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5화(66/547)
(65) 당통은 살고 싶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으며, 사업 소문은 사업가가 듣는다.
“파리에 방크 드 보아르네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당통은 퇼르리 궁전 인근의 카페에 앉아, 천연두 자국을 긁었다.
아직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이 발표되기 직전인 시대.
천연두는 여전히 사람을 죽이는 위험한 질병이다.
살아남아도 당통처럼 낯에 흉한 곰보자국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구에 얼굴은 거칠지만 의외로 유머감각이 넘치는 남자, 당통이 심각하게 말하는 은행가를 보며 웃었다.
“원래는 없었나? 보아르네 은행의 이름으로 동인도회사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같은데. 그냥 파트롱만 돌아온 거 아닌가?”
“외젠, 아니 유진 드 보아르네가 종군했을 때부터 거래가 끊겼습니다. 자산은 모두 레카미에 은행이 인수했죠.”
“과연, 그 신동은 참 남에게 잘 맡기는군. 이 혁명기에 누굴 믿을 수 있다고, 쯧. 레카미에 같은 은행가를 어떻게 믿고?”
문득 당통은 손사래를 치며, 눈앞의 은행가 사바티에에게 일렀다.
“아, 무슈 사바티에.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오. 당신은 아주 믿을 만하지!”
동인도회사의 대주주이자 파리의 대은행가, 기욤 드 사바티에가 낯을 찡그렸다.
“제 평가야 어쨌든 좋습니다. 문제는 유진입니다.”
“영국식 이름을 가진 그 신동이 뭐가 문제란 거요?”
“본인은 신대륙 식이라더군요. 그 친구가 신형 [고폭화약] 개발자로, 라부아지에를 추천했다지요?”
얼마 전, 공안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을 떠올리며 당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마라가 갈길이 날뛰었지만, 뭐라더라? 동방의 신비로운 화약을 만들어 보겠다던가? 그게 실패하면 그때 라부아지에를 죽이라더군. 남의 목숨 거는 거야 쉬운 일이지.”
“아니죠, 아니죠! 그 뒤를 보셔야죠. 신형 화약의 공장이 누구 겁니까?”
“그거야, 보아르네 은행이 자금을 댄다고 했으니. 뭐, 보아르네 방크의 소유인가?”
혁명정부는 재정이 극히 모자란다.
그러니 군수품도 겨우 대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를 ‘신형 기폭제’는 당연히 혁명정부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
하여, 보아르네 방크가 돈을 댄다니 마라를 제외한 모두가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공안위원도, 화약사업가도 아닌 사바티에가 펄펄 날뛴다.
“결국, 화약을 사유화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당통 의원님!”
아직 동인도회사는 파산하지 않았다.
사유는 아주 간단하다.
당통이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지불정지 사태를 잠시 지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퐁디셰리가 다시 회복된 것도 아니라서, 동인도회사의 파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눈앞의 동인도회사 이사회 의장, 사바티에가 초조한 것은 이해한다.
그래도 군수 문제까지 끼어드는 것은 영역 밖의 일이 아닌가?
당통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국영 화약 공장인 그리뇽 공장이 있는데, 그리 될 리가? 뭐가 불만인 거요?”
“화약의 기본 원료가 뭔지 모르십니까? 초석입니다. 초석을 어디서 갖고 옵니까?”
“인도였지. 허나, 지금은 인도 무역이 완전히 막혔지 않소. 해서, 무슨 뒷간에서 초석의 원료를 퍼온다던데?”
생각만 해도 냄새나는 방식에 당통이 혀를 찰 찰나, 사바티에가 눈을 번뜩였다.
“밀수하면 됩니다. 그러니, 그걸 근거로 동인도회사를 살릴 수 있습니다! 한데, 지금 유진과 라부아지에 때문에 다 망하게 생겼단 말입니다!”
요컨대 이런 얘기다.
오랫동안 초석 무역은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그런데 새로이 고폭화약을 만든다면, 화약 공정을 보아르네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라부아지에는 초석 합성법의 연구 대가로도 널리 알려진 자다.
고폭화약은 구실일 뿐이고, 틀림없이 훨씬 쉬운 초석 합성을 연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인도회사에서 초석을 가져와야만 할 이유가 약해진다.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존립 근거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사바티에의 이익과 보아르네의 이익이 충돌한 모양이다.
대충 이해한 당통이 고개를 기울일 찰나, 사바티에가 역설했다.
“퐁디셰리는 빼앗겼지만, 동인도에 우리 근거지도 하나도 없는 건 아닙니다. 마다가스카르 동쪽, 레위니옹 제도!”
“어, 그런 곳이 있었나?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의 중요 기항지죠. 그곳에 프랑스 동인도 함대가 있습니다.”
물론 인도에서 엄청나게 먼 곳이다.
실상 인도보다는 아프리카에 가까운 섬 지대랄까.
현대 지명으로 따지면 모리셔스 인근이다.
그러나 동인도회사의 생존에 혈안이 된 사바티에는 억지를 썼다.
“그곳이라면 인도에서 초석을 밀수해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자면 초석을 대체할만한 시도는 없어야 합니다.”
어차피 인도에서 프랑스까지 최소 반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이른바 수에즈 운하가 없는 시대라,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돌아야 가능한 운송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로 밀수에 성공할지 말지는, 왕복 시간을 합해 1년은 걸려야 알 수 있다.
1년의 시간을 벌어 보겠다.
이게 사바티에의 속셈일 것이다.
바보가 아닌 당통은 빤히 사바티에를 보다 혀를 찼다.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지, 무슈 사바티에.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이오.”
“누가 모릅니까? 그러니까, 화약이!”
“그런데 신형 화약을 개발한다는 개발자들을 막고, 인도에 항구도 없는 상황에서 초석을 밀수하겠다고?”
당통은 천연두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굳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뇌물과 사익만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당장 망해가는 동인도회사와 잘 나가는 보아르네 방크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많은 뇌물을 줄까?
이미 레카미에를 통해 한 몫 챙긴 당통이 고개를 휘휘 저을 찰나였다.
사바티에가 당통에게 다가와 이를 갈며 말했다.
“아니면, 우리 동인도회사는 망합니다.”
“저런, 안 됐군. 오늘 커피값은 내가 내겠소.”
“아울러, 의원님도 망할 겁니다.”
당통은 주위 손님이 들을까 눈을 크게 떴다.
다행히 이 카페는 밀담을 나누기 쉽게 칸막이가 쳐져 있는데다, 오늘은 손님도 별로 없다.
하지만 사바티에의 말은 위험하다.
“우리만 죽지 않습니다. 우리만 죽고 싶어도 그게 안 됩니다. 아시지요? 지금 의원님과 우리 동인도회사가 거래한 걸 캐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봐, 사바티에. 지금 감히!”
“내가 당신을 협박하는 게 아니야, 당통!”
사바티에가 필사적으로 당통을 향해 외쳤다.
“나도 내 사촌, 캉바세레스에게 들은 게 있어서 하는 소리야! 당신이 날 도와야 해. 보아르네 은행이 진행하는 화약공장을 막아야 한다고!”
당통의 안색이 변했다.
캉바세레스, 관료에 가깝지만 분명 로베스피에르가 임명한 공안위원이다.
설마, 로베스피에르가 당통의 뒤를 캐는 걸까?
***
커피는 소화의 적이 틀림없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기요틴이 떨어지는 꼴은 속을 울렁이게 만든다.
오늘 먹은 점심이 체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당통은 시선을 돌렸다.
광장, 한쪽에서 국민공회의 심판관이 외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퍼졌기 때문이다.
“공화국의 적! 장 앙투안 로시뇰을 처형하겠소!”
얼마 전까지 방데 진압군 총사령관이었던 로시뇰이 단두대 아래 목을 내밀고 있었다.
주위는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극한으로 치솟는 물가, 지극히 부족한 식량, 지독한 소빙하기 한파.
흉흉한 눈빛의 민중은 처형에 굶주린 듯 환호했다.
“와아아!”
그때 로시뇰이 고함쳤다.
“난, 억울하오! 죄인은 따로 있다! 카리에가 명령한 거라고!”
“카리에도 이미 죽었다, 죄인 로시뇰!”
“그럼 공안위원회에게 물어보시오! 누가 내게 명령했는지!”
로시뇰이 필사적으로 사람들을 향해 부르짖을 찰나였다.
“난 희생양이오, 컥!”
창공에서 떨어진 사선의 칼날이 로시뇰의 목을 쳤다.
툭 떨어진 목을 대대로 내려오는 사형집행인, 샤를 앙리 상송이 쥐어 들었다.
민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군중 속 수군거림도 같이 퍼져 나갔다.
심상치 않은 마지막 단말마 때문이다.
“정말일까?”
“그럴 리가 있겠어? 어차피 방데놈들, 다 반란군 놈들이잖아. 지들이 알아서 죽였겠지.”
“뭐, 그놈들 서인도로 갔다면서? 열병에나 걸려 죽어 버려라. 퉤!”
그 모습을 보다 당통이 낯을 찌푸렸다.
당통은 인상은 험악하지만, 처형은 썩 좋아하지 않는 섬세한 남자다.
어쨌든 정치적으로 꼭 필요했던 국왕처형 말고는 딱히 처형에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것도 국왕이 자결해버린 탓에, 진행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니 환호하는 민중과 달리, 처형식은 당통에게 달갑지 않은 행사다.
그럼 왜 이곳에 나와 있을까?
“왜 하필 여기서 보자고 한 거요, 마라?”
바로 당통을 이 자리에 부른 마라 때문이다.
“저게 그대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으란 거요. 당통.”
“로시뇰이 내 파벌이었나? 처음 알았군.”
“뒤무리에는 당신이 추천해 북부군 사령관으로 갔지.”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당통이 마라의 말에 항변했다.
“그건 모두가 동의했던 거 아뇨? 라파예트를 막으려면 뒤무리에 밖에 없다는 게 그 당시 중론이었소!”
“단견이었지. 고직 1년 반쯤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바뀌지 않았나? 당장 툴롱의 영웅 보나파르트와 덩게크르의 투사, 오슈를 생각해보시오.”
“그러니까, 그게 모두의 책임이란 거 아뇨! 심지어 로베스피에르도 동의했어! 마지 못해서지만.”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뒤무리에 임명 책임은 공안위원회 전부에게 있다.
결코 당통만의 책임이 아니란 얘기다.
허나 마라는 냉정히 대꾸했다.
“하지만 첫 추천서는 당신이 썼지, 당통.”
당통이 낯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마라를 노려 보았다.
“날, 반역자 뒤무리에와 엮겠다고? 허튼 소리!”
“그럴 필요도 없지. 당신은 뇌물을 너무 많이 받았거든.”
“뭐라고? 서, 설마 동인도회사 얘기하는 건가? 그건 오해야! 난 한 푼도 받은 게 없어! 그 사람들을 만난 건 어디까지나, 공화국 최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제발 저려 동인도회사부터 말하는 당통에게 마라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일렀다.
“주위 시민들이 듣소, 당통. 그리고 내게 변명할 필요 없소.”
마라는 당통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을 추적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쿠통이니까.”
미녀도 아니고, 피부병 심한 마라의 속삭임 따위 듣고 싶지 않은 당통이다.
그러나 지금 마라의 말은 그 어떤 미녀의 속삭임보다 더 당통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당연히 설렘이 아니라 당혹감이 그 원인이다.
쿠통,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항상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남자.
법률전문가로 로베스피에르와 같은 저택에 세 들어 산다.
공안위원회 내부에서 오귀스트, 생 쥐스트와 함께 철저한 로베스피에르 파벌인 자다.
당통이 이를 갈았다.
“로베스피에르란 소리군.”
“그렇게 말한 적은 없소. 하지만 쿠통이 혁명재판소에서 정치범은 무죄 또는 사형만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킬 때, 로베스피에르가 돕긴 했지.”
“그 혁명재판소는 내가 만들었고, 하! 내가 내 목을 치게 생겼군!”
어쩐지 역설적이란 생각을 하며 당통이 실소했다.
혁명재판소는 단심제다.
귀족들이 장악했던 파리 고등법원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그게 당통을 조여오게 된 것이다.
정치범은 변호인도 둘 수 없다.
처벌방식도 둘 중 하나다.
무죄거나 혹은 사형이거나.
문득 마라가 부스럼을 긁으며 웃었다.
“곧, 국민공회에서 쿠통 주재로 동인도회사 청산을 요구하는 안건이 발의될 거요. 아주 당연해 보이지.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소, 이제는?”
당통이 이를 갈며 대꾸했다.
“내가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겠군, 쿠통이.”
“물론 쿠통도 바보는 아니오. 당신이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지야 않겠지. 이를테면 데글란틴이 받았다고 주장하겠지? 하지만 그자가 당신 비서라는 건 누구나 아오.”
“빌어먹을,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응?”
그때 마라의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크큭, 판이 망했으면 뒤집어 엎어야지. 안 그렇소?”
그자의 얼굴을 본 순간, 당통은 깨달았다.
이것은 함정이자, 정변 제안이다.
왜냐면 마라의 뒤편에 있던 그 남자는 항상 현재의 공안위원회를 뒤엎을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혁명 과격파의 수장, 에베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함께 해보지 않겠소, 당통? 파리의 시민들은 우리와 함께 할 거요.”
당통은 이를 악물었다.
***
술에 취한 채, 당통은 거리를 걸어 집으로 노래를 부르며 들어섰다.
“판을 뒤엎는다, 미친놈들. 세상에, 미친놈들 뿐일세! 와하하!”
마라는 상퀼로트들의 우상이다.
또한 에베르는 현재의 공안위원회가 너무 온건하다고 주장하는 [에베르파]의 수장이다.
에베르 혼자서는 시민 봉기를 일으키기 어렵다.
그러나 마라와 손을 잡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 둘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다.
치안군에 맞설만한 무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라와 에베르는 당통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군부에 다양한 인사를 추천하여 연줄이 있는 당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당통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이미 뇌물을 받은 사실을 마라와 에베르가 알고 있다.
만약 로베스피에르와 쿠통이 당통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마라가 먼저 터뜨릴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다고 마라와 손을 잡는다?
과연 정변이 성공할 수 있을까?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 다음 당통은 무사할까?
당통이 고뇌하며 들어설 찰나였다.
집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이 뛰어들었다.
“와아아! 아빠다! 아빠, 놀아줘요! 간만에 왔는데!”
“빠빠! 파파! 까까!”
“얘들이, 대체 왜 이러니! 아버지 이제 막 들어오셨어!”
아직 어린 두 번째 부인, 루이제 쥘리가 깜짝 놀라 애들을 말릴 때 당통은 아이들을 들어올리며 웃었다.
“와하하! 앙투안, 프랑수아! 우리 귀염둥이들! 잘들 놀았나?”
앙투안과 프랑수아, 둘 다 죽은 전처의 자식들이다.
아직 당통이 권력도 없고, 돈은 더욱 없을 때 고생만 하다 죽은 아내, 앙투아네트 가브리엘 샤르팡티에.
아내가 죽었을 때, 당통은 관에서 시신을 파내 껴안고 울부짖었다.
「내가 바람 피운 것을 용서해주시오! 고생만 시키고 죽게 만든 것을 용서해 주시오! 죽더라도 사랑하오, 샤르팡티에!」
물론 그렇다고 당통이 그 후에 바람을 안 피웠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새로 맞이한 두 번째 부인, 17살의 루이제도 바람을 피우다 만난 여자니까.
루이제가 간신히 애들을 떼놓으며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일찍 오신 거예요? 무슈 당통?”
당통은 싱글벙글 웃으며 루이제의 코를 문질렀다.
“우리, 귀여운 루이제. 후후, 오늘도 애들은 잘 지냈소?”
“활발하죠. 엄마가 죽은 걸 이제는 앙투안도 잊은 것 같아요.”
“다행이군. 전부 당신 덕분이오.”
루이제는 낯을 붉히다 생긋 웃었다.
“그걸 알면 앞으로도 일찍 집에 들어오면 좋겠어요, 무슈 당통.”
가만히 응접실로 들어가는 새로운 아내와 아들들을 보다, 당통은 웃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당통의 얼굴은 굳었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눈을 번뜩였다.
여기에 있는 행복은 당통이 결국 권력을 잡고, 뇌물을 받았기에 획득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지금 날려버리려는 자들이 있다.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마라.
“그래, 집에 일찍.”
자신의 방에 들어선 당통이 휘파람을 불며, 중얼거렸다.
“하나는 보아르네를 죽여서 동인도회사를 살리자고 하고, 다른 하나는 아예 로베스피에르까지 모두 죽여서 전부 다 살아보자고 하는군. 후후후. 거기에 로베스피에르도 날 추적하고?”
물론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뒤무리에 스캔들은 분명 커다란 여파가 있었다.
여기에 방데 내전 진압 후유증도 엄청나다.
목이 잘려 나간 로시뇰이 외쳤듯, 희생양이 필요한 때다.
아마도 민중은 로시뇰이 아니라 더 큰 권력자의 목을, 피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모두가 당통을 노리고 있다.
당통의 눈이 번뜩였다.
“이 당통이 그렇게 우습게 보였단 말이지? 일개 상인이나, 거리의 시위꾼 따위가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로베스피에르는 그렇다 쳐도. 아니, 그놈도 문제야.”
홀로 창밖을 보던 당통이 책상 위 펜을 들어 잉크를 찍었다.
-슥, 슥, 슥.
잔뜩 술을 마셨지만 전혀 취하지 않은 얼굴로, 당통은 열띤 [편지]를 썼다.
한참 편지를 쓰던 당통이 가만히 내용을 다시 살필 때였다.
문득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바로 당통의 비서 격, 데글란틴이었다.
집에 오기 전, 사환을 시켜 자택으로 오라고 불렀던 것이다.
당통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데글란틴, 왔나?”
“예, 무슈 당통.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중요한 일이야. 보나파르트 장군을 만나야 해. 자네가 국민공회에서 살리체티 옆자리지?”
눈을 크게 뜬 데글란틴을 향해, 당통이 연설을 하듯 열띤 어조로 말했다.
“장군과 만남을 주선해 주게. 지금 우리 일파가 위기에 빠졌거든.”
“예? 아니, 위기라면?”
“간단히 말하지. 마라, 동인도회사, 그리고 로베스피에르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
실로 어마어마한 [정적]들에 데글란틴이 입을 쩍 벌리자, 당통은 웃었다.
자신도 처음 알았을 때는 놀랐다.
그렇지만 놀랐다고 절망하거나 굴복하면 목이 잘릴 뿐이다.
무력하게 죽은 카리에와 로시뇰처럼.
혹은 자결한 루이 16세가 그랬듯이.
“그걸 헤쳐나갈 힘은 하나야. 이 파리의 치안사령관이지.”
동란의 시대, 무력이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이 파리의 최고 무력을 보유한 자, 나폴레옹이 당통의 시야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혁명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정변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