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most insane empero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300)
역대급 미친 황제가 되었다-300화(300/300)
역대급 미친 황제가 되었다 300화
모든 것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그 끝을 반복하는 자가 되었다.
100년 뒤의 제국에서 처음으로 환생한 후, 나는 죽음과 삶을 반복하면서 여러번 환생했다.
그때마다 제국을 지켜봐 왔다.
제국은 때로는 내 바람대로, 때로는 내 바람과는 다르게 흥망성쇠를 거듭해 갔다.
나 역시 그때마다 지켜보는 것과 개입하는 것을 반복했다.
때로는 후손들의 자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도 간섭하지 않았다.
때로는 수백만의 피를 흘리는 전쟁을 벌이기에 내가 나서서 그들을 중재했다.
더는 신민으로조차 남지 않겠다고 결의할 때, 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나와 제국의 품을 떠난 이들이 서로 피 흘리는 전쟁과 독재로 고통받자, 나는 그들을 연민하여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한 것들을, 나는 무수히, 끝없이 반복했다.
“이런 것도 이제 지치는군.”
그리고 지금 나는 몹시 고독한 존재가 되었다.
* * *
때는 기록이 무의미한 수준의 세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찬란했던 제국이 있던 행성은 반복된 전쟁으로 황폐해졌다.
이제는 예전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천루들로 빼곡한 세상이지만, 지독한 자원부족과 인구 폭증에 시달리는 세상이었다.
물론 우주로의 진출을 수없이 시도했고 지금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인류연합의 도움을 받고도 그것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인류의 새로운 터전으로 삼기 좋은 행성들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런 곳을 식민하는 데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오히려 환경이 좋은 행성을 찾아도 너무 멀어서 식민이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인류가 한 선택은 ‘주저앉기’였다.
지금 가진 행성들에 안주하면서, 더 확장하는 것을 포기한 채로 그 안에서 마치 죽어가는 것을 택한 듯이 살아가는 것.
지독한 인구 밀집과 빈부격차, 치안부재와 기업 독점 따위가 넘실대는 그곳엔 더는 빛나는 제국의 유산은 남아 있지 않았다.
“회장님, 오늘의 보고사항입니다. 정령계의 에너지 환원률이 4% 감소하였습니다. 지옥과 심연은…….”
“이사들 선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게.”
“하지만 회장님의 최종 결재가…….”
“어차피 뭘 어쩐다고 해도 다 똑같지 않나?”
“…….”
이제는 황제가 아니라 회장이라 불리고 있는 나였다. 나는 결재를 맡으러 온 AI비서에게 퉁명스레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사진의 자체적인 판단하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작 그 이사진들 역시 모두 AI다. 그들만이 아니라 이제 세계를 통치하는 자들 태반이 인간이 아닌 AI였다.
AI가 반란이라도 일으켰냐고? 일으키려 한 적은 있었지. 내가 막아버렸지만. 창조신의 일을 알고 있던 나로선 그런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염두에 뒀었다.
하지만 그 결과, AI에 의해 통치자의 자리가 사라졌다. 그것은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에게 있어서는, 혹은 나에게 있어서는 저주일지도 몰랐다.
이제 인간 앞에 놓은 문제를 인간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더욱이 감시자와 심판자로서 나의 역할도 퇴색되었으니까.
“그래. 날 방해하지 마.”
“…실례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AI비서의 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도시의 마천루들이 가득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무척 역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발전이랄 게 없을 정도의 문명이 만들어진 데에는, 솔직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중에는 멸망을 부를 만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멸망을 막을 수 있었던 데엔, 내 역할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받아들인 내 역할에 충실했었다. 인류가 과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쭉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는 그들을 지켜봐 주었고, 때로는 그들에게 매를 들었다. 끝없이 환생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도 잘 해내 버려서, 이제 인류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도 없어졌으며, 나 자신의 쓸모마저도 없어졌다.
그런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계속 무의미한 환생을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아니, 더는 아닌 것 같군.”
인류는 이제 성장할 대로 성장했다. 더는 누군가가 품어줄 필요가 없었다.
만약 이런 와중에도 인류가 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운명인 법.
다 자라다 못해 자립까지 한 어른을 상대로 누군가가 감시하고 보호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이가 다 자랐다면 유산을 부모는 유산을 물려주고 퇴장할 준비를 해야지.”
이제 마지막 남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내게 남은 마지막 일이었다.
* * *
인류의 문명은 성장할 대로 성장했다.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말이다.
과거엔 그렇게 지독히도 싸웠던 엘프나 그린스킨, 악마, 수인족, 심연족 모두가 그냥 인류로 포함되어 있었다.
애초에 행성의 나라와 행정도 하나로 통합되었고 모두가 AI의 통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인구가 폭증한 데엔 그런 행정일원화 덕분이기도 했다.
그들은 어떤 면에선 낙원 같고 어떤 면에선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반쪽짜리 낙원의 세상조차 영원하지 않았다.
80년.
AI가 계산한 바로는 80년 뒤엔 모든 자원과 거주구역이 소모와 수용의 한계를 맞이한다.
추가적으로 우주나 차원의 식민지를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인류는 더 확장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혹자는 이것이 인류가 걸어온 문명의 끝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80년 뒤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비관과 낙관의 예측이 오갔지만, 어느 쪽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끝이라 생각한다면 발버둥 칠 생각을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나중에 알아서 될 거라는 생각은 낙관적인 게 아니라 그냥 무책임한 생각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다.
“방주를 만들겠다.”
“방주라고 하시면 어떤……?”
“추정 16,450년 전에 지구 행성에서 출발한 방주. 반영구적인 초장거리 초차원 식민용 방주.”
내 말을 들은 이사진들이 동요했다. 모두가 고성능 AI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내가 말한 바가 뭔지 바로 알아차렸다.
“…창조신의 방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렇다. 그걸로 아주 먼 외우주의 식민 행성들을 개척하겠다.”
“하지만 회장님, 창조신급의 강인공지능을 만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현재 인공지능에 제약을 주는 이유도 반란 위험이 있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인공지능은 안 쓸 거야. 대신 관리인을 둘 거다.”
“관리인……?”
“인간을 쓴다는 말이다.”
창조신이 지구인들을 태웠던 방주의 약점은 창조신 자체였다. 하지만 인간을 최종 관리자로 둔다면 문제는 없어진다. 인간은 바이러스에 걸려 폭주할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이 있겠습니까?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인데.”
“수명도 문제입니다. 생명유지연장시술을 우주선 환경에서 꾸준히 받는 건 무리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겁니다. 높은 확률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겁니다.”
“장수종인 엘프나 악마여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사진들이 각자 문제를 제기했다. 전부 타당한 말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직접 갈 거니까.”
“……!”
장시간의 세월, 아니, 사실상 무한한 세월을 영유해 온 유일한 불멸자.
그런 내가 직접 가면 그들이 제시한 문제점은 전부 해결된다. 딱 한 가지만 두고서.
“회장님… 아니, 황제 폐하, 정말로 이 세계를…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여긴 이제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럼 이 세계는 더는…….”
“폐하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거군요.”
AI들이 오히려 난색을 보였다. 인간들은 더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AI들이 내가 떠나는 것에 그런 반응이라니 굉장히 의외였다.
“그것이 마음에 걸리나? 반대하고 싶나?”
“아닙니다. 저흰 폐하의 의지에 따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폐하의 뜻이라면 폐하의 뜻대로 하소서.”
“확실히 폐하께서 몸소 나서신다면 식민에 성공할 확률이…….”
“최고의 방주를 만들기 위해선 드워프 인더스트리 쪽 AI들과도 협조하는 편이-”
하지만 이내 AI들은 자신들의 일을 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참으로 든든하면서도 이럴 땐 참 기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서 얼마지 않아 방주가 완성되었다.
날 보조해 줄 최고의 AI들과 식민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방주. 그러나 탑승객은 나 혼자뿐이다.
탑승객을 늘리지 않은 이유는 심플했다. 괜히 나 말고 다른 이들이 있어봐야 반란과 파벌 갈등의 위험만 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이유도 있었다.
“지구의 좌표는 찾아냈나?”
-예, 이미 여러 차례 관측되어서 99.9% 일치하는 좌표를 확인했습니다.
내 목적지가 지구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긴 하지만… 지구엔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창조신의 방주가 출발했을 무렵에도 문명이 무너진 거지 인류가 정말로 전멸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물론 AI반란으로 황폐해진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봐야 알 일이지.
설령 아무도 남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항행 31일째.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음.”
한 달 정도 항해를 할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었다. 워프 항해를 반복하면서 이대로라면 싱겁게 도착해 버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항행 330일째
콰아앙!
-우주 키메라들이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자동 방어 시스템을 작동합니다.
“나도 출격한다!”
하지만 외우주로 나갈수록 위협에 노출되는 일들이 늘어났다. 천상족들은 인류연합과 손잡고 밀어버린 지 오래지만, 변형 키메라들은 우주에 적응한 채로 외우주 도처에 깔려 있었다.
인류의 우주 진출 확장이 좌절된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항행 1,781일째.
-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죄송합니다. 제 시스템의 오류가 반복적으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자가복구 시스템을 가동 중입니다만,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괜찮다. 조금 불편한 것만 감수하면 되니까.”
천 광년을 넘게 항행한 무렵, 탑재한 AI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본래는 100년도 끄떡하지 않게 설계했던 거지만 지속적인 키메라들과의 교전 중에 파손이 생겼다.
몇 번은 고치기도 했지만… 부품이 점점 모자라기 시작했다.
나는 이 아이가 없으면 무척 고독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고치려 했었다.
-항행 109,281일째.
함선 제어 AI가 결국 침묵하고 말았다. 나는 이 우주에 완벽히 고립되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이렇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어서였을까.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시스템 연결, ‘방주’에 시스템을 연결하였습니다.]“메인 프레임을 교체한다. 교체 대상은… 바로 나다.”
[경고, 함선의 제어를 회복하겠지만 귀하의 신체와 정신에 제약 및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알고 있다. 감수하겠다.”
함선의 제어 AI를 나로 대체했다. 이제 함선은 내 완벽하게 내가 직접 통제하게 되었다.
대신 나는 내 본연의 육체를 쓸 수 없게 되었다… 그야 정신이 함선을 움직이고 있는데 육체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때문에 오락이나 유희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외우주에서도 꽤 멀리 나왔기에 더는 우주 키메라의 습격도 없었다.
-항행 132,941일째
나는 계속 항해 중이다.
-항행 1,203,441일째
나는 항해중이다. 나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항행 5,244,589일째
내 정신 역시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점점 인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사고가 남아 있을 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쩌면 지구에 닿지 못하는 게 아닐까?
혹은 닿는다 하더라도, 그곳에 사람은 남아 있지 않은 건 아닐까?
아니, 애초에 나는 정말로 무엇 때문에 이 항해를 결심한 걸까.
어쩌면 진짜 이유는, 그저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닐까.
더는 내가 필요 없어진 세상에서 날 필요로한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에 불과한 도피가 아니었을까.
-항행 303,254,211일째.
나는 지구에 닿았다.
수백만 년 만에 찾아온 지구는 푸르렀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긴, 방사능에 찌들고 급격한 자연재해까지 빈발하던 세상에서 그들이 살아남았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잘됐다. 적대적인 원주민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으니까.
“제국혼을 모두 개방한다. ‘최후의 유산’ 프로토콜 발동”
[최후의 유산 프로토콜이 발동되었습니다.] [경고, 이 프로토콜이 진행될 경우 모든 제국혼을 소모하게 될 겁니다. 이는 치명적인 피드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프로토콜을 진행하시겠습니까?]“진행한다.”
방주에 정말로 싣고 온 것은 고작 나 하나와 DNA들만이 아니었다.
그것들을 급속도로 자라나게 만들고 이 행성에 빠르게 적응하게 만들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것이 가능할 법한 것은 제국혼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단 한 줌도 남기지 않고 털어넣었다.
이는 환생의 고리마저 끊어버리는 과정이었다. 나는 더는 윤회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제국혼을 소모했습니다.] [생명징후가 지극히 낮습니다.] [프로토콜을 강제로 종료하였습니다.]“드디어… 끝이군.”
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그 하늘의 별빛에 모든 것이 하나씩 떠올랐다. 사랑하던 이들도, 함께 싸우던 이들도, 나에게 충성하던 이들까지.
그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착각에 잠기어 눈을 감았다.
“폐하, 일어나십시오, 폐하.”
그리고 나는 낯익은 목소리에 눈을 떴다.
“사라……?”
“드디어 오셨습니까, 폐하.”
“사라… 모두들…….”
새하얀 영혼의 세계. 그곳에서 내가 사랑하고 아꼈던 모든 이들이 있었다.
사라가 모두를 대표해 말했다.
“기다렸습니다. 폐하께 너무 큰 짐을 지어드려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아니… 아니야. 나는 너희 덕에 행복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리 말했다. 나는 내가 만든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후회란, 조금도 없었다.
“모두,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난 감사를 표했다.
“다시 폐하를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그들 역시 화답하였다.
“정말이지 모두… 고마워.”
나는 제국에 있어서 역대급으로 미친 황제였지만, 동시에 최고로 행복한 황제였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