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7화(97/547)
(97) 유진의 파트로네, 마리도 왔다
아직, 세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가? 무슨 마법 같은 건가?”
통조림의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병이나 통, 양철상자 안에 조리된 음식을 넣는다.
이후 음식을 밀봉해 공기가 외부와 통할 수 없게 만든다.
다음 백도가 넘는 온도로 가열한다.
이렇게 되면 내부의 세균이 살균되며, 음식은 오래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하기 전.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상식조차 미지의 지식인 시대다.
그러니 나름 토스카나 피렌체 대학에서 공부한 고학력자 살리체티도 경악할 수밖에 없다.
꼭 [마법]을 보는 것처럼.
유진이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특별히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같이 보인다고 하죠.”
“과학? 이게 말인가? 그러고 보니, 자네 라부아지에를 보호한다고 했지? 그 자의 연구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라부아지에의 연구를 보면서 떠올린 것은 맞습니다.”
사실 세균과 라부아지에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라부아지에의 연구 방법론은 프랑스 과학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머리로 원리를 짜맞추지 말고, 우선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하라.
증명을 위해서는 그 어떤 비싼 물건도 소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다이아몬드라든가.
“이것 저것, 태우면서 연구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더군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아니, 원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 이게 양산이 가능한가?”
“사실 원리도 중요합니다. 총재님이 꼭 아셔야 할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능합니다.”
정말 중요하긴 하다.
왜냐하면 당장 나폴레옹 군단은 전염병 문제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날씨가 추운 편이라 괜찮았지만, 이제는 여름이 다가온다.
그러니까 사실 통조림보다도 세균 문제가 오히려 더 중대사일 수도 있다.
문득 유진이 이폴리트를 돌아보았다.
“참, 라레이 대령은?”
“아, 곧 오실 거야.”
“총재님을 기다리게 하면 곤란한데. 빨리 오라고 해.”
그때 세르벨로니 궁전, 수석부관 임시 집무실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늦은 적은 없습니다. 아직, 말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장 도미니크 라레이, 나폴레옹 이탈리아 군단 수석 군의관이다.
이전 로디 전투 후에도 사령관의 건강을 직접 확인한 인물이다.
외과 수술로 역사에 남은 남자.
허나 유진은 이 라레이를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통조림을 들어 보였다.
“그럼 설명이 빠르겠군요. 들으셨죠? 이 통조림은 5개월이 넘게 썩지 않습니다.”
“음, 멋지군요. 군용식량으로 괜찮겠어요.”
“맞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을 부른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나름 파리 발데그라스 의대 교수였던 라레이다.
한데 유진이 그 경력까지 아는 듯 하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
물론 진짜 놀랄 얘기는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왜 이 통조림이 썩지 않을까요? 그 원리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수님은 아셔야 합니다.”
라레이는 미간을 좁혔다.
“음식 보존은 내 전문 분야는 아닌데.”
“표현을 바꿔볼까요? 최근에도 부상병들을 다루시며, 절단수술을 몇 번 하셨죠. 상이병사들은 토리노로 후송되었구요.”
“그랬지요. 아무래도 내버려두면, 썩으니까.”
순간, 유진이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왜 썩죠?”
순간, 라레이와 살리체티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으면, 상처가 썩기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는지 특별히 원리를 생각한 자는 적다.
기껏해야 전쟁터의 ‘나쁜 공기’가 썩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런데 유진은 썩지 않는 ‘음식용기’를 만들었다.
라레이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설마, 저 통조림이란 게 관련이 있단 말입니까?”
“있습니다. 썩는 원리는 같으니까요.”
“대체 뭡니까?”
유진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이폴리트가 부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건 하나를 들고 왔다.
현미경, 곧 미세 세계를 보는 렌즈 기구다.
“이건, 해부학 때 쓰는 현미경이 아니오?”
“밀라노에는 아직, 의대가 없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토리노까지 사람을 보내서 가져온 거죠.”
“이유가 뭐요?”
유진은 현미경을 가리키며 라레이의 질문에 답했다.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을 볼 수 있죠. 그건 교수님도 아시겠죠?”
이른바 단세포 생물 정도의 크기는 이미 발견된 시대다.
사실 박테리아 중 커다란 종류도 볼 수 있다.
현미경이 벌써 16세기부터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터라 당연한 얘기다.
단지, 이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인과]를 모를 뿐이다.
라레이도 눈만 깜박이다 미간을 좁혔다.
“설마, 그 미생물이 음식을 썩게 만든단 말인가?”
“사람의 부상도 그렇습니다. 아니, 온갖 질병 대부분이 그렇죠. 제가 증명한 바로는.”
“말도 안 돼! 비과학적이야. 어떻게 미생물이 살과 음식을 썩게 만든다는 거지?”
그 순간 유진이 통조림을 라레이에게 들이댔다.
“여기 있는 고기와 사람의 살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고기는 5개월이 지나도 썩지 않았죠. 왜? 미생물을 가열해서 죽였기 때문입니다.”
라레이는 통조림과 현미경을 보다 경악한 채, 움직이지 못했다.
유진은 빤히 라레이를 뚫어져라 볼 뿐이었다.
이 사람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니면 아무리 유진이 [위생]을 강조해도, 효과가 없다.
순간, 라레이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 통조림이란 건 믿을 수밖에 없군. 분명 여기 든 음식은 지난 니스에서 봤던 거요.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요?”
됐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라레이에게 도면을 펼쳤다.
라레이는 도면을 보다 눈을 다시 크게 떴다.
“위생부대 창설계획서?”
“그렇습니다. 군의관과 위생병으로 구성된 정식 부대입니다. 지금까지는 군의관이 부상만 돌봤다면, 이제는 군 전체의 건강, 그리고 위생을 책임집니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거요?”
유진이 병력 차출 계획서를 라레이에게 내밀며 일렀다.
“군 주둔지의 미생물 박멸과 수술 시 소독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소독을 위해, 정제된 알코올을 공급하겠습니다. 소독 절차는 여기 있습니다.”
알코올은 사실 무려 13세기부터 유럽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알려진 성분이다.
증산 방식도 간단하다.
술을 기화시키면 되니까.
일단 유진은 위생 관념 자체를 군 부대에 도입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원역사에서 나폴레옹 이탈리아 군단은 원정 도중 전염병에 시달린다.
최소한 위생 대책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병에 시달리는 상황을 방지할 생각이다.
나아가 라레이가 외과만이 아닌 세균학까지 통달하면 더 좋은 일이다.
아마도 라레이는 나폴레옹 군단의 수석군의관으로 계속 봉직하게 될 테니까.
간단한 유진의 설명을 들은 라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획서를 받아들었다.
“군 편성은 그럼, 내가 직접 해야 하오?”
“아뇨. 군 편성은 라하르페가 도와줄 겁니다. 물자 공급은 베르티에 참모장에게 말씀하시고.”
“이미 다 얘기가 끝난 상황이군. 알겠소.”
서둘러 일어나는 라레이를 보다 그때까지 가만 있던 살리체티가 말했다.
“아니, 왜. 커피라도 드시고 가시지. 벌써 갑니까?”
“계획서를 보니 마음이 급해지는군요. 정말 미생물이 문제라면, 부대 창설을 서둘러야 합니다. 흙을 파서 현미경으로 보신 적 있습니까?”
“아니, 없는데.”
법대 출신인 살리체티가 현미경을 들여다 본 적이 있을 리 없다.
라레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한 번 보십시오. 엄청나게 득실거립니다. 세상 어디에나 미생물은 있죠. 빠르게 위생 대책을 실시해야겠습니다.”
뛰다시피 나가는 라레이를 보다, 살리체티가 혀를 찼다.
“급하기는. 저러니까, 절단수술도 2분만에 해버리지.”
“보신 적 있습니까?”
“피레네에도 군 시찰을 간 적이 있거든. 저 친구, 하루에 2백명의 팔 다리를 잘라버린 적도 있네. 하여간.”
의외로 참을성 많은 남자, 여우상의 살리체티가 묘하게 웃었다.
“굳이 라레이를 이렇게 부른 걸 보면, 내게도 이 미생물인가 뭔가로 할 말이 있나?”
역시 눈치가 빠르다.
물론 유진은 살리체티에게 미생물학을 강론할 생각은 없다.
모든 사람이 과학자나 의학자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유진이 다시 양철 통조림을 들어 보였다.
“이 통조림의 허가 절차가 아주 빨리 진행되길 원합니다. 파리 특허청 특허 등록도, 밀라노 공장 설립 허가도, 그리고 군납 허가도.”
이게 정치가 살리체티에게 통조림 [쇼]를 보여준 이유다.
통조림이 보존기간이 길다는 것도, 유명한 군의관 라레이가 납득하는 것도, 모두 이래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본래 통조림은 1810년에 영국의 피터 듀란드가 만든다.
그러나 기본 원리는 프랑스인 제과점 주인, 니콜라스 아페르가 생각한 [밀봉원리]다.
아주 간단한 방식이라 원리만 알면, 누구나 양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특허로 특별히 보호해둘 필요가 있다.
유럽은, 특히 영국은 의외로 법에 대한 존중이 강하다.
무슨 말이냐면 적국이라도 일단 특허가 등록되면 존중해 준다는 거다.
영국은 무려 17세기부터, 프랑스는 혁명 후부터 특허 등록제가 실시되는 중이다.
이 등록절차는 당연히 까다로운데, 유진은 권력으로 돌파할 생각이었다.
살리체티는 턱을 쓰다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실행되기만 하면 멋진 식량이 되겠지. 이번 전투 때도 식량이 무거워 거진 다 버리고 행군했지?”
“그랬죠. 특히 로디 회전 때는 3일 치만 들고 달렸습니다. 이기고 보니 적군은 최소 7일 치는 들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아, 그거야 최소치지. 원래 오스트리아 놈들은 요리사도 데리고 다닌다고. 우리도 옛날엔 비슷했다지만.”
코르시카 출신인 살리체티가 ‘우리’ 프랑스를 얘기하는 모습을 보다, 유진이 웃었다.
“그러니, 모든 인허가 절차가 빠르게 필요합니다. 공장 설립 허가도, 군단의 정식 보급품 승인도 그렇죠.”
그간 굳이 통조림이 필요없는 전장을 거쳤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향후 행군 기간은 더 길어지고, 식량 보급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
특히 식량이 풍부한 이탈리아라도, 전시에는 언제든 보급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게 사업가가 아닌 살리체티와 [통조림] 양산 사업 논의를 하게 된 이유다.
“그냥 나폴레옹 장군에게 요청하면 되는 거 아닌가?”
“행정 책임자는 살리체티 총재님 아닙니까. 또한, 총재님께 선물을 드릴 필요도 있구요.”
“선물이라고?”
유진은 손을 튕겼다.
-척!
동시에 이폴리트가 다시, 부관 집무실 한쪽 금고에서, 은화가 가득한 상자를 가져왔다.
최소 10만 프랑은 넘을 금액이다.
살리체티는 사양하지도 않고 은화를 챙기며 씩 웃었다.
“아이고, 뭐 이런 걸 다. 자네가 굳이 챙기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챙기는데.”
“약탈은 약점이 됩니다. 총재님.”
“무, 무, 무슨 말인가?”
유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총재님과 오래 가고 싶습니다. 사령관 각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기부금까지는 괜찮아도, 교회 약탈은 추후 정국이 바뀌면 정적들의 공격 명분이 됩니다.”
바로 원역사에서 살리체티가 나폴레옹과 틀어지는 계기다.
밀라노 인근의 교회 약탈.
그 결과 살리체티는 나폴레옹 대신 조세프와 결탁하게 되고, 나폴리 왕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갑자기 독살당할 때까지 잘 살긴 했지만, 프랑스 권부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진은 살리체티를 계속 잡아둘 생각이었다.
후일에 프랑스 권부에서 또 다른 ‘여우’들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푸셰, 그리고 탈레랑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문득 살리체티가 입맛을 다시다 묘하게 웃었다.
“알겠네.”
“필요한 정치자금은 제가 대죠.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럼, 나도 알지. 대신, 난 통조림 사업을 도우면 되는 거지? 다른 건 없나?”
어쨌든 유진이 약점을 쥐고 흔드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 살리체티도 안다.
그간 툴롱에서부터 유진이 나폴레옹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도 봤다.
그러니까 거래가 되는 상대란 얘기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거래를 제안했다.
“군복과 구두, 모포와 탄띠, 천막. 아, 그리고 수통. 이런 소모품들도 밀라노에서 생산할 겁니다. 화약과 병기, 특히 신병기는 마르세유에서 올 거구요. 그러니 공장 설립을 역시 도와주시죠.”
가만히 유진의 계획을 살피던 살리체티가 휘파람을 불었다.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 이 밀라노에 상업과 생산 기반을 쌓겠다는 얘기다.
이러면 나중에 오스트리아 군대가 몰려올 때, 밀라노를 보급창으로 삼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이권은 다름아닌 유진이 쥔다.
여기에 세심한 배려까지 있다.
병기는 모두 프랑스 본국에서 온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 기밀이 필요한 건 프랑스 본국에서 생산한다?”
“이탈리아는 어디까지나 양산품과 식량 공급처가 되는 거죠. 아시다시피, 신성로마제국은 아직 멀쩡합니다. 전투에 소요될 군복, 구두, 식량도 넘쳐나죠.”
“그래, 나폴레옹 사령관도 백일 정도만 여유가 있을거라 했지. 좋아, 서두르지. 응?”
유진의 뒤를 보며 살리체티가 눈을 크게 뜰 찰나였다.
“와, 오빠는 여기서도 바쁘네?”
이번에는 유진도 놀랐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오르탕스가 서서 웃고 있었다.
분명 파리 여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할 오르탕스다.
밀라노까지 어떻게 온 걸까?
유진이 벌떡 일어나 오르탕스에게 다가서 물었다.
“오르탕스? 너, 여기 웬일이야?”
“왜긴? 엄마 따라왔지. 오빠가 불렀잖아? 나폴레옹 아저씨가 아프니 어쩌니 하면서. 아주 징징대는 편지, 내가 다 질리더라.”
“아, 그건 음. 정말 오셨어? 그걸 보고?”
아무래도 유진이 너무 편지를 잘 쓴 모양이다.
유진은 쓰게 웃다, 다시 눈을 크게 떴다.
복도, 저 편에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얼굴의 미소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17살의 소녀, 마리 테레즈가 삐진 얼굴로 유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흥, 그 편지 왜 나한텐 안 보낸 거야?”
유진은 너무 당황해, 그만 마리를 이렇게 불러 버렸다.
“공주님? 어, 어째서 여기에?”
한때 유진의 [주인]이었던 소녀는 키득 웃다 대꾸했다.
“마드모아젤, 마리라고 불러. 유진.”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주세피나를 만난 날.
유진도 마리와 재회했다.
1795년 6월, 밀라노의 꽃피는 화려한 초여름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