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6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68화(69/547)
(68) 단두대 아래서 로베스피에르가 죽다
단두대는 혁명의 상징이다.
-쿵! 쿵! 쿵!
열매가 익는 것처럼, 해가 노을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9월의 하루.
기요틴, 그러니까 단두대는 오늘도 사람의 목을 잘라 하늘로 튕겨 올린다.
오늘은 특별히 거물급 귀족이 죽는 날이었다.
사형집행인 상송이 죽음을 확인해주자, 에베르가 달려가 목을 쳐들며 외쳤다.
“자, 보라! 혁명의 적, 리앙쿠르 공작의 목이다!”
동시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상퀼로트 시민들이 부르짖었다.
“와아아! 혁명의 적, 죽이자!”
리앙쿠르 공작, 원역사에서는 [라볼루숑]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장본인.
비록 유진에게 선수를 빼앗기긴 했지만, 개혁적 귀족으로 입헌군주제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혁명이 시작된 후에는 입헌군주파에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왕실의 측근이자 대귀족이며, 오를레앙 공작과 서신교류를 한 게 문제였다.
게다가 지금 혁명정부는 그야말로 단심제로 처형을 결정한다.
유진이 미처 신경쓰기도 전에, 단두대로 끌려가 처형당하게 된 것이다.
문득 단두대 아래서 그 광경을 보던 마라에게 신부 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말했다.
“무슈 마라,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마라, 혁명 프랑스의 삼거두 중 하나.
지금 마라에게 말을 건넨 남자의 이름은 자크 루, 자코뱅에서도 최고 강경파인 마라 파벌 의원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공포정치가 격화될 때 죽는다.
허나 현재는 아직 단두대가 왕당파나 반역자를 향하기에 무사한 상태다.
마라는 자크 루를 쳐다보지 않은 채, 단두대를 노려보며 물었다.
“당통이 어제 보나파르트를 찾아간 게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더 큰 문제는 치안사령부의 동향입니다.”
“군부대라도 움직이는 것 같나?”
자크 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고요합니다. 그래서 더 수상해요.”
신부복에서 알 수 있듯, 자크 루는 사제 출신이다.
그래서 아직 파리에 남아 있는 선서파 사제들의 정보망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사제를 극도로 싫어하는 현 혁명정부의 기조 탓에 사제들의 운신은 제한된 상태다.
로베스피에르만 해도 [신]을 부정하고 [이성]을 섬기는 제전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자크 루가 입수한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상한 분위기는 감지한 것이다.
분명 당통이 나폴레옹을 만났는데, 나폴레옹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마라가 가만히 미간을 찡그리다 다시 물었다.
“국민공회는 내일 개최되나?”
수뇌부의 모임, 공안위원회가 아니다.
의원들의 전체 회의, 국민공회가 열린다.
최고권부는 공안위원회라도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권력기구는 엄연히 국민공회다.
요컨대 국민공회에서 결의된 바는 절대적이다.
자크 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정기 회기라고는 하지만 수상합니다. 로베스피에르가 탄핵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자크 루 신부, 로베스피에르는 누구든 탄핵한다네. 게다가 이번엔 당통이 대상일 가능성이 더 높아.”
“그게 더 문제입니다.”
자크 루가 면밀히 정보를 분석하며 설명했다.
“당통이 보나파르트를 만난 게, 다급해져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봉기보다 치안군을 더 믿은 거죠.”
혁명의 삼거두를 로베스피에르, 당통, 그리고 마라로 일컫는 시대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는 지금 나머지 둘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당통이 가장 먼저 표적이 된 걸까?
그때 단두대에서 성큼 피를 묻힌 채 내려선 에베르가 킬킬 웃었다.
“크크큭, 어리석긴. 파리 시민의 숫자는 60만! 그중 성인 남성만 최소 20만이지. 우리 상퀼로트가 동원가능한 인원은 10만이 넘어! 치안군? 1만도 채 안 되잖아? 평시 운용 인력은 3천 내외, 여단급 아닌가?”
“하지만 치안군은 정규군이오. 게다가 라파예트의 국민위병들도 있고.”
“그게 어쨌다고. 자크 루? 다 같이 총을 들면 똑같아! 어차피 징집병들인데!”
에베르가 광기어린 눈을 번뜩이며 다그쳤다.
“총은 평등하오, 무슈 마라. 결단을 내려주시오!”
이미 마라와 에베르는 [시민봉기]를 계획 중이다.
파리 자치구(코뮌)의 수장들과 중간관리자들에게는 이야기가 간 상태다.
대부분 에베르와 소통하며, 마라를 존경하는 이들.
무엇보다 시민들의 불만은 이 단두대 현장에서 보듯 드높다.
일부러 오늘은 거물급 귀족을 죽인다고 소문낸 탓에, 수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밀집한 상태다.
시민들을 뚫어져라 보다 마라가 부스럼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악덕 세리, 라부아지에조차 살려둔 정권이지. 지금 정권은!”
얼마 전, 라부아지에를 살렸던 결정을 마라는 기억한다.
당통이나 에베르와 달리, 마라를 움직인 것은 바로 그 결정이었다.
썩어 빠진 자들을 죽이고,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켰던 게 5년 전이다.
그런데 정작 그 썩은 자들 중 거물, 라부아지에를 전쟁에 필요하다고 살린다?
이 체제는 잘못된 것이다.
“들으라, 시민들이여!”
문득 마라가 단두대 위로 올라섰다.
“어, 마라다!”
“장 폴 마라? 혁명의 양심! 위대한 혁명의 선도자!”
“[시민의 친구]가 혁명 광장에 왔다!”
시민의 친구, 곧 마라를 상퀼로트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물론 그 친구는 주로 사람을 죽이자는 얘기를 하지만.
카메라가 있는 시대라면, 피부 때문에 정치가가 되지 못할 마라가 광장을 둘러 보았다.
순간, 마라의 시선이 굴러다니던 리앙쿠르 공작의 목을 향했다.
“여기, 혁명의 적이 죽었노라. 왕의 곁에서 사특한 말로 백성을 수탈하던 대귀족이!”
이것은 당연히 거짓이다.
리앙쿠르는 나름 프랑스의 개혁을 위해 애썼다.
혁명 이전, 혁명론자들을 후원하던 귀족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동시에 리앙쿠르가 대귀족으로서 거부였던 것도 진실이다.
백성이 굶어죽을 때, 흰 빵과 기름진 고기를 먹었던 것도 진실이다.
귀족의 재산은 대부분 자신의 영지민으로부터 나오던 것도 진실이다.
거짓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자, 마라가 낭랑한 목소리로 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 여전히 빵은 비싸고, 옷 한 벌 해 입기 어려우며, 아궁이는 식었다!”
“옳소!”
“왜 우리의 생활이 이런가!”
아직도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상퀼로트들을 향해, 마라가 포효했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귀족들 때문이다! 공화귀족! 저, 국민공회의 무리들!”
이 광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느 강 저 편.
국민공회의 의사당이 있는 곳, 퇼르리 궁전 쪽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든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살롱을 연다고 한다.
패션을 즐긴다고 들었다.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아직도 굶주리는 시민들이 즐비한데, 정체 모를 화약 가루를 만든다고 1백만 리브르를 날린다던가?
그야말로 귀족들이나 저지를 짓이 아닌가?
수군거리는 민중을 향해 마라가 방점을 찍었다.
“새로운 귀족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혁명의 정신, 평등을 이루지 않겠는가!”
무력봉기 선언이다.
그 순간 에베르가 뛰쳐나가 깃발을 흔들었다.
파리 코뮌, 자치구의 수장들이 달려나가 외쳤다.
“마라의 뒤를 따르라!”
이 순간, 마라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
추락은 정상에 올라가야 비로소 시작된다.
“최고가격제를 도입해야겠어. 아무래도.”
아직 고요한 뒤플레의 저택 서태에서 로베스피에르가 서류를 검토하다 말했다.
최고가격제.
원역사 현대에는 가격통제의 대명사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제도로 역사에 남지만, 이 당시 프랑스는 이런 제도라도 도입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물가가 대포알이라도 쏜 것처럼 폭주해, 어떤 수단을 써도 잡기 어려웠다.
아시냐 지폐의 폭락과 물자 부족, 흉년이란 삼중고가 겹친 탓이다.
전쟁까지 터졌으니 더욱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최고가격제가 무리란 건 다들 안다.
휠체어를 탄 채 옆에서 일을 돕던 공안위원 쿠통이 눈을 크게 떴다.
“가격통제를 한다구요? 그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자칫 대상인들이 반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밀어붙여야지. 얘기 들었나? 우유 한 통에 지금 은화 한 닢이라더군.”
“비싸군요, 맙소사.”
쿠통이 입을 다물자, 로베스피에르가 시선을 돌렸다.
“데물랭? 토지 분배는 어떻게 되고 있지?”
로베스피에르의 측근, 말더듬이 데물랭이 입맛을 다시며 보고했다.
“왕당파 귀족들이 보유했던 토지 몰수에 성공해서, 성공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럴 때는 반란이 좋군요.”
“아예 반혁명분자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는 걸 법으로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더욱 시민들이 좋아할 겁니다.”
“새, 생 쥐스트 의원. 그건 너무 과격하오. 반혁명분자라고 다 반란자도 아니고, 또한 그들의 재산권은 상속되어야 하는데.”
생 쥐스트가 과격한 의견을 내놓자, 데물랭이 기겁해 손사래를 쳤다.
이곳은 엄밀히 말해 국민공회의 정식 기구가 아니다.
심지어 공안위원히 회의장조차도 아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공안위원회 의원이며, 그것도 로베스피에르의 최측근들이다.
결국 프랑스 혁명정부의 최고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광경이랄까.
바로 목제사업가 뒤플레의 집, 하숙생 로베스피에르의 방이다.
그때 로베스피에르가 생 쥐스트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니, 좋은 법이야. 내일 국민공회에서 발표하지. 대프랑스 동맹에 대적하기 위한, 위대한 혁명 프랑스의 재탄생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데물랭도, 쿠통도, 구석에서 서기 노릇을 하던 캉바세레스도 입을 다물었다.
오직 생 쥐스트만이 눈을 빛내는 중이다.
프랑스 재탄생 선언문.
지금 로베스피에르가 준비하고 있는 연설이다.
내일 국민공회에서 로베스피에르는 국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일견 나라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좋은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실체는 잔혹하다.
혁명 프랑스를 방해하는 자들을 처단하자는 게 결론이니까.
생 쥐스트가 자신의 보고를 시작했다.
“대프랑스 동맹은 그렇다치고, 무역로는 여전히 방해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올 한해는 물가를 회복시키는 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피트가 문제야.”
“맞습니다. 영국이 대서양과 지중해를 방해하니, 무역선들이 바다로 쉽게 나가지 못합니다. 물론 그놈들도 바다 위에 24시간 떠 있을 수야 없겠지만요. 결국, 해군을 정화시켜야겠죠!”
생 쥐스트의 임무는 군부 숙정작업.
이제 해군이 생 쥐스트의 목표가 된 모양이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런데 동인도회사의 은행가들은 무역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지?”
생 쥐스트, 데물랭, 쿠통이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
“헛소리죠.”
“당통이 뒤에 있다는 얘기가 자자합니다. 지난번, 동인도회사 파산을 막는 법도 당통파 의원이 발의했죠.”
“거참, 왜 그리 뇌물을 좋아하는지. 부패만 빼면 그리 나쁜 친구는 아닌데.”
일순, 로베스피에르가 차갑게 쿠통을 노려 보았다.
“그건 타락한 정치가의 표본일세. 쿠통.”
쿠통은 입을 다물었다.
프랑스 재탄생 선언의 핵심은 처단에 있다고 했다.
그럼 누가 처단의 대상이 될까?
혁명정신을 타락시키는 자, 부패한 정치가다.
바로 당통처럼.
책상 위에 있던 마지막 서류에 서명하며, 로베스피에르가 선언했다.
“기요틴을 선사할 수밖에 없겠어.”
문득 데물랭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슈 로베스피에르, 마라는 어쩌실 겁니까?”
“마라? 그자는 아직 쓸모가 있지 않나. 과격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회에서 다수를 이룰 수는 없지. 민중에게는 인기가 있으니, 이용할 가치가 있어.”
“하지만 너무 과격합니다. 게다가 에베르와 만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바뵈프와도.”
본래 원역사에서 데물랭은 마라와 친교를 맺고, 당통과 연대한다.
왜냐하면 로베스피에르가 생 쥐스트를 앞세워, 반대파를 연일 처형했기 때문이다.
처형에 질려 반 로베스피에르 파가 된 데물랭에게 로베스피에르는 기요틴을 선사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포정치가 도래하지 않은 지금, 데물랭과 로베스피에르는 아직 한 편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데물랭은 반대파와도 꽤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마라의 수상쩍은 동향을 알 정도로.
정작, 로베스피에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치안군 사령관에 보나파르트를 앉힌 거 아닌가. 마라가 봉기하면 막아줄 거야. 또한.”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책임도 함께 가져가 주겠지.”
그때였다.
-화르륵!
창밖에서 갑자기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에, 로베스피에르가 놀라 일어났다.
“뭐지? 화재인가? 응?”
파리는 아직 도시 재정비가 이뤄지려면 1백년은 남은 구도시다.
그 말은 골목이 좁고, 목재 주택이 대부분이라, 언제든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지금 일어난 화재는 뭔가 달랐다.
함성 소리가 유리창을 뚫고 방을 울렸다.
-와아아!
최소한 만 단위의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이런 소리를 혁명가들은 경험한 적이 있다.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지던 날의 일이다.
공안위원회 의원들이 서로 돌아볼 찰나, 오귀스트가 문 안으로 뛰어들어와 외쳤다.
“큰일났습니다, 형님. 피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냐, 오귀스트!”
“보나파르트 장군이 급보를 전해왔습니다!”
오귀스트의 말을 들은 순간, 로베스피에르의 무표정한 얼굴이 굳어졌다.
“마라가 반란을 일으켰답니다!”
프랑스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남자.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
한때, 동지였던 이가 배신하면 그 누구보다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마라가 정말 봉기를 일으키다니! 아니, 시민들이 혁명정부에 봉기를!”
로베스피에르가 정신없이 파리의 골목으로 뛰쳐나와 달렸다.
쿠통은 아예 휠체어 때문에 도망치지 못했다.
데물랭과 캉바세레스는 문 앞에서 마주친 군중에게 잡혀 버렸다.
뒤플레 저택이 로베스피에르의 본거지란 것을 알았던 마라가 상퀼로트 병사들을 급파한 탓이다.
오귀스트가 필사적으로 몸으로 막은 사이, 로베스피에르는 간신히 도주했다.
생 쥐스트는 어디로 갔는지 종적이 묘연하다.
숨을 헐떡이며, 로베스피에르가 골목을 돌았을 때였다.
“여기, 로베스피에르가 있다! 혁명의 적이!”
광장이 눈앞에 있었다.
한때 루이왕의 광장이라 불리던 파리의 대광장.
이제는 혁명광장으로 이름이 바뀐 곳이다.
그곳에서 잔뜩 도열해 있던 무장시민들이 횃불을 들이댔다.
로베스피에르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혁명의 적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길을 잘못 들었다.
이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앞에 보이는 상퀼로트 무장시민병의 숫자는 최소 2만 여명.
등 뒤에도 아마 병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들을 설득하는 게 방법이다.
지금껏 혁명의 지도자로 불리던 로베스피에르다.
혁명 급진파인 무장시민들이 로베스피에르가 외치자 주춤거렸다.
그때다.
“빵! 빵! 빵!”
에베르가 빈정거리며 로베스피에르 앞에서 외쳤다.
“자유? 평등? 박애? 다 좋은 얘기요.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 빵 한 조각이 없소, 무슈!”
시민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혁명정신이든, 새로운 프랑스든, 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애초에 혁명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가?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민중은 배가 고프다.
굶주린 무장시민들을 돌아보다 로베스피에르가 고함쳤다.
“에베르, 자크 루, 그리고 마라!”
움찔거리는 마라, 에베르, 자크 루를 가리키며 로베스피에르는 눈을 번뜩였다.
“너희들이 혁명을 망치려 드는구나!”
“우리는 오히려 혁명을 바로 세우려는 거요, 무슈 로베스피에르.”
“닥쳐라, 마라!”
로베스피에르는 일생 연설과 함께 살아왔다.
루이 16세 앞에서 첫 연설을 했던 [파리대학]의 졸업생 대표 연설.
바스티유가 무너지던 날, 시민들에게 포효했던 연설.
마르스 광장 사건이 있던 때 의원들을 질타했던 연설.
이제 무장시민들을 향해 로베스피에르는 생을 건 연설을 시작했다.
“지금 프랑스는 위기에 처해 있다. 국경 전부가 전쟁 중이고, 바다는 영국에 막혀 있어! 우리가 빵이 모자라고 물가가 폭등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결코 혁명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틀린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
허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럼 루이 16세는 전쟁이 없었던가?
정치는 결과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로베스피에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단두대가 있는 옛 루이 광장에 홀로 서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로베스피에르의 포효는 무장시민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진실을 속이고, 반란을 일으키다니!”
“우리가 이 프랑스를 제대로 이끌 것이오!”
“헛소리 집어치워, 에베르!”
이제 열띤 어조로 로베스피에르가 광장에 메아리치도록 고함쳤다.
“혁명이 뭔지나 알고 떠드는 거냐? 혁명은 폭압이나 광기가 아니라 이성이 지배하는 나라다. 저 국민을 봐라. 불쌍하고, 어리석고, 비참하지 않은가? 저들을 고결하게 만드는 게 바로 혁명이다!”
국민을 계몽하여 더 나은 시민을 만들라.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추동한 [계몽주의]의 정신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엘리트가 민중을 한 단계 아래로, 이끌어야 할 존재로 본다는 뜻이다.
로베스피에르는 지금 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자면 부정한 축재자로부터 재산을 빼앗고, 정의를 세우며, 무엇보다 전쟁에서 이겨야 해! 그걸 너희들이 할 수 있겠나!”
그 순간, 누군가 참지 못했다.
-탕!
군중 속, 무장시민 한 명이 부들부들 떨다 머스킷을 들고 외쳤다.
“종알종알, 시끄러워! 떠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빵을 내놓으라고!”
마라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로베스피에르를 냉담하게 보았다.
어쩌면 저 모습은 미래, 마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무장시민들을 향해, 광장의 마라가 포효했다.
“폭군이 죽었다! 이제 귀족들의 전당, 국민공회를 장악하라!”
2만의 무장시민들이 뛰쳐 나갔다.
그 뒤로 로베스피에르의 몸이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단두대 앞에서.
붉은 피가 단두대 앞을 적셨다.
-주르륵.
무수한 왕족, 귀족, 반혁명가들을 죽여 혁명을 지키려던 자.
청렴하며, 잔인하고, 냉혹했던 한 혁명가가 있었다.
서기 1794년 9월 13일.
피의 혁명가, 로베스피에르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