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9화(60/547)
(59)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재회하다
혁명기, 동란의 시대라도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누구나 가족이 있다.
단지 전쟁기에는 쉽게 가족들이 죽거나, 또는 헤어져 고아가 되기 쉬워질 뿐이다.
여기, 일가족이 멀쩡한 데다 동란에도 어디 있는지 다 아는 귀부인도 있다.
심지어 군대로 보낸 아들조차 어디 있는지 안다.
문제는 그 아들이 정말 무심해, 복무기간 1년 동안 편지 한 장 제대로 보낸 게 없다는 거다.
“그런데 벌써 파리로 왔다고?”
귀부인 마리 로즈 라 파제리, 혹은 조세핀이라 불리는 미녀가 놀라 되물었다.
유진 드 보아르네, 조세핀의 아들이 돌아왔다.
툴롱의 전장으로 갔다가, 마르세유로 가더니, 다시 방데로 갔다던가?
그렇지만 바쁘다며 편지도 거의 보내지 않았고, 소식은 오히려 조세핀의 [살롱]에서 들었다.
오늘 파리로 돌아온 얘기도 딸, 오르탕스가 호들갑을 떨며 알려준 것이다.
“응, 엄마. 줄리에 언니가 알려주던데? 오빠 지금 퇼르리 궁전에 가 있대.”
“거긴 왜? 왕도 없고, 무시무시한 처형인 들만 있는 곳이라던데.”
“몰라? 불러서 갔다는데. 어, 그럼 오빠 목 잘리는 거야? 뎅강?”
공안위원회 의원을 처형인으로 부르는 조세핀도 조세핀이지만, 오르탕스도 만만찮은 딸이었다.
“오르탕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어디서 그런 말 배운 거니?”
조세핀이 기겁해 오르탕스를 야단치자, 오르탕스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나 오르탕스도 혁명기, 고난을 헤쳐나온 소녀다.
이제 막 학교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학교보다 살롱이 더 자극적일 게 당연하다.
게다가 처형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칫, 내가 뭘! 걸핏하면 처형식 열리잖아. 이상할 것도 없고.”
“유진은 그런 일을 당할 애가 아니야. 전쟁터에서 눈먼 총을 맞았으면 맞았지.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하긴, 나 어렸을 때 오빠가 배 타고 왔던 기억나. 무서웠는데 오빠가 진짜 멀리서 와줬어.”
문득 4년 전, 마르티니크에서 프랑스로 오던 때를 떠올리며 오르탕스가 웃었다.
아직 어릴 때라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사실 프랑스에서 대서양이 얼마나 먼지도 아직 잘 모른다.
허나 알고 있는 게 있다.
무서운 노예반란이 일어났을 때, 목숨을 걸고 지켜주러 왔던 유진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함께 떠올리다, 조세핀이 평안해지는 기분으로 미소지었다.
“그래, 유진은 그런 애지.”
하지만 오르탕스가 첨언한 말에 조세핀의 기분은 다시 나빠졌다.
“하지만 편지는 공주님에게만 보낸대.”
“뭐야? 어린 게 벌써부터 애인만 찾고! 내가 걔를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키웠어, 엄마?”
그 말에 조세핀은 할 말이 없었다.
비록 남편이 후계자라고 데려간 탓이긴 하지만, 역시 어릴 적에 헤어진 사이다.
딱히 정성 들여 교육 시켰던 것도 아니고, 마르티니크로 떠난 후에는 혼자 컸던 것 같다.
혹시 유진이 원망이라도 해서 편지를 안 보낸 것은 아닐까?
물론 당연히 그냥 바빠서 그런 거였지만, 불안해진 조세핀은 벌떡 일어났다.
“하여간! 안 되겠다. 파리에 왔으니, 카페 보아르네로는 오겠지? 그곳에 가자.”
바삐 하녀를 시켜 외출 채비를 갖추며 조세핀은 외쳤다.
“이 녀석, 오늘 단단히 혼내주겠어!”
물론,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 채로.
***
정작 유진은 모친보다 동업자를 먼저 만나는 중이었다.
“잘 됐군요, 보나파르트 준장님. 드디어 성공하신 겁니다.”
파리는 여전히 소란스럽다.
48개 구역, 세느 강으로 나뉜 동편과 서편, 상퀼로트와 부르주아.
거리는 화가 난 사람들로 가득하고, 무장한 민병대인 국민위병들이 눈을 번뜩였다.
이 시대, 파리에도 경찰이 있지만 도저히 치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치안부대]가 무력으로 위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려운 시기, 어려운 지위, 어려운 임무다.
그러나 분명 수도방위사령관은 군 요직이다.
파리 시테 섬, 치안사령부로 들어선 나폴레옹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레카미에가 웃으며 맞이했다.
유진은 레카미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오늘 소장으로 승진하셨습니다, 무슈 레카미에. 치안사령관이 되셨죠.”
“후후, 파리에서 제일가는 군사 실력자가 되셨군. 기분이 어떠신지?”
“글쎄요? 이미 알고 계셨던 일이긴 합니다만.”
문득 사령부 사무실을 둘러보던 나폴레옹이 유진을 돌아 보았다.
“이건, 안 좋아. 소년기수.”
파리 치안사령관 임명.
이미 나폴레옹도, 유진도, 그리고 중개인 역할을 한 자크 레카미에도 알고 있던 일이다.
본래 유진이 레카미에를 통해 오귀스트와 접촉할 때, 기대했던 바는 하나였다.
방데 왕당파 문제의 해결.
그러나 오귀스트는 역제안을 해왔다.
치안이 불안정한 파리를 나폴레옹에게 책임져달라는 제안이다.
유진은 나폴레옹에게 수락할 것을 조언했다.
그때는 덜컥 잡아놓고, 어쩐지 불안해진 모양이다.
문제가 생기면 부하에게 떠넘기는 남자, 나폴레옹을 보며 유진이 피식 웃었다.
“왜죠? 전쟁의 위험도 없고, 승진하신 데다, 권력자들의 바로 옆에 있는데?”
“그게 더 안 좋지. 오는 길에 봤나? 파리 시민들의 얼굴이 말이 아니더군. 혁명 전야랑 똑같아. 게다가, 뒤무리에가 배신했다니!”
“원래도 배신할만한 인간이었어요.”
어차피 뒤무리에는 배신했을 것이다.
오히려 원역사보다 1년 가까이 늦게 일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러니 유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반면, 나폴레옹은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외쳤다.
“틀려! 뒤무리에는 단순히 북부군 총사령관이 아니야. 구귀족 중 혁명에 순응하는 이들의 대표다! 게다가 당통의 친구라고? 헛소리! 본래는 지롱드의 브리소와 친구였어!”
혁명 전, 일개 소위였던 주제에 나폴레옹은 파리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뒤무리에는 구귀족 군인 출신이다.
나아가 국민의회 시절, 주도권을 잡고 있던 지롱드 파벌이었다.
한데, 이제와서 당통에게 붙었다고, 배신을 당통의 책임으로 몬다?
그야말로 희생양을 찾는 일 아닌가?
지금 나폴레옹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레카미에가 먼지가 쌓인 치안군 사령부를 툭툭 두들겨보다 씩 웃었다.
“정말 정보수집의 달인이시로군. 맞소. 뒤무리에는 본래 그런 자요.”
그러자 나폴레옹이 레카미에를 붙들고 물었다.
“무슈 레카미에, 대체 이게 무슨 일인 겁니까? 뒤무리에가 갑자기 배신할만한 이유, 혹시 아십니까?”
“전방의 상황을 어떻게 알겠소? 다만, 파리라면 알지. 이번에 생 쥐스트와 카르노, 잡혀간 뵈르농빌은 뒤무리에를 해임하러 갔던 거요.”
“해임이라구요?”
레카미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래저래 작년 봄, 네르빈덴에서 졌던 게 컸지. 그 이후 계속 의심을 받고 있었고.”
그동안 유진이 격랑을 겪는 사이, 라인 전선도 격변을 겪었던 것이다.
네르빈덴, 플랑드르와 네덜란드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작은 마을.
그 마을에서 뒤무리에는 진격을 거듭하다, 요시아스 공작에게 패배했다.
이후 혁명정부는 뒤무리에에 대하여 신임이 깎였고, 뒤무리에도 불안에 시달렸다.
오슈와 주르당의 활약으로 억제되었지만,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다.
문득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당분간 방데의 왕당파들에 대한 재판을 할 틈이 없겠군요.”
“왕당파들을 데려왔다고? 또 위험한 짓을 했군, 도박신동.”
“원래는 재판에서 뒤집어볼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방데 반란군 따위는 문제도 아닌데요.”
유진은 나폴레옹을 돌아보며 제안했다.
“장군님, 아니 치안사령관님. 지금 주어진 시간에 파리에서 친위대를 기르시죠.”
방금 전까지 낯을 찌푸리고 있던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떴다.
위험한 자리, 위험한 시기, 위험한 임무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나폴레옹이 위험성을 모를 리가 없다.
요컨대, [희생양]이 되기 딱 좋은 자리란 얘기다.
그래서 수락을 조언한 유진에게 원망을 퍼부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엉뚱한 제안을 들은 것이다.
“무슨 말이지, 소년기수?”
“당분간 숙청의 바람이 불 겁니다. 살아남는 자도 있겠지만, 군부의 귀족 장교들이 대거 쓸려나갈 거예요. 그 와중에 끈을 잃는 장교들도 많겠죠.”
“그런 사람들을 파리 치안사령부로 끌어들여라, 이건가?”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로베스피에르가 왜 장군을 치안사령관으로 임명했겠어요? 조만간 일어날 민란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겁니다. 물론, 그 민란은 장군님이 막으셔야 할 거고.”
역시, 나폴레옹도 예상하고 있던 바다.
파리는 동요하고 있다.
틀림없이 어떤 형태로든 파리 시민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그때 치안사령관은 시민들을 진압해야 한다.
그 결과 시민들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라파예트와 뒤무리에가 그랬듯이 ‘학살자’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
이미 방데에서 로시뇰이 당한 바다.
혁명정부의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 혁명기에는 군인도 생각이란 걸 해야 하는 거죠. 명령 수행만이 아니라.”
유진이 눈을 빛내며 일렀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이미 사령관을 교체해버린 군인이다.
명령을 곧이곧대로 수행하는 군인이 아니란 얘기다.
이제 25세의 장군, 치안사령관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었다.
“정국이 급변하겠군. 오귀스트만 믿을 수 없다는 건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지?”
“그건 찾아봐야죠. 단, 친위대가 있다면 언제든 사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좋아. 마르소, 쥐노, 마르몽!”
문득 나폴레옹이 부관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마르세유 우편 연대를 개편해, 이곳에 우편 여단을 만든다. 또한, 치안사령부 휘하 부대를 자네들이 연대장이 되서 장악한다.”
“예? 연대장이라구요?”
“그래, 자네들 모두 중령 특진이다. 중령이면 연대장 대리를 할 수 있지.”
실로 빠른 결단이다.
방금 전까지 아직 어린 유진에게 불만을 쏟아부으려던 풍모와는 정반대다.
오히려 설득하고 있던 유진이 놀랄 정도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유진을 돌아보았다.
“자네도, 일할 게 있어.”
미처 유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나폴레옹이 명령을 쏟아냈다.
“뒤로크와 함께 우편 여단을 맡아. 여단장 대리가 되는 거야.”
“여단장 대리요? 아니, 저는.”
“대령이면 충분해! 물론, 진짜 임무가 뭔지는 알지? 정보 수집과 대응 전략 수립, 그리고 실행이다.”
보통 연대는 1천 명, 여단은 3천 명, 새로 편제중인 사단은 1만 단위다.
얼결에 유진은 휘하에 3천 명을 두게 된 셈이었다.
당연하게도 아직은 서류상, 혹은 구두상 부대원이지만 말이다.
나폴레옹이 유진을 붙잡으며 눈을 번뜩였다.
“그래, 위기는 곧 기회지! 이 파리에서 아주 재미있고 위험한 일들이 벌어질 거야. 그게 뭐든, 우리는 기회로 만들면 돼!”
그 모습을 보던 레카미에가 껄껄 웃었다.
“그럼, 장군의 정치자금은 내가 대겠소. 물론 도박신동 자네도. 아, 그건 그렇고 숙소는 잡아두셨나?”
유진은 새삼 느꼈다.
이 동란의 시대, 원역사에서 최종 승자가 된 자는 확실히 다르다.
소인배처럼 굴다가도, 순식간에 기분을 바꾸고, 다시 결단을 내린다.
심지어 역사를 알고, 나폴레옹이 치안사령관이 된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유진조차 따르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다.
순간, 유진이 싱긋 웃었다.
“그건 당연히 제 집으로 돌아가야죠. 카페 보아르네는 잘 관리하셨더군요.”
이번에는 나폴레옹이 유진의 하숙생이 될 차례다.
***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영웅도, 소인도 똑같다.
“휴, 여기도 오랜만인데? 쿨럭! 아이고, 먼지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며 3층의 침대 위에 주저 앉다가 기침을 토했다.
카페 보아르네는 보아르네 은행의 거점이자, 유진이 머물던 저택이다.
1층의 카페, 2층의 은행, 그리고 3층은 거주지다.
나름 관리 대행을 맡았던 자크 레카미에도 3층까지 신경쓰진 않았던 모양이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먼지 가득한 방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 생각보다 먼지가 많은걸. 역시, 레카미에도 자기 집처럼 잘 돌보진 않았군.”
“사람이 드나든 적이 없잖아. 한데, 마르세유 지부 사람들은 파리로 올라오라고 할 거야?”
“아니, 아직은 안 되겠어.”
유진은 이폴리트에게 일렀다.
“다마스만 올라오라고 해. 연락 사무소를 만들고, 사업을 진행해야겠어.”
프랑스의 중심은 파리다.
그 말은 가장 활성화된 경제도시도 파리란 얘기다.
따라서 큰 사업을 하려면 결국 파리로 와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언제 파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게다가 정적들이 기요틴을 선사해올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기반은 저 멀리 남부 마르세유에 놓아둘 필요가 있다.
이폴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다, 투르네를 돌아보았다.
“그럼, 마르세유까지는 투르네 상사가 잘 갔다올 거죠?”
“아니, 잠깐. 난 전쟁 때 많이 다녀왔소, 이폴리트 부관.”
“그렇다고 나보고 가란 말은 아니죠? 난 유진을 옆에서 보필해야 한다구요?”
서로 유진의 부하들이 일을 떠넘기려 싸울 찰나였다.
-쿠당탕!
갑작스런 소음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저택은 빈집이 아니었던가?
대체 누가 들어와 있는 걸까?
나폴레옹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뭔가, 이 소리는?”
집주인인 유진도 당연히 모른다.
아주 조심스럽게 유진이 피스톨로 손을 가져갈 찰나였다.
누군가 불쑥 구석진 방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연갈색의 머리칼이 도드라진 소녀, 마리 테레즈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벌써 왔어? 응? 그거 총이야?”
전혀 예상치 못한 마리 테레즈의 모습에 유진이 입을 쩍 벌렸다.
“공주님? 아니, 여기 왜?”
“그야, 유진 네가 돌아온다니까 청소 좀 해두려구.”
“이런 건 하녀를 시키면 되죠. 공주님이 무슨 청소예요!”
그러자 마리가 미간을 좁히며 오히려 유진에게 야단쳤다.
“무슨 말이야! 난 이제 부르주아의 아내로 살아야 할 텐데. 왕족이나 귀족처럼 청소는 남의 일인양 할 수 없단 말야!”
잠시, 유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에 멍하니 서 있었다.
똑같다.
조금 더, 몸이 이래저래 자란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모습이다.
유진이 파리를 떠날 때와 똑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유진을 본다.
문득 이폴리트가 유진의 옆에서 낮게 말했다.
“저기, 그 부르주아가 어쩐지 너 같지 않냐?”
“아니, 그게. 그러니까.”
“이야, 역시 공주님. 아주 집착적이야.”
생각해보니 벌써부터 결혼 타령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마리 테레즈 입장에서는 이게 절대로 주거침입이 아니다.
예비 신혼집에 먼저 와서 청소중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때 유진과 마리의 소동을 옆에서 구경하던 나폴레옹이 헛기침을 했다.
“큼! 마드모아젤 마리? 그렇게 불러도 될지?”
“응? 어머, 다른 분이 계셨네요. 누구세요?”
“난 여기 유진 대령의 상관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하오. 앞으로 이 집에서 유진과 같이 지낼 듯 하니, 종종 보겠군요. 잘 부탁하오.”
그러자 마리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저야말로, 우리 유진 잘 부탁해요!”
분명 부르봉 왕가의 공주는 혁명군인인 나폴레옹의 적이다.
그러나 눈앞의 소녀는 적대하기에는 너무 사랑스럽고, 또한 눈부시다.
사랑에 빠져 직접 먼지떨이를 휘두르고 있는 소녀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마리가 부탁한다는 유진은 나폴레옹에게도 중요한 존재다.
나폴레옹은 가만히 공주를 보다 피식 웃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그때였다.
“유진!”
2층 계단 아래서 소동이 벌어지더니, 누군가 성큼성큼 올라왔다.
“넌, 대체 어떻게 된 애가 파리로 왔는데 엄마를 보러오질 않니! 응?”
1층에 있던 나폴레옹의 부관들도, 유진의 부하들도 막지 못했다.
이 집에 아무런 권리도 없는 사람이지만,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왜?
다름 아닌 유진의 모친, 조세핀이 기세등등하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아니 유진보다도 당혹한 얼굴로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보다 중얼거렸다.
“마, 마담 조세핀.”
그 순간, 조세핀은 나폴레옹을 돌아보다 눈에 이채를 띠며 생긋 웃었다.
“어머, 마르세유의 깡마른 장교분도 계셨네요? 반가워요.”
1794년 1월.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재회]했다.
유진이 파리에 돌아온 날 벌어진 일 중, 어쩌면 역사에 기록될 가장 중대한 사건이 벌어진 날이었다.
“그보다, 유진! 넌 대체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물론, 그후 유진이 모친에게 신나게 혼났다는 일화는 아마 영영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