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85화(85/547)
(85) 롬바르디아는 프랑스 숙원의 땅이다
그럼 롬바르디아란 대체 어떤 땅일까?
“역대, 프랑스 왕들이 모두 원했고, 결국 얻지 못한 땅이지.”
이탈리아는 알프스 산맥 아래 흐르는 수많은 강으로 구획되어 있다.
그중 북부 중심을 가로로 흐르는 강을 [포강]이라고 한다.
이 포강 유역은 이탈리아 반도 최대 곡창으로, 엉뚱하게 15세기부터 [쌀]을 생산한 곳이다.
사르데냐 왕국 수도, 토리에서 진군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군단이 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포강 너머에 롬바르디아, 곧 밀라노 공국의 영토가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군단도 바로 그곳에 있다.
역대 프랑스 왕들이 3백년 간 원했지만, 결국 정복하지 못한 땅.
그곳으로 지금 나폴레옹 이탈리아 군단이 진군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도보 행군으로.
-뚜벅, 뚜벅, 뚜벅.
물론 장교들은 편하게 기마를 탄다.
그렇지만 토리노 주둔군을 빼도, 여전히 4만 5천에 달하는 이탈리아 군단 주력은 보병.
따라서 속도를 맞춰가야 하니, 행군 속도는 느려졌다.
유진 기마척탄병 여단 부관, 대위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급마차가 줄었는데? 다들 걸어서 행군하는걸.”
“편제를 바꿨으니까. 이번에는 기병대에 마필을 집중했어. 대신, 사르데냐에서 징발한 말과 마차를 보충했고. 그건 병사들이 타긴 어려워.”
“그럼 행군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지잖아? 아니면, 무리해서 강행군을 해야 할 텐데?”
본래 이탈리아 군단은 보급마차를 그야말로 적극 활용했다.
특히 보급마차에 보병들을 태워 진군시킨 덕에 그야말로 고속기동이 가능했다.
적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회 기만기동을 성공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원역사에서는 보급마차가 부족했던 탓에, 산발 교전과 보병들의 무리한 강행군이 이뤄진다.
그러니 몬테노테 회전이 완승으로 끝난 숨은 공적은 분명 유진에게 있다.
보급마차를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집중 공수한 덕이니까.
하지만 밀라노 진군을 앞두고, 나폴레옹은 다시 편제를 바꿨다.
이번에는 기만 기동이 아니라 기병으로 정면승부를 걸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먼저 달려간 사단 부대가 있다.
“그래서 대신 경장만 갖춘 마세나 사단이 전위로 달려가고 있지. 후위는 세뤼르에 사단이 다시 맡았고. 본래 후위였던 라하르페 연대는 마세나 사단에 합류했어.”
사단, 여단, 연대, 그리고 대대와 중대.
현재 프랑스 군의 편제다.
이중 [연대(Regiment)]는 구왕실 시대 용어라, 현재 프랑스 군의 공식 명칭은 절반의 여단, 곧 데미-브리가드(Demi-Brigade)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냥, 옛 용어인 연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전 몬테노테 전장에서 예비대를 맡았던 라하르페 준장 부대도 반 여단, 곧 연대였다.
사실 엄밀히 말해 이 기준에 따르면, 유진 여단은 완편과 거리가 멀다.
사단은 대략 1만, 여단이 3천에서 5천, 연대는 1천에서 3천, 대대는 3백에서 1천, 그리고 중대가 1백에서 3백 규모 사이다.
그런데 현재 이름은 여단이지만 기마척탄병 여단 소속 병사는 고작 3백명.
기껏해야 대대의 최소규모 정도랄까.
다만 여단은 저 유명한 스웨덴의 사자, 구스타프 아돌프 왕이 창시한 이래 [독립부대]의 대명사다.
해서, 역사를 좋아하는 나폴레옹이 여단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흘깃 행군대열을 보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어, 저기 언덕 뒤로 드디어 본군이 보이는군. 깃발 보니, 본군은 오주로 사단과 피레네 기병대, 그리고 나폴레옹 장군의 직할 사단인가?”
“대충 그렇지. 나폴레옹 장군 직할 사단은 마르몽의 포병대와 루스카, 가르니에, 메니에르, 맥쿠아드의 보병, 그리고 달마뉴의 사령관 근위대로 구성되어 있어.”
“뭐야, 본대 있는 보병 장군들은 거의 다 숙장이잖아? 일선에서 뺐네?”
장 바티스트 도미니크 루스카는 아직 36세다.
그러나 피에르 가르니에는 40세, 장 바티스트 메니에르는 46세, 프랑수아 맥쿠아드쯤 되면 56세다.
사령관 직할 근위대를 맡긴 클로드 달마뉴도 41세다.
40대 이상인 장군들은 세뤼르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선 지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다만 아예 해임하는 대신 [사령부]에 참모들로 모았다.
이는 나폴레옹의 의도가 숨어 있다.
유진은 가볍게 대꾸하며 회색마를 몰았다.
“이 격동의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 거지. 뭐, 쿠네오에서 실적을 입증한 세뤼르에 사단장은 빼고.”
그때다.
-철컥, 철컥, 철컥.
쇠붙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유진과 이폴리트가 시선을 돌릴 찰나, 마차 10대가 대열 중간을 지나가는 게 보였다.
온갖 쇠붙이가 실려 있는데, 어째 대포나 총기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화약과 같은 전략물자도 아니다.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저건 식량도 화약도 아닌 거 같은데?”
그때 40대 중년의 장교가 가볍게 말을 몰아 오며 대꾸했다.
“공병장비지. 꼭 필요한 물건이라네, 기마척탄병 여단 지휘관, 이폴리트 샤를 대위.”
장교는 엉뚱하게도 무장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군복을 걸쳤을 뿐, 오히려 민간인에 가까운 풍모다.
고개를 돌리던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사셀루프 대령님?”
“허허, 날 아나? 유명한 소년기수가 알아봐주다니 영광이군. 아니, 이제는 몬테노테의 척탄병일지도.”
“알죠. 라인 전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최고의 엔지니어 아니십니까?”
프랑수아 드 샤셀루프-라우바 대령.
이 사람은 본래 원역사에서 에블레와 함께 나폴레옹 군단을 대표하는 [기술자], 곧 공병이다.
혁명 정국으로 군대가 엉망진창이 된 프랑스지만, 놀랍게도 [공병]은 멀쩡하다.
왜냐하면 이 시대 공병 병과는 가장 멀쩡한 부대, 포병대 소속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도 포병 장교로서 포병 교육만 받은 게 아니라, 공학 교육을 같이 받았다.
스승 중 저 유명한 수학자 라플라스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공병이 쿠데타나 반역을 일으킬 염려도 없으니, 다들 무사할 수 있었다.
샤셀루프도 라인 전역에서 공병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다만 이탈리아로 파견된 지금은 아직, 공병이 활약할 일이 없었을 뿐이다.
겸연쩍은 얼굴로 샤셀루프가 답했다.
“하하하! 최고는 무슨. 그냥 공병이지. 지난 전투에선 활약할 기회가 없었네. 포대라도 설치했으면 우리 공병대의 무대가 있었을 텐데.”
“꼭 필요한 순간이 곧 옵니다. 당장, 우리는 포강부터 넘어야 하는걸요.”
“설마 다리가 하나도 없겠나? 게다가 부교병은 우리 부대에도 썩 많진 않아.”
그런데 공병은 무슨 일을 할까?
진지 설치, 포대 구축, 그리고 무엇보다 부교를 만든다.
특히 강이 국경선과 지역경계를 이루는 서유럽에서는 아주 긴요한 역할이다.
다만 사르데냐 왕국 전역에서는 별달리 부교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18세기 말쯤 되면 웬만한 강에는 모두 다리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전시다.
언제든 교각 파괴가 가능하다.
유진이 문득 눈을 빛내며 물었다.
생각난 게 있었다.
“다음 주둔지에서 이동형 부교를 미리 만들 수 있을까요?”
“뭐?”
“아무래도 꼭 필요한 순간이 올 것 같아서 말이죠. 가능하면, 조립형이면 좋겠습니다.”
샤셀루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턱을 쓰다듬었다.
“금속제는 무리지만, 목제라면 가능하겠지. 한 번 만들어 보겠네. 대신, 마차가 더 필요한데.”
“저희 부대 마차를 쓰시죠. 이번 행군에서는 모두 기마를 타고 갈 테니까요.”
“고맙군! 우리 기술자들이 공구를 실을 때 도움이 되겠어!”
아주 신나서 급히 공병부대 대열로 샤셀루프가 뛰어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다 이폴리트가 기가 막혀 유진을 보았다.
이폴리트나 유진이야 말을 타고 있지만, 유진 휘하의 모든 병사가 기마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툴롱에서 징집해 온 유진 특수여단의 병사는 대략 1천 명.
말을 갖고 있는 병사가 3백 기일 뿐이다.
한데 마차를 내주면 당장 모두 걸어서 행군해야 한다.
“유진, 그래도 돼?”
“상관없어. 어차피 지금 행군 속도라면, 부교를 만들 시간 정도는 충분할 거야.”
“그게 아니라, 마차를 내주면 우리 부대원들이 지치잖아. 갑자기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폴리트가 저 멀리 드리워진 포강의 지류를 보며 당황한 채 말했다.
“만약, 적이 포강 앞에서 방어전이라도 펼친다면, 그대로 싸워야 하잖아?”
그러나 유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볼리외 장군은 멈추지 않아. 그 사람은 도박사가 아니거든. 멈출 곳이 있다면, 그건 둘 중 하나야.”
“어딘데?”
“만토바, 아니면.”
이탈리아 중북부의 요새지 만토바.
본래 그곳에서 나폴레옹 군단은 최초이자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유럽 공성전을 펼친다.
그러나 그 공성전을 펼치는 자는 볼리외가 아니다.
볼리외는 요새로 틀어박히는 카드도, 결사항전의 카드도 쓰지 않는다.
안전한 정석을 좋아하는 장군, 볼리외의 선택지는 한정되어 있다.
“나폴레옹 장군을 잡을 수 있는 유인지.”
이를테면, [로디] 같은 곳이다.
***
이 순간, 밀라노를 향해 달리는 기수도 있다.
“밀라노다! 적들이 있을 곳,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곳!”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채찍질하며, 조아킴 뮈라가 달렸다.
-두두두!
실로 거센 속도로 마필을 몰아친다.
어제까지만 해도, 뮈라가 있었던 곳은 사르데냐 왕국령 아스티였다.
그 3일 전에는 사르데냐 왕국의 운명을 정한 전장, 쿠네오였다.
그보다 5일 전에는 니스에 막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지금 뮈라는 땅에 도착한 지 9일 만에 달려온 것이다.
중도에 만난 사르데냐 주둔군, 이탈리아 군단 기병들을 길잡이로 삼아서.
본래 사르데냐 왕국에서 대기를 타야 하는 기병들 중, 지겨워하는 이들을 꼬셔서 달려온 것이다.
그중 하나, 용기병 장 바티스트 뮈롱이 말을 달리다 외쳤다.
“뮈라 대위님, 너무 서두르시는 거 아닙니까! 말이 못 버팁니다!”
“닥쳐! 뮈롱, 넌 툴롱에서 사령관을 모신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모르나?”
“예? 아니, 부하로 지내긴 했습니다만. 모신 정도는 아니라서.”
한때 툴롱 주둔군 장교였던 뮈롱이 눈을 깜박일 찰나, 뮈라가 말 위에서 고함쳤다.
“속도야! 장군의 진격속도를 생각해. 그분은 한 달 만에 사르데냐 왕국을 정복했어! 그렇다면, 이번에도 밀라노로 최단시간에 진출하시지 않겠나!”
실로 전술도, 전략도, 작전도 전혀 모르지만 직감 하나는 란보다도 뛰어난 남자.
직감형 인간 뮈라다운 판단이었다.
나폴레옹보다 더 나폴레옹의 작전 요체를 정확히 판단한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문득 감탄하는 뮈롱에게 뮈라가 외쳤다.
“한데, 밀라노가 정복된 후에 내가 가면 무슨 소용인가!”
이번에는 뮈롱은 혀를 찰뿐이었다.
물론 군인이라면 누구나 공훈과 명예와 영광을 바란다.
그래도 뮈라는 도가 지나치다.
그때다.
-잇히이이잉!
전방 앞에서 기마들이 날뛰는 게 보였다.
뮈라와 뮈롱, 10여 명의 사르데냐 주둔군 기병들이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
혹시라도 오스트리아나 사르데냐 군 탈영병이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바로 앞, 포강 인근의 마을에서 [약탈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자, 당장 옷감을 내놔! 어서!”
“빵은 없나? 오, 이거 좋은 신발이군!”
“기왕이면 총도 있는 걸 다 내놔라!”
신나게 날뛰며 약탈을 벌이던 기병들에게 마을 사람들은 벌벌 떨며 빌어댈 뿐이었다.
“사, 살려줍쇼!”
“모, 목숨만! 으아아!”
“이, 이 애는 안 돼요! 아직 어려요!”
약탈은 살인과 강간을 수반하기 쉬운 법이다.
기병대 병사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마을 처녀들과 여자들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 장교가 간신히 통제해 살인과 능욕이 벌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그만! 물건만 빼앗아! 응? 너희는 누구냐!
그때 뮈라가 다가왔다.
청색 군복, 프랑스 군이다.
서로 프랑스 군대임을 확인한 찰나, 뮈라가 당당히 외쳤다.
“전직 지중해 함대 파견군이자 피레네 13기병연대 부지휘관, 뮈라다! 너희 소속은 어디냐!”
“오, 뮈라 대위님! 접니다. 조세프 수우코프스키 중위!”
“뭐야, 수우코프스키?”
한때 피레네 기병대에서 란, 뮈라, 베시에르와 함께 [레이드], 그러니까 돌격전을 펼치던 동료다.
폴란드 출신으로 무려 4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엘리트로, 현재 폴란드가 멸망하면서 프랑스로 망명한 처지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신사]다.
그런 신사가 약탈을 펼치는 꼴을 보니, 뮈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폴란드 신사 친구가 약탈하는 걸 보니, 란이 어지간히 바쁜가 보군. 아니면, 그렇게 보급 상태가 안 좋은가?”
폴란드 신사 장교, 수우코프스키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군은 니스를 떠날 때보다 더 식량이 부족해요.”
“왜? 잘난 소년기수가 잔뜩 식량을 사들였잖아?”
“다 먹어 치웠고, 또 많이 싣고 오지도 못했습니다.”
수우코프스키가 흐린 낯으로 답했다.
“지금 최대한 가볍게 이동중이거든요. 그래도 보병 동반 진군이라 느리지만요.”
요컨대 나폴레옹은 기병대를 강화하는 대신, 보병의 짐은 가볍게 만들었다.
반대로 말하면 전통적인 수송대는 물론이고, 보아르테 카르텔 특제 보급마차도 제한된 상황이다.
대신에 부족한 식량을 [현지조달]하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물론 신사가 아닌 뮈라는 오히려 신나게 약탈전에 뛰어들었다.
“좋아, 함께 신나게 날뛰어 보자고! 어디, 내 첫 공적은 약탈전인가! 하하핫!”
그때다.
“거기까지.”
포강 인근 마을, 살레.
그곳에서 약탈전을 펼치던 기병대가 일제히 멈췄다.
또 다른 기병들이 그들을 포위하듯 도열한 상태였다.
기마척탄병단.
지난 몬테노테 회전에서 적의 대열을 깨고, 무려 사령관을 잡아낸 부대다.
기병여단의 지휘관, 유진 보아르네 대령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유진이 낭랑히 말했다.
“수우코프스키 대위, 사령부의 지시는 약탈이 아니라 징발이다.”
“죄, 죄송합니다. 대령님.”
“정중히 농민들에게 사과하라. 또한, 물건을 징발할 때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강제징발해도 좋다.”
물론 농민들 입장에서는 징발이나, 약탈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강간과 살인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농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약탈을 하려다 못한 뮈라가 불만어린 얼굴이 되었을 때였다.
유진의 차가운 시선이 뮈라를 향했다.
“뭐하는 건가, 뮈라 대위. 바닷물이 아직 부족한가?”
순간, 뮈라는 눈을 퍼뜩 떴다.
왜 뮈라가 몬테노테 회전에서 뛰지 못했는가?
왜 뮈라가 저 먼 니스에서 이곳까지 홀로 달려와야 했는가?
왜 뮈라가 엉뚱하게 코르시카 정복전에 파견되어, 배를 타며 고생해야 했던가?
모두 눈앞의 유진 드 보아르네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유진의 심기를 거스르면 어떻게 될까?
아직도 지중해 함대는 여전히 코르시카에 있다.
기겁한 뮈라가 황급히 농민들을 향해 뛰어내렸다.
“아, 사과하면 될 거 아뇨!”
굽신거리며 촌장에게 사과하던 뮈라가 낮게 중얼거렸다.
“다시는, 바다로 가지 않겠어! 빌어먹을.”
야생마 뮈라가, 일단 유진에게 머리를 숙인 순간이었다.
***
캄비오, 포강 너머에 있는 소도시에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임시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이곳은 바야흐로 [롬바르디아] 지역에 속하는 도시다.
물론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아, 점령은 쉬웠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게 이상해 잠시 진군을 멈춘 것이다.
멈추자마자, 찾아온 의외의 손님에 나폴레옹이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뮈라가 돌아왔다고? 얌전해졌나?”
뮈라는 부동자세로 포효하듯 답했다.
“예! 사령관 각하! 명령을 수행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우리 소년기수 휘하에서 일할 준비도 되어 있겠지!”
“물론입니다! 각하!”
당연히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명령불복종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뮈라는 톡톡히 깨달았다.
차라리 총살이라면 당당히 맞이하겠지만, 뱃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나폴레옹은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참모진을 돌아보았다.
“야생마가 돌아왔으니, 한결 빨라지겠군. 그건 그렇고 적군은 그럼 어디로 기동할 것 같나?”
현재 사령부에 있는 소장급 장군은 셋, 나폴레옹과 오주로, 그리고 세뤼르에다.
여기에 준장급인 루스카, 가르니에, 메니에르, 맥쿠아드도 자리했다.
그렇지만 적진의 기동을 계산할 만한 장군은 한정되어 있었다.
문득 군수참모장, 베르티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어제 살레를 지나, 포강을 넘었습니다.”
“다리가 엉망이라 샤셀루프의 노력이 컸지. 난 그렇게 빨리 부교를 만드는 공병장교는 처음 봐!”
“예? 아, 그건 그저 유진 수석부관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리, 부교를 만들라는 조언이었죠.”
손사레를 치는 샤셀루프와 유진을 돌아보다, 나폴레옹이 빙긋 웃었다.
“잘했군. 한데, 포강을 넘었어. 그게 어쨌다는 거지? 베르티에 참모장?”
베르티에가 담담히 답했다.
“방금 사령관이 말씀하셨듯, 교각이 부서져 있었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자명합니다.”
“뭔가?”
“적은 밀라노를 지킬 생각이 없습니다.”
갑자기 왜 부교가 필요해졌을까?
이 시대라면 이미 주요 도시 강변 인근에는 교각이 있다.
그런데 적군, 그러니까 볼리외 군단이 모조리 부수고 도망간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시간을 끌기 위해서다.
만약 밀라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럴 필요가 없다.
차라리 다리를 부술 틈도 없이, 밀라노까지 달려가 최선을 다해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적들은 다리를 부쉈고, 시간을 끌며, 도주기동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의 수도, 밀라노 방면이 아니다.
나폴레옹이 미간을 좁혔다.
“이 롬바르디아를 포기한다는 건가?”
“더 확실한 요새에서 방어하겠다는 뜻일 겁니다. 예전부터 밀라노는 쉽게 무너졌죠.”
“그래. 샤를 8세 때부터 그랬지. 루이 11세, 프랑수아 1세. 이곳을 침공한 프랑스 왕들은 모두 밀라노는 정복했어.”
역대 북이탈리아를 침공했던 프랑스 군주들이 있다.
샤를 8세의 첫 침공을 기점으로, 루이 11세와 프랑수아 1세가 그랬다.
이후 부르봉 왕가의 루이 왕들도 북이탈리아를 늘 탐냈다.
그러나 밀라노는 점령하기 쉬웠지만, 북부 이탈리아는 정복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 땅은 프랑스에게는 왕들이 원했지만 얻지 못한 영토, 곧 숙원의 땅이다.
이곳을 지키는 역대 최강의 요새는 밀라노가 아니다.
베르티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역시 적군이 향할 곳은 만토바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진군 속도를 느리게 할 셈일 겁니다.”
강과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대포를 대비한 별모양 성형요새가 세워진 도시.
만토바 요새는 아무리 프랑스 군이라도 공략이 어렵다.
무엇보다 볼리외의 롬바르디아 잔여 군단, 4만이 집결한다면 더욱 그렇다.
오주로가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럴 듯 하군. 그럼, 전방에 나가 있는 마세나를 불러들입니까?”
“왜 그래야 하지, 오주로?”
“예? 하지만 이대로 가면 마세나의 추격이 무의미하게 되지 않습니까?”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유의미해! 마세나가 만토바로 들어가기 전에 놈들을 따라잡는다면 말이야.”
베르티에의 분석, 나폴레옹도 생각했던 바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다면 전위대인 마세나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토바로 도달하기 전에 적을 붙잡아 준다면 어떨까?
시간만 지연시키면 된다.
본격적인 전투는 오히려 위험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나폴레옹의 본군이 다다를 때까지, 적의 발목만 잡아준다면.
볼리외를 격파할 수 있다.
“약간의 시간만 끌어주면, 우리 본군이 합세해서 공략할 수 있어.”
그때 유진이 슬쩍 막사를 벗어났다.
다만 혼자 벗어난 게 아니라, 이제는 기마척탄병 여단의 부지휘관격인 쥐노를 끌고 나왔다.
눈치 탓에 함께 나온 쥐노가 유진에게 물었다.
“왜 그래, 유진 대령? 아직 작전 회의 안 끝났는데?”
“쥐노, 발 빠른 부하들 있어요? 가능하면 이탈리아 지리를 잘 아는 친구로.”
“응? 뭐, 원래 북이탈리아가 고향인 친구들이 좀 있긴 해. 원래 사르데냐 군대 소속이었는데, 혁명 이념에 공감해서 우리 쪽에 넘어왔지.”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다, 쥐노에게 지시했다.
“그 친구들 연락병으로 30명만 동원해 주세요.”
“뭐? 30명이나? 아니, 왜?”
“마세나의 위치를 확인해야 해요.”
유진은 머릿속에 담긴 지도를 떠올리다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쩌면, 마세나의 속도가 변수가 될 것 같거든요. 밀라노도, 만토바도 아니라, 전혀 다른 곳이 전장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볼리외와 마주쳤던 장소다.
“이를테면, 로디라든가.”
롬바르디아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를 전장.
만토바로 가는 길목, 로디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