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4화(94/547)
(94) 유진 카르텔이 밀라노를 흡수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는 본래 [이탈리아 군단] 보급계획 회의 자리다.
“좋아. 그럼, 우리 보급의 대전제는 알프스 군단 합류인가?”
“1만 5천 명이 증원되어야 싸울 만 하죠.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군단, 거기에 만토바 요새까지.”
“만토바 요새 공략이라. 까다롭겠어.”
혼자 잠옷을 걸친 채로 마세나가 턱을 괴며 웃었다.
반대로 유진과 베르티에, 그리고 이폴리트는 완전 군복이다.
왜냐면 마세나와 [보급회의]를 하러 왔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야 마세나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
그럼에도 일단 마세나에게 보급 계획을 통보할 필요가 있었다.
왜?
첫째로 마세나는 이탈리아 군단 선임 사단장이고, 둘째로 가장 뛰어난 사단장이며, 셋째로 군단 보급 계획을 최대한 빨리 확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밀라노에서 한가하게 보낼 시간은 나폴레옹 말대로 딱 1백일 정도일 테니까.
문득 마세나가 손뼉을 쳤다.
“일단 이 정도만 난 알면 될 것 같은데? 나머지는 참모장과 부관님들이 정하시면 될 거 같고. 여기, 날 기다리는 귀부인도 계시거든.”
유진은 피식 웃다, 반대편 탁자 위 은화 자루를 보았다.
“뇌물도 더 받으시고 말이죠?”
“아, 기부금이라니까. 저기 침실에 있는 귀부인도 자발적으로 오신 거야. 라하르페 같은 째째한 스위스 인하고 날 비교하지 말라고.”
“어련하시겠어요? 하지만 말이죠.”
유진이 문득 베르티에를 돌아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청렴한 분이 한 분 더 있다는 걸 제가 잊었군요. 베르티에 [소장]님도 역시, 한 푼도 안 받으셨습니다. 좀 본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승진해서 월급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군. 흥.”
“사단장님도 급여는 제대로 받고 계시지 않나요? 아시냐가 아니라, 은화로.”
원정 성공 후, 유진만 승진한 게 아니다.
란, 베르티에, 뮈라.
로디 전투에서 눈에 띄는 전공을 세운 세 사람도 모두 승진했다.
각각 준장, 소장, 그리고 중령으로.
물론 그들이 세운 공적에 비하면 약소하다.
그러나 파격적인 승진인 것도 분명했다.
이 모든 게 나폴레옹의 완벽한 승전에 기뻐한 파리와 살리체티의 조력 덕분이다.
반대로 마세나는 공적은 뛰어났지만, 자리가 없어 승진하지 못했다.
대신에 이렇게 ‘기부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빙그레 웃으며 마세나가 은화를 툭툭 쳤다.
“월급만 받고 어떻게 사나? 원래 군인에게는 이런 재미도 있어야지. 하핫!”
유진은 피식 웃다, 고개를 기울였다.
“뭐, 제가 감사관은 아니니까. 기왕 기부금을 받으실 거면, 확실한 금고에 맡기시죠.”
“금고? 어디? 밀라노에 안전한 곳이 있나?”
“마르세유에 있죠.”
문득 유진의 눈이 빛났다.
“방크 드 마르세유.”
동시에 유진의 뒤에 있던 이폴리트가 빙그레 웃으며 서류를 꺼내 내놓았다.
-척, 척, 척!
마치 준비했다는 듯한 태도다.
어지간한 마세나도 살짝 당황해 눈을 깜박였다.
오늘 ‘회의’는 어디까지나 이탈리아 군단의 재정비와 보급 회의다.
이탈리아 군단은 거듭된 회전에서 완승했지만, 화약과 식량, 기마를 잔뜩 소모했다.
게다가 추가로 병사를 보충할 필요도 있어서, 향후 전투를 위한 보급계획이 시급한 상태다.
그 때문에 새로운 애인과 즐기는 날임에도, 부득불 마세나도 회의에 동의한 것이다.
한데, 갑자기 은행 예금서류를 유진이 들고 온 셈이다.
꼭 마세나가 ‘기부금’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유진은 정말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원역사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물을 좋아하고, 또 쓰기도 좋아하는 사치스런 남자, 마세나에 대해서.
정작 이번이 사실상 첫 [뇌물수수]인 마세나는 어리둥절해 물었다.
“뭐야, 자네 집안이 은행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벌써 밀라노까지 진출한 건가?”
“우리 군단 보급을 마르세유 은행이 전담한다고 얘기 안 했던가요? 은행장 콜로가 이미 왔죠.”
“벌써? 이야, 진짜 빠르군? 한데, 군납이야 그렇다치고 은행은 왜?”
유진은 밀라노의 부자, 베리 백작이 놓아두고 간 10만 프랑의 은화를 보며 웃었다.
“그야 밀라노 부자들에게 영업해야 하니까요.”
“뭐? 구귀족들이 뭘 믿고?”
“롬바르디아의 정복자, 나폴레옹 장군이 보증하는 은행입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맡길 것 같지 않으십니까?”
정작 나폴레옹의 부하, 마세나는 입맛을 다셨다.
“아니, 어쩐지 너무 솔깃해서 의심스러운데.”
“나부터 맡기지요. 내 ‘거래대금’, 파리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해서.”
“엥? 베르티에 장군, 당신은 기부금도 안 받잖아?”
베르티에 소장이 흘깃 마세나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기부금은 안 받았지만, ‘선물’은 받았습니다. 모데나의 에르콜레 디 에스테 공작이 ‘친교’의 의미로 그림을 10점 보내왔더군요.”
모데나는 파르마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소국이다.
중세 시절부터 내려온 유서깊은 귀족, ‘에스테’ 가문이 지배하는 곳.
당연히 나폴레옹 군단이 다가가면 하루도 못 견딜 세력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폴레옹 군단의 실세에게 역시, ‘기부품’을 보낸 것이다.
아주 좋은 그림으로.
“그래서? 그림을 은행에 맡겨서 옮긴다고?”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군요. 하지만 난 그림에 관심이 없어서, 유진 준장에게 팔았지요. 20만 프랑을 주더군요.”
“대체 무슨 그림인데?”
무슨 그림이 그렇게 비싸냐고 마세나가 말하려던 찰나, 유진이 대꾸했다.
“라파엘로 작품들입니다, 주로.”
“잠깐, 나도 이름 들어본 것 같은데? 라파엘로 그림을 10점이나 주고 고작 20만 프랑? 이런 도둑놈!”
“사단장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참 새로운 기분이군요. 어쨌거나, 마르세유 방크에 돈을 맡기시면, 이자율 연 10프로로 돌려드립니다.”
마세나는 다시 경악해야 했다.
“그거, 아시냐의 2배잖아! 대체 어떻게! 무슨 짓을 해서!”
혁명정부가 발행한 부실 채권, 아시냐가 고작 연 5프로다.
금융 수익률이 결코 높지 않은 시대다.
고리대금 사업을 하지 않는 한, 10프로의 수익률이 나오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유진에게는 당연히 10프로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단이 있다.
“그야 당연히 군납이죠. 잊으셨습니까? 우리 군대의 보급은 모두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댑니다. 뭐, 이젠 조만간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가볍게 농담하는 유진을 뚫어져라 보다, 마세나의 시선이 탁자 위 서류를 향했다.
저 서류에 적혀 있는 군납물품.
화약, 군복, 구두, 총기, 식량.
그 모든 게 보아르네 카르텔이 지금 납품하는 군수물품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낭비가 심한 마세나도 혹할만한 금액이다.
“맡기지. 전액 전부. 언제든 찾을 수는 있는 거지?”
유진은 그냥 노후자금으로 놔두라는 말을 삼키며, 싱긋 웃었다.
“물론이죠.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
어쨌거나 나폴레옹과 함께 하는 한, 마세나가 파산할 일은 없다.
단지, 특유의 낭비벽으로 자금난을 겪을 뿐.
***
그러나 유진이 밀라노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것은 [기부금] 예금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게 파리로 오라는 제안을 하는 거요? 이 롬바르디아에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지위를 포기하고?”
문득,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볼타가 물었다.
이곳은 세르벨로니 궁전.
나폴레옹이 거처로 삼았지만, 이 궁전은 혼자 쓰기에는 너무 크다.
그래서 나폴레옹의 부관들, 특히 유진과 이폴리트도 따로 쓰는 방이 있었다.
임시 수석부관실이 된 옛 [집사방]을 거닐다,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렇습니다.”
“내가 파비아 대학 물리학과 학장이란 건, 알고 하는 말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볼타가 난처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럼, 내가 왜 내 지위를 버리고, 파리로 가야 하오?”
볼타는 사실 초빙을 거절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어쨌든 유진은 점령군의 일원.
무작정 거부했다가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초대에 응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유진이 문득 볼타 앞에서 도면을 그려냈다.
-슥, 슥, 슥.
가만히 도면을 보던 볼타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요?”
바로 [볼타전지]의 도면이다.
볼타 앞에서 뻔뻔하게 이 도면을 그려낸 유진이 볼타를 응시했다.
아직 1795년, 볼타가 이 실험을 하기까지 5년의 세월이 남아있다.
초기 단계의 구상만 있을 뿐, 볼타에게도 명확한 개념이 없을 것이다.
“교수님은 아시겠죠. 정전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도면입니다.”
“잠깐, 이런 그림은 누구나 그냥 그릴 수 있소.”
“선은 철이나 구리로, 심은 위쪽은 구리로 아래쪽은 아연으로. 나아가 소금물로 각 금속의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유진이 전지의 음극과 양극을 잇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 전기가 인공적으로 생성되겠죠.”
물론 이 원리 자체는 후일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 법칙으로 정립한다.
다만 패러데이는 현재 4살이다.
본래 영국에서 그리 부유한 태생은 아니었기 때문에, 후일 영입할 수는 있다.
허나 패러데이를 영입하든, 혹은 유진이 아이디어를 주어 연구를 하게 하든 기반은 필요하다.
볼타는 그 연구기반을 처음 만들어줄 수 있는 중요한 인재다.
유진이 지금 볼타를 파리로 끌어들이려는 이유기도 했다.
심지어 원역사에서 전기의 중요성을 잘 몰랐던 나폴레옹도, 후일 시도하는 일이다.
볼타가 뚫어져라 도면을 보다 유진을 노려 보았다.
“실험해 봤나, 이걸?”
“아뇨. 화학지식에 근거해 생각해본 겁니다. 연구는 교수님이 하셔야죠. 실험해 본다고, 무슨 손해가 나시는 건 아니잖아요?”
“손해가 나지. 이걸 보고, 내가 파리로 가게 된다면!”
이미 생각지 못한 [해답]에 정신이 반쯤 나간 볼타가 부르짖었다.
“나도 이런 생각 안해본 게 아니야. 하지만 금속, 전해질, 구조,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정해놓은 게 없었어. 그런데!”
“그러셨군요.”
“하! 파리의 유명한 도박사 소년이 나도 못해낸 연구를 했다고? 뒤에 누가 있는 거지? 라부아지에인가!”
이래저래 프랑스 최고 유명 화학자는 라부아지에가 맞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유진이 놀란 쪽은 따로 있었다.
도박신동.
그 별명이 밀라노까지 알려졌단 말인가?
“제가 도박사였다는 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 프랑스 왕실이 무너진 것, 고작 6년 전이오. 파리의 유행은 이탈리아로 직결되곤 했지. 부르봉 왕실이 도박 신동을 시동으로 뒀다길래, 밀라노에서도 화제였다오.”
“다행히 유행이 안 된 모양이군요. 양산형이 나오지 않은 걸 보면.”
블랙 조크를 던지던 유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라부아지에가 있다면요? 제자 듀퐁과 함께 지금 한창 연구 중이죠. 최고의 화학 실험 설비를 갖고. 말이죠.”
“난 화학자는 아니오. 물리학자라고.”
“연구시설은 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볼타전지의 도면을 튕기며 유진이 눈을 빛냈다.
“이걸 실증하고, 또 대규모로 만드는 작업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볼타는 다시 한 번 도면을 보았다.
당장 집에 달려가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어떻게 이런 도면을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지금 유진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볼타는 깨달았다.
이를 악물던 볼타가 결국 수락했다.
“좋소. 하지만 난 정말 순수한 연구자요. 당신에게 무엇이 도움이 되지?”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볼타가 바삐 도면을 들고 자리를 뜨던 찰나, 부관 이폴리트가 물었다.
“정말 왜 필요한 거야? 라부아지에처럼 화약을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듀퐁처럼 뇌홍을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폴리처럼 병기제작자도 아니잖아?”
“천만에. 볼타는 오히려 근본적인 [혁명]을 가져올 수 있어.”
“혁명? 저 사람이?”
이미 영국에서 제임스 와트가 두 가지 중요 발명을 한 시대다.
1776년 증기기관을, 1780년에는 수제 복사기를 말이다.
방직기에 증기기관을 달아 대량생산이 태동하는 게 1785년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유럽 대륙은 모르지만 브리튼 섬에서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상태다.
프랑스는 대혁명은 일으켰지만, 산업혁명은 1820년대나 겨우 출발한다.
그런데 만약 이 동력을 증기 대신, 전기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유진은 이런 복잡한 설명 대신, 창밖의 마차를 가리켰다.
“이를테면, 저 바퀴를 자동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어때?”
“그게 가능해? 어떻게?”
“전기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해. 물론, 저 볼타 교수의 전지로는 어렵지만.”
유진은 옛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낮게 말했다.
“만약,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계, 그러니까 발전기까지 만들어낸다면.”
이폴리트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깨달았다.
항상 따르는 [주인], 유진은 더 거대한 세상을 보고 있다.
어쩌면 혁명 이상으로 세계를 바꿀 실험에 대해서.
가볍게 머리를 긁적이다 이폴리트가 생각난 바를 얘기했다.
“너무 엄청난 얘기인데. 참, 콜로가 드디어 은행을 세운다더군. 오늘 간판 세운다던데?”
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미래의 혁명보다, 당장의 돈이 더 중요하지. 가자고.”
증기기관을 대체할 전기혁명.
아직은 조금 먼 얘기다.
지금은 황금이 더 가깝다.
***
포르타 누오바, 밀라노의 신시가지에 새로운 간판이 들어섰다.
-땅, 땅, 땅!
바로 오스트리아 전임 총독, 마리 테레즈의 외숙부인 페르디난트가 살던 곳.
이른바 총독 대저택이다.
이 저택에 새로 들어선 간판은 다음과 같다.
-<방크 마르세유 보아르네 디 밀라노>
사실 본점은 파리에 있지만, 이제 통칭 [마르세유 은행]이라 불리는 곳의 밀라노 지점이 들어선 것이다.
인부들이 바삐 오가는 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세 사람이 그 앞에 섰다.
군복 차림의 소년 유진, 평상복 차림의 콜로, 그리고 늘 유진을 수행하는 미남 이폴리트다.
콜로가 휘파람을 불다 외쳤다.
“어이, 간판이 삐뚤어졌잖아! 다시 세워! 참, [파트롱]. 그래서 뭘 하라고?”
유진은 새로 세워진 간판을 보다 대꾸했다.
“콜로, 마르세유 방크 밀라노 지점에는 우체부들도 고용하라고 했어요. 마르세유 우편연대 출신으로 퇴역하기를 원하는 친구들이면, 더 좋고.”
원역사 현대, 우체국은 금융업을 병행한다.
당연히 18세기 말에는 아주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유진은 이곳 밀라노 지점부터 은행에 우체국을 결합할 생각이었다.
그럼 왜 밀라노인가?
본래 원역사에서도 밀라노는 금융의 중심지로, 바로 이 시기부터 금융산업이 활성화된다.
충분히 진출할 가치가 있는 셈이다.
꼭 역사를 몰라도, 밀라노 은행이 돈이 될 거라는 것은 콜로도 이해했다.
다만, 우체국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설 우체국을 겸하겠다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우체국 기능이 더 커질지도 모르죠. 결국 여기서 벌어들인 자금은 마르세유로 향할 테니까.”
“왜 만드는 거지? 우체병들이 모자라나?”
혹시 [사병] 때문이냐고 묻는 콜로를 빤히 보다 유진이 말했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우리 자금원은 모두 군납이에요. 알죠?”
“알지. 이야, 이렇게 빨리 원금 회수 전부 될 줄은 몰랐어. 그거 알아? 파리로 가기로 한 4천만 프랑 중에서 절반인 2천만 프랑은 우리한테 왔어.”
“그야 군수대금은 원래 정부에서 나와야 하는 거니까, 당연하죠. 이미 원금의 3배는 이익을 본 것 같군요. 하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전쟁이 끝나고 나면, 군납도 확연히 줄어든다.
특히 밀라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어떤 사업을 해야할까?
“게다가 이곳 이탈리아에는 군수공장을 차리기 어려워요. 무역업은 좀 더 쉬워지겠지만, 그건 밀라노가 아니라 제노바로 가야겠죠.”
“그렇겠지? 우리 무역회사는 원래 밀무역이라 그렇지, 해상 무역이 주력이지.”
“하지만 밀라노에 기반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설우체국 기능을 가진 은행을 세우자는 거예요.”
유진이 눈을 번뜩였다.
“정보수집과 공작, 그리고 유사시 무력 개입이 가능한 장소가 될 겁니다.”
처음, 우편부대를 만들 때와 같다.
유진은 단순히 편지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만드는 게 아니다.
아직 치안이 불안정한 시대, 우체부는 무력행사가 가능한 자여야 가능하다.
전령처럼 위태로운 전장을 뚫고 지나갈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기에 유진이 만들려는 우체국은 실상,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정확하다.
정보국.
다만 국가가 아니라 유진 개인의 소유인 ‘사설 정보국’인 것이다.
콜로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서, 입을 쩍 벌렸다.
“그, 그게 가능한가?”
“무력 훈련 때문에 그래요? 걱정마요. 혼자 하라는 거 아니니까. 투르네를 붙여줄게요. 어차피 우편연대는 여전히 운용해야 하거든요.”
“아, 그럼 할 수야 있지. 하지만 말야, 이건.”
콜로는 마른 침을 삼키다 물었다.
“뭘 생각하는 거야, 대체?”
그저 은행을 새로 세우는 거라 생각하고 밀라노로 왔다.
아직 전쟁이 다 끝난 게 아니라 위험한데도, 콜로가 안전한 마르세유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하나다.
‘주인’ 유진이 밀라노에서 아주 큰 사업을 벌일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서 들어보니 단순한 금융사업 정도가 아니다.
대체 유진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 걸까?
보아르네 카르텔의 [파트롱], 유진이 간판을 뚫어져라 보다 대꾸했다.
“아직은 불확실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죠. 나폴레옹 장군.”
“응? 갑자기 웬 나폴레옹 장군?”
“장군이 어디까지 가느냐에 따라, 우리 카르텔의 크기와 목표도 달라집니다. 일단은 프랑스 최대 상회 카르텔이 되는 게 내 목표입니다.”
콜로는 아연히 유진을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엄청나군. 참, 그보다, 혹시 내일 시간 좀 되나?”
“무슨 일이죠? 새로운 손님이라도 옵니까?”
“음, 베어링스 뱅크 쪽 소개로 누가 좀 보자고 연락이 와서.”
이번에는 유진이 놀랐다.
“설마 베어링스 뱅크에서 사람이 와요? 이제는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는 처지인데.”
영국의 혁신적인 금융가, 프랜시스 베어링이 만든 베어링스 형제은행.
혁명 전, 유진이 도약할 수 있는 첫 투자금도 베어링에게서 나온 터다.
아직도 사실 파리의 보아르네 은행 지분 중 일부는 명목상 베어링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후, 영국과의 채권 거래는 완전히 끊긴 상태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거래를 하자는 걸까?
다행히 그 얘기는 아니었다.
콜로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오는 건 신성로마제국 쪽, 헤센에서 와. 이름이 뭐라더라? 로쉴드? 로트실트? 로스차일드? 하여간 그 집안 장남이라던데.”
유진이 재차, 이름을 되뇌다 눈을 크게 떴다.
“로스차일드라구요?”
로스차일드.
프리메이슨과 함께 후세 음모론의 산실.
혹은 19세기 원역사의 지배자로 불리던 가문이 유진에게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