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7화(8/547)
(7) 왕실의 미국국채를 왕국 제일귀족에게 팔자
지금은 18세기 말, 이른바 금융자본주의 시대 전야다.
“세상에! 줄리에!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하인 놈은 다 어디갔어! 널 보호하지 않고 도망가다니!”
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근본에 [채권]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니까 청제국이나 무굴제국, 오스만 제국이 징세로 군비를 걷을 때, 유럽 왕정국가들은 채권으로 빚을 내서 군비를 조달했다.
이게 오히려 더 많은 군비를 조달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다.
원역사 현대국가들이 막대한 부채 재정을 유지하는 걸 보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18세기 말, 아직 금융기법이 발달하지 못한 이 시대에는 그냥 재정 파탄이다.
바로 그 재정파탄을 내게 만드는 방조범들.
그게 지금 금융업자, 곧 은행가들을 보는 시선이다.
그중 하나, 자크 레카미에가 울부짖듯 포효했다.
“따님, 아니 친구 분의 따님은 무사한데요?”
물론 유진은 시큰둥하게 레카미에를 보며 말했다.
사실 옷은 찢기고 더러워졌지만, 소녀 줄리에는 멀쩡하다.
나름 보아르네 저택에서 잘 씻기고 온 덕분이다.
맞는 옷이 없어서, 옷을 못 갈아입혔을 뿐.
줄리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 레카미에 씨. 저, 무탈해요. 다행히 여기 유진 군이 도와줬거든요.”
“유진? 아, 보아르네 집안 꼬마인가?”
“맞아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자크 레카미에가 눈을 크게 떴다.
줄리에는 웃으면서도 울먹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나들이를 나왔다가, 그만 늑대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수행하던 하인은 도망갔고, 정신없이 달리다 늑대에게 잡아먹힐 찰나, 유진을 만났다는 거다.
눈물을 닦으며 줄리에가 설명했다.
“유진이 없었으면, 전 죽었을 거예요! 정말!”
자크 레카미에가 식은땀을 흘리며 유진에게 말했다.
“휴, 고맙네. 덕분에, 우리 딸. 아니, 그러니까 내 가장 친한 친구인 베르나르의 딸이 무탈할 수 있었네.”
유진은 슬쩍 눈썹을 치뜨다 웃었다.
프랑스 대혁명 시대, 유명한 스캔들 중 하나다.
자크 레카미에와 줄리에트 베르나르, 무려 30세 차이나는 소녀와 노인의 결혼.
대혁명 시대 최고미녀가 레카미에 부인이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결혼이 진짜 유명한 스캔들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두 사람이 실은 부녀지간이란 얘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친구의 부인과 불륜을 통해 레카미에가 낳은 친딸이라는 소문이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시군요. 따님, 아니 친구 따님의 목숨을 감히 돈으로 환전할 수는 없겠죠?”
슬쩍 말실수 인양 을러대며 유진이 말했다.
비록 7살의 소년이지만, 말하는 투는 그 정도가 아니다.
레카미에는 낯을 찌푸리다 줄리에를 우선 들여보냈다.
하녀에게 줄리에를 맡긴 레카미에가 유진을 향해 물었다.
“크흠, 얼마나 바라나?”
“뭐, 부친의 채무 탕감을 해주시면 더 좋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 바는 따로 있습니다.”
“응? 설마, 7살 주제에 줄리에하고? 절대 안 돼!”
벌써 결혼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영낙 없는 딸바보다.
물론 후일 원역사에서 줄리에는 사교계를 풍미하는 유혹의 대가가 된다.
허나 지금은 고작 11살 어린애일 뿐이다.
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저도 어린애에게 관심 없거든요?”
“너도 어린애 맞는 거 같은데.”
“시끄러, 이폴리트.”
같이 따라온 이폴리트가 추임새를 넣자 유진이 면박을 줄 찰나였다.
“흠, 내가 너무 놀라서 체면을 잃었군. 그럼 뭘 원하나? 보아르네 가문의 신동.”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레카미에가 유진을 보았다.
자크 레카미에.
원역사에서는 당연히 잔 프랑수아즈 줄리에 레카미에, 그러니까 시대 최고 미녀 레카미에 부인의 남편으로 기록된 자다.
그러나 알고 보면 상당히 유능한 금융가로, 방크 드 프랑스의 설립자가 된다.
프랑스 은행.
원역사 현대까지 남아있는 프랑스의 중앙은행이다.
요컨대 이 18세기를 풍미하는 최신 금융기법, [채권]을 가장 잘 조작하던 자다.
현대로 따지면 초일류 펀드매니저나 코인 소유자쯤 될까.
유진은 이 초일류 금융가를 이용할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제가 신동이란 소리를 감히 듣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린애니 한계가 있죠.”
“갑자기 겸손한 얘기를 하니, 더욱 무서워지는군. 대체 뭘 요구하고 싶은 건가?”
“듣기로,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채권을 거래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금융가답게 아까워하는 눈으로 레카미에가 유진을 보았다.
“그래서? 그 채권으로 보답해라?”
“아뇨. 전 오히려 다른 걸 원합니다. 좀 더 가치 있는 채권이죠.”
“무슨 말인가, 그게?”
사실 1788년은 프랑스가 이미 인도에서 영국에게 밀려난 뒤다.
그럼에도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아직도 번성하는 중이다.
놀랍게도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가장 많이 도는 배는 영국 배도, 네덜란드 배도 아닌 프랑스 배다.
해상운송이 경제물류의 핵심인 시대, 18세기.
이 시대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꽤 성공적인 투자처였다.
그러나 유진은 혁명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다.
혁명 후, 프랑스 동인도회사를 혁명정부가 폐지해 버릴 것도.
“영국 정부의 채권, 제가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유진이 원하는 자산은 따로 있다.
국채, 곧 국가가 군비나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서.
그중에서도 혁명이 일어나도 가치가 여전히 남아있을 채권증서가 필요하다.
그게 어느 나라일까?
단연 영국이다.
프랑스가 망하면 오히려 영국 채권은 더 가치가 생긴다.
레카미에는 놀란 눈으로 유진을 보다 입을 열었다.
“정말 똑똑하군, 자네. 확실히 신동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닌 모양이야.”
“과찬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나는 금융업자일세. 금융업자는 절대로 공짜로 뭔가를 주지 않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레카미에가 문득 손가락을 튕겼다.
“자네라면, 그보다 어쩌면 더 가치있는 걸 공짜로 얻을지도 몰라. 힌트는 이것만 주지. 왕실의 [은총]을 한 번, 받아보게. 왕실에는 가치가 없지만 나 같은 금융업자에게는 가치가 있는 은총이지.”
“예?”
“갖고 온다면, 내가 환전은 책임지겠네.”
유진이 레카미에에게 은혜를 갚으라고 하다가, 수수께끼를 받게 된 순간이었다.
***
다행히 레카미에는 딸 때문에 잃은 조랑말 정도는 사줄 정도로 부자였다.
“정말 유대인 아냐? 지 딸네미 목숨 구해줬는데, 조랑말 하나 겨우 주다니.”
덕분에 유진은 무사히 출근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딸의 목숨을 구한데 대한 은혜 갚기는 사실상 거절이 아닐까?
물론 유진도 왕실의 은총을 살짝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프랑스 왕실은 재정 파탄으로 고생 중이다.
별궁 서재에서 잠시 쉬는 시간에 펜으로 종이에 휘적이며, 유진은 투덜거렸다.
그저 이 시대 최고 자산인 채권을 좀 사볼까 했을 뿐이다.
지금은 18세기, 주식이 코인 뺨치게 불안정하다.
그렇다고 금화를 잔뜩 쌓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어차피 나폴레옹만 만나면 출세할 수 있는 게 유진의 인생이긴 하다.
그러나 이대로 있으면 최소한 알렉상드르는 죽는다.
뭔가 좀 바꿔볼 힘을 가져볼까 했는데, 첫 단추가 잘 안 풀렸다.
그러다 유진은 어제 보았던 줄리에를 떠올렸다.
11살이지만 씻기고 나니 꽤 예쁘장했던 기억이 난다.
“흐음, 그럼 그 미녀가 자기 아빠, 아니 아빠뻘로 알고 있는 노인이랑 결혼하는 건가.”
“흐응, 우리 시동, 무슨 미녀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빠져 있는 거야? 응? 나보다 예뻐?”
“아니, 공주님보다는 당연히 안 예쁘죠······. 흐이익!”
화들짝 놀란 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마리 테레즈 공주가 있었다.
“와, 신동은 정말 조숙하구나! 이런 어린애가 벌써부터 미녀 타령이라니. 풋!”
마리 공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놀리자, 유진은 시침 뚝 떼고 정중히 대꾸했다.
“공주 전하,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나오셨는지요.”
“무슨 소리야? 원래 왕실은 일찍 일어나서 일찍 움직여. 우리 ‘마망’이 모든 왕실 행사를 안 한다고 해서 나까지 안 하는 건 아니란 말야.”
“이런, 행사가 있으십니까? 따라 가겠습니다. 전하.”
시동의 업무는 결국 수행왕족의 보좌다.
그런데 공주가 행사를 치르는데, 유진이 미처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다른 시종들이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게 틀림없다.
갑자기 국왕이 꽂은 낙하산 유진에 대한 질투일까.
물론 공주나 왕비, 여기에 아르투아 백작까지 총애하니 직접 해를 끼치진 못한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로 질투가 돌아오는 모양이다.
가볍게 턱을 오만한 척 치켜세우며 공주가 책상을 보았다.
“훗, 그래. 근데 뭘 그렇게 쓰고 있는 거야? 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냥 낙서한 것인데, 그게 보였던 모양이다.
유진은 여전히 시침을 뚝 떼기로 했다.
어쨌든 어린 공주에게 은총을 달라고 징징댈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돈이 가장 중요하죠. 지금 이 왕실에서도 그렇구요.”
“그래? 우리 급료가 작아?”
“아니, 제게는 큽니다. 하지만 저희 가문 입장에서는 결코 큰 돈이 아니거든요. 또, 제 부친께서는 가문을 승계할 입장도 아니구요.”
그러자 마음 착한 공주는 시종 유진을 불쌍하게 보며 물었다.
“그런가? 우리도 리노트 랑트라는 국채가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
“예? 아, 아닙니다. 전하. 사양하겠습니다.”
“흐응, 욕심 많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그냥 동정한 게 아니라, 나름 시험이라도 했던 모양이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도 왕족이라는 걸까.
생각해보면 프랑스 왕실을 보게 된 것은 [백은문자]의 표시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유진에게 백은문자는 운명의 갈림길을 정하는 표지다.
혹시 이 공주를 만나는 게 운명이었을까?
잡상을 떠올리다, 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의외로 박식하시네요. 공주님.”
짐짓 다시 턱을 치켜세우며, 공주가 오만한 투로 대꾸했다.
“흥, 나도 이래뵈도 다른 나라 왕실로 시집갈 몸이라고. 그 정도는 잘 알아둬야지.”
순간, 유진은 심장이 쿡 찔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죠. 시집가실 몸이죠.”
아직 몸은 사춘기가 되려면 멀었다.
그럼에도 공주가 누군가와 결혼할 거라는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아려온다.
오히려 이 공주의 원역사 미래를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공주는 부모를 잃고, 동생이 죽는 것을 보며,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유진은 그 운명을 그냥 지켜보아야 할 뿐이다.
알렉상드르와 마찬가지로, 마리 테레즈도.
그때다.
“참, 이건 어때? 우리 왕실에서 처치 곤란한 게 있는데. 그거라면 딱히 네가 욕심 부리지 않아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뭔데요?”
“우리 시동의 이름이 유래한 곳?”
어리지만, 진짜 조숙한 발랄한 꼬마, 마리 테레즈가 눈을 반짝였다.
“미국 국채야. 어때?”
그 순간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뭔가, 수수께끼가 풀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1788년, 프랑스 왕실은 필요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다.
“공주님이 참, 어이없는 소리를 하셨군.”
당장 유진부터 그렇다는 투로 안경을 쓴 성직자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유진이 공주보다 더 어렵게 대할 상대다.
왕의 수석고문, 다른 나라로 따지면 수상에 해당하는 자.
바로 왕국의 국무와 재정을 총괄하는 대신, 로메인 드 브리엔 대주교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유진에게 어려운 상대일까?
원래 왕의 수석고문이자 국무대신의 진짜 임무는 왕실 최고궁내관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시종들의 총감독자가 브리엔 대주교다.
유진은 예의바르게 수석고문의 방에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대주교 예하. 공주 전하께서 좀 억지를 쓰셔서, 부득불 뵈러나 왔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공주님은 한 번 고집 피우면 누구도 못 말리거든. 내가 지금 이런 장난에 어울릴 시간이 없는데. 아니, 그 반대인가?”
“무슨 말씀이신지요?”
문득 수석고문 브리엔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꾸했다.
“곧, 잘리게 생겼거든. 우리 도박 신동이 알아듣기엔 좀 복잡한 사안 때문에.”
1788년 8월.
이달 말에 브리엔은 왕에게 해임당한다.
해임사유는 왕국 재정 지불불능 사태.
밀값은 폭등하고, 옥수수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가난한 백성은 아예 굶주리게 된다.
기아로 폭동이 일어날 상황이다.
이미 몇 년간 계속 반복됐던 일이라 브리엔도 예측하고 있었다.
귀족 명사회를 소집해 조세를 더 걷어보려 했지만 실패한 상황이기도 했다.
브리엔이 책상 위 수북한 서류더미를 안경 너머로 힐끗 보았다.
“휴, 이 국채들 처리하면 좀 도움이 될 텐데, 도저히 가망이 없군.”
바로 ‘미국’, 그러니까 최근 신대륙에서 독립한 구 영국 식민지가 발행한 채권.
프랑스 왕실로서는 도저히 받을 길 없는 증서다.
혹시나 받을 수 있다 해도, 최소 10년은 있어야 환전할 수 있는 국채다.
레카미에가 왕실에 무가치하고, 금융업자의 손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한 이유다.
유진이 그 증서를 빤히 보자, 브리엔 대주교가 한숨을 쉬었다.
“채무에는 도움도 안 되고, 언제 상환받을지 기약도 없어.”
“신대륙 인들도 영국인이랑 비슷하게 음흉하군요.”
“자네도 모친은 신대륙 출신 아니었나? 후후, 어쨌든 그래. 그냥 주지도 않을 종잇조각으로 체면치레 한 거지.”
신대륙, 곧 미국독립전쟁 당시 프랑스는 군대만 파견한 게 아니다.
막대한 병기 보급, 그리고 군수물자를 퍼부었다.
지금도 그때 후유증으로 재정파탄에 시달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때 유진이 말했다.
“대주교 예하, 어차피 잘리실 거라면 제게 저걸 맡겨보시지 않겠습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재정에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어차피 저걸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부채 규모가 크니까요.”
유진의 기억이 맞다면, 이 시대 프랑스 정부의 부채는 40억 리브르를 넘는다.
반면에 이 채권들은 많아봐야 수천만 리브르, 아니 달러 정도일까.
당면한 국가부도사태를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만약 일부라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하지만 예하, 그리고 국왕 폐하의 비자금을 만들어놓는 데는 충분한 채권이로군요.”
아예 버릴 종이보다는 국왕의 비자금이 낫다.
그러나 브리엔 대주교로서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알 길이 없었다.
사실 브리엔 대주교는 고지식해서 재정확보에 실패한 사람이기도 했다.
“어,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정직하지만 무능한 재무대신, 수석고문 브리엔을 보며 유진이 싱긋 웃었다.
“맡겨주신다면, 잘리시기 전에 결과를 내보겠습니다. 저 100만 달러짜리 채권 환전으로.”
물론 꼭 잘리기 전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최소한 유진의 손에는 자금이 들어온다.
힘을 가질 기초가 될 자금이.
***
국채는 이 시대, 누가 살까?
“돈 많은 친구들이 사지. 하지만 정말 자네가 이걸 갖고 올 줄은 몰랐군.”
자크 레카미에는 입을 쩍 벌렸다.
분명 눈앞에 있는 아이는 7살, 어린애다.
딸을 구해준 것도 고맙고, 카드 게임을 잘한다는 것도 들었고, 조숙하단 것도 안다.
허나 미국 독립 채권증서를 갖고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유진이 던진 질문은 레카미에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이거, 가짜 아니에요?”
분명 격식 있는 채권 증서다.
게다가 국왕의 수석고문, 브리엔 주교가 갖고 있던 채권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조목조목 따져가며 채권의 신빙성을 의심한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지금 미국, 그러니까 [아메리카 연방]은 실체가 없잖아요.”
“왜 없나? 연방의회가 작년에 탄생했고, 곧 ‘프레지던트’라는 지도자를 뽑는다던데.”
“아직 안 뽑았죠. 그러니까 미국이란 나라는 실체가 없어요.”
유진은 채권 증서 하단, [워싱턴]이란 서명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년 4월에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모를까.”
사실 유진은 그저 아니까 말한 것이다.
1788년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없다.
파리에서 1783년에 영국과 13개 신대륙 식민지 연합이 독립협정을 채결한 이래 5년.
아직 존재하는 것은 연방의회 뿐, 대통령은 내년에나 선출된다.
물론 지금 유진이 말한 바는 식견있는 지식인은 다 알 얘기다.
독립전쟁의 최고 영웅이 워싱턴이란 건 프랑스에서도 유명하니까.
그러나 이를 말하는 자가 이제 막 8살이 될 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새삼 레카미에는 감탄해 버렸다.
“정말 대단하군. 금융가도, 아니 성인조차 아닌데 국제정세를 꿰고 있다니.”
“제 아버지가 신대륙 독립전쟁 참전군인이거든요.”
“흥, 알렉상드르야 그냥 주정뱅이일 뿐이지!”
레카미에가 벌컥 화를 냈다.
채무자 알렉상드르가 하도 빚을 떼어먹으니 열이 올랐던 모양이다.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레카미에는 조심스레 [1백만 달러] 채권을 들어올렸다.
“그래, 이 국채는 엄밀히 말하면 향후 신 연방정부가 승인해줄 국채야. 알렉산더 해밀턴이 발행한 거지.”
알렉산더 해밀턴, 원역사 미래에 뮤지컬로 유명한 남자.
그러나 사실 이 사람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확립한 브레인이다.
워싱턴이 미국 독립의 아버지라면, 해밀턴은 미국 지폐의 아버지랄까.
해밀턴이 발행한 채권이라면 완전히 사기는 아니란 얘기다.
유진은 피식 웃었다.
“한 마디로 봉이 김선달, 아니 미시시피 회사 주식 같은 거군요.”
“응? 봉? 뭐,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게 미시시피 주식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건 보증할 수 있네.”
“어째서죠?”
레카미에는 채권의 하단, 워싱턴의 서명을 가리켰다.
“조지 워싱턴의 사인일세.”
방금 유진이 말한 [미시시피 주식]이란, 18세기 초반 프랑스를 강타한 버블 사건이다.
당시 아직 미시시피 강 일대는 프랑스의 식민지, 누벨 프랑스였다.
존 로 라는 영국인이 이곳을 개발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버블을 터뜨렸다.
버블을 믿고 프랑스 인들은 1주 당 1만 5천 리브르를 퍼부었다.
물론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
미시시피 회사는 막대한 손해만 냈고, 주식은 휴지가 되었으며, 존 로는 영국으로 도망갔다.
그게 18세기 초반 프랑스 경제를 망친 미시시피 버블 사건이다.
이렇게 엉망진창인데도 아직 나라가 안 망한 게 더 신기할 정도다.
반면 워싱턴의 사인은 신뢰성이 있다.
최소한 존 로 보다는.
레카미에가 서명에 얽힌 사연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야. 미국 독립전쟁 때, 미국은 우리 프랑스에 많은 빚을 졌지.”
“그냥 퍼준 거 아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안 받을리가 있나? 물론 전비로 쏟아부은 돈이 최소 20억 리브르는 된다는 얘기가 있긴 해.”
유진은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20억 리브르라구요?”
물론 유진은 프랑스 부채가 수십 억 리브르라는 것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거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부채다.
그런데 그 절반 가까이가 미국 전쟁 한 번에 쌓인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레카미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뭐? 어차피 이 나라는 지금 총 부채가 45억 리브르야.”
“안 망하는 게 신기하긴 하군요.”
“겨우 버티고 있는 거지. 곧 브리엔 대주교가 파산 선언을 한다던데.”
아직 왕정 시대다.
왕실과 정부의 재정 상황은 국가기밀이고, 신문에 보도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지만 거물 은행가쯤 되면, 이래저래 정보 루트가 있기 마련이다.
나아가 사실 브리엔 전임자, 수석 재정대신 네케르도 은행가이기도 했다.
왕실 파산 소식까지 알 정도의 거물 은행가, 레카미에가 채권을 다시 들어 보였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거야. 라파예트 장군이 탁월한 공적을 세웠잖나? 그때 일종의 기념 선물로 알렉산더 헤밀턴이 선물한 거지. 조지 워싱턴에게 사인을 받아서.”
가만히 채권을 만지작거리며 레카미에가 눈을 빛냈다.
“100만 달러. 곧 정해질 가치에 따르면 20만 리브르야.”
“국가부채를 갚기에는 참 적은 돈이군요.”
“하지만 파리 고등법원장의 일년 연수입과 맞먹는 큰 돈이기도 하지.”
문득 레카미에는 입맛을 다시며 유진을 향해 일렀다.
“이걸 환전할만한 부자만 있으면 돼. 물론, 모험심이 있는 친구여야겠지. 당장 떠오르는 친구가 없군.”
반면, 유진은 처음 채권을 받을 때부터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생각해둔 부자가 있어요.”
돈 많고, 모험심 강하고, 또한 도박을 즐기는 자.
이 모든 조건이 맞는 귀족이 하나, 1788년에 있다.
***
왕국 제일의 귀족은 누구일까?
“레카미에? 아, 들어본 적 있어. 영국 동인도회사와 거래하는 은행가지. 우리 가문도 가끔 ‘거래’하고. 그런데?”
보통은 국왕의 두 동생, 프로방스 백작이나 아르투아 백작이라 할 것이다.
혹은 귀족 세력의 핵심이라 불리는 고등법원장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진실이 아니다.
프랑스 왕국 제일귀족은 따로 있다.
국왕의 친족, 루이 필리프 드 오를레앙 공작이 장식용 검을 살피다 대꾸했다.
검에 새겨진 문양은 묘하게도 보아르네 가문의 명검과 흡사하다.
그러니까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프랑스 프리메이슨 최고위자, 그랑데 마에스트로가 바로 오를레앙 공작이니까.
오를레앙의 장자, 루이 필립 샤르트르 공작이 묘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레카미에가 아버지께 재미있는 물건을 갖고 왔습니다.”
“뭔데?”
“신대륙의 국채라고 하더군요.”
오를레앙 공작이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었다.
“그건 관심은 가긴 하는데. 내가 빚이 많아서.”
본래 오를레앙 공작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상,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물건.
신대륙의 독립국가 채권이라니 상당히 흥미를 끈다.
하지만 왕국 제일귀족으로 막강한 재력을 가진 오를레앙 공작은 사실 빚 부자다.
당장 갚아야 할 채무가 7400만 리브르나 된다.
물론 워낙 대귀족이라 알아서 빚쟁이들이 만기를 연기해주는 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때 샤르트르 공작이 눈에 이채를 띠며 말했다.
“도박 신동과 함께 왔답니다.”
도박 신동, 유진 드 보아르네.
그 이름이 오를레앙 공작을 움직였다.
왕실에서 이례적으로 갑자기 맞이한 시동.
파리 사교계의 도박판에서 백전백승이라고 불리워지는 승률.
그런데 알고 보면 빚쟁이 부자 오를레앙은 도박도 좋아한다.
“흐응, 저 꼬마가 그 유명한 도박 신동인가?”
이곳은 [팔레 루아얄], 곧 오를레앙 공작의 궁전이다.
거대한 정원, 수많은 하인들, 화려한 정원이 창문 아래로 보인다.
의외로 대귀족 저택답지 않게 개방적인 곳이라, 공작이 초대한 명사들이 자주 드나든다.
파리의 최고 극장도 궁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게다가 자크 레카미에는 정부와도 거래하는 거물 은행가다.
공작이 만날 명분은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공작은 유진을 보며 눈을 빛내는 중이었다.
유진이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습니다, 공작 전하.”
“후후훗! 우리 사촌들이 한 명은 네게 물 먹고, 한 명은 네게 은혜를 입었다더군. 뭐, 고작 1천 리브르 짜리 판이었다지만.”
“저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돈이로군요.”
가볍게 답하는 유진을 살피다, 공작은 레카미에를 돌아 보았다.
“한데, 어째서 우리 집까지 왔나? 레카미에? 이렇게 도박 신동까지 들고.”
신기하긴 하지만, 어쨌든 유진은 아이다.
반면 레카미에는 왕국의 거물 은행가 중 하나.
당장 공작이 지고 있는 채무 중 일부도 레카미에 은행 장부에 달려 있다.
혹시 도박 신동을 앞세워 빚 독촉을 하러 온 걸까?
레카미에는 웃으며 답했다.
“공작 전하. 이 미천한 은행가는 그저 소개를 시켜드리러 온 것입니다.”
“소개?”
“그렇습니다. 최근에 이 도박 신동이 왕실에서 하사받은 [은총]을 환전하고 싶다기에.”
유진이 정중히 증서를 내밀자, 레카미에가 설명을 시작했다.
“바로 100만 달러짜리 국채입니다.”
국채에 얽힌 사연을 레카미에가 읊자, 공작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미국 독립 전쟁 때, 프랑스 왕실이 아무것도 받아오지 않았다고 비난이 많았다.
사실은 공작도 그 비난을 퍼붓는 이들 중 하나였다.
어쨌든 공작은 현재의 왕실이 싫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국채나마 받아왔다는 데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호오, 그런 역사가?”
“이걸 환전하고자 합니다. 이 왕국에서 오직 공작님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유가 뭐지? 설마, 호구라서 그렇다고 그러진 않을 거고.”
그 순간,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정반대죠. 이 채권의 가치를 알아보는 유일한 분일테니까요.”
공작은 눈썹을 치떴다.
당연히 채권도, 환전도, 제안도 모두 레카미에의 주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8살이 막 될까 말까한 어린애가 불쑥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아무리 공작이 개방적인 사람으로 유명해도 좀 건방지다.
하지만 유진의 말이 심상찮아, 공작은 한 번 시험삼아 말을 받아쳤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사실 [달러]라는 것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치 아닌가? 정부도 없는 나라, 왕도 없는 정부, 역사도 없는 연합. 언제 무엇이 바뀔지 모르지.”
“그건 상관없습니다. 공작 전하.”
“왜?”
그 순간 유진은 오를레앙 공작이 더욱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나라가 엉망인 거 아시죠?”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물론 지금 프랑스는 엉망진창이다.
나름 파리에 살면서 시민들과 접촉하는 공작은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안다.
아예 파리 남서부 베르사유에 격리된 채 사는 국왕이나 왕비와 다르다.
그러나 왕실 시동, 그것도 어린애가 이런 얘기를 거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연히 유진이 꺼낸 다음 얘기는 더욱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불온분자들과 대화하시는 거 압니다.”
“뭐?”
“그것도 이 나라 전복을 꿈꾸는 불온분자들과 말이죠. 이를테면 미라보, 뒤무리에, 시예예스처럼.”
그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샤르트르 공작이 깜짝 놀라 검을 뽑았다.
-철컹!
대검귀족.
검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대귀족.
당연히 왕실의 친족으로 왕위계승권까지 있는 귀족, 오를레앙 가문은 자격이 있다.
샤르트르 공작의 검이 유진을 향했다.
“우리 도박 신동이 아주 위험한 얘기를 하는군. 혹시, 목숨을 대신할 [칩]이라도 걸었나?”
그러나 유진은 검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를레앙 공작만 보았다.
“목숨을 거신 쪽은 공작 전하시죠. 그러니까, 이 채권이 필요한 겁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새삼 경악해야 했다.
검을 들고 있던 샤르트르 공작이 팔이 떨려 실수로 유진의 목을 찌를 뻔할 정도다.
어떻게 이 꼬마가 그걸 알고 있을까?
왕실이 알고 있기라도 한 걸까?
유진은 살짝 한 발 뒤로 물러나, 검 끝을 피하며 싱긋 웃었다.
“대비책으로.”
바로 국왕 폐위 시도의 실패 대비책이다.
***
본래 오를레앙 공작가는 원역사에서, 결국 프랑스 왕이 된다.
“미국은 신생국가지만, 또한 좋은 곳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신생국이 좋다니. 게다가 우리는 누벨 프랑스도 빼앗겼는데.”
“만약 실패하신다면, 어디로 도망가실 겁니까? 좋아하시는 영국?”
네 사람은 밀실, 소파에 앉았다.
더 이상 유진과 레카미에는 그저 평범한 방문객이 아니다.
오를레앙 공작가의 [야심]을 아는 문제적 인물들이다.
이런 자들은 공작 입장에서 둘 중 하나로 처리해야 한다.
아예 묻어 버리거나, 아니면 매수하거나.
물론 유진은 국왕을 꿈꾸는 자, 오를레앙 공작이 협상을 할 거라 확신했다.
원역사에서 오를레앙 공작은 직접 사람을 죽이는 일이 절대로 없다.
유진이 가볍게 웃었다.
“물론 반란을 꿈꾸시는 건 아니죠. 전하가 꿈꾸시는 건 다른 거죠. 아예,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그때를 대비해 지금 준비를 해두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아까, 유진이 말한 ‘불온분자’들은 모두 프랑스 대혁명 초기의 지도자들이다.
미라보는 혁명 초기 국민의회를 이끌었고, 뒤무리에는 혁명 초기 전투를 지휘했으며, 시예예스는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당연히 모두 혁명의 파도에 휩쓸려 나간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이 집권한 거다.
그럼 이 불온분자들과 친한 오를레앙 공작은 어떻게 될까?
알렉상드르와 똑같다.
기요틴에 목이 달아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영국에 돈 한 푼 없이 도망간다면, 힘드시겠죠?”
오를레앙 공작은 미래를 모른다.
혁명이 일어날지, 성공할지, 파국에 이를지 알지 못한다.
고작 1년만 지나도 뒤집어질 세상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은 하면서도, 내심은 불안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오를레앙 공작은 마침 영국 [마니아]다.
여차하면 영국으로 도망갈 생각, 한 구석에 있을 것이다.
도망가서 쓸 돈이 있다면 어떨까?
유진이 귀가 솔깃한 얘기를 흘리며 채권을 들어 보였다.
“반대로 그때, 이 채권은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도, 또 영국에서도.”
“미국은 그렇다치고, 영국은 또 뭐야?”
“미국이 본래 종주국인 영국과 거래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들 앵글로 색슨입니다. 전하.”
유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실제로 영국 금융가, 상인, 생산업자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심지어 [노예] 구매도 영국 상선을 이용하는 중이다.
독립전쟁이 끝난 지 고작 5년이 지났지만, 돈은 전쟁을 뛰어넘고 있는 셈이다.
“어디로 가든, 프랑스 금화는 무겁지만 이 채권은 가벼울 겁니다. 또한 공작 각하라면 이걸 환전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실 거구요.”
방법은 분명히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 설립될 미국 정부에 책임지라고 할 수도 있다.
신임 대통령 워싱턴에게 사기꾼이 되기 싫으면 환전하라고 협박할 수도 있다.
혹은 외교적 루트를 이용해 채권을 정식 채권으로 교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개 시동인 유진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대, 유럽 제2대 강국, 프랑스의 제1귀족 오를레앙 공작은 가능하다.
“대가는?”
넘어갔다.
유진은 긴장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마지막 레이스다.
“50프로.”
“뭐?”
“제 조언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고작 절반만 받는 겁니다. 연 수입이 200만 리브르가 훨씬 넘는 공작 전하.”
100만 달러가 20만 리브르니, 곧 10만 리브르를 요구한 셈이다.
거절할까?
만약 그렇다면 유진이 잃는 것은 그저, 시간 뿐이다.
반대로 이 레이스를 받는다면 유진이 얻을 것은 실로 크다.
그 순간 오를레앙 공작이 히죽 웃었다.
“좋아. 난 좋은 친구들을 얻는 걸 좋아하지. 신동의 조언을 10만 리브르에 사지!”
일순 은화, 10만 리브르가 쌓였다.
-쩔그렁!
10만 리브르.
파리 고등법원장의 반년치 수입을 유진이 획득한 순간이었다.
유진의 첫 번째 [힘]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