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1화(91/547)
(91) 나폴레옹이 롬바르디아의 주인이 되었다
로디 전투가 끝나고, 군의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아악!”
적군 4만 섬멸.
그러나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라고 모두가 무사한 것은 아니다.
사망자 숫자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지만, 화력전에서 피해자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부상한 병사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흘렀다.
그곳을 누비는 이들이 바로 군의관들.
의사의 몸으로 군에 투신한 장교들이다.
“잡아, 그리고 잘라!”
“자, 잠깐만! 난 아직 멀쩡해! 자를 필요 없다구요!”
“닥쳐! 자르지 않으면 어차피 썩는 상처야!”
문득 군의관, ‘라레이’가 외쳤다.
“자, 간다!”
순간, 칼이 번뜩이고 팔이 잘려나갔다.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다 병사가 기절했다.
마취제 하나 없이 행해지는 외과 수술.
그러나 항생제도 없는 이 시대, 깊은 부상은 썩기 쉽고 포탄에 파열된 다리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빨리 자르는 게 오히려 가장 나은 치료법일 때가 많다.
라레이는 그중에서도 절단 솜씨로 유명한 군의관이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질린 얼굴로 보았지만 라레이는 오히려 병사들을 다그쳤다.
“자, 빨리 붕대 감아! 지혈! 속도가 생명을 구한다!”
“아, 예! 야! 빨리 지혈!”
“그럼, 다음!”
바삐 붕대를 감는 모습을 확인하다, 라레이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오늘은 좀 자를 자가 적군.”
라레이는 벌써 전쟁터만 3번째인 군의관이다.
그간 걸핏하면 절단수술을 행해야 했던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전에 없던 대규모 전투였음에도, 의외로 수술을 해야 할 자는 적었다.
단순한 붕대 지혈 조치만으로 살릴 수 있는 이들도 꽤 많았다.
치열한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전투를 지휘한 장군의 솜씨가 이전 전쟁터와 전혀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다.
“라레이 소령님! 이쪽으로 와보셔야겠습니다!”
“뭔가? 아직 부상자들이 많아.”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사령관 각하가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사령관, 곧 이 전쟁터를 지휘한 자.
나폴레옹.
순간 라레이는 미간을 찡그리다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전쟁이 한창일 때, 사령관이 선두에서 지휘하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장군도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군.”
만약 잘라야 한다면, 아주 빠르게 단칼에 잘라주는 게 좋다.
사실, 라레이가 유명한 분야는 외과다.
그중 쾌속한 절단수술이 라레이를 유명하게 만든 전매특허다.
오늘, 필요하다면 그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바로 나폴레옹을 위해서.
***
물론 나폴레옹은 평생 운 좋은 남자였다.
최소한 전쟁터에서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사령관 각하는 멀쩡하십니다.”
장 도미니크 라레이, 혁명군 최고의 군의관이 선언했다.
18세기 말, 의사는 평민 계급에서는 최고의 직업이다.
당연히 평민일 뿐, 귀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부르주아의 일원.
그래서 혁명 시작 시점부터 많은 의사들이 법률가와 마찬가지로 혁명에 투신했다.
라레이도 그중 하나지만, 수많은 의사 중 독특한 점이 있었다.
군대에 아주 일찍부터 투신했다는 것이다.
신대륙에 파견된 해군 의무장교였고, 바스티유에서 응급 의사였으며, 마인츠에서는 [구급마차]를 만들었다.
영광보다 의무를, 나아가 전쟁터에서 애국을 다하는, 전장 인명 구조의 일인자.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라레이가 최고의 의사였다고 기록한다.
이탈리아 원정에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유진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라레이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라레이가 했던 수술을 봤기 때문이다.
“우와, 장군은 다리 안 잘리겠군.”
문득 이폴리트가 유진의 옆에서 속삭였다.
유진도 역사 기록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1분 안에 잘라야 하는 괴사 부위를 절단해 버리는 칼솜씨.
한때 하루의 2백 명의 군인을 절단수술해버린 적도 있다던가.
아무리 이탈리아 군단이 완승을 거뒀어도, 부상자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으아악!
군영 곳곳에서 비명이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정작 막사에 누웠던 나폴레옹이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라레이에게 로디 다리 위에서 입었던 부상을 진단받는 중이었던 탓이다.
“당연하지. 난 그저 총탄에 스쳤을 뿐이야. 이거 알아? 툴롱에서 한 번은 총검에 다리를 찔릴 뻔했다고!”
“아, 네. 안 찔리셔서 다행이네요.”
“후후, 그때 우리 ‘아들’이 화약선을 터뜨려준 덕분에, 날 찌르려던 병사가 놀라 나가 떨어졌지. 핫핫!”
지금 사령부 막사에는 부관들이 모두 집결한 상태다.
사령관 부상 확인, 전쟁 승전 보고, 그리고 향후 대책 논의를 위해서.
요컨대 모두가 나폴레옹의 말을 들었다.
유진을 [아들]이라고 일컫는 나폴레옹의 말에 대해서.
다들 눈치만 보는 가운데, 이폴리트가 대담하게, 그러나 아주 작게 유진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전쟁터에서부터 사령관님은 웬 아들 타령이야?”
“저기 책상 위 편지를 봐. 무슨 말인지, 넌 알걸?”
“어디.”
이폴리트가 슬쩍 사령관 탁자 위에 있는 서신을 매의 눈으로 읽었다.
-〈친애하는 조세핀. 난 이제 드디어 밀라노로 간다오. 그런데 당신은 왜 답장이 없지? 빨리 답장을 주길 바라오. 오늘도 밤잠을 설치고 있소. 당신의 지독한 향취를 생각할 때면······.〉
이폴리트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쓴 편지다.
니스에서도 1백통 쯤 썼다는데, 전쟁터에서도 멈추지 않고 쓴 모양이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찮다.
대체 어떤 향취일지 상상하는 얼굴이 된 이폴리트의 발을 유진이 밟았다.
“그만 봐, 이폴리트.”
“으윽! 아야야. 그, 그건 그렇고 저거 연애편지냐. 아니면 야설이냐?”
“뭐, 원래 혁명도 야한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있지. 주인공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고.”
이 상황은 사실 원역사를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긴 하다.
왜냐하면 본래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은밀한 체취 운운하는 편지를 보낼 때, 조세핀과 놀아나는 장본인이 이폴리트이기 때문이다.
새삼 이폴리트를 부관으로 끌고 온 게 잘 된 일이라, 유진이 생각할 찰나였다.
이폴리트가 음흉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에는 큰 목소리로.
“그러고 보니, 너 마리 공주님에게 편지는 썼어?”
다시, 사령부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유진을 보았다.
쥐노, 뒤로크, 마르몽, 투르네, 거기에 군의관 라레이까지.
낯이 재차 창백해진 유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니.”
“지금이라도 쓰는 게 어때? 보아하니 사령관 각하는 토리노 있을 때도 수십 통은 보내신 거 같은데.”
“어쩐지 아르망이 없더라.”
유진 기마척탄병 여단에서 같이 뛰던, 아르망이 없다.
아마 나폴레옹이 쓴 편지를 갖고, 죽어라 파리로 달리는 모양이다.
평생 엄청난 편지를 써서, 원역사 현대까지 남아있는 편지만 3만 3천 통이라는 나폴레옹이다.
혹시 사라진 대부분의 편지는 연애 편지가 아니었을까, 유진이 의심할 찰나였다.
문득 투르네 대위가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대꾸했다.
“덕분에 제가 대령님 옆에 있을 수 있었죠.”
“거참, 정말 다행이군.”
“설마 마리 공주님 편지를 제가 여기서 파리까지 가져가야 하는 건 아니겠죠?”
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날 뭘로 보는 거야? 정 급한 일 있으면, 보아르네 카르텔 통해서 마리도 편지 보내겠지. 그보다.”
비록 승리했지만 잡담이나 나누고 있을 시간은 적다.
나폴레옹의 건강도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유진은 하루 정도의 휴식 시간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하루는 쉬어야 할 것 같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령관 각하?”
로디 전투는 원역사보다 최소 3배는 큰 규모의 전투로 치러졌다.
적군 규모만 총 4만여 명, 아군 동원 규모도 4만 5천에 달한다.
또한 롬바르디아 군단 거의 전부가 섬멸된 참혹한 전투였다.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의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많아야 3백 명 내외다.
그야말로 고대 전투에서 있었을 법한 일방적 승전이다.
허나 병사들의 지친 정도는 강도가 높고, 부상자는 천 단위다.
나폴레옹도 그 말이 맞다 생각했는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다.
불쑥 사령부 막사를 열며 붕대를 칭칭 감은 마세나가 들어섰다.
“무슨 소리를!”
“깜짝이야. 언제 오셨습니까, 마세나 사단장 각하?”
“아까부터 사령부 앞에 와 있었지! 내가 지금 걸을 힘도 없지만!”
다행히 라레이의 절단수술을 받지는 않은 마세나가 호쾌하게 외쳤다.
“오히려 지금 밀라노로 달려가야 하지 않겠나? 내가 소싯적에 밀수를 할 때도, 기회를 놓치면 거래를 성공시킬 수가 없었어!”
밀라노, 곧 롬바르디아 지역을 통치하는 공국의 수도.
나아가 신성로마제국이 황족을 파견해 직할 통치를 시행하고 있는 북이탈리아 총독부다.
이곳을 정복하면 사실상 북이탈리아는 프랑스의 패권 하에 놓인다.
무려 14만 명의 인구를 지닌 도시.
비록 오스트리아 군대가 꺾였다지만, 만약 시민들이 민병대라도 모은다면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한데, 당장 진군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14만 명이 사는 도시라도, 총검 앞에 무력하게 짓밟힐 것이다.
나폴레옹이 무릎을 쳤다.
“푸하핫! 니스 도둑놈 답구만! 좋아, 이 나폴레옹 사령관이 명한다. 모두 다시 힘을 내라! 군화를 고쳐매고, 진격한다!”
나폴레옹의 명령이 부관들을 통해, 각 부대를 향해 일제히 시달되었다.
“밀라노로!”
바삐 명령 시달을 위해 뛰쳐나가던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물었다.
“어이, 이래도 되는 거야? 우리 지금 전력을 거의 다 소진했는데.”
“돼. 다만 쥐노에게 말해서, 라하르페 사단을 앞장세우라고 해. 그나마 가장 덜 싸웠으니까.”
“그 정도로 충분한 거야? 밀라노는 롬바르디아 중심이라고? 어쩌면 무장병력이 있을지도?”
유진은 피식 웃다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 알기 쉽게 말해주자면, 황금은 많고 군대는 없는 도시지.”
지금 롬바르디아의 수도, 밀라노는 텅 빈 도시란 얘기다.
***
서기 1795년 5월 15일, 밀라노로 나폴레옹 군단이 입성했다.
-척, 척, 척!
선두에 선 병력은 총기병, 피레네에서 달려온 란의 피레네 기병대다.
베시에르와 샤를 킬만이 뒤를 따른다.
스텐겔과 오르데네르, 그리고 보몽도 함께 하고 있다.
이탈리아 군단의 기병 지휘관들이 전부 나선 것이다.
예복을 갖추고, 재빨리 먼지를 닦아낸 머스킷을 든 채, 마치 창기병처럼 들어선다.
로디 다리를 란이 돌파한 공적을 인정받은 덕이었다.
물론 나폴레옹 군단의 기병대는 하나 더 있다.
유진 기마척탄병 여단이다.
바로 나폴레옹과 함께, 사령관 근위대의 역할을 맡아 그 뒤를 따랐다.
-휘릭! 휘릭! 휘릭!
갑자기 허공에서 흩뿌려지는 뭔가를 보며 병사들이 고개를 들다 환호했다.
“와아아!”
꽃이다.
예로부터 개선군을 환영하는 시민들의 의식이다.
밀라노 시민들은 문자 그대로 나폴레옹 군단을 단순한 승자가 아닌, [해방군]으로 맞이한 것이다.
문득 시민 한 명이 이탈리아어로 외쳤다.
“혁명 만세! 프랑스 만세! 나폴레-오-네 만세!”
나폴레옹은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기마를 타고 행군하다 입을 열었다.
“우리를 승리자로 인정했군.”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라, 해방자로 보는 겁니다. 장군을. 본래 코르시카 출신이신 것도 한 몫 했겠죠.”
“패배하는 순간 돌아설 이들이야. 유진.”
하지만 나폴레옹의 낯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기분이 좋군. 루이 14세도 결국 점령하지 못한 도시에 왔어.”
그때 반대편 시청 쪽에서 일단의 행렬이 다가왔다.
“화, 화, 환영합니다. 사령관 각하!”
모두 비무장의 화려한 복식을 갖춘 이들이었다.
말에 타지 않은 것을 보면, 항복 사절이 분명하다.
문득 나폴레옹은 선두에 선 자를 보다 물었다.
“초상화에서 본 모습이 아니군. 페르디난트 폰 합스부르크 총독은 어디 있나?”
바로 이곳, 밀라노의 총독.
페르디난트 폰 합스부르크 로트링겐.
그자가 보이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밀라노로 입성한 날, 옛 주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