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2)
#072
현대인의 기억을 가진 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제국 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전통적으로 많이 이용해온 상단을 이용하는 방식 이외에도 해외로 유학 간 러시아 출신의 학생들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일단 상인이든 유학생이든 내가 외국인들을 의심하듯, 외국의 러시아인들도 똑같이 의심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동시에 의료부대의 파병을 요청하면서 난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나 적십자처럼 사람들의 의심을 받지 않고 활동하는 조직이 있다면···.’
인류애로 똘똘 뭉쳐, 국가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면 그 제약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특히 전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그리고 내겐 이 아이디어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몬태규 부인 말이다.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라도 전장에 의료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허락해주시면 안 되겠사옵니까?”
치료해줄 사람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는 이국의 젊은 생명이 안타깝다는 몬태규 부인의 말에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허락의 말을 건넸다.
“부인의 진심을 내 어찌 외면할 수 있겠소. 허락하리다.”
내 허락에 몬태규 부인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격을 표현했다.
“지난번 상대편이었던 영국과 하노버군을 치료하는 것을 허락해주실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폐하는 정말로 성인이시옵니다. 정말 살아 숨 쉬는 성인이시옵니다.”
그길로 황궁을 나간 몬태규 부인은 백방으로 사람을 모았다.
-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할 이를 모집합니다.-
나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몬태규 부인은 세계 최초의 민간 의료 봉사단을 조직할 수 있었다. 뭐, 사실상 그녀가 운영하는 간호학교 졸업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신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국 정부 차원에서의 일은 아니나, 그 의도가 참으로 거룩하고 숭고하도다. 의료인으로서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라.”
“몬태규 부인이 정말 대단한 생각을 했습니다.”
“호응하는 의료진들이 많다니 놀랍습니다.”
“우리 러시아의 위대함을 만방에 알리기에 참으로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각국에 바로 봉사단에 대해 알리고 안전보장을 요청하겠습니다.”
내 의도를 전혀 모르는 신료들은 몬태규 부인의 봉사단에 극찬을 늘어놓으며 기뻐했다.
여전히 러시아를 깔보는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잘난 체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다들 화색이 만연했다.
그에 비해 봉사단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반응은···.
“봉사단?”
“그게 대체 뭔데?”
처음엔 떨떠름했다. 그러나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의료진 부족이 심각했다.
“그 몬태규 부인인가 하는 전임 간호학교 원장이 봉사단을 조직해 전장에 오고 싶답니다.”
“구성이 어떻게 되는데?”
“들어보니 이번에 간호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간호학교 출신들의 실력은 믿을 수 있지 않습니까?”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저쪽도 치료하겠다며?”
“아, 네. 그런데 일전의 전쟁에서도 러시아군은 영국군과 하노버군을 치료해주지 않았습니까?”
수하의 말에 고민하던 상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뭐. 의사들이 그래야지. 아니, 그러니까 더 믿음이 가기는 하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대체 의사야 그렇다 치고 이발사 놈들까지 갑자기 부족하게 된 이유가 뭔가?”
“그게···.”
그건 사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름 아닌 얼마 뒤 치러질 의학 인증제 때문이었다.
조만간 열릴 예정인 우리 러시아의 의학 인증제에 외과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이발사 길드에 알려준 탓이었다.
안 그래도 의사들과 외과 분야를 두고 한참 경쟁 중이던 이발사 길드는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어모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내고 있었다.
“무조건 의대 놈들보다 우리가 더 많은 합격자를 배출해야 해.”
“우리가 신분이 없는 거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자고!”
“그럼, 그럼.”
그 때문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유럽 각지의 이발사들이 모조리 대이동 중이었다.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게 도착하지.”
“배를 타고 가면 좀 빠르려나?”
“그것도 한 달 넘게 걸린대요.”
“그럼 마차로 가는 거나 차이가 없겠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데만도 몇 주씩 걸리니 다들 오래전에 짐 싸 들고 집 떠난 지 오래였다.
그러나 덕분에 몬태규 부인이 조직한 의료 봉사단은 손쉽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양쪽에서 모두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으로 의심 없이 파견할 수 있는 정보조직을 창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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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발족식을 하자고요?”
“네, 아무래도 그것이 좀 더 단원들에게 소속감도 심어주고, 우리 봉사단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자기 일을 도와 봉사단 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니카의 말에 몬태규 부인이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그럼 봉사단의 이름도 만들고 상징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름과 상징이요?”
“저는요. 이 봉사단이 계속, 할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전쟁이 아니더라도 저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 오래도록 유지될 단체를 만들었으면 하거든요.”
“세상에, 아니카. 그대는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군요.”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신을 칭송하는 몬태규 부인의 모습에 아니카는 가슴이 따끔거렸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몬태규 부인의 생각처럼 자신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난 그저 폐하께서 바라시는 일이라 하는 건데. 거기다 이거 전부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인데···.’
두 번째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들이 실상 황제 폐하가 알려주신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봉사단에는 아니카와 비슷하게 고아로 황제의 후원을 받아 성장한, 황제와 황실에 대한 충성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내게 받은 은혜를 갚거라.’
‘이걸로 된단 말입니까?’
‘응.’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끔 정보나 전하는 것으로 된다니 이거 너무···.’
쉽지 않냐는 아니카의 말에 황제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그거면 충분한데 또 무어가 필요하더냐?’
‘저와 친구들 모두 폐하의 은혜로 이리 번듯하게 자랐습니다. 혹시 저희가 계집이라 일을 시킬 것이···.’
없어 그러느냐는 아니카의 말에 황제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난 이 러시아의 황제가 아니냐. 신민들이 모두 잘살게 해 주는 것이 내 당연한 일. 그리고 너희들이 필요할 때가 오면 언제든 부를 터니 그런 생각 말거라.’
‘네. 뭐가 되었든 페하께, 이 러시아에 저희들이 필요하다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겠나이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아, 그리고 나에 대한 마음은 너무 티 내지 말거라. 너희들은 그저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뭉친 봉사단이지 않으냐.’
잠시 황제 폐하와의 짧은 만남을 회상하던 아니카는 입술을 앙 깨물며 결심했다.
‘폐하에 대한 마음을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걸요.’
그렇게 황제에 대한 존경심으로 똘똘 뭉친 아니카와 몬태규 부인은 흰 바탕에 붉은 쌍두독수리를 그린 문양을 봉사단의 상징으로 정했다.
더불어 봉사단의 소속감과 사기를 고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선언문도 만든다.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중략···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그렇게 그들이 만든 의료 봉사단은 전장을 누비는 적수리의 천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적수리 깃발이다.’
‘살았다. 우리는 살았어!’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적수리 깃발은 휴전을, 그리고 병사들의 생존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거듭난다.
더불어 그들의 위명과 함께 우리 러시아의 인류애와 박애의 정신도 함께 퍼져나가면서 국가이미지 상승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봉사단이 1734년 발족식에서 처음 사용한 적수리 선언은 의과대학교 졸업식에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른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트리어 전쟁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한 적수리단은 계속해서 수많은 전쟁과 재난, 사고에서 앞장서서 의료봉사를 진행하며 그 덩치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의료봉사단체로 발전한 적수리단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의료보건 분야의 국제기구 역할을 하며 명성을 떨친 것이다.
이와 같은 적수리단의 위명은 국제 의사 면허시험과 더불어 러시아가 세계 의료보건 분야를 주름잡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여담으로 이 적수리단의 일부가 러시아 정보조직의 일원이라는 의심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히 21세기엔 영화나 소설 속에서 적수리단에 대한 음모론이 상당히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를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고 마는데, 음모론이 제기될 때마다 보인 적수리단의 반응 때문이었다.
‘화내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잖아?’
‘그냥 대범하게 넘기면 다들 에이 이러고 넘길 거라고.’
‘그럼, 그럼.’
‘아예 적수리단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기쁘다고 말해버리자고!’
##
1735년 봄.
적수리단을 파견하고 의학 인증제 시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던 우리 러시아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다름 아닌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의 국혼 소식이었다.
“뭐?”
“그게 정말이냐?”
“네. 펠리페 5세와 카를 6세 사이의 협약이 끝났다고 합니다.”
“하, 프랑스는?”
“당연히 길길이 날뛰고 있지만,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
처음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프랑스가 스페인과 동맹을 맺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기긴 했었다.
“스페인이랑 같이 안 하는 건가?”
“그러게요. 스페인 놈들이 이탈리아 땅을 엄청나게 되찾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펠리페 5세의 두 번째 왕비인 이사벨 파르네제는 스페인 왕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자기 아들에게 외국의 영지를 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녀가 탐내는 것은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당시 오스트리아에게 빼앗긴 이탈리아였다.
그런데 원 역사와 달리 프랑스가 스페인을 전쟁에 끼워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같은 부르봉 가문이 아닙니까?”
“그렇지?”
“아마 적당한 시일 내에 스페인이 무슨 빌미로든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스페인의 선택은 나나 신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마리아 테리지아와의 혼담이라니.”
“이대로 혼담이 성사되면 프랑스가 아예 고립되어 버리지 않겠습니까?”
“프랑스 고립도 고립이지만, 오스트리아가 너무 강해져 버립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제였다.
지금이야 동맹국으로 사이가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오스트리아였다.
“어떻게든 결혼을 저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말이겠습니까.”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젠장 이럴 때 빅토르 전하보다 몇 살 많은 황자 전하가 있으셨다면···.”
“프로이센의 아우구스트 전하라도 밀어보면 어떻겠습니까?”
신료들은 어떻게든 국혼을 깨뜨리기 위해 갖은 방책을 꺼내놓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둘이 결혼해도 괜찮지 않겠나?”
“네?”
신료들은 당황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을 한번 해보자고. 카를로스가 빈으로 오겠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카를로스와 마리아 테레지아가 사이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까?”
내 말에 몇몇은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이제 테레지아 황녀의 나이는 열여섯이 아닙니까.”
“그 나이 땐 특히나 외모에 신경 쓰는 시기이기는 하지요.”
원 역사에선 1732년 빈으로 유학하러 온 프랑수아 에티엔, 로렌의 공작에게 푹 빠져 연애를 시작할 시기였다.
‘중년의 뚱뚱한 초상화만 봤지만, 그래도 못생긴 쪽은 아니었지.’
그럭저럭 봐줄 만한 외모인 프랑수아와 달리 스페인의 카를로스는 전형적인 추남이었다.
참고로 카를로스가 얼마나 못생겼는가에 대해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그와 혼담이 오갔던 루이 15세의 딸 마리 아델라이드가 ‘저 얼굴이랑 어떻게 결혼하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혼담이 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네, 어찌 되었건 국가의 중대사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냥 두고 보자고.”
어차피 우리로선 둘의 국혼을 깰만한 방법이 없었다.
카를로스 대신 내밀만한 카드도 없거니와, 암만 뜯어봐도 둘 다 조건이 너무 좋지 않나.
카를로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고국에선 이복형 때문에 왕이 될 가능성이 없지, 거기다 어머닌 빼앗긴 자신의 모국을 어떻게든 되찾고 싶어 하지.
거기에 잘하면 황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데릴사위라도 괜찮겠다 싶을 거다.
오스트리아 처지에서도 이전에 국사 조칙을 승인받아놓긴 했지만, 불안은 여전했다.
그런데 스페인을 확실히 동맹으로 삼을 수 있다면 훨씬 마음이 놓이지 않겠나.
사실 지난번에 내가 굳이 로렌을 프랑스로 줘버린 이유가 뭔데.
로렌의 프랑수아를 치워버리기 위해서였다.
사실 마리아 테레지아의 혼처를 구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나이는 둘째치고,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합스부르크 못지않은 역사를 지닌 가문의 출신이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가문에 딱 나이도 적당하면서, 남의 가문에 데릴사위 노릇을 해 줄 그런 남자를 구하기가 쉬우냐 이거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카를로스는 흔치 않은 결혼 상대자였다.
“그리고 원래 결혼은 주변에서 방해하면 더 불타올라서 안 돼.”
“네?”
“웃으시는 것을 보니 뭔가 있으신 것이 분명해 보이시는데요?”
키킨의 말에 난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이사벨 왕비가 남편을 그렇게 잡는다는데, 며느리는 어떨까?”
왜냐면, 이사벨 이 여자의 성격이 장난 아니거든.
그리고 원래 며느리 잡기는 시어머니가 전문 아니던가.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남편 말고 덤으로 사나운 시어머니를 안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전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