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7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9화(79/547)
(79) 넬슨이 지중해에서 복수를 외치다
비록 19세기가 다가오는 1795년에도, 겨울 항해는 뱃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일이다.
-쉬이익!
그럼에도 지중해 서부, 이탈리아의 서해안, 타레니아 해를 항해하는 일련의 배들이 있었다.
크기는 가히 3층 건물보다 더 높고, 돛대는 내려져 바다 위에 정선한 상태다.
파도가 거칠어 끊임없이 흔들리는 와중.
중앙의 지휘선, 곧 기함 [외젠]에 선장들이 모였다.
기함 함장이자 이 선단의 지휘관, 제독 프랑수아 드 브뤼에가 입을 열었다.
“그럼, 진입하기 전, 이번 작전의 요체를 다시 한 번 숙지하도록 하지.”
툴롱 함대 지휘관 피에르 마르탱.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 피에르 샤를 빌뇌브.
나폴레옹처럼 코르시카 출신으로 육군 대신 해군을 선택한 남자, 루크 카사비앙카.
모두 혁명에 동참했다가, 툴롱에서 잡혔고, 다시 풀려나 이 함대에 합류한 이들이다.
특히 마르탱이나 카사비앙카는 그간 유진 카르텔의 일원이기도 했다.
마르탱이 자신 있게 말했다.
“코르시카 점령입니다.”
“그 전에.”
“이탈리아 원정의 양동작전이자, 사전 제해권 확보입니다.”
빌뇌브가 끼어들자, 브뤼에가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더 이전에, 우리가 움직이는 진짜 의미를 말해보라, 함장들.”
모두가 서로 쳐다보고 있을 때, 끄트머리에 있던 애송이 함장 하나가 입을 열었다.
“복수죠.”
로베르 쉬르쿠프, 인도양에서 밀수에 종사하다 돌아오니 세상이 뒤집어져 있던 남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형을 따라 보아르네 카르텔에 투신했다.
거기서 목숨을 걸고, 이탈리아 밀수무역을 행했다.
이제는 20대 초반의 나이로 전열함의 함장이 되어 이곳에 선 것이다.
거칠기 그지없는 뱃사람 중에서도 가장 거친 남자들, 곧 밀수꾼 출신 쉬르쿠프가 외쳤다.
“난 이전 지중해 상황은 모릅죠. 하지만 한 가지는 압니다요! 툴롱에서 우리 프랑스 인들이 어떤 치욕을 겪었는지!”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빌어먹을, 난 반란군도 아니었는데, 오해받아서 혁명군에게까지 잡혀서 치욕을 겪었어!”
그 말에 빌뇌브와 카사비앙카가 이를 악물어 외쳤다.
심지어 혁명정부까지 의심하는 서슬에 다들 영국으로 떠날 생각까지 했다.
그래도 남게 된 것은 여기, 브뤼에가 든든한 배후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혁명기 가장 잘 나가는 신흥 무역회사, 보아르네 카르텔의 핵심 인사로.
하지만 치욕은 기억에 남아 있다.
문득 쉬르쿠프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 모든 게 다 영국 놈들 때문이 아니오!”
함장들이 고개를 끄덕일 찰나, 브뤼에가 회중시계를 꺼냈다.
-찰칵!
유진에게 얼마 전 선물로 받은 물건이다.
보아르네 카르텔의 최고 기술자, 사무엘 폴리가 소일거리 삼아 만든 시계.
유진의 왕실 시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하다.
습기 많은 이 바다 위에서도 시간을 잴 수 있을 정도로.
브뤼에는 시간을 확인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간이 됐군.”
브뤼에의 시선이 함장들을 다시 향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작전 목표 코르시카 점령, 전략 목표 이탈리아 원정지원, 그리고, 우리의 목표 복수까지.”
그간 혁명이 시작된 이래, 해군은 당하기만 했다.
대서양에서 영국 함대의 봉쇄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최고로 성공한 작전이 마르티니크 파병이다.
그 파병을 성공시키고 온 장본인이 이번 공세에도 참여한 빌뇌브다.
하지만 그것도 영국 함대가 나타날 때마다, 도망쳐서 성공시킨 작전.
결코 싸워서 이긴 게 아니다.
오늘은 완전히 다르다.
프랑스 함대가 유리한 상황에서 싸우는 거니까.
그런데 흥분한 함장들에게 브뤼에가 냉정하게 일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예? 제독, 하지만 우리는 군인이고, 군인은 죽음을 각오해야.”
“죽더라도!”
무모한 코르시카 남자, 카사비앙카가 항변할 순간, 브뤼에가 호통쳤다.
“이 함대를 살린 소년기수를 생각하라!”
이 기함에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기함의 이름은 루이였다.
그러나 새롭게 지중해 함대 제독이 된 브뤼에는, 기함에 자신을 살린 소년의 이름을 붙였다.
외젠, 곧 유진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한때 불살라 사라졌을 전열함 갑판에 선, 브뤼에가 낭랑히 고했다.
“12살 소년이 목숨을 걸고, 이 함선들을 지켰다. 또한, 우리를 살려 프랑스 해군을 지켜냈다.”
“그렇죠.”
“왜 그랬겠나? 그저, 만용이라? 아니다!”
수긍한 카사비앙카와 함장들을 향해 브뤼에는 강렬한 외침을 토했다.
“우리가 프랑스의 바다를 지켜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함대를 지켜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이것이 기사의 나라, 프랑스식 신의다.
목숨을 구해준 은덕을 자신의 사명을 다하여 갚는다.
그러면 해군의 사명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의 바다를 되찾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이 함대를 지켜야 한다.
브뤼에가 해산을 명했다.
“가자, 코르시카로! 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함대를 지키는 것임을 명심하라! 함장들!”
“예!”
“모두 하선! 각자의 함선으로 승선하여 기함을 따르라!”
열렬히 기세가 오른 함장들이 각자의 배를 향해 보트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기함 [외젠]에 전혀 기세가 오르지 않은 거구의 남자도 한 명 있었따.
본래는 기병 장교인 남자, 뮈라다.
“왜애액! 크윽, 따, 땅을 밟고 싶어!”
“이 새끼는 뭐래? 제독께서 감동적인 연설을 하셨는데!”
“살려줘, 제발!”
외젠 호의 함장, 로베르 쉬르쿠프가 배멀미로 고통받는 뮈라를 거칠게 걷어찼다.
“닥치고 닻줄이나 걷어, 이 땅꾼!”
고작 배를 탄지 10여 일.
이미 질릴대로 질린 뮈라는 하늘을 보았다.
이게 바로 항명의 대가라면, 백 번이라도 반성하고 무르고 싶다.
“말을 타게 해줘! 애새끼고 소년기수고 말 잘 들을게! 아아악!”
뮈라에게는 애석하게도, 해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게다가 승전도 보장할 수 없는 길이다.
상대는 18세기 바다의 최강, 영국 해군이니까.
***
그러나 승부는 보통 자기가 잘하는 것보다, 남이 더 못할 때 쉽게 난다.
“프랑스의 이탈리아 군단이 출진한답니다.”
코르시카의 수도는 [아작시오]라는 도시다.
사실 코르시카 자체가 인구도 적고 산지도 많아, 수도라고 해봤자 본토로 치면 마을 규모다.
그래도 이 섬에서는 가장 번화한 도시다.
보나파르트 일가가 코르시카에 있을 때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했다.
한때는 조세프가 법관이고, 나폴레옹이 수비대장이었으며, 뤼시앵이 선동가였던 도시.
이제 이곳을 차지한 이들은 영국인들이다.
코르시카 영국 총독부.
이 아작시오를 중심으로 코르시카를 통제하는 영국인들의 거점이다.
한때 코르시카 인들을 이끌어 독립운동을 하던 파울리는 일종의 자문역으로 처량하게 앉아 있었다.
왕립해군 예비역 함장, 시드니 스미스의 보고를 들으면서도 무심히 넘길 정도다.
프랑스, 한때는 파울리의 원수였던 나라.
지금은 이탈리아로 가든 어디로 가든 아무 관심없는 상태다.
당연히 보고를 듣던 총독, 길버트 엘리엇은 정반대였다.
엘리엇 총독이 초조하게 보고서를 보다, 시드니에게 물었다.
“허, 어처구니가 없군. 이탈리아 방면군 사정, 다 알지 않나? 그런데 원정을 간다고? 대체 이유가 뭐지?”
“엉망진창이죠. 하지만 새로운 사령관이 왔답니다.”
“이름이 뭔데?”
엘리엇이 지금 초조한 이유가 있다.
이 아작시오가 텅 빈 상태이기 때문이다.
본래 영국은 지브롤터 외에는 지중해에 영토 거점이 없는 상태다.
지금은 에스파냐와 나폴리 왕국이 [동맹]이라 항구를 제 집처럼 드나들지만, 언제 바뀔지 모른다.
그래서 영국 지중해 함대는 지금까지, 아작시오에 머물러 왔다.
그런데 갑작스레 본국에서 소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네덜란드 방어전과 플랑드르 공략을 위한 정부의 결단이 내려진 탓이다.
해서, 대규모 함대가 전부 출병하고 현재 남은 것은 고작 프리깃 함 5척 정도다.
만약에 혹시라도 이탈리아 원정군이 코르시카까지 노린다면, 비상 사태가 된다.
그때 초조한 엘리엇에게 시드니가 미간을 찌푸리다 귀에 익은 이름을 올렸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 순간, 반응한 쪽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느긋하게 누워 있던 남자.
영국군 제노바 주재 해군무관으로 코르시카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제독, 호레이쇼 넬슨이었다.
“이야, 그 자 시드니 당신 후장을 파준 장교 아냐? 아니, 이젠 사령관인가?”
“닥치시죠, 넬슨 제독. 그때 툴롱을 빼앗긴 건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아, 그래. 하지만!”
넬슨이 비웃음을 터뜨리며 시드니에게 비아냥거렸다.
“나라면 거기 함대는 다 불태웠을 거야. 한 척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시드니는 이를 갈았지만, 넬슨의 말은 통렬하다.
프랑스 지중해 함대.
전열함 30척에 달하는 대규모 함선들을 단 한 대도 태우지 못했다.
차라리 툴롱을 조기에 내주더라도 선박을 섬멸시키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본국 해군 평가가 있을 정도다.
그 때문에 원역사라면, 대서양 방면 함대로 복귀했을 시드니가 아직도 지중해에 있는 것이다.
명예 회복에 열을 올리면서.
분노한 시드니가 넬슨을 노려보다 툭 쏘았다.
“그래봤자, 운행할 장교가 없소.”
“그게 무슨 말인가, 시드니 스미스 대령?”
“간단합니다. 길버트 엘리엇 총독. 프랑스는 혁명 후 무수한 귀족장교들을 죽이고 군에서 쫓아냈습니다. 그중 숙련된 해군장교들이 수도 없었죠.”
시드니는 넬슨에게 들으라는 듯, 호언장담했다.
“아마, 전열함이 있다 한들, 바다로 내보내지도 못할 겁니다.”
그 말에 넬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시드니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혁명정부는 귀족장교를 숙청했고, 그중 해군장교들도 있다.
대부분 망명하거나, 혹은 죽거나, 또는 퇴역해 사라졌어야 한다.
만약 돈독 오른 소년 도박꾼 한 사람이 밀수업자로 대거, 해군장교들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때 멍하니 앉아 있던 파울리가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나폴레옹이라고? 혹시,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인가?”
프랑스 식 이름으로 바뀌어, 늦게 반응한 것이다.
넬슨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파울리를 쳐다 보았다.
마음에 안 드는 저 늙은이가 또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아십니까, 파울리 전 통령?”
“알지요. 알다마다. 만약 내가 아는 자가 맞다면.”
“그럼? 뭐, 코르시카 인인 모양인데.”
그 순간, 파울리가 고함쳤다.
“그놈은 포기를 모르는 놈이오. 아직 크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해! 아니면, 영국도 결코 무사할 수 없소!”
만약 코르시카에서 나폴레옹 손에 1천 명의 병사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파울리는 결코 나폴레옹을 몰아낼 수 없었다.
영국이 코르시카를 차지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감히 영국이 무사하니 마니 하는 소리를 하자, 넬슨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또 시작이군. 그 놈의 과대망상.”
“그게 아뇨, 미스터 넬슨!”
“제독님이라고 불러, 늙은이!”
넬슨은 파울리를 노려보며 고함쳤다.
“아직도 당신이 이 코르시카의 왕인 줄 아나? 이제, 여긴 우리 영국 국왕 폐하의 영토다. 넌 백성이고!”
왜 넬슨이 파울리를 싫어할까?
지극히 감정적인 이유가 있다.
넬슨에게 파울리는 그저, 나라를 팔아먹은 노인네다.
그것도 지중해 구석에 있는 작은 섬 출신일 뿐이다.
그런데 전직 통령이니 어쩌니 하며, 런던의 높으신 분들이 떠받들 듯 대한다.
게다가 고집도 세고, 말을 들어 처먹지 않으니, 넬슨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당장 지금도 그렇다.
그렇게 나폴레옹이란 자가 무섭다면, 방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파울리는 주민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방어시설 구축과 예비대 편성을 극력 반대했다.
관료 타입인 엘리엇 총독은 넬슨과 파울리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중이다.
파울리도 고집 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넬슨에게 화를 내려 했다.
그때다.
-쾅!
서로 두 고집쟁이가 충돌하려는 찰나, 사령부로 선장 한 명이 뛰쳐들어왔다.
넬슨의 부관, 토마스 하디였다.
하디 대위가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큰일났습니다, 엘리엇 총독! 넬슨 제독도 계셨군요! 당장 나오셔야 합니다!”
“무슨 일인가, 미스터 하디? 예의를 지켜야지.”
“제독, 지키지도 않는 예의 찾지 마십시오. 지금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넬슨이 씩 웃으며 하디를 향해 물었다.
“지루한 데 잘 됐군. 몇 척이지?”
그동안 제노바에서 너무 지루해, 유부녀 애인이나 만들고 있던 넬슨이다.
코르시카를 점령한 지 1년.
이제 슬슬 영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교전이 다가온 것이다.
하디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답했다.
“30척입니다.”
“그래? 꽤 많군. 브리간틴 급인가? 아니면, 설마 프리깃?”
“그게.”
문득 마른 침을 삼키며, 하디가 보고했다.
“모두, 최소한 전열함 급입니다. 프랑스 지중해 함대가 전원 출동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넬슨이 사색이 되어 버렸다.
***
거센 포화가 뱃전을 울려댔다.
-쿵! 쿵! 쿵!
이쪽도 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숫자에서 상대가 안 된다.
전열함, 18세기 말을 풍미하는 최고의 전함.
크기는 3층에 달하고, 대포는 최소 80문에 달하며, 승선인원도 최소 500명 이상이다.
30척이 왔다는 것은 최소 1만 5천명 이상의 해군이 왔다는 뜻이다.
아무리 아직 함포 사격만으로 승패가 정해지지 않는다 해도,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체급과 숫자와 함포, 모든 점에서.
프리깃 함 [빅토리] 호를 타고 나아가 지휘하던 한 제독이 부르짖었다.
“아아악! 이 섬에서 대체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지금 플랑드르에서는 대영제국의 운명을 건, 해전이 벌어지고 있을 텐데! 차라리, 그쪽에 같이 갈 걸!”
바로, 입이 거친 해군 장교 넬슨이었다.
이제 혁명전쟁이 시작된 시대.
한때 민간 호위함대를 지휘하던 넬슨도 해군에 복귀했다가, 제노바 주재 무관에 온 게 실수였다.
차라리 대서양 함대에 있었어야 했다.
아니면 지중해 함대가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었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프랑스의 전열함대가 출격하자, 넬슨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유가 뭘까?
하나는 코르시카에 주둔하던 영국 지중해 함대가 모조리 지브롤터를 빠져나갔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툴롱 문제다.
문득 툴롱에서 패배했다가, 코르시카로 온 남자, 시드니 스미스가 옆에서 포격을 지휘하다 외쳤다.
“여기도 충분히 험난한 전장이오, 넬슨 제독!”
“닥쳐, 시드니 스미스. 네가 멍청하게 지중해 함대를 놓치지만 않았어도! 이런데서 우리가 힘들 게 싸울 일이 없잖아!”
“난 분명히 최선을 다했단 말이오!”
순간, 시드니의 멱살을 쥐며 넬슨이 부르짖었다.
“저게? 최선이라고? 30척의 전열함이?”
저 멀리 운무를 뚫고 거대한 함선들이 쏟아져 온다.
-쏴아아!
이쪽은 고작 프리깃 함 5척.
30척의 전열함과 비교하면 함선의 체급 자체가 다른데다, 대포의 숫자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수백 개의 대포를 수십 개의 대포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끝장이야!”
“비, 비록, 상대방의 전열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일단 육지로 후퇴해서, 싸우면!”
“우리가 육군이냐, 이 병신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툴롱의 실패자 시드니를 향해 넬슨이 부르짖었다.
“아니면, 지금 코르시카 민병들이라도 끌고 나와서 총알받이라도 시킬까! 엉!”
그때다.
-탕!
총탄이 함선을 때렸다.
그때 함선의 나무조각이 튕겨 올랐다.
전쟁이란, 지극히 우발적인 사고가 치명상을 가져다주는 극한 상황이다.
튕겨 오른 나무조각이 눈을 스쳤다.
바로, 넬슨의 오른쪽 눈을.
“아악, 내 눈!”
“맙소사, 넬슨 제독! 여기 군의관 없나!”
“저, 적이 쳐들어 옵니다!”
넬슨은 쓰러진 채 응급조치를 받으며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빌어먹을, 이게 다 멍청한 후드, 시드니, 길버트 엘리엇 때문이야! 아니, 파울리 때문이야. 아아악!”
후드는 툴롱에서 역시, 실패하고 쫓겨난 영국 제독이다.
시드니 스미스는 툴롱 지중해 함대를 불태우는 데 실패한 장교로 바로 옆에 있다.
길버트 엘리엇은 현재 코르시카 영국 총독으로 부임한 행정관이다.
셋 모두 프랑스 함대가 갑자기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첩보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은 장교급이 모두 망명하거나 죽었다고 했다.
어디서 갑자기 저 대규모의 함대를 운용할 해군장교가 나타났을까?
시드니든 엘리엇이든, 아니면 영국 정부든 모두 첩보에 실패한 게 확실하다.
순간, 간신히 응급조치만 된 넬슨이 붕대를 우편 눈에 맨 채 벌떡 일어났다.
“후퇴한다!”
“제독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이 상태로 싸우자고? 저 놈들이 정식으로 포격하면 총독부가 날아갈 판이야! 엘리엇 총독과 정부 요인들을 실어!”
함장, 토마스 하디가 황급히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르시카 섬, 아작시오 항구로 급히 입항하며 넬슨은 이를 갈았다.
지금 이곳에 입항하는 것은 도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다면, 정복을 위해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이 지중해로!”
프랑스 지중해 함대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자.
외눈의 제독, 넬슨이 맹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