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3화(73/547)
(73) 혁명전쟁 시대, 삼성장군이 있다
혁명의 격변기, 사실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만 잘 나갔던 게 아니다.
“3인의 별? 이게 무슨 얘기인지 알아? 난 처음 보는 명칭인데?”
1794년 12월, 나폴레옹은 마르세유 우편특수연대 1천 명을 이끌고 파리를 떠났다.
본래 마르세유에서 끌고 온 여단급 병력과 치안군 병력은 파리에 남았다.
새로운 치안사령관은 마르소.
나폴레옹 입장에서도 툴롱 때부터 손발을 맞춘 신뢰감 있는 부관에게 뒤를 맡긴 것이다.
나아가 친위대 격으로 데리고 가는 부대의 중핵은 다름 아닌 유진 특수중대.
유진의 입장에서는 행군이 꽤 편해진 셈이다.
그런데 나폴레옹 연대의 이동로는 이탈리아 방면이 아니었다.
프랑스 동부국경 도시, 메츠에서 나오는 길.
보급마차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을 읽던 이폴리트가 물어온 것이다.
옆에서 잠시 쉬던 유진이 흘깃 신문을 보았다.
-〈신 총재정부, 3인의 별과 함께 반혁명군 격퇴 선언!〉
아까 들렸던 메츠에서 사온 신문 1면에 있는 기사다.
유진은 가볍게 기사를 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안 봐도 파리에서 이미 듣고 온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방데의 나폴레옹 장군, 플랑드르의 오슈 장군, 라인의 모로 장군. 이렇게 3인이네.”
“아니, 보나파르트 장군이나 오슈는 그렇다 치고, 모로는 또 누구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북부군 총사령관 주르당은 어디가고?”
“모로는 마인츠의 정복자야. 지금 라인 정면이 빈 상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문득 이폴리트의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어, 그러고 보니, 마인츠는 클레베르 장군이 실패하고 회군한 전장 아냐? 대단한데?”
프랑스어로는 마옌느라고 불리는 도시.
원역사 현대에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 마인츠라 불리는 곳.
꽤 오래 전부터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점령과 탈환을 거듭해온 국경지대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는 마인츠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혁명이 시작된 직후, 오스트리아 군이 마인츠를 점령했다.
이 당시 마인츠에서 패배하고, 패전의 책임을 물어 방데로 배치된 게 클레베르의 마인츠 사단이다.
유진 특수중대가 손발을 맞춰 싸우던 전우들이다.
비록 방데의 종결자가 나폴레옹이 된 마당이지만, 클레베르가 유능한 장군이란 건 혁명군 누구나 안다.
한데, 급수로 따지면 1등급 장군일 클레베르가 패전한 도시를 정복했다.
감탄하는 게 당연하다.
유진이 그 모습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 반응이지. 총재정부가 원하는 게. 아니, 당통이 원하는 걸지도.”
“엥, 무슨 말이야? 그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어. 경제는 엉망이고 전황은 안 좋아. 여전히 대프랑스 동맹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고.”
상퀼로트의 반란은 성공적으로 진압되었다.
심지어 시민에게 포도탄을 쏜 것도 용인되었다.
어쨌든 정부의 사실상 수반, 로베스피에르가 [폭도]에게 살해된 마당이다.
포격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총검학살이라 해도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새로운 총재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갑자기 풍년이 올 리가 없다.
여전히 무역은 영국 함대의 방해를 받는 중이다.
이 상황을 신 총재정부는 대대적인 [전쟁]으로 반전시키고자 결정한 것이다.
그때 보급마차 옆에서 말을 몰던 쥐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쥐노도 프뤽튀토르 반란 진압 후 승진해, 대령 계급장이 어깨에 번뜩인다.
“어, 잠깐. 그렇게 안 좋나? 피레네는 뒤고미에 장군이, 플랑드르는 주르당 장군이 어쨌든 지키고 있지 않아?”
“쥐노, 생각보다는 전황을 잘 파악하고 있군요. 눈앞의 일만 보는 줄 알았는데. 아니면, 미녀나.”
“어이! 나도 이래뵈도 치안사령부 연대장이었거든? 프랑스 전체 군사 구도는 대충 안다고!”
쥐노가 발끈하자 옆에서 뒤로크가 고개를 젓고, 마르몽이 피식 웃었다.
아무리 쥐노가 성격이 급해도, 그간 파리 치안군 사령부의 간부였다.
프랑스 전체 군사 전략과 구도 정보를 모두 입수할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단 얘기다.
이는 지금 행군하는 나폴레옹 연대의 지휘부 전부에 해당한다.
여기 모두가 약 1년 간, 프랑스 혁명군 전체의 정보를 보고, 배우고, 탐구했다.
아마 향후 군 지휘를 맡게 될 때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다만, 군인이라 못 보는 게 아직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요. 여기에 라인 방면군 현재 총사령관인 클로드 미쇼 장군도 있죠. 문제는 이 모두가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장군들이란 거예요.”
그때서야 무슨 말인지 깨달아 놀란 쥐노와 마르몽, 뒤로크를 보며 유진이 말했다.
“당연히 당통은 새 얼굴로 전면 교체하고 싶을 거라구요.”
요컨대 꼭 공적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란 거다.
당통도 어차피 군사 전문가가 아니다.
아마도 총재는 아니지만 여전히 군사 행정을 맡은 카르노나, 군 지휘 경험이 있는 라파예트의 추천이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혁명전쟁기에 올라선 청년 장군, 3명이 전면에 드러났다.
25세의 나폴레옹, 26세의 오슈, 그리고 31세의 모로.
실로 청년들에게 프랑스 군부의 운명이 맡겨진 셈이다.
쥐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플랑드르 사령관도 교체되나?”
“주르당이 지지부진한 모양이더군요. 아예 잘리진 않겠지만, 북부군을 모젤군단 중심으로 바꾸고, 독립작전권을 주기로 했어요. 오슈가 지휘하는 군대죠.”
“이야, 오슈 장군도 출세했네! 무슈 조세프의 ‘동서’ 아냐? 그렇죠, 사령관 각하?”
그때 선두에서 기마를 몰던 나폴레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슈는 믿을만한 사람이지. 총재정부가 인선을 잘했어.”
“로베스피에르 친구인데, 그냥 넘어갔군요, 다행히.”
“흥,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난 로베스피에르가 발탁한 게 아니었나?”
순간, 나폴레옹이 미간을 좁혔다.
“문제는 모로야. 이름만 들었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지.”
사실 유진도 모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원역사에서 모로는 라인 전장에서 수훈을 거두지만, 나폴레옹과 대립한다.
심지어 나폴레옹이 양녀, 오르탕스와 결혼하라고 제안했음에도 거절한다.
결국 모로와 나폴레옹의 대립은 추방으로 끝나고 만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
아직 나폴레옹이 혁명에 투신하고 있고, 모로는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이다.
문득 유진이 싱긋 웃으며 나폴레옹에게 말했다.
“그래서 특별히, 오늘 만나러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바쁜 와중에.”
나폴레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몰았다.
-잇히이이잉!
지금, 나폴레옹 연대가 가는 곳이다.
마인츠, 프랑스 동부 최전선.
나아가 모로의 라인 방면군 사령부가 있는 장소다.
***
최전선은 포연이 가득했다.
-쾅!
저 멀리 산발적인 교전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령관이 직접 움직일 정도로 본격적인 전투는 아니다.
그러나 언제든 적군과 조우할 수 있는 위험지대다.
이 상황에서도 엄정한 태도를 갖춘 남자가 나폴레옹과 유진을 맞이했다.
“이곳, 마인츠에 오신 걸 환영하오. 이곳이 혁명을 지키는 최전선이오.”
라인 방면에 집결한 군대는 무려 30만 명.
주전선이 아닌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내전이 있던 방데나 정복전이 진행중인 플랑드르 방면보다도 훨씬 대규모다.
눈앞의 남자가, 프랑스 최대 국경군을 지휘하고 있는 사령관, 장 빅토로 모로다.
은발에 가까운 회색머리, 고집 센 표정, 거친 눈빛이 번뜩인다.
쉬운 상대는 아니겠다고 유진이 생각할 찰나다.
나폴레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반갑소, 이탈리아 방면군을 맡은 보나파르트요. 이번 작전에서 남쪽 방면을 맡고 있지.”
“잘 부탁하오. 결국 주전장은 라인, 이탈리아에서 방어해주는 게 관건이오.”
“지금, 뭐라고 하셨소?”
나폴레옹의 낯빛이 변했다.
주전장은 어디까지나 라인 전선, 바로 이곳이다.
그러니 너희는 보조군의 역할을 다하며 수비에 전념해라.
지금 모로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다만 모로의 얼굴은 오만함은 일절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의무를 수행하는 책임감만이 느껴질 뿐.
기계적일 정도로 차갑고 엄정한 태도로 모로가 대꾸했다.
“군의 정석을 얘기하는 겁니다. 보나파르트 장군. 우리의 주적은 결국 신성로마제국,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군이오.”
“그건 동감이긴 합니다만.”
“네덜란드 방어전의 승장 요시아스와 황제의 동생, 카를 대공이 라인으로 오고 있소. 우리는 그들을 이겨야 하오.”
모로는 책상 위 지도를 가리켰다.
“그러자면 플랑드르와 이탈리아에서 철저한 방어가 필요하지. 수비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오.”
문자 그대로 정석이다.
프랑스의 동부 국경은 플랑드르, 신성로마제국, 스위스, 이탈리아 반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교전이 벌어지는 곳은 플랑드르, 그리고 신성로마제국 국경 지대인 라인 강이다.
특히 적들의 주력인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는 라인으로 대군을 파병했다.
그러니 이 방면에서 승리하는 게 [라인 전쟁] 승전의 관건이다.
플랑드르와 이탈리아 방면군은 수비에 전념해야 한다.
아주 상식적이고 교범적이며 정론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작 수비에 전념할 거라면, 나폴레옹이 왜 파리를 버리고 전선에 뛰어든단 말인가?
게다가 전략 측면에서도 모로의 말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때다.
“난 거기에 동의 못 하겠는데. 나폴레옹 장군도 그렇지 않습니까?”
나폴레옹이 고개를 돌리다 놀랐다.
“오슈!”
“간만입니다. 동서. 아, 동서라고 불러도 되겠죠?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아내가 장군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을 터.”
“무슨 그런 농담을 그렇게 합니까? 그러고 보니, 데지레가 플랑드르로 갔다구요?”
나폴레옹이 반갑게 오슈의 손을 붙잡자, 오슈가 마주 힘껏 잡으며 사람 좋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전장이 위험하다고 말렸는데, 이번에 결국 끝내 올라왔습니다. 이게 다, 저기 소년기수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의 [수석부관]으로 옆에 동석했던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자리는 모로도 있다.
갑자기 오슈가 유진을 거론하며 친밀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뭘까?
분명 나폴레옹과의 유대관계를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찰나, 오슈의 의도를 깨달은 유진이 웃으며 되물었다.
“저요? 왜 그렇습니까, 오슈 사령관 각하?”
“애초에 데지레가 어떻게 혼자 올라오겠어? 이게 다 유진 네가 경호병들을 붙여놔서 그런 거 아냐. 니콜라스가 데려왔더라고.”
“니콜라스 쉬르쿠프가요? 그 친구는 밀수나 하지, 왜 그런 짓을.”
이번에는 유진이 다른 의미로 놀랐다.
니콜라스 쉬르쿠프는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밀수 실무를 맡은 선장이다.
그렇지만 사실 니콜라스는 오슈와도 친분이 있다.
오슈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 친구도 알고 보면 나랑 대서양을 오간 사이라고. 뭐, 내가 독수공방하는 게 안 돼 보였나 보지. 아님, 데지레가 불쌍했거나.”
한때 마르티니크를 오갔던 모험을 떠올리며 오슈와 유진은 마주 웃었다.
물론 이 광경이 불편한 한 남자도 있었다.
불쑥 헛기침을 하며 모로가 말했다.
“큼! 친밀해 보이시는군. 어쨌든, 왜 동의 못 한다는 거요? 오늘 [회동]은 라인 전쟁의 최종 전략을 통지하기 위한 점도 있소만.”
오슈는 빙그레 웃으며 모로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방금 모로가 말한 대로다.
오늘 마인츠에 전장을 비우면서까지 오슈가 달려온 이유.
바로 총재정부가 공표한 [삼인의 별]이 진행할 대프랑스 동맹전쟁을 치를 전략 회의를 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 보니,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할 것 같았다.
“아, 그 얘기를 하다 말았군. 간단하죠, 모로 사령관. 플랑드르는 영국과 마주한 최전선입니다. 특히 네덜란드를 점령하지 못하면, 영국이 오히려 전면 침공해올 수도 있습니다.”
“하, 그게 되겠소? 루이 14세 시절에도 못한 일인데, 지금?”
“오히려 지금이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요? 네덜란드 시민들이라고, 혁명에 동조하지 않을 건 없을 것 같은데.”
한때 17세기에 프랑스는 네덜란드 점령을 시도한 적이 있다.
물론 실패했고, 덕분에 네덜란드는 여전히 독립국으로서, 번영하는 금융업과 해운업을 보유한 강국이었다.
허나 혁명 프랑스는 오스트리아령 플랑드르에 이어, 네덜란드를 노리는 중이다.
플랑드르 방면군은 지금껏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제 오슈가 얻으려는 것이 바로 그 실패를 넘어서는 승리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오슈가 보기에, 오히려 동맹군 주전력이 라인으로 몰린 지금이 기회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배후지요. 기회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놓쳐선 안 될 전장이죠.”
오슈는 나폴레옹이 맡은 이탈리아 방면도 추켜세우며, 모로를 세련되게 고립시켰다.
모로의 휘하에 있던 부관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손뼉을 치며 동참했다.
“이거 우리 [동서]가 정확하게 보는군! 맞소, 이탈리아는 바로 제국 황제의 목줄을 틀어쥘 수 있는 곳이오! 역대 프랑스의 왕들도 정복하려 했던 숙원의 땅이고!”
유진은 모로와 부관들을 재빨리 살폈다.
저들 중에 아마도 후일 나폴레옹의 휘하에서 일하게 될 장군들도 있을 것이다.
이 시기, 라인 전장에 누가 있었을까?
[루이 샤를 드제, 조세프 수함, 로랑 생 시르.]문득 백은문자의 알림이 부관들을 볼 때마다 떠올랐다.
유진은 그들의 얼굴을 눈에 새겼다.
이탈리아에 함께 갈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저들도 함께 싸우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그 순간, 유진의 알림이 소음에 사라졌다.
-쾅!
엄격하고 고집센 얼굴의 31세 청년, 모로가 책상을 내려치고 있었다.
“여러분의 뜻은 충분히 알겠소.”
모로는 나폴레옹과 오슈를 노려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영광을 얻고 싶은 야심도 이해하오. 능력도 있겠지. 이미 방데와 덩게르크에서 세운 수훈은 나도 잘 알고 있소.”
“장군, 지금 우리는 적을 섬멸할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얘기한 거요.”
“틀렸소!”
항변하는 오슈를 향해, 모로가 목청을 높였다.
“우리는 공화국의 첨병이오. 수호자일 뿐! 장군들에게 내가 강제할 권한은 없소. 하지만 명심해 주시오.”
공화국.
혁명이 만들어낸 왕이 없는 체제.
모로는 이 체제를 신봉한다.
심지어 원역사에서는 부친 가브리엘이 공포정치 시절 목이 잘렸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오히려 부친이 로베스피에르 때문에 죽지 않은 지금, 모로의 마음은 굳건하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충성으로.
그런데 이 공화국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석적인 남자, 모로는 확신했다.
“라인에서 이기지 못하면, 공화국은 패망합니다. 그게 바로, 이번 전면 공세의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이자 마지막이오!”
만약 라인이 뚫리면 어떻게 될까?
반혁명세력이 프랑스 전역에서 다시 봉기한다.
대프랑스동맹의 군단이 프랑스 경내로 침공할 것이다.
이는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에서 패배한 후, 현실로 나타난다.
동부 최전선 라인을 맡은 모로는 조여오는 책임감을 철저히 느끼고 있었다.
이 감각을 다른 두 사령관이 알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전선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시간을 빼서 굳이 오슈와 나폴레옹을 부른 것이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지휘봉을 부러뜨렸다.
-콰직!
부러진 지휘봉을 내던지며 나폴레옹은 모로를 노려보았다.
“그렇다면 똑똑히 알아두는 게 좋겠군, 모로.”
후대 원수봉처럼 두껍지는 않지만, 혁명기 장군 지휘봉도 만만찮다.
상당히 뛰어난 악력에 유진은 자못 감탄했다.
아마도 포병으로 훈련받으며 근육을 단련한 모양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악력을 자랑하러 지휘봉을 부러뜨린 게 아니었다.
모로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모로를 향해 다그쳤다.
“공화국을 지키는 건 아집이나, 고정된 전장이 아니야. 적을 격파하는 승리다.”
“아니, 그러니까 라인에서!”
“내가 라인 전장을 맡지 않아서 하는 말이 아니야. 혁명정부는 지금 전쟁을 계속할 여력이 없어. 가장 빠르게 승리를 거두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해!”
나폴레옹이 모로를 향해 선언했다.
“그러자면, 플랑드르든 이탈리아든, 우회로로 적을 직격해 주력군을 섬멸시켜야 한다고! 그게 전략의 요체이고 알파와 오메가다!”
아직 대규모 전쟁을 한 번도 지휘해보지 않은 나폴레옹이다.
전투 공적은 내전에 한정되어 있다.
허나 이 말은 새로운 시대, 전쟁의 요체다.
18세기, 고정관념을 뒤바꾸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
수도나 요새가 아니라, 주력군이 전쟁의 핵심이라는 것.
모로가 눈을 깜박일 찰나 나폴레옹이 등을 돌리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그걸 이해 못 하면, 당신은 못 이겨. 모로.”
결국 모로는 끝내 이해 못 하겠지만, 이곳에는 모로만 있는 게 아니다.
유진과 오슈, 그리고 나폴레옹 클럽의 일원들이 당당히 막사를 나섰다.
그 뒤로 모로와 그 부관들이 망연히 남아 있었다.
이 라인 전장의 혼돈에 남게 될 이들이.
***
사실 나폴레옹이 말한 바는 일종의 [도박]이다.
“와, 정말 나폴레옹 장군은 엄청나긴 하군.”
문득 오슈가 휘파람을 불며, 말을 토닥이며 말했다.
오슈도 플랑드르 전선의 일군, [모젤군단]의 사령관이다.
방어는 주르당이 맡았다지만, 공격이 오슈에게 맡겨진 이상 계속 전선을 비울 수는 없다.
그래서 바로 떠나려던 찰나, 유진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유진은 오슈를 환송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오슈 당신도 아는 얘기잖아요?”
“좀 달라. 난 어렴풋이 추측해본 거고, 나폴레옹 장군이 말할 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하긴 눈을 뜨고 태어난 사람 같긴 하죠.”
왜 나폴레옹이 말한 바가 위험하고, 엄청나며, 도박일까?
때로 본거지조차 포기하고 적군의 주력을 섬멸하기 위해 전력을 집중시키자는 얘기라서 그렇다.
라인전선으로 보자면, 마인츠를 비우고, 전군을 진격시키라는 소리다.
도저히 모로 같은 정석남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오슈조차도, 쉽지 않다.
그때 오슈가 유진을 보며 웃었다.
“너도 그래, 유진.”
유진은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유진이야 역사를 알고, 백은문자의 인도도 있기 때문에 가능할 뿐.
초월적인 지식과 능력 없이 그런 도박을 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물론 그런 능력이 있다고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유진의 상념을 깨며, 오슈가 진지하게 물었다.
“부친은 잘 보내드렸나? 생각보다 씩씩해 보이는군.”
“당신이야말로 어릴 때부터 고아였으면서, 새삼. 애초에 우리 어머니 구하러 간 것도 아버지가 아니라 당신이었잖아요.”
“끝까지 책임은 못 졌지. 솔직히, 네 말대로야. ‘로즈’는 내가 감당이 안 돼.”
쓴웃음을 머금다, 오슈가 저 멀리 나폴레옹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저 친구라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흑색 군복, 기마를 탄 나폴레옹이 다가오고 있었다.
키는 분명 오슈가 훨씬 크다.
허나 어쩐지 거대하게 느껴지는 위세가 나폴레옹에게선 늘 풍긴다.
아마 저 강렬한 눈빛 때문이 아닐까.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나폴레옹이 유진과 오슈를 보며 말을 건넸다.
“여기 있었군, 소년기수. 그리고 오슈.”
오슈는 가만히 나폴레옹을 보다 빙그레 웃었다.
“이탈리아에서 무운을 빕니다. 그리고, 우리 유진을 잘 부탁합니다.”
나폴레옹은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었다.
오슈와 조세핀의 소문, 나폴레옹도 파리에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만났을 때, 굳이 그 소문을 거론하지 않았다.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
나아가 오슈는 방금 이렇게 말한 것이다.
유진을, 그리고 유진의 모친인 조세핀을 부탁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지킬거요. 하긴, 소년기수는 오히려 나보다 더 잘할지도 모르지.”
간단히 확신을 담아 말하는 나폴레옹을 보다, 오슈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군요. 그럼, 간다! 유진!”
오슈와 부관들이 기마를 타고 북쪽으로 사라졌다.
오늘 삼성장군의 회담은 사실상 결렬되었다.
세 장군은 각자 전선에서 멋대로 움직일 것이다.
프랑스에는 다행히도, 세 명 모두 초일류 장군이긴 하다.
그렇다면 이 중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유진이 생각할 찰나, 나폴레옹이 불쑥 말했다.
“유진.”
“예? 사령관 각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세 명의 별이라고 사람들이 떠들지. 하지만, 결국 태양은 하나다.”
역사에 주인공으로 남은 자, 나폴레옹이 겨울의 석양 아래서 유진을 정시했다.
“난 태양이 되고 싶다. 그럴 수 있는지, 이탈리아에서 시험해 봐야겠어.”
유진은 싱긋 웃으며 거수경례를 취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몽 나폴레옹.”
세 명의 별이 만났다가 헤어진 날.
나폴레옹 연대는 다시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목적지는 이탈리아 사령부가 있는 곳, 니스.
-두두두!
서기 1794년 12월.
프랑스 혁명기, 이탈리아 전역이 마침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