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화(6/547)
(5) 왕실의 시동이 되는데 성공하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알렉상드르는 아들을 시동으로 넣으려 시도했다.
당연히 ‘외젠’은 왕실의 시동이 된 적이 없다.
그러니 사실 프랑스 대혁명 와중에도 무사했던 것이긴 하다.
그럼, 왜 실패했을까?
지극히 간단한 이유다.
“흐응, 이 애가 그 ‘신대륙’ 출신 여자의 아들인가요?”
국왕의 개인 공간, 프티 트리아농 행궁에서 한 미녀가 입술을 뗐다.
회색 빛이 감도는 금발, 새하얀 도자기 같은 피부, 한눈에 띄는 파인 새하얀 살결.
그러나 무엇보다 도드라진 것은 살짝 돋은 [주걱턱]이다.
비록 꽤 교정했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고귀한 주걱턱의 왕족, 합스부르크의 피를 이었다는 증거랄까.
이 시대에서 사실 나폴레옹보다 어쩌면 더 유명한 여자가 가만히 유진을 본다.
마리 앙투와네트.
바로, 프랑스의 왕비와 유진이 만난 것이다.
약간 변명하는 듯한 태도로 루이 16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로즈라고 했나? 마르티니크 군인의 딸이라 들었어.”
“소문이 썩 좋진 않던데. 흐음.”
“하하하! 그래도 나름 보아르네 후작의 손자라고. 마르티니크 총독 지낸 친구 말이야. 대대로 왕립 해군의 중추였지!”
유진은 마리의 태도를 이해했다.
엉뚱하게 루이 16세가 보아르네 일족의 역사를 아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
알고 보면 프랑스에서 꽤 드문 [해군] 커리어를 지닌 귀족이랄까.
어쨌든 마리 앙투와네트는 유진을 보며 살짝 꺼리는 듯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마리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루이 16세 뒤편, 알렉상드르를 흘겼다.
“부친도 지크마링겐 공작비와 놀아나는 거죠? 정식 혼인 관계도 아닌데.”
“응? 어, 자네 그런가?”
“그걸 또 왜 물어요? 아니면 굳이 지크마링겐 공작 부인이 여기까지 들렀다가 얘기했겠어요?”
모친은 신대륙 출신, ‘부르주아’인데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부친은 한 눈에 봐도 불량한 군인인데다, 지크마링겐 공작비와 놀아나는 남자.
그런데 그 아들을 왕실의 시동으로 넣는다?
아무리 ‘신동’이라 해도 정상적인 왕비라면 꺼리는 게 당연하다.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공주, 마리 테레즈가 화를 냈다.
“아이, 참! [마망]! 그런 얘기 하기 전에 얘, 치료나 해줘요!”
여기서 ‘마망’은 엄마를 가리키는 프랑스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서 풍기는 어감은 분명 풍만하고 지극히 품어줄 것 같은 느낌.
프랑스 인도 똑같이 느끼는 모양이다.
유진은 분명히 봤다.
마리 테레즈가 말한 순간, 알렉상드르와 아르투아 백작과 루이 16세 모두가 왕비의 드러난 피부를 감상하는 것을.
물론 왕비는 깜짝 놀라 유진의 상처를 보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어머나, 얘가 언제 이래 다쳤대? 네가 그런 건 아니지? 우리 공주?”
“디스비가 그랬어요! 나빠요!”
“얘가 왜 그랬지? 참 순한 아이인데.”
지금은 왕비 품 속에 있는 작은 개를 쏘아보며, 마리 테레즈가 투덜거렸다.
“몰라요. 이 귀여운 애를 대체 왜 이렇게 다치게 한 거람?”
왕비는 난처한 듯 유진의 상처를 보다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하급귀족의 아들이라도 귀족은 귀족이다.
하물며 왕실의 개가 입힌 상처니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왕비가 직접 치료할 수야 없는 일.
이럴 때를 위해 베르사유 궁전에는 무수한 시녀들이 있다.
그 중 하나, 시녀장에 해당하는 마담 캉팡을 왕비가 불렀다.
“캉팡 부인? 의사에게 말해서 약 좀 가져와요. 붕대도.”
“예, 왕비 폐하. 다른 시키실 것은?”
“음, 그래도 손님인데, 브리오슈랑 주스도 가져와요. 아니, 그건 내가 직접 골라오죠.”
문득 마리 앙투와네트가 빙그레 미소를 띠며 유진에게 일렀다.
“왕실 브리오슈는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맛있을 거야.”
유진은 살짝 눈을 크게 뜨다,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예, 폐하.”
마리 앙투와네트의 브리오슈.
바로 저 유명한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않나’라는 망언의 그 과자다.
물론 이는 사실 원역사의 대혁명 당시 퍼진 루머일 뿐.
허나 정작 왕비의 입에서 이 얘기를 들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브리오슈를 가지러 왕비와 시녀장 캉팡 부인이 자리를 떴다.
그 틈에 아르투아 백작이 슬쩍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국왕에게 물었다.
“뭡니까? 테니스 한 판 치고 왔더니. 어째 왕비 폐하가 싫어하시는 모양이군요?”
“짐이 뭐랬나? 마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잖아?”
“저는 그게 공주님 얘기인줄 알았지요.”
정작 공주 ‘마리’ 테레즈는 콧방귀를 뀌며 유진의 볼을 잡아당겼다.
“흥, 난 마음에 드는데. 아, 귀여워. 너 시동 못해도 자주 놀러오면 안 돼?”
“윽, 볼은 그만 꼬집으시구요.”
“아, 브리오슈 같아. 잘 늘어나네?”
유진은 간신히 마리 공주의 손길을 피하며 투덜거렸다.
“정말 브리오슈 좋아하긴 하는 집안이군.”
아무래도 조작된 망언이라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왕비는 썩, 유진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확실했다.
이대로 가면, 왕실 시동이 되는데는 실패할 것이다.
“어쩐다?”
유진은 부풀어오른 볼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왕비의 관심을 끌 뭔가가 필요하다.
***
이곳, 프티 트리아농은 국왕 일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산다.
정확히는 ‘아이들’이다.
“야, 너도 새로 왕비 폐하가 데려온 애야?”
유진이 잠시 프티 트리아농의 정원을 구경하며 생각에 잠겨있을 찰나였다.
깜찍하게 생긴 소녀 하나가 유진에게 말을 걸어왔다.
옷차림을 보니 고급스럽지만, 또한 공주만큼 눈부신 모습은 아니다.
잠시 역사기록을 떠올리던 유진이 싱긋 웃었다.
“아니, 난 고아가 아니라서.”
“흥! 난 고아인 줄 알아? 우리 수양 아버지가 국왕 폐하이신 거라고!”
“그래? 네가 에르네스틴인가.”
소녀, 에르네스틴 랑브리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날 알아?”
이것은 왕비의 취미다.
그러니까 국왕의 취미가 자물쇠와 시계라면, 왕비의 취미는 애 키우기랄까.
무려 4명이나 되는 수양자녀를 ‘입양’해 키운 게 마리 앙투와네트다.
당연히 상속권이 있는 정식 자녀는 아니고, 그저 왕실 식구들과 함께 교육받고 자란 정도다.
그래도 왕실의 양녀가 된다는 게 평민에게는 엄청난 영예이긴 했다.
또한 모두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기도 했다.
눈앞의 에르네스틴의 경우, 죽은 왕실 하녀의 딸이다.
유진은 가볍게 에르네스틴을 보며 둘러댔다.
“원래는 공주님을 너로 착각했지.”
“그래? 하긴 공주님이 나랑 많이 닮긴 했어. 후훗!”
“그게 그렇게 좋은 게 아닐 텐데.”
원역사 기록에 에르네스틴이 남은 이유기도 하다.
공주와 너무 닮았다.
그래서 국왕의 사생아가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다.
당연히 역사가들도 부정하지만, 유진이 직접 본 국왕도 딱히 사생아를 낳을만한 남자는 아니다.
사생아도 체력과 정력이 권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왕비에게 쩔쩔매는 꼴을 보니, 루이 16세는 도저히 사생아를 낳을만한 자가 아니다.
그때다.
“야, 네가 그 도박 신동이냐?”
유진 앞에 이번에는 꽤 커다란 소년이 다가섰다.
나이는 15세쯤 됐을까.
분명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왕자는 어린애지, 이렇게 큰 애는 아니다.
게다가 ‘도박 신동’이라고 비아냥거릴 성격도 아닐 것이다.
유진은 여전히 미소지은 채 되물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훅 치고 들어오는 건 처음이군. 넌 누군데?”
“연장자에게 예의를 갖춰. 아르망 가네라고 한다. 왕비 폐하의 첫 번째 시동이지.”
“시동이라기엔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잠깐, 아르망?”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왕가의 첫 번째 양자?”
아르망 가네, 마리 왕비의 첫 번째 양자다.
본래 5살 때 아르망은 왕비의 마차에 치여 죽을 뻔 했다.
그 인연으로 왕비는 고아였던 아르망을 양자로 입양했다.
하지만 아르망은 왕자가 아니었고, 왕실에서 겉돌았다고 전해진다.
왕실에 강제로 입양된 게 싫었던 모양이다.
원역사에서는 아예 혁명군에 가담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역사 속 일화의 주인공을 보니, 유진은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정작 아르망은 화를 냈지만.
“난 양자가 아니야.”
“아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데.”
“시끄러워! 난 할머니가 엄연히 있다고!”
씨근덕거리던 아르망은 주위의 귀족들과 시녀들의 눈치를 살피다, 유진을 노려보았다.
“뭐, 좋아. 어쨌든 네가 시동이 될 수도 있다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데.”
“흥, 솜씨 좀 보자. 나도 카드 게임이라면 꽤 하지!”
어느새 프티 트리아농의 구성원들이 유진 쪽을 보는 게 느껴진다.
국왕과 왕비, 귀족 부인이나 처녀로 구성된 시녀들, 그리고 시종들이다.
그 순간 유진은 눈을 반짝였다.
관심을 끌 방법이 생각났다.
왕비라면, 분명 시선을 둘 수 밖에 없는 방법이다.
“뭐, 그럼. 트릭-테이킹, 아니 [피케]를 해볼까?”
트릭 테이킹 카드 게임.
이름만 들으면 속임수를 쓰는 게임 같지만, 그냥 18세기부터 유행한 카드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피케’는 16세기부터 프랑스를 풍미한 2인 대전 게임.
먼저 100점을 차지하거나, 혹은 6번 판을 돌렸을 때 더 우위에 서면 이긴다.
그런데 이 카드 게임은 사실 마리 앙투와네트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게임이다.
당연히 그걸 모를 아르망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좋아, 신동인지 가짜인지. 한 번 해보자!”
도박신동 유진과 왕실양자 아르망의 카드 게임이 시작되었다.
***
왕비, 마리는 브리오슈를 가져오다 이 광경을 목격했다.
“백작, 당신이 아르망을 부추겼죠?”
프티 트리아농은 마리 왕비가 개조한 작은 정원 궁전이다.
궁전 앞에는 정갈하게 정리된 정원이 펼쳐져 있다.
지금 유진과 아르망은 정원에 펼쳐진 임시 테이블을 두고 카드를 펼치고 있었다.
이런 자리까지 카드를 갖고 온 걸 보면, 유진이 확실히 도박신동이란 얘기가 맞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마리는 게임을 보며, 그 이면의 상황을 조금 꿰뚫어 보았다.
게임이 그냥 소년인 아르망의 치기로 발생한 게 아니라 누군가 사주했다는 사실을.
마리의 질문에 시동생, 아르투아 백작이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왕비 폐하.”
“다 알아요. 저 유진이라는 애, 굳이 시동 얘기 들어준 거. 당신이 왕궁에서 카드 게임할 때 선수로 쓰려고 한 거 아니에요?”
“후후훗! 역시, 우리 왕비 폐하는 날 너무 잘 아신다니까.”
마리 왕비가 부채로 턱을 가리며 아르투아 백작에게 눈을 흘겼다.
“나랑 카드 게임하면 맨날 진 거 잊었어요?”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유진은 지금 의외로 프랑스 사교계에서 유명하다.
애초에 유진이 도박을 하고 다니는 술집 거리가 귀족들이 사는 포부르 거리다.
일전에 카드게임에서 유진에게 패배한 장 프랑수아 [티에리]도 사실 프랑스 귀족이다.
괜히 지크마링겐 공작비가 유진을 왕실에 추천했던 게 아니다.
그런데 국왕의 동생, 아르투아 백작은 왕실 사교계에서 손꼽히는 도박꾼이다.
아니, 애초에 프랑스 왕실, 귀족, 성직 사교계는 지금 도박 열풍에 빠져 있다.
도박꾼에게 가장 탐나는 것은 단연 ‘선수’다.
그런데 도박 신동이라니 도박사 왕족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꼭 실력이 없더라도, 이를테면 트로피처럼 데리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20대 때와 달리, 지금은 카드 도박을 끊은 왕비는 썩 내키진 않았다.
그때였다.
-촥!
유진이 그야말로 전문가다운 솜씨로 카드 [셔플]을 시작했다.
“자, 내가 먼저 진행하지.”
카드를 펼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리 앙투와네트는 눈길이 카드판 위로 가는 걸 느꼈다.
옛날에 막 프랑스에 시집왔을 때는, 카드 게임으로 밤새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문득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마리 왕비는 느꼈다.
그러니까, 유진이 아니라 카드 도박에.
도박을 참을 수는 있어도 끊을 수 있는 도박사는 없는 법이다.
여전히 도박을 하는 왕족, 아르투아 백작이 휘파람을 불었다.
“아, 피케라. 참 그리운 게임이군. 우리 젊을 때 많이 했지요. 왕비 폐하.”
“룰이 간단하잖아요. 옴브레나 휘스트와 달리.”
“아니, 의외로 어렵소. 저건 패 교환할 때 그 능력이 드러나거든.”
여전히 현역이 아르투아 백작이 유심히 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단순히 100점 넘는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란 거지.”
트릭 테이킹 카드 게임은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카드를 배분하고, 패를 깐 후, 다시 점수를 얻는다.
그 다음 패가 전부 떨어질 때까지 점수를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숫자 계산이 끝나면 돌아간다.
그런데 피케는 1대1 게임이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카드의 숫자는 총 32장.
2장씩 6번 돌리면 서로 12장을 갖게 되고, 8장이 바닥에 남는다.
그런데 카드패를 돌릴 때, 진행자의 반대자는 5장까지는 교환할 수 있다.
문제는 교환을 하게 될 경우다.
진행자가 진짜로 [트릭]을 쓸 경우 아주 나쁜 카드만 갖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진행자는 유진이고, 또 유진은 전생부터 ‘프로’ 도박사였다.
“어?”
카드를 5번째 교환한 아르망이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봐도 나쁜 카드다.
이렇게 되면 상대가 먼저 100점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르망이 다급하게 말했다.
“카드 바꿔.”
“5장 다 지났는데?”
“그래도 바꿔!”
그 순간, 유진은 바닥에 놓인 카드패를 손바닥으로 덮으며 웃었다.
“이렇게 하지. 룰을 바꾸자구.”
“뭐?”
“여기서 내가 카드를 하나 고르지. 그리고 그 카드가 [퀸]이면.”
유진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네가 이긴 걸로 해줄게.”
아직 7살짜리 어린애의 말이다.
그런데 기이할 정도로 박력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압도될 정도로.
숨을 죽이며 마리 왕비가 카드 테이블을 볼 찰나, 아르망이 악을 썼다.
“야, 그건 내가 불리한 게임이잖아!”
“그게 싫으면 카드 못 바꿔줘.”
“이게, 진짜!”
그때 마리 왕비 품에 있던 애완견, 디스비가 짖었다.
-왕! 왕! 왕!
모두가 왕비를 향해 시선이 쏠렸다.
왕비는 난처한 듯 웃었다.
평소에 아주 얌전한 개인데, 이상하게 유진을 싫어하나 보다.
“디스비가 쟤만 보면 짖네.”
가볍게 디스비를 토닥이며 마리가 유진을 보았다.
“자, 신대륙 여자의 아들. 그럼, 퀸을 뽑으면 네가 원하는 바가 있니?”
때로 왕비쯤 되면 알면서도 상대방의 수에 넘어가 줄 때가 있다.
지금 벌어진 이 카드 게임은 왕비의 관심을 사기 위한 게임이다.
아마도 아르투아 백작이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벌이는 어린애, 유진이 하필 [퀸]을 얘기했다.
프랑스어로는 ‘렌(Reine)’, 그러니까 왕비다.
결국 마리 왕비를 부른 셈이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폐하.”
“뭔데?”
“카드의 [퀸]을 뽑은 대가로, 퀸이신 왕비 폐하께서 제게 은총을 내려주실 것을 청하고 싶습니다.”
마리 왕비는 가만히 유진을 보다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자, 아르망? 한 번 해봐라.”
아르망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시선을 유진에게 돌렸다.
자신이 왕실에 강제입양된 것, 왕비의 [취미]에 휘말린 것, 궁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원망하는 양자.
그 분노를 일순 유진을 향해 터뜨렸다.
“뽑아!”
일순, 유진은 카드를 보다 눈을 빛냈다.
[3번째.]진은문자가 떠오른 것이다.
-슥.
사실, 굳이 [능력]을 쓸 필요도 없긴 했다.
처음부터 유진은 카드를 ‘트릭’으로 바꿔치기 했으니까.
21세기 도박사의 겜블링 솜씨는 18세기 왕실 인사들 정도가 알아볼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보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마술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퀸.
여왕의 카드가 유진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문득 숨을 죽인 채 지켜보던 마리 테레즈 공주가 외쳤다.
“와, 퀸이에요! 마망!”
가만히 카드를 보던 왕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 그래. 시동은 말도 잘 해야지. 어디, 네 이름이 유진이라고?”
“예, 왕비 폐하.”
“이름을 ‘오이겐’ 장군에게서 따왔구나.”
오이겐 폰 사부아.
프랑스 귀족 출신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출세했고, 투르크 제국을 무찌른 명장.
본명은 프랑스인이니 ‘외젠’이지만 영어식으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유진.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 왕실 공주였던 마리 앙투와네트가 인자하게 웃었다.
“남아도 좋아. 내 딸의 곁에.”
그 순간 유진은 눈을 빛냈다.
도박수에 성공한 것이다.
1788년, 혁명까지 1년.
부르봉 왕실 시동으로 유진 드 보아르네가 입성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