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4화(65/547)
(64) 19세기 최고의 화학재벌을 잡다
화학은 18세기 말, 최신 과학이다.
원역사 현대로 따지면 인공지능, 양자반도체, 유전복제 연구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최첨단 산업.
이 화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일국, 아니 문명의 성패가 좌우된다.
왜?
당장 3가지가 문제다.
화약, 비료, 그리고 동력이다.
전쟁에 쓰이는 화약의 합성, 농업에 사용되는 비료의 개발, 곧 본격화될 산업혁명에 투입될 석탄에 대한 연구.
이 모든 게 물질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 화학(chemistry) 발전과 함께 한다.
한때는 연금술사로 불리던 이들이 시대의 선도자가 된 셈이다.
그렇기에 유진이 라부아지에를 고르러 온 이유도 간단하다.
프랑스의 화학 분야를 사업적 측면에서 손에 넣기 위해서다.
특히 완전히 궁지에 몰린 천재 화학자를 잡아서.
라부아지에가 유진을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카드를 골라야 하는 건가?”
됐다.
유진은 남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라부아지에가 반쯤 넘어왔다.
사실 고집센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군중에게 포위당해 죽을 뻔한 게 꽤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겉으로는 태연하게 유진이 설명했다.
“하나는 사신, 처형대로 가는 길입니다. 아까 그 폭도들이 우습게 보이시진 않겠죠? 문제는 그 폭도들이 지금 파리의 여론을 주도한다는 거죠.”
“알고 있어. 그러니 내가 국민의회 시절에는 의원 했는데도 이 꼴이지.”
“그때야 온건파가 권력을 잡았을 때죠, 의.원.님.”
지금은 국민공회 시대.
라파예트와 브리소, 죽은 미라보가 주도하던 초기 국민의회와 다르다.
급진강경파, 자코뱅 산악파가 정국을 주도한다.
그러니 라부아지에를 지켜줄 [권력]이 없다.
유진은 다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다음 카드는 망명입니다.”
“영국으로 가란 건가?”
“그쪽으로 가면 반역자죠. 하지만 다른 길이 있습니다. 신대륙, 그러니까 미국입니다.”
유진의 말에 모두가 놀랄 찰나, 유진은 태연히 말했다.
“미국으로 가는 건, 오히려 혁명정신을 지키는 길이 되죠. 망명자라고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사실상 프랑스가 만들어준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기둥뿌리를 뽑아, 미국 독립자금을 댔다.
게다가 미국의 공화정부는 오히려 혁명 프랑스보다 ‘선진적’인 제도를 실행 중이다.
또한 주요 혁명 인사들이 프리메이슨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이래저래 프랑스 혁명파, 특히 온건파는 대체로 미국에 친화적이다.
영어가 좀 걸리지만 라부아지에 같은 천재쯤 되면, 영어도 제법 한다.
특히 옆에서 눈을 반짝이는 부인 마리안은 영어 능통자기도 하다.
그러나 라부아지에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보통 3번째가 있더군. 그 카드는 뭔가?”
“망명도 싫으십니까?”
“나도 나름 애국자라고. 게다가 조국이 전쟁 중인데, 아무것도 못한 채 떠나고 싶진 않네.”
문득 라부아지에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화약을 만들어야 해. 그것도 아주 고순도의 화약을 대량으로! 우리는 초석을 수입할 수 없으니, 합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바로 이게 라부아지에가 아직 살아남은 이유다.
본래 라부아지에는 혁명 전, 화약총국의 총책임자였다.
다만 혁명이 일어난 후, 그 자리에서 밀려났을 뿐이다.
유진이 가장 먼저 라부아지에를 통해 진행하려는 사안이기도 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이 말했다.
“맞아요. 초석의 합성,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 이런 것들 다 필요하죠. 하지만 군에 시급히 그보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다. 무슈 라부아지에.”
“음? 뭔가 ‘무연’인 화약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뭐가 더 시급하단 거지?”
“뇌전수은.”
초석의 근본인 질소합성과 불순물이 남지 않는 무연 화약.
향후 19세기 전장을 바꾸게 될 발명품들이다.
그렇지만 유진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
뇌전수은, 혹은 뇌홍.
화약을 부싯돌 대신 기폭시키는 기폭제.
1799년 영국에서 합성될 물품이다.
요컨대 5년 전인 지금, 라부아지에도 원리만 알려주면 충분히 가능하다.
유진은 나폴레옹에게 그랬듯, [동방신비]를 뒤섞어 라부아지에에게 설명했다.
“동방제국 청나라, 아니, [칭]의 화약공들이 만들었다는 기폭제입니다.”
“칭? 저 멀리 동쪽 끝, 대륙을 지배한다는 제국? 그곳이 그렇게 발전했나?”
“오히려 우리에게 뒤처졌죠. 그러나 특별한 화약 정도는 있습니다.”
아직, 청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시대.
유럽인들은 동방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니 유진이 ‘뻥’을 친다고 라부아지에가 알 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기폭제, 뇌홍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수은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지극히 폭발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가능합니다. 수은을 질산에 용해시키고, 다시 에탄올을 첨가하면 됩니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 뇌홍은 전쟁사를 바꾼 숨은 공신이다.
그래서 전공자인 유진도 비율은 몰라도, 대충 만드는 법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뇌홍이 안정적인 물질이 아니란 거다.
“이 물질은 아주 가벼운 충격만으로도 폭발합니다. 그 폭발력만 있다면, 부싯돌을 대체할 수 있지만, 안정화 시키는 게 관건이죠.”
그때다.
“제가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원리를 한 번 얘기해 주십시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소리치자, 유진이 눈을 깜박였다.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청년이다.
그렇지만 분명 라부아지에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누굴까?
그런데 라부아지에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 이 친구라면 가능할 걸세. 나보다 젊고, 또 나만큼 영리하지!”
“누군데요?”
“후후, 지금은 이 친구를 아무도 모르지만, 앞으로는 누구나 다 알게 될 걸세.”
문득 라부아지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엘뢰테르 이레네 듀퐁일세!”
이 순간, 놀란 사람은 유진 말고는 없을 것이다.
***
엘뢰테르 듀퐁은 몰라도, [듀폰]은 원역사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바로 ‘나일론’을 발명한 미국 최대 화학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발명은 20세기 초반의 일이고, 듀폰의 연구원이 한 일이긴 하다.
허나 어떤 기업이든 창업주는 있는 법.
눈앞의 청년, 듀퐁이 바로 [듀폰]의 창업주다.
“듀퐁이라고 합니다. 라부아지에 의원님께 화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19세기 미국 최대 화학재벌을 이렇게 만날 줄은 유진도 몰랐다.
당대 미국의 최대 화약 공급업자였고, 손자는 남북전쟁 기 북군의 화약 과반을 공급한다.
시기를 잘 탄 덕이긴 하겠지만, 그만큼 창업주의 실력과 수완이 뛰어났단 얘기다.
집으로 가는 길, 말 위에서 유진이 머리를 긁적이다 물었다.
“혹시, 미국 갈 생각 있어요?”
“예? 신대륙의 미합중국 말입니까? 어, 당연히 멋진 나라죠. 우리 혁명정부의 이념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독립에서 많은 걸 본땄구요. 물론 우리 프랑스의 계몽주의가 그곳에 전파된 덕이지만!”
“그런 흰소리 말고. 미국에서 화학 연구나 사업을 해볼 생각 있냐는 얘기입니다.”
그러자 듀퐁이 낯을 흐리다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신동이라더니, 감이 좋으시군요. 솔직히 그런 생각 가끔 합니다. 시국이 이러니까요.”
라부아지에가 원역사에서 처형될 때, 듀퐁은 부친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루이지애나 매각에도 잠깐 관여하고, 실패한 나폴레옹의 서인도제도 진출에도 조금 관여한다.
프랑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서인도 원정 때, 나폴레옹에게 군복을 납품했다가 돈을 떼먹히는 사태가 벌어진다.
결국 듀퐁은 정나미가 떨어져 미국으로 정식 귀화한다.
나폴레옹의 소인배적 인색함으로 인재를 잃은 사태 중 하나랄까.
하지만 아직은 라부아지에가 죽지 않았다.
돈도 떼먹힌 적도 없고 말이다.
그때 저 멀리서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
거리 저편을 보다 듀퐁이 낯을 찌푸렸다.
“저 소리 들리십니까? 기요틴이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오늘도 누가 죽는 모양이군요.”
“아마 카리에일 겁니다. 방데에서 학살을 벌인 대가를 치르는 거죠.”
“그 자는 죽어 마땅하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기요틴에서 죽어갑니다.”
중세, 처형은 축제였다고 한다.
불만 가득한 민중은 죄수가 처형되는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던가.
지금 혁명정부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방데의 학살자, 카리에가 죽었다.
다음은 누굴까?
“어쩌면 라부아지에 의원님도 돌아가셨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듀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 만이 아니라 제 아버지도 그런 얘기를 하시죠.”
어쩌면 듀퐁은 굳이 라부아지에가 죽지 않았어도 미국에 갔을지 모른다.
미국이 프랑스보다 더 큰 기회, 더 빈 땅, 더 많은 자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그러나 아직은 프랑스가 더 강대국인 시대다.
유진은 그 점을 헤아리다 듀퐁을 정시했다.
“좋아요. 어차피 당신이 당장 미국에 갈 수는 없겠죠. 가산도 있고, 또 라부아지에도 지켜야 할 테니.”
“아, 생각만 그렇다는 거지 구체적 계획을 세운 건 아닙니다, 대령님.”
“그럼 날 도와주시죠. 라부아지에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듀폰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뇌전수은이라는 거, 말씀대로 화학적 변형을 수은에 일으키면 가능할 것 같긴 한데요. 한 번 자금과 연구실만 있다면 연구해 보겠습니다.”
“아니, 그건 시작입니다.”
“예?”
유진은 저 멀리 보이는 퇼르리 궁전을 보다, 입가를 비틀었다.
“만약 뇌전수은을 만든다 해도, 그걸 그냥 정부에 바쳐 버리면 교섭이 안 됩니다. 이용가치가 없어진 라부아지에는 죽겠죠.”
“그, 그럴수도 있겠군요.”
“뇌전수은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도 계속 탁월한 물품을 만들어 바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소시에테]죠.”
전혀 예상치 못한 유진의 말에 듀퐁이 눈을 크게 떴다.
“소시에테라구요? 상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국영 화약공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죠?”
“예? 아, 알죠. 그리뇽에 화약공장이 있지 않습니까?”
현재 프랑스 혁명정부는 파리 남서부, 그리뇽에 화약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에 당대 최고의 화학자들이 투입되어 화약증산을 지휘 중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만들어지는 성과물은 모두 국가의 것이다.
유진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이걸 상회, 곧 기업의 형태로 민간인이 보유한다면 얼마나 큰 이익이 생길까요?”
본래 10년 뒤, 듀퐁이 미국에서 벌일 일이다.
미국 전체의 화약을 독점 공급하는 사업자로서.
비록 귀족 출신이긴 하지만, 본인은 아직 일개 화학연구자인 듀퐁으로선 생각 못했을 발상.
놀란 듀퐁에게 유진이 싱긋 웃으며 제안했다.
“뇌전수은은 만들어지면 화약과 함께 필수적인 군수품이 될 겁니다. 그걸 시작으로 화학 상회, 아니 거대한 화학 기업을 만들어보는 거죠. 보아르네와 듀퐁의 기업을.”
너무 거대한 ‘비전’에 듀퐁이 압도된 채 물었다.
“제, 제가? 어떻게 가능할까요?”
“물론 공짜로 해주겠다는 건 아닙니다. 자본은 제가 댈 겁니다. 그리고 공동기업의 지분을 주는 대가로, 당신이 내게 줘야 할 게 있어요.”
“뭡니까?”
실은 유진이 없어도 화학재벌이 될 남자를 보며, 유진은 눈을 찡긋거렸다.
“특허. 향후 10년간.”
이것이 바로 유진이 듀퐁을 얽어맬 족쇄다.
***
1주일 후, 듀퐁은 들뜬 기분으로 카페 보아르네를 찾았다.
오늘은 드디어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날이다.
그동안 스승은 죽을 위기에, 듀퐁 스스로도 처지가 위태로웠다.
그런데 안전책을 보장받으면서, 화학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투자금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소시에테, 곧 기업의 형태로.
사장이 된다는 마음에 들떠 들어선 듀퐁은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한 ‘안주인’이 카페에서 유진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어머, 새로운 손님이네? 난 라부아지에를 데려올 줄 알았는데?”
누구나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프랑스에는 있다.
초상화가 국가 전체에 퍼져 ‘숭배’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존재들이다.
왕족.
그중 구왕실의 보석, 공주 마리 테레즈가 유진의 앞에서 웃고 있었다.
본래 귀족 출신인 듀퐁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 공주님? 죄, 죄송합니다! 귀, 귀족으로서 지켜드리지 못해서!”
“괜찮아요. 이런 세상에 무슨 공주? 마드모아젤 마리 테레즈라고 불러주세요. 아님 마드모아젤 카페라든가.”
“그럴 수가! 아니, 괜히 들켰다간 공주님이 위험해지는군요. 알겠습니다!”
듀퐁이 유진을 돌아보며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입헌군주파라는 게 정말이었군요, 무슈 보아르네!”
유진은 커피를 홀짝이며 피식 웃었다.
듀퐁은 아무래도 말만 공화파지, 실제로는 입헌군주파에 가까운 온건파인 모양이다.
왕실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면 일이 더 쉬워진다.
문득, 유진이 준비한 계약서를 내밀었다.
“자, 우리 공주님과 함께 계약서를 하나 써주시죠. 무슈 뒤퐁.”
“무, 무슨 계약서입니까?”
“당신에게 1백만 리브르를 투자하겠습니다.”
금액 단위에 재차 경악한 듀퐁에게 유진이 계약서 한 곳을 가리키며 일렀다.
“대신, 앞으로 10년 간 당신이 개발할 특허는 모두 제 명의입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질 회사의 대표는 당신. 단, 앞으로 회사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은 공주님을 통해서 합니다.”
실로 좋은 조건이다.
물론 본인이 앞으로 개발할 ‘특허’가 얼마나 가치를 갖는지 모른다면.
아직 자신의 잠재능력을 전혀 모르는 듀퐁은 고개만 주억거리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슈 보아르네, 왜 당신이 지휘 감독하지 않죠?”
“왜냐면 지금은 내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죠. 어차피 실질 업무는 당신이 하면 됩니다. 공주님께 보고드려야 할 일은 최종 결정 사안입니다.”
“흐음, 공주님이 그러니까 제 [파트롱]이 되는 겁니까?”
이를테면 ‘바지사장’이다.
마리 테레즈라면 ‘치마사장’이라 불리워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기왕 모시는 상관이 경외하던 왕족이라면, 고개를 숙이기 더욱 쉬워진다.
이미 투자계약 체결을 결심하고 온 길.
-스스슥!
듀퐁은 신나게 잉크를 깃털펜에 찍어 서명했다.
“좋습니다. 10년, 공주님과 그 기사에게 바쳐보죠!”
이 순간, 유진은 19세기 최고의 화학재벌을 잡는데 성공했다.
뇌홍의 예고된 발명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