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46)
#046
15세기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를 주축으로 대서양 방면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항해 시대의 시작이었다.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가든, 아프리카 남쪽의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로 가든.
바다를 통한 무역이야말로 유럽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었고, 발전이 시작점이었다.
그 때문에 차르가 되기 전부터 표트르 대제의 가슴에는 바다에 대한, 함대 건설에 대한 꿈이 들어있었다.
그랬기에 네덜란드에 가서 직접 배를 만드는 목수 노릇까지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러시아에게 바다란 참으로 쉽지 않은 존재였다.
수도를 발트해 연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전하고, 오랜 숙적이던 스웨덴을 깨부수면서 발트해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지만 실상 빛 좋은 개살구였다.
좁디좁은 외레순 해협을 통해 나간 바다는 북해.
그곳에서 사실상 영국의 바다인 북해를 한참 지나야 간신히 대서양이나 다른 나라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둘째치고, 겨울이면 얼어버려 쓸 수 없는 반쪽짜리 항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제는 그토록 부동항에 목을 매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쉽지 않았다.
지중해는 너무도 멀었고, 그나마 가까운 흑해 연안을 노려보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조프를 두고 오스만과 뺏고 뺏기는 공방전을 벌인 것도 여러 번.
원 역사에서 대제는 끝끝내 부동항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
대제뿐이었으랴.
러시아가 기어코 얻어낸 부동항은 저 동쪽 끝의 블라디보스토크.
그것도 1860년에야 간신히 얻어낸 수확이었다.
물론 예카테리나 대제시절 크림반도를 얻어내고 흑해함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얼마 안 가 크림전쟁에서 패하면서 흑해함대는 사라진다.
그러나 나의 개입으로 대제는 오랜 염원이었던 부동항의 꿈을 이루었으니 다름 아닌 반다르아바스였다.
그렇게 반다르아바스를 얻은 이후 대제는 흑해 연안에 관한 관심을 끊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가려면 보스포르스 해협과 마르마라해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단 차라리 아라비아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훨씬 낫지.”
애초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려는 목적이 무엇이던가. 이 유럽에 없는 것을 아시아나 신대륙에서 가져오기 위함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굳이 러시아는 지중해로 나아갈 필요성이 없었다.
‘내륙 교통망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만 깔고 나면 태평양에 집중하는 게 낫지.’
그런데 왜 이제 와 저것들이 난리란 말인가. 이제 니들한테 관심 없다니까. 그냥 얌전히 있을 것이지.
“저것들이 지금 관심받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어이없다는 내 중얼거림에 신료들 또한 비슷한 반응이었다.
크림칸국 놈들이 본래 노예무역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었다.
대체 농사도 잘되는 비옥한 토지에 자리 잡고 살면서 농사는 안 짓고 약탈만 주야장천 해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얌전했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러시아보다 더 좋은 먹잇감이 있었다.
다름 아닌 폴란드령인 서부 루테니아.
오스만은 우리 러시아와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건 크림칸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크림칸국의 약탈은 드네프르강 서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얼마 전 크림칸국의 무리가 우리 영토를 약탈한 것이다.
“피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두면 계속해서 쳐들어올 것입니다.”
약탈과 납치 전문가 아니랄까 봐, 크림칸국은 아주 재빨랐다. 어린아이들은 상품 가치에 비해 수고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고 도망간다더니, 정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국경지대의 마을 세 개를 털어먹고 여자들만 끌고 갔다.
“이번 참에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밟아버리지요.”
“지난번의 빚을 갚아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료들은 이번에야말로 지난 1711년 빼앗긴 아조프를 되찾아올 기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겨우 그거 빼앗자고 군을 일으키는 것은 뭔가 아쉬웠다.
“여기까지는 무리겠지?”
내가 손가락으로 짚은 곳을 바라본 신료들이 조용해졌다.
“로마제국을 계승하실 생각이시옵니까?”
“그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기는 합니다만.”
“기왕 군을 일으키는 것 목표를 높게 잡으면 어떨까 해서 말이네.”
내 말에 스테판 아프락신이 고개를 내저었다.
톨스토이가 그랬듯, 대제의 충신이었던 해군 참모총장 아프락신 또한 은퇴한 지 오랬다.
대신 그의 뒤를 이어 조카인 스테판 아프락신이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무리입니다.”
“흐음.”
“그리고 굳이 로마제국이라는 이름 이외엔 실익도 없는 땅이 아닙니까. 차라리 이곳을 얻는 게 더 낫지요.”
콘스탄티노플을 향해 쓸모없다며 악평을 쏟아낸 스테판이 가리킨 땅은 폴란드였다. 정확히는 서부 루테니아.
“역시 이번엔 무리겠지?”
“무엇보다 거기까지 가면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프랑스 놈들도 기를 쓰고 막아설 것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인 아흐메트 3세는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이였다. 특히나 프랑스와 맺은 우호 관계는 꽤나 돈독했다.
그리고 아직 오스만은 대국으로서 저력이 남아있는 상태이기는 했다.
싸워서 빼앗고자 한다면 못 할 것도 없긴 하나, 아프락신과 다른 신료들의 말처럼 굳이였다.
거기에 같이 오스만을 패러 가자면 신나서 달려올 오스트리아도, 우리가 콘스탄티노플까지 노린다고 하면···.
“태도가 좀 달라질 겁니다.”
“당연하겠지.”
“그리고 지금은 솔직히 그쪽에 쏟을 힘도 아깝습니다.”
크림칸국 놈들이 깔짝거리는 것이 영 신경 쓰이니 정리를 하기는 해야겠지만, 굳이 더이상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신료들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도 같았다.
“하긴, 그쪽보단 여기를 싹 정리하는 것이 낫겠지.”
“네, 아프간 왕국은 여전히 혼란하다고 합니다.”
기껏 살 방도를 마련해 주었으나 영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아시라프였다.
거기에,
“폐하, 카자흐칸국의 아불 카이르 칸에게서 연락이 왔사옵니다.”
드디어 중앙아시아를 손에 넣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중앙아시아를 손에 넣고, 반다르아바스를 통해 바로 아라비아해로 나갈 길이 열린 것이다.
준가르들에게 시달리던 카자흐칸국에서 러시아의 보호를 요청해온 것이다.
원 역사에서 카자흐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다소 미묘했다.
먼저 굽히고 들어와 러시아에게 보호를 요청하기는 하지만, 칸이 바뀔 때마다 카자흐칸국은 우리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어떻게든 자신들만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거기에 종교나 생활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고, 또 원 역사의 러시아엔 굳이 카자흐칸국을 손아귀에 꼭 쥐고 있어야 할 필요성도 적었다.
‘그 모래사막이 대부분 아냐?”
‘농사짓기도 힘든데.’
‘기병들이야 카자크인들이 있는데, 뭐.’
그런 이유로 카자흐칸국의 줄타기는 지속될 수 있었고, 미래에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를 이룩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리 러시아엔 중앙아시아를 손에 꼭 넣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반다르아바스.
지금은 뚝 떨어진 섬처럼 존재하고 있는 땅이지만, 차츰 그 중간의 땅을 우리 러시아의 땅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실상 정교회를 국교로 통일성 있는 제국을 추구하던 것에서 다종교, 다문화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에게도 신료들에게도 흑해는 2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흑해와 크림반도. 있으면 좋겠지만, 콘스탄티노플까지 점령하지 않는 한 계륵일 수밖에.
“흑해 쪽은 적당히 크림칸국 놈들만 정리하고, 이쪽으로 집중을 하지.”
“넵.”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본래 계획은 그랬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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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칸국 정벌은 아조프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간 제철 기술의 발전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된 우리 러시아군의 대포 앞에 아조프의 성벽은 종이짝이나 다름없었다.
“이야, 역시 대포만 한 것이 없습니다.”
“네, 바퀴를 달았더니 기동성도 좋고···.”
“크기가 작으니 말이 아니라 사람 몇만 붙어도 금세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적당히들 쏘라고 해. 다 부수고 나면 결국 다시 지어야 하는 거 몰라?”
내 말에도 대포 사랑에 빠진 장교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시멘트가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그리고 저리 허접한 것을 재활용하다뇨. 차라리 싹 치워버리고 새로 짓는 게 낫습니다요.”
심지어 공병대조차 저리 말하니, 어쩌겠는가.
그렇게 아조프를 수복하기 무섭게 이번엔 해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아라비아 원정 당시 카스피해에서 쏠쏠하게 써먹었던 드래곤노트를 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보다 조립 속도가 꽤나 올라간 것 같군.”
“그때가 언젠데요. 당연히 실력이 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륙에서는 그간의 울화를 풀 기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던 카자크 기병들이, 해안에서는 드래곤노트가.
그렇게 아조프해 연안의 크림칸국 도시들은 금세 가루가 되어 깨지기 시작했다.
“굳이 이렇게 친정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 데 말입니다.”
“그러게. 나도 굳이 신혼에 여기까지 오고 싶지는 않았다만.”
그럼에도 내가 온 이유는 다름 아닌 프리드리히와 나탈랴 그리고 표트르 때문이었다.
아직 어린 세 아이에게 전장의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서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한 것이었다.
대제가 그랬고, 내가 그랬듯 세 아이는 하급 장교로 전쟁에 참여했다.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워야지.’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인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밑바닥의 경험을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와우! 폐하의 삽질은 언제봐도 예술입니다.”
“자네도 입만 놀리지 말고 좀 움직이지?”
“하, 하. 알겠습니다.”
“뭣들 하나.”
새로 쌓는 아조프 성벽 건설 현장에서 잠시 잠깐 이리 같이 어울리는 것만으로 황실에 대한 병사들의 충성심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식사가 이게 무어냐? 보급이 제대로 이뤄진 것이 맞느냐?”
이렇게 중간중간 쥐새끼들을 색출하면서 말단부터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아조프 성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온 나는 전황에 대한 보고를 듣기 시작했다.
“아조프 성벽 건설이 마무리되면 바로 관청과 학교 건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인구조사는 아무래도 안정된 이후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은 오스만 쪽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주민들이 상당합니다.”
“함대에서 온 보고입니다. 표트르 전하께서···.”
손을 들어 보고를 끊은 내가 인상을 썼다. 암만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우하라고 해도 완벽히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차별을 해버리면 굳이 소위로 전장에 참여한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지금 겨우 소위의 활약상에 대한 보고를 들어야 하나? 응? 그 소위가 함포 한 발로 배를 격침하기라도 했나?”
“네.”
“뭐?”
중간에 오스만의 함대와 조우했는데 전장을 이탈하면서 쏜 포가 원샷원킬을 했다는 말에 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전하께서 포신의 발사각도와 유효사거리에···.”
“그게 아직 없었어?”
“이번에 개발한 신무기라 이번 전장에서 작성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활약상을 보이는 것은 표트르만이 아니었다.
“뭐?”
나탈랴와 프리드리히는 카자크 기병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는데, 두 녀석의 활약또한 만만치 않았다.
“뭐? 선봉에 서?”
“이놈들이 위험하게···.”
“기병들 사이에 황녀 전하께서 승리의 여신이라 불리신답니다.”
“아이구야.”
그 아이들의 성격을 모르고 보낸 것은 아니지만, 표트르와 달리 보고를 들을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아비의 마음이었다.
‘그래도 굳이 위험하게 선봉이라니. 아이고.’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나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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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정말로 도강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아버님, 아니 황제 폐하께서 뭐라고 하셨나? 아예 싹을 밟아버린다고 하시질 않으셨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본래 나탈랴가 받은 군사 계급은 소위. 자그마한 소대를 이끄는 소대장이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하는 이들이 누구던가.
어린 시절 키예프에서부터 함께 말을 타고 들판을 쏘다니던 카자크들이었다.
때문에 소위에 불과한 나탈랴가 소대가 아니라 부대 전체의 지휘를 맡게 되어버렸다.
‘근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나밖에 없네.’
너무 자연스럽게 나탈랴에게 의견을 묻는 장교들을 보며 프리드리히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전투마다 선봉에 선 나탈랴는 정말로 전쟁의 여신 같았다.
‘대체 어떻게 그걸 다 볼 수 있는 거지?’
기병대 선봉에 서서 달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흐름을 읽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이번 전쟁은 원정이었다.
낯설다 못해 처음 오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특히나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탈랴와 함께라면 달랐다.
“저기 매복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네?”
“저쪽으로 돌아서 옆구리를 확 찌르면 딱 반으로 갈라질 것 같지 않아?”
“글쎄요.”
“저 새끼만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쟤요?”
나탈랴도 나탈랴지만, 프리드리히에겐 더 이해가 안 가는 존재들은 카자크 기병들이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렇겠군요. 그럼 그렇게 기동하겠습니다.”
“저놈을 집중적으로 노리죠.”
나탈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은 무조건 복종이었다.
의구심조차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황녀 전하의 말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덮어놓고 따르면 되겠습니까?”
그의 의문 제기에 카자크 기병들은 피식거리며 프리드리히를 비웃었다.
“우리 어린 왕자님께선 잘 모르는구먼요.”
“네. 우리 황녀 전하께서 얼마나 뛰어난 사냥꾼이신지 말입니다.”
“우린 그저 전하께서 명하신 대로 딱 그대로만 움직이면 된답니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탈랴 황녀의 말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다들 전하를 이리 따르는 것이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자신이라도 이런 지휘관이 있다면 무조건 그 뒤를 따를 터였다.
그러나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차리시는 겁니까?”
“응?”
“아니, 매복이 있는 거야. 뭐 지형이라던가 이런 것을 보고 알 수 있다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상황을 멀리 떨어져 지휘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전투까지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볼 수 있느냐는 프리드리히의 질문에 나탈랴가 눈을 끔벅거렸다.
“어, 그게···.”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나탈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몰라.”
“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젠장. 그냥 눈에 들어오는데 그게 왜 안 보여? 응?”
당황한 프리드리히를 향해 나탈랴는 오히려 화를 내었다.
“아니, 왜 다들 이유를 그렇게 묻는데. 이겼잖아. 이겼으면 된 거지. 아니 넌 숨 쉴 때 숨을 이렇게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쉬어?”
“아, 아니죠.”
당황한 프리드리히가 냉큼 대답하자 나탈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그냥 난 보인다고. 나야말로 다들 왜 모르는지 그게 더 이상해.”
“아, 네.”
기가 팍 죽은 채 나탈랴의 막사에서 나오는 프리드리히에게 기병대 장교들이 접근해왔다.
“흐흐. 황녀 전하께 깨졌구만.”
“이제 알겠나?”
“네?”
“우리가 그냥 움직이는 이유 말야.”
“어차피 물어봐야 답은커녕 욕만 먹는다고.”
어쩌다 보니 카자크 기병들과 강한 유대감을 쌓게 된 프리드리히였다.
여하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며 부대를 이끄는 나탈랴가 이끄는 카자크 기병대를 막을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나탈랴와 프리드리히, 카자크 기병대는 드네프르강 하류를 건너, 오데사까지 진격한다.
그리고···.
며칠 후 아조프.
“걔들이 왜?”
폴란드에서 사절단이 왔다는 소식에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폴란드 사절단의 이야기를 들은 난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생뚱맞게 자신들의 국민을 우리가 납치했다며 항의를 해오는 것이 아닌가.
“납치? 아니, 제 발로 걸어들어온 것이 어찌 납치란 말인가?”
내 되물음에 폴란드 사절 또한 답이 궁한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더니, 우리 나탈랴가 복덩이는 복덩이였다.
참으로 탐이 나기는 했으나, 적당한 명분이 없어 침만 흘리고 있던 그 땅을 우리가 먹을 명분이 생긴 순간이었다.
명분은 만들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