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5화(75/547)
(75) 나폴레옹 클럽에 기병대가 왔다
이제 19세기가 다가오는 1795년, 아직도 가장 빠른 운송수단은 [말]이다.
“이랴, 이랴, 이랴!”
철도도, 자동차도, 증기선도 아직 없는 시대.
남부 프랑스의 평원을 달리는 일련의 기마대가 있었다.
그중 선두에 선 자는 검정색 곱슬머리 남자.
실로 옛 중세 기사들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의 고속질주를 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정작 남자가 타고 있는 기마는 거품을 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잿빛 머리칼의 청년이 뒤에서 기마로 달리다 소리쳤다.
“너무 거칠게 몰지마, 조아킴! 그러다 말이 또 죽어!”
곱슬머리 남자, 조아킴이 비웃음을 터뜨리며 마주 소리쳤다.
“하! 이 정도도 못 버티는 말은 폐기처분 해야지, ‘란’ 대장! 게다가 말이란, 그냥 목장에서 데려오면 되는 거 아닌가?”
“비싼 거야, 군마는! 게다가 뒤고미에 사령관의 당부를 잊었나?”
“아, 알지! 노친네, 잔소리만 많아 가지곤!”
조아킴은 전혀 멈추지 않는 기세로 5일 전 들었던 명령을 외쳤다.
“군마가 부족할 테니, 기병과 함께 마필을 전하라! 나아가 원정기간 동안, 우리는 이탈리아 군에 파견된다!”
뒤고미에, 곧 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지대인 피레네 산맥 방면군 사령관.
지금 달리고 있는 기마대는 뒤고미에가 이탈리아 방면군으로 파견한 부대다.
숫자는 총 3천 기.
비록 산맥에서 싸우는 터라 기병이 썩 필요하지 않다지만, 뒤고미에로서도 큰 출혈을 각오한 셈이다.
물론 선두에서 달리는 남자, 조아킴은 다른 의미에서 뒤고미에가 희생했다고 생각했다.
“흥, 나 같은 최고의 [후사르]를 쓰다니, 운이 좋군. 보나파르트!”
문득 그 얘기를 들은 기마대 지휘관, [란]이 혀를 찼다.
“어이, 넌 후사르가 아니라 [샤셰르]야. 창기병이 아니라 경기병이라고. 혹시 총검이라도 들고 돌격할 셈이야?”
“웃기지 마! 질풍처럼 검을 들고, 말을 달려 적을 부순다! 이게 프리드리히 대왕이 만든 후사르 연대의 전통이다!”
“못 말리겠군, 정말.”
지금 조아킴과 란이 나눈 얘기는 간단하다.
아직 기병이 전장의 주력부대로 누비고 있는 시대.
기병 병과는 총기병 카라비니에리, 승마보병 드라군, 경기병 샤세르로 나뉜다.
다만 총기병과 승마보병의 구분은 모호하고, 대체로 총기병과 경기병이 주력이라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기병 병과가 하나 있다.
후사르.
동유럽 국가들, 특히 폴란드의 창기병대로 유명한 병과.
총이 기병대의 필수장비가 된 시대, 경장갑주를 입고 용맹히 돌파하는 기병대다.
저 유명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도입하면서, 서유럽에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창을 들 수는 없으니, 주로 기병검인 사브르(세이버)를 휘두른다.
당연히 이제 막 급조된 혁명군은 이런 병과가 아직 없다.
그러나 말을 거칠게 모는 남자, 조아킴은 후사르를 꿈꾸는 것이다.
지휘관 란이 혀를 차며 뒤따를 찰나, 문득 부대원들을 점검하며 달리던 부관이 물었다.
“란 대령님, 이탈리아 군단이 괜찮을까요? 지원도 없고, 사령관도 외정 경험이 없는 상태에, 이제 막 재편성 중이라던데요.”
란은 피레네에서 손발을 맞춰온 부관을 보며 씩 웃었다.
“베시에르 대위, 걱정말게. 거긴 내 친구 오주로가 있어.”
“오주로 장군님이라면, 피레네 방면군에도 참모장으로 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엄격하고 성실한 분이셨죠.”
“그래, 최소한 군을 적진에 꼴아 박을 일은 없다는 거지. 혁명군에선 드문 미덕이랄까? 후후!”
잠시 옛 전우를 생각하며 웃던 란이 낯을 찡그렸다.
“물론, 저 친구를 보니 걱정이 많이 되긴 하는군.”
저 멀리, 조아킴이 부하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보인다.
“야, 이 굼벵이들아! 속도를 더 내지 못해? 이 조아킴 대위님께서 출세할 절호의 기회라고! 늦어선 안 돼!”
그야말로 이른바 [닥돌]밖에 모를 지휘관이다.
혹시 용맹에 반해 총사령관이 지휘권을 맡긴다면, 그 부대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
오싹하는 기분을 느끼며 란이 고개를 저을 때, 베시에르도 같은 생각인지 한숨을 쉬었다.
“저 야생마에게 누가 고삐를 걸지 참 걱정이군요. 신임 사령관이 가능할까요? 어떤 사람이랍니까?”
“직접 본 적은 나도 없어. 다만 뒤고미에 사령관은 늘 극찬했지. 혜안과 결단력, 속도를 겸비한 군인이라고.”
“그분은 엄한 거 같아도 칭찬은 많이 하는 분입니다. 나쁜 말 하시는 걸 못 봤어요.”
베시에르가 냉소적으로 대꾸하자, 란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그냥 칭찬이 아니었어. 할 수만 있다면, 사령관이 직접 나폴레옹의 아래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표정이었거든.”
물론 뒤고미에 장군은 무뚝뚝한 군인이다.
상세한 설명 따위 해줬을 리 없다.
그저 [직감]적으로 란이 파악했을 뿐이다.
벌써 2년 째 란과 함께 달려온 베시에르가 난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
“직감입니까?”
“뭐, 직감이지. 그래도 내가 느낀 건 틀린 게 없어.”
“그 직감, 보나파르트 장군 앞에서도 잘 발휘되면 좋겠군요.”
베시에르는 직감을 하나도 안 믿는 냉정한 표정이다.
란은 정반대로 생각했다.
오히려 혁명기, 온 세상이 도박 같은 승부에 빠져 있는 시대에는 직감만이 살 길이라고.
게다가 란의 직감은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다.
가볍게 말을 몰아치며, 란이 앞을 향해 달렸다.
“그래, 피레네에서 알프스까지 가는데. 헛수고가 되면 곤란하지. 이랴!”
기마대의 숫자는 총 3천 기.
예비마까지 합하면 6천 두의 말.
남프랑스의 산야가 기마의 소리로 울렸다.
-두두두!
기사들의 나라, 프랑스의 전통을 잇는 경기병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이 시대는 18세기 말, 기사가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캬아아! 용기병! 나도 말이야, 원래는 기병이 되고 싶었다고. 멋지잖아?”
군 부대 점검은 무릇 부관들의 몫이다.
유진은 사전에 [군수참모]가 만든 서류와 실제를 대조하며, 이탈리아 군단 주둔지를 돌고 있었다.
거칠기 그지없는 병사들이 눈을 번들거렸지만, 모두 유진의 뒤를 보면 조용해졌다.
체구가 큰 투르네와 사자 갈기 같은 머리를 휘날리는 쥐노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폴리트도 동반하긴 했지만, 위압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
대신 유진은 쥐노가 연신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부대 한쪽에 놓인 화약 포대 수량을 확인하던 유진이 힐끗 시선을 돌리며 대꾸했다.
“그야 누구나 옛 [기사]의 영광을 생각하죠. 군인이라면. 쥐노.”
“그렇지? 전장의 주역은 아직 기병대야. 포병이 대포를 쏘고, 보병이 총을 쏴도, 결국 최종 돌격은 기병대가 한다고!”
“툴롱에서 못 봤어요? 요새 전투가 이 시대 대세에요.”
그러자 쥐노가 입맛을 다시다 물었다.
“어, 그, 그랬지? 하지만 방데에서 보니 마르소가 기병돌격을 하던데?”
사실 쥐노가 정확히 본 게 맞다.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18세기 유럽의 전쟁은 주로 요새전이었다.
이 상황이 7년 전쟁 당시 프리드리히 대왕에 의해 조금 바뀌다가, 다시 요새 중심의 전투로 돌아갔던 게 이 시대 전쟁이다.
허나 혁명 후, 프랑스와 대프랑스동맹이 전면전을 벌이면서 전쟁양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섬멸전이 등장하게 된다는 얘기다.
기병 돌격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피레네로 기병을 요청한 이유도.
그러나 유진은 쥐노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보기에, 쥐노 대령에게 어울리는 부대는 따로 있어요.”
“뭐지? 혹시 닥치고 돌격하는 총검 부대인가? 뭐, 내가 총검술도 한 칼 하지!”
“아뇨. 저거예요.”
유진의 시선이 화약 포대 옆, 방치된 부대 한쪽을 향했다.
“그레나디에르.”
그레나디에르, 곧 수류탄 부대.
이른바 [척탄병]을 가리킨다.
아직 수류탄이 무겁고 특별한 병기이던 18세기 말.
수류탄 투척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가 바로 척탄병 부대다.
쥐노가 기가 막힌 얼굴이 되어 부르짖었다.
“야, 척탄병이라니! 나보고 그냥 가서 죽으라고 하지 그래?”
“죽음을 무릅쓰고 돌격하고 싶다면서요?”
“아, 그래도 그렇지! 척탄병은 위험하잖아!”
수류탄은 원역사 현대에도 사고가 나기 쉬운 물건이다.
하물며 18세기 말인 이 시대에는 두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무슨 투척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 전방의 적진까지 다가가 돌팔매 하듯 손 힘으로 수류탄을 던져야 한다.
실로 용기와 배짱, 그리고 속도가 필요한 임무다.
그런데 유진이 보기에 나폴레옹 클럽에서 쥐노야말로 배짱 하나는 최고다.
그 배짱을 뒷받침할 다른 전술적 재능이 좀, 부족할 뿐이다.
만약 척탄병 전문이 된다면 어떨까?
이전부터 유진이 생각했던 바였다.
그러나 반발이 심한 걸 보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문득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거기, 척탄병 장교인가?”
척탄병 부대를 애써 사열하고 있던 한 장교가 부동자세를 취했다.
“예? 아, 그렇습니다.”
“사령관 부관 유진 보아르네 대령이다. 귀관의 이름은?”
“유진 대령님? 방데의 종결자 아니십니까?”
반색하는 장교를 보다,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 아나?”
“예! 저는 루이 레픽이라고 합니다. 클레베르 장군 휘하에 있었습니다.”
“클레베르 장군의 휘하에 있었다고? 잠깐, 레픽?”
유진은 눈을 번쩍 떴다.
루이 레픽.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기병 지휘관으로 이름을 떨치는 남자다.
특히 저 유명한 코사크와 격돌한 러시아 원정의 일화는 역사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남자가 지휘한 병단 중에 묘한 게 하나 있다.
유진이 현재 기병이 아닌 척탄병 부대를 통솔 중인 레픽을 보다 묘하게 웃었다.
“들은 적이 있어. 어쨌든, 척탄병에 대해 설명해 주겠나?”
레픽이 눈을 깜박이다 얼결에 답했다.
“예? 아, 네. 척탄병은 수류탄을 들고, 적진에 선제 일격을 가합니다.”
“사망률은?”
“의외로 낮습니다. 왜냐하면 교전 없이 바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진은 그때까지 귀를 쫑긋 세운 채 듣고 있던 쥐노를 돌아 보았다.
“들었죠?”
쥐노는 입맛을 다시 다시다, 어깨를 움츠렸다.
“어, 그렇군. 하지만 별로 멋지진 않은데.”
“말을 타면 어때요?”
“응? 말을 타다니.”
유진은 다시 레픽을 돌아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 레픽 중령은 원래 용기병이에요. 하지만 척탄병에 자원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죠. 그런데 말이죠.”
레픽은 본래 용기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나아가 원역사에서는 경력의 마지막까지 워털루에서 기병대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런데 러시아 원정 당시, 레픽은 묘한 부대를 하나 지휘하게 된다.
제국 기마척탄병 연대.
사실 이름이 척탄병이지 실제 전투 활약은 중기병대에 가까웠지만, 그 이름의 유래는 본래 폭탄을 투척하는 척탄병에서 나온 부대다.
만약 이 부대가 이름처럼 행동한다면 어떨까?
말을 타고 적에게 달려가 수류탄을 던진 후, 돌격하는 부대가 탄생한다.
유진이 입을 쩍 벌린 쥐노에게 말했다.
“만약, 기마척탄병 부대를 쓴다면 어떨까요?”
쥐노는 신나는 얼굴로 외치다,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좀 멋진데? 남자다워. 어, 그런데 우리가 말이 모자라잖아?”
유진은 심상하게 답했다.
“곧 올 거예요.”
“어디서?”
“피레네에서. 뒤고미에 사령관이 보내준다고 했어요.”
지금 달려오고 있는 3천 기의 기마대.
물론 유진은 아직 지휘관은 모른다.
허나 뒤고미에가 보내올 병력은 정예일 것만은 확신하고 있다.
쥐노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그럼 기마척탄병 연대는 내 차지다!”
유진도, 쥐노도 알지 못했다.
후일 원역사에서 쥐노의 가장 큰 원수가 되는 남자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마척탄병이 아니라, 이탈리아 원정 현황 보고다.
“아직 [군단]이라는 편제는 없지만, 사실상 이탈리아 방면군은 사단의 집합체인 군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총 인원 4만 5천 명. 대포 숫자는 60문. 식량과 병기는 모두 부족합니다. 전투를 시작하면 약 2개월쯤 버티겠군요.”
니스는 본래 옛 사보이아 공작령의 영지다.
현재는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으로 승급된 소왕국의 일부였다.
하지만 혁명이 시작된 후, 프랑스는 플랑드르와 함께 오랫동안 영유권을 주장해온 니스를 정복했다.
그래서 지금 이탈리아 군단 사령부가 니스에 있는 것이다.
임시 사령부 건물에 이탈리아 풍이 물씬 풍기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터다.
옛 이탈리아 영지에 옛 이탈리아 출신 사령관이 이탈리아 정복 계획을 듣는다.
유진은 사령부 상황 브리핑을 하며 묘하단 생각을 했다.
역시 이탈라이풍 목제 의자에 앉아 보고를 듣던 나폴레옹이 불쑥 물었다.
“그거 와서 벌써 파악한 건가?”
“아뇨. 우리처럼 신입으로 부임한 참모장 베르티에 대령의 정리입니다. 진격 시기에 따른 보급 계획도 1차로 만들어 왔더군요. 진격로도.”
“어디.”
보고서를 받아든 나폴레옹의 눈이 커졌다.
“훌륭하군. 이거, 자네보다 나은데, 마르몽? 나보다야 못하지만.”
그간 나폴레옹 클럽에서 작전계획 초안은 포병장교 출신인 마르몽의 몫이었다.
물론 기발한 발상은 유진이, 최종 결정과 수정은 나폴레옹이 직접 맡았지만 말이다.
슬쩍 계획서를 본 마르몽이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 저야 장군을 보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거죠! 하지만 훌륭하긴 하군요.”
“이야, 이건 우리 소년기수보다도 잘하겠는걸. 어때? 만들 수 있겠어, 소년기수?”
“내가 이걸 왜 만들어요, 쥐노. 당연히 참모들이 만드는 걸 보는 게 사령관이고, 난 사령관 보좌 부관인데.”
쥐노와 유진이 가볍게 투닥대는 모습을 보다, 나폴레옹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곤란하지, 유진 대령.”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령관 각하?”
“유진 대령은 이미 지휘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게다가 이제 제법 크지 않았어? 옛날 같으면 결혼할 나이야.”
그러자 쥐노가 음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 좀 크긴 큰 것 같더라구요. 제가 요전에 개울에서 씻을 때 보니.”
“어이, 쥐노. 그만 좀 하죠?”
“하하! 왜 그래. 재밌는데. 얘기 좀 듣자고.”
마르몽이 꽤 커진 14살, 사춘기 유진의 하반신을 보며 음흉하게 웃을 찰나였다.
“그만.”
유진도, 마르몽도, 쥐노도 모두 긴장했다.
실실 웃고 있던 이폴리트나 투르네, 그리고 묵묵히 듣던 뒤로크도 낯이 굳었다.
자유롭게 떠들 수 있지만, 사령관이 정색할 때는 숙연해진다.
이게 그간 치안사령부에서 확립한 나폴레옹의 암묵적 룰이다.
사실 룰이 없어도 나폴레옹의 눈빛을 보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실로 사람의 마음을 총탄으로 관통하는 듯한 쏘는 눈빛이니까.
나폴레옹이 자신의 최측근 집단, 부관들을 보며 말했다.
“유진 대령에게 이탈리아 우편특수연대 설립 권한을 주지. 툴롱에서 왕당파 징병군 끌고 와도 좋아. 중요한 건, 당연히 그냥 우편부대여선 안 된다는 거야.”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독립 부대의 지휘권을 준다는 뜻이다.
물론 계급은 대령이지만, 아직 14살로 성년이 되려면 꽤 남은 유진이다.
아무리 구시대 귀족 장교라 해도, 최소한 16세는 되어야 지휘권을 받았다.
예전에 방데에 파견될 때는, 엄밀히 말해 특수임무를 받고 간 경우다.
그러니 군단에 정식 편재되는 부대 지휘권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폴레옹이 유진을 응시하며 일렀다.
“예비대가 되어야 해. 필요시, 우회 기습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는 특수예비대 말이야.”
이것은 분명 나폴레옹의 배려다.
아직 소년이고, 또한 아끼는 부하이며, 무엇보다 조세핀의 아들이다.
전장에 앞장세워 눈먼 총탄을 맞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군인은 싸워야 하고, 또한 유진은 탁월한 군공을 세운 바 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위기시 능력을 발휘할 곳에 유진을 배치한 것이다.
그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린 쥐노가 껄껄 웃으며 불평했다.
“이야,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닙니까? 후방이라니! 우리는 전방에 나가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쥐노? 우리는 사령관을 모셔야지, 왜 전방에 가?”
“아, 마르몽. 우리 사령관께서는 걸핏하면 선두로 나서신단 말이야. 우리도 같이 가야 한다고?”
쥐노와 마르몽이 장난스레 웃는 모습을 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자각하게 된다.
이곳이 전쟁터로 떠날 원정군이라는 것.
나아가 나폴레옹의 최측근 집단, [나폴레옹 클럽]에 유진이 핵심 멤버가 되었다는 것도.
향후에 어떤 운명을 겪게 되더라도 지킬 가치가 있는 전우들이 여기 있다.
심지어 원역사에서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폴레옹을 버리는 마르몽조차 말이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피에르 콜로에게 군복부터 맞추라고 서신 전하죠.”
콜로, 그러니까 마르세유 방크 책임자인 은행가다.
유진은 보아르네 카르텔의 군수부문 핵심을 마르세유에 두었고, 현재 콜로가 이쪽을 총괄하는 중이다.
본래 카르텔의 [사장]인 다마스를 파리로 불러올린 탓이다.
게다가 원역사에서도 콜로는 이탈리아 원정군의 보급 사업에 뛰어든다.
이래저래 적임자인 셈이다.
이탈리아 사령부에 도착한 날, 병사들 앞에 쌓은 보급품도 콜로의 솜씨다.
그런데 그때까지 진지하던 나폴레옹의 얼굴이 갑자기 풀어졌다.
“아, 콜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마르세유 방크에서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거 구할 수 없나? 아직 전쟁 돌입 전이니, 밀수가 될 거 아냐?”
“예? 은행보다는 상회 쪽 업무이긴 합니다만, 가능할 겁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 그게 말이지. 곧 내가 조세핀과 만난 지 1주년이거든.”
그 순간, 쥐노가 눈을 반짝이며 놓치지 않았따.
“어, 그러고 보니 어제도 편지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요새 여기 투르네 소위와 새로 들어온 아르망 하사가, 정말 바삐 움직이더군요. 그러고보니, 아르망 하사가 안 보이네요? 파리에 간 거죠?”
“무슨 말인가, 쥐노! 난 어디까지나 공무로 파리에 편지를 보내는 걸세. 그, 그런 김에 가끔 추가로 보내는 거지!”
“예, 그러시군요. 장군.”
나폴레옹의 변명을 아무도 믿지 않는 가운데, 나폴레옹이 낯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자꾸 그러면 자네를 우편병으로 보내버리는 수가 있어! 쥐노!”
사실 원역사에서는 정말 쥐노가 우편병 노릇을 한다.
그 결과 조세핀이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지만.
유진이 피식 웃고 있을 찰나였다.
“아, 바쁘십니까?”
이번에는 나폴레옹 클럽, 모두가 당황했다.
이탈리아 군단 사단장, 마세나가 문을 노크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진지한 얼굴로 안색을 바꾸며, 나폴레옹이 되물었다.
“흠, 무슨 일인가? 마세나 사단장? 지금 부관들과 사령관 업무 파악 중이었네.”
“예, 파리로 연애편지 보내신다는 얘기도 잘 들었습니다. 하하핫!”
“허! 오해가 심하군. 난 어디까지나 관심 장교의 가족을 돌보고 있을 뿐이야!”
문득 일세의 영웅답게 뻔뻔한 안색으로, 나폴레옹이 벌떡 일어나 유진의 어깨를 잡았다.
“여기, 유진 대령의 모친에게 안부를 대신 전해주고 있지. 이제 겨우 구시대 기준 성년인 소년을 군에 보냈으니, 얼마나 걱정이 심하겠나? 안 그런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윗사람이 억지를 쓸 때는 믿는 척 해주는 것도 처세의 도리다.
한때 밀수꾼이자 장사꾼이기도 했던 마세나는 그 정도 세상 이치는 알았다.
게다가 사실 유진은 모르지만, 마세나는 유진을 안다.
마세나가 킬킬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소년기수가 깃발을 바치는 광경은 저도 봤죠. 자, 툴롱의 전우께서 보내오신 소식입니다. 사령관 각하.”
“툴롱의 전우라고? 누구지?”
“피레네 방면군 사령관, 뒤고미에 소장 각하십니다.”
한때 툴롱 탈환전 참전자, 마세나가 눈을 빛냈다.
“뒤고미에 사령관께서 경기병을 보내오셨습니다. 그것도 3천 기나!”
유진과 나폴레옹도 벌떡 일어났다.
툴롱에서 함께 싸운 전우, 뒤고미에가 보내온 선물이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바로, 이탈리아 전장에서 쓸 최고의 카드, 기병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