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5화(95/547)
(95) 미래의 금융황제 로스차일드를 만나다
무릇 금권은 정권과 함께하는 게 고래로 오래된 전통이다.
“정말, 꼭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유대인 해방령을 내려주신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아직 젊다 못해 어린 18세 청년이 열띤 어조로 외치고 있었다.
다만 외치는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거울이다.
문득 옆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닮은 꼴의 검은 머리 청년이 콧방귀를 뀌었다.
“나탄, 너무 가식적이야. 게다가 해방령은 보나파르트 장군이 내린 거 아냐?”
“아, 적당히 맞춰줘. 솔로몬 형. 게다가 하필 밀라노에서 포고한 건, 뭔가 금융가의 개입 냄새가 나잖냐? 왜 하필 이 중대한 시점에 유대인 해방령이겠어? 이거, 거의 백프로 유진 보아르네가 개입한 거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같은데. 안 그래, 암셀 형?”
귀빈실,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기던 22세 청년 암셀이 둘째 솔로몬을 흘깃 보다 대꾸했다.
“어느 쪽이든 좋아. 중요한 건, 새로운 정복자 세력과 안면을 터두는 거다.”
첫째 22살 암셀, 둘째 21살 솔로몬, 셋째 18살 나탄.
독일 북부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은 [가족은행], 로트실트를 운영하는 삼형제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은행 오너는 부친, 마이어 암셀이다.
그러나 마이어는 큰 그림을 그릴 뿐, 실제 실무는 벌써 삼형제가 주관하는 중이다.
자본금 5백만 마르크.
제국의 제일 부자라고 하긴 어렵지만, 분명 막대한 돈임은 분명하다.
나아가 일개 ‘유대인’ 금융업자로서는 최고의 지위에 다다른 상태다.
그러나 아직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상존하는 시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여, ‘로트실트’ 가문 사람들은 권력자와의 친교를 중시해 왔다.
오직 권력자만이 유대인이라는 [인종적] 한계를 벗어나게 만들고, 또한 기독교 유럽인들에게서 보호해준다.
한데 제국령이었던 북이탈리아에 새로운 정복자가 들어왔다.
로트실트로서는 놓칠 수 없는 파트너가 타나난 셈이다.
그때 둘째 솔로몬이 냉소적으로 물었다.
“그런 거라면 보나파르트 장군이 낫지 않아? 뭐, 이전 단계로 부관과 대화할 거면, 좀 더 편한 상대도 있을 건데. 이를테면 마세나라는 장군이 금전을 좋아한대.”
“왜, 신동이라니까 불안하냐? 솔로몬? 네 별명이 생각나서?”
“아, 뭐래? 그런 게 아냐. 나름 금융가라잖아. 아무리 어려도 금융신동이란 별명은 아무한테나 붙는 게 아냐.”
솔로몬은 낯을 찌푸리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거론했다.
“틀림없이 계산이 빠를 거라고. 손해 보기 싫단 말이야.”
파리의 금융신동 유진 드 보아르네.
이미 유럽 금융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안다.
왜냐하면 영국에서 급성장 중인 프랜시스 베어링 때문이다.
워낙에 발 넓은 베어링이 만나는 사람마다 유진 타령을 한 탓에, 베어링과 거래한 사람은 유진의 이름 정도는 들었다.
게다가 [로트실트] 가문은 정보를 아주 중시하는 가풍도 갖고 있었다.
부단히 정보를 수집해, 유진이 프랑스에서 어떤 위치인지도 꿰고 있는 상태다.
공주의 기사, 소년기수, 도박신동이란 별명까지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계산 잘하는 솔로몬은 거래하는 게 두려울 뿐이었다.
반면 대담한 승부를 좋아하는 나탄이 껄껄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에이, 프랜시스 베어링 씨 아니었으면, 거래 시작도 못해볼 거 아냐? 일단 거래해보고 판단하자구. 형.”
“자기 투자 지분 어떻게 됐냐고 물으라고 써준 거 아냐? 그거 꼭 확인하라고 적혀 있지 않냐, 나탄?”
“어, 그래. 하지만 베어링 씨가 우리 엄청나게 도와주긴 한다고. 나, 맨체스터에 집 알아보는 것도 베어링 씨 도움이 컸어.”
얼마 전, 나탄은 18세의 나이로 영국으로 파견되었다.
마이어가 런던에 가족은행 지점을 내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우선 맨체스터에 자리를 잡고, 런던에 뚫고 들어갈 틈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다.
아무리 영국이 자유로워도 유대인에 대한 ‘차별의식’은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전부터 거래하던 베어링스 뱅크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소개장도.
그 순간 큰 형 암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우리 집안도 프랑크푸르트의 한계를 벗어나야 해. 시대 격변기라고. 이럴 때 돈이 움직인단 말이야.”
“기왕이면 아버지가 직접 오시면 좋았을 텐데. 역시, 혁명군은 꺼려지시겠지?”
“황제 눈치도 봐야 할 거 아냐? 게다가 요새, 우리 프로이센 왕가와도 거래 시작했다고. 아버지가 직접 움직이시는 건 곤란해.”
가볍게 나탄과 대화를 나누던 암셀이 솔로몬을 황급히 돌아 보았다.
“참, 선물은? 잊지 않았지?”
그때서야 솔로몬도 케이스에 빈틈없이 싸서 가져온 물건을 꺼내보다 한숨을 쉬었다.
“무사하군.”
“이게 통할까? 베어링 씨 추천이긴 했는데.”
“통하니까 추천했겠지. 안 통하면 베어링 씨보고 여행비 다 물어내라고 하면 돼.”
그때다.
-철컥!
저택, 응접실의 문이 열린 순간 나탄이 긴장한 채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꼭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유대인 해방이 금융가의 사회 개입을 불러오고, 아니, 이게 아니라!”
암셀과 솔로몬은 기가 막혀 나탄을 노려 보았다.
상대방을 칭송하기는커녕 오히려 유대인 해방을 비난하는 자들의 말을 전해버린 꼴이다.
물론 원역사 현대에는 정말 그런 소리를 듣지만.
그런데 문 안에서 나타난 소년이 고개를 기울이다, 나탄을 가리켰다.
“나탄.”
나탄이 눈을 크게 뜬 찰나, 소년은 다른 청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쪽이 솔로몬이고, 가장 큰 형님으로 보이는 분이 암셀 마이어 2세. 맞습니까? 생각보다 다들 젊으시군요. ‘로스차일드’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분들 치고는.”
뭔가 가문명을 조금 잘못 말한 것 같았지만, 나탄은 재빨리 자기 실수를 덮기 위해 외쳤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보기보다 노숙해 보이십니다, 금융신동 유진 드 보아르네 대령님!”
다시 실수한 것 같은 기분에 나탄은 덜컥 겁을 먹었다.
암셀도, 솔로몬도 기가 막혀 머리를 짚었다.
다행히도 소년, 유진은 이번에도 싱긋 웃을 뿐이었다.
“예, 이제는 장군이니까요. 준장입니다.”
그때 나탄도, 암셀도, 솔로몬도 확신했다.
고작 14살의 나이에 여단장, 장군의 지위를 얻은 소년.
분명, 이 소년은 나폴레옹의 최측근이 확실하다.
줄을 정확히 잡은 것이다.
***
물론 유진도 눈앞의 줄을 놓칠 생각이 없다.
-째깍, 째깍, 째깍.
금빛 시계줄을 잡은 채, 작은 회중시계를 보는 유진에게 솔로몬이 설명했다.
“드레스덴의 최고 궁정시계장, 요한 프리드리히 슈먼의 작품입니다. 5분 간격으로 시간을 알려주죠.”
현대에는 썩 유명한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 최고의 명품 시계를 안다면 조금 다르다.
후대 페르디난트 랑에의 스승, 요한 쿠트케스가 바로 슈먼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긴 메이커는 21세기 현대에도 독일 최고다.
유진은 아주 작은 회중시계를 만지작대다 웃었다.
“랑에 운트 죄네.”
“예?”
“아닙니다. 미스터 베어링에게는 안심하라고 전해주시죠. 보아르네 방크에 투자한 지분 10프로, 비율 하나도 어기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유진이 시계를 품 안에 넣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이 시계가 틀림이 없듯이.”
시계를 선물로 보내다니, 베어링다운 생각이다.
아마 루이 16세의 시계를 늘 갖고 다니는 유진을 보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베어링도 모르는 게 있다.
눈앞에 있는 가문, [로트실트]가 유진 입장에서는 정말 선물이라는 거다.
아직은 애송이인 로트실트의 삼남 나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네요. 저, 런던에 가서 뭐라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런던? 벌써 영국에 진출했나요? 로스차일드, 아니 로트실트 가문이?”
“하하! 그러고 보니 영국식으로는 로스차일드라고 부르긴 하죠. 뭐, 이제 겨우 맨체스터에 지점 하나 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곧 그쪽에 파견될 예정이죠.”
서기 1795년 5월 말, 이제야 막 영국 진출을 타진하는 가족규모의 은행.
제법 부유하지만 국가 단위에서 본다면, 그저 중견기업 규모일 일개 부호인 집안.
허나 저 이름은 후일 세계를 좌우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물론 그게 나폴레옹이 벌인 전쟁 와중에 시작되는 일이란 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유진은 그 주역들을 보다 싱긋 웃었다.
“그럼, 혹시 거래 하나 할 수 있겠습니까?”
갑작스런 말에 나탄이 눈을 크게 떴다..
“거래라면, 무슨?”
“이미 아시겠지만 베어링스 뱅크가 제 사업체의 중요 투자자죠. 그런데 전쟁 때문에 배당금이나 거래를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그렇죠. 지금 아무래도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안 되니까요.”
암셀, 솔로몬, 나탄.
셋 다 뛰어난 이들이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나탄이다.
암셀은 프랑크푸르트에 남고, 솔로몬은 빈으로 진출하며, 나탄은 런던을 장악한다.
베어링스 뱅크를 당대에 따라잡고, 대영제국의 금융가 수위를 다투는 게 나탄이다.
향후 전쟁의 향방이 어떻게 되든, 나탄의 수완은 주목할 만하다.
유진은 가볍게 손짓하며 말했다.
“신성로마제국도 사실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육로로 이어져 있으니 좀 낫죠. 그래서 말인데, 내 배당금을 대신 좀 지급해줄 수 있겠습니까? 대가는 지불하죠.”
순간, 옆에 시립해 있던 부관 이폴리트와 투르네가 은화 자루를 놓았다.
-척, 척, 척!
실물 화폐가 지폐나 어음의 가치를 뛰어넘는 시대다.
한 눈에도 10만 단위에 가까운 은화 꾸러미를 보며, 로트실트 삼형제는 눈을 크게 떴다.
유진이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3번째 주머니입니다. 나머지 둘은 베어링 씨에게 전해줄 배당금이구요. 당연히 가져가실 수단은 마련하실 수 있겠죠?”
이 시대,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그 말은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혹 도적이라도 나타난다면 이 돈은 모조리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러나 로트실트 가문도 나름 잘 나가는 금융가 집안이다.
군대라면 모를까, 도적에게 돈을 빼앗길 정도로 경호가 가볍지는 않았다.
나탄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수수료로는 너무 많은데요?”
“그럼, 지분 투자도 겸하죠. 적당히 생각하시는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는 런던 로스차일드 뱅크 지분 투자로 합시다. 어떻습니까?”
“자, 자, 잠깐만요.”
순간, 나탄이 입을 쩍 벌리다 손을 내저었다.
“그건 곤란합니다. 정확한 숫자를 제시해 주세요. 은행가에게 대충이란 없습니다! 군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그러자 솔로몬이 황급히 나탄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나탄. 돈 준다는데, 갑자기 왜 이래?”
“아니, 너무 많잖아! 아무리 눈먼 돈이라도 계산은 정확해야 하는 거야, 솔로몬 형!”
“그거야 일단 받고 나서 생각할 일이고!”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는 솔로몬과 대담한 대신 상거래의 정확성을 중시하는 나탄.
두 형제의 극명한 차이점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가만히 보다 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나탄과 솔로몬이 유진을 보자,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일렀다.
“멋지군요. 신뢰가 갑니다. 한데, 대화하다 보니 잊고 있었군요. 혹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신 거였죠? 미스터 베어링의 편지만 전하러 오신 건 아닐 텐데.”
그때서야 세 형제는 왜 이곳에 왔는지 깨달았다.
새로운 밀라노의 정복자 세력과 친분을 맺어두는 것.
하여, 밀라노까지 진출하는 게 본래 목표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상대가 동업을 제안해온 것이다.
암셀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원래는 밀라노 지점 개설 겸, 거래를 위해서 왔습니다만. 이제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동업자 은행이 이곳에 생길 테니 말입니다. 런던 지점의 지분율 10프로. 어떠십니까? 밀라노 금융 거래 협력도 해주시고.”
“그건 너무 짜게 주시는 것 같군요. 30프로로 해주시죠.”
“유진 보아르네 장군님.”
문득 장자 암셀이 유진을 정시했다.
“우리는 가문 은행입니다. 가문 외 구성원을 투자자로 받지 않아요. 단지, 중개 거래를 해드릴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군님의 투자는 받겠다는 겁니다.”
그게 후세 기록된 로트실트, 아니 [로스차일드]의 거래 원칙이다.
허나 지금은 그저 가문은행일 뿐이다.
당대 가주인 마이어가 크게 사업을 벌인 정도니, [전통]으로까지 세워진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예외를 둘 수 있게 된 것인데, 그래도 30프로는 너무 많다.
하지만 유진은 빤히 암셀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도 똑같이 말씀드리죠. ‘헤르’ 로트실트.”
헤르, 곧 영어의 미스터나 프랑스어의 무슈와 같은 독일어다.
요컨대 남성을 지칭하는 경칭.
그렇지만 암셀은 처음 듣는 말이다.
왜?
유대인이니까.
멸시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놀란 암셀을 향해 유진이 말했다.
“난 파리와 마르세유, 이제는 밀라노에서 사업을 합니다. 각각 그 도시에서 최고의 상회와 은행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한 보유하게 될 겁니다.”
“밀라노는 아직 아니신 것 같군요.”
“어차피 밀라노가 가장 쉽습니다. 내 뒤에는 나폴레옹 장군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사업을 하면서 난 동업자를 딱 둘만 받아 왔습니다.”
유진이 손을 꼽았다.
“영국의 최고 은행가 미스터 베어링과 파리의 초일류 은행가, 무슈 레카미에죠. 자, 헤르 로트실트. 내 투자 동업자 명단에 이름을 넣을 겁니까, 말 겁니까?”
사실 레카미에는 모르지만 베어링은 암셀도 안다.
또한 유진이 말하는 바도 알아들었다.
아직 일개 가문은행에 불과한 로트실트에게는 유진의 동업자가 되는 것, 그 자체가 특혜란 소리다.
암셀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 밀라노를 프랑스가 정복하기까지 걸린 시간.
한 달.
나폴레옹은 결코 여기서 멈출 자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진은 그 나폴레옹의 부관이자, 가장 유력한 사업가 최측근이다.
또한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나폴레옹의 [수양아들]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암셀은 결정했다.
“25프로. 제 아버지께 허락받을 수 있는 최대 수치입니다.”
순간, 유진이 손을 내밀었다.
“내 동업자가 된 걸 축하합니다. 미스터 로스차일드, ‘네이선’ 씨.”
손을 맞잡은 18세 소년, 나탄이 눈을 크게 뜨다 외쳤다.
“영광입니다, 장군!”
훗날 [금융황제]가 될 사람이 나폴레옹의 아들이 될 자와 손을 잡은 순간이었다.
***
물론 이번 거래는 옆에서 본 부관 이폴리트에게는 수수께끼 투성이다.
“왜 하필 런던이야?”
유진이 창가에서 ‘로트실트’ 삼형제가 가는 모습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뭐가?”
“아니, 아까 얘기를 들어보니 저 친구들은 프랑크푸르트가 본거지라며? 그럼, 당연히 독일 본점에 투자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저 로트실트인가 하는 가문이 성공할 거 같으면.”
“그걸 눈치챈 거야, 이폴리트?”
유진은 휘파람을 불었다.
사실 이폴리트는 금융업 전문가도 아니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숫자에 속지 않고, 본질을 일부지만 꿰뚫어 본 거다.
이폴리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 나도 옆에서 유진 네가 사업하는 거 본 게 벌써 5년은 넘었거든? 그러고 보니, 너 진짜 어릴 때부터 돈독이 오르긴 했구나.”
“하지만 아직 세계경제 흐름까지 보려면 멀었군.”
“엥? 그런 것도 알아야 하냐?”
유진은 싱긋 웃으며 가볍게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내 부관은 그 정도는 알아야지. 직관적으로 생각해. 지금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이 어디야?”
순간,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
“영국. 아, 그렇구나!”
로트실트 삼형제, 모두 뛰어나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할 무대는 전부 다르다.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 그리고 영국.
어느 쪽이 가장 경제규모가 클까?
단연 영국이다.
결국 가장 활발한 경제시장에서 성공하는 자가 대박을 터뜨린다.
물론 원역사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은 다시 미국이란 시장을 놓쳐서 실패하지만 말이다.
유진은 굳이 거기까지 설명하는 대신, 간단히 요약했다.
“반대로 말하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런던에 보내는 친구가 가장 유망주란 소리지.”
“어, 로트실트 아니었나. 하여간. 그 나탄인가 하는 친구?”
“영어로는 네이선이야.”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하기에 따라선, 금융계의 일인자가 될지도 몰라. 지금 잡아두는 게 낫겠지.”
네이선 로스차일드.
이른바 원역사에서 [워털루]의 패전 소식 때 영국 주식 절반을 쓸어담았다는 전설을 남긴 투자가.
물론 이제는 워털루로 돈을 벌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재능만은 분명 확실하다.
그때다.
“뭐, 그건 10년은 지나야 할 것 같군. 우리는 내일 시작할 사업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첫 사업이 뭐라고, 파트롱 유진?”
그때까지 기다리던 은행가 피에르 콜로의 말에 유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일단, [통조림] 사업부터 시작해보죠.”
미래의 투자는 일단, 다시 과실을 얻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밀라노에서 수익을 벌어들일 시간이다.
첫 사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밀봉 통조림] 사업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