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4화(74/547)
(74) 이탈리아 사령부는 개판이다
혁명전쟁의 시대, 버려진 사령부도 존재한다.
“다시 사령관이 바뀐다고? 맙소사. 이번이 벌써 5번째 아니야!”
1795년 1월, 프랑스 국경지대 니스에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앙드레 마세나.
정체는 전직 밀수꾼으로 지중해는 물론이고, 무려 대서양까지 건너 남미대륙까지 갔던 항해자다.
니스가 고향으로, 혁명이 시작된 이래 계속 이탈리아 사령부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사령관이 5명 바뀌는 동안 제대로 진격조차 못한 채, 이곳에서 시간만 보내는 중이다.
책상을 의자로 삼아, 새로운 사령관 부임 명령장을 구겨 버리면서.
사령부 집무실을 점검하던 동료 장군, 오주로가 툭 쏘았다.
“왜 그래. 자네는 그래도 공적은 세웠잖나. 마세나.”
“무슨 공적! 쳐들어오는 적을 물리친 게 공적이야? 싸워서 이기고, 땅을 점령해야 공적이지!”
“그야 자네 말대로 이번이 5번째 사령관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해?”
마세나보다 한 살 많은 38세, 사단장 피에르 오주로가 머리를 긁적이다 쓰게 웃었다.
“라푸아프, 뒤메르비온, 셰러르, 켈레르만, 이제 다시 보나파르트라니.”
프랑수아 라푸아프, 피에르 뒤메르비온, 조세프 셰러르, 프랑수아 켈레르만.
모두 이탈리아 방면군 사령관을 거쳐간 혁명군의 장성들이다.
어쨌든 이들 중 툴롱의 카르노나 방데의 로시뇰처럼 특별히 무능했던 이는 없다.
제법 지휘가 준수했고, 나름 성실했으며, 열심히 싸우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과가 전혀 나지 않았다.
마세나도 나름 제노바 코앞, [로아노]까지 진격했지만 그게 전부다.
결국 제노바 공화국을 넘지 못했고, 그 뒤의 사보이아 공작령은 보지도 못했다.
알프스 서남쪽 끝, 해안 경계를 뚫지 못한 채 니스에 머무르는 중이다.
그게 혁명이 시작된 후 5년 동안 이탈리아 군단이 행한 전부다.
이제, 다시 사령관이 바뀐다.
아무런 기대도 없다.
사령부의 누구나 그렇다.
마세나가 콧방귀를 뀔 찰나, 문밖에서 중년의 장군이 들어서다 멈칫거렸다.
“보나파르트? 그 정치장교가 온다고?”
“오, 세뤼르에 선배님. 이제야 들으셨습니까? 뭐, 지금까지도 다들 정치장교 아니었나요? 그건 똑같은 듯.”
“그렇지 않네. 보나파르트는 초전부터 정치로 승진한 자가 아닌가?”
이제 53세, 무려 7년 전쟁 때부터 복무해온 군인 장 마티유 세뤼르에가 고개를 저었다.
“툴롱 때 라푸아프 장군 아래서 자네도 일했지, 마세나? 그때 보나파르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잊었나?”
예전, 라푸아프가 이탈리아 군단 사령관일 때도 마세나는 이곳에 있었다.
여기 사령부 멤버 중 가장 오랫동안 이탈리아 군단에서 복무해온 탓이다.
그때 툴롱 진압전에도 라푸아프 휘하로 참전했다.
무려 사령관 교체극을 저질렀던 상황을 대충은 안다.
정석적인 군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꽤 성실해 보이던 오주로가 문득 불손하게 대꾸했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오주로, 그게 무슨 말인가?”
“어차피 우리 중에 누군가 사령관이 된들, 상황을 타개할 수 있습니까, 세뤼르에 장군?”
오주로가 굳은 얼굴로 외쳤다.
“누구든 상관없죠. 이 답답한 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세뤼르에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령관의 성품과 능력은 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왜냐면 명령 하나에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의 목숨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임 사령관이 정치 연줄만 타는 남자라면, 실로 위험하지 않은가?
그때 밀수꾼 마세나가 껄껄 웃다, 책상 위에 앉아 있다 뛰어내렸다.
“푸하핫! 좋아. 역시 성실해, 무슈 오주로. 열심히 준비하도록 해.”
“어디 가는 거야, 마세나? 자네 사단은 사열시켜야 할 게 아닌가?”
“그것도 우리 성실한 오주로에게 위임하지. 세뤼르에 선배님? 전 이만!”
장난스레 거수경례를 하며 나가는 마세나를 보다, 세뤼르에는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멋대로군. 군수참모장은 언제 온다던가?”
오주로가 사령관 부임 명령장을 펼치다 말고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왔습니다.”
“뭐? 언제? 우리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잖아?”
“사령부에는 아까 들렀어요. 군수품 점검을 위해 간다더군요. 뭐, 경력은 화려한 친구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 베르사유 근위군 참모, 방데 진압군 참모장, 그리고 알프스 방면군 참모장.”
문득 이야기를 듣던 세뤼르에가 다시 눈을 크게 떴다.
“혹시, 이름이 알렉상드르 베르티에인가?”
“어, 아십니까?”
“알기야 하지. 그 친구, 폴리냑 부인과 왕제들을 탈출시켰다는 혐의가 있는데.”
시녀장 폴리냑 부인, 프로방스 백작과 아르투아 백작, 여기에 실은 루이 왕의 이모들까지.
모두 베르티에라는 군인이 탈주시켰다는 소문이 있는 구왕실 최고위 인사들이다.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반역자나 다름없는 자다.
이토록 위험한 자가 군단에 부임한다?
분명 어디 보내기 골치아파 보낸 게 틀림없다.
정치군인 사령관에 이어 참모장까지 불순분자라는 말에 혁명군인 오주로가 혀를 찼다.
“죽이는군요. 그렇잖아도, 이번에 ‘공주의 기사’가 온다던데.”
“뭐? 잠깐, 설마 왕비 재판에서 로베스피에르 얼굴에 잉크칠한 그 소년?”
“아시는군요. 툴롱에서 맹활약해서 죄를 씻었다던데요. 전 못 봤지만, 마세나는 봤겠죠.”
결국 중년 남자 세뤼르에는 고개를 숙인 채 절망했다.
“후, 큰일이군. 하긴, 우리 군에 남은 왕당파는 좋아할지도. 방데의 구원자 아닌가?”
이것이 바로 프랑스 혁명군의 버려진 카드.
이탈리아 사령부의 실태다.
***
실은 속을 뜯어보면 더욱 문제다.
“방데의 구원자가 온대!”
니스 사령부는 막사와 임시 건물, 그리고 본래 민가였던 집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군사령부 건설을 시행할 틈이 없어, 임시로 설치한 게 5년간 이어진 탓이다.
그래도 꽤 쓸만해, 아직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병영 위에 사단장 마세나가 누워 망중한을 즐겨도 괜찮을 정도로.
다만 딱히 방음은 되지 않아, 지붕 아래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툴롱에서도 우리 죽을 뻔한 거 구해준 분 아닌가?”
“어, 그랬나? 하긴 그때 강제로 입대했지.”
“아이고, 군생활 죽을 것 같은데. 그때 그냥 콱 죽어버릴 걸 그랬나봐. 쳇!”
시끌벅적하게 떠들다, 병사들이 나가자 조용해졌다.
“휘유, 구원자 같은 개소리를.”
이제야 고요한 기분을 느끼며, 마세나는 풀잎을 입에 문 채 피식 웃었다.
담배나 피우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가난한 이탈리아 군단에는 담배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겨울이지만 날씨는 좋구나. 이런 날은 사냥이나 나가는 게 제일인데.”
“사냥은 못 나갈 것 같군요.”
“뭐, 사령관이 오신다잖아? 응? 근데, 누구?”
병영 지붕 아래를 흘깃 보았을 때, 마세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은 키, 칼처럼 정리된 군복, 단단해 보이는 얼굴.
나이는 40대쯤 되었을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마세나를 보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름 거칠게 살아온 탓에, 처음 보는 이들은 슬쩍 기가 눌리는데 말이다.
“4만 5천 명, 3개 사단에 급여는 없고, 병기는커녕.”
중년 군인이 병영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군복과 구두부터 엉망이군요. 병사들이 사기가 안 좋을 만합니다.”
모두 정확한 지적이다.
어쨌든 징병제니 당연히 급여는 없다.
그렇다고 보급품이 제대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인근 민가에서 [강제징발]을 해야 할 정도다.
승전을 거듭한 것도 아니니 전리품 따위도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대체 누군데 사령부를 들쑤시며, 상황을 논한단 말인가?
가볍게 턱수염을 긁다, 마세나가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뉘쇼?”
“저 보셨을 텐데요. 사단장 각하.”
“내가? 언제? 아니, 잠깐.”
마세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알프스에서 왔다던 군수참모장이군? 이름이?”
정확히 말하면 스위스 방면 알프스 군단에서 온 것이다.
나름 사령부에 인사는 했는데, 마세나가 관심이 없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 거였다.
중년군인, 베르티에가 정중히 거수경례를 했다.
“알렉상드르 베르티에 준장이라고 합니다. 그냥 베르티에라고 부르십시오.”
“성이 더 부르기 편하군. 나도 마세나라고 부르쇼. 그건 그렇고, 벌써 점검이 끝나셨나 보군?”
“점검은 쉽죠. 문제 파악은 조금 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해결이 어렵지요.”
마세나는 입꼬리를 올리다, 자리를 박차고 뛰어내렸다.
“그래도 그걸 아는 분이 오셔서 다행이군. 으챠!”
아주 가벼운 몸놀림.
한때 반 해적에 가까운 밀수꾼으로 일한 남자다운 몸이다.
허나 지금은 놀고 있는 군인, 마세나가 땅 위에 내려섰다.
-턱!
베르티에 앞에 선 마세나가 히죽 웃었다.
“한데, 이걸 어쩌나? 새로 오시는 분은 전형적인 정치장교이신데?”
“방데 반란 종결자 아닙니까? 툴롱을 정복했고, 파리는 구원했다죠.”
“에이, 군문에만 계셔서 세상사를 모르시는군! 그 사람은 줄을 잘 타는 사람이야, 줄!”
마세나의 눈에서 문득 불꽃이 튕겼다.
“여기, 이탈리아 전장도 경력만 쌓고 또 떠날 거라고. 어차피 주 전장은 이곳이 아니라, 라인 아닌가!”
굳이 파리에서 최신 군사정보를 입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대프랑스 동맹과 맞서 싸울 혁명 프랑스의 최전선은 라인 강 일대다.
주력군 전부가 라인으로 가 있다.
당장 규모부터 가히 이탈리아 방면군의 10배에 달한다.
그때 침착하게 마세나를 보던 베르티에가 말했다.
“마세나 장군께서는 툴롱에 참전했던 걸로 압니다.”
“뭐? 아, 그렇긴 하지. 막바지에 잠깐.”
“지휘 솜씨를 직접 본 거 아닙니까? 그렇게 형편없나요?”
불쑥 찔러오는 베르티에의 말에 마세나가 눈을 크게 떴다.
“난 방데에 잠시 있었습니다. 애석하게도 돌아가신 비롱 공작 휘하였죠. 그때 내가 본 방데는 처참했습니다. 십년이 걸려도 진압할 수 없으리라 여겨질 정도로.”
마세나는 방금 전까지 얕보고 있던 마음을 잠깐 거두기로 했다.
이 중년 군인은 그저 군에서 세월만 보낸 자가 아니다.
혁명이 시작되었음에도 대담하게, 왕족들을 해외로 망명시킨 수완을 발휘한 자다.
물정은 모를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다.
“그곳을 종결한 자는 보통 군인일 리 없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마세나 장군. 정말 보나파르트 사령관은 그저 정치군인일 뿐입니까?”
마세나도 툴롱에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포위전이 단 2개월 만에 바뀌던 양상을 보았다.
그 지휘는 전적으로 뒤고미에보다는 나폴레옹의 작전 덕분이었다.
그 순간 마세나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좋아, 인정하지. 보나파르트는 보통 놈이 아니고, 같이 온다는 소년기수도 용맹했어. 됐나? 그래봤자!”
그럼에도 마세나가 절망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
“여긴 영광의 전장이 아니야. 라인이, 최소한 플랑드르가 영광의 전장이라고! 여긴, 그냥 버려진 곳이야!”
어차피 혁명정부는 이탈리아에 아무런 기대도 없다.
그 누가 온다 해도 4만 5천, 3개 사단만 갖고는 이탈리아 방면 진출이 어렵다.
특히 보급품 하나 제대로 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때 마세나와 베르티에 뒤에서,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영광의 전장을 바란다면, 주저 앉아 있으면 안 되죠.”
마세나가 시선을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소년기수? 아니, 언제 온 거지? 어, 좀 컸나?”
“제 얼굴을 아나보죠? 제네랄 마세나, 새로 부임한 사령관 전속부관, 대령 유진입니다. 사령관 각하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뭐?”
이제 14세 소년, 유진 드 보아르네 대령이 거수경례를 취하며 차갑게 웃었다.
“지금 당장, 연병장 집합. 빠지는 자는 항명으로 간주한다. 사단장이든 뭐든.”
나폴레옹이 마침내 이탈리아 사령부에 도착한 것이다.
***
당연히 모든 병사들이 일괄로 순순히 모인 것은 아니다.
“빌어먹을, 배고파 죽겠는데 왜 모이라고 한 거야!”
본래 프랑스 이탈리아 방면군, 통칭 [이탈리아 군단]은 프랑스 남부 지원병이 근간이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의 통치세력, 오스트리아는 북이탈리아에도 군을 파병 중이었다.
그렇기에 지원병만으로는 부족해, 남부 프랑스에서 대규모 징집이 시행되었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병사들 대부분은 애초에 불만이 가득하다.
강제징집, 전직 왕당파, 여기에 무급으로 2년 넘게 복무 중이다.
바로 1793년 국민 총동원 징집령 때부터.
그런데 식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으니, 병사들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아, 혁명이고 왕이고 전쟁이고. 빵이나 줬음 좋겠다.”
“고기는 안 주나? 크윽, 노엘 때도 고기 한 점 못 먹은 거 알아?”
“수프나 물처럼 주지 말라 그래. 지난번에 쥐가 음식 사이에서 나왔다고. 으!”
간신히 모인 병사들은 오주로와 세뤼르에, 마세나의 직할 사병들이다.
나머지 지휘관들은 제대로 다 모으지도 못했다.
게다가 사령부가 아닌 인근 병영에 주둔하는 병력도 있어서, 연병장에 모인 병력은 고작 1만 남짓이다.
그런데 투덜거리던 병사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흑색 군복을 입은 승마보병들이 들어섰다.
-척, 척, 척!
군복의 색도 다르지만, 일단 품질이 다르다.
게다가 기마와 뒤이은 이동식 보급 마차는 이탈리아 군에서는 본 적도 없는 존재다.
어쨌든 보병과 포병만 편재된 게 이탈리아 군단의 실상이었으니까.
잠시, 시선을 빼앗긴 찰나 선두에 선 흑색 군복의 [장군모]를 쓴 남자가 입을 열었다.
“혁명의 병사들이여.”
키가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기마에 탄 데다, 장군모가 높다랗게 세워졌으며, 무엇보다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
모두가 잠시 긴장해 마른 침을 삼켰다.
사령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온 것이다.
나폴레옹이 1만의 군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굶주렸다. 아무것도 입지 못했고, 조국은 해준 게 없다. 이 니스와 알프스의 고산지대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음에도.”
병사들은 눈을 깜박였다.
역시, 예상하지 못한 말이다.
지금껏 국가가 해준 게 없는 것은 맞지만, 그 사실을 인정한 사령관은 없었다.
대체, 이 사령관은 무슨 생각일까?
“한데, 조국이 다시 여러분에게 싸우라고 하고 있다.”
나폴레옹의 적나라한 말에 병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또, 싸우라니!”
“대체 우리보고 뭘 어쩌란 말요!”
“화약이라도 주고 말하라고 해!”
그 순간, 마차에서 흑색 군복의 병사들이 일제히 짐을 실어 내렸다.
-쿵! 쿵! 쿵!
뭔가 잔뜩 쌓이는 푸대자루를 보며, 이탈리아 군단 병사들이 눈을 깜박였다.
군복, 장총, 군화.
지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군수품들이 갑자기 연병장에 한가득 쌓였다.
나폴레옹이 오연히 병사들을 향해 일렀다.
“마르세유에서 방금 공수해온 군복, 머스킷, 군화다. 화약과 탄약도 곧 함께 달려올 것이다.”
“어, 어, 어?”
“본 사령관은 그대들에게 비현실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 전쟁터로 갈 것이며, 싸울 수 있을 때 싸우라 할 것이다.”
문득 나폴레옹의 손에 들린 지휘봉이 동편을 가리켰다.
“우리가 가야 할 전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땅, 이탈리아다.”
지금껏, 이탈리아 군단이 싸워온 장소다.
그야말로 지척, 하지만 알프스 산맥 한 번 넘지 못했다.
허나 저 멀리 지평선 너머 있을 알프스 뒤에, 이탈리아 반도가 있다는 것만은 누구나 안다.
그곳은 무척 풍요로운 땅이라, 들은 적이 있다.
여기에 나폴레옹이 불을 지폈다.
“신의 도시 로마, 황금의 도시 밀라노, 비단의 도시 베네치아가 그대들을 기다린다. 정열적인 이탈리아 미녀들과 금은보화가! 나아가 포도주도!”
연병장에 모인 군인들 중, 이탈리아에 가본 자는 사실 마세나 뿐이다.
마세나도 항구나 돌아다녔지, 로마나 밀라노, 베네치아까지 가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
미녀, 포도주, 금화.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욕망이 병사들의 마음을 태운다.
-꿀꺽.
순간,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향해 포효했다.
“병사들이여, 나아가 싸우자! 영광을 함께 하자!”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외침.
병사들이 일제히 팔을 들었다.
지금껏 외치던 불만은 사라지고, 함성이 연병장을 가득 메웠다.
“와아아!”
“포도주! 미녀! 황금!”
“영광을! 공화국에 승리를!”
이곳에 모이지 않은 병사들도 모두 소식을 들을 것이다.
현실적인 보급품.
이탈리아 정복이라는 비전 제시.
성과물로 얻게 될 전리품에 대한 욕망.
나폴레옹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지도 않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 옆에 선 수석부관 유진을 돌아보며, 나폴레옹이 낮게 말했다.
“일단, 됐군.”
“아직 사령관 각하에 대한 환호는 없습니다.”
“알고 있다. 결국 하나가 더 필요해.”
유진은 함성을 지르는 1만의 병사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승리죠.”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근위대로 불리던 최초의 고참병들.
이탈리아 군단과 나폴레옹이 처음 만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