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6화(67/547)
(66)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발표식에 불청객이 왔다
아직, 폭풍전야가 가장 평화롭다는 말을 모르는 소녀가 여기 있다.
“매일 오늘 같으면 좋겠어!”
오르탕스 드 보아르네 파제리, 이제 막 11살이 된 소녀.
한때 부친 알렉상드르에게 쫓겨나 지내던 ‘펜트몽 수녀원 여학교’에서 학업을 수행 중인 학생이다.
그러나 실상 학교보다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왜냐하면 파리에서 이름 높은 ‘파제리 살롱’이 바로 오르탕스의 자택인 탓이다.
혁명기, 유명하던 귀족가 살롱들이 몰락하는 가운데 우뚝 새로 선 신흥 유명 살롱.
[마담 파제리]가 운영하는 곳이다.오늘도 이 살롱에서 파티가 열린다.
파티를 좋아하는 소녀, 오르탕스가 빛나는 샹들리에를 보며 웃고 있을 때였다.
옆으로 예쁘기 그지없는 16살 소녀가 다가와 오르탕스에게 말을 건넸다.
오르탕스가 참 좋아하는 ‘언니’, 마리 테레즈 드 카페였다.
“풋, 그렇게 좋아? 오르탕스?”
“응! 엄마도, 오빠도, 모두 있어! 마리 언니도!”
“어머, 나까지 환영해주는 거니? 고마워라.”
청초하게 웃는 마리를 껴안으며 오르탕스가 활짝 웃었다.
“당연하지! 언니는 예쁘고, 착하고, 또 우리 오빠 좋아하잖아!”
이번에는 마리가 낯을 붉히며, 조금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아직 오르탕스가 어린 탓이겠지만, 그래도 오빠를 좋아하는 여자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마리가 열심히 파제리 살롱을 드나들며 눈도장을 찍은 덕이기도 했다.
사이좋은 동생, 오르탕스를 쓰다듬으며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환영 보답으로 우리 착한 오르탕스에게 선물을 줘야겠네?”
“응? 무슨 선물?”
“그야 최신 [모드] 옷을 선물해 줘야지. 마담 로즈 베르탱? 여기에요!”
모드, 곧 패션이라는 프랑스어.
요컨대 최신 패션 드레스를 선물해 준다는 뜻이다.
문득 마리와 동반해 이 살롱에 들어선 통통한 여자가 다가왔다.
한때 왕실 ‘모드 디자이너’였던 여자, 로즈 베르탱이다.
다만 베르탱은 정신없이 살롱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어머나, 공주님! 이곳 살롱은 정말 좋네요! 마담 파제리의 살롱이 정말 유명하다더니! 보세요, 저기 있는 분! 무슈 라파예트 아니에요?”
“공주가 아니라 마드모아젤 마리라고 부르라니까요. 하여간, 라파예트 장군이야 여기 고정 멤버죠. 옛날에 궁전도 많이 출입했으면서, 너무 호들갑 떠시는 거 아니에요?”
“어머나, 저기 브리소 의원도 있네요? 세상에! 혁명 유명인사들 다 있는 거 같아요!”
물론 베르탱의 말은 반쯤은 틀렸다.
마담 파제리의 살롱은 시작 시점부터 혁명 온건파의 온상이었다.
죽은 미라보가 드나들었고, 그 후에는 ‘야권지도자’가 된 라파예트가 출입했다.
현재 혁명구도를 주도하는 자코뱅 산악파와는 꽤 거리가 먼 살롱인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민공회의 다수 의원을 차지한 푀양파나 지롱드파가 드나드는 살롱이다.
산악파 입장에서는 눈의 가시지만,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곳이다.
반면 언제든 정국변동시 위험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정치적 사정은 잘 모르는 오르탕스가 활짝 웃었다.
“저 아저씨들 친절해, 참 좋아! 게다가 잘 생겼어!”
“응? 아, 그야 그렇지. 물론 우리 유진보다야 못하지만.”
“흥, 오빠는 어리잖아. 아직. 남자다운 맛이 없어. 그런데 이분은 누구야?”
벌써부터 남자의 미모를 따지는 오르탕스가 묻자, 로즈 베르탱이 자신의 가슴을 짚으며 웃었다.
“후후, 우리 꼬마 아가씨가 제법 남자 보는 눈이 있네? 난 파리 최고의 ‘모드 디자이너’란다? 너희 엄마가 입는 드레스도 내가 고안했지!”
한때는 프랑스 왕실과 귀족가 여자들 전부가 베르탱의 [부티크], 곧 패션 가게를 찾았다.
그러나 혁명이 시작된 후, 당연히 베르탱의 부티크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베르탱은 아직 버티고 있을까?
‘마담 파제리’의 눈부신 드레스를 아는 오르탕스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와! 정말요? 그럼 제 옷도 해주시나요?”
“물론이지, 너희 오빠가 항상 내게 많은 돈을 지불해 주고 있거든.”
“그래요? 오빠가 돈 많이 벌긴 하나 보네요?”
바로 유진이 후원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보나파르트 일가의 여자들을 사로잡을 때도, 베르탱의 부티크에서 온 옷들이 한몫했다.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베르탱이 답했다.
“아마 파리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아닐까? 새로 화약 공장도 세웠다던데. 공주님, 아니 마드모아젤도 아시죠?”
그때 살짝 시선을 외면하며 마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예? 아, 알죠. 무슈 라부아지에와 무슈 듀퐁이란 분이 개발자로 참여했대요.”
“거의 1백만 리브르가 넘게 투자되었다면서요? 새로 나오는 신화폐, [프랑]으로 따지면 얼마예요? 세상에.”
“글쎄요, 아마 5백만 프랑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해야 할 거래요. 개발은 이미 된 모양인데, 안정화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눈치빠른 베르탱이 눈을 빛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세요? 파트롱 유진이 그런 것도 알려줘요?”
아직 14살이 채 안 된 유진과 벌써 그렇고 그런 관계일까?
그게 아니면 혹시 마리가 깊이 관여하는 걸까?
허를 찔린 마리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머뭇거릴 찰나였다.
살롱 안으로 한 청년이 황급히 사람을 찾으러 들었다가, 마리를 향해 달려왔다.
“아, 여기 계셨군요. 마드모아젤 카페.”
한때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동이었던 ‘양자’, 아르망 가네다.
본래는 왕실을 지극히 싫어해, 혁명 후 왕실과 인연을 끊었던 자다.
그렇지만 지금 아르망이 보이는 태도는 지극히 공손하기 그지없었다.
베르탱과 오르탕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가운데, 마리가 품위있게 물었다.
“아르망, 무슨 일이에요?”
“급한 보고입니다. 파트롱 유진께선 치안사령부에 계신다기에. 소총 개발자 장 사무엘 폴리가 막 파리 도착했다고 합니다. 곧, [듀퐁 소시에테]에 갈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신형 기폭제를 실용화할 수 있겠죠?”
긴밀한 밀담, 그것도 방금 얘기 나온 [화약공장] 얘기다.
베르탱이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마리가 깜짝 놀랐다.
손사래를 치며 마리가 베르탱을 향해 부정했다.
“응? 아니, 그저 소식만 전달하는 거예요.”
“예, 마드모아젤. 앞으로 새로운 [파트롱]이 되신다는 거죠?”
“아니, 그게 아니라.”
눈치 빠른 베르탱은 대충 상황을 깨달았다는 듯,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마리는 낯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 순간, 관심없는 얘기에 살짝 흥미를 잃은 오르탕스가 고개를 돌리다 손을 흔들었다.
바로 기다리던 오빠, 유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 저기 오빠가! 응?”
시선을 돌리던 베르탱이 손뼉을 쳤다.
“어머나, 유진 파트롱이 보나파르트 장군을 수행하고 있군요! 파리 최고 군사실력자 아니에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파리 치안사령관.
군청색의 군복을 입은 나폴레옹이 유진, 그리고 부관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마르소, 뒤로크, 쥐노, 그리고 마르몽과 이폴리트 샤를.
현재 프랑스 치안사령부의 최고 실세들이다.
엄연히 [야당]이 모이는 이 살롱에, 대담하게도 드나드는 이들이기도 했다.
정치적 장애물을 뛰어넘을 다른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런데 나폴레옹을 본 오르탕스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난 저 사람 싫어.”
“응? 왜? 좋은 분이던데.”
“마리 언니도 참. 거칠고 촌스럽잖아! 깡말랐고. 흥!”
파리의 세련된 남자들, 이를테면 라파예트나 브리소 같은 귀공자들을 보아온 오르탕스다.
자연히 이제 막 상경한 ‘시골’ 출신 나폴레옹이 촌스럽다 여기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오르탕스에게는 다른 이유도 있다.
너무, 이 살롱에 자주 드나드는데다 밤에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바로 마담 파제리에게.
다시 입술을 삐쭉 내밀며, 오르탕스가 투덜거렸다.
“뭐, 잘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나폴레옹이 마음에 들지 않는 11살의 오르탕스였다.
후일 원역사에 최고의 보나파르트 숭배자로 남을 것도 모른 채로.
***
물론 현재 최고의 보나파르티스트는 단연, [소년기수]다.
“사령관 각하, 이런 살롱에 올 시간은 없습니다. 요새 파리의 각 ‘코뮌’들 움직임이 심상찮습니다.”
이제 중령으로 진급한 마르소가 나폴레옹 옆에서 신중히 말했다.
다른 부관들과 달리, 방데에서 독립 부대를 지휘해본 마르소다.
해서, 선임부관 역할을 하는 중이기도 했다.
특히 마르소와 함께 손발을 맞췄던 우편 특수중대가 정보원 역할을 해, 파리의 정보수집에도 꽤 능통한 편이었다.
군용 우편을 이용하는 이들의 민심 동향이 심상찮다.
이게 지금 치안사령부로 올라오는 [파리 우편특수연대]의 공통 보고다.
그러니 살롱에 다 같이 놀러 올 시간은 없다.
혹시 나폴레옹이 오고 싶다면, 부관들은 치안사령부를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 나폴레옹의 고집 때문에 모두가 살롱에 찾아오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은 걱정하는 마르소를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아, 매일 일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가끔은 살롱에 와서 기분도 풀어봐야지? 하하하!”
“각하, 그래도.”
“어허, 이 살롱은 우리 유진 보아르네 부관의 모친이 운영하시는 곳 아닌가?”
가볍게 마르소의 어깨를 두들기며 나폴레옹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었다.
“게다가 오늘은 중요한 발표가 있을 걸세.”
눈을 깜박이는 마르소를 내버려둔 채, 나폴레옹은 바삐 살롱 안쪽으로 사라졌다.
남은 부관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문득 부관 중 가장 활달한 남자 쥐노가 물었다.
“어이, 무슨 일인지 알아? 소년기수?”
“엄연히 우리 상급자신데. 계급을 부르시오. 쥐노 중령.”
“아이고, 부대에서나 그러면 되지. 이런 살롱에서도 그래야 해? 뒤로크? 이런데서 격식 차리지 말자고.”
가볍게 투덜거리는 쥐노와 엄격한 뒤로크를 뒤로 한 채, 사교성 좋은 마르몽이 대신 물었다.
“무슨 일인지 혹시 아십니까, 유진 대령님?”
“아뇨, 전혀. 아시잖아요? 마르몽 중령. 요새 저는 ‘뇌전수은’ 개발 때문에 정신이 없거든요. 곧 실용화 직전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 쉽게 폭발한다는 기폭제! 나도 시험작 한 번 봤는데 좋더군요. 후후.”
마르몽은 얼마 전, 라부아지에가 발표한 [뇌전수은]을 떠올리며 웃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럼 대체 오늘 뭘 발표하신다는 거지?”
애석하게도, 정작 이곳이 모친의 집인 유진도 모른다.
대신, 유진은 살롱 안에 있는 옛 [입헌군주파]들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저 멀리 서 있던 라파예트가 살짝 잔을 들어 유진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유진은 마주 잔을 들어보이며 싱긋 웃었다.
의외로 라파예트는 새로운 혁명정국에 잘 적응한 모양이다.
지금은 입헌군주제를 더 이상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공화제 지지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라파예트는 정국 변동에 맞춰, 온건혁명을 주장하는 중이다.
특히 세력이 약화된 옛 자코뱅 온건파, [지롱드]와 연합한 것이다.
그 증거로 지롱드의 지도자인 노예제 폐지론자, 브리소와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라파예트 장군에게는 얘기했어?”
유진이 갑작스런 질문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무슨 말이에요, 마르소?”
“그 기폭제 말이야. 후장식 소총에 쓰려는 거지? 라파예트 장군이라면 효용성을 더 잘 알 것 같은데. 후장식 소총이 처음 등장했던, 미국 독립전쟁에도 참전했고.”
“아, 그건 그렇죠. 그 말이 맞아요. 뇌전수은은 사실 부싯돌만 대체하는 게 아니라, 후장식 소총을 더 쉽게 쓸 수 있게 하죠.”
이것은 이른바 후장식, 정식 명칭은 후미장전식 소총의 기술난점 문제다.
전장식은 화약을 총구로 쑤셔넣어 부싯돌로 격발한다.
허나 후장식을 만들면 이 격발할 화약을 총구 뒤로 넣을 곳이 필요하다.
패트릭 퍼거슨 라이플은 이 문제를 아예 [브리치]라는 총탄장전기를 따로 만들어 해결했다.
그래도 뒤에서 화약을 터뜨릴 때, 찌꺼기가 남고 가스가 샌다.
그런데 [뇌전수은], 혹은 [뇌홍]이 만들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쉽게 폭발하는 기폭제, 뇌홍이 있으면 부싯돌이 필요없다.
나아가 후미에서 기폭이 일어나 총탄을 발사시킬 수 있으니, 후장식에 적합하다.
그렇지만 뇌홍 자체가 불안정하고, 종이탄피로는 총알과 함께 싸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 마르소가 슬쩍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면 좀 더 안정화 시켜야 할 것 같지? 내가 좀 생각을 해봤는데 말야.”
유진은 마르소가 꺼내는 작은 [금속원통]을 보다 눈을 크게 떴다.
“이걸 써보면 어때?”
아직 이 시대 사람들은 아예 존재조차 생각 못했을 물건.
탄약과 뇌홍을 하나로 담아 총탄이 만들어지는 원역사 현대에나 상상해볼 기물.
그러니까 [탄피]의 원형에 해당하는 물건이다.
1807년에나 처음 스코틀랜드에서 시도되고, 실용화는 1820년대에나 가능해지는 물건.
최초의 탄피, 퍼커션 캡과 흡사한 물건이다.
“퍼커션 캡?”
“응? 그게 뭐지?”
“아, 아니에요. 하여간 이걸 어떻게 쓴다는 거죠?”
유진의 질문에 마르소가 싱긋 웃으며 탄알을 슬쩍 원통에 끼워넣었다.
“이렇게, 총탄에 씌우는 거야. 페이퍼 카트리지처럼 화약과 총탄을 함께 넣는 거지. 수석식이라면 어렵지만, 기폭식으로 바뀐다면?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퍼커션 캡, 곧 [탄피]는 그 자체로 효과적이다.
꼭 후장식이 아니라도 부싯돌이나 심지 없이 뇌홍을 격발에 사용하기 쉽게 만든다.
기상조건과 무관하게 소총 사격이 가능해진단 얘기다.
게다가 이것은 초기단계일 뿐, 결국 후장식 바늘총이 격발시키는 정식 금속탄피가 탄생해, 현대의 [총탄]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유진이 마르소를 격동한 눈으로 보았다.
“훌륭하네요. 마르소. 이건, 쓸 수 있겠어요.”
그때다.
유진을 향해 다가오는 다른 사람들이 유진의 눈에 들어왔다.
우선 마리와 오르탕스가 보였다.
그런데 반갑게 다가오던 두 사람이 멈췄다.
왜냐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유진을 향해 다가왔기 때문이다.
-뚜벅, 뚜벅, 뚜벅.
군화 소리가 바닥을 울리는 가운데 모두가 그 사람을 주목했다.
이 살롱에 온 모두가 이 남자를 안다.
왜냐면 살롱 여주인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었던 자이기 때문이다.
바로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가 들어서고 있었다.
“뭐야, 알렉상드르 보아르네 장군?”
“저분이 왜 이 살롱에 온 겁니까? 라인 전선에 있다고 들었는데.”
“파제리 부인의 전 남편 아닌가? 유진 대령의 부친이기도 하고.”
쥐노, 뒤로크, 마르몽이 속삭이는 가운데, 알렉상드르가 유진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구나, 유진. 그동안 승진했다고?”
유진은 빤히 부친, 알렉상드르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지?”
1년 넘게 보지 못한 부자지간 치고는 꽤 생경한 대화다.
그러나 유진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살롱의 주인에게는 가장 달갑지 않은 손님인데다, 오늘은 나폴레옹까지 왔으니까.
그런데 알렉상드르가 태연히 대꾸했다.
“네 엄마가 날 부르더구나. 해서, 전장에서 급히 달려왔다.”
“예? 아니, 왜요?”
“이유는 얘기하지 않더군. 혹시.”
문득 알렉상드르는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재결합이라도 애원하는 걸지도? 후후후.”
당연히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갑자기 잘 나가는 전처가 부르자, 알렉상드르는 부리나케 달려온 모양이다.
유진도 조금 궁금해졌다.
대체 왜 모친이 부친을 이 자리까지 불렀을까?
그 순간, 유진의 뒤에 시립해 있던 이폴리트가 외쳤다.
“아, 저기 마담 파제리가 나오시는군!”
마담 파제리.
곧 조세핀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나폴레옹을 뒤에 동반한 채로.
***
이 살롱, 파티, 그리고 무대는 조세핀이 특별히 만든 것이다.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이 바닥을 부딪치는 소리를 조세핀은 사랑한다.
혁명 전, 구왕실 시절에 처음 본 파리의 파티는 참 화려하고 멋졌다.
단지 조세핀이 마르티니크 출신 하급귀족이란 이유로 홀대받았을 뿐이다.
이제 소중한 아들 덕에 돌아와, 연일 살롱 파티를 열 수 있게 된 것을 조세핀은 기쁘게 여긴다.
무엇보다 조세핀의 옆에, ‘자랑’할 수 있는 남자가 있는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오늘 모여주신 귀빈들께 감사드립니다.”
수없이 많은 귀빈들을 돌아보며 조세핀이 우아하게 입술을 뗐다.
“우리 살롱을 항상 빛내주시는 국민공회의 의원님들, 파리의 대부호님들, 그리고 예술가 분들.”
라파예트를 비롯한 귀빈들이 조세핀을 가볍게 마주 인사했다.
사실 이 귀빈들 대부분은 혁명 주도권자인 산악파와 거리가 머니, 조세핀의 살롱은 참 고마운 곳이다.
나아가 살롱의 여주인, 조세핀의 아들이 [공주의 기사]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조세핀이야 그저 유명인사들이 살롱에 오니 환영하기만 했을 뿐이지만.
문득 조세핀의 시선이 오르탕스와 유진을 향했다.
“또한 제 소중하기 그지없는 아들과 딸.”
또한 유진의 옆에 있던 달갑지 않은 남자도 보인다.
“여기에 나의 전 남편까지 오셨군요.”
아주 차갑게 전 남편, 곧 알렉상드르를 쏘아보다 조세핀이 코를 치켜세웠다.
“모두,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분들이죠. 그 분들 앞에서 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득 조세핀의 시선을 돌린 찰나, 나폴레옹이 걸어 나왔다.
-철컥, 철컥, 철컥.
소장 계급장이 샹들리에 촛불빛을 받아 빛난다.
그야말로 지극히 눈부신 무대 아래, 두 남녀가 섰다.
모두가 주목하는 무대 위에 선 조세핀은 환희에 가득찬 기분을 느꼈다.
첫 결혼도 이렇게 하고 싶었다.
빚에 팔려오듯 파리로 끌려올 게 아니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알렉상드르는 조세핀을 얼떨떨하게 본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복수이자,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조세핀이 낭랑히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선언했다.
“오늘, 여기 보나파르트 장군과 제가 장래 약혼식을 올리게 될 것을, 발표하고자 해요.”
그 순간 알렉상드르가 가장 먼저 놀라 외쳤다.
“뭐라고!”
그때까지 조세핀의 ‘건치’에 흡족한 얼굴이던 유진도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반대로 지금껏 나폴레옹을 자주 살롱에서 봤던 이들은 달랐다.
라파예트와 브리소, 수행부관 쥐노가 달려와 축하인사를 건넸다.
“오, 결혼하시는 겁니까?”
“축하드립니다, 장군! 마담!”
“세상에, 이런 기쁜 일이!”
그런데 도리어 조세핀이 살짝 당황해 손사래를 쳤다.
“아, 잠깐. 모두 오해 마세요. 아직 아니에요.”
아직 결혼은 아니다.
약혼식을 올린다면서 결혼은 미룬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조세핀은 아직 [확신]이 없다.
게다가 사실 약간은 기분에 따라, 행한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옆에 있는 남자는 조세핀에게 홀딱 빠졌지만, 반대로 조세핀은 아직 완전히 반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약혼식을 올릴 예정일 뿐이에요. 아무것도 확정된 건 없어요.”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담?”
“장군, 대신 말해주시겠어요?”
그러자 조세핀의 옆에서 상기된 얼굴로 서 있던 남자, 나폴레옹이 입을 열었다.
“저는 우리 마담 파제리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은 약혼 예정임을 발표하는 것만 마담이 동의해 주시는군요.”
문득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결혼 승낙을 반드시, 약혼식 때까지 받아내겠습니다.”
저 확신에 찬 강렬한 눈빛.
조세핀의 마음을 잡아채는 힘이 있다.
저런 눈빛만큼 ‘밤일’까지 잘했다면 벌써 조세핀은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조세핀은 나폴레옹과의 ‘잠자리’에 만족하지 못했다.
사실 연애경력이 짧은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흡족하게 만든다는 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폴레옹은 청혼을 했고, 조세핀은 생각 끝에 [복수]의 결심으로 이런 파티를 연 것이다.
지금 알렉상드르가 털썩 주저앉는 걸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세핀이 활짝 웃을 찰나였다.
-쿵!
문이 벌컥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가 다시 경악했다.
이 살롱에 한 번도 출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자가 왔기 때문이다.
혁명 급진강경파, 자코뱅 산악파의 삼거두 중 하나, 무시무시한 공안위원회 멤버.
조르주 당통이 험악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파리 제일 미녀와의 약혼을 축하하오, 장군.”
당통을 본 나폴레옹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슈 당통?”
그 모습을 본 조세핀은 눈을 깜박였다.
뭔가 이상하다.
평화롭고 화려하며 눈부시기 그지없는 조세핀의 파티에 ‘위험요소’가 들어온 것만 같았다.
갑자기 심장이 뛴다.
불안감으로.
문득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손을 꽉 쥐었다.
믿음 가는 눈으로 보는 나폴레옹을 보며, 조세핀이 안심할 순간이었다.
당통이 웅장하게 외쳤다.
“이제, 내 서신에 대한 답도 주시오!”
이 불청객의 외침이 모두를 격랑 속에 빠뜨릴 것을, 아직은 조세핀은 몰랐다.
심지어 자신의 운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