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1화(62/547)
(61) 유진은 신대륙을 추방자들과 함께 꿈꾼다
이 감옥은 본래 프랑스의 왕궁이었던 장소다.
-뚜벅, 뚜벅, 뚜벅.
세느 강이 흐르는 중심에 있는 섬, 시테.
이곳은 아직 파리가 작았을 때, 파리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고 파리가 인구가 늘며 성이 확장되면서, 이곳은 옛 왕궁으로 버려졌다.
버려진 왕궁을 혁명재판소와 감옥의 장소로 만든 것.
그게 바로 혁명의 감옥 [콩시에르주리]다.
이 감옥의 지하를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득, 일행 중 청년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여기가 내가 갇힐 수도 있었던 감옥인가?”
소년,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슈자클랭이면 모를까, 마르소 당신이 왜요?”
“카리에가 안젤리크를 잡으려 들었잖아. 그때 잘하면 내가 카리에 죽일 수도 있었어.”
“그럼 곤란하죠. 오히려 마드모아젤 안젤리크가 더 위험해질 텐데.”
문득 유진은 눈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아, 이제는 마담 마르소라고 불러야 하나요?”
안젤리크 드 메슬리는 완전히 풀려났다.
다른 왕당파와 달리 반군에 참여한 이력도 없었고, 무엇보다 마르소가 신분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낭트에 남아도 되었을 텐데, 안젤리크는 굳이 마르소를 따라 파리로 오겠다고 고집했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마르소가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덕분에. 혁명기에 결혼이란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잃을 뻔했다고 생각하니 간절해졌어. 혼인신고는 시청에 했고, 결혼식은 상황이 좀 좋아지면 하려구.”
“안젤리크는 허락했어요? 혹시 일방적으로 서류만 제출한 건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겠어? 당연히 허락하지.”
그때 지하 통로, 저 너머에서 초로의 중년인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하오, 마르소 소령. 아니, 이제 중령인가?”
유진도, 마르소도 멈췄다.
방금 전까지 유진과 마르소의 말을 듣고 있던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물론 들어도 될 사람이라 유진도, 마르소도 별로 괘념치 않았다.
한때 방데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
라 로셸 연대의 지휘관, 투로 대령이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간수를 보았다.
“열어주시죠.”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감옥은 엄중한 곳입니다. 함부로 들어간 게 밝혀지면, 국민공회에서 문제 삼을지도 모릅니다.”
“돈을 쓰면 안 될 게 없다고 들었는데?”
문득 유진의 옆에 있던 부관, 이폴리트가 키득 웃으며 품속의 주머니를 던졌다.
-쩔렁!
주머니 속, 은화를 확인한 간수가 눈을 번들거리다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파트롱].”
돈을 받자, 유진을 ‘주인(파트롱)’이라 부르는 자들.
이들이 이 혁명의 감옥, 콩시에르주리를 지키는 간수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콩시에르주리는 어처구니 없게도 [유료감옥]이다.
무슨 말이냐면 죄수들이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혁명 정국, 재판이 사실상 단심제로 운영되는 시대.
이곳에 갇힌 죄수들은 처벌받는 자들이 아니다.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수감되어 있는 미결수다.
상층의 재판소에서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며, 옛 시테 궁전 지하 감옥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최하층의 집단 감방으로.
사정이 나은 이들은 폭과 길이가 약 12미터인 정사각형 감방으로.
부유한 수감자들은 뇌물을 주고, 침대가 있는 감방으로.
현재 수감된 자들은 약, 600명.
반혁명 분자들로 낙인찍힌 이들과 왕당파, 그리고 망명했다가 잡힌 귀족들이 가득했다.
이들로부터 오히려 대가를 받는 게 이 감옥의 운영 방식이다.
돈이 있는 자들은 돈으로, 없는 자들은 몸으로.
원역사에서 이 감옥에 나폴레옹도, 그리고 조세핀도 갇힌다.
조세핀은 돈이 없었다.
아마도 이 감옥에서 조세핀은 몸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잠시 선뜩한 기분을 느끼며 유진은 이를 악물었다.
절대로 그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중년인, 투로가 눈앞에 보였다.
“이렇게 볼 줄은 몰랐군, 유진 소령.”
옆에서 마르소가 첨언했다.
“대령입니다, 이제.”
투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이미 장군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지. 축하하오.”
자신이 갇혔다는 것에 대해, 일절 분노 같은 것은 찾아볼 길이 없는 얼굴이다.
체념한 걸까?
유진이 창살 앞으로 다가가 투로에게 말을 건넸다.
“투로 대령님. 감옥은 살만합니까?”
“좋을 리는 없겠지. 하지만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하고 있소.”
“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파리는 곧 방데의 참극을 알게 되겠죠.”
라 로셸 연대의 지휘관, 투로 대령이 힘없이 웃었다.
“나 하나로 끝내 주시오, 보아르네 대령.”
방데 학살의 책임은 카리에와 로시뇰, 둘로 끝나지 않았다.
아예 덮기로 작정했다면 모를까, 이미 폭로된 상황에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학살 실무를 처리한 부대원들도 결국, 모두 파리로 불려와 갇히게 된 것이다.
특히 라 로셸과 방데 남부에서 학살을 지휘한 투로의 책임은 무겁다.
가만히 투로를 보던 유진이 말했다.
“혁명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리고 로시뇰과 카리에가 희생양이란 거군.”
“그 둘은 죽을 겁니다. 피하기 어려워요.”
그때 유진이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만났죠. 본격적인 학살을 하기 전에.”
분명 학살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원역사에서 투로는 문자 그대로 수십만을 학살한 도살자다.
그렇지만 유진을 만나면서, 투로는 학살 초기에 실행을 중단했다.
죄를 씻기 위해 유진을 도왔고, 또한 사령관 교체에도 일조했으며, 방데 내전을 조기에 종결시키는데 조력했다.
수십 만이 죽을 비극을 막은 일에 투로도 공이 있단 얘기다.
그렇기에 유진은 투로를 희생양으로 내놓았지만, 동시에 완전히 죽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사실 원역사에서도 투로는 본인의 죄를 통감하고 처벌을 받는다.
물론 그 처벌은 수십 만을 죽인 것만큼 혹독하다고 하긴 어려웠다.
그저 몇 년 감옥에 갔다가, 해외 외교관으로 나가는 벌이었으니까.
지금 유진이 내릴 형벌은 전혀 다르다.
투로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유진을 보았다.
“내게 주어질 처벌은 뭐요. 기요틴인가? 그래도 고통은 적겠군.”
“그보다 더 힘들 겁니다. 마르티니크니까.”
“마르티니크? 신대륙의 섬?”
눈을 깜박이는 투로에게 유진이 일렀다.
“혁명정부는 동인도를 잃어버린 타격을 ‘서인도제도’에서 만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곧, 마르티니크로 출동할 부대가 편성될 겁니다. [죄수부대]죠.”
바로 이게 유진이 투로에게 주는 [벌]이다.
사실 유진만의 생각은 아니다.
나폴레옹도 원역사에서 자신에게 반항하는 골치 아픈 혁명가들을 대거 마르티니크와 생 도맹그(아이티), 서인도제도로 보낸다.
식민지의 반란을 진압하고, 나아가 신대륙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세우라는 명목으로.
이미 혁명 초기부터 반란은 시작된 후다.
“마르티니크와 생 도맹그를 비롯한 서인도제도의 식민지 전역에서 반란이 일어났죠. 아시죠?”
“이야기는 들었지. 흑인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던데.”
“실체는 노예들보다 혼혈인들이 주도한 겁니다. 그게 더 골치 아픈 문제죠. 그들은 우리 프랑스인의 피를 이었고, 또한 어느 정도의 군사교육도 받았습니다.”
그저 노예반란에 불과했다면, 이미 현지 주둔군이 제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프랑스 서인도제도의 주류 체류민은 대부분 혼혈인들이다.
백인 노예주들이 흑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서자녀들이 많다는 뜻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자들은 이들을 노예 취급하면서도, 동시에 중간 관리자로 이용했다.
노예를 통제하는 중간 관리자가 반란을 일으키니, 노예주들이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나폴레옹은 자신의 반대 세력이었던 장군들을 파견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서인도에서 죽는다.
그러나 이는 반란이 극성기였던 17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아직 반란이 초기 단계인 지금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다.
투로가 미간을 좁히다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거 혹시 나만 가는 거요? 아니면?”
유진은 투로를 보다 입가를 비틀었다.
“아닙니다. 그것 뿐이라면 처벌이라고 하기도 어렵죠. 게다가, 당신 만으로는 그 위험한 전장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더 많은 인재와 병사들이 필요하죠.”
“라 로셸 연대만이 아니라 방데 진압군도 보낼 생각이오?”
“학살에 참여한 이들이라면 그렇습니다. 다만, 한쪽이 빠졌군요.”
순간 투로가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왕당파도 그쪽으로 가는 거요?”
이제야 유진의 의도를 알아차린 고지식한 투로를 냉정하게 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로슈자클랭과 레스퀴르가 당신 부하로 편성될 겁니다.”
진압군과 왕당파가 함께 간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신대륙 서인도제도로 파병되는 것이다.
투로가 지휘할 부대는 죄수, 불만이 가득할 전직 혁명군, 그리고 전직 왕당파 반군.
서로 증오하는 이들이 함께 총을 들고 식민지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
실로 가혹하기 그지없는 벌이다.
거세게 쇠창살을 붙든 채, 투로가 중얼거렸다.
“정말 죽음보다 더 힘든 처벌이군.”
“그곳에 맞이할 풍토병이나 흑인 노예들이 더 힘들 수도 있어요. 현지 주민은 대다수가 흑인 노예들에 동정적인 혼혈이고.”
“하지만 죄에 대한 대가로는 오히려 가볍소.”
유진은 조금 놀랐다.
어느새 투로의 눈이 오히려 열의로 빛나고 있었다.
투로가 힘주어 말했다.
“기꺼이 마르티니크에 종군하겠소.”
유진은 가만히 투로를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곳에서 5년을 버틴다면 약속하죠. 프랑스로 귀환하거나, 아니면 더 넓은 대륙으로 갈 겁니다.”
“넓은 대륙이라고? 어디로?”
“루이지애나.”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다시, 누벨 프랑스를 되찾는 첨병이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누벨 프랑스, 곧 신대륙의 프랑스 식민지.
루이 15세 시절, 7년 전쟁에서 패배하며 모조리 빼앗겼던 장소다.
허나 유진은 알고 있다.
향후, 나폴레옹이 집권하게 된다면, 다시 루이지애나 일대를 손에 넣을 기회가 온다.
그때 만약 서인도제도가 완전히 평정되어 있다면 어떨까?
프랑스가 서인도제도를 통해 식민지로 군대를 투사할 수 있다.
순간, 투로가 답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기꺼이 가지.”
투로는 눈을 깜박이다 경악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왕당파의 수괴, 로슈자클랭이었다.
“로슈자클랭? 당신이 어떻게!”
“이 감옥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더군요. 우리 [파트롱]은 돈이 많으신 모양이고.”
“그, 그건 그렇더군.”
로슈자클랭은 투로를 뚫어져라 보다 말했다.
“함께 대서양을 건너봅시다, 투로.”
서로 죽고 죽이던 사이다.
한때 적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기도한 적도 있다.
허나, 내전이 끝난 지금, 둘은 함께 신대륙으로 가야 한다.
이 프랑스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섬, 다시 그보다 더 먼 곳에 있을 대륙까지.
투로가 몸을 떨다 외쳤다.
“죄의 대가로 속죄의 모험이라, 기꺼이 하지!”
한때의 진압군 지휘관과 반란군의 총수는 손을 잡았다.
혁명기가 만들어낸 희생양을, 유진이 신대륙 개척의 첨병으로 보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