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9화
“······.”
황금빛 아우라.
이건 나도 처음 보는 종류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색깔의 아우라를 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색은 윤아의 핑크빛 아우라 이후로 처음이었다.
거기다 이들은 이제 막 호흡을 맞췄다고는 볼 수 없을만큼 무대 역시 완벽했다.
이게 서로 다른 아우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시너지인 것일까?
그 신호로 저런 황금빛을 내뿜는 것이라면?
등허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일었다.
“와······.”
5분가량 진행된 연습 공연이 끝나고 윤아가 제일 먼저 입을 떡 벌린 채 진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버지 역시 적잖게 놀란 얼굴이었다.
“오늘 봤던 무대 중 최고인 거 같은데? 김 PD. 나만 그런가?”
“아뇨······.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장님.”
김 PD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윤성아. 이거 조합 진짜 좋다. 내가 이걸 지금까지 몰랐었지? 넌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야?”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지, 김 PD도 언젠가 알아낼 조합이었다.
어쩌면 백수진이라는 인재가 그동안 김 PD와 아버지의 발목을 붙잡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어떤 조합을 쓰더라도 여기서 백수진과 어울리는 팀은 없다.
그렇기에 매번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망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백수진을 과감하게 팀에서 제외하고 구성을 한다면,
“김 PD. 이거 내가 볼 땐 이 조합으로 데뷔 준비 시켜도 될 거 같지 않아?”
“예. 이 조합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입니다.”
제대로 된 걸그룹 멤버가 나오게 된다.
“이거 윤성이 덕분에 묵힌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하하. 그러게. 윤성이 너는 대체 이걸 어떻게 알아낸 거냐?”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그냥 준용이 형이랑 아버지가 한 거에 숟가락만 올린 거예요.”
여기서는 나 잘 났다고 앞세우기 보다는 적당한 립서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 사장님. 좋으시겠습니다. 윤성이가 사장님의 얼굴만 닮은 게 아니라 인성까지 쏙 빼닮았네요.”
······이런 립서비스도 결국 저 형의 아우라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나.
아부를 하는 건 아무리 아우라를 많이 흡수해도 저 형을 못 따라가겠다.
“좋아. 그럼 저 조합으로 하는 걸로 결정해 보자고. 연습은 충분히 한 거 같은데, 바로 데뷔 준비 시켜도 괜찮을 거 같다.”
“네. 바로 작업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김 PD한테 맡길게. 수시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버지는 김 PD에게 할 말을 마치고 연습생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오늘 모두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화이팅하자. 알겠지?”
“네, 사장님!”
그러나 나는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았다.
저기서 혼자 침울하게 앉아 있는 백수진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오빠. 안 가?”
“음. 잠깐만.”
“응?”
나는 조심스레 백수진에게 다가갔다.
“저기 안녕하세요.”
“응? 아, 네. 안녕하세요.”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수진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 응. 편하게 불러.”
별로 말을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방금 전 그 연습 공연으로 그녀도 깨달았을 것이다.
이번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될 멤버가 누구인지를.
그곳에 백수진이란 이름은 없을 거라는 걸.
“누나는-.”
난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걸그룹이 되고 싶으신 거예요?”
“응. 그렇지······. 근데 오늘 보니까 난 안 될 거 같아.”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내가 너무 큰 꿈을 꿨나 봐. 연예인이라니. 어림도 없지.”
우울한 마음이 극에 달했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자기 비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수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김 PD를 통해 가진 음악적 해견을 통해, 그리고 아우라를 볼 수 있는 이 능력을 통해 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에요. 누나는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빈말이라도 고마워.”
“빈말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누나는 그냥 팀 단위로 무대를 하는 게 어울리지 않았던 거예요.”
“······내가?”
그녀의 눈빛이 차츰 달라졌다.
“누나가 혼자 연습을 하는 걸 봤어요. 아주 자신감 넘치고 충분히 매력이 있어 보였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팀원들과 함께 무대로 올라가면 깨져 버려요.”
“그, 그래?”
“네. 마치 억눌린다고 해야 할까요? 누나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았나요?”
“맞아. 그걸 어떻게 알았니?”
“누나는 직접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무대로 올라가면 보이거든요. 누가 억눌려 있는지, 또 누가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지.”
백수진도 생각 없이 춤만 추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신이 연습했던 것과는 달리 무언가 막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을 것이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녀는 아예 내게 몸을 틀었다.
살아난 눈동자는 똘망똘망 빛을 발했다.
“일단 그룹 단위로 데뷔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럼 솔로 데뷔를 도전해 보라고?”
“네. 그리고 스타일도 바꾸시는 게 어떨까요?”
“스타일?”
“청순한 이미지를 밀고 나가시려는 거 같은데······ 그것보다 누나는 섹시 컨셉이 더 어울려요.”
“내, 내가?”
“잠시만요.”
나는 양갈래로 나와 있는 백수진의 머리를 확 뒤로 젖힌 다음 왼쪽으로 몰았다.
“어어-.”
당황해 하는 백수진은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자 이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누나. 거울 한번 봐볼래요?”
“응?”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며 바뀐 드러난 오른쪽 목선을 매만졌다.
“아주 조금만 바꿨을 뿐인데 훨씬 낫지 않나요?”
“그··· 그러네.”
“화장도 지금보다 옅게 하지 말고 조금만 두껍게 해보세요. 특히 아이라인을 조금 더 진하게 그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외모에 관한 건 딱 여기까지였다.
김 PD에게서 받은 아우라로 2배 가까이 뻥튀기 된 그의 재능으로는 말이다.
이런 건 나보다는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말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솔로로 데뷔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습을 하세요. 섹시 컨셉의 댄스 가수 같은 거요.”
“그건······ 성공하기 무척 어렵지 않을까?”
이 바닥에서 섹시 컨셉으로, 그것도 솔로로 데뷔해서 성공을 하는 건 무척 힘들다.
성공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난 그녀의 아우라가 가진 크기를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과 용기였다.
“뭐든 쉽지 않겠죠. 하지만 이대로 꿈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아요? 전 누나의 재능을 믿어요. 누난 꼭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갑자기 백수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나한테 정말 재능이 있는 걸까?”
“네. 누나한테는 남들이 갖지 못 한 특별한 재능이 있어요.”
“흑-.”
그리고 울음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으아앙-.”
이걸 어떡하지.
여자를 이런 식으로 울려본 적은 처음이라 순간 당황했다.
난 지금 손수건도 없는······.
“고, 고마워, 윤성아.”
무언가를 할 새도 없이 백수진은 내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나 정말 이대로 그만 둬야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네 덕분에 희망이 생겼어. 정말······ 고마워.”
그냥 간단하게 조언만 줬을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만큼 절박했던 것일까.
난 왠지 예전에 내가 한창 힘들게 취업을 하러 다녔을 때가 떠올라 그녀의 등을 몇 번 토닥여 주었다.
그런데,
‘어?’
위로랍시고 등을 토닥이고 있을 때, 갑자기 나와 백수진의 몸에서 아우라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우리 둘의 아우라가 마치 끈으로 매듭을 짓듯 연결되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서로의 아우라가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건 봤어도 이렇게 매듭처럼 묶여서 연결이 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또 있는 건가?’
쓰면 쓸수록 자꾸 새로운 게 등장한다.
대체 이 아우라의 능력은 무엇일까.
“아-. 미, 미안. 내가 너무 꼴불견이었지?”
“아니요. 괜찮아요.”
“호호.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처음 보는 애 앞에서 눈물이나 흘리고. 이제 나도 20살 성인인데.”
백수진은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정말 열심히 할 거야, 윤성아.”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 슬픔은 남아 있지 않았다.
“너를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할게.”
“네?”
“네가 유일하게 날 응원해줬잖아. 혹시라도 내가 정말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되면······ 그땐 네가 내 팬 1호 되는 거다?”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럼요. 사인이라도 미리 받아놔야겠네요.”
“그건 나중에 내가 첫 앨범 나오면 특별히 해줄게.”
“네. 저 기억력 엄청 좋거든요. 잊지 않고 있을게요.”
“응. 고마워.”
그리고 그녀는 다시 힘을 차리고 연습을 하러 거울 앞에 섰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그녀에게서 잠시 사그라 들었던 아우라가 피어 올랐다.
처음 봤을 때보다 왠지 더 아우라가 진하게 퍼지는 것 같았다.
거기다 여전히 나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이것도 무슨 영향을 끼치는 건가?’
이건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힘을 차렸다는 거니까.
“······?”
그런데 왜인지 아까부터 자꾸 뒤통수가 따가웠다.
싸늘하다.
마치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니,
“헉.”
정윤아가 팔짱을 낀 채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철컥~ 철커덩~
“······.”
오후 9시.
지하철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래서일까.
더 분위기가 냉랭한 거 같다.
나와 윤아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왠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이 기분.
근데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뭔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꼭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그러다 나는 힐끔 나를 쳐다보는 윤아와 눈을 마주쳤다.
도저히 숨 막혀서 안 되겠다.
“휴. 윤아야.”
“왜?”
“오빠한테 할 말 있으면 해.”
“없거든.”
“있는 거 다 알아. 왜 삐진 건데?”
“삐, 삐지다니! 내가 왜?”
“그럼 왜 그러는 거야?”
“아니야, 아니라고.”
윤아는 획 고개를 돌려버렸다.
흠. 나한테 삐진 게 아니면 뭐지?
내가 그냥 눈치가 없는 건가?
“음. 도착하면 시간이 곧 있으면 9시 반 정도 되겠네? 마트 빵집 할인하겠다.”
“응?”
“이따 갈 때 사갈까?”
그러자 돌아갔던 윤아의 고개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빵?”
두 눈동자에 벌써 하트가 뿅뿅 날아오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때 보면 참 얘가 단순한 거 같기도 하고.
“응. 이 시간에 사면 4개를 만원에 살 수 있잖아.”
“맞아. 거기 빵 진짜 맛있는데. 근데 남은 게 있을까?”
“한번 구경해보지 뭐. 보통은 있더라고.”
“와. 좋아.”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웠던 분위기가 빵 하나로 따뜻해졌다.
“근데 오빠. 수진이 언니랑 친해 보이더라?”
“응? 친하긴 뭐가 친해.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래? 막 친근하게 얘기도 잘 하던데?”
“뭐, 그냥 조언 몇 가지 해준 것뿐이야.”
“그렇구나······.”
나는 왠지 장난기가 발동했다.
“왜? 질투하냐?”
그러자 윤아는 크게 헛웃음을 터트리며 내 등을 때렸다.
“허! 하! 내가? 왜? 진짜 웃겨.”
얘가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등짝 스매싱이 꽤 매서웠다.
“아니면 아니라고 할 것이지, 왜 사람을 때려.”
“그건 오빠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괜히 입을 털었다가 한 대 더 맞았다.
아프다.
“난 그냥 갑자기 그 언니가 막 우니까, 오빠가 혹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응? 그런 그냥 걱정을 한 거야.”
“아아. 알겠어. 그만 때려. 진짜 멍들겠네.”
내가 따가운 등을 손으로 비비고 있자 윤아는 풉 미소를 지었다.
그런 뒤 길게 기지개를 폈다.
“으으. 난 지하철만 타면 졸립더라. 이 철컹철컹 거리는 소리. 너무 좋지 않아? 이게 진짜 ASMR이지.”
“아직 도착하려면 시간 남았어. 좀 자.”
“웅······ 그럴까.”
윤아는 뒤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1분 정도 흘렀을까.
스르르-.
윤아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곧 내 어깨에 닿았다.
뭐야. 벌써 잠든 거야?
‘많이 피곤했나 보네.’
나는 잠이 든 윤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매니저 생활을 할 때도 윤아가 잠든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정신적인 불안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려 거의 잠을 자지 못 한다고 들었는데, 원래는 이렇게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금방 잠에 들 수 있는 아이였다.
괜히 딱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얼마나 시달렸으면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쿨-.
‘진짜 잘자네.’
난 도저히 이런 곳에서는 잘 못 자겠던데.
거기다 윤아는 입에서 침을 흘리기까지 했다.
나는 남들이 보기 전에 얼른 침을 닦아 주었다.
‘진짜 덤벙댄다니깐.’
아니면 그만큼 내 옆에 편해서 마음 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덤벙대고 밝게 웃는 얼굴만 봤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녀가 바랐던 소원처럼.
“······.”
나도 뒤에 머리를 기댄 뒤 눈을 감았다.
이 모든 순간이 평화롭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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