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0화(61/547)
(60) 혁명은 희생양이 필요하다
모든 발탁 인사는 후폭풍을 일으킨다.
“대체 왜 보나파르트를 치안사령관으로 임명한 겁니까!”
공안위원회는 퇼르리 궁전이 아니라, 그 앞인 플뢰르 저택에 있다.
귀족들의 당구장이 있던 곳.
보통의 위원들은 회의가 있을 때 출석한다.
그러나 의장은 당연히 상근 사무실을 이곳에 두고 있다.
유일한 플뢰르 저택 사무실 보유자, 의장 로베스피에르가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뛰쳐 들어온 청년, 생 쥐스트가 씩씩대고 있었다.
“내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 이상한 일이군, 생 쥐스트 의원.”
“의장님! 보나파르트는 위험한 자입니다. 명령이 도달하기도 전에 방데로 군을 움직였고, 오슈와도 인척 관계입니다!”
“뒤무리에보다 위험한가?”
그 말에 공안위원회 최연소 위원, 생 쥐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나폴레옹이 치안사령관에 임명된 후, 한 달.
치안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파리 치안군이 상설순찰을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군기가 엉망인데다 부대원 정원도 채우지 못했던 치안군이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파리에서 손꼽히는 은행, 레카미에 은행이 거액 대출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있어야 물자가 움직이고, 물자가 공급되어야 군은 활동할 수 있다.
반면에 이 활동을 보면서 공안위원회 의원, 생 쥐스트는 불안해진 것이다.
거액의 자금을 끌어들여, 치안군을 움직일 수 있는 나폴레옹의 실력에 말이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냉정하게 다그쳤다.
“생 쥐스트, 직접 겪었으니 더욱 잘 알겠군. 군부 사령관이 반란을 일으켰어. 전쟁장관을 납치했고, 공안위원회 의원들을 잡으려다 실패했지.”
“그, 그렇죠! 게다가 오스트리아로 망명하기까지 했고! 심각한 사태입니다!”
“심각한 사태라는 의미가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나? 오슈를 가둔 장본인이?”
로베스피에르가 미간을 좁힌 채, 냉랭하게 대꾸했다.
“군부에 다시 숙청의 피바람이 불 거란 얘기야.”
의장실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
숙청, 기강 확립을 위해 엄중하게 부정한 자를 제거하는 행위다.
보통은 자리에서 자르는 것도 숙청, 혹은 [정화]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혁명이 시작된 이래 [정화]란 사실상 사람을 죽여 피로 더러움을 씻는 일이 되었다.
벌써 북부군 전임 사령관, 필리프 드 퀴스틴이 처형당했다.
방데 전임 사령관, 아르망 루이 드 공트 비롱 공작도 결국 목이 잘렸다.
그때 두 사람에게 연결된 귀족 장교들도 함께 대거 처형되고 말았다.
사실상 야당지도자, 라파예트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지 않았다면, 프랑스 귀족장교 전부가 감옥에 갇혔을지 모른다.
그러나 뒤무리에가 반역을 저지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는 라파예트도 막지 못한다.
당연히 로베스피에르도 이 사태가 달갑지 않다.
그 어떤 정치지도자가 전시에 지휘관을 바꾸는 일을 좋아하겠는가?
승패와 무관한 이유로 말이다.
그 순간 생 쥐스트가 다시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그럼 더욱 위험하죠! 보나파르트는 문제 인사, 유진 드 보아르네를 부관으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베스피에르가 아니라 다른 의원이 나섰다.
이 자리는 의장실.
로베스피에르파 의원들이 함께 밀담을 나누는 장소다.
그중에는 로베스피에르의 동생, 오귀스트도 있었다.
나폴레옹의 팬, 오귀스트가 툴롱의 전장을 떠올리며 변론했다.
“그건 내가 납득이 안 가는군요. 유진 소령, 아니 대령은 훌륭한 군인입니다. 툴롱에서 내가 봤어요.”
“애가 무슨 공적을 세웠다고 과장입니까! 공주의 기사니, 소년기수니! 모두 언론의 과장된 기사일 뿐이죠!”
“말씀이 과하시오!”
그 순간, 이번에는 말더듬이 데물랭이 벌떡 일어났다.
“언론의 과장 기사라니! 소년기수는 내가 운영하는 신문에서 보도한 거요! 내가 취재원으로부터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화가 나면 말을 잘하는 데물랭의 항변에 생 쥐스트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나 했더니, 데물랭 당신이었나?”
“뭐라구요? 헛소문이라니! 정확한 사실 보도요!”
“설사 사실이라도 보도하지 말았어야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데물랭을 우습게 보면서, 생 쥐스트가 오만하게 외쳤다.
“구귀족에, 왕실 시동에, 왕비까지 멋대로 구해냈소. 유진 드 보아르네는 혁명의 적이오! 당장 단두대에서 날려버려야 할 자라고!”
그 말에 미식가 캉바세레스와 앉은뱅이 법률가 쿠통도 어이가 없어 생 쥐스트를 보았다.
그게 언제적 얘기인가?
최소 1년 전 사안이다.
이미 유진은 강제입대해 죄를 씻었고, 전장에서 공적까지 세웠다.
성질 좋은 캉바세레스는 눈치를 주었고, 원칙주의자 쿠통은 힐책을 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소만.”
“문제가 있다면 법률로 재판을 해야지. 그렇게 반역자로 음해하는 것은 곤란하오.”
물론 생 쥐스트는 오히려 다른 의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하! 그렇게 느리게 하니 반란이 일어나는 겁니다, 여러분!”
그때다.
“생 쥐스트. 유진을 소위로 임명한 건 나, 로베스피에르라네.”
생 쥐스트의 낯이 창백해진 찰나, 로베스피에르가 엄숙히 말했다.
“구귀족이라도 혁명정신에 동참한다면, 기꺼이 시민이 될 수 있어. 그게 우리 혁명의 대의야.”
“그자는 위험합니다, 의장님!”
“알아. 하지만 위험성은 능력 때문이지, 그 소년이 반혁명분자라서가 아닐세.”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일어나 그때까지 책상에서 쓰고 있던 문서를 건넸다.
“지금 군부를 모두 숙정해서, 혁명 충성파로 일신해야 해. 아니면 또 다시 뒤무리에 같은 사태가 터질걸세. 받게.”
문서를 받아든 생 쥐스트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뭡니까?”
“보다시피 명령서야. 공안위원회 의결은 없지만, 여기 의원 6명이 모였으니 자네만 서명하면 과반 의결의 효과가 있겠지.”
“이건, 의장님. 오슈를 풀어준다구요?”
생 쥐스트가 플랑드르 북부군 사령부에 구금하고 온 오슈의 복귀 명령서다.
도저히 생 쥐스트로서는 받아 들일 수 없는 명령이었다.
만약 이게 생 쥐스트가 숭배하는 남자, 로베스피에르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오슈는 라인에 필요한 인재야. 게다가 아직 충성심이 검증되지 않은 주르당과 달리, 혁명에 충성하는 군인일세.”
“그렇지만, 멋대로 사령관을 임명하려 들었습니다!”
“비상사태에 반응했을 뿐이야. 그 다음 명령서도 서명하게.”
로베스피에르의 다음 명령서에, 이번에는 생 쥐스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카리에를 선택하셨군요.”
로베스피에르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래. 우선, 방데부터 책임질 자가 필요해. 군부와 의회, 파리가 동요할 틈을 주지 않도록. 단시간 내에.”
창밖, 파리의 겨울은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저 눈은 언제든 순식간에 녹아버릴 지 모른다.
파리, 이 뜨거운 도시의 시민들이 질러버릴 봉기의 불길로.
혁명기란 최고권력자조차 실로 불안정한 시기인 것이다.
***
당연히 한때 방데의 최고 권력자라도 예외는 아니다.
“로시뇰, 오랜만이군. 아직 멀쩡히 돌아 디니는 걸 보니, 마라가 잘 지켜줬나 보지?”
카리에는 갑작스런 불청객을 파리의 자택에서 맞이했다.
바로 방데에서 카리에의 명령을 받들어 싸우던 장군, 로시뇰이다.
지금은 군부에서 보직을 못 받은 채 떠돌고 있는 듯, 부관도 따라오지 않았다.
공회에서 잠시 근신을 명받은 카리에와 별 다를바 없는 처지일 것이다.
로시뇰은 목이 마른 듯, 하인이 내어온 물을 벌컥 마시고는 카리에를 노려 보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의원님?”
“뭘?”
“방데 왕당파 죄수들이 연금됐습니다. 감옥으로 가지 않았다구요. 고작 12명이라지만, 모두 수괴급들인데 말입니다.”
카리에가 미간을 찡그렸다.
바로 나폴레옹과 함께 카리에가 호송 명목으로 파리로 데려온 자들.
로슈자클랭을 비롯한 왕당파 군단 지도부다.
그들을 방데에서 죽이고자 애썼지만 실패했다.
실권을 쥔 클레베르와 최고 공훈자 나폴레옹이 막았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는 얼굴로 카리에가 대꾸했다.
“보나파르트가 책임진다잖아. 도망가지 않는다고.”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감옥이 아니라, 단순 연금으로 끝난 이유를 생각 못해 보셨습니까?”
“뭐?”
이미 파리에 먼저 끌려와 정세를 조금 더 아는 로시뇰이 창백한 얼굴로 부르짖었다.
“어쩌면 방데에서 벌어진 학살 증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일순, 카리에가 자리를 박차며 고함쳤다.
“어디서 그런 말을 하나! 난 모르는 일이야! 자네는 몰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사령관 교체 때, 파리는 방데에서 벌어진 학살극을 인지했다.
그게 혁명을 지키기 위한 충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파리는 책임지지 않는다.
어떤 명령권자도 명시적으로 시민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카리에조차 마찬가지다.
일단 문서화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로시뇰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혼자만 살겠다고? 난 당신이 명령해서 한 짓이오!”
“무슨 소리야? 난 도적들을 처리하라고 했지, 아무것도 지시한 게 없어!”
“이 사람이!”
두 사람이 서로 일어나 삿대질을 할 찰나, 응접실 밖의 문이 부서졌다.
-쾅!
문을 부수며 병사들이 들어섰다.
청색 군복을 입은 프랑스 정규군 병사들이다.
선두에 선 지휘관은 다름 아닌 치안군 사령관, 나폴레옹이었다.
나폴레옹이 냉정하게 카리에를 보며 빈정거렸다.
“어쩐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듣고만 있었는데. 점점 가관이군.”
“보, 보나파르트 장군? 대체 무슨 일이오?”
“그야, 치안사령관으로서 첫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든.”
나폴레옹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혁명정부의 새로운 명령을 고했다.
“카리에 의원, 당신을 방데 주민 학살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번에는 카리에가 새카맣게 변한 얼굴로 항변했다.
“내가 왜! 난 공안위원회가 지시한 대로 했어! 내가 아니라 로시뇰을 잡아! 아니, 날 잡으려면 공안위원회에 책임부터 물어야지! 억!”
순간, 카리에의 복부를 장교 한 명이 걷어찼다.
갈기와 같은 머리칼을 지닌 사내, 쥐노다.
쥐노가 쓰러진 카리에의 귀에 대고 우렁차게 말했다.
“착각하나 본데, 치안사령부는 시민의 안전과 평안을 지키는 부대요. 당신 같은 학살자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폭력이다.
그러나 체포에 불응한 피의자에게 인권 같은 것을 존중할 시대가 아니다.
그것도 학살극을 벌이다, 이제 몰락하게 생긴 이전 권력자라면.
전직 마르세유 우편연대, 현직 치안군 병사들이 쓰러진 카리에를 붙들었다.
곧이어, 나폴레옹은 옆에서 떨고 있던 로시뇰을 쏘아 보았다.
“로시뇰, 당신도 감옥행이오.”
“뭐, 뭐라구요?”
“시테 섬, [콩시에르주리]로 가게 될 겁니다. 거긴 ‘유료’니까 가족에게 영치금을 준비시키는 게 좋겠죠. 마르몽!”
사람 좋게 웃으며, 마르몽이 냉혹한 말을 건넸다.
“자, 여러분. 얌전히 가시죠. 아니면, 우리 쥐노 대위가 신나게 패줄지도 모릅니다?”
결국 폭력에 굴한 카리에와 로시뇰은 강제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콩시에르주리, 혁명정부의 악명 높은 감옥으로.
***
혁명의 시기, 폭주는 피 앞에서만 멈춘다.
“시작부터 센데? 카리에를 체포해 버리다니.”
시테 섬, 파리 치안사령부에 유진의 집무실이 생겼다.
나폴레옹의 부관, 유진 보아르네 대령.
명패에 새겨진 글자를 훑다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중령이 되어 연대장 대리로 올라선 마르소가 유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사실, 본래 원역사대로 인생이 흘렀다면 마르소는 이미 준장에 올랐어야 한다.
대신 안젤리크는 죽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 과연 마르소에게 좋은 인생일까?
유진은 확신할 수 있다.
마르소라면 당연히 안젤리크를 살리는 쪽을 택했을 거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유진이 대꾸했다.
“왜, 동정이라도 하게요?”
“그럴리가 있겠어? 다만 걱정은 되지. 카리에는 마라 파 의원이라며? 마라 쪽 사람들이 난리가 날 거 아냐? 어쩌면 에베르도. 그 치도 강경파잖아.”
“당연히 우리를 공격하고 싶겠죠. 게다가 그자들 주특기는 시민 폭동 선동이니까 [코뮌]을 동원할지도 몰라요.”
코뮌.
작은 마을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후세 원역사에서는 보불전쟁 시기, 파리의 좌파 해방 임시 정부로 유명해지는 이름.
하지만 사실 그 원초는 혁명기에 만들어진 ‘시민 자치 조직’에서 비롯되었다.
마르소가 눈을 크게 떴다.
“민병대를 대신하는 상퀼로트의 자치조직 말이야?”
“들어봤나 보죠? 파리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알 수밖에 없지. 우리 집 근처에도 구역의 코뮌 사무실이 있어.”
혁명 이후, 파리는 [코뮌]이라는 자치 단위로 재편되었다.
정부조직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조직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혁명 과정이 전부 무력 충돌이었기 때문에, 이 조직들도 다 무장했다는 점이다.
아직 민병대인 ‘국민위병’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쪽은 라파예트의 입김이 강하다.
그 때문에 라파예트와 적대적인 자코뱅 파벌은 코뮌의 자치 무력을 방치하는 쪽을 택했다.
대신 이 코뮌들은 국민공회 외부에서 시위로 자코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코뮌의 무장 시민들, 상퀼로트가 공회까지 쳐들어오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역사와 달리 자코뱅 산악파가 주도권을 1년 일찍 잡았기 때문이다.
해서, 본래는 무장봉기로 지롱드를 자코뱅이 사실상 제압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코뮌의 상퀼로트들은 무장한 상태다.
파리 42개 구역을 장악한 42개 코뮌, 60만 시민들이 언제든 봉기에 휩쓸릴 수 있다.
에베르나 마라는 그들을 선동할 수 있는 지위와 실력을 가졌다.
그러나, 유진은 태연히 집무실 책상을 두들기며 답했다.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무력진압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그 책임은 전부 나폴레옹 장군이 집니다.”
“일으킬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하는군. 어떻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죠. 왕당파에게도.”
문득 유진이 책상 위, [지구본]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 파리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세계로 추방해 버리는 겁니다. 바로, 신대륙이죠.”
유진의 시선이 멎은 곳.
대서양 너머, 프랑스의 식민지 마르티니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