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42)
#042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흥분한 얼굴로 강철 덩어리를 들고 나를 찾아온 가브리엘의 모습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폐하, 드디어 성공입니다.”
“성공이라고?”
“네. 폐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당황스러웠다.
그저 아무 말이나 내뱉었는데 그게 정답이었을 줄이야.
그러나 가브리엘은 나의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설명을 늘어놓았다.
“말씀하신 대로 쇳물을 저어보았더니 확실히 품질이 향상되더라고요.”
“그런데 힘들지 않나?”
펄펄 끓는 쇳물을 젓는 것은 힘든 것은 둘째치고 위험할 것 같았다.
“네, 일단 시간도 상당히 걸리고, 위아래 고르게 휘젓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휘저어 보고자 기계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런데,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죠.”
추임새를 바라는 듯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가브리엘의 모습에 난 피식 웃으며 물어주었다.
“뭔데?”
“고로를 돌리자고요.”
“응?”
“애초에 휘저을 때 효과가 뭘까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가브리엘.
그 모습이 심히 부담스러워 마지못해 반쯤 무의식적으로 대답해주었다.
“공기주입?”
“네. 그때 폐하께서 김을 불어넣어 보라던 말씀이 생각나면서 일리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아.”
그제야 안개 낀 머리가 환하게 밝아지며, 베세머제강법의 핵심이 기억났다.
‘탄소 제거.’
코크스는 일종의 석탄 가공물이니까. 당연히 탄소 덩어리였다.
생각해보면 목탄도 탄소일텐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코크스로 만든 철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탄소가 많아서였다.
그래서 휘젓기와 같이 쇳물에 공기를 주입해 과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베세머 제강법의 핵심이었다.
‘누가 아이디어 자체는 먼저 내고, 그걸 기계적으로 구현한 것이 베세머였지?’
가브리엘이 최종적으로 만든 고로를 보니, 베세머의 아이디어와 매우 유사했다.
“이렇게 고로를 눕힌 상태에서 쇳물을 붓고 다시 세워서···.”
이미 증기기관이 그럭저럭 상용화된 상태였기에 그 힘으로 거대한 고로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증기기관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겁니다. 다만, 아직 제강법이 완벽히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잔뜩 흥분해서 외치던 처음의 말과는 조금 달라진 가브리엘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철광석에 따라 같은 방법으로 제조를 해도 철의 품질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어떤 철광석을 쓰던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결과물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도 확실히 성공은 성공이니 그에 대한 포상이 있어야지. 다들 기대하라고 하게나.”
“네, 폐하.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사옵니다.”
가브리엘이 말한 좋은 소식이란 증기기관에 관한 것이었다.
“이전보다 더 대형화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작아서 아직 내가 생각하는 기차까지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이번에 고로를 회전시키는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증기기관의 힘으로 바퀴를 돌리는 과정이···.”
그러니까 증기기관차에서 핵심은 엔진인 소형 증기기관이었지만, 다른 기술도 필요했다.
예를 들어 증기의 힘으로 바퀴 여러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릴 것인가 하는 문제라던가, 바퀴를 조향하는 방법이라던가.
그냥 작은 증기기관을 만들어 기관차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에겐 나보다 똑똑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 이들과 그들을 모아놓고 부릴 돈과 힘이 충분히 있었다.
가브리엘이 흥분해 열변을 토하는 것의 반도 이해 가지 않았지만, 난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건축 쪽에서 나온 말인데요.”
“응.”
“네바강에 다리를 놓고 싶답니다. 여기예요.”
“응?”
가브리엘이 지도로 가리킨 위치가 좀 묘했다. 다리가 있으면 나쁘지는 않았지만, ‘굳이 거기에?’ 싶은 위치.
그러나 듣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생산된 강철을 이용해 철교를 놓아보고 싶답니다.”
“좋은 생각이로군.”
코크스 제철법을 처음 만든 아브라함 다비의 손자 또한 철로 다리를 만들었던 것이 생각난 난 환히 웃으며 이를 승인했다.
참고로 그 다리는 추후 철도부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석조 다리로는 기차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철교를 수도 없이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철법이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사이, 나는 내정에 관심을 쏟았다.
동부 개척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이 러시아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러시아를 보며 난 ‘사회 통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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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러시아는 넓은 나라였다.
예전 대제에게 다양성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양성이란 나쁘게 말하면 쪼개지기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실 러시아의 땅은 넓었지만, 그중 사람들이 사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그 땅에는 여러 민족이 얽혀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강력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바로 종교였다.
특히, 정교회는 신자들에게 특별한 자부심을 주었는데, 이는 바른 교회라는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로마제국이 쪼개지기 이전, 본래의 기독교 신앙을 가장 잘 보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언어였다. 방언이라기엔 꽤나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키릴문자를 사용하고 루스 족의 언어를 공통 조상으로 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의사소통엔 큰 무리가 없었다.
이 두 가지는 이전까지 러시아 제국의 다양한 민족을 묶는 공통점이었다.
그러나, 대제 치세 초반 이어진 강력한 정교회 국교화 정책은 아라비아 방면으로 진출을 꾀하면서 폐기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해외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나는 작은 걱정에 휩싸였다.
‘사회 통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언어부터 종교, 생활 습관까지 다른 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나 서유럽의 경우 국경의 의미가 약하다 보니 이리저리 이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선호하는 이주처가 아니었다.
단기간에 급격히 이주민이 들어오고, 또 그들이 대규모로 동부 개척 도시로 이주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간 원 역사와 달리 시베리아가 러시아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최악의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까지 하기도 했었다.
물론 신대륙의 식민지와 달리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 다르지 않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 이 동네가 얼마나 많은 나라로 쪼개졌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난 교육, 특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았다.
개척 도시에는 반드시 학교를 세우고, 학교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신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대부터 외부인을 배척하는 것은 생존 전략의 일부나 다름없단 말이지.’
낯선 이를 경계하는 것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태도였다.
특히나 러시아처럼 외부와의 교류가 적고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한 국가일수록 외부인에 대한 배척은,
‘심해야 정상인데. 대체 이유가 뭐지?’
내 걱정과 달리 이 러시아 사회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 나한테 보고가 안 올라오는 건가 싶어 신료들을 데려다 물었다.
“전부 폐하 덕분이지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신료들의 설명을 들으니 현재 러시아 신민들은 자신들이 러시아 제국의 사람이라는 것에 아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폐하, 소신이 한 말씀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때,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앞으로 나온 이가 있었다.
보아하니 아직은 낮은 등급의 서기관.
“저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마크라고 하옵니다.”
마크는 몇 달 전 자신이 처음 러시아에 도착했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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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러시아입니까?”
“런던보다 더 번화해 보입니다, 아버지.”
“그러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발전된 러시아의 모습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마크네 가족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자네들은 어디서 왔나?”
“네? 그러니까 스코틀랜드에서···.”
“세상에.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중요합니까? 그만큼 러시아는 살기가 좋다면 문제 없죠.”
“아, 암만. 당연한 말을.”
마크의 대답에 질문을 던졌던 러시아인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이들도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폐하께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거든.”
“그럼, 그럼. 그분의 신민으로 사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네.”
“그런데 영어를 잘 하십니다.”
“아, 학교에서 가르쳐 주거든. 자네 러시아어도 나쁘지 않구만.”
“네. 미리 공부를 좀 했습니다.”
“아이고 보아하니, 아주 성공하겠구만. 요새 관청에서 관리를 많이 뽑으니 거기 가보게나.”
“보니까 딸인가? 여긴 남녀 구분 없이 학교를 다니는 거 알지?”
“가면 이것저것 다 가르쳐 줘. 점심도 준다네.”
여하튼 어리둥절한 마크네 가족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던 러시아인 중 하나가 감자튀김을 내밀었다.
“이, 이것은···.”
“자네도 이제 이 러시아의 신민이 될 것 아닌가. 환영 선물일세.”
“감, 감사합니다.”
먹고살기 어려워 낯선 땅으로의 이주를 결정했지만, 그라고 걱정이 없었겠는가.
저만 믿고 따라오는 가족들을 보며 뭐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결심을 하고 도착한 이국땅.
낯선 언어로 가득한 도시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던 그에게 내민 따뜻한 온기에 마크는 그만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원, 사람도. 어디서 뭘 하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잘 살 수 있을 걸세.”
“그럼, 우리 폐하만 믿고 따르면 다 잘 될 거란 말일세. 자네가 먹는 그 맛난 감자튀김도 전부 폐하의 은혜라네.”
무슨 광신도처럼 말끝마다 우리 폐하를 반복하는 이들이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이곳에서는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첫날의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뒤 이주민들을 위한 교육이 있다는 말에 마크는 안내된 광장으로 나갔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이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
“동부 개척지로 떠나면 혜택이···.”
“도네츠크 공장 지대에서 노동자를 모집하는데···.”
“읽고 쓰는 것이 되는 이들은 시험을 보고 하급 관료가···.”
이민청에서 나왔다는 관리는 다양한 일자리에 대한 안내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적응을 위한 생활 정보도 알려주었다.
“네? 개종을 안 해도 된다고요?”
“이 러시아에서 종교는 개인의 자유일세. 아비라 해도 아들의 종교에 왈가왈부해서는 안 되네.”
관리의 설명에 놀란 것은 마크만이 아닌 것 같았다. 교육장에 모인 이주민들은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슬람도 카톨릭도, 여러 개신교도 상관없네. 우리 러시아에는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도 있다네. 그러나 딱 하나!”
관리의 말이 멈추자 사람들은 웅성거리는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집중한 것을 확인한 관리가 힘 있는 목소리로 강조했다.
“포교는 절대 금지일세.”
“네?”
“앞에서 말했지만, 아들의 종교에도 아비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이의 종교를 비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종교를 믿으라고 포교하는 활동 또한 이곳에서는 불법이니 잘 기억하게.”
“그 혹시나 어기면···.”
“단순 실수나 의도적이냐에 따라 다르지. 아, 혹시 수도사님이시오?”
“그렇소.”
그를 보며 관리가 물었다.
“우리 러시아에서는 종교인도 세금을 내는 것은 아시오?”
“뭐요?”
“정교회는 물론이고 모든 종교의 사원은 재산세, 소득세를 내고 속한 사제들도 인두세와 더불어 종교세를 내오. 아, 군역에 대한 의무도 있소. 그들도 모두 이 제국의, 황제 폐하의 신민이 아니겠소?”
“!”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소리보다 더 놀라운 말이었다.
“그리고 각 종교의 지부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은 종교인으로 취급받지 못하니 이도 알고 계시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교회나 수도원을 세울 수 없고, 사람들을 모아 설교 같은 종교 행사를 주관할 수 없다는 소리요.”
관리와 수도사의 문답을 듣던 이들이 중얼거렸다.
‘여긴 신 위에 황제가 있다더니.’
‘근데 맞는 말 아닌가. 신부도, 수도사도 전부 제국의 신민이잖은가.’
‘크크. 그러게. 난 어째 저걸 보는데 속이 다 시원하네.’
‘그, 그래도 이게 맞는 건가? 신이 분노하시는 것···.’
중얼거림 속에 담긴 누군가의 걱정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수도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신께서 주신 신성한 지위를 어찌 한낱 세속의 군주가···.”
“그럼 나가시오.”
분개한 어조로 항의하는 수도사에게 관리는 서늘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광장은 찬물이 끼얹어진 듯 조용해졌다.
“신이 그리 좋으시면, 러시아 밖에 그 지위 인정하는 나라서 사시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누가 되었건 황제 폐하의 다스림 앞에 평등하오.”
“···.”
“그리고, 당신이 믿는 신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신이 진정으로 자비로운 신이라면 허례허식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그저 마음으로 믿고 따르면 그에 대해 보답해 주실 것이 아닌가.
더불어 신의 말씀을 전하는 종이라면서? 그럼 일반 신민들보다 더 봉사하고, 더 검소하게 사는 것이 자네들이 말하는 신실함 아닌가?-
마치 황제인 양 오만한 표정으로 수도사를 내려다보며 읊조리는 관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여있던 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맞는 말이오.”
“옳소.”
“내가 믿는 것은 신이지, 당신 같은 이가 아니오.”
누군가의 외침에 잔뜩 얼굴이 붉어진 수도사가 삿대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런 불신자들의…”
탁!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삿대질하는 수도사의 손을 쳐낸 관리가 웃으며 말했다.
“꺼져. 황제 폐하의 이 땅에 너같은 놈은 필요 없어.”
그 관리를 보면서 마크는 누구보다도 큰 충격을 느꼈다.
동시에 의구심이 들었다.
“저, 저기.”
“뭔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기 교황은 파문을 안 시킵니까?”
파문.
종교 지도자들이 세속 군주들을 휘두를 수 있었던 강력한 힘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혼을 허가받지 못한 영국의 왕은 아예 새로운 종파를 만들지 않았던가.
종교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는 황제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이거 옛날 잉글랜드 꼴 나는 거 아냐?’
지금 관리가 이야기하는 종교의 자유란 것이 어쩌면 교회와 황제의 알력 싸움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마크의 질문을 들은 관리의 반응은,
“푸하하. 자네 좀 배운 사람인가 보구만. 그런 걸 물어오다니 말일세.”
마치 마크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관리는 은근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왜 그 옛날 잉글랜드의 헨리 8세라도 생각한 것인가?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네.”
정교회에는 교황도 없고, 가장 높은 지위인 총대주교는,
“현재 공석이라네. 우리나라엔 신성종무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종교 사무를 관장하는데 그 마땅한 인사가 없어서 말일세.”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임명도 못 하고 계속 공석으로 있다는 설명에 마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말았다.
“그런데 그러면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고, 빈민 구제는···.”
서양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교회가 맡아온 역할을 언급하는 마크에게 관리가 눈을 반짝이며 되물어왔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응? 제대로 잘 대답하면 내, 특별히 자네에게 추천서를 써줌세.”
하급 관료 시험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추천서까지 써주겠단 말에 마크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은혜로운 황제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