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9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98화(98/547)
(98) 밀라노의 휴일에 마리와 폴린이 만나다
밀라노는 본래 금융과 수공업, 병기로 유명한 도시다.
이중 어느 것 하나 [랑데뷰], 그러니까 데이트와 유관한 바가 없다.
원역사 현대에 밀라노가 패션 선두주자인 것과는 딴판이랄까.
그렇기에 유진은 굳이 마리를 밀라노로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부하’가 알아서 일을 저지를 때도 있는 법이다.
“어차피 내가 모시고 오는 거잖아, 파트롱? 그러다 보니 모친만이 아니라 ‘파트로네’도 같이 모시고 오게 된 거지. 하하하!”
앙투안 다마스, 마르티니크 총독의 아들이자 유진 카르텔의 사장.
그러니까 사업상 유진의 [대리인]이다.
군대 부관이 이폴리트라면, 사업 비서실장은 다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조세핀, 오르탕스, 그리고 마리를 데리고 온 호위대장도 바로 다마스였다.
유진은 세르벨로니 궁전, 대정원에 나와 물품을 살피다 혀를 찼다.
시제품들 가져오라고 했더니, 엉뚱한 사람들까지 운송해온 셈이다.
조금 소란스런 오르탕스는 모친에게 보내버렸지만, 마리는 여전히 있다.
아직 밀라노는 전쟁 중인데도 말이다.
유진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여기가 아직 전장이란 걸 까맣게 잊은 모양이군요, 다마스.”
“에이, 너무 그러지 마. 다마스는 다 내 부탁 때문에 데리고 온 거야. 게다가, 시킨 일은 다 했단 말야.”
“무슨 일 말하는 거야, 마리?”
마리가 살짝 끼어들어 유진에게 웃으며 외쳤다.
“짠! 다 적어 왔어! 파리와 마르세유 간 금전 정기거래, 수공업 병기 공장 증설, 뇌홍과 [마르소캡] 카트리지 개발, 거기에 후장식 소총 시제품까지!”
그러니까, 마리는 그냥 온 게 아니다.
-쿵!
육두마차 여섯 대, 1백인의 호위대, 120필의 말.
조세핀과 함께 밀라노로 달려온 일행이다.
빈몸으로 온 게 아니라, 파리 [유진 카르텔]의 사업 시제품을 가져왔다.
여기에 마리가 가져온 사업 성과 보고서도 함께.
유진은 대정원에 놓인 ‘퍼커슨캡’을 들어보다 휘파람을 불었다.
“마르소캡? 아, 퍼커슨캡인가. 그건 그렇고 그걸 다 했단 말이야?”
“나, 정말 부지런히 일했다니까? 유진, 네가 파리 떠난 지 9개월이잖아. 그 사이 다마스랑 같이 열심히 뛰어다녔어. 다마스?”
“아, 그렇죠. 아르망, 아니 아르망 상사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마르세유와 파리도 엄청 오갔죠.”
유진 휘하, 마르세유 우편연대 소속 우편 하사관 아르망이 헛기침을 했다.
“큼! 나는, 아니 저는 그저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준장 각하와 파르로네 아가씨의 명령 수행을 위해서. 여기, 시제품도 갖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유진이 쓴 걸작 가짜편지, 나폴레옹의 칭병 편지를 갖고 간 게 아르망이다.
파리와 밀라노만 오간 게 아니라, 토리노에서 파리, 다시 마르세유도 빈번히 뛰어다녔던 것이다.
가는 김에 유진의 사업 문제까지 같이 처리하기 위해서다.
유진은 피식 웃다, 시제품 중 하나를 들며 눈을 빛냈다.
“이걸, 벌써 만들었다고?”
후미장전식 브리치로딩 소총, 시제품이다.
-철컥, 키릭. 찰칵!
우선 미리 총알을 장전한 [블록]을 후미로 끼워넣는다.
그 다음, 회전하는 노리쇠를 돌려 블록을 고정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석이 없다는 것.
총알을 노리쇠로 때려서 충격으로 격발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뇌홍이 있어야만 가능한 방식.
아르망이 유진이 총을 조작하는 방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쏠 때는 수석이 아니라, 뇌홍을 터뜨려서 쏩니다. ‘마르소캡’으로 뇌홍과 탄환을 끼워 넣어서요. 다만 아직, 좀 불안정해요.”
“그야 그렇겠지. 이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마르소캡은 어때? 전장식 총에 활용 가능한가?”
“예, 미국에서 좋은 물건이 왔다고 하더군요. 폴리 말로는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다른 시제품을 건네며 아르망이 입맛을 다셨다.
“강선이 있는 [라이플]이라던데요. 펜실베니아 롱 라이플이란 물건이랍니다.”
아주 긴 총신이 인상적인 장총이다.
사실 라이플과 머스킷은 혼용되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총이다.
머스킷은 수석 격발식인데다 총구 안이 화약 찌꺼기가 없도록 둥글게 파여 있는 총이 많다.
총신도 상대적으로 짧고 들기 쉽게 되어 있다.
이른바 영국군의 브라운 베스 머스킷이나 프로이센의 포츠담 제식 머스킷이 그렇다.
그러나 미국 독립전쟁 때부터, 사냥꾼들이 쓰는 장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저격용, 장거리 사격총이다.
이 총은 머스킷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유진은 총구 내부에 파여진 나선형의 홈, 곧 [강선]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총신 내부에 홈이 파여 있군.”
“어, 이러면 화약 찌꺼기가 남지 않냐?”
“맞아, 이폴리트. 그래서 미국 독립전쟁 때, 저격수들만 이런 총을 사용했다고 하지. 게다가 장전 속도도 느려. 대신 정확하고, 더 멀리 나가.”
펜실베니아 롱라이플을 매만지던 유진이 아르망을 돌아 보았다.
“아르망, 이걸 폴리가 개조해서 양산형으로 만들겠다는 거지?”
“예, 폴리 라이플이라고 이름을 붙이겠답니다.”
“총신이 180센티쯤 되는군. 절반 이하로 줄여. 90센티까지. 정확성은 떨어지겠지만, 장전속도는 머스킷과 비슷해질 거야. 그리고.”
총기제조공 장인 폴리라면, 충분히 개조 정도는 가능하다.
다만 이 전장식 라이플을 전쟁터에서 쓰려면 조건이 있다.
장전속도, 휴대성, 무엇보다 탄환의 개조가 필요하다.
이른바 미니에탄, 그러니까 뇌홍과 총알이 금속 탄피에 휘감겨 하나가 된 탄환이 필요하다.
유진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해볼까 하다가, 일단 방향성만 제시하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이탈리아 원정에 당장 쓸 총이 더 급하다.
“폴리에게 마르소캡을 탄환과 하나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해.”
“예? 그건 또 무슨 말이십니까?”
“그냥 가서 전해. 그럼 폴리는 알아들을 거야. 탄환의 모양은 원추형이 좋겠어. 만들어지면 [폴리] 탄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고 해.”
하지만 ‘폴리탄’은 멀고 [마르소캡]과 [개조 라이플]은 가깝다.
“잘하면 이탈리아 원정 중에, 이 양산형 라이플과 마르소캡은 쓸 수도 있겠군. 1만 정 발주해요. 다마스.”
유진은 가볍게 총을 건네며 다마스에게 일렀다.
연사 속도가 일반 머스킷과 비슷하면서, 정확성과 사거리가 2배쯤 높아지는 총.
원역사에서 미군이 19세기 초 사용하던 [1803년식 라이플]이다.
아마도 이 개조가 이뤄지면, [유진 라이플]이 되지 않을까.
그때 수량과 단가를 계산해보던 다마스가 입을 쩍 벌렸다.
“그건 너무 많은 거 아냐? 파트롱? 한 정 개조할 때마다, 십여일은 걸릴 거 같은데. 금액은 또 얼마나 나오지?”
“어차피 대금은 나폴레옹 장군이 지불할 거예요. 정부가 아니라.”
“장인들이 죽어 나가겠구만. 알겠어. 참, 파트로네 마리. 폴리가 선물 하나 보내오지 않았어요?”
마리가 눈을 깜박이다 손뼉을 치며, 가슴팍에 손을 넣었다.
“아, 맞아. 이건 내가 직접 가져왔어.”
깜짝 놀란 유진이 살짝 시선을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피스톨?”
너무 눈부신 빛이 번뜩인다.
마리의 앙가슴이 아니라, 총기에서 나는 빛이다.
어느 쪽에 홀렸는지, 유진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화려하게 총기에 새겨진 무늬도, 유선형의 기능성도, 마리도.
마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르소캡으로 쏘는 피스톨이래. 최대한 듀퐁이 안정시킨 뇌홍으로 만든 총탄으로 쏘는 거야. 일단 100발쯤 가져왔는데, 전쟁터에서 다 쓸 수나 있을까 몰라.”
그 순간, 유진은 피스톨과 마리가 옆에 두었던 총탄을 재빨리 빼앗았다.
-휙!
깜짝 놀란 마리에게 유진이 다그쳤다.
“다시는 이거 운반할 생각하지 마.”
“어, 어, 어? 왜 그래?”
“뇌홍은 아직 완전히 안정된 물질이 아니야. 다마스, 이걸 운반할 때는 철저히 천으로 감싸고, 충격을 받지 않게 만들어요!”
물론 지나친 행동이다.
뇌홍이 위험한 물질이긴 하지만, 라부아지에와 듀퐁이 수백 번도 더 실험했다.
최대한 안정성을 확보해서 보내온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이 총탄을 운반해온 것은 사실 마리가 아니라 딴 사람들이다.
다마스와 아르망이 불평하고, 이폴리트가 낄낄 웃었다.
“어이, 그런 줄 알았으면 나부터 주의해서 갖고 왔을 거 아냐? 파트로네만 걱정하고, 이거 원.”
“갑자기 무서워지는군요. 저, 이 운송 임무 계속 해야 합니까?”
“우와, 저, 저 공주님만 걱정하는 거 봐라. 수하들 중요한 거 알아야지.”
그 모습을 보다 마리가 키득 웃어 버렸다.
“풉! 과장된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었어.”
유진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다, 총알을 쳐다 보았다.
이 모든 게 아직 화약이 너무 약한 탓이다.
흑색화약으로는 뇌홍 격발 시 좀 더 강한 폭발력이 필요하니까.
조금 더 강하고, 오히려 편리한 [신형화약]을 떠올리며 유진이 중얼거렸다.
“차라리 무연화약을 개발해볼까.”
“응? 연기가 안 나는 화약? 그런 게 가능해?”
“대충 원리는 알아. 실험하다 사상자가 너무 많이 나올 거라 문제지.”
그때 마리가 유진의 앞에 서서 고개를 들이 밀었다.
“뭐, 그건 앞으로 또 듀퐁에게 지시할 거지? 나중에 지시하구, 나 잘했지? 칭찬해줘.”
유진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 멈췄다.
마리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가만히 마리를 보던 유진이 피식 웃으며 볼을 꼬집었다.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귀여운 척 하긴.”
“뭐래? 나 안 귀여워?”
“귀여우니까, 그만 칭얼대. 흐음, 상으로 뭘 줄까.”
못 봐주겠다는 수하들이 고개를 돌릴 찰나,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했다.
“그래, 먹는 걸 선물로 줘야겠군.”
다만, 이 [먹는 것]은 마리도, 다마스도, 이폴리트도 모두 상상치 못했을 ‘음식’이다.
***
이미 인허가를 받기도 전에, 사업을 시작해버린 도박사가 밀라노에 있다.
-캉! 캉! 캉!
당연히 유진이 저지른 짓이다.
통조림 생산 공장.
살리체티에게 부탁한 게 오늘 오전이니, 어제 오늘 시작한 일이 아니다.
벌써 한달 전, 이 밀라노에 입성했을 때부터 알아본 부지에 공사는 예전에 끝냈다.
이미 통조림 생산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일을 저질러 버리고, 허가는 나중에 받는 식이랄까.
역시 불법 공장 설립을 돕고 있던 범법자, 피에르 콜로가 유진 일행을 보고 환영했다.
“이야, 무슈 다마스. 오랜만이오? 우리 보아르네 카르텔 사장께서 밀라노까지 다 오시고. 설마, 상회도 여기 진출하는 건가?”
반대로 갑자기 밀라노 외곽의 [통조림 공장]에 끌려온 다마스 일행은 입을 쩍 벌렸다.
물론 가장 기가 막힌 얼굴이 된 쪽은 마리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진이 공사현장에 데려온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아마 음식을 대접한다길래 카페라도 데려갈 줄 알았을 것이다.
다마스도 당황한 기색인 채로 애써 태연하게 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 오랜만이오. 무슈 피에르 콜로. 한데, 마르세유 은행은 어쩌고 여기까지 왔습니까?”
“나도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 정도는 있다오. 앙투안 아믈랭이라고, 투르 출신이지.”
“혹시라도 돈 빼돌리지 않을지 잘 감시하십시오. 마르세유 은행은 우리 [카르텔]의 핵심 금고니까.”
본래 마르세유 은행을 운영하는 남자, 콜로가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소. 이중 삼중으로 감시해놨지! 한데, 정말 무슨 일이오? 설마 이 공장 만드는 걸 구경하시려고?”
이 질문은 다마스도, 아르망도, 실은 이폴리트도 유진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대체 왜 통조림 공장에 자신들을 불러온 걸까?
특히 마리를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한 마리가 유진을 쏘아보며 물었다.
“이게 유진, 네가 말하는 음식은 아니겠지?”
유진이 아주 뻔뻔하게 대꾸했다.
“맞는데?”
“유진, 나도 나름 구왕실 출신이라 남자들이 제멋대로인 건 익숙해. 그렇지만, 이걸 ‘랑데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게 내가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이야?”
“설마, 저런 건 군인들이나 먹는 거지.”
은빛 통조림 캔 안에 들어가는 음식을 가리키며 유진은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이 대화를 보던 콜로는 흥미로운 얼굴이 되었다.
일단 모르는 얼굴이 꽤 많다.
문득 콜로가 다마스에게 물었다.
“뉘쇼?”
“쉿, 말씀 조심하시오. 우리 [파트로네]가 되실 가능성이 높은 분이오. 당장은 우리 카르텔, 파리 책임자시고.”
“엥? 파리 책임자는 당신 아니었어? 잠깐. 얼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순간, 콜로가 탄성을 터뜨렸다.
“맙소사, 마리 테레즈 공주?”
사실 콜로는 마리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파리에 사업 문제 때문에 불려간 적이 있는데도 그렇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제 마리를 보았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콜로도 유진 보아르네 카르텔의 핵심 멤버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마리가 표정을 바꿔, 생긋 웃으며 콜로에게 응답했다.
“아직도 날 모르는 [보아르네] 카르텔 사람이 있었군요? 파리 책임자, 마리 테레즈 카페라고 해요. 다마스는 파리 책임자가 아니라, 카르텔 전체 총괄 관리자구요.”
“아, 다마스 직책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요. 송구합니다. 마드모아젤. 아니, 파트로네 마리.”
“풋, 파트로네는 다마스가 장난삼아 말하는 거예요. 그냥 마드모아젤이라 부르세요.”
그런데 갑자기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파트로네가 맞아. 최소한 밀라노에선. 왜냐면.”
유진의 손이 양철 통조림이 쌓여가는 공장을 가리켰다.
“저 공장은 이제 마리의 소유가 될 테니까.”
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경악해 버렸다.
특히 통조림 사업이 중요하단 것을 이미 들은 이폴리트나, 콜로는 더욱 그렇다.
향후 이탈리아 원정 내내 군단 식량으로 쓰일 통조림이다.
실로 막대한 이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장을 마리 명의로 넘겨준다?
보통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 예정 생산량, 통조림 1인분 3천 캔. 제조시간은 1개 당 6시간. 인력 5백 명 고용. 백일 내 30만 개 생산. 향후, 서류상 10만 명인 이탈리아 군단 연간 군용식량 공급.”
역시, 숫자를 들으며 아연해진 마리에게 유진이 일렀다.
“수익 올해 1천만 프랑 예상.”
물론 투자비용은 뺀 계산이다.
또한 유진은 공장 명의를 마리의 것으로 한다고 했지, 사업권 전체를 마리 것으로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허나 결국 공장주가 가장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은 분명한 일이다.
말 없이 유진을 응시하는 마리를 향해, 유진이 싱긋 웃었다.
“어때? 물론 그 돈 전부 그냥 쓰면 안 되고, 계획적으로 투자해야겠지만.”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다마스가 혀를 내둘렀다.
“맙소사.”
이것이 바로, 유진이 말한 [먹는] 선물이었던 것이다.
***
실로 선물도 공장 단위라니 스케일이 다르다.
“유진, 난 이런 선물보다. 네가 무사한 게······.”
하지만 마리는 솔직히 이런 공장을 받고도 썩 기쁘지는 않았다.
당연히 유진이 마리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선물보다 칭찬을, 나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듣고 싶었다.
혹은 어떻게 지냈냐고 묻는 얘기를 나누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유진의 웃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전쟁터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아려온다.
참지 못하고 마리가 유진을 껴안으려 할 찰나였다.
누군가 먼저 유진을 포옹해 버렸다.
“꺄아! 찾았다! 유진 보아르네!”
놀란 마리가 굳어 버렸다.
갑자기 뒤에서 달려온 소녀가 유진을 껴안았다.
일단, 유진은 원정군 여단장이라 늘 경호가 붙어 있다.
그런데도 경호병들을 뚫고 유진에게 일개 소녀가 근접해 버린 것이다.
부관 이폴리트가 경호대장 격인 투르네를 보며 호통쳤다.
“뭐, 뭐야? 투르네 대위! 지금 경호를 어떻게 하는 거야?”
“아니, 저로서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분이라.”
“대체 누군데? 엥?”
그때서야 이폴리트는 소녀가 누군지 깨닫고 입을 쩍 벌렸다.
“어머나, 반가워요. 하숙생. 그동안 잘 지냈어요? 애인은 생겼나?”
소녀, 그러니까 유진과 이폴리트를 하숙생으로 받았던 집주인 딸.
보나파르트 일가의 가장 열정적인 미녀.
한때는 유진에게 [프렌치 키스]를 가르쳤던 선생.
폴린 보나파르트가 가슴을 부비적거리며 유진의 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이폴리트가 헛기침을 했다.
“지금부터 생기고 싶은데요? 큼!”
유진도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폴린에게 말했다.
“자, 잠깐. 폴린. 이것 좀 놓고.”
“왜? 난 싫은데? 원래 이탈리아에선 친애의 표시를 이렇게 해.”
“그러니까, 지금 여긴 공식적인 사업 자리인데.”
그때다.
“유진.”
아주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가 유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얼어붙은 유진이 겨울도 아닌 여름에 몸을 덜덜 떨 찰나, 마리의 속삭임이 들렸다.
“대체 누구야?”
그 순간, 폴린이 유진을 놓고 폴짝 뛰어, 마리에게 다가가 웃었다.
“어머나, 이 분이 그 [공주님]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전 폴린 보나파르트라고 해요.”
아주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 폴린의 결정적인 한 마디가 떨어졌다.
“나폴레오네 오빠의 동생이죠.”
구왕실의 공주와 혁명 종결자의 여동생.
마리와 폴린이 밀라노에서 처음 만난 날이었다.
얼어 버린 유진을 사이에 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