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1화(72/547)
(71) 이탈리아 사령관 나폴레옹이 임명되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는 것, 인간 사회의 오래된 법도다.
-주르륵.
가을의 파리는 비가 자주 내린다.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공동묘지가 일반화되기 직전 시대다.
사람들은 교회가 축복한 장소에 묻히는 것을 풍습으로 삼았다.
오늘 유진과 조세핀, 오르탕스가 온 장소도 옛 예수회 교당이 있던 곳이다.
후일 파리의 가장 유명한 공동묘지, 페르 라셰즈가 들어서는 장소다.
사제, 페슈가 엄숙히 땅에 묻히는 검은 관을 보며 선언했다.
“알렉상드르의 영혼을 주께서 받아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장례를 주관하는 사제는 조세프 페슈, 나폴레옹의 외삼촌이다.
레티치아의 이부동생으로 레티치아의 모친이 재혼해서 낳은 아들이다.
그래서 외삼촌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31세로 나폴레옹과 6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폴레옹 일가의 유일한 사제라, 특별한 부탁을 받고 이렇게 장례식을 치러준 것이다.
흑색 군복을 예복으로 입고 온 이폴리트가 슬쩍 유진에게 물었다.
“혁명기인데 어째, 신부가 장례를 치르는 게 허용됐네?”
“공안위원회가 무너졌잖아. 지금은 ‘반동’의 시대라고.”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군. 응? 잠깐, 유진. 저쪽에서 오시는 분.”
이폴리트는 놀라 유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 할아버지 아냐?”
유진과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친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 부친의 부친도 세상에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직 젊었던 알렉상드르의 부친, 보아르네 후작은 그야말로 정정했다.
그동안 혁명에 투신한 아들과 인연이 끊겼을 뿐.
보아르네 후작, 그 후계자이자 알렉상드르의 형 프랑수아, 그리고 프랑수아의 부인과 자녀들이 보인다.
문득 유진의 앞에 보아르네 후작이 섰다.
“유진 드 보아르네,”
이제 80세, 루이 15세 시대에 대서양 함대 사령관을 지낸 남자.
한때 마르티니크의 총독이었고, 후작가를 창설한 풍운아.
허나 끝까지 조세핀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자다.
지금도 조세핀은 무시한 채, 유진만 보고 있었다.
“네 아비는 모자란 녀석이었지. 신대륙을 독립시킨다고 바다를 건너고, 프랑스에 적응 못해 신성로마제국에 유학을 갔지.”
보아르네 후작, 프랑수아의 시선이 흙이 덮이던 관을 향했다.
“그러더니, 국왕께 반역해 혁명에 뛰어들다, 결국 이 꼴이구나.”
그 순간, 오히려 참지 못한 쪽은 이폴리트였다.
“말씀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후작님? 지금 유진은 아버지를 잃었어요! 여기, 오르탕스도!”
“하지만 여기, 유진은 우리 가문의 명예를 지켰지.”
“예?”
이폴리트를 무시한 채, 오만한 구귀족 늙은 프랑수아 후작은 유진을 정시했다.
“왕비 폐하와 공주 전하를 지키지 않았더냐? 넌 우리 집안의 문장을 쓸 자격이 있다.”
아무래도 [공주의 기사]라는 별명이 이 노귀족에게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유진은 비웃음이 입꼬리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새삼 느끼게 된다.
저 흑색 관에 들어간 알렉상드르가, 알고 보면 얼마나 열려 있던 귀족이었는지 말이다.
프랑스에 갇히지 않고 독일로 유학을 갔으며, 미국 독립전쟁에 열광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자 기꺼이 혁명을 지지했다.
단지, 능력이 부족했을 뿐.
알렉상드르의 장례식에 알렉상드르를 부정하는 구귀족을 보다, 유진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후작 각하.”
“조부님이라고 불러라.”
“감사합니다, 후작 각하. 그렇지만 전 보아르네 가문을 이을 생각은 없습니다.”
분명 보아르네 가문은 아직 거부다.
가난하고 방탕하게 살았던 차남, 알렉상드르와 달리 장남 프랑수아는 사교계 명사로 여전히 버티고 있다.
원역사에서는 재산을 갖고 망명했다가, 조세핀의 인맥을 타고 돌아온다.
그러나 지금도 프랑수아는 유진과 조세핀을 경멸하는 눈빛이다.
부친 프랑수아와 마찬가지로.
유진에게는 오히려 저들이 경멸의 대상인데도.
유진이 부슬비 속, 물기를 털어내며 싱긋 웃었다.
“이미, 구시대 귀족은 의미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또한 여기 후계자님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셔야 할 겁니다.”
조부도, 백부도 인정하지 않는다.
유진은 보아르네라는 이름을 쓸 뿐, 후작가를 이을 생각 따위는 없다.
어차피 그 이름 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혁명 시대다.
나아가 그보다 더 놀라운 영광을 얻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때 조부, 보아르네 후작이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흥, 그래봤자 네 몸에 흐르는 피는 우리 보아르네 가문의 피다. 결국 너도 알게 되겠지.”
우산을 쓴 채 보아르네 일족들이 사라졌다.
유진은 그들을 보다 생각했다.
본래는 공포정치 시기, 구귀족들 다수가 죽거나 망명한다.
하지만 루이 16세의 자결 후, 역사가 뒤바뀌면서 처형도 망명도 확연히 줄었다.
얼마나 많은 구귀족들이 다시 시대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도사릴까?
향후 유의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진의 옆에서 오르탕스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잘했어, 오빠! 재수없어, 어떻게 장례식에서 저런 말을 해?”
“꼭 틀린 말도 아니지. 아버지는 무능하긴 했어.”
“응? 그, 그건 그런 거 같기도.”
애석하게도 시대에 열린 감각을 지녔던 알렉상드르는 무능했다.
차라리 벽창호처럼 막혀 있었다면, 저 멀리 향하는 큰 형 프랑수아처럼 살 수 있었을 지 모른다.
이미 묻혀버린 알렉상드르의 관을 보다,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도 살아 있었다면, 더 좋은 날이 왔을 텐데.”
그런데 장례식장에 도래한 불청객은 보아르네 일족만이 아니었다.
사라진 보아르네 후작과 비켜 지나치듯,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진은 의외의 얼굴에 잠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프레데릭 중장님? 어, 저분은.”
옛날, 한때는 유진이 집처럼 드나들던 살름하우스의 주인.
프랑스 군 명예 준장이자 신성로마제국 살름-키르부르크의 영주.
프레데릭 살름 키르부르크가 흐린 낯에 미소를 띤 채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 유진. 안녕하시오, 로즈? 이젠, 마담 파제리라고 불러야 하나?”
서로 안면은 있는 사이다.
다만 친하다고 할 수는 없다.
본래 프레데릭은 어디까지나 알렉상드르의 친구였지, 조세핀의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레데릭과 동반한 여자는 더욱 큰 문제다.
흑색의 상복을 입은 채, 우산을 쓰고 있던 조세핀이 입술을 뗐다.
“아멜리에, 당신이 왔군요.”
아멜리에 제피린 폰 살름 키르부르크.
호엔촐레른 가문이 차지한, 지크마링겐 공작의 부인.
또한 파리의 한량 알렉상드르의 애인이던 여자다.
유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애초에 왕실과 인연을 맺게 된 게 바로 아멜리에의 소개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모친은 어떨까?
아멜리에가 파리한 입술을 떨다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하지만 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 사람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괜찮아요. 이해해요. 나도 한 때는 이 사람의 부인이었는데.”
“로즈.”
문득 아멜리에의 손을 잡으며, 조세핀이 생긋 웃었다.
아멜리에는 전 남편의 애인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조세핀을 보다 놀랐다.
하지만 조세핀은 원래 원한을 오래 갖지 않는 여자다.
게다가 법적인 남편과 사실상 헤어진 것은 아멜리에도 마찬가지인 터다.
오히려 귀족 출신이기에 혁명이 벌어진 파리에서는 지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다정히 손을 쓰다듬으며 조세핀이 말했다.
“이제 우리 집으로 놀러 와요. 죽어버린 알렉상드르 대신, 내가 당신 가족을 보호해 줄게요.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던 아멜리에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고마워요, 로즈. 그리고, 유진.”
일생 한량으로 산 남자, 알렉상드르가 만든 묘한 인연이 장례식장을 드리웠다.
아직 따뜻한 가을 부슬비와 함께.
***
그러나 한량이 아닌 아들, 유진은 바쁘다.
카페 보아르네, 유진의 파리 본거지에 보아르네 [패밀리]가 집결했다.
본래 방크 보아르네 멤버인 마르소, 투르네, 다마스.
최근 합류한 사무엘 폴리, 엘퇴티르 듀퐁, 그리고 아르망.
여기에 스폰서 격인 레카미에도 자리했다.
우선, 보아르네 카르텔의 명목상 대표자인 다마스가 헛기침을 했다.
“어, 돌아가신 부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네. 그러니까, 이럴 때일수록.”
“헛소리 관두고, 파리로 올라올 준비나 해요. 마르세유는 콜로에게 맡기고.”
“그래, 콜로에게 맡기고. 응?”
다마스가 위로를 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유진은 전혀 슬픔에 잠겨 있지도, 침울해 하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았다.
어째 안심이 되는 동시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눈앞의 소년 [파트롱]은 확실히 냉정한 남자인 모양이다.
물론 실은 전생자인데다 부친과 별로 정이 없는 탓이지만.
“뭐, 파리로 올라오라는 건 사업 본거지를 옮긴다는 건가?”
앙투안 다마스의 질문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파리는 더 이상 자코뱅 것이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죠. 나아가, 차기 치안사령관은 마르소가 될 테니까 잘 지켜 줄 겁니다.”
갑작스런 말에 한쪽 벽에 기대 있떤 마르소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난 자네 부친도 지키지 못했어.”
“그럼 누구에게 맡기죠? 멍청한 우리 아버지 얘기는 집어치워요, 마르소 중령! 아니, 이젠 준장이군요.”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오히려 유진보다 더 침울해 보이는 마르소를 응시하며, 유진이 말했다.
“나폴레옹 장군님이 곧 직접 계급장을 달아줄 거예요. 소장을 맡기기엔 너무 특진이란 얘기가 있어서. 일단 치안사령관 대리로 시작합니다.”
분명 유진은 마르소에게 알렉상드르를 지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허나 마르소는 미처 알렉상드르를 지키지 못했고, 바삐 비보를 들고 공회장 앞으로 달려가야 했다.
당시 유진은 격전에 정신이 없어, 그냥 넘겼지만 마르소의 실책이 맞다.
그럼에도 마르소에게 유진은 준장 승진이란 선물을 준 것이다.
멍하니 서 있는 마르소를 향해 투르네, 고미, 엘리가 축하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마르소 준장 각하. 흐흐, 공적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죠!”
“암, 사실 방데도 실제 지휘는 마르소 중령님이 다 하지 않으셨나?”
“드디어 우리 마르소 님도 장군이 되셨군!”
마르소는 형언할 수 없는 눈으로 유진을 보다 물었다.
“유진, 날 용서하는 거냐?”
그 순간, 유진이 마르소의 뺨을 쳤다.
-철썩!
모두가 당혹한 가운데, 마르소가 가장 당황해 유진을 보았다.
“유, 유진.”
“마르소, 멍청한 소리 집어치우라고 했어요! 날 정말 [파트롱]이라 생각합니까?”
“뭐? 그건 물론이다.”
난데없이 뺨을 맞아 정신없는 상태로, 마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진심을 토해냈다.
“이 혁명이 시작된 이래, 넌 어떤 길도 찾지 못하던 내게 길을 열어줬어. 게다가 나의 안젤리크까지 구했지. 아니, 방데 주민 60만을 구했어! 이제는, 파리도!”
마르소는 항상 구원을 바래왔다.
이 프랑스는 절망에 빠져 있다.
혁명 이전에는 도탄이었고, 혁명 후에는 유혈의 피바다다.
혼란이 가득한 나라,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확신에 가득찬 [신동]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행보를 함께 걷다 보면, 언젠가 이 혼란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아내, 안젤리크의 목숨을 구하는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유진은 마르소에게 실로 주인(파트롱)과 같은 존재다.
일순, 유진이 마르소의 부은 뺨을 붙든 채 뒤흔들었다.
“그럼 이제, 멍청하게 죽은 아버지 얘기는 닥쳐요! 이곳에서 내 기반과 가족을 지켜줘요. 난, 이제 나폴레옹 장군과 원정을 떠나야 한다구요. 우리의 운명과 프랑스의 운명이 달린 원정이죠.”
유진이 정말 알렉상드르 때문에 화가 난 거였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 전에 프뤽튀도르의 날, 마르소를 쏴버렸을 것이다.
사실 알렉상드르 100명을 갖다 준들, 유진에게는 마르소나 오슈나 이폴리트보다 못하다.
부친에게는 미안한 얘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단지 아무리 혁명기라도 이렇게 말하면 패륜아 소리를 들을 테니, 유진이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감동한 마르소를 내버려둔 채, 유진은 시선을 돌려 다마스를 다시 보았다.
“무슈 조세프가 여기 올라올 겁니다.”
“응? 아, 보나파르트 장군 형님인 변호사 말이지? 우리 카르텔의 고문이고.”
“아마 정계진출할 것 같은데, 잘 돕도록 해요. 혹시 뤼시앵이 올라오면 역시 도와주고.”
다마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후, 유진은 폴리를 확인했다.
“폴리, [뇌전수은]은 잘 봤죠?”
이번에 라부아지에와 듀퐁이 합성하는 데 성공한 [기폭제]다.
뇌전수은이 성공한다면 격발식 총탄이 가능해진다.
꼭 후장식 소총이 아니라도, 수석을 전장에서 버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폴리도 뇌전수은, 그러니까 뇌홍이 탄생했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상경한 거였다.
혁명기 동란보다 병기에 더 관심 많은 남자, 폴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봤지, 멋진 물건이더군.”
“[마르소의 원통]도 봤죠? 그걸 뇌전수은과 탄약으로 함께 씌울 수 있겠어요? 가능하면 당장 실용화하면 좋겠는데.”
“그건 무리야. 3년만 주어진다면 가능할 것 같지만.”
살짝 실망하는 유진에게 폴리가 씩 웃으며 총을 들어 보였다.
“다만, 퍼거슨 라이플이라면, 마르세유에서 준비는 해놨네. 3천 정 정도.”
유진은 다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폴레옹과 함께 하는 전장이다.
신병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유진 본인은 여차하면, 백은문자의 알림이 있다.
어떤 선택과 작전을 펼치든, [옳음]과 [그름]을 판정해주는 초월성.
그래도 신병기가 있다면 결정타를 날리기 쉬워진다.
“예비용으로 더 필요할 테니 수량 늘려요. 그리고, 여기 듀퐁과 함께 화약공급에 만전을 기해 주세요. 아니, 당신들 둘은 아예 마르세유 공장으로 내려와요. 원정 기간 동안.”
“후방 공급인가?”
“그래요. 마르세유에서 우리 보아르네 카르텔의 군수부문은 무슈 콜로에게 책임지게 할 겁니다. 밀수가 끊길 테니 자금은 파리에서 벌어줘야 해요.”
듀퐁도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군수사업이라, 재미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원역사에서 듀퐁은 미국의 군수사업을 독점하며, 대기업가로 성장한다.
아마 자질 자체는 아직 젊은 지금도 있을 것이다.
유진이 피식 웃다, 레카미에를 향해 정중히 말했다.
“다마스를 잘 가르쳐주세요, 무슈 레카미에.”
아무리 기반이 있어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는 게 사업이다.
금융업은 더욱 리스크가 크다.
이미 동인도회사의 금융가들이 당하고 있는 꼴이기도 하다.
아직 42세지만 부쩍 늙어보이는 중년 남자, 자크 레카미에가 히죽 웃었다.
“기꺼이 일하지. 어차피 보나파르트 장군 쪽 인사들이 권력도 잡았는데, 돈벌이 할 일은 넘친다네. 그보다, 자네 아버지 빚은 갚을 거지?”
“예?”
“잊었나? 자네 부친은 내게 혁명 전, 3천 리브르의 빚을 지고 있었어. 그거 아직도 안 갚았다네.”
동업은 동업이고, 조력은 조력이며, 채무는 채무다.
실로 유대인 뺨치는 신교도 금융가다운 태도다.
감탄스런 기분으로 쳐다보던 유진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죠. 모두 갚아 드리겠습니다. 이자까지.”
그때 문득 다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브뤼에 함장이나 니콜라스, 새로 합류한 로베르 쉬르쿠프는 어쩔 거지?”
이번에는 유진도 멈칫거렸다.
사실 브뤼에 함장이나 니콜라스, 그리고 쉬르쿠프는 이번 원정에서는 쓸모가 없다.
아마 전적으로 육전으로만 진행될 작전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라리 파리로 본거지를 옮겨온 김에, 대서양 밀수에 다시 종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밀수 무역 대상인 이탈리아는 전장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때다.
[파리 이동시, 제로. 이탈리아 동행 시 플러스.]간만에 떠오른 백은문자를 보다, 유진은 대꾸했다.
“이탈리아 원정군에 가서 정하죠. 해군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아, 그리고 아르망?”
“어, 아니, 무슨 일입니까? 무슈 보아르네.”
“넌 종군해. 투르네 대신, 우편 서신 전달을 맡아. 계급은 하사부터 시작한다.”
군문에 종사하는 게 아르망 가네의 꿈이었다.
그 꿈을 엉뚱하게 이루게 된 셈이다.
놀라 입을 쩍 벌린 아르망을 툭 치며, 이제 중위로 진급 예정인 투르네가 껄껄 웃었다.
“오, 나도 부하가 생겼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아르망 하사.”
“예? 아, 자, 잘 부탁드립니다. 중위님.”
“좋아. 우편병의 역할은 신속, 정확, 적시성에 달려 있지! 내가 방데 전장에서 싸울 때는 말이야······.”
무슨 역전의 용사라도 되는 양 투르네가 무용담을 늘어놓을 찰나, 유진이 탁자를 쳤다.
“자, 그럼.”
모두가 유진을 돌아보았다.
탁자 위, 이폴리트가 어느새 잔을 깔며 포도주를 붓고 있었다.
멋들어지게 디켄팅 하듯 술을 부으며, 이폴리트는 씩 웃었다.
“모두 잔을 들어주시죠. 보아르네 카르텔의 파리 시대가 시작됩니다.”
보아르네 카르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을 가리키는 말.
모두가 잔을 보며 자각한다.
결국 여기 있는 이들은 핏빛 포도주가 상징하듯, 피를 함께 흘리고 싸워야 할 것이다.
대혁명의 시기를 함께 헤쳐나갈 자들.
클레브 드 유진.
곧, 유진 클럽의 일원들이다.
문득 다마스가 잔을 들며 신나게 외쳤다.
“좋아, 난 마르티니크 때부터 이미 걸었다고! 우리 소년 파트롱의 무운을 위하여!”
유진 클럽의 멤버들이 일제히 외쳤다.
“파트롱에게 전장의 영광을!”
바야흐로 유진 클럽이 결성된 순간이었다.
***
한때 공안위원회가 열리던 곳에 나폴레옹과 유진이 섰다.
플뢰르 대저택.
이제는 5인의 총재들이 프랑스를 지휘하는 곳.
당연히 예전 공안위원회가 갖고 있던 절대적 권력은 없다.
그러나 이곳의 의중이 프랑스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총재, 당통이 엄숙히 선언했다.
“그럼, 프랑스를 구원할 대프랑스 반격전쟁, 한 축을 맡을 이탈리아 사령관을 임명하겠소!”
총재는 모두 5인.
당통, 데물랭, 살리체티,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라파예트.
그중 군부 인사였던 라파예트가 직접 사령관의 견장을 나폴레옹에게 달아주었다.
3개의 별.
공식적인 계급은 아니지만, 여단장과 사단장의 위에 존재하는 장군.
사령관급 장군, 곧 중장이다.
-철컥!
라파예트가 나폴레옹을 향해 일렀다.
“잘 부탁하오. 꼭 승리하지 않아도 좋소. 중요한 건, 적 동맹군을 격퇴하고 국경을 지키는 거요.”
무리할 필요 없다.
당통을 비롯해 총재들이 나폴레옹에게 주지하는 바다.
그러나 프랑스 국정 상황은 정말 좋지 않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이탈리아 전장에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뿐이다.
그곳에 아무런 지원도 제대로 가지 않았다는 것.
총재들이 더욱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나폴레옹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그런 소극적 자세로 임할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말이오, 장군?”
“저는 이기기 위해서 갑니다. 제게 맡겨주시면 답답한 이탈리아 전선을 단숨에 바꿀 작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득 나폴레옹이 옆에 시립해 있던 소년장교, 유진의 어깨를 붙들며 외쳤다.
“여기, 승리의 [우상]. 소년기수를 동반하는 길 아닙니까!”
승리의 우상, 곧 [아이돌].
툴롱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들었고, 방데에서 전투를 종결지었으며, 파리에서 구원전을 펼칠 때도 일선에 있었다.
나폴레옹이 승리할 순간마다 함께 했던 상징.
소년기수, 유진이다.
한때, 마르스 광장에서 유진의 도움으로 사람들을 구했던 라파예트가 빙그레 웃다, 물었다.
“좋소. 그럼, 목표는?”
나폴레옹은 라파예트, 그리고 5인 총재가 모두 경악할 답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정복입니다.”
그러나 이 호언장담을 믿는 자는 이 자리에 단 하나 뿐이었다.
바로 나폴레옹의 아이돌, 유진이다.
유진과 나폴레옹이 아무도 믿지 않는 이탈리아 정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