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98)
#098
젠킨스의 귀 전쟁.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젠킨스의 귀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상당히 복잡했다.
신대륙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프랑스가 북미 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영국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두 나라에 대한 스페인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영국 놈들이 요즘 너무 설쳐댑니다.”
“맞습니다.”
“일단 밀수품 단속을 좀 더 빡시게 해.”
“그럴까요?”
“그래.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알겠습니다.”
당시 스페인에게는 아메리카를 오가는 영국의 선박에 승선해 밀수품을 확인할 권리가 있었다. 이는 1729년 양국 사이에 맺어진 세비야 조약의 결과였다.
그리하여 영국 선박에 대한 스페인의 단속은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1731년의 어느 날.
“이게 뭐야?”
젠킨스의 배를 수색하던 스페인 장교는 밀수품을 발견하곤 선장 젠킨스를 노려보았다.
“이번 한 번만···.”
봐달라며 굽신거리는 젠킨스의 위아래를 훑어본 장교가 칼을 뽑아 들었다.
휙.
그리곤 칼을 휘둘러 젠킨스의 귀를 잘라버렸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젠킨스를 보며 스페인 장교는 이죽거렸다.
“왜? 억울해? 가서 니네 왕한테 전해. 네 놈의 왕이 이따위 짓을 하면 난 그의 귀도 이리 베어 낼 거라고.”
목이 아니라 귀를 자르는 것에 그친 자신의 자비심에 감사하라는 스페인 장교의 말에 젠킨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억울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었다.
원래 밀수는 걸리는 순간 목숨이 위험한 일이었고, 그래서 수익이 높은 그런 일이 아니던가.
고위험 고수익.
뱃사람으로 살아온 그에게 이건 그리 큰일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당시 이 일은 그리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고 그냥 묻힌다.
그랬던 일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은 영국 내부의 사정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점점 더 심해지는 스페인의 압박에 동인도 회사는 이대로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영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스페인이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국은 스페인의 영역 바로 근처인 조지아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물론 영국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아메리카뿐이야.”
하노버를 우리에게, 인도를 나디르에게 빼앗긴 영국이 집중할 곳은 아메리카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정계의 상황도 그들의 아메리카 진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몇 년 전, 화폐 전쟁 당시 토리당은 지폐와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월풀과 휘그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했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하노버를 우리 러시아에게 빼앗긴 일로 인해 정권을 다시 휘그당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정권을 되찾은 휘그당과 다시 총리가 된 로버트 월풀은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에 끼어들 틈을 찾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원 역사와 달리 틀어진 탓에 그들은 그저 구경만 하며 입맛만 다셔야 했다.
대신 스페인이 오스트리아를 돕기 위해 나선 틈을 타 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메리카에 집중해야 해.”
“네, 어떻게든 그곳에서 세력을 더 확장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와 같은 행보는 스페인에게 압박감을 주면서 오히려 동인도 회사의 선박들이 더 수난을 겪는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결과,
“스페인 놈들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무거나 다 밀수품이라고 난리를 쳐대니···.”
“대체 언제까지 스페인 놈들에게 이리 끌려다녀야 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이번 참에 아예 조약을 새로 맺으면 어떻겠습니까?”
스페인 놈들의 만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던 동인도 회사 임원들은 누군가가 꺼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이번에 합스부르크 일로 프랑스와 스페인이 갈라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요?”
“우리가 스페인 놈을 좀 패도 프랑스가 이전처럼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영국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이나 프랑스에게 함부로 힘을 쓰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둘이 서로 같은 부르봉 가문 출신의 왕을 모시며 협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쪽의 스페인, 북쪽의 프랑스가 동시에 공격해오면 영국으로선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 놈들이 과연?”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러니 분위기를 한번 조성해보자 이겁니다.”
무릇 전쟁이란 명분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동인도 회사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스페인 놈들을 물리칠 군대를 뜯어내기 위해 젠킨스를 불러낸다.
그런 이유로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10년 만에 젠킨스는 자신의 잘린 귀를 담은 항아리를 들고 의회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간악한 스페인 놈은 분명히 이리 말했습니다. 네 왕의 귀도 내가 잘라줄 수 있다고요.”
동인도 회사는 언론을 이용해 사건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밀수꾼의 귀가 잘린 일이라고 비하될 사건이 아니다. 우리 대영제국의 신민이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스페인의 장교에게 공격당한 무도한 사건이다.-
-간악한 스페인 장교는 감히 우리 국왕 폐하를 모욕했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긴다면 누가 우리 대영제국을 존중하겠는가?-
국왕 모욕, 국민에 대한 보호 등등 갖가지 명분을 끌어다가 사건을 포장한 동인도 회사의 노력과 더불어, 어떻게든 월풀의 꼬투리를 잡고 싶은 토리당의 간절한 바람이 더해졌다.
“10년 전 총리가 누구였나? 월풀이었다.”
“국민을 외면한 총리가 과연 총리의 자격이 있는가?”
“월풀은 물러나라.”
원 역사에서도 젠킨스가 귀가 잘리고 7년이 지난 뒤에야 의회에 자신의 잘린 귀를 담은 단지를 들고 나타난다.
그의 배후에 토리당과 동인도 회사가 있었던 것도, 그의 호소에 영국의 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린 것도 모두 똑같았다.
단지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자국민의 보호를 명분으로 한 영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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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우방 영국의 어려움을 그냥 보고 있을 수야 없지.”
내 말에 젠킨스의 귀 전쟁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던 신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폐하?”
“왜?”
“영국이 우리의 우방이었습니까?”
우리는 그렇다 쳐도 영국 놈들은 절대 그리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뭐 적도 아니잖나?”
“그야···.”
“그리고 저 판에 끼어서 좀 키워야 하지 않겠냔 말일세. 그래도 스페인보단 영국 놈들이 더 낫잖아?”
“그 어떤 구상인지는 감이 옵니다만, 과연 영국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영국과 스페인이 한 판 붙었다는 이야기에 쾌재를 부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신료들 또한 둘이 신대륙에서 대대적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영국과 스페인이 오래오래 열심히 싸워야 뒤에 있는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테니까.
특히나 태평양을 두고 스페인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는 우리로선 영국이 가능한 오랫동안 스페인의 눈을 붙잡아 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과연 영국 놈들이 순순히 우리를 끼워주겠습니까?”
“맞습니다. 스페인도 영국도 우리가 끼는 걸 반기지 않을 텐데요.”
체르카스키의 중얼거림에 볼린스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번 하노버도 그렇고 지폐 건도 그렇고 감정이 좋지 않을 텐데요.”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 때 영국은 우리의 도움을 받는 대신 결국 하노버를 넘겨야 했다.
하노버를 넘기면서 했던 순수 영국 선언 덕분에 잉글랜드는 지킬 수 있었지만, 조지 2세는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휘그당에 앙심을 품었다.
그 덕분에 쫓겨났던 로버트 월풀이 다시 총리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당연히 우리에게 여러모로 유감이 많은 월풀은 당연히 러시아라면 이를 박박 갈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었다.
“글쎄, 개인적인 호불호와 국가 중대사는 다른 법 아니겠는가? 나도 영국은 별로···.”
그렇게 뜯어먹으시곤 인제 와서 싫다고 하시는 것은 너무 하지 않냐는 신료들의 눈초리를 외면한 난 씨익 웃으며 되물었다.
“여하튼 그때 놈들이 탐내던 대포랑 이런 것들 판매해 준다고 운 한번 띄워보라고.”
“그럼 지난번보다 좀 저렴하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렴하게 라니. 그건 안될 말이지.”
“네?”
“전쟁 특수인데 더 비싸게 받아야지.”
그럼 당장 거절의 말이 돌아오지 않겠냐는 말에 난 씨익 웃어 보였다.
“전쟁의 이유가 젠킨스의 귀 때문이라며. 밀수꾼 같은 범죄자도 소중한 대영제국의 신민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귀한 대영제국의 신민이 스페인 장교 놈에게 위해를 당한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전쟁도 불사하는 거라며.”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그까짓 무기 살 돈이 아까우면 쓰겠나? 아, 아. 우리 월풀 총리는 안전한 후방에서 명령이나 하시는 분이라 전장에서 죽어가는 젊은 청춘들이랑 상황이 다른가?”
“!”
내 말에 신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역시나, 볼테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널에 특집기사를 하나 싣겠습니다.”
“그래?”
“네.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장에서 죽어가는 젊은이들과 안전한 후방에서 이득을 누리는 자들, 그리고 국가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등등 뭐 이런 내용을 철학적으로 엮어서 좀 난해하게, 그러나 가슴이 울리게 어떻습니까?”
“역시. 자네는 내 마음을 잘 아는구먼. 그런데 지금은 아냐.”
“네?”
“지금 저널에다 그런 기사를 실으면 너무 직접적이잖나.”
“그럼···.”
“원래 여론 조작은 티 나지 않게 스리슬쩍 해야 하는 법이라네.”
내 설명을 들은 볼테르는 엄지를 치켜세웠고, 다른 신료들은 월풀이 불쌍하다며 애도의 말을 읊조렸다.
“그러니까 에메렌시아를 불러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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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말입니까?”
“그래. 배경은 식민지가 좋겠군. 정적의 모함으로 몰락한 귀족 가문의 영식을 남자주인공으로 하고. 음, 외모는···.”
내 말을 전부 들은 에메렌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말씀하신 조건을 다 넣으면 영국인 아닙니까?”
“그런가? 그렇지만 대놓고 영국 놈이라고 묘사만 안 하면 된다고.”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내용에 반드시 이런 에피소드가···.”
“군대 이야기 말입니까? 과연 여자들이 좋아할까요?”
“응”
좋아해. 엄청 좋아한다고.
원래 자신이 못 해본 것,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하기 마련이었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결말이 새드엔딩이여야해.”
“네?”
전장에서 남자주인공을 죽여버리라는 내 말이 꽤 충격이었는지 에메렌시아는 동그래진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해피엔딩도 좋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오래도록 회자되려면 결말에 임팩트가 있어야지.”
내가 초안을 잡아준 소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되었다.
에메렌시아의 유려한 문장과 묘사에 이름난 화가들을 데려다 그린 삽화까지.
특히나 귀족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표지부터 시작해 공들여 만든 책은 명품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퀄리티였다.
그렇게 완성된 소설책은 평소와 달리 러시아판과 영어판을 동시에 찍어내기 시작했다.
“요즘 그랜드 투어 오는 영국 놈들이 꽤 된다지?”
“네.”
영국의 젊은 귀족들이 떠났던 중세 판 수학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투어. 원 역사에서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는 대개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랜드 투어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러시아로 오고 있었다.
상테페테르부르크에서 철마와 고층 호텔들을 구경하고, 저널에 투고문을 싣는 데 성공한 학자들이 모여서 여는 토론회나 강연회에 참석하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아직 런던에 풀리지 않은 저널이나 각종 소설을 잔뜩 구매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놈들을 통해서 유통하자고.”
“폐하의 말씀대로 표지와 내부 삽화를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분명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집안 여자들이나 관심 있는 영애들을 위한 선물로 딱 좋지 않겠나.”
“그런데 이게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볼테르가 이야기했듯이 저널에 특집기사를 싣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몇몇의 질문에 난 고개를 흔들었다.
“여론을 만들 때는 너무 티가 나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이런 로맨스 소설은 여인네들이 보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일부러 했다는 게 티가 안 나겠지.”
“네?”
“그리고 로맨스는 여자만 본다는 고정관념은 버리라고. 여자들 사이에 유행하면 결국 남자들도 보게 되어 있다고.”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내 설명에 신료들은 나이 든 이들은 모르겠지만, 영애들의 환심을 사려는 젊은 영식들은 은근슬쩍 읽어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군대 이야기가 많잖아. 여자들이 이걸 보고 알까?”
“글쎄요. 잘 모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궁금하기는 하지 않겠어? 그럼 누구한테 가서 묻겠나?”
“!”
평소엔 군대의 기역자만 나와도 치를 떨던 여자들이 먼저 군대 이야기를 꺼내면 입이 근질근질하던 사내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확실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렇게 돌아서 가면 저희가 일부러 했다는 것은 들키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뭐, 예리한 놈들은 긴가민가하겠지만 그때쯤이면···.”
“게임 끝이죠.”
“그리고 남자들 사이의 유행보다 여자들 사이의 유행이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나.”
“아, 그런 것까지 생각하셨습니까? 대단하십니다.”
21세기 방송국 놈으로 살았던 나에게 이런 것쯤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여하튼 내가 기획한 소설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 책은?”
“어떻습니까? 영문판도 같이 나왔는데 도련님과 같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죠.”
“나 같은?”
“선물용으로 구매하시려는 것 아닙니까? 표지도 멋지지만, 여기 내부의 삽화가 진짜입니다.”
“호오.”
“여성분들의 취향에 딱 맞춘 거라 아마 선물하시기에 최고일 것입니다.”
“그런데 보니까 꽤 많이 팔리는 것 같은데···.”
너무 흔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서점 주인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니 더 좋지요. 유행하는 물건이야말로 실패하지 않는 선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설마 선물을 하나만 준비하실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그야 그렇지.”
특색 있는 선물도 좋지만,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에 너도나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 난 열권···.”
“난 스무 권···.”
그렇게 귀족용으로 제작된 소설책이 어느 정도 팔려나가는 것을 확인한 난 조금 더 저렴한 버전의 책을 다시 찍었다.
“이건 영국으로 바로 보내지.”
“알겠습니다. 아마 지금쯤 귀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으니 조만간 평민들도 구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내가 기획한 소설은 영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전 유럽을 휩쓸고 신대륙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사이, 난 다음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내야 하네.”
“이를 말이겠습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그대만 믿겠네.”
나의 특명을 받은 일련의 외교관들이 런던을 향해 떠났다.
‘단순히 영국과 스페인의 싸움을 키우는 데서 끝낼 수는 없지.’
어차피 전쟁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보다는 그 전쟁을 통해 다른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를 위해선 반드시 월풀을 실각시켜야 했다.
“자네들이 잘해주어야 월풀 그놈을 잡을 수 있네.”
이미 한 번 잡았던 그놈을 다시 잡는 게 뭐 별거냐고?
‘그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 전쟁에서 중요한 것이 명분이라면, 큰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과정이 아니겠는가.’
조각조각을 잘 맞춰야 제대로 된 그림이 완성되는 법이었다.
소설보다 더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