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86화(86/547)
(86) 로디로 제국도 달린다
아직, 나폴레옹이 포강에 다다르기 전, 4월 말의 일이다.
“대체, 볼리외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반세기가 넘도록 전장을 달려온, 70세 노장은 전쟁이 공방의 연쇄라 생각한다.
예컨대 공격을 하면, 방어로 응수하는 게 전쟁의 정석이란 거다.
이렇게 보면 일방적인 전투는 발생하기 어렵다.
적군이 아예 전투를 포기하거나, 혹은 완전히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한 말이다.
노장이 잘못된 게 아니라, 18세기 전장은 대부분 그랬다.
군대가 소멸하는 것은 사기가 붕괴되어 모두 도주할 때다.
그런데 빈에 도착한 소식은 완전히 달랐다.
노장, 오스트리아 라인 방면 총사령관, 원수 뷔름제르는 보고서를 내던지며 호통쳤다.
“이건, 차라리 손 놓은 것보다, 더 심하지 않나! 본 제국의 프란츠 황제 폐하께서 뭘 생각하시겠어? 본인의 상속령이 침범당하게 생겼는데!”
국가의 영토가 아니다.
가문의 상속령이 문제다.
이것은 중세적 국가 체제, 신성로마제국 특유의 문제다.
사실, 오스트리아는 정식국가명이 아니다.
옛 중세의 유산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국 중심축을 가리킨다.
엄밀히 말해 황가, 합스부르크 가문이 소유한 가령의 집합체.
다만 그 규모는 가히 유럽 규모에서는 대국이라 할 만한 영토와 인구를 보유한다.
문제는 영토가 흩어져 있고, 주민은 언어마저 달라, 하나로 통합이 안 된다는 거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연합체’를 오스트리아가 꽉 끌어안고 있는 이유다.
신성하지도, 로마도 아니고, 제국이라기에는 분열된 이상한 정치체긴 하지만.
그중 밀라노 공작령은 아주 독특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
바로 황제가 밀라노 공작위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이탈리아 지역, 밀라노 공작령은 바로 황제의 직속 영지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오스트리아]도 아닌 밀라노 공작령에는 항상 뛰어난 장군이 사령관으로 부임해 왔다.
황제의 가령을 지켜야 하니까.
볼리외도 마찬가지다.
결코 무능한 장군이 아니며, 플랑드르와 라인에서 수 차례 승전을 거뒀다.
그런데 그야말로 완전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깨진 셈이다.
부관, 클레나우 대령이 보고서를 집어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쉽게 사르데냐를 빼앗기다니 놀랍군요. 아예 볼리외 장군이 방치한 거 아닐까요? 지금껏 5년을 막았는데, 한 달도 안 되서 사르데냐 왕국이 무너지다니.”
“응? 뭐라고? 안 들려!”
“볼리외가 멍청하다구요!”
여전히 귀가 먹은 노장, 뷔름제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주 외쳤다.
“그래, 멍청한 게 맞아! 게다가 빅토리오 아마데오 국왕은 대체 뭘 한 거지? 그 작자도 미쳤어! 아니, 미켈란젤로는 구도도 볼 줄 몰랐나! 그냥 가만 있다가 당하다니!”
사르데냐 국왕 빅토리오 아마데오.
오스트리아에서 파견된 장군, 사르데냐 수비군 사령관 미켈란젤로 콜리.
여기에 선발대로 출격했던 아르장토 백작까지 모두가 당했다.
고작 26세 밖에 안 된 신출내기 장군, 나폴레옹에게.
그때다.
라인사령부가 있는 곳, 슈투트가르트의 사령관 막사 안에서 보고를 듣던 장군 한 명이 외쳤다.
“원수 각하.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왜?”
“티롤에서 라인 방면군 일부를 북이탈리아로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스트리아 라인 방면군 맹장, 페테르 폰 쿠오스다노비치 소장이 목청 크게 외쳤다.
“이대로 가면, 밀라노가 위태롭습니다! 나아가, 빈까지도!”
본래 프랑스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려면 장애물이 많다.
만약 북쪽에서 진군한다면 플랑드르, 네덜란드, 그리고 프로이센을 관통해야 한다.
중앙 방면은 현재 뷔름제르가 지휘 중인 라인 방면군과 싸워야 한다.
어느 쪽이든 오스트리아까지 오기 위해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적군을 격파하고, 신성로마제국 소속 제후국들을 점령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알프스가 있는 오스트리아 서편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정복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알프스 산맥이 있긴 하지만, 오스트리아 방면으로 가는 루트는 이미 있다.
요컨대 빈 직격이 가능해진다.
뷔름제르가 여우처럼 뾰족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프랑스가 북부 이탈리아를 석권하면 그렇게 되지. 실로 3백 년 전부터 우리 제국이 직면해온 위협이야. 선조들은 잘 방어했는데, 우리 때 와서 무너진다? 있을 수 없어.”
이미 3백 년 전부터, 프랑스는 북이탈리아를 노려왔다.
단지 매번 실패해서, 신성로마제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한데, 이번에는 좀 상황이 다르다.
뷔름제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군은 군대만 보내는 게 아니다.
혁명정신.
자유, 평등, 박애.
무엇보다 군주가 없는 공화정.
이 모든 것이 프랑스 군대와 함께 온다.
그런데 다민족 국가인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군주가 없으면 국가해체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군주에 충성하며 살아온 군인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클레나우와 쿠오스다노비치가 고개를 끄덕일 찰나였다.
혼잣말을 계속하던 뷔름제르가 갑자기 부르짖었다.
“만토바!”
“까, 깜짝이야. 원수 각하?”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토바라뇨?”
클레나우와 쿠오스다노비치가 놀라 묻자, 뷔름제르는 설명 대신 명령을 내렸다.
“북부에서 요제프 알빈치를 불러와. 썩 마음에 드는 친구는 아니지만, 요새전이라면 그 친구가 딱이지!”
“사, 사령관 각하. 알빈치 장군은 지금 플랑드르 북부 전선을 막고 있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 황제 폐하의 윤허가 필요합니다.”
그 순간 뷔름제르가 갑자기 소리를 잘 듣게 된 듯, 고함쳤다.
“이유? 모르겠나? 지금껏 프랑스는 우리에게 매번 패배해 왔어. 최소한 이탈리아 방면에서는! 한데,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네. 이유가 뭐지? 갑자기 볼리외가 멍청해져서?”
“그것도 이유가 아닐까요?”
“아니야! 프랑스 쪽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야. 정권이 바뀌고, 또 사령관도 바뀌었다지?”
사람이 바뀌면 작전이 달라진다.
물론 뷔름제르는 나폴레옹이 주도한 전법을 모른다.
집중포격, 보병산개, 기병돌파.
그 후에 적을 각개격파로 전멸시키는 방식을.
사실은 나폴레옹도 이제 막 [사고실험]으로 펼쳐보았던 작전을 실행중일 뿐, 완벽한 모습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전법만 아는 장군이라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명장, 맹장, 혹은 무모한 장군은 도박 같은 전술로 도전해오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물론, 이런 도박은 늘 계속되기 어렵다.
“신임 사령관, 26세짜리 신출내기의 한 수에 당한 거야. 젊고, 빠르고, 무모하겠지!”
오랜 전장 경험을 지닌 여우 장군, 뷔름제르가 눈을 빛냈다.
“무모한 젊은 장군을 잡는 법이 뭔지 아나?”
“그, 글쎄요?”
“그러고 보니 당장 우리 앞에도 젊은 장군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얼떨떨한 클레나우와 모로를 떠올리던 쿠오스다노비치가 답할 찰나였다.
“나도 궁금하군.”
문득 슈투트가르트 사령부로 한 청년 장군이 들어섰다.
문자 그대로 귀골처럼 보이는 파리한 낯이 돋보인다.
허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계급장은 이미 소장.
혁명 상황도 아닌 오스트리아 군에서 이토록 빠른 출세가 가능한 사람들은 한 부류다.
대귀족인 경우다.
문득 군에서는 훨씬 더 계급이 높은 뷔름제르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대공 전하. 여기까지 행차하셨습니까?”
“라인 전장에서 나도 지금 뛰는 중 아니겠소? 원수님께 여쭤볼 게 있어서 왔다가, 그만 얘기를 듣게 되었구료.”
“후후, 잘 들어두십시오. 어차피 라인 전장에서 전하께서 앞으로 막아서셔야 할 문제니까요.”
바로 황제 프란츠 2세의 동생.
테센의 공작이자 오스트리아 대공위를 지닌 남자.
카를 루드비히 요한 로렌츠 폰 합스부르크.
통칭 카를 대공이라 불리는 청년이다.
프랑스 혁명이 시작된 후, 군에 투신해 전쟁에 참여하는 황족이었다.
다만 뇌전증이 있어, 정상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전략적 두뇌로 라인 전장에서 전공을 세우는 중이다.
그 재능을 간파한 뷔름제르는 대공을 신분과 무관하게 높게 평가한다.
반면, 아직 스스로 고위 지휘관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는 대공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오, 뷔름제르 원수?”
뷔름제르가 지도를 돌아보다 묘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제가 롬바르디아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볼리외에게 맡겨놨다간, 다 말아먹겠군요. 후임은 대공 전하가 맡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큰 대임이군. 어쨌든 일단 물어나 봅시다. 그럼, 방법은 있소?”
“있지요.”
대공의 목소리는 굵고 웅장해, 귀가 먹은 뷔름제르의 귀에도 잘 들린다.
전기 확성기가 없는 시대, 목청은 최고지휘관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그 점에서도 총사령관급이라 여기며 흡족하게 웃던 뷔름제르가 지도, 한 곳을 가리켰다.
바로 북이탈리아 지역의 남단, 만토바다.
“요새에서 막는 겁니다. 북이탈리아 제일요새는 밀라노가 아니라, 바로 이곳. 만토바지요.”
이곳에서 나폴레옹을 잡는다.
그게 뷔름제르의 복안이다.
***
비록, 바보라고 불리지만 롬바르디아 사령관 볼리외도 전쟁의 정석은 안다.
다만 어디까지나, 유럽 귀족 장교의 관점에서.
-치이익!
역시 4월 말, 아직 나폴레옹 군단이 이제 막 토리노에서 나올 무렵이다.
제노바 북쪽, 포강 인근의 토르토나.
볼리외가 이끄는 군단의 임시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사령관 전용 요리사가 이 와중에도 멋들어지게 고기를 굽는 중이다.
여기에 요리사 보조, 당번병, 사환이 보조로 식탁을 재빨리 차리고 있었다.
18세기 말, 군은 본래 귀족사회다.
사병은 당연히 평민이지만, 장교는 귀족들이 독차지한다.
볼리외도 아르장토처럼 고위귀족은 아니지만, 역시 군문귀족의 일원이다.
그런데 귀족이란 무릇 하인의 보좌를 받는 법.
전장에서도 전용 요리사와 하인, 당번병이 붙는 게 당연한 것이다.
물론 볼리외만 그런 게 아니다.
규모가 차이가 날 뿐, 장교 하인들과 보급 상인에 부녀자들까지 군에 함께 머무른다.
이게 이 시대 일반적인 평균 군대다.
평민장교로 구성되어 거추장스런 하인이 없는 혁명군이 독특한 존재일 뿐.
때문에 지극히 서둘렀음에도 아직 포강에 머무르는 것이기도 했다.
문득 볼리외가 고기를 먹다 말고 나이프를 던졌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이건 말도 안 돼!”
제노바에서 황급히 회군을 시작한지 1주일.
여기서 북행한다면, 밀라노가 코앞이다.
그렇지만 밀라노는 대도시이긴 해도, 화력을 앞세운 근세전에서 수비에 좋은 도시는 아니다.
사실 이미 대포가 등장한 이후부터 수성전은 효력을 급속히 잃었다.
특히 18세기 말, 이 시점은 대포가 요새를 쉽게 깨는 형태로 전쟁 양상이 바뀐 지 오래다.
다만 그럼에도 요새라 불릴 곳은 있다.
그때, 역시 옆에서 고기를 먹던 부관, 요제프 벤델 라데츠키 대령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미 패전은 벌어진 겁니다. 사령관 각하, 이제라도 당장 맞서 싸워야 합니다.”
볼리외는 부관을 노려보며 낯을 찡그렸다.
“어떻게? 놈들은 이미 사르데냐 왕국을 점령했어. 이제, 우리에게 올 거다. 제노바가 아니라, 밀라노로.”
“그러니까 맞싸워야 합니다! 밀라노는 요새가 아니에요. 성벽도 제대로 건설되어 있지 않습니다. 야전에서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패배하면 어떻게 되나?”
볼리외가 부관 라데츠키에게 호통쳤다.
“롬바르디아 군대가 흩어지게 될 걸세. 밀라노 공작령도 모두 놈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단 말이야. 라데츠키, 자네 같으면 그 사태를 책임질 수 있겠나!”
라데츠키는 입을 다물었다.
후세 원역사에서 라데츠키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장군 중 하나로 성장한다.
그러나 아직은 고작 29살.
나폴레옹은 26세로 사령관이지만, 연공서열 귀족사회인 오스트리아 군대는 이 나이에 장군이 되기 어렵다.
이제 대령 직위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라데츠키가 엄청난 노력을 한 결과다.
반대로 말하면, 고작 대령의 말 따위에 사령관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볼리외가 식탁에서 일어나 막사, 벽에 걸린 지도를 노려보았다.
“티롤로 철수할 수는 없어. 롬바르디아는 지켜야 해. 하지만, 롬바르디아에는 제대로 된 요새지가 없지.”
“있습니다.”
“뭐?”
순간, 라데츠키가 다시 말했다.
“만토바가 있지 않습니까? 롬바르디아의 남쪽이고, 또한 중부로 가는 요지입니다. 이곳을 지키면, 적군이 설사 밀라노를 점령한다 해도, 남진하지 못합니다.”
만토바는 특별한 요새다.
성벽도 굳건하지만, 그보다 호수로 둘러싸여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곳을 공략하려면 호수를 넘거나, 혹은 좁은 길목으로 돌격해야 한다.
대포가 닿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가 멀어, 공략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만토바로 들어갈 경우, 롬바르디아 군단은 고립된다.
그 점을 생각하며 볼리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는 부족해. 잠깐.”
문득 볼리외는 지도를 뚫어져라 보다 무릎을 쳤다.
“그래, 적도 지도를 볼 줄 안다면 알겠지. 그 보나파르트인가 하는 애송이도, 독도법은 익혔겠지? 사관학교에서?”
“그랬겠죠.”
“이 만토바가 요지라는 건 알 거야. 그렇다면!”
요지라는 것을 알고, 적군이 움직인다면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유인할 수 있다!”
따라온다.
요컨대 볼리외가 만토바로 기동하면, 나폴레옹을 끌어들일 수 있다.
지도 위를 백묵으로 그으며 작전을 구상하던 볼리외가 눈을 번뜩이며 명령했다.
“라데츠키 소령, 전군 각 연대 지휘관에 명을 전하라!”
“예, 말씀하십시오!”
“모두 기동 준비를 한다. 최대한 빨리 포강을 넘는다. 목표는 만토바, 그러나 만토바로 가는 게 진짜 목표는 아니다!”
볼리외의 손이 밀라노와 만토바 사이를 그었다.
“밀라노와 만토바 사이, [아다강] 지역에서 먼저 포진하고 있다가 놈들을 요격한다. 특히!”
포강, 곧 사르데냐 왕국과 밀라노 사이를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을 넘어서면 밀라노는 금방이다.
다만 만토바로 가려면 다시 아다강을 건너야 한다.
아다강 유역은 수많은 지류가 뻗어, 육군이 지나가기 어렵다.
만약 다리를 격파한다면 말이다.
물론 부교를 만들거나, 나룻배로 건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적은 미처 준비하지 못할 것이며, 당연히 행군에 지체가 발생할 터다.
이 틈을 노린다.
“사령관을 잡는 거다.”
“예? 사령관이라구요?”
“그래. 지금 프랑스 군은 무모하게 돌격해오고 있다. 놈들의 무모한 속공이 문제의 근원이야. 우리에게 충분한 물량이 있다면, 진작에 분쇄했을 것을!”
볼리외는 방금 떠올린 절호의 생각을 외쳤다.
“하지만 물량이 없더라도, 방법은 있지. 적장의 머리를 부숴버리는 거다. 곧, 참수공격!”
아주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볼리외는 의외로 핵심을 꿰뚫었다.
그야말로 오합지졸인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을 추동하는 요인은 단 하나다.
나폴레옹.
그러니 수뇌, 나폴레옹을 참수해 버리면 이탈리아 군단은 붕괴한다.
문득 볼리외의 시선이 지도 위, 한 도시를 향했다.
아다강 너머, 만토바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도시다.
옛날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평화조약을 체결한 바 있는 역사적 장소.
이곳을 볼리외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강폭이 상당히 넓고, 적군을 기다린다면, 충분히 막아설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교각을 부순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 이곳이 좋겠어. 로디.”
이탈리아 전역의 새로운 전장, 로디로 롬바르디아 군단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방금 전까지 요리사가 한껏 차린 요리는 버려진 채로.
***
이것이 5월 초, 소도시 로디에서 롬바르디아 군단 4만이 집결한 이유다.
-쩡! 쩡! 쩡!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도끼가 다리를 내리친다.
흑색 화약이 있는 시대지만, 다리를 부수는 일은 여전히 도끼가 제일이다.
후세 원역사에서 다이너마이트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건설에서 화약은 잘 쓰이지 못했다.
화약은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너무 귀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군도 초석을 수입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화약이 늘 부족했다.
그렇기에 지금껏 롬바르디아 군단은 포강과 아다강 다리를 부술 때마다, 늘 공병대를 동원했다.
무려 야간 행군 후, 도끼로 포강 위의 다리를 부수는 상황이다.
로디 다리를 건너온 볼리외가 혀를 찼다.
“후, 쉽지 않군. 다리를 부수는 것도.”
“이렇게 다리를 부숴 놓으면, 놈들의 기동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 그건 아니야. 단지 시간 지연이지. 중요한 건.”
부관 라데츠키를 향해, 볼리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웃었따.
“우리가 통제하는 전장으로 프랑스 군을 끌어들이는 거지!”
나폴레옹은 반드시 밀라노로 온다.
진군로상 로디를 지나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 만토바로 추격해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볼리외 군단이 로디 방면으로 이동한 이상, 역시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육군이 강을 건너기 어려운 장소.
따라서 강을 마주한 채 상대가 도하작전을 펼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요컨대 볼리외 입장에서는 미리 준비한 [유인작전]의 장소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아주 비합리적인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문득 라데츠키와 볼리외가 고개를 돌렸다.
“어라? 오발인가 봅니다?”
“아, 어느 연대야? 슈비르츠 연대인가? 프로베라 소장! 자네는 부하 관리 똑바로 안 하나!”
“아니, 사령관 각하! 저희 쪽에선 쏘지 않았습니다. 아직 화약 배급도 안 했는 걸요!”
후방을 지키던 요한 슈비르츠 디 프로베라 소장이 긴급히 달려와 부인했다.
볼리외는 미간을 좁혔다.
당연히 전방 측에서 다리를 부수고 있던 볼리외 직할 연대도 마찬가지다.
일단 귀한 화약을 배급하지 않았는데, 누가 오발을 쏘겠는가?
“그럼, 대체 누가?”
그런데 후방 쪽에서 연이어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그때서야 볼리외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부르짖었다.
“적이다!”
오스트리아 군은 그야말로 대경질색해 전투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실로 최선을 다해 달려와 로디를 먼저 점거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면, 그것도 후방에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한 마디로 아다강 너머로, 로디를 적군이 먼저 건넌 셈이다.
청년 장교, 라데츠키조차 경악해 달리며 부르짖었다.
“맙소사, 프랑스 군대의 선발대가 왔어! 대체, 여기는 우리 영토인데! 어떻게!”
바로 그 시각, 로디의 동쪽 마을, 코르테 팔라시오에 주둔하던 부대가 있었다.
사단 규모도 아니고 여단급에 가까운 규모.
그러나 지휘관의 군복 견장에는 별이 번쩍인다.
문득 지휘관을 향해 부관 세르보니 준장이 아연한 얼굴로 물었다.
바로 사단장, 마세나를 향해서.
“사단장 각하. 어쩌죠, 저희?”
정작 마세나는 군복이 아닌 잠옷을 입고 있었다.
별이 빛나는 군복은 부관이 황급히 가져온 것이다.
바로 옆에는 방금 전까지 마세나와 뜨거운 밤을 즐기던 과부가 덜덜 떨고 있다.
어제, 팔라시오 마을에 질풍처럼 도착해 점거한 후, 신나게 즐기던 남자.
후일 원역사에서 [여신]이 사랑하는 아이로 불리운 장군.
마세나가 머리를 긁적이다 입맛을 다셨다.
“이거, 아무래도 말똥된 기분인데?”
오직 행군만 생각하고 달려온 마세나와 유인을 위해 달려온 볼리외가 마주친 순간.
롬바르디아의 운명을 결정할 로디 전투가 엉뚱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