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0화(71/547)
(70) 총재정부가 탄생해 라인전쟁을 결의하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을 한 사람은 바이런이다.
“세상에,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랍니까?”
아직, 바이런은 6살 어린애인 1794년.
프랑스의 공안위원회 의원, 카르노는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를 경험하는 중이다.
단 하루, 군무에 바빠 지쳐 잠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가 죽고, 마라가 포도탄에 찢기고, 에베르는 반역자가 되어 갇혔다.
파리는 온통 불타오른 난장판에 시체가 가득하다.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린 퇼르리 궁전 앞에서, 카르노는 망연자실했다.
물론 카르노만 경악한 게 아니다.
간밤 봉기 사태에서 관련되지 않은 중립파나, 보호를 받은 산악파나, 혹은 중도이탈한 마라파가 모두 공황에 빠진 채 의회에 집결했다.
오직 단 세 사람만이 침착하다.
당통, 살리체티, 그리고 데물랭이다.
“자, 여러분! 정신들 차리시오! 지금은 비상사태, 공안위원회가 반란을 일으켰소!”
지극히 자극적인 언사로, 당통이 선제 발언을 시작했다.
“바, 반란이라니? 공안위원회의 누가 반란을 일으켰단 말요?”
“세상에, 설마 로베스피에르를 거슬러서? 목이 달아나고 싶은가?”
“혹시 친위 반란이라도?”
이 사태를 몰랐던 의원들이 놀라 분분히 외쳤다.
지롱드 파 수장 피에르 브리소, 혁명재판소 검사장 푸키에 탱빌, 루이 국왕을 살리자고 주장했던 유력 의원 앙투안 베르나브.
한쪽은 야당이고 한쪽은 여당이며 한쪽은 중립이다.
그러나 자신들은 모를 뿐, 이 시기를 전후해 모두 본래는 목이 달아났을 이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들 모두가 이 사태에 경악하고 있었다.
공안위원회.
설립된 지 2년, 이 프랑스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해온 곳.
철옹성 같던 공안위원회가 내부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문득 당통이 의사당 한쪽을 가리켰다.
“천만에! 저자를 보시오, 바로 에베르요!”
청색 군복, 치안군 병사들에 이끌려 한 사람이 묶여 끌려왔다.
“읍, 읍, 읍!”
어제까지만 해도 프랑스 정계의 유력자였던 과격파 대표, 에베르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된 채, 밧줄에 묶인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입이 묶여 말하지 못하는 에베르를 가리키며 당통이 포효했다.
“에베르가 과격한 상퀼로트들을 선동했소. 거기에 자크 루와 옛 방데 진압군 중 과격한 무리들이 참가했다 하오! 카리에와 로시뇰의 무리들이지!”
“카리에와 로시뇰? 잠깐, 그렇다면!”
“맞소, 무슈 브리소!”
브리소를 향해, 정확히는 [지롱드] 파를 향해 당통이 고했다.
“마라가 그 뒤에 있었소! 그 증거로, 저 바깥, 반란군의 중심에 마라의 시체가 있소이다!”
마라 파벌 의원들의 낯이 창백하게 변했다.
사실 마라 쪽 의원들은 [봉기]에 참여했거나, 혹은 참여하지 않았어도 상황을 안다.
단지 깊게 관여하지 않은 덕에 어젯밤 포도탄 세례를 받지 않았을 뿐이다.
모른 척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당통의 발언으로, 한 가지가 확정되었다.
이 사태의 핵심 책임자는 마라다.
그때 침통한 얼굴의 데물랭이 나섰다.
“마라가 반란의 중심입니다. 공안위원회 부의장, 이 카미유 데물랭이 증언합니다.”
데물랭은 혁명의 [아이콘]이다.
처음, 바스티유 진격 때부터 무기를 들자는 연설로 무장봉기를 시작한 자다.
개혁파지만 처형은 싫어했고, 과격하지만 급진적이지 않았다.
덕분에 산악파임에도 두루 인망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렇기에 데물랭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잠깐, 그럼 무슈 로베스피에르는 어떻게 됐소?”
데물랭의 친척이자 역시 산악파인 혁명재판소 검사장, 탱빌이 놀라 물었다.
“로베스피에르는, 막시밀리앙은, 어제, 그만.”
데물랭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다.
모두가 직감해야 했다.
로베스피에르가 죽었다.
침묵이 공회를 내리누를 찰나, 얄쌍한 얼굴의 의원이 불쑥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전 앙투안 크리스토프 살리체티라고 합니다. ‘코르스’의 의원이지요. 제가 어제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제 반란군이 출격한 것을 알아차린 저는 시테 섬, 치안사령부로 향했습니다.”
코르스, 그러니까 코르시카 출신 무명 의원 살리체티가 냉정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곳에 보나파르트 치안사령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순간, 국민공회장 한쪽 문으로 군인들이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흑색의 우편특수연대 지휘관 군복.
사령관 나폴레옹이 들어서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정중히 경례를 취한 후, 살리체티 뒤에 섰다.
아무 말도 없다.
허나 모든 의원들이 다시 한 번 직감했다.
저 남자가 어젯밤, 봉기를 제압했다.
-철컥, 철컥, 철컥.
군화 소리가 요란히 공회를 울리는 가운데, 살리체티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보나파르트 장군과 함께 사태를 논의한 저는 당통 의원에게 연락해 조언을 청했습니다. 당통 의원님께선 즉각 출동해 공안위원회 멤버부터 구출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자연스레 당통이 이 사태의 중심축 중 하나로 올라서게 만든다.
동시에 설명하는 살리체티 자신도 슬쩍 중심으로 들어간다.
국민공회 의원들도 눈치는 챘지만, 말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간밤, 너무나 큰 사태가 벌어져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의 화법을 아는 남자, 살리체티가 말을 슬쩍 끊었다.
“해서, 무슈 로베스피에르를 구하러 갔는데, 그만.”
일순, 병사들이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삼색기에 휘감긴 한 시신을 단상 위에 놓았다.
-척!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의 시신.
시체가 되어 푸르고, 피가 없어 희며, 또한 핏빛 자국이 낭자하다.
삼색기와 어울려 도드라지는 그 모습에 의원들이 압도되었다.
살리체티가 시체를 앞에 둔 채 냉정하게 다시 고했다.
“저 시신을 수습한 후, 우리는 데물랭 부의장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죠. 마라와 에베르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그, 그래서 포격을 한 거요? 어제, 포성이 났다는 소리가.”
“맞습니다. 그것 말고는 소수의 치안군이 [폭도]를 제압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브리소의 질문에 살리체티가 답하던 찰나, 문득 나폴레옹이 입을 열었다.
“바로, 폭도입니다. 여러분.”
코르시카 억양이 섞인 거친 말이 의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폭도.
이로써 어제 봉기를 일으킨 상퀼로트 무장시민병의 성격이 규정되었다.
혁명정부는 한때 혁명을 일으켰던 시민병을 폭도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틀린 얘기가 아니다.
어쨌든 현재 국민공회는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공화정부.
국가 위기 사태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무너질 정도가 아닌데 무력봉기를 일으켰다.
폭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맞다.
하지만 만약 어제 나폴레옹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 공회에서 신정부를 출범시킬 이들은 마라와 에베르였을 것이다.
국민공회 의원들이 그 점을 되새길 때, 당통이 다시 나섰다.
“자, 여러분! 이제 사태를 아셨으리라 믿소. 지금 우리는 비상사태를 맞이했소. 국민공회를 이끌 공안위원회의 지도자 중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소. 또한 최고지도자는 죽었소!”
“맙소사.”
“캉바세레스! 탄식할 때가 아니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
어제 사태 때 간신히 살아남은 공안위원 캉바세레스를 질책하며, 당통이 포효했다.
“지금 프랑스는 유럽의 군주들에게 포위된 상태요. 그 군주들이 우리의 모가지를 날리기 전에 우리가 모가지를 날려야 하오! 용기를 내시오, 여러분!”
연설의 내용은 로베스피에르가 제일이다.
연설의 선동성은 마라가 제일이다.
그러나 연설의 위력만큼은 당통이 제일이다.
혁명기 자코뱅 산악파 삼거두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통이 웅장한 열변을 토해냈다.
“우리, 어깨에 조국이 걸려 있소!”
공황에 빠져 있던 의원들은 이제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렇다.
반란이 터졌든, 로베스피에르가 죽었든, 공안위원회가 붕괴했든 프랑스의 위기는 똑같다.
모든 국가가 공화정부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의원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그때다.
“무슈 당통의 말에 동의하오.”
전혀 예상치 못한 이가 일어났다.
라파예트.
옛 입헌군주파이며, 왕이 죽은 후로는 [푀양클럽]을 결성해 야권지도자를 자임하는 자.
발미 전투에서 이겨 프랑스를 지킨 민중의 영웅이 낭랑히 외쳤다.
“나, 라파예트가 제안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비상시국.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공회의 권한으로 비상시국을 이끌 [총재]를 뽑읍시다. 숫자는 5인! 그래서, 그 총재들이 국정을 임시로 운영하게 하는 겁니다!”
이 순간 붕괴된 공안위원회 대신 새로운 지도체제가 탄생했다.
바로 총재들의 집단합의체제 정부가.
***
권력의 세계란, 형이 죽어도 슬퍼할 겨를이 없는 무자비한 세상을 말한다.
“총재라고? 집정관 같은 건가? 로마 시대의?”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프랑스 공안위원회 의원, 그리고 로베스피에르의 동생.
아직 31세의 청년.
이제는 형을 잃고 고아처럼 주저앉은 남자다.
플뢰르 대저택, 국민공회가 열리는 퇼르리 궁전 바로 옆.
이곳의 위원장 집무실에서 오귀스트가 멍하니 열변을 듣고 있었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소. 무슈 오귀스트. 아니, 이제는 무슈 로베스피에르라 불러드려야 할지?”
“그냥 오귀스트라고 불러요. 로베스피에르는, 우리 형님만의 호칭이 되어야 할 것 같으니.”
“상심이 크시겠소.”
살리체티의 위로에 오귀스트는 고개를 떨구었다.
“나보다 내 여동생 샤를로트가 더 상심이 크겠지요. 무슈 살리체티.”
로베스피에르의 가족들도 모두 열렬한 혁명 지지자들이었다.
오귀스트도, 여동생 샤를로트도 막시밀리앙의 이념을 지지했고, 옆에서 같이 뛰었다.
샤를로트는 여성 혁명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혁명이 시작된 지 5년.
결국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한 채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한때 자신이 이끌던 민중의 총검에 의해서.
물론 원역사에서 기요틴에 목이 날아간 것에 비하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귀스트는 역사를 모르며, 또한 반란 살해도 비참한 일이긴 마찬가지다.
가만히 감정을 다스리기를 기다리다, 살리체티가 고했다.
“일단, 총재는 5인으로 구성될 겁니다.”
“누구죠?”
“당통, 데물랭, 라파예트, 저, 그리고 당신.”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에 오귀스트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슈 살리체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들으신 대로입니다. 오귀스트, 당신이 총재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난, 자, 자격이 없어요! 형도 지키지 못했는데!”
그때 집무실 안으로 군화를 신은 자가 들어와 말했다.
“무슈 오귀스트, 다른 자가 총재에 오르면 형님의 명예도 지키지 못합니다.”
오귀스트는 눈을 크게 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툴롱의 정복자, 방데의 종결자, 그리고 이제는 파리의 구원자.
무엇보다 오귀스트가 보고 감탄한 <보케르의 만찬>을 쓴 작가.
팬은 [별]이 눈앞에 있을 때 격동한다.
그것도 절망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귀스트의 손을 나폴레옹이 붙들었다.
“보나파르트 장군.”
“형님의 죽음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장군의 탓은 아니죠. 진작 알려줬는데, 내가 늦게 간 탓이고. 또, 그때는 어쩔 수 없었던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자격이 없어요. 아, 그래.”
오귀스트가 밝아진 표정으로 외쳤다.
“장군, 총재가 되어 주시오. 내가 총재로 선임되었다니, 물러나고 후임자를 추천할 수도 있지 않겠소?”
사실,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은 나폴레옹이 방관한 탓이다.
물론 나폴레옹이 빨리 움직였다 해도, 어쩌면 결과는 같았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마라의 1차 목표는 로베스피에르와 공안위원회의 무력화였으니까.
게다가 애초에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은 본인이 실행한 정책 실패의 결과기도 하다.
허나 일부러 오귀스트에게 늦게 이폴리트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나폴레옹은 그렇기에 오히려 오귀스트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죄책감 때문에라도.
나폴레옹이 가만히 오귀스트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영광입니다. 하지만 군인에게는 군인의 길이 있고, 저는 제 길을 가고자 합니다.”
“무슨 길이죠?”
“이탈리아.”
순간,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이전부터 이탈리아를 공격해,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리는 게, 제 소망이었습니다. 파리를 지켰으니, 이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고자 합니다.”
아직 나폴레옹은 25세, 그것도 벼락출세한 사단장급 장군이다.
군단 지휘경험은 없고, 나아가 모두가 납득할 만한 군공도 조금 부족하다.
주로 쌓은 실적은 결국 내전.
외적을 물리칠 수 있다는 실적이 필요하다.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결론을 내린다.
전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그 전장은 이탈리아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팬, 절망에 빠진 남자 오귀스트에게는 오히려 구원 같은 소리였다.
파리를 구원하고, 질서를 지켜냈으며, 이제 목숨을 걸고 외적과 싸우러 간다.
“정말, 장군은 애국자군. 좋소!”
그때 집무실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쿠당탕!
감동에 빠졌던 오귀스트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문밖, 경호병들이 지키는 문을 뚫고 한 청년이 뛰어들어 왔다.
아주 낯익은 얼굴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 플뢰르 궁전에서 제2인자로 행세하던 자.
단두대의 대천사, 생 쥐스트다.
생 쥐스트가 생쥐 같은 몰골이 된 채 오귀스트를 향해 부르짖었다.
“오, 오귀스트! 나, 나 좀 살려주시오. 나 생 쥐스트요!”
오귀스트는 생 쥐스트를 노려 보았다.
분명 어제 로베스피에르가 도주할 때 수행했던 자가 생 쥐스트다.
그러나 생 쥐스트는 도중 홀로 도망쳐 살아남은 것이다.
애초에 무수한 단두대 처형을 가장 앞서 주장한 자가 누구인가?
강경한 대처로 공안위원회가 민심을 잃게 만든 자는 누구인가?
무모한 군 숙청 작업을 주도하며, 군부대마저 믿을 수 없게 만든 자는 누구인가?
차라리 마라의 폭주라도 먼저 처형했다면 이토록 증오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나폴레옹의 질문에 오귀스트가 차갑게 대꾸했다.
“난 저런 자는 모릅니다.”
생 쥐스트가 놀라 소리쳤다.
“오귀스트!”
그러나 오귀스트는 생 쥐스트를 외면했고, 나폴레옹은 경호병들에게 명령했다.
“끌고 가. 혁명재판소에서 처벌받게 하라.”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끌려나가는 생 쥐스트를 보다, 나폴레옹은 정중히 작별인사를 했다.
아마 한동안 오귀스트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살리체티가 나폴레옹의 뒤를 따르며 낮게 말했다.
“이로써, 총재 정부에 자네 편은 나까지 둘이네. 나폴레옹.”
“마르세유에 있는 형님을 불러주실 수 있겠소? 의회가 새로 구성된다던데, 이 기회에 형님도 의회로 집어넣을까 하오.”
“그거 좋지. 간만에 조세프를 보겠군. 응?”
문득 플뢰르 대저택의 복도, 거구의 남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바로 3일 전, 나폴레옹의 약혼 발표식을 망치고 승부를 결단하게 만든 자.
당통.
이제는 5인 총재가 된 조르주 당통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제, 이탈리아로 가는군요. 사령관.”
“나만 가는 건 아닐 텐데, 치켜세울 거 없습니다.”
“그야 이번에 결의될 것은 [라인전쟁]이니까.”
당통이 눈을 찡긋거리며 나폴레옹의 어깨를 두들겼다.
“적당히 공적만 세우고 돌아오시오. 그럼 그 다음은 내가 책임지리다.”
나폴레옹은 순간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다 웃었다.
이미 무력의 힘을 한 번 본 정치가들이다.
허나 사태가 안정되자 다시 권력자로 행세하려 드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나폴레옹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쨌든 나폴레옹도 혁명에 공감하고, 공화정부를 찬성하며, 헌법을 지키기 위해 군을 동원했다.
그러나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무슈 당통.”
프뤽튀토르, 곧 열매 익는 달 9월.
쿠데타가 있었고, 혁명정부는 진압했다.
과실의 승자 나폴레옹과 당통이 플뢰르 대저택에서 서로 지나쳤다.
***
이제 정말 반쯤 고아가 된 소년도 파리에 있다.
-저벅, 저벅, 저벅.
한때 사람으로 가득 찼던 보아르네 저택에 발 소리가 울렸다.
어두운 거실, 소파 위에 앉아 있던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문 한쪽에서 잘생긴 청년이 머리를 긁적이다 물었다.
“괜찮아?”
소년, 유진이 청년 이폴리트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우는 얼굴은 아니다.
그렇다고 웃는 얼굴은 당연히 아니지만.
“뭐, 그렇게 애틋한 아버지는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죽었으니.”
“내가 침울한 건 다른 이유야. 이폴리트.”
유진은 굳은 얼굴로 벽을 바라보았다.
“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바다를 건넜고, 전쟁에 참여했지.”
저 벽에는 한때 프리메이슨의 검이 걸려 있었다.
검의 주인은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왕족과 불륜을 벌이고, 미국 시민전쟁에도 청년 시절 참여했으며, 대단한 전처와 아들을 두었던 남자.
만약 혁명기가 아니었다면, 일생 유명한 귀족 한량으로 살다 갔을 사람이다.
비록 모친을 버렸고, 책임감 없는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살기를 바랬다.
혹시 기요틴이 부친의 목을 날릴까 두려웠던 적도 있다.
그런데 정작 알렉상드르는 멍청하게 보호하라 보낸 마르소를 뿌리치고 달리다 죽었다.
역사를 유진이 바꾸던 현장에서.
“그런데 바꾸지 못했어, 아버지의 죽음은.”
혹시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
유진은 본래 서기 1824년, 43세의 나이로 병사한다.
로베스피에르가 결국 1794년에 죽은 것처럼, 유진도 죽게 되는 걸까?
그때 이폴리트가 불쑥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 죽어.”
“뭐?”
“어차피 죽을 거,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니냐? 그건 네가 가르쳐준 거야. 유진.”
이폴리트의 눈이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날 봐. 널 안 만났으면 그냥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있겠지. 지금 내가 어때? 파리를 지킨 구국 영웅과 함께 하고 있다고!”
오히려 유진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본래 이폴리트는 그저 일개 용기병으로 자원하는 청년이다.
일생 한량으로 살았고, 조세핀과 불륜을 저질렀으며, 사기를 치다 죽어야 한다.
그러나 유진을 만나 오히려 이폴리트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목숨을 거는 대신에.
-쾅!
순간, 정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그래, 부친의 죽음은 안 됐지만 일어날 시간이다. 소년기수.”
흑색 군복, 나폴레옹이 들어서고 있었다.
유진은 멍하니 나폴레옹을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삐쩍 마른 장교였고, 툴롱에서는 불평 많은 지휘관이었으며, 방데에서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던 장군이다.
그렇지만 이제 파리의 구원자가 된 나폴레옹은 달랐다.
방금 전, 이폴리트에게서 보았던 확신이 나폴레옹의 눈에서 빛난다.
“나도 네 나이 때 부친을 잃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어. 왜? 가족이 있었으니까. 목표가 있었으니까. 해내야만 하는 꿈이 있었으니까!”
실은 뻥이다.
유진은 아직 13살이고, 나폴레옹은 16살에 부친을 잃었다.
그렇지만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은 거친 말투 속에서도 드러난다.
나폴레옹이 유진에게 성큼 다가와 어깨를 붙들었다.
“오늘, 새로운 지도체제 [5인 총재]가 결의했다. 대프랑스 동맹에 대한 라인 전쟁을.”
“라인 전쟁이라구요? 라인 방면에서 진행되는 겁니까?”
“그래. 내게 주어진 것은 이탈리아 전장이다.”
빠르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라인 전쟁, 곧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총공세는 시작된다.
대프랑스 동맹을 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시점은 1796년의 일.
아직 1794년 9월, 최소 2년 빠르게 작전이 개시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정부, 총재들이 주전장으로 생각하는 것은 라인 전선.
이탈리아는 부차적인 전장에 불과하다.
문득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물론 내가 바란 거지만, 총재들도 부담스러웠겠지. 파리 치안군을 이끌던 내게 영광의 전장을 선사해주는 것은.”
순간, 유진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운명이 있다면, 또한 운명을 거머쥐는 것도 인간의 선택이다.
나폴레옹은 결단을 내려 운명을 잡았다.
유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탈리아야말로 진정 영광의 전장입니다. 장군님.”
“정말 그렇게 믿나?”
“당연하죠!”
나폴레옹이 유진을 정시하며 명령했다.
“그럼, 나를 따르라. 소년기수. 영광을 함께 하자!”
유진은 이 순간 선택했다.
“예, [몽 나폴레옹]!”
몽(Mon).
[나의 것]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1인칭 소유격.‘유진’의 나폴레옹과 함께 이탈리아로 간다.
서기 1794년 9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운명이 바뀐 3일.
유진은 이탈리아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달려갈 것을 결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