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84화(84/547)
(84) 사부아 왕가의 황금을 얻다
역사의 무대 뒤편,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는 이들도 세상에는 있다.
“이겼다!”
승리의 함성이 산골짜기 곳곳을 쩌렁쩌렁 울렸다.
사실, 승리는 이미 2주일 전의 일이다.
허나 전쟁에서 이긴 것보다 더 확실히 승리를 체감하게 만드는 광경이 눈앞에 드러났다.
바로 적국의 수도가 성문을 열고 항복한 것이다.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수도.
알프스 산맥이 급격히 낮아지는 구릉에 위치한 이탈리아 서부 최대 도시.
토리노.
이 지역, 피에몬테 사투리로는 [투린]이라고도 불리는 도시가 정복되었다.
엉뚱하게도, 이 도시를 정복한 사람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나폴레옹이 기마를 몰며 놀란 눈으로 그 정복자를 보았다.
“놀랍군, 세뤼르에 소장. 쿠네오에서 콜리 장군을 이겼다고?”
1742년생, 52세의 숙장 장 세뤼르에가 빙그레 웃으며, 나폴레옹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 사령관 각하.”
“그저 양동작전으로 파견한 것뿐인데, 놀라운 성과를 거뒀군!”
“모두 사령관 각하의 현명한 작전 덕분입니다.”
사실 나폴레옹은 공은 자신의 것으로, 과는 부하의 것으로 돌리기를 좋아한다.
허나 토리노 정복은 나폴레옹의 기대 이상이었다.
슬쩍 자찬하며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얼마나 대승을 거뒀길래, 이렇게 토리노가 텅 비어 버린 건가?”
사르데냐 왕국의 수도, 토리노는 문자 그대로 텅 빈 상태였다.
물론 피난가지 못한 시민들은 있었다.
숫자는 약 20만 명.
이탈리아 군단의 총 인원이 사상자를 제외하면 4만 7천 정도니, 시민봉기라도 일으키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군대도, 귀족도, 왕도 모두 사라진 도시는 무력하게 항복한 것이다.
모두 5일 전, 토리노 남쪽 요새지, 쿠네오에서 세뤼르에가 승리한 덕이다.
사르데냐 왕국군 1만 7천을 1만 명의 보병만으로 대파한 대승이었다.
어쩐지 그림을 잘 그릴 것 같은 적장의 이름을 나폴레옹이 거론하며 물었다.
“대체, 미켈란젤로 콜리를 어떻게 이긴 건가?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라 들었는데.”
세뤼르에는 빙긋 웃기만 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았소. 엄밀히 말하면, 사령관 각하의 대승과 코르시카 함락이 거둔 효과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세뤼르에?”
“이 사르데냐 왕국은 다른 건 다 느린데, 소문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더군요.”
반면 프랑스 군대는 소문보다도 발이 더 빨랐다.
이미 대화를 나누는 사이 대로를 지나, 궁전 앞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궁전 앞에서 그 대화를 들은 귀 밝은 여우상의 남자가 웃으며 화답했다.
“그렇잖아도 코르시카 함락으로 동요하던 민심, 아니 군심이 몬테노테 회전 후 완전히 무너진 거요. 아예 싸우기도 전부터 달아나더니, 싸우면서 모두 달아나더이다. 하핫!”
바로 5인 총재의 하나, 나폴레옹의 협력자 앙투안 살리체티다.
파리에서 몬테노테 승전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거였다.
덕분에 쿠네오 전투 승전에는 한 몫 끼어들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달아났다고?”
“그렇소. 탈영한 거지. 모두들.”
“맙소사, 한 번 졌다고 다 달아나다니. 군기가 엉망이군.”
나폴레옹이 혀를 찼다.
그러나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은 똑같은 군대를 맞이한다.
몬테노테 승리 후, 북진하다가 몬도비에서 마주친 사르데냐 군을 대파하게 된 것이다.
승리의 요인은 똑같이 탈영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세뤼르에의 성실한 양동작전 수행이 성과를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별다른 추가 전투 없이 토리노를 정복했으니까.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은 이 시기에는 토리노를 정복하지 못한 채, 항복만 받고 밀라노로 향한다.
그때 나폴레옹만큼이나 자화자찬을 즐기는 남자, 살리체티가 으스대며 나폴레옹을 안내했다.
“후후, 이 총재님이 활약한 덕분이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오. 보나파르트 사령관 각하.”
나폴레옹은 텅 비어버린 궁전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파리는 안 지키고 왜 여기까지 온 거요?”
“아, 파리는 장군의 형과 동생이 지켜줄 거요. 나야 솔직히 장군의 대리인 아닌가? 다른 대리인이 있는데, 더 급한 전장에 와야지.”
“형과 동생? 조세프 형은 그렇다치고 뤼시앵까지 파리에 갔습니까, 살리체티?”
살리체티가 어깨를 으쓱이다, 문득 나폴레옹을 수행하던 유진을 보았다.
“뭐, 조세프는 올 거 알고 있지 않았소? 아, 소년기수. 뤼시앵이 자네 보면 약속 안 지켰다고 단단히 벼른다던데? 혹시 뭔가 약속한 게 있나?”
유진은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었다.
로베스피에르와의 면담 약속.
미처 지킬 틈도 없이 바삐 지내다, 로베스피에르가 그만 죽어버린 탓에 지키지 못했던 언약이다.
당연히 자코뱅 숭배자 뤼시앵 입장에서는 왜 안 지켰냐고 통탄할 일이긴 했다.
그런데 뤼시앵까지 파리에 갔다니 걸리는 게 있다.
유진이 살리체티에게 물었다.
“마르세유 집은 안 지킨대요? 남자 어른이 하나도 없는 건데?”
“그건 루이에게 맡겼다더군. 아, 자넨 루이는 아직 본 적 없던가? 나폴레옹 장군네 넷째 동생인데, 그간 포병학교에서 교육받는 중이었지.”
“그렇군요. 무슈 뤼시앵에게는 좀 보답을 해야겠는데.”
루이 보나파르트, 이제 17세인 나폴레옹의 동생이다.
얼마 전까지 포병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이제 마르세유로 귀향한 모양이다.
사실 유진과는 일종의 악연이 있긴 하다.
원래는 루이는 유진의 동생, 오르탕스와 결혼하게 될 사람이니까.
그러나 유진은 루이를 매형으로 맞아들일 생각이 일절 없었다.
왜냐면 그 결혼은 지극히 불행한 혼사가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뤼시앵을 달랠 뭔가를 생각하던 유진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곧, 새로 의회 선거가 있죠?”
“응? 있지. 아무래도 총재정부를 정당화해야 하니, 헌법도 새로 고쳐야 하고.”
“살리체티 총재님도 추천권 정도는 있으시겠죠? 그때 무슈 조세프와 함께, 무슈 뤼시앵도 후보로 추천해 주세요. 지역구는 마르세유나 툴롱이 좋겠군요.”
슬쩍 놀란 살리체티에게 유진이 웃으며 일렀다.
“자금은 방크 마르세유가 댈 겁니다. 물론, 사령관 각하께서 군수자금을 지불해 주시면.”
물론 뤼시앵이라면 내버려 둬도 정치인이 될 것이다.
허나 유진이 조금 도와준다면 데뷔가 훨씬 쉬워진다.
또한 로베스피에르와의 약속 대신, 은혜를 입혀두는 측면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전제조건을 일부러 덧붙인 것은, 슬슬 방크 마르세유도 한계라서다.
그때 나폴레옹이 유진의 귀를 붙잡으며 킬킬 웃었다.
“흥, 요 깜찍한 기수 녀석. 챙길 건 다 챙기는군.”
“아야야, 귀, 귀가 아파요!”
“걱정마라. 안 떨어져! 자, 걱정할 거 없다. 우리는 그냥 전투에서만 이긴 게 아니니까!”
문득 나폴레옹이 궁전으로 들어온 진짜 목적 앞에 섰다.
“여기, 세뤼르에 장군 덕분에 토리노의 궁전 열쇠가 우리 손에 들어왔단 말이지!”
왕실 금고.
이탈리아어로 사보이아(Savoia), 프랑스어로 사부아(Savoie)라 불리는 3백년 통치 왕가의 수장고.
원역사에서 이 금고 안에 있던 보물의 가치는 한화로 약 22조원이라고 한다.
먼저 달려와 도시의 항복을 받고, 금고 열쇠까지 얻었던 살리체티가 열쇠를 들어 보였다.
-철컥!
금고가 열린 순간, 그 뒤에서 따라오던 장군 중 가장 대담한 마세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캬, 죽이는군. 이게 사부아 왕가의 보물인가?”
엄격한 오주로도, 승장 세뤼르에도, 용감한 란도, 바람둥이 이폴리트도, 대담무쌍 쥐노도 모두 입을 쩍 벌렸다.
마르몽과 뒤로크는 유진의 뒤에 선 채 감탄을 거듭했다.
유진이 그 보물을 보다 싱긋 웃었다.
“대금으로 충분하겠군요. 아주.”
황금, 보석, 그리고 왕관이 금고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도시 전체를 뒤흔들 함성이 메아리쳤다.
-와아아!헌병과 초병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병사들이 도시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광장 한복판에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올린다.
태우는 것은 옛 왕실이 쓰던 마차들.
술, 고기, 빵, 그리고 미녀들이 함께 하는 승전 파티가 광장에서 한창이다.
그 모습을 창밖으로 흘깃 보다, 나폴레옹이 쓰게 웃었다.
“병사들은 좋겠군. 오늘 완전히 축제인데? 고작 한 번 이긴 건데.”
“시민 약탈이나 강간, 방화를 못 하게 주의시키겠습니다.”
“그러게, 오주로 장군. 한데, 마세나는 어디갔나?”
오주로가 엄격한 얼굴에 난처한 표정을 띄우다 대꾸했다.
“연회를 즐기러 저기 가 있을 겁니다. 아니면, 여자를 찾아 갔겠죠.”
오주로와 마세나는 꽤 오래 같이 근무했지만, 생활 태도는 정반대다.
이런 축제 현장에 오주로는 굳이 끼지 않는다.
반면 마세나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데다,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쓴다.
물론 황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유진의 뒤에 시립해 있던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속삭였다.
“마세나 장군, 유부남 아니야?”
“맞을걸. 니스에 부인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
“이야, 역시! 남자는 그렇게 살아야지!”
감탄하던 이폴리트는 나폴레옹이 빤히 쳐다보자 입을 급히 다물었다.
조금 컸던 모양이다.
나폴레옹은 혀를 차면서 유진에게 가볍게 질책했다.
“친구를 잘 둬야겠군. 소년기수. 결혼 후에는 품행이 방정해야지!”
“아, 네 사령관 각하.”
“그건 그렇고,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하지.”
아직은 나름 품행이 방정한 나폴레옹이 도덕가인 척 으스대다 낯을 찌푸렸다.
“사부아 왕가의 왕은 그렇다치고, 볼리외까지 도망갔다고? 이게, 말이 되나?”
사부아 왕가의 왕은 문자 그대로 야반도주했다.
1만 7천 명의 사르데냐 왕국군은 쿠네오 전투 이후 붕괴했다.
모두 탈주해 버린 것이다.
급변 상황에 토리노 시를 지키던 사부아 왕가와 귀족들도 일제히 도망쳤다.
몬테노테의 완승이 준 충격파가 토리노를 뒤흔든 탓이다.
도주한 경로는 북서의 사부아 공작령도, 남단의 제노바도 아니었다.
저 멀리, 남쪽 섬 사르데냐다.
덕분에 프랑스 입장에서는 사르데냐 왕국령 전체를 단숨에 손에 넣을 기회가 왔다.
그런데 정작 더 까다로운 상대인 롬바르디아 군단이 후퇴했다는 것이다.
만약에 지금 불시에 쳐들어온다면, 오히려 나폴레옹 군단이 위험해질 텐데 말이다.
유진은 왕궁의 [홀]에 놓인 탁자 위 지도를 보다 답했다.
“속임수는 아닐 겁니다.”
“어째서? 아직 적군은 우리와 비등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오히려,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공격했다면 위험할 정도지. 아니, 나라면 그랬을 거야.”
“그건 사령관 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다.”
유진이 백묵을 들어, 지도 위 불리외의 도주 경로를 그렸다.
“볼리외는 아르장토보다 더욱 성실한 장군입니다. 밀라노 수비를 우선시 한거죠.”
본래 불리외의 롬바르디아 군단 본군은 제노바 인근으로 진주한 상태였다.
그러나 몬테노테의 승전 후, 불리외 군단은 일제히 회군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한 곳.
밀라노다.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지, 밀라노 공작령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콧방귀를 뀌었다.
“어리석군. 우리가 이겼지만, 약점은 정말 많았는데. 특히, 식량은 거의 바닥나기 직전이었어.”
“화약도 그렇죠. 단판에 너무 많이 썼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써야 해. 이젠 대금도 지급할 테니, 잔뜩 가져와. 베르티에, 자네도 보급계획 다시 짜고.”
유진과 베르티에를 향해 보급 계획을 지시하던 나폴레옹이 시선을 돌렸다.
“참, 혁명정부로 보낼 보급수레는 꾸렸나?”
[보급수레], 실은 약탈한 전리품을 보낼 수레다.승전 후 3일.
이탈리아 군단은 시민의 재산은 건드리지 않되, 왕실과 도주귀족의 재산은 철저히 약탈했다.
그중 일부가 이제 파리로 간다.
빚더미에 앉아 있는 혁명정부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금화다.
세뤼르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령관 각하. 최소 1백만 리브르, 거의 5백만 프랑 규모의 금이 갈 겁니다.”
“중간에 약탈당하지 않게, 철저히 지키도록 해. 세뤼르에 사단장, 자네가 모두 관리하게. 이건 전부 자네 공적이기도 하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기꺼이 완수하겠습니다. 한데.”
문득 세뤼르에가 눈을 빛냈다.
“다음 목표는 어디입니까? 이번에는 저도 전장에서 뛰고 싶습니다.”
이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사령부에 올 때만 해도 걱정만 하던 장군이다.
이탈리아 원정을 시작한 후에도, 명령은 성실히 따랐지만 불안감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첫 원정을 완벽한 승전으로 끝낸 지금, 세뤼르에도 달라진 것이다.
오히려 다음 싸움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때 유진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완전히 우리 [클레브]의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으셨군요. 장군님.”
“그게 무슨 말이오, 보아르네 대령?”
“간단합니다.”
문득 유진이 그 자리에 있던 사령부 핵심인사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목표지가 아닙니다. 적군 그 자체죠. 그러니 우리 군의 목표는 어차피 정해져 있습니다.”
오주로, 세뤼르에, 란, 베시에르, 마르몽, 쥐노.
아직 복귀하러 달려오는 중인 뮈라와 놀러 간 마세나가 빠졌을 뿐이다.
나폴레옹의 핵심 [원수]들이 될 장군들을 향해, 유진이 지금 [전략]을 논하고 있다.
꽤 묘한 기분이다.
그러나 먼저 안 자만이 가진 특권을, 유진은 과감히 발휘했다.
“볼리외 군단.”
토지나 거점이 아니라 군대를 격파하라.
옛날 7년 전쟁 때 프리드리히 대왕이 선보였고, 나폴레옹이 모범으로 삼은 전략의 요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얘기가 아니다.
일단 패배하면 그때부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이 전법의 문제다.
정작 프리드리히 대왕만 해도, 전쟁 후반기에 몇 번이나 패배하며 몰락할 뻔했다.
원역사의 나폴레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만큼은 아직 나폴레옹의 전법은 유효하다.
이제 몬테노테의 승장이 된 나폴레옹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래, 볼리외를 깨면 자연스럽게 우리 손에 들어올 거야.”
나폴레옹은 성큼 책상에 다가가 지휘봉을 휘둘렀다.
“롬바르디아의 중심, 북부 이탈리아의 핵심지 밀라노가.”
밀라노.
역대 프랑스 왕들이 몇 차례나 정복했고, 또 다시 잃어버린 도시.
이탈리아 원정 때마다 손에 넣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곳이다.
그 순간, 엄격한 오주로와 용감한 란과 무모한 쥐노가 힘껏 외쳤다.
“기꺼이 달려갑니다, 사령관 각하!”
“이번에는 제가 선봉을 맡죠. 언제까지나 소년기수에게 넘기고 싶진 않습니다!”
“저도! 반드시 공훈을 세우겠습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이다, 선언했다.
“좋아, 그럼. 병사들은 3일 후 소집한다!”
3일.
지금껏 강행군으로 달려온 나폴레옹 이탈리아 군단에 휴식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
토리노 왕궁 광장에 모닥불의 잿더미가 연단이 세워졌다.
“토리노의 정복자들이여, 마음껏 즐겼나!”
옛 왕실은 무너졌다.
이제 프랑스 공화국이 이 도시를 지배한다.
시민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살핀다.
여전히 이탈리아 군단은 거지 꼴이다.
승리했다고 갑자기 군복이 더 좋아질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승리는 모든 불만과 고난과 긴장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효과가 있다.
병사들이 숙취로 낯을 찡그리면서도 환호했다.
“예! 즐겼습니다!”
“정말 미녀들이 많더군요. 하하핫!”
“포도주와 흰 빵이라니, [노엘]에나 먹던 음식입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던 모양이다.
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민간인 살해나 범죄라도 크게 발생했다면, 폭동이라도 일어났을지 모르니까.
이곳에 주둔군을 많이 남겨둘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때 나폴레옹이 엄숙히 말했다.
“좋아. 이제 이곳은 혁명정부에서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다. 다만,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잠시 말을 멈춰 시선을 집중시킨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아직, 오스트리아의 롬바르디아 군단이 남아있다. 그들을 물리치지 못하면, 우리의 승리는 모두 물거품이 된다!”
형형한 눈빛에 잠시 압도되었던 병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아직 원정은 끝나지 않았다.
첫 전투는 승리했지만 더 강한 적이 남아 있다.
롬바르디아 본군.
이길 수 있을까?
그때다.
나폴레옹이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병사들이여, 우리의 승리를 공화국의 시민과 가족들이 들었을 것이다. 내게도 편지가 와 있다. 여러분의 부모, 형제, 아내와 연인이 기뻐한다는 무수한 편지들이다!”
“와아아!”
“그 편지가 담은 기쁨을 헛되게 할 것인가!”
병사들이 격동할 찰나, 나폴레옹이 선언했다.
“나약한 휴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알프스를 넘었다! 이제 아펜니노 산맥과 포 강을 넘어, 롬바르디아로 가자. 옛 왕들이 정복하지 못한 도시, 밀라노가 그곳에 있다!”
혁명이 무너뜨린 프랑스의 왕실도 정복하지 못한 곳.
밀라노.
그곳에 이탈리아 군단이 싸울 적이 있다.
나폴레옹은 광장 전체를 울릴 기세로 외쳤다.
“가서, 밀라노의 정복자가 되자!”
그 순간 4만 7천 명의 병사 전원이 한 마음으로 화답했다.
“밀라노로!”
서전, 몬테노테에서 승리한 지 3주.
1795년 4월,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군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장 볼리외가 5만 대군과 함께 기다리는 밀라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