀스트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러나 형님, 곧 로베스피에르를 움직일 수는 있다.
***
혁명 정부의 일인자는 알고보면 아직, 하숙생이다.
-딱, 딱, 딱!
목공이 나무를 매만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은 실은 목공사업가 모리스 뒤플레의 작업장 겸 저택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지지자인 뒤플레가 집을 내어줘 기거하는 중이었다.
예전, 유진과 만났던 서재도 바로 이곳이었다.
예전에 유진을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로베스피에르는 동생을 보았다.
목공소리가 이를테면 보안음처럼 외부로 소리가 새는 것을 막는다.
되려 공안위원회가 있는 플뢰르 대저택보다 더 안전한 밀담의 장소랄까.
“도박신동이 그런 제안을 했다고?”
“사실상 보나파르트 장군의 제안입니다. 도박신동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아직 애죠. 능력과 별개로 결정을 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그건 보나파르트도 마찬가지 아닌가?”
오귀스트가 멈칫거릴 찰나, 로베스피에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오귀스트, 네가 보나파르트를 발탁했지.”
“예? 아, 그, 그렇죠. 살리체티의 추, 추천을 받아서.”
“살리체티야 동향인이니 이상할 게 없지. 내가 의심하는 건 다른 쪽이야. 도박신동 뒤에 있는 진짜가 누군지 잊은 거냐?”
오귀스트는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저었다.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장군 말씀하시는 겁니까? 설마 그 친구가 뒤무리에 반란을 조장했다구요?”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냐, 오귀스트! 알렉상드르는 전장에서 죽지 않은 게 신기한 무능한 자야. 도박신동의 부친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지. 틀림없이 보아르네 전 부인이 바람을 피운 게 확실해!”
“아니, 생긴 건 닮았던데요. 그, 그럼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님?”
로베스피에르가 눈을 부릅뜨며 대꾸했다.
“라파예트!”
그때서야, 오귀스트는 자신의 형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깨달았다.
혹시 이 모든 일 뒤에, 라파예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라파예트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발미 전투의 영웅으로서 라파예트를 존경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오히려 이럴 때는 거의 모든 성인남성이 보통투표권을 갖고 있는 게 로베스피에르의 약점이 된다.
파리는 로베스피에르를 지지하는 시민이 많다.
지방은 반란의 영향도 있어서, 오히려 라파예트의 지지가 높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필 라파예트와 연결된 유진이 파리로 돌아왔다.
그것도 나폴레옹이라는 뛰어난 장군과 함께 말이다.
로베스피에르가 낯을 찌푸렸다.
“도박신동 뒤에는 라파예트가 있어. 아직 국민공회 절반은 라파예트를 지지해. 이번 방데 학살에 발 벗고 나설 자도 그 자야.”
“그, 그럼 체, 체포할까요? 도, 도박신동을?”
“무슨 헛소리냐? 기껏 라파예트와 분리해서, 우리가 발탁한 신동을 다시 죽이자고? 게다가 신동을 죽이면, 보나파르트는? 그래도 될 만큼 군부에 우리 쪽 인사들이 많은가?”
엄밀히 말해 유진은 로베스피에르가 직접 발탁한 인사다.
징벌의 의미가 강한 강제징집이었다고 하지만, 지위도 전장도 로베스피에르가 직접 주었다.
당연히 유진이 공적을 세웠을 때, 로베스피에르도 똑같이 칭송을 받았다.
탁월한 소년병을 뽑은 혜안이 놀랍다고.
이제와서 유진을 죽인다?
인간적 정리를 떠나, 정치적 자살골이다.
낯을 찡그리고 있던 로베스피에르가 의자에 앉으며 동생을 노려 보았다.
“좋아, 뒤에 누가 있든 결국 보나파르트를 위로 올린 건 오귀스트 너다.”
“그, 그건 그렇죠.”
“그러니 군부 전체에 신호를 보내야겠다. 이 로베스피에르를 따르면, 반드시 보상한다고.”
로베스피에르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보나파르트에게 제안해라. 파리를 맡기겠다고.”
유진과 나폴레옹이 갖고 온 방데 제안 카드.
이 제안에 로베스피에르가 역으로 레이스를 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