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8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89화(89/547)
(89) 로디의 꼬마하사관, 나폴레옹이 질주하다
이 순간 무모한 돌진을 하고 있는 것은 나폴레옹도 마찬가지다.
“달려! 속도가 우리의 관건이다! 척후병도 필요 없다, 무조건 달린다!”
그러니까,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은 정말 발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정작 명령을 내리는 나폴레옹은 말 위에서 달린다.
그래도 병사들을 재촉한 보람은 있었다.
혁명기, 프랑스 보병은 적국보다 약 2배 정도 빨랐다고 한다.
짐을 전부 포기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강행군을 할 만한 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르데냐 수도, 토리노에서 잘 먹고 온 이탈리아 군단도 그랬다.
평보, 1분당 90보.
속보, 1분당 105보.
구보, 1분당 120보.
점점 속도가 올라간다.
진격하는 군대 규모는 총 3개 사단으로 각 사단마다 기병, 포병, 보병이 함께 편재되어 있다.
사단 안에는 약 3개 연대, 그 아래로 9개 대대가 편성된 상태.
총 병력 규모는 마세나 사단을 제외하고 3만 7천 명.
그야말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속보 돌격이다.
문득 병사들이 달리는 모습을 역시, 기마의 속보로 달리며 보던 오주로가 미간을 좁혔다.
척후병이 가지 않는다니, 불안하다.
오주로는 함께 달리던 예비군 지휘관, 라하르페에게 물었다.
“사령관이 정말 척후 안 보냈나?”
“아니, 말이 그런 거지 다 보냈어. 다만, 척후 경보병이 아니라 기병을 내보냈지?”
“란?”
그러고 보니 특별히 편성한 란의 피레네 기병대가 보이지 않는다.
오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급할 뿐, 확실히 저 ‘정치군인’ 사령관은 기본을 철저히 지킨다.
“과연, 그래서 소년기수에게 란을 안 붙인 건가.”
“그보다는 기대가 별로 없을 거야. 어차피 적과 마세나가 서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야. 그 안으로 어떻게 뛰어들겠나?”
“포격은 가능할 거 같나? 라하르페?”
라하르페는 1754년생으로 41세, 오주로보다 3살 더 많다.
그 정도면 유럽에서는 동년배나 마찬가지다.
엄격한 군 지휘와 달리 일상에서는 사교성이 좋은 남자, 오주로는 라하르페와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었다.
바로 어제, 30기로 적군을 돌파한 라하르페가 미간을 좁혔다.
“어려워. 자칫, 마세나가 위험해질 수 있어.”
파비아에서 로디까지, 약 30킬로미터.
보병이 속보로 달리면, 하루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그 후에는 완전히 뻗어버려 적군에게 격멸 당하겠지만 말이다.
하여, 강행군 중인 나폴레옹 군단도 중간에 하룻밤 쉬고 달리는 중이다.
그 말은 이미 전투에 돌입한지 하루가 지났다는 뜻이다.
설마 마세나 사단이 벌써 전멸했을리는 없다.
그러나 이미 근접할대로 근접할 상황일 것이다.
집중포격전을 펼치다, 자칫 마세나 사단이 휘말릴 수도 있다.
오주로는 미간을 다시 좁혔다.
“그럼 결국 사령관의 주특기인 포격을 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소년기수도 수류탄을 들고 가지 않았어. 대체 어쩔 생각이지?”
“누가 사령관 주특기가 포격이라고 했나?”
“무슨 말인가, 라하르페?”
포병 장교 출신이 포격이 주특기가 아니라면 무엇이 주특기일까?
게다가 나폴레옹은 지금까지 전공을 올린 모든 전투에서 포병을 적극 활용했다.
툴롱 항구 포격, 방데 최종 포격, 파리 시가전 포격.
무엇보다 몬테노테에서도 기마포병대의 집중포격이 회전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라하르페는 고개를 저으며 진군 대열을 응시했다.
“속도, 의외성, 충실한 척후망 운용. 거기에 적을 쪼개서 분할격파하는 전법까지. 모두 훌륭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사령관의 진짜 주력은 따로 있어.”
“그런 게 있었나? 왜 나는 못 봤지?”
“빈정댈 거 없네. 잊었나? 난 지난 몬테노테 회전 때 제대로 뛰지도 못했어. 후방에서 꼼짝 않고 적을 전멸시키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지.”
문득 라하르페가 본군 대열의 선두 중앙, 나폴레옹 직계부대를 향했다.
“그때 본 게 맞다면, 사령관 직속 근위대는 따로 있어. 그리고 지휘관도 달마뉴가 아냐.”
엄연히 사령관 임시 근위대가 편성되어 있고, 그 지휘관은 달마뉴 준장이다.
그런데 라하르페는 달마뉴가 나폴레옹의 진짜 ‘근위대’ 지휘관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얘기에 오주로가 눈썹을 치떴다.
“그럼 누군데?”
“아마, 원래는 쥐노 대령이겠지. 지금은 뒤로크 대령일거고.”
“포병이잖아? 기마포병대 말인가?”
쥐노나 뒤로크는 둘 다 나폴레옹의 부관들이다.
본래 파리 치안군 지휘관이었고, 이제는 사령부 직속 부관으로 배속된 터다.
그렇지만 정작 쥐노는 유진 보좌역으로 간 상태다.
그럼 뒤로크가 지휘하는 기마포병대가 근위대란 소리일까?
라하르페는 기마로 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마포병대도 제법 잘해주긴 했지만, 장군과 오래 손발 맞춘 부대가 아냐. 어차피 우리 이탈리아 방면군에 있었던 친구들이잖아? 그들과 함께 행군하는 흑색 군복을 봐.”
현재 나폴레옹 군단 보병들은 [분산종대]로 행군 중이다.
만약 적군이 인근에 있었다면 횡대로 펼쳐진 전열보병의 머스킷 화력에 녹아내리기 십상인 위험천만한 상태다.
허나 롬바르디아 군단도 모두 아다강에 몰려간 게 확실한 상황.
그러니 위험을 무릅쓰고 세로 대열, 곧 종대로 대대별로 나뉘어 진군 중이다.
그런데 사령관 나폴레옹 부근에서 달리는 흑색 군복의 부대가 있었다.
규모는 소규모 연대급, 대략 1천 명, 대대별로 나뉘어 3개 대대가 달린다.
그 부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오주로가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 마르세유 우편 연대를 얘기하는 건가?”
“그래.”
“장군의 비밀병기가 우체부들이라고? 하긴, 우체부가 되려면 용감해야 하긴 하지. 비밀도 잘 지켜야 하고. 운송을 위해 뭘 놓치면 안 되는 근력도 필요하겠군.”
오주로가 빈정거릴 찰나, 라하르페가 피식 웃었다.
“정말 못 봤군, 오주로. 이제 곧 보게 될 거야. 사령관은 쓸만한 카드를 숨기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 격변의 시기, 비장의 카드를 숨기기만 하는 자는 이기지 못한다.
게다가 어차피 어제의 비밀병기는 내일의 구식병기가 되는 시대다.
나폴레옹은 숨기지 않는다.
쓸 수 있을 때, 모두 쓴다.
정작 함께 싸운 오주로보다, 뒤에서 지켜본 라하르페는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오히려 기회가 왔을 때 모든 카드를 다 쓰는 도박사에 가깝지.”
라하르페의 확신에 찬 말에 오주로가 고개를 기울일 찰나였다.
“저기, 로디가 보인다!”
전방에서 란의 기병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너머, 아다강과 소도시 로디도.
***
기병은 예로부터 척후 정찰에 탁월한 병종이다.
“보고드립니다! 현재 마세나 사단, 강 서안에서는 교전 돌입! 상대는 볼리외 군단 휘하 연대 30개로 보입니다. 우리 군 편제로는 약 3만!”
그러나 척후와 정찰은 적에게 들키기도 쉽다.
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연히 용감하고, 날렵하며, 순발력 있는 장교가 필요하다.
란은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놀랍게도 강가 부근까지 달려가 아다강 너머의 부대까지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온 것이다.
나폴레옹은 행군을 멈춘 진영 한복판에서 미간을 좁힌 채, 전방을 주시했다.
로디 전방 4킬로미터.
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허나 여기서 진격하면 곧 로디, 그러니 교전이 벌어질 것이다.
아주 빠르게 계산을 해보던 나폴레옹이 베르티에를 향해 물었다.
“롬바르디아 군단, 잔여 병력 추산은 몇이지?”
“4만 내외입니다. 몬테노테에서 우리가 전멸시킨 병력을 제외한다면.”
“그럼 나머지 1만은 어디로 간 건가? 설마 우리가 놓친 건가?”
순간, 장군들의 낯이 창백하게 변했다.
사령관의 질책이 무서운 것은 두 번째다.
진짜 문제는 적군의 행방을 놓쳤을 때 발생한다.
교전시 갑자기 등장한 적군에 의해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용감한 기병대장 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로디 마을에 주둔한 상태입니다. 갑자기 교전이 시작된 터라, 집결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란이 지휘하는 기병대는 마을까지 확인하고 달려온 것이다.
아마 지금쯤 로디 마을은 갑작스런 기병출현에 허둥지둥 움직이는 병사들로 가득할 터다.
문득 나폴레옹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리를 둘러싸고 양안을 점거했다?”
“이대로 가면 마세나를 도우러 가기 어렵습니다. 일단 도하 지점을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요?”
“오주로, 자네는 용감한 사람이야. 이 상황에서도 도하지점을 찾다니.”
가볍게 오주로를 비꼰 나폴레옹이 명령을 내렸다.
“포격 개시한다.”
“예?”
“목표는 로디 마을.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겠지.”
그러니까 민간인이 있을지도 모를 마을로 포격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결단을 모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마을로 보병부터 돌입한다면, 아무리 소규모 도시라도 시가전이 벌어진다.
이 경우 승패나 아군 피해는 그렇다 치고, 적군 돌파가 불확실 해진다.
아다강 동안에 나폴레옹 군단의 발목이 붙잡히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아다강 너머에 있는 마세나 사단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다.
무겁게 장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폴레옹은 연이어 지도 위를 지휘봉으로 그으며 지시했다.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오주로 사단과 세뤼르에 사단이 진입한다. 라하르페 준장은 사령부 휘하 여단과 함께 배후를 지킨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각하, 그럼 마세나는 어떻게 합니까?”
세뤼르에가 고개를 끄덕이고, 오주로가 질문할 찰나, 나폴레옹이 대꾸했다.
“내가 직접 구한다.”
그 순간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심지어 방금 전까지 직접 정찰을 다녀온 란조차 놀랐다.
스탠겔, 오르데네르, 보몽.
란의 뒤에 있던 기병대 부지휘관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위험한데.”
“장군에게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지금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안전한 전장이 아니잖아요?”
“이야, 사, 사령관이, 맙소사.”
경악한 오주로가 다시 나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령관 각하, 만약 총지휘관이 유고 상태라도 빠지면!”
“오주로. 그럼 도하지점이라도 찾자고? 그걸 찾다가 시간이 배로 걸리겠지. 게다가 적군 주력은 다리를 등지고 있다. 돌파는 가능해! 뭐, 양동작전은 필요하니. 달마뉴 준장!”
“예, 사령관 각하.”
사령관 근위대 지휘관, 달마뉴에게 나폴레옹이 지시했다.
“자네가 좌현의 상류 지점으로 도하하는 척, 기동하도록.”
그 순간 란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사령관님, 대체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그럼?”
문득 나폴레옹이 싱긋 웃으며 전방, 강 중앙을 가리켰다.
“저 다리다. 란, 어떤가? 나와 함께 저 다리를 건너 전설을 만들어 보지 않겠나?”
순간, 란은 강 너머를 보았다.
이미 보고 왔다.
마을에 도사리고 있는 잔여 병력.
강 너머에 존재하는 약 30개 연대, 3만 명의 롬바르디아 오스트리아 군단 병력.
지금 소수의 병력만을 이끌고, 다리를 확보하겠다는 게 나폴레옹의 명령이다.
물론 적의 주력은 마세나와 싸우는 중이고, 로디에 있는 병력은 포격으로 흩어질지 모른다.
또한 일단 다리가 확보되면 나폴레옹만이 아니라 다른 부대도 모두 강을 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단 하나만 어긋나도 사령관이 죽을 수 있다.
미친 짓이다.
그러나 전쟁은 원래 미친 짓이 아니었던가?
란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다, 격동해 외쳤다.
“미친 사령관이군. 좋소! 같이 가겠습니다!”
란만 달아오른 게 아니다.
53세의 중년 세뤼르에도, 어제 30기 돌파를 행한 라하르페도, 항상 냉담한 오주로도 모두 격동했다.
들끓는 임시사령부 한복판에서, 나폴레옹이 씩 웃다 명령을 내렸다.
“그럼 로디로 돌입한다. 마르몽, 포대를 맡아라. 놈들의 후속부대를 쏴버려!”
바야흐로 로디 전투 2일차.
나폴레옹이 로디에 도착했다.
***
대포는 전쟁의 꽃이라고, 원역사 현대의 이탈리아 시인 마리네티가 말했다.
-쉬익, 쾅! 쉬익, 쾅! 쉬익, 쾅!
전쟁은 포화, 폭음, 연기, 유혈, 화염으로 하나의 교향곡을 만든다던가.
특히, 근세시대 포격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물리력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형체를 부수며 만들어내는 향연은 가히 화염의 꽃을 피워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심지어, 작열탄이 없는 이 시대에도 말이다.
4파운드짜리 포탄이 로디 마을을 덮치는 순간도 그랬다.
“아아악! 피해라! 저, 저, 적군의 포격이다!”
포격에 주민과 병사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적의 비명은 아군에게는 환희와 같은 법.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 돌진을 시작했다.
“적들은 혼란 상태다. 지금, 오주로 사단과 세뤼르에 사단을 투입한다!”
오주로와 세뤼르에가 각기 사단을 지휘해 돌입했다.
-척, 척, 척!
사단 지휘부에서 연대로, 다시 대대 지휘관에게 명령이 전해졌다.
각 대대별로 분진종대가 머스킷 총을 든 채 행군한다.
속도는 일단 경보다.
문득 오주로의 부관, 베르디에 준장이 물었다.
“사령관의 기동이 맞아 떨어질까요?”
“알 수 없지. 우리는 우리 임무를 다할 뿐이다. 마을 안에서 엄폐할 적을 낱낱이 쏴버려라!”
“예! 분진 종대 대형으로, 진격 개시! 구보로 달린다!”
오주로 사단의 보병들이 달렸다.
-타다닥!
포격은 이제 멈췄다.
그러나 공황에 빠져 있던 롬바르디아 군단, 잔여병력들은 여전히 집결하지 못했다.
흩어진 채, 사방을 뛰어나디던 롬바르디아 병사들이 오주로 사단을 발견했다.
“으아아! 저 놈들, 떼거지로 몰려온다!”
“싸, 싸워! 우리도 총검이 있어!”
“아군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악!”
그 순간, 오주로가 명령했다.
“대열 정지! 쏴라!”
구보로 달리다 멈추는 것은 어렵다.
멈춰서 다시 사격 준비를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것도 적군이 달려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오주로 사단의 대령급 연대장과 소령급 대대장, 대위급 중대장들은 이 지시를 이행하는데 성공했다.
-척, 철컥, 쉬익, 키릭, 탕!
엉망진창이라 불리던 이탈리아 군단이다.
그러나 오주로를 비롯해 장군들은 의욕이 없을 뿐, 유능한 군인들이었다.
게다가 그 유능한 군인들의 휘하에 있던 장교들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천재적 사령관이 없었을 뿐, 이탈리아 군단도 마냥 무능한 군대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완전히 사기가 박살난 로디 롬바르디아 병사들이 무너져 내릴 찰나였다.
-두두두!
절망에 빠진 로디 잔여병력의 지휘관, 프로베라 소장이 비명을 질렀다.
“기병대다!”
롬바르디아 잔여병력 장교들도 우왕좌왕하며 기마를 피할뿐, 반격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는 게 진짜야?”
“북쪽? 남쪽? 아니, 이쪽인가?”
“어, 어, 어! 온다! 다리로!”
결국, 대열이 뚫렸다.
“여기, 가스코뉴의 란이 왔다! 다리를 건너자!”
란이 질풍처럼 달리며 외쳤다.
그 뒤로 부지휘관 베시에르가 기병대를 이끌고 있었다.
스텐겔과 오르데네르, 그리고 보몽.
후일 원역사에서 이탈리아 전장을 빛낸 전사자가 되거나, 또는 기병대장으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
그들 모두가 살아남아 달린다.
바로 이곳, 로디의 다리를.
마침내 로디의 다리가 뚫릴 찰나였다.
-다다다!
간신히 다리를 넘었을 때, 가장 먼저 달리던 란에게 베시에르가 외쳤다.
“대령님! 보십시오! 볼리외가 옵니다!”
“뭐?”
“볼리외 본군 연대들이 피해를 무릅쓰고 회군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최소 1만과 싸워야 합니다!”
란이 멈칫거렸다.
로디 다리를 점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허나 아직 아군은 다리를 전부 넘어오지 못한 상태다.
반면 볼리외의 본군, 3만 병력이 회군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대로 가면 베시에르의 말대로 최소 1만 전열보병과 격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란 휘하의 병력은 고작 3천 기 남짓인데다, 당장 강을 건너온 병력은 1천기가 채 안 된다.
그때였다.
“왜 그렇게 망설이고 있나, 란!”
어느새 다리를 건너온 나폴레옹이 란을 향해 호통쳤다.
결국 1만의 보병, 아니 3만의 전군을 향해 돌격하라는 명령 아닌가?
기가 막힌 란이 나폴레옹을 향해 고함쳤다.
“그럼, 너 같으면 저걸 돌파할 수 있냐!”
“왜 못해!”
“하, 그렇게 잘났으면 해보든가!”
아예 반말로 외치는 란을 보다, 나폴레옹이 코웃음을 쳤다.
“건방진 겁쟁이 놈! 보여주지. 내가 직접 간다, 뒤로크!”
그 순간, 뒤로크의 손짓과 함께 나폴레옹의 뒤로 부대가 도열했다.
숫자는 총 1천 명.
쉴 새 없이 종대로 달려와 다리를 건넜고, 다시 횡대로 도열하는 부대다.
그런데, 대열이 2열이 아니다.
1열이다.
란이 눈을 크게 뜬 순간, 뒤로크가 묵직하게 명령했다.
“쏴라.”
일순, 나폴레옹의 직속 특수병들이 총을 장전해 쏘기 시작했다.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탕!
흑색 군복, 후장식 퍼거슨 라이플, 그리고 방데와 파리의 교전에서 승리한 부대.
유진이 창설했고 나폴레옹이 지휘해온 병사들.
실탄으로 사격연습을 거듭해 1분당 최소 5발에서 7발까지 쏠 수 있는 연사병.
나폴레옹의 [블루코트]가 1열 사격전을 펼쳤다.
그 서슬에 달려오던 볼리외의 병사들이 멈췄다.
동시에 나폴레옹이 다리 위로 올라가 우뚝 섰다.
“병사들이여! 너희는 사령관을 죽게 할 셈인가? 모두 겁쟁이들 뿐인가?”
소란스런 총탄음 속에서, 나폴레옹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허공을 찢었다.
“그게 아니라면, 나를 따르라! 이 나폴레옹을!”
이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폴레옹의 모습만은 모두가 보았다.
로디 다리를 좌우로 둔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병사들 전부가 말이다.
문득, 병사 하나가 중얼거렸다.
“마치, 하사관 같군. 키는 작지만.”
다음 순간, 그야말로 일제히 나폴레옹 군단의 병사들이 다리로 뛰어들었다.
“장군을 따르라! 나폴레옹 장군을!”
“나폴레옹!”
“다리를 건너자!”
로디 교각의 전설이 역사에 새겨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