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81화(81/547)
(81) 몬테노테의 아르장토가 첫 제물이다
지금껏 인생을 승리로 장식해온 한 남자가 있다.
17세의 나이로 7년 전쟁 때 처음 전장에 뛰어들었다.
유서 깊은 백작가의 아들로, 부친은 무려 마리 앙투아네트의 혼사를 주관했던 외교관, 플로리몽 클로드 드 아르장토 백작이다.
그러나 전장에 임해서는 늘, 일선을 자임하며 동방국경에서 싸워왔다.
투르크, 곧 이교도와 싸워 무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에게 기사로 임명받은 게 남자의 가장 큰 자랑이다.
언제나 전쟁은 인생의 기쁨이었고, 승리는 애인이었으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승전 후 파티였다.
하지만 지금 남자는 생에 처음으로 겪는 적수를 맞이했다.
오스트리아 롬바르디아 군단 선발대 지휘관.
외젠 기욤 드 아르장토 백작이 경악해 외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누가 와? 프랑스군이? 지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아르장토 백작은 프랑스계에 가까운 리에주 출신이다.
그러나 18세기 말, 아직 민족주의가 완전히 태동하지 않은 시기.
특히 귀족들은 섬기는 주군과 영지에 따라 국가를 선택한다.
아르장토 가문도 신성로마제국에 복무한 게 벌써 2백년이 넘은 귀족 명가다.
따라서, 프랑스 군은 아르장토에게 그저 적에 불과했다.
그것도 가난하고 무능해 알프스 산맥을 넘을 가능성이 없는 도적떼에 가까운 평민 군대.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프랑스 군의 발견 첩보를 듣게 된 것이다.
부관, 칼 세보텐도르프 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초병이 발견하고 급히 보고해왔소.”
“정찰병은 대체 뭘 한 거야! 아니, 그걸 떠나서! 왜 그놈들이 이쪽으로 와! 지금 제노바로 가고 있는 거 아니었나?”
“사실 제노바와의 국경 부근이긴 하오만.”
아르장토보다 나이는 많지만, 평민이라 계급이 낮은 세보텐도르프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사실 이렇게 빨리 올 것은 세보텐도르프도 예측하지 못했다.
허나 프랑스 군이 제노바가 아닌 사르데냐 왕국령으로 진격할 수도 있다는 것은 대비했어야 했다.
비록 아르장토 군단의 주목적이 실은 사르데냐 왕국의 제압에 있었다 해도 말이다.
반면 선발대 지휘관, 아르장토 백작에게도 방심한 이유는 있다.
“무슨 개소리야! 여긴 사르데냐 왕국령이야. 게다가, 지금 우리 본군이 놈들 배후에 있단 얘기 아냐! 누가 그따위로 군을 기동해!”
바로 비상식적인 나폴레옹의 진군 때문이다.
본래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군단은 마세나 사단을 선두로 진격중이었다.
라구리아 해안로.
제노바 공화국의 영토로 향하는 길이다.
그런데 라구리아 해안로에서 갑자기 좌회전 급커브를 건 셈이다.
마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듯, 급속도로 아르장토 군단을 직격해온 거였다.
이 우회기동의 문제는 간단하다.
배후, 그러니까 군단 등 뒤에 오스트리아 본군을 놓게 된다.
제노바 방면으로 진주한 볼리외 롬바르디아 사령관의 군대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은 자칫 양면에서 협격당해 전멸할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인 것이다.
52세의 숙장, 전승자 아르장토가 보기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보텐도르프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분명 프랑스 군이요. ‘대반란’ 이후 새로운 국기로 세운 삼색기가 휘날리고 있소.”
“젠장! 성모께 저주나 받을 놈들! 혹시 그냥 선발대만 온 게 아닌가? 확인해봐. 세보텐도르프!”
“그렇잖아도 선발정찰대를 보내 봤소. 그렌츠 연대로.”
그 말에 아르장토는 잠시 공황상태에서 벗어났다.
“부카소비치가 갔나? 그놈은 믿을 만하지. 어때?”
“3만.”
“뭐?”
세보텐도르프는 정예부대, 그렌츠 연대가 가져온 보고를 고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방면군의 거의 전부가 온 것 같소. 지금 이건 장난이 아니오. 놈들은 지금 여길 노리고 온 거요!”
실은 반쯤 틀린 보고다.
일단 이탈리아 군단의 총원은 4만 8천 명.
이중 나폴레옹이 세르뤼에 사단을 후방 대비로 두고 달려온 것은 사실이다.
허나 총원은 여전히 3만 8천으로 약 4만에 달한다.
그러나 가까이 가자마자 [란]의 피레네 기병대가 밀어닥쳐, 정예병도 일단 물러나야 했다.
때문에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된 거랄까.
완전히 틀리지는 않은 이 보고가 아르장토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3만이라, 좋아! 당장 볼리외 사령관에게 전령을 보내라. 연락병을 30명은 보내! 프랑스 놈들이 왔다고!”
“어쩌실 거요? 후퇴할 거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여기까지 왔다면, 놈들의 목표는 뻔해! 토리노다!”
영토와 거점, 요새를 장악하는 게 18세기 전쟁의 요체다.
물론 이 상식에서 벗어난 장군이 한 명은 있었다.
프리드리히 대왕, 소국 프로이센을 강대국의 하나로 바꾼 남자.
하지만 프리드리히도 결국 몇 번이나 죽을 뻔했고, 여전히 전장의 상식은 하나다.
거점을 정복하는 자가 이긴다는 것.
그러니 아르장토 백작의 판단은 정석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제노바가 목표가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르데냐 왕국, 수도 토리노가 목표일 것이다.
“토리노의 콜리 장군에게도 전령을 보내라. 구원군을 요청한다고! 우리는 여기서 버틴다!”
알프스 산맥과 해안 평야가 만나는 장소.
산기슭이 드리워진 농촌 마을, 몬테노테에서 적과 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세보텐도르프가 냉정하게 아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숫자다.
“우리는 1만 5백 명, 적은 3만이오.”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 숫자가 최소 3배란 말이오.”
아르장토 백작이 코웃음을 쳤다.
“지금껏 우리가 프랑스 놈들과 이탈리아 방면에서 싸운 게 몇 년이지?”
“갑자기 무슨 말이오? 대충, 5년쯤 됐나?”
“4년 반이야. 그동안 놈들은 우리가 이쪽에 신경을 못 쓸 때도, 결국 알프스를 못 넘었어. 왜?”
아르장토 백작이 그간, 수 차례 이탈리아 방면군과 싸워온 경험을 쏟아냈다.
“화약, 무기, 군량. 모두 모자라니까! 놈들은 지금 최후의 여력을 다해 달려오는 거야!”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요.”
“게다가 우리 롬바르디아 군단 총원은 5만이야. 놈들 같은 강제징병된 병사들이 아니라, 모두 지원병이고. 게다가 토리노에는 총 인원 1만 7천의 수비군이 있지!”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롬바르디아 군단과 사르데냐 왕국군을 합치면, 총 6만 7천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한 곳으로 집결하기만 한다면.
풍부한 실전경험을 지닌 남자, 투르크-오스트리아 전쟁의 영웅 아르장토 백작이 호언했다.
“요컨대 볼리외 장군의 구원군이 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게다가, 상대는 26살짜리 애송이가 아닌가?”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세보텐도르프도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플랑드르 전장에 투입되어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혁명 초기, 세보텐도르프가 싸웠던 프랑스 군은 그야말로 형편 없었다.
예전 구왕실 시대의 군대보다도 더욱 모자란 군기와 병력, 지휘 솜씨를 보였다.
아마 지금 쳐들어온다는 신임 이탈리아 사령관도 그럴 것이다.
격변기에 운이 좋아 출세한 애송이일 뿐일 거란 얘기다.
롬바르디아 군단 선발대 지휘관, 아르장토 백작이 눈을 빛냈다.
“이 알프스의 산지를 우습게 본 놈들에게 제국제 총탄을 먹여주지!”
그러나 아르장토도 세보텐도르프도 한 가지를 몰랐다.
바로 이 시대 프랑스 혁명군의 도보 속도를.
***
18세기 말, 전장의 주력은 단연 보병이다.
그러나 가장 강한 파괴력은 보병의 머스킷 총이 아니라, 포화에서 나온다.
곡사포, 박격포, 그리고 대포.
아무리 주력이 아니라도 포격 없이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전통을 중시하는 오스트리아 군도 잘 알고 있다.
몬테노테의 구릉에 대포를 설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쿠르릉.
제국 병기창에서 만들어진 멋들어진 대포의 무늬를 보다, 아르장토 백작이 혀를 찼다.
“대포 숫자가 좀 모자라는군.”
“총 12문입니다. 대신, 최신식 대포로 끌고 왔습니다.”
“흐음, 프랑스 군은 대포 숫자가 더 많겠지? 아무래도? 대비를 해야겠군.”
이 시대, 포병은 단연 프랑스가 앞선다.
물론 화약량은 영국을 따르지 못한다.
허나 장 바티스트 그리보발의 [포병개혁] 후, 프랑스 포병은 가장 혁신적인 대포를 갖게 되었다.
대포 규격을 표준화하고, 포를 야전포와 공성포,해군포 등으로 나눴으며, 더욱 가볍고 더 멀리 나가는 포를 만들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포 수송마차다.
요컨대 전장에서도 신속하게 대포를 움직일 수 있는 게 프랑스 군대다.
그 정도는 아르장토 백작도 알고 있어서, 포병의 배치에 각별히 신경쓰게 된 것이다.
“포병! 고지대로 이동한다! 빨리!”
포병들이 일제히 대포를 몸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보다, 아르장토 백작이 흡족히 웃었다.
만약 프랑스라면 수송마차에 실어 움직였을 테지만.
그 다음은 오스트리아 군의 주력인 보병 배치다.
아르장토 백작이 수행 중이던 직속 연대 지휘관, 루카비나 대령에게 명했다.
“좋아. 배후에는 포대, 전면에는 전열보병. 여기에 척후병들을 보내 엄폐 사격을 준비한다!”
“군악대는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한 번 격돌은 해야 할 텐데.”
“그래. 우리의 풍부한 화력을 한 번 맛봐야 놈들이 정신을 차리고 멈추겠지?”
역시 군악대의 음악과 함께 행진하는 게, 18세기의 전통적인 전장이다.
아직 아르장토 백작은 예전 경험과 정보에 근거해, 프랑스군이 화약부족에 시달릴거라 여겼다.
만약 그 추측이 맞다면 적군은 결국 총검돌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니 신나는 군악대의 음악과 함께, 3열 횡대사격을 맛보여준다.
지금 아르장토 백작이 구상하는 전법이었다.
“군악대 준비해. 신동, 모차르트의 [투르크] 행진곡으로 연주하라고 해라!”
여기에 아르장토 백작은 자신의 취향을 덧붙였다.
빈 궁정을 풍미한다는 제국 최고의 음악가, 모차르트.
최근 들었던 행진곡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예전에 투르크 군인들을 쏴 죽이던 승전의 경험도 떠올리게 만드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정작 직속 연대장, 마티아스 루카비나는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그건 피아노 곡입니다, 백작님.”
“그게 어쨌다고! 변주하면 되잖아! 놈들에게 군악대부터 압도하는 면모를 보여줘야 해. 보나마나, 그놈들은 군악대도 다 처형했을 거 아냐?”
“그야 귀족의 종이라고 탄압하고 있겠죠. 흠.”
헝가리 출신 귀족으로, 역시 혁명에 반감을 가진 루카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적들은 군악대 같은 사치를 부릴 여력이 없을 터다.
그렇다면 위풍당당한 군악대를 보여줘서 사기를 꺾는 것도 방법이다.
그때 전열보병을 사열하던 지휘관, 안톤 리프타이 연대장이 물었다.
“장군, 빈에서 보내온 신병기는 어떻게 할까요?”
신병기.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실전에서 써본 적 없는 물건이다.
빈에서 필요하면 써보라고 보내왔지만, 아르장토는 당연히 쓸 생각이 없었다.
아르장토가 콧방귀를 뀌었다.
“지란도니인가 하는 그거? 미친 소리! 차라리 그걸 시험할 시간이 있다면, 수류탄 하나를 더 던지게 하겠네. 척탄병은 어디 있나!”
바로, 지란도니 공기총이다.
정작 외국군인 유진 특수중대는 요긴하게 사용한 병기를, 오스트리아 군단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허나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고작 20발짜리 연사를 위해, 수천 번의 펌프질을 해야 하는 비효율적 병기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 없이는 실전에서 쓰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아르장토는 차라리 정석대로 서전에서는 척탄병을 쓸 생각이었다.
아르장토의 부름에 문득, 오리엔탈풍 콧수염을 길게 기른 장교가 한 걸음 나섰다.
“그렌츠 보병 연대 지휘관, 요제프 부카소비치 대령입니다. 저희가 진행하겠습니다.”
“좋아! 자네들이면 믿을만 하지. 적이 출현하면, 곧바로 달려가 수류탄을 던져주게. 적진을 흐트려 놓을 필요가 있어!”
“알겠습니다.”
그렌츠 보병, 곧 제국 동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일대를 지키던 비정규보병 부대다.
오랫동안 적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와 교전을 벌여 실전경험이 풍부하다.
훈련도도 높고 사격 실력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부대다.
다만 이들은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너무 성격이 급해, [전열]을 계속 지키지 못한다.
18세기 말 전장에서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왜냐면 머스킷 전장식 총을 장전하고, 다시 적에게 쏘는 일련의 과정을 부대 차원에서 하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괜히 이 시대 보병들이 [전열]을 이루어 싸우는 게 아니다.
집단으로 대열을 지키며, 일관되게 밀고 들어가야, 사격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전장식 소총의 느린 장전 속도, 의외로 뛰어난 살상력, 엄폐가 어려운 전술방식.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진 유럽의 최신식 전법이 바로 전열보병이다.
대신, 그렌츠 보병에게 맡길 수 있는 최고 임무가 있다.
정찰과 선봉, 나아가 척탄 임무다.
용맹하고 대열을 지킬 필요가 없는 전법이랄까.
그렌츠의 지휘관, 조세프 폰 부카소비치 대령이 고했다.
“아마, 내일 저녁까지는 도착할 겁니다. 전투는 모레쯤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프랑스 군단의 선봉, 마세나 사단과 1차 교전 후 돌아온 부대다.
아주 믿음직한 보고에 아르장토가 흡족하게 웃었다.
오랜 전투 경험을 지닌 아르장토도 비슷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대열을 편성해보지! 모레 전투에 돌입할 때, 당황하면 안 되니 말이야.”
그때였다.
-잇히이이잉!
산기슭에서는 소리가 메아리쳐 멀리까지 들리는 일이 있다.
음파가 산에 부딪치는 탓인데, 이 시대 사람들은 음파는 몰라도 경험으로 안다.
아주 멀리서 울린 소리가 가깝게 들리기도 한다는 것을.
불현듯, 말 울음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아르장토가 고개를 급히 돌렸다.
순간, 전방에서 사열을 확인하던 부지휘관 세보텐도르프가 고함쳤다.
“적 출현! 대열을 갖춰라! 북을 울려!”
순식간에 군 전체가 혼란에 빠진 찰나, 아르장토가 눈을 부릅뜬 채 중얼거렸다.
“저 미친놈들! 어떻게 여기까지 이렇게 빨리 온 거지?”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 아스라히 남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
기병은 얕은 구릉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달린다.
-두두두!
청색 군복, 갈색 군마를 탄 기병대가 달려왔다.
아직 적장이 누군지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
서로 군영을 살피며 진형을 펼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직 적을 발견한 순간, 무작정 쳐들오고 있을 뿐이다.
실로 18세기 말, 전쟁의 [룰]을 완전히 어기는 공세다.
기가 막혀 이를 갈면서도, 숙장 세보텐도르프는 군지휘에 만전을 기했다.
“온다! 적 기병 출현! 놈들이 서전을 기병대로 시작했다!”
전략 결정은 아르장토 백작이 해도, 실질 군지휘는 세보텐도르프가 한다.
이것은 아르장토보다 세보텐도르프가 특별히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오스트리아 군대, 정확히는 신성로마제국 소속 군대의 특성 때문이다.
세보텐도르프가 부대 지휘관들을 향해 외쳤다.
“침착해라, 후사르 출격 준비! 제1 경비연대는 진지를 지킨다. 나머지, 안토니오 대공 연대와 스테인 백작 연대, 펠레그리니 백작 연대는 전열을 갖춰 나선다. 3열 횡대로!”
그런데, 이 말을 세보텐도르프는 3번 반복해서 말했다.
그것도 전혀 다른 언어로.
이것은 오스트리아 군대의 복잡한 구성 방식 때문이다.
방금 세보텐도르프가 부른 부대들은 모두, 귀족들의 사유 연대다.
오스트리아 군대는 지원병으로 구성되는 대신, 병사들의 급여를 귀족들이 책임진다.
옛 중세 봉건귀족들이 군을 편성하는 전통이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물론 그 귀족들이 지금 모두 이곳에 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돈을 댔을 뿐, 지휘는 연대 소유주(Inhaber)가 아니라, 행정관 격인 대령들이 진행한다.
여기서 바로 세보텐도르프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부대들은 모두 전혀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져 편성된 부대다.
오스트리아에서 다른 지역이란, 곧 다른 민족이자 다른 언어를 쓰는 장소다.
그래서 지금 세보텐도르프는 한 부대는 고지 독일어, 한 부대는 헝가리어, 한 부대는 크로아티아 어로 명령했다.
다민족, 다언어, 다기원 군대.
오스트리아 군대의 약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외국어를 잘 못하는 총지휘관 아르장토 백작이 세보텐도르프 옆에 서서 비웃었다.
“하, 거지꼴이군. 저놈들.”
“원래 돈도 없겠지만, 강행군을 한 게 보입니다. 완전히 먼지를 다 뒤집어 썼는데요?”
“가까이 오는 대로, 한 방 먹여준다!”
바로 프랑스 군대가 지금껏 약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프랑스 군대는 느렸다.
숙련 지휘관은 혁명으로 숙청되었고, 병기와 화약이 부족했으며, 일관된 전략도 없었다.
그러니 숙련 지휘관이 넘치고, 화약도 프랑스보다는 많으며, 프랑스를 무너뜨린다는 일체 전략이 있는 오스트리아 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잇히이이잉!
문득 사격거리 밖, 아직 후사르 기병대가 출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방에 한 말이 달려왔다.
그 말 위에는 사자갈기 같은 머리를 휘날리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가 포효하듯 외쳤다.
“여기, 툴롱의 사자 쥐노가 왔다!”
정작 적국의 언어, 프랑스어는 아는 아르장토가 눈을 크게 뜰 찰나였다.
-휘릭, 쾅!
수류탄이 전열보병의 한복판을 때렸다.
불의의 일격.
3열의 전열 중심이 깨어지고 병사들이 비틀거렸다.
중앙에 있다 날벼락을 맞은 이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황급히 다시 대열을 갖추려 애쓰며 병사들이 3개 국어로 소리쳤다.
“뭐, 뭐야!”
“포, 폭발? 수, 수류탄? 저 거리에서?”
“저거, 투, 투, 투석구 아냐?”
독일어도, 헝가리어도, 크로아티어도 모르는 사자머리의 남자.
쥐노가 손에 [투석구], 그러니까 돌팔매를 휘휘 돌리며 웃어 제쳤다.
문제는 그 투석구에 수류탄이 실려 있었다는 거다.
“자, 이 [프롱드] 수류탄의 위력을 봐라! 하하핫!”
프롱드, 그러니까 투석구를 가리키는 프랑스 어다.
그 순간 쥐노의 뒤에서 일제히 기병대가 달려들었다.
숫자는 총 3백 기.
이번에는 기병들이 손으로 [수류탄]을 던지기 시작했다.
-휘릭, 쾅! 휘릭, 쾅! 휘릭, 쾅!
쥐노의 일격에 당황했던 전방 전열보병들은 미처 대처하지도 못했다.
3백 개의 수류탄이 떨어져 아르장토 군단의 대열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루카비나, 리프타이, 부카소비치가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비명을 질렀다.
“미, 미친 놈들! 수류탄을 저 귀한 기병대가 던지게 만들다니!”
“그, 그러니까 저거 [새총] 아냐? 새나 잡는 걸로 수류탄을 던져? 맙소사.”
“한 놈이야! 나머지는 그냥 와서 던지고 있어! 대열을 갖춰!”
아르장토도 자신의 직속연대, 루카비나 연대를 향해 고함쳤다.
“50보 안쪽이다! 사정거리 안이라고! 쏴!”
그러나 그 앞으로 수류탄이 날아들고 있었다.
-쾅!
오스트리아 정예 군단과 프랑스 오합지졸의 첫 전투.
몬테노테 전투가 수류탄의 폭음과 함께 시작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바로, 유진이 조직한 [기마척탄병단]의 수류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