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3화(93/547)
(93) 일차 원정의 황금을 캘 시간이다
승리는 산적해 있던 모든 문제를 단 한 번에 해결하는 묘약이다.
“멋지군! 파리에서 소식이 왔네. 전권을 보나파르트 사령관에게 부여한다고!”
바로 얼마 전까지 토리노에 있던 남자, 살리체티가 환호성을 질렀다.
본래 살리체티의 지위는 프랑스 총재정부를 대표하는 5인 총재 중 하나.
그러나 총재들도, 살리체티도, 그리고 나폴레옹도 모두 알고 있다.
살리체티가 실은 나폴레옹의 [대리인]이란 것을.
자신의 본분에 걸맞게, 살리체티는 원정 초기부터 이탈리아 방면으로 달려왔다.
무려 사르데냐 왕국이 정복되었기 때문이다.
5년이나 지지부진하던 이탈리아 방면에서 활로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3백만 프랑이 파리로 가면서, 재정에도 숨통이 트였다.
자연히 살리체티도 이탈리아 방면에 상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밀라노가 정복되었다.
루이 14세도 정복하지 못했던 도시.
그러니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올 수밖에.
나폴레옹이 피식 웃으며 새로운 ‘집무실’ 책상을 두들겨 보다 물었다.
“이렇게 이탈리아에 계속 머물러도 됩니까, 살리체티? 나야 편하지만.”
“어차피 난 자네 대리인 아닌가. 파리야 조세프가 알아서 하겠지. 뭣하면, 저기 소년기수의 후견인인 라파예트도 있지 않나?”
“라파예트는 신의는 있지만, 용기가 부족하죠. 당통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문득 나폴레옹이 수석부관 유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년기수라 부르는 대신, 마탄의 사수라 부르시죠. 아니면, 내 아들이라고 불러도 좋고.”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자네 혹시 너무 무리해서 열병이라도 걸렸나?”
“사령관을 둘이나 피스톨로 잡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독일 전설의 [프라이슈츠]라 불릴 만 하지 않습니까?”
프라이슈츠, 곧 마법의 탄환을 가졌다는 사수 전설.
후세 19세기에 오페라로 만들어져 유명해지지만, 그 이전에도 마탄 전설은 존재했다.
이탈리아 군단 병사들 사이에서 이미 슬슬 퍼지는 소문이기도 하다.
유진이 마탄을 가져 적 사령관만 맞춘다는 괴소문이.
여기에 나폴레옹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또한, 이제는 내 아들이 될 겁니다. 반드시.”
살리체티는 빤히 나폴레옹을 보다 미간을 좁혔다.
“무슨 얘기인지 대충 알겠는데, 그거 자네 모친의 허락은 받은 거야?”
“내 결혼에 왜 모친의 허락을 받습니까?”
“아, 이 사람이 코르시카인답지 않게 왜 이래? 원래 부모 허락 없이 결혼하는 건 코르시카인에게 금기라고. 자네가 못할 거야 없지만, 모친이 화를 내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살리체티도 코르시카 출신으로, 나폴레옹 가족의 일에 대해 잘 안다.
게다가 모친 레티치아와도 친분이 있다.
아주 고집 센 여자라는 사실도 알고, 이혼녀를 달갑잖게 생각할 것도 알고, 무엇보다 조세핀을 싫어한다는 것도 안다.
유진을 아들로 만들겠다는 소리는 결국 조세핀과 결혼하겠다는 얘기다.
과연 그게 쉬운 일일지, 살리체티는 의문을 표한 것이다.
나폴레옹도 잠시 멈칫거리다, 유진을 가리키며 대꾸했다.
“뭐, 조세핀은 몰라도, 유진은 어머니가 좋아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살리체티는 몰랐지만, 유진도 레티치아와 친분이 있다.
바로 하숙생의 인연이다.
마르세유 시절 친숙해진 덕에 레티치아는 유진은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다.
유진을 향해 살리체티가 놀리듯 물었다.
“이야, 인기 많아 좋겠어. 소년기수. 아니, 이젠 마탄의 사수인가? 쏘는 건 혹시 우리 사령관의 마음?”
“총재님, 참 한가해 보이십니다. 여기 오신 이유는 전후 처리 때문 아니었어요?”
“애석하게도 맞긴 한데, 아직 전후는 아니지? 오스트리아 군대가 몰려올 테니.”
밀라노로 직접 온 용건, 곧 군사기밀 정보를 살리체티가 나폴레옹에게 건넸다.
“라인 사령관이 곧 교체된다더군.”
라인 전선에서 파리로, 다시 밀라노로 달려온 급보다.
“누굽니까?”
“황제의 동생, 카를 대공.”
“귀족 나으리군요. 모로가 참 편하겠는데요. 오슈도 요시아스 공작이 상대죠? 역시, 편하겠군요.”
나폴레옹은 혀를 차며 비아냥거렸다.
후세 원역사에서 카를 대공은 이 시대 최고의 장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아직은 별다른 실적 없는 황제의 동생일 뿐.
플랑드르 전선을 지켜온 요시아스 공작이나 라인 방면의 현재 총사령관에 비하면 애송이다.
물론 나폴레옹도 이탈리아 원정 전에는 똑같은 평가를 받았지만 말이다.
살리체티도 마찬가지라 고개를 마주 끄덕이며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그렇지? 이쪽에 오는 건 라인 총사령관, 뷔름제르일 가능성이 높아.”
“꽤 까다로운 상대겠군요.”
“알고 있나? 뷔름제르가 뒤무리에, 모로, 오슈를 모두 패배시킨 거? 마인츠에서 뒤무리에를, 바이센부르크에서 오슈를, 만하임에서 모로를 격퇴했지.”
라인 방면 오스트리아 총사령관 지그문트 폰 뷔름제르.
이제 나폴레옹의 상대가 될 자다.
문득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들었죠. 오스트리아에서는 최고라고.”
그 순간 수석부관 유진이 필사하던 서류를 놓고, 나폴레옹을 응시했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사령관 각하가 이깁니다.”
“왜 그렇게 확신하나? 마탄의 사수?”
“그냥 소년기수가 낫겠는데요. 하여간, 답은 간단합니다. 전쟁의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유진은 역사에서 증명된 바를, 확신을 담아 입에 담았다.
“요충지가 아니라, 주력의 격멸로. 그걸 모르는 구시대 장군은 나폴레옹 사령관 각하를 이길 수 없습니다.”
가만히 유진을 주시하던 살리체티가 손뼉을 쳤다.
“아주 멋진 팬을 아들로 두겠군. 어쨌든, 그건 나중 문제고 파리로 보낼 선물은 준비했나?”
“오늘 회의에서 결정될 겁니다. 통보만 하시면 됩니다.”
“좋아.”
이곳으로 총재가 달려온 두 번째 이유.
바로 파리로 보낼 [선물]을 직접 요구하기 위해서다.
살리체티가 히죽 웃었다.
“총재들을 날뛰게 만들 황금을 보내보자고.”
그러니까 승전의 산물, 곧 전리품 분배 문제가 막을 올린 것이다.
***
아무리 이탈리아가 실체가 없는 시대라도,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은 언어부터 다르다.
“봉건 체제의 철폐, 그것이 우리 위대한 혁명 프랑스가 행할 일이오.”
세르벨로니 궁전, 이제는 나폴레옹의 처소가 되어버린 밀라노 제일 귀족의 대저택.
실로 독특한 억양의 이탈리아 어로 새로운 [정복자]가 중심홀에 선 채 말했다.
나폴레옹, 코르시카 출신의 26세 청년.
그곳은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아닌 경계지대에 있는 장소다.
해서,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어도 할 줄 알고, 프랑스어도 할 줄 알지만 둘 다 유창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언어란 결국 권력자의 말인 법.
억세기 그지없는 코르시카 억양에 세련된 분위기의 밀라노 구귀족들이 적응해야 했다.
나폴레옹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선 옛 밀라노 공국은 사르데냐 왕국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군정을 실시할 거요. 군정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며, 밀라노 지도층의 참여를 보장하겠소. 단, 위원장은 나요.”
“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군정위원회의 첫 번째 과업은 이거요.”
바로 어제 나폴레옹의 [부관]들이 쓴 거친 글씨의 계획서가 탁자 위에 놓였다.
“관세철폐, 길드철폐, 교회 사유지 철폐.”
부관, 비서, 사환.
모든 사령관, 아니 장군만 되어도 두는 보조인력이다.
보통은 볼리외가 요리사를 두었듯, 생활의 편의를 위해 활용한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은 이 보조인력을 실로 극적으로 이용했다.
전략 작전 브레인스토밍부터, 정복지 분할 구상에다, 심지어 사적인 연애편지 구술까지.
지금 밀라노 구귀족들이 보는 신정부 통치 계획서도 마찬가지다.
방금 나폴레옹이 말한 바는 사실 한 가지로 요약된다.
구시대, [봉건관습] 폐지다.
통치 권역 내부의 지역별 통행세를 폐지하고, 길드로 요약되는 폐쇄적 장인제조와 허가상행을 철폐하며, 무엇보다 교회가 보유한 자산을 빼앗는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6년 전, 혁명 시작 후에 벌어진 일이다.
귀족들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또한 반대하기도 어렵다.
왜?
직접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폴레옹은 말하지 않고 넘어간 항목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를 세르벨로니 공작이 잡아내다 입맛을 다셨다.
“유대인 자유거주권 허용도 있군요. 음.”
“아, 그건 별로 중요한 건 아니오. 우리 공화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거든. 혹시, 이의있소?”
“어, 없습니다. 우리 밀라노 민병대는 혀, 혁명을 지지합니다.”
부리나케 손을 내저었지만, 세르벨로니 공작의 표정은 불편했다.
왜 유대인 자유거주권이 문제일까?
단순히 유대인이 이교도라서가 문제가 아니다.
유대인은 전통적으로 금융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대부분 유대인을 [게토]라는 차별구역에 가둬놓고 살게 한다.
즉, 귀족 입장에서는 돈을 유대인에게 빌리는 대신, 게토를 통해 채권자인 유대인을 통제해왔다.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이 3개의 나라를 제외한다면.
다만 프랑스는 혁명 전에도 게토 제도가 상당히 느슨하긴 했다.
때문에 대혁명 발발 후, 금융가들이 많았던 혁명가들은 동종업계 종사자, 유대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러니 혁명 프랑스에서는 이게 당연한 얘기다.
반면에 아직 귀족들이 지배하던 밀라노에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당장 세르벨로니만 해도 ‘유대인’ 금융가에게 빚지고 있으니까.
이제 어떻게 빚쟁이들을 통제할지 걱정하는 세르벨로니에게 문득 나폴레옹이 말했다.
“지지한다는 말, 좋게 들리는군. 그럼, [기부금]도 잘 주시겠지요?”
깜짝 놀란 세르벨로니를 비롯한 귀족들이 나폴레옹을 보았다.
“기부금이라구요?”
“당연한 거 아니오? 세상에 돈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소? 비록 우리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 [자급자족]을 보급 원칙으로 하지만, 한계가 있지.”
“아, 그, 그렇죠! 군은 먹어야 살죠!”
피에트로 베리 백작이 아는 체를 할 찰나, 홀의 구석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말했다.
“군대 얘기가 아닙니다, 세르벨로니 공작님.”
마치 여우를 닮은 얼굴.
눈빛은 날카롭고, 입은 옷은 이제 막 밀라노에 도착해 여행복 차림이다.
그럼에도 여유로운 냉소가 사람의 마음을 떨게 만든다.
프랑스 총재정부 5인의 하나, 살리체티다.
토리노로 달려와 나폴레옹의 원정 사후조치를 취하다, 완승 소식에 밀라노까지 온 것이다.
형식상 프랑스 최고 책임자인 살리체티를 보다, 세르벨로니가 몸을 떨었다.
이 자리가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지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 무슨 얘기입니까? 살리체티 총재님?”
“군대는 당연히 자급자족합니다. 이미 롬바르디아 지역의 유지들에게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자발적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사르데냐 왕국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밀라노의 구귀족 여러분께서 해주셔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아, 저희는 이제 귀족이 아닙니다만.”
세르벨로니의 변명을 무시하며, 살리체티가 여우상으로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공화국과 혁명의 완수를 위해, 프랑스 정부에 대한 기부금이 필요합니다. 숫자는 2천만 프랑이 좋겠군요. 아, 모두 [은]으로.”
2천만 프랑.
이미 인플레이션 폭등이 일어난 시대라지만, 2천만 프랑은 엄청난 돈이다.
무엇보다 지금 ‘은’으로 받겠다고 한 게 결정적이었다.
은은 곧 [리브르]를 말한다.
무슨 말이냐면 살리체티는 말이 2천만 프랑이지, 실은 2천만 리브르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아직 1리브르, 곧 은화 1덩이가 5프랑 정도니 1억 프랑을 받겠다고 한 셈이다.
기가 막혀 귀족들이 입을 쩍 벌렸다.
순간, 반대쪽에서 회의록을 적던 유진이 펜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세르벨로니 공작님, 베리 백작님, 주세페 파리니 참사관님.”
“그것이, 2천만 프랑은 너무 많습니다.”
“아뇨, 주세페 참사관님. 그 반대입니다.”
저명한 문학가이기도 한 밀라노 관료, 주세페를 향해 유진이 웃으며 일렀다.
“곧 제노바에서 1천 5백만 프랑을 받아낼 겁니다. 아직 정복되지는 않았지만, 파르마 공작에게도 최소 5백만 프랑 이상 받을 예정이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두 곳 모두 밀라노보다 작습니다.”
아직 제노바 공화국도, 파르마 공작령도 나폴레옹이 정복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미 3차례의 전투로 보여준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의 위력은 모두 확인한 바다.
만약 나폴레옹이 포구를 향할 경우, 버텨낼 군대는 이탈리아에 없다.
그러니 제노바도, 파르마도 독립과 생존을 위해 부득불 [기부금]을 바치게 된 것이다.
직접적 약탈 대신, 세련된 형태로 [자산]을 갈취해가는 방식이랄까.
주세페 참사관이 할 말이 없어 입을 쩍 벌리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깎아드린 겁니다. 또한 대신 받을 게 있죠.”
“뭐, 뭡니까? 유진 여단장님?”
“예술품.”
유진이 간략히 적은 목록을 내밀 찰나, 나폴레옹이 엄숙히 말했다.
“그렇소. 본 사령관은 이탈리아의 위대한 예술품들을, 파리의 혁명 동지들이 보고 감탄하기를 원하오. 밀라노, 피아젠차, 나아가 향후에는 파르마와 볼로냐, 그리고 로마의 예술품까지 가져갈 생각이오.”
세르벨로니, 베리, 파리니가 서로 돌아보았다.
예로부터 이탈리아 반도는 예술의 땅으로 유명했다.
정복자는 늘 위대한 예술품을 탐낸다.
무엇보다 예술품 자체가 [돈]이 되기 시작한 시대가 바로 18세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놓고 이렇게 예술품까지 내놓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그 순간 청천벽력 같은 추가 요구가 떨어졌다.
“이 모든 것이 3개월 내에 이루어져야 하오.”
3개월, 고작 1백 일.
그러니까, 기부금 은화 2천만 프랑도 그때까지 마련해서 줘야 한다.
일시를 계산해보던 주세페 참사관이 입을 쩍 벌렸다.
“너무 촉박합니다만.”
“아니, 그래야 할 거요.”
“이유를 들어도 되겠습니까?”
용기를 내어 질문을 던진 주세페를 나폴레옹이 쏘아 보았다.
“왜냐하면 3개월이 지나면, 오스트리아 티롤에서 적군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그들을 다시 격파할 거고, 그때까지 이 모든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주 직설적인 얘기다.
곧, 전쟁이 있다.
밀라노의 본래 지배자였던 신성로마제국이 다시 군대를 끌고 올 것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이 전투에서도 이길 거라 호언장담했다.
누구도 승리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나폴레옹이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밀라노가 성의를 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아주, 화가 날 거요. 나뿐만이 아니라 혁명군 모두가.”
그 순간, 밀라노의 귀족들은 결심했다.
최단시간 내에 나폴레옹의 요구를 전부 들어줘야 하겠다고.
***
물론 나폴레옹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것에 한정된다.
-쩔렁, 쩔렁, 쩔렁!
비공식적인 돈은 당연히 따로 오간다.
“그럼, 이 돈은 편히 쓰시지요. 핫핫핫!”
“성의 표시가 넘치는군요. 언뜻 보기에도 최소 10만 프랑은 되어 보이는데.”
“약소합니다. 곧 또 다시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서는 밀라노의 귀족, 피에트로 베리 백작을 환송하며 마세나가 들어섰다.
정복군은 피정복지의 가장 좋은 장소에서 거처하게 되기 마련이다.
한때는 군용 텐트도 치지 못하고 야전숙박하며 행군하던 남자, 마세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 오스트리아 귀족들이 쓰던 저택이 임시 거주지가 되었다.
이곳에 방금 전 ‘손님’들이 두고 간 은화 꾸러미를 보다, 마세나가 활짝 웃었다.
“하하하! 이거 정말 눈부시구만. 내가 밀수할 때도 이렇게 많은 은화를 본 적이 없어!”
그 뒤로, 귀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아마 간밤에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냈을 터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리에 마세나와 귀부인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응접실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던 유진이 혀를 찼다.
“혹시 들으셨나 모르겠네요. 사령관 각하께서 사유재산 침범을 엄금한다고 [포고령]을 내리셨는데.”
“응? 누가 침범했다는 거지? 난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기부를 받았을 뿐이야. 다른 장군들도 그럴걸?”
“최소한 라하르페 장군은 안 그런 것 같군요.”
아주 청렴한 다른 장군에 대해 거론하는 유진을 보다, 마세나가 입가를 비틀었다.
“에이, 그럼 유진 준장은 한 푼도 안 받을 생각인가? 거짓말 하지 말게.”
그때 유진과 함께 보급문제를 논하러 방문했던 다른 장군이 고개를 저었다.
“유진 준장은 어차피 우리 군단에 청구서를 내밀었지요.”
바로 군수참모장 베르티에다.
방금 전까지 베르티에가 [회의]에서 뒤적이던 서류가 마세나의 눈에 들어왔다.
군납 용품 대금 청구서.
-<보아르네 카르텔, 이탈리아 원정 선납금 1천 5백만 프랑 청구.>
요컨대 유진도 이미, [황금]을 캐고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원정의 대금 청구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