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2화(63/547)
(62) 유진이 파리에 보아르네 카르텔을 만들다
서기 1794년 3월, 파리 치안사령부는 오늘도 바쁘다.
“혁명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졌나?”
군사 업무는 몸을 쓰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서류 작업이 대다수다.
근대 군대가 될수록 더욱 서류작업이 중요하다.
군수 계획, 모병 일정, 병기 공급.
모두 서류 작업을 통해 결정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치안사령관 나폴레옹의 업무 방식도 마찬가지다.
현재 나폴레옹은 정신없이 서류를 검토하고 서명하며, 회의를 개최했다.
효율을 중시하는 성향답게, 업무와 회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부하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지만 말이다.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은 채 브리핑을 시작했다.
“예, 투로를 비롯한 라로셸 연대와 학살에 직접 책임이 있는 병사들, 그리고 왕당파 3천 명이 마르티니크로 추방형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선단인데, 영국의 해상 봉쇄는 문제 없겠나?”
“문제 없습니다. 영국도 우리 쪽 대서양 방면을 전면 봉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도착하고 난 뒤가 문제죠.”
결국 투로와 왕당파는 신대륙의 세상, 서인도제도로 떠났다.
현재 서인도제도 프랑스 식민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서다.
영국 함대가 조금 방해는 하겠지만, 18세기 말 함선 수준으로는 완전 해상봉쇄가 불가능하다.
사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에 실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국이 대규모 함대를 파견한다고 해봐야 전열함 30척 정도.
망망대해를 떠나는 함대의 항로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요격하기는 무척 어렵다.
허나 결국 도착한 후, 투로와 로슈자클랭은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나폴레옹은 잠깐 상념에 잠긴 유진을 향해 다시 물었다.
“카리에와 로시뇰은?”
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냉정히 답했다.
“사형입니다.”
“르케일, 르콩트, 거기에 베스테르만까지 살아남았는데, 로시뇰만 죽는 거군.”
“나머지 인물들은 공안위원회의 의원들과 연결되어 있다더군요. 승리의 조직자 카르노와 재담꾼 당통이라고 하던데요.”
유진이 슬쩍 비꼬자, 나폴레옹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런 식으로 봐준다면 북부군이 납득할까? 지금 북부군에서 생 쥐스트가 날뛰고 있다지?”
“예, 다행히 장군의 인척인 오슈는 무사하다고 합니다.”
“우리 소년기수의 친구겠지. 하여간 다행이군.”
결국 혁명군 숙청 작업은 막지 못했다.
생 쥐스트는 북부군에 정식 파견의원으로 나갔다.
카리에처럼 시민을 학살하는 자는 아니지만, 대신 귀족을 학살하는 자가 생 쥐스트다.
귀족 출신 장교들을 적발해, 가혹한 심문을 벌인 후, 파리 혁명재판소로 족족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유진은 굳이 막는 대신, 북부군만 우선 숙청하도록 유도했다.
이유가 있다.
해군을 지키기 위해서다.
원역사에서는 뒤무리에 망명 사건이 1년 빨리 벌어진다.
그리고 생 쥐스트와 공안위원회의 군 숙청도 훨씬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그 결과 그렇잖아도 귀족 비율이 높은 해군이 직격타를 맞는다.
특히 유진의 마르세유 카르텔로 피신해온 브뤼에와 그 수하들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때 나폴레옹이 예상치 못한 얘기를 꺼냈다.
“자칫 이 여파, 자네 부친에게도 미칠 수 있네. 알지?”
유진은 눈을 살짝 크게 뜨다 피식 웃었다.
분명 알렉상드르도 북부군의 지휘관 중 하나다.
그렇지만 무능한 데다 오슈가 파견된 탓에, 일선 지휘를 맡은 적이 별로 없었다.
원역사에서야 패전 책임을 졌다지만, 패전 자체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별 일 없을 거라 여기며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무사하시겠죠. 뭐, 어릴 때 저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 별로 신경 안 씁니다.”
“그렇군. 하긴 조세핀도, 아니 마담 파제리도 늘 그 얘기 하더군. 권력에 미쳐서 자식을 버렸다고.”
“예? 제 어머니가요? 언제 그러셨는데요?”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폴레옹이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아, 어제 살롱에 다녀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 마담 파제리의 집에서 출근하셨죠? 제가 모시러 갔던 기억이.”
“쥐노! 그런 거짓을 누가 고하라 했나! 이거 다 거짓말이야, 알지! 유진 대령!”
부관 쥐노가 주책맞게 끼어들어 떠들자, 나폴레옹은 격분해 소리쳤다.
잠시, 적막이 치안사령부 회의실을 맴돌았다.
설사 눈치 없는 자라도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다.
어제,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저택에서 잔 것이다.
혼자 잤을까?
모든 부관들이 유진에게 눈치를 주었다.
이 적막을 어떻게 해보라는 듯한 눈치다.
하지만 오히려 유진이야말로 기가 막힌 상황이 아닌가?
“아, 예. 음.”
유진이 애써 침묵을 깨려는 찰나, 계급이 낮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부관이 불쑥 문을 열었다.
“어이, 면회다. 유진! 엇, 사령관도 계셨습니까?”
“무슨 일이지? 유진 대령은 지금 나와 작전회의 중이네. 게다가 9시에는 외근이 있다고 들었는데?”
“예, 그렇죠. 저랑 ‘방데’ 특수중대가 수행하는 일이 있긴 합니다. 그건 그런데.”
유진의 부관, 대위 이폴리트가 눈을 찡긋거렸다.
“공주님, 아니 마드모아젤 마리 양이 오셨는데요?”
그러자 여유를 찾은 나폴레옹이 짐짓 유진을 보며 일렀다.
“그건 가봐야겠군, 유진 대령.”
이번에는 유진이 당황할 차례다.
유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쓰게 웃었다.
회의 중, ‘연애질’이나 하러 갈 수는 없지 않을까?
“아, 그건 사적인 일이니 나중에 만나도 될 것 같습니다.”
“안돼. 자네는 아직 군인이 덜 됐군. 군인이 처음 귀향하면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나?”
“그, 글쎄요. 가, 가족을 만나는 일인가요?”
문득 작전을 명하는 것처럼 아주 엄숙한 얼굴로 나폴레옹이 선언했다.
“이제, 배워야겠군.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연인’일세!”
실로 프랑스인보다 더 프랑스인 같은 말에 유진은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회의장에서 쫓겨나면서 말이다.
***
그러니까 군인이 군대에서 귀향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연인을 만나는 일이다.
“당연히, [랑데뷰]부터 해야지! 대체, 맨날 일만 하고! 지금도 또 어딜 가는 거야? 같이 가!”
파리에도 봄이 왔다.
2월 한 달 동안 방데 이슈가 파란을 일으킨 게 무색할 만큼 좋은 날씨다.
해서 유진도 치안사령부를 벗어나 잠시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다름 아닌, 치안사령부로 직접 달려온 마리 테레즈와 함께.
-다그닥.
조랑말 두 필이 머리를 나란히 하고 파리 시내를 걷는다.
랑데뷰, ‘만남’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그러니까, 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애 천국 프랑스답게 연애질에 대한 단어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육체적 교섭과 관련된 의미라, 나름 규중처녀 마리 테레즈는 아주 완곡한 표현을 쓴 것이다.
유진은 조랑말을 탄 채, 파리 거리를 걷다 마리를 보며 쓰게 웃었다.
“아니, 무슨 분리불안 걸린 강아지도 아니고. 왜 그래요, 공주님?”
“마리라고 불러! 그리고 누가 강아지라는 거야! 너, 마르세유에서 대체 뭐 했어? 거기 여자애들은 예뻐?”
“공주님. 아니, 마리.”
문득 유진이 옆에서 역시, 조랑말에 탄 마리에게 바싹 다가서며 물었다.
“지금 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마리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젖혔다.
아직은 분명 소년이지만, 이제 슬슬 성장기가 오는 듯 키카 크고 있다.
어느새 마리와 비슷할 정도로 자란 유진이 다가오자 심장이 두근 거린다.
“왜, 왜, 왜 이래. 너, 너무 가깝잖아. 마, 말끼리 부딪쳐!”
“어릴 때는 나 맨날 쓰다듬었으면서 무슨 소리? 게다가 언제는 붙어서 떨어지지 않겠다면서. 오늘도 나 보겠다고 온 거 아냐?”
“그야 거의 1년 만에 보는 건데, 나 먼저 보러 오지도 않구. 어쨌든, 떨어져!”
유진은 싱긋 웃다,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었고, 솔직히 너무 바빠서 다른 생각할 틈도 없었어. 매일이 전쟁 같거나, 또는 전쟁터였어. 특히 툴롱이나 방데는 조금만 한눈 팔아도, 옆의 동료가 죽어 나가는 곳이었으니까.”
본래 거짓말은 9할의 진실과 1할의 거짓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사실 유진이 그동안 정신없이 싸우고, 사업을 벌이고, 다시 전쟁에 뛰어든 것은 사실이다.
허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어쨌든 마르세유에서 떠나기 전날 밤, ‘프렌치’ 키스 선물 하나는 받았으니까.
그러나 집착적이긴 하지만 착한 마리는 유진의 말에 눈물을 글썽였다.
“많이 힘들었어? 그러고 보니, 얼굴이 반쪽이 된 거 같아.”
“그냥 성장기라 그래. 아직 젖살 그대로라고. 좀 더 빨리 커야 하는데.”
“빨리 안 커도 돼! 무사한 게 더 중요해. 이제 전쟁터 같은 건 가지 마!”
마리의 말에 유진은 난처하게 웃다 턱짓했다.
“우리 철없는 공주님도 참. 칭얼대지 마. 올해는 파리도 전쟁터가 될 테니까.”
마리는 유진의 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거리를 봐. 왕궁이나 교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보일걸?”
“응?”
그때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마리의 조랑말이 깜짝 놀랐다.
-쾅!
마리가 놀라 시선을 돌리자, 거리의 상점에서 악다구니를 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니, 빵값이 하루 만에 2배가 오르다니 말이 돼!”
“뭐가 안 돼! 밀이 안 들어오니 어쩔 수가 없잖아! 그나마 여기가 파리니까 이 정도지, 지방은 어떤 줄 알기나 해?”
“무슨 헛소리야? 내가 지난달에 마르세유에 있을 때는 이 빵값의 절반이었어!”
빵 가게 앞에서 빵집 주인과 손님들이 멱살을 잡고 싸운다.
비록 먹는 음식은 왕실 때와 비교할 수 없지만, 마리는 굶어본 적이 적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진의 부탁을 받은 레카미에가 생활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또한 혁명정부 입장에서도 구왕실 왕족들이 굶어 죽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야 없는 노릇.
하지만 교외에서 파리로 들어오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푼 줍쇼! 제발 한 푼만 줍쇼!”
팔 한쪽이 없는 거지가 한 손으로 울부짖으며 외쳤다.
아마도 전쟁 와중에 부상을 입었거나, 학살 현장에서 피해서 도망친 사람일까.
그렇지만 시민들은 모두 외면하며 지나칠 뿐이다.
그때 몰려다니던 시민들 사이로 비명이 터졌다.
“꺄악! 도둑이야!”
문득 뛰쳐나오는 도둑을 본 유진이 조랑말의 고삐를 휘어 감았다.
“저 녀석은 잡아야겠군.”
“뭐, 뭘 하려구?”
“군에서 늘 하던 일.”
순간, 말 위에서 유진이 피스톨을 꺼내 겨누었다.
-철컥, 탕!
수석식 피스톨은 미리 장전해 놓아야, 격발할 수 있다.
요컨대 유진은 마리와의 ‘랑데뷰’ 시간에도 장전 피스톨을 들고 나왔다는 얘기다.
소리에 놀라 마리가 귀를 틀어막을 찰나, 저 멀리서 도둑이 다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시민들이 흩어지는 와중에, 유진이 말을 몰아 도둑 앞에 섰다.
말 위에 탄 유진은 준엄하게 외쳤다.
“파리 치안군 소속 대령, 유진 드 보아르네다. 치안군의 권한으로 도둑을 체포하겠다. 자, 모두 해산!”
“사, 살려주세요! 저, 저는! 그냥 살고 싶어서!”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주라구. 그리고 넌 강제입대다. 투르네!”
그 순간, 한참 뒤에서 따라오던 ‘호위’ 투르네가 다가와 씩 웃었다.
“예, 대령님. 어이, 당장 일어나! 총 맞은 데도 없으면서 뭘 엄살이야?”
“구, 군대 가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아니면 여기서 총살당하든가.”
이제 투르네의 계급장도 소위다.
유진의 승진과 함께, 유진 직속 부하들도 같이 승급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 마리가 멍하니 속삭였다.
“이제 완전히 군인이 됐구나, 유진.”
마리는 유진이 도박신동이던 시절만 잘 알고 있다.
그때라면 이런 방식으로 사태에 대처하지는 않았을 터다.
흘깃 마리를 돌아보며 유진이 빙긋 웃었다.
“나도, 우리 공주님을 지켜야 하니까.”
마리는 어쩐지 슬픈 기분을 느꼈다.
모두 자기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순, 마리가 말에서 내려 유진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어, 왜 그래? 마리?”
물론 유진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놀랐지만 말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니, 뭔가 전혀 이해를 못한 얼굴인데? 어차피 그게 아니라도 이런 시대에는 군인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 집안은 군문이었다고.”
“그렇지만, 나만 아니었다면.”
유진은 마리를 간신히 떼어내다, 아예 말 위로 마리를 끌어 올렸다.
아직 성장하지 않은 유진으로서는 조금 버거웠지만, 마리가 알아서 올라와준 것이다.
땀을 닦아내며 유진이 마리를 돌아보며 웃었다.
“기왕 탄 거, 같이 가자.”
“어딜 가는데? 나랑 놀러 나온 거 아니었어?”
“일이 있다고 했잖아?”
유진은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간만에, 반가운 얼굴 보러 가자고. 왕실 시절 사람이야.”
바로 오늘 유진이 치안사령부를 나서고 있던 이유다.
투르네와 이폴리트, 그리고 직속 수하들과 함께.
***
모든 게 남 탓이라고 생각하는 왕실 시동도 세상에는 있다.
-찌릉, 찌릉, 찌릉.
밖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아르망은 낯을 찡그리며 일어났다.
벌써 해가 뜬 후지만, 숙취가 머리를 짓눌러 온다.
어제 너무 마셨던 모양이다.
한데, 대체 누가 찾아온 걸까?
비틀거리며 아르망은 잠옷만 걸친 채 밖으로 나섰다.
“뭐야. 귀찮게. 응?”
문 밖에 있는 의외의 얼굴, 유진이 아르망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여, 오랜만이야. 아르망?”
“너는, 유진? 아니, 고, 공주도 있잖아?”
“이제는 마드모아젤 마리라고 불러. 공주라는 말 함부로 했다간, 이렇게 목이 슥하고 잘린다고?”
유진의 너스레에 아르망은 미간을 찡그렸다.
연전, 왕비 재판 때 아르망은 유진을 도운 적이 있다.
그 대가로 돈을 받긴 했지만, 벌써 술과 도박으로 날려버린 지 오래다.
눈앞의 도박신동처럼 도박이라도 잘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보낸 1년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도박신동이 자신을 방문한 걸까?
그것도 몰락한 왕실의 전직 공주와 함께 말이다.
유진은 가볍게 집안을 둘러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군. 설마 돈 한 푼 못 벌고 있는 건가?”
“하, 이런 시대. 뭘 할 수 있다고.”
“왜, 군대 가면 되지.”
유진의 심상한 말에 아르망은 격분해 고함쳤다.
“쉽게 말하지마! 군은 아무나 가는 줄 알아? 나 같이 왕당파로 의심받는 자는 입대시켜 주지도 않아! 너처럼 특별히 소위부터 시작하는 자와는 난 처지가 달라!”
차라리 혁명을 위해 군에 투신하고 싶었다.
그러나 전직 왕실 시동, 아르망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왕실과 연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진은 아르망을 보다 피식 웃었다.
“그럼, 입대시켜주면 싸울 수는 있고? 총은 써본 적 있어?”
“그, 그건!”
“됐어. 어차피 넌 군인으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으니까.”
순간, 유진이 아르망을 정시했다.
“기회를 주지, 아르망 가네.”
동시에 유진의 뒤에서 이폴리트와 병사들이 일제히 짐을 들고 나타났다.
-척, 척, 척!
어안이 벙벙한 아르망을 향해, 이폴리트가 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휴, 아이고 힘들다. 어이, 오랜만이야? 잘 지냈나? 신수가 훤하진 않군.”
“이폴리트 샤를? 너, 군인이 됐나?”
“몰랐어? 이래뵈도 벌써 대위님이시라고. 하하하!”
문득 이폴리트가 자랑스런 얼굴로 유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유진 보아르네 대령님의 부관이시지.”
대령, 연대를 지휘하는 장교를 가리키는 말.
부하만 최소 1천 명을 거느리는 지위다.
이 혁명의 시대에는 그렇게 놀랄 정도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군인조차 되지 못한 아르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아르망을 향해 일렀다.
“놀랄 건 없겠지. 네 말대로 난 소위로 시작했으니까.”
“아, 아무리 그래도, 대, 대령이라니.”
“역시, 놀랄 건 없어. 이제부터 더 놀라운 일을 해야 할 테니까.”
잔뜩 쌓인 짐을 돌아보며 유진이 말했다.
“보아르네 [카르텔]의 파리 연락소 담당이 되어줘야겠어, 당분간. 이 집이 이제 연락처가 될 거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전직 왕실 시동의 집.
비밀 연락소로 쓰기에 딱 좋은 장소다.
그렇지만 아르망도, 나아가 따라온 마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였다.
아르망이 멍하니 있다, 유진을 보며 물었다.
“너, 대체 군에 가서 뭘 한 거냐? 게다가 카르텔은 또 뭐고?”
유진의 뒤로 산더미 같은 보급품, 편지, 그리고 카르텔 직원들과 우편중대원들이 도열했다.
아직 작은 소년인 유진이지만, 그 모습은 무척 거대하게 보였다.
햇살 속 그림자가 드리워진 속, 유진이 걸어나오며 싱긋 웃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까?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은화를 쥐었지.”
“뭐?”
“그 중, 은화를 다루는 게 바로 [보아르네 카르텔]이다. 그리고.”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버려진 왕실의 개, 아르망 가네. 네게 보아르네 카르텔에 들어올 기회를 주마.”
아르망은 멍하니 있다 일어났다.
아무것도 되지 않던 아르망의 세상이 바뀌고 있었다.
1794년 3월 2일.
보아르네 카르텔이 파리에 입성하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